제 목: 5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58
[기가 슬렌더] -29- 바쿠듀므 란케(깨어진 조약) -바쿠듀므 란케(깨어진 조약.....
.)-
아크로나딘산맥.. 산맥 주변은 온통 사막지역으로 뒤덮혀있었다.
사막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산맥은 그 위엄처럼 강력한 생명력으로 자연을 꽃피우고 있었다.
산맥 하단부터 정상까지 갖가지 종류의 수목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정상부에는 적도지방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쌓여있었다. 아크로나딘 산맥 최고봉 로페하벤 봉우리.. 저주받은 자들의 보금자리치고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에 위치했다.
대략 4~5 km 정도 되는 사각형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아마도 신전같았다. 아니,주변에 지어져있는 괴기스럽고 추하디 추한 건물들에 비하면 신이 사는 궁전처럼 보였다.
거대신전 이 신전의 이름은 '바쿤' 이었다. 헤켈어로 바쿤(Vacuon)이란 것은 고귀하다는 뜻이다. 고귀함.. 추한 괴물처럼 여겨지는 헤켈들에게 고귀하다는 단어의 의미는 어쩌면 가장 바라고 꿈꿔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바쿤 신전안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방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크기의 방안에는 한명의 저주받은 운명이 엎드린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4개의 기둥이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아 있었으며 하늘을 떠받치듯 보이는 기둥 아래 거대한 석상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아무래도 그 저주받은 운명.. 흉켈리스 매지드헬은 그 석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듯 했다.
산 정상이라 굉장히 추울법했지만 바쿤 안은 굉장히 따스했다.
세이렌이나 헤켈이나.. 태양빛을 싫어할거라는 인간의 추측은 그릇된 것이다. 바쿤 신전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동력을 가동하는 대규모 태양열발전소였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아는 자는 헤켈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고대 유물이었던 바쿤 신전은 일반 헤켈들에게 개방된 장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흉켈리스는 계속해서 알수 없는 소릴 나불대며 무언가에 집중해있었다. 이미 몇일전에 쥬데카로부터 세느카를 놓쳤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상당히 분개했다. 하지만 쥬데카와 싸웠던 자들의 실력과 세느카를 납치한 작은 인간과 거구의 인간은 흉켈리스도 놀랄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사실 쥬데카를 그 임무에 투입했던 것은 그가 그 임무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광선형 돔 결계를 아무런 제지 없이 지나칠수 있다는 것은 다른 그 어떤 헤켈. -심지어 3대 현자들도 그 결계를 통과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했다-보다도 강력한 장점이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일을 해결할것이라 생각했던게 잘못이었다. 의외로 인간들은 강했으며 갑자기 나타난 단 2명의 적에게 쥬데카들은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의 소식이 더욱 암울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힘을 가진 2명의 적은 세이렌들에게 세느카를 넘겨주었던 것이다. 세이렌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쥬데카가 넘지 못한 벽을 그들이 넘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
흉켈리스는 그 후로 몇일밤을 설친 상태였다. 아직 고귀하신 존재..
즉,'바쿠듀므 란케' 에게 보고하지 못한 그였다. 뭐라 변명해야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가는 세월을 붙잡을수는 없는 법.. 드디어 오늘 바쿠듀므 란케에게 그 일을 보고하려던 참이었다.
흉켈리스의 기도를 들었는지 어디선가 '크르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흉켈리스는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말했다.
"바쿠듀므 란케(고귀하신 존재)시여. 말씀하셨던 인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
"뭐라?"
"5검 중 한명인 쥬데카를 보내었으나 엄청난 힘을 지닌 한 꼬마 인간에게 패하고 그녀를 빼앗겼다고 합니다."
흉켈리스는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에 불벼락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으므로 거짓을 신에게 고하지 않는 신관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것이다.
"꼬마 인간???"
-
"그렇습니다."
바쿠듀므 란케는 뭔가 잠시 생각하는 듯 별 말이 없었다. 흉켈리스는 엄청난 꾸중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아무런 말이 없자 잠시 당황한 듯 물었다.
"뭐가 짐작되는 바라도 있으십니까?"
-
"흠 설마 그럴리 없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리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이상하게도 그 꼬마인간은 세이렌들의 공격을 받고 그 세느카라는 인간여자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
"흠.."
바쿠듀므 란케는 머리속에 여러 가지 상념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것을 풀어내느라 고심이었다.
'만약 그 꼬마인간이 그였다면 고작 세이렌들에게 당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쥬데카를 그리 쉽게 막을 정도의 힘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가 과연 인간일수 있을까.. 도대체 알수 없는 노릇이군'
"그녀의 유전자추적장치가 그녀는 세이렌족이 있는 5지역구에 있다고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아마.. 그녀를 빼내오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
"흠.. 그렇구나.. 아무리 인간들의 허술한 방어체계를 뚫고 5지역구까지 간다해도 세이렌들의 손에서 그녀를 빼내오기란 불가능한 것이겠지.."
"이제 어떻게 해야합니까??"
-
"후후훗. 모든게 분명해졌다. 더 이상의 평화는 없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다!! 흉켈리스!!"
"그 무슨 말씀이신지?"
-
"더이상 이런 곳에서 썩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전쟁을 바라던게 아니더냐?"
"그 그럼?"
-
"그렇다.. 이미 우리가 바라던 힘은 세이렌이 차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패가 좌지 우지 되는 것은 아니지 후후훗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승리자가 되는게 아님을.."
흉켈리스는 바쿠듀므 란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은 알아들었다.
일단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전쟁을 할 시기가 다가 왔다는 것이며 그 전쟁의 승패와 바쿠듀므 란케가 원하던 인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뜻같았다.
'전쟁에서 이겨도 날 죽이지 못한다면 끝이 아니다. 후후훗. 결국 이런 날이 오게 되는군.. 서로 분열할 날이'
바쿠듀므 란케는 괴기스런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흉켈리스!! 지금부터 3대 현자와 5검으로 하여금 전쟁을 준비토록 시킨다. 그들의 임무분담은 네 재량에 맡긴다. 이젠 총력전이다. 전처럼 짜잘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 후후훗.."
-
"알겠습니다!!!"
전쟁을 원하던 흉켈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헤켈중에는 작은 키인 180의 그는 백발의 머리에 오랜 관록이 엿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바쿠듀므 란케는 생각했다.
'티탄시를 공격했을 때 그들의 쉐도우 프로젝트를 알아냈다. 설마 녀석들이 우리의 유전자를 이용해 괴물을 만들려고 할줄은 몰랐다. 또.. 세이렌.
역시 그녀를 노리고 있었을줄은 이로써. 인간세이렌. 그들과의 약속은 끝이다. 후후훗..'
흉켈리스는 점점 멀어져가는 바쿠듀므 란케의 느낌을 지우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다. 드디어 이런 싸늘한 곳에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되었다.
도시 수십개의 도시들은 전지역구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 '타종족불가침 규약 페지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극히 소수였다.
가족을 타종족들에게 잃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의 무능력을 탓하지 않았으며 빨리 전쟁 준비를 해야한다고 시위를 벌였다.
특히 폐지론을 주장했던 마테리온과 에리네,게류온,베아트리체등은 시에서 거의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었다. 그만큼 시민들의 깊은 골속엔 다른 종족들에 대한 한이 서려 있었던 것이다.
중앙지역구나 1,3 지역구의 시들은 대부분 그 엄청난 소식을 반기는 눈치였다. 자신감도 생겼다는 증거이며 그에 따른 이익도 만만치 않을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2지역구 시민들은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전쟁론'과 마치 하나의 짝인양 연구되었던 '이주계획' 이제 그것이 현실화 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2지역구의 이주계획에 따른 제반사항을 의논하기 위해 임시 전지역구의회가 열렸다. 이 의회에선 8개시로 구성되어있는 2지역구의 시민들을 중앙지역구와 3지역구에 3개도시 1지역구에 2개도시를 옮긴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주 방법은 베아트리체가 연구한 '클론 리모델링'
계획에 의거 실행하기로 합의를 했다.
클론 리모델링이라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모양의 도시를 꾸미자는 계획이다. 지형적특성과 기후적 특성을 고려해서 최적화 되어있는 지역에다가 도시의 클론을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대도시의 경우 세라곤으로 만들어진 빌딩들은 분해,조립이 가능했으므로 다시 만들 필요 없이 이동시키기만 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작은 도시들이었다.
작은 도시들은 건물들이 노후되고 첨단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똑같은 모양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였다.
그래서 그러한 도시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첨단 시설을 갖춘 대도시에 편입하도록 조치할 것이었다. 이러한 베아트리체의 계획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제2지역구의장인 글랜시아시의 알레초의장은 리모델링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다른 지역구에서 부담해줄 것을 요구했다.
제2지역구가 양보한 만큼 다른 지역구의장들도 그 점에 대해선 양보를했다. 그리하여 이론으로만 그쳤던 '이주계획'은 현실화 되려하고 있었다. 바로 전쟁을 위해서.
제2지역구 글랜시아시.. 낡은 옷을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청년과 겉으로 보기에 100살은 되어보이는 할아버지 그리고 다소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하지만 인상이 맑아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시내를 걷고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청년이 할아버지를 향해 말을 건넸다.
"라케프 할아버지. 전쟁론이 선포된 후론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한데요?"
-
"그렇구먼 이 도시도 1년 안으로 해체 될테니 그렇겄지."
"파인리히! 그런데 왜 글랜시아시로 오자고 했나요?"
미시케 사이가르트 그녀의 질문이었다. 미시케는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정 글랜시아 시로 찾아온 파인리히에게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하지만 파인리히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에선 글랜시아시의 위성도시인 카드모스 마을에서의 그때 일이 계속 멤돌았기 때문이다.
"미시케.. 그건.."
- "옴마. 저것좀 보게. 허벌나게 큰 공장이구만"
"할아버지 저건 공장이 아니에요 연구소죠.."
-
"연구소?"
"그래요 글랜시아시엔 생체공학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죠."
-
"음냐. 그나저나 나도 디게 궁금하구먼. 어째 이리 왔당가?"
"흠. 라케프 할아버지께서도 물어보시니 대답하지 않을수 없겠군요.
사실. 제 기억의 출발점이 이곳이거든요. 이 글랜시아시에서 어디론가 무작정 도망쳤었죠 누군가를 피하기 위해."
-
"아 그랬군요 파인리히! 이곳에 오면 기억을 찾을수도 있겠군요?"
"아뇨 그렇게 생각 안해요 왜냐면 저번에도 한 번 왔었지만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거든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
"그럼 어째서."
"그냥"
-
"단지 그냥뇨?"
"왠지 이곳에 와야할것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뭔지 모르지만 분명 뭔가 필요한.. 그리고 기억의 시작점이었던 이 글랜시아시가 얼마 후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가잖아요. 그럼 다신 오기 힘들겠죠."
-
"그건 그렇겠군요."
"오늘은 늦었응께 일단 숙소부터 정하자구. 워뗘?"
-
"좋아요.. 할아버지.."
파인리히 일행은 우선 방부터 잡기로 했다. 글랜시아 시는 상당히 어수선했지만 숙소를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숙소를 정하고 나서 일행은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동안은 묘한 어색함이 흘러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그 진공 유리병같은 공허함을 깬 것은 파인리히였다. 자리에서 일어서 면서 그는 나지막히 양해를 구했다.
"라케프 할아버지.. 저 잠시만 바람쐬고 돌아올게요."
-
"흠. 그랴.."
"파인리히! 저도!"
-
"어험. 미시케. 자네는 나랑 쪼까 말동무 좀 되줘야 쓰겄는디.."
"그렇지만."
- "어허허. 워째 그리 눈치가 없당가. 혼자 있고 싶은사람 맴을 그렇게 맨쿠로 못알아주면 쓰겠는감"
파인리히는 못들은척 하고 밖으로 나왔다. 라케프의 말에 미시케는 얼굴이 붉어졌는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파인리히가 나가고서야 고개를 든 그녀에게 라케프가 웃으며 말했다.
"화내서 미안하구먼 나도 잘 모르겄지만 파인리히 저 친구상처가 많은 친구인것가텨.."
- "아마. 그럴거에요.. 아마..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겠죠..
그녀를 잊지 못하는 걸거에요"
"우와.. 상상력 풍부한가보구먼.."
-
"아뇨.. 그가 정신을 잃어가면서 날 보고 그랬어요. '지켜줄게.
아우로페..' 라고.. 아마 그녀의 이름이겠죠.."
"흠.."
라케프는 미시케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연애할 시절을 줄넘기하듯 훌쩍 넘어버린 그에겐 위로해줄만큼의 로맨스가 없었다.
다만 파인리히를 좋아하는듯한 미시케가 안쓰러울 뿐이다.
"아마.. 이 글랜시아시도 그 여자와 관련이 있을거에요. 그래서 찾아왔을거라구요"
-
"그렇게 단정짓는 것은 옳지 못하구먼.. 녀석도 말했지만 기억을 되찾으려고 그러는것뿐이랑께.."
"후후.. 고마워요 할아버지.. 이런 우스운여자애 말을 들어주셔서요."
-
"움훼헷.. 내가 쪼까 카운셀러틱하거든 맞나? 워쪘든."
라케프는 고맙다는 말에 노망난 노인처럼 이상한 사투리로 이상한 말을 했다. 하지만 이내 정색을 하며 점잖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말아. 그에겐 시간이 필요한것이니까"
미시케는 너무 진지한 라케프의 표정에 도리어 웃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변화? 하지만 그런 표정은 세느카에게만 허락된 표정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파인리히는 그냥 무작정 걷고 싶었다. 이 낯선 도시.. 아니 낯설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첫 방문이 아니기에. 하지만 왠지 낯설었다. 그녀의 향기를 쫓아 이곳에 온 것이 아님에도 그는 허탈감과 허무감을 맛봐야했다. 그녀가 없다는..
파인리히는 고개를 저었다. 이럴 필요가 없다고 지금 중요한것은 기억을 되찾는 일이라고.. 단지 내 개인적인 일을 도와주기 위해 따라와준 라케프 할아버지나 미시케를 위해서라도 난 기억을 찾아야한다고..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가 아우로페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러고 있다는 사실을.
정처 없이 걷던 파인리히의 눈에 언뜻 눈에 익은 복장을 한 사람 둘이 보였다. 어디서 봤더라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멤돌 때 그는 흠칫 놀라며 몸을 숨겼다. 골목 사이의 좁은 틈사이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파인리히는 긴장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렸다.
'저들은.. 지금껏 날 쫓아다녔던 포스 오너들과 복장이 완벽히 일치 한다. 저런 값비싼 폴리아트겐 재질의 옷을 저런 모양으로 입는 녀석들은 오로지 저런 녀석들뿐이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날 찾아내서 날 쫓아온 것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녀석들인가?'
파인리히는 수많은 의문점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결국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였다. 녀석들은 이 글랜시아 시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녀석들을 따돌려 더 이상 추격을 받지 않았고, 맨 처음 이 도시에서 도망칠 때 쫓아온 녀석도 같은 복장이라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 도시와 자신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같았다.
파인리히는 조심스레 그 두명의 포스 오너의 뒤를 밟았다. 어쩌면 자신의 착각일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종류의 옷이 대중화 되어 누구나 살수 있게 된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치 않았다. 왠지 그들을 따라가야만 할것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그들의 뒤를 밟던 파인리히는 그들이 한 거대한 건물로 들어가는것을 목격했다. 그 건물은 라케프가 '공장'이라고 착각했던 바로 그 건물, 즉 생체공학연구소였다.
수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미로로 만들고 있었다. 어째서 그들이 그런 연구소안으로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아니,단순히 그렇게 넘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그 연구소에서 일했을지도 모른다는..
아니, 이 생각도 그렇다면 다행일거란 바램일뿐. 자신이 연구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장 지배적이었다.
자신의 특수한 능력.. 그건 일반인들에겐 찾아볼래야 찾을수 없는 능력이다. 그런 이상하고 강한 능력을 자신은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로는 상대하기도 힘든 타종족의 괴물들과도 싸워 물리쳤던 그였다.
'그럼. 난 그들이 만들어낸 괴물이란 말인가.'
파인리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거라고. 그렇지 않다고. 난 보통 인간일뿐이라고..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는 괴물이었다 끝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인리히는 똥물을 뒤집어쓰는 듯한 참담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그에겐 계획이 생겼다. 생체공학연구소의 비밀을 파헤쳐야하는
얀에게 연락이 온 것은 몇일전이었다. 하지만 선뜻 승낙하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팔케넌을 만나기 위해 원자력 천공위성에 갔을 때 얀은 원로들을 보았었다. 그들과 대화는 전혀 없었지만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보았을 때 그들의 뛰어난 힘과 지식을 느꼈다.
팔케넌이 없는 지금.. 그들이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이유는 알수 없었다.
팔케넌은 그들을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조직이라 말했지만 그들을 경계하지는 않았다. 팔케넌이 죽었을 때 얀 자신도 원로원을 의심했던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고 팔케넌의 후임으로 나타난 지오의 인상에서 불길함을 느꼈었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쩌면 팔케넌이 나에게 못한 말들을 그들이 대신하려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썩을 대로 썩은 재단의 고름을 터뜨리려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기회일지..
함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것이 되었든 앉아서 방관하는것보다는 낳을 것이다.'
얀은 결심을 굳혔다. 원로들을 만나기로. 그들이 지오의 후임이었던 지크프리드를 통하지 않고 연락해온 것을 보면 상당히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것같았다. 얀은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
한 번 결심한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들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으며 원자력천공위성에 찾아간다면 보안유지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연락해왔다. 상대는 쟈코모였다.
"얀 소장.. 생각은 하셨소?"
- "좋습니다. 만나기로 하죠"
"좋습니다. 2-17 구역에 있는 '샹젤느' 카페로 찾아오시오.
시간은 정확히 4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소."
- "알겠습니다. 오후에 뵙도록 하죠"
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쟈코모는 MTM 을 껐다. 개인 MTM을 도청하는 방법이란 있을수 없었다. 중앙에 교환대를 거치지 않는 방식이라 직접 MTM 에다가 몰래 도청장치를 숨겨놓지 않는다면 도청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쟈코모는 불안했다. T.T 는 가공할 녀석들이다. 그들의 실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얀과 쟈코모가 만난 시각은 정확히 3시 50분이었다. 둘다 10분 일찍 나왔던 것이다. 쟈코모가 먼저 얀을 알아봤고 얀도 그의 얼굴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앉으시오"
-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런곳이 안전할지 모르겠습니다."
"안전하오. 걱정하지 마시오. 미행을 당할만큼 바보는 아니오."
-
"알겠습니다. 그럼.. 용건을..말씀해주십시오.."
"더이상 참고 지켜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것입니다.
당신이라면 그들을 막을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
"그들이라면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Think Tank 입니다. 지오 안티노스와 지크프리드를 주축으로 하는 카안드리아스 최고 비밀 기관입니다."
-
"정확한 명칭은 들어본적이 없지만 팔케넌님께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원로원을 능가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길래 그들을 막아야한다는 것입니까?"
"먼저 분명히 해둘게 있소. 우릴 돕겠다는 약속을 하시오."
-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알아야"
"아니오!! 약속부터 하시오.. 이 비밀은 그 약속을 받아내기 전에는 말해줄수 없는 것들이오"
쟈코모가 얀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며 간절하게 말했다. 보안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과 같았다.
얀은 잠시 생각했다. 여기까지 나온 것은 그들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이제 와서 등을 돌릴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재단의 비밀에 대해 궁금했던 그였다. 그는 이카루스의 납치사건과 재단의 비밀사이에 놓인 톱니바퀴였다.
직접 맞물려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한 제자리를 멤돌뿐이다.
"좋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전 밝혀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아내의 납치,팔케넌의 죽음. 그리고 내가 해왔던 연구들. 잭과 레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모른채 지내왔습니다. 이젠 더 이상 가만히 있을수는 없습니다. 돕겠습니다. 당신들을 그리고 날 위해서"
-
"휴. 다행이오. 우리가 믿을수 있던 사람은 당신뿐이었소.
팔케넌도 당신을 가장 믿을만 한 사람으로 뽑았었소. 지금 그가 세상에 없지만 그의 유지를 받들 필요가 있소. 팔케넌의 죽음에 대해 우선 설명해주겠소."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고 계신단 말씀인가요?"
-
"그렇소. 알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 그것을 욕해도 달게 받겠소. 그 대신 그의 뜻에 따라 행동할것이오."
"원로들에게도 사정이 있었겠지요 도대체 팔케넌님은 어떻게 된것입니까?"
얀은 여전히 팔케넌에게 존칭을 쓰고 있었다. 그만큼 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쟈코모는 앞에 놓인 음료수를 약간 마시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팔케넌의 죽음은 T.T 에서 시킨 일이었소. 아마 지오가 시킨 일일거요 팔케넌은 재단에서 하는 일들중에 특히 당신의 연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소. 쉐도우 프로젝트라 불리는 그 실험에서 잭과 레이라는 피실험자들에게 사고가 발생했던 적이 있을거요. 그때 그들의 사고에 대한 의심을 품었던 팔케넌은 그들이 결코 우연한 사고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님을 알아내고야 말았소."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살해당했소."
- "그럴수가"
"아마. 잭 이란 친구가 그 실험에 대해 조사를 했던것같소. 팔케넌이 마지막으로 남긴 자료에 보면 잭이란 친구는 재단에서 실시하는 이번 실험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였소. 그가 밝혀낸 사실은 피실험자들의 유전자 구조가 보통 인간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점이었소. 하지만 그게 T.T 로서는 알려져선 곤란한 중요한 정보였던것같소. 더 이상 잭을 두고볼수 없던 그들이 시스템에 침입하여 26번째 유닛을 각성할 때 그를 제거한것이오. 레이의 경우는 그를 제거하다가 발생한 우연한 사고였소."
-
"철저한 연구소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그들일 수밖에 없겠군요.이제 의문점이 서서히 풀려가는군요."
"팔케넌은 그 유전자 구조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했던 것 같소 그러던 중에 그 실험 말고도 다른 실험이 비슷한 유형이 있다는것을 발견했소!"
-
"비슷한 유형이라면?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피실험자를 이용했던 실험말인가요?"
"옳게 봤소. 가상생명체(Virture Creature) 프로젝트라는 것이었소.
이상하게도 그 프로젝트는 팔케넌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진행된 실험이었소. 지오가 직접 명령을 내린것이었소. 팔케넌은 그 점을 아주 수상하게 여겼던것같소. 지상의 모든 일은 자신이 주관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일을 진행시킬정도의 실험이라면 굉장히 중요하거나 자신이 알아서는 안되는 실험이었을거란 결론을 내린거요."
-
"그렇군요.. 그럼 도대체 그 V.C 프로젝트라는 것은 무엇을하는 것입니까?"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한가지는 분명하오.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능력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소. 쉐도우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3차 세이렌 대전을 기억하시오?"
-
"기억하고 있습니다. 10여년전에 일어났던. 그때 세이렌들의 대규모 침공을 가오사이보그로 막아냈었죠. 정말 기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그 시점에 녀석들이 공격해왔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제3차 세이렌 대전에서 T.T 에선 소서렌 한 개체를 생포했었소"
-
"생포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지금 말하는 사실들은 모두 극비사항이오. 난 죽음을 무릅쓰고 당신에게 이것들을 말해주는 것이오."
-
"알겠습니다. 근데 소서렌이란 것은 어떤 능력을 가진 세이렌입니까?"
"우리도 그 3차 세이렌 대전에서 녀석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소.
녀석들도 초기진화상태였는지 아주 강한 것은 아니었소. 하지만 소수인 그들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게 사실이었소. 그 당시 포스 오너로 이뤄진 부대가 녀석들에게 전멸당했었던걸 당신도 알거요. 타 종족을 상대할 때 포스 오너들의 힘은 절대적인 것이었소. 특히 가오사이보그가 개발되기 전에는 그들이 주축이 되어 타종족으로부터 방어를 해왔었소. 그런데 세이렌들은 그런 포스 오너들을 공략할 무기를 개발했던거요. 소서렌이란 개체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상한 생명체를 소환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소. 마치 생각하는 것을 실존하게 만드는듯한 그러한 능력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소. 다행히 가오사이 보그가 개발되어 녀석들을 무찌를수 있었소. 그때 녀석들 중 한 개체를 우연히 생포하게 되었던거요."
-
"흠. 그 사실은 철저히 불문에 부쳤겠군요.."
"그렇소 재단에서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지식인이라면 다 알것이오. 그 후로 T.T 는 살아있는 그 소서렌을 이용해서 실험을 했던 것 같소. 그의 능력을 빼앗아오는 실험을.."
-
"그건 무슨 뜻입니까?"
"그러니까 인간들도 그 능력을 사용할수 있도록 만들려했던 것이오. 그 이상한 생명체를 만드는 능력을."
-
"그럴수가 도대체 어떻게.??"
"그건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그 가상생명체 프로젝트가 진행된것은 사실이오. 팔케넌은 그 가상생명체 프로젝트와 쉐도우 프로젝트의 유사성이 유전자 구조라는 점을 알고 고민했소.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밝혀낼수 없었소. 어째서 그런 유전자 구조를 가져야만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오. 그는 쉐도우 프로젝트로 자책하는 당신에게 한없이 미안해했소. 그런 당신을 속이는것만같은 기분이 들어 아마 당신을 만나려했던것같소. 당신을 만난 그날 당신에게 뭔가를 말하려했을거요.
하지만 이미 행적을 추적하던 T.T 요원들에게 그는 암살당한것이오 다행히 그때 당신에게 주려했던 정보를 죽으면서 우리 원로들에게 보냈소.."
- "그럴수가"
얀은 팔케넌이 자신을 그토록 생각해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려왔다.
목숨을 걸고 잭의 죽음에 대해 조사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알려주려는 그 순간 죽음을 맞이했다. 얀은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눈을 계속해서 껌벅였다.
잠시,얀의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쟈코모가 입을 열었다.
"그가 우리에게 넘긴 자료요. 내가 말한 게 모두 그 안에 들어있소. 마지막장을펼쳐보시오.."
쟈코모의 말에 따라 얀은 자료의 끝부분을 펼쳐보았다.
『 얀에게
이 자료를 자네가 읽을때쯤 난 아마 이세상 사람이 아닐걸세 어쩌면 내일 자네를 만나는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걸세. 녀석들의 추격이 심해질수록 난 더 깊이 숨어버릴테니까.. 이 자료들을 살펴보고 또 살펴본 결과 한가지 결론을 내릴수 있었다네 지오가 하는 연구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이라는 것이네.
타 종족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호해야하는 책무를 가진 우리 재단에서 그렇게 공격적이고 위험한 실험을 한다는 것이 이상했네.
여러 가지를 조사해봤지만 그것들 모두 가공할 파워를 지닌 괴물을 만드는 실험이었네. 지오의 생각을 확실하게 알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그는 현실에만 안주할 친구가 아닌것같네 아마 무슨 큰 일을 저지를 거야.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네. 지오가 행했던 그 실험들. 물론 나도 한몫 한 것은 사실이네. 가오사이보그의 뒤를 이을 신무기로 쉐도우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으니까 그것이 지오의 의도인지도 모르고 말일세.. 만약 그 실험들이 모두 성공을 거둬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 강해진다고 생각해보게.. 아마 지오는 그 힘을 지배하고 싶었을걸세. 그 인간들을.. 그 모두를. 내가 우려했던 것은 지오가 전쟁을 일으키려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인간들을 지배하려한다는 사실이네.
T.T 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더 이상 알아볼수 없었네. 내겐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그들의 추격이 너무 집요했어. 자네 부인에 대한 것도 조사하고 싶었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네. 다만 자네 부인이 그들의 약점이 담긴 비밀을 보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밖엔 그들을 막아야하네. 그들의 야망을.. 그리고 실험에 대한 비밀을 풀어야하네. 자네에게 이 자료를 넘겨주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 자료는 원로원의 늙은 친구들에게 전달될걸세 아마 그 친구들이 내 글을 읽는다면 자네에게도 알리겠지 내가 믿는 유일한 친구니까팔케넌 드라이시스』
얀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자신에 대한 팔케넌의 믿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죽고 없었다. 얀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히 말했다.
"제기랄.. 그동안 난 무얼 했단 말인가."
-
"자책하지 마시오. 어쨌든. 내가 알려준 사실들은 모두 진실이오.
앞으로 그 어떤 것도 믿어서는 안되오. 지오의 후임으로 온 지크프리드역시 믿을만한 자가 아니오. 그들이 하는 모든 일들.. 유심히 지켜 봐야할거요."
"알겠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할거요?"
"우선 그 유전자 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조사해봐야겠습니다.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라는 것에 대해서는 쟈코모씨가 알아봐주십시오."
-
"걱정마시오. 이미 비밀리에 알아보고 있는 중이오."
"팔케넌님의 예상대로 전쟁은 일어나겠군요. 지오가 의도한것인지는 몰라도 마테리온이 전쟁론을 공포했으니까요"
-
"그렇소. 지오가 재단의 생각. 즉, 위대하신 분의 생각에 반하는 전쟁을 준비했을지는 알수 없지만 그의 의도대로 되어가고 있는것은 사실이오. 조만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겠지"
"어쨌든 많은 것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오늘부터는 바쁘게 지낼수 있겠군요.."
-
"하지만 절대 보안을 유지하시오. 당신의 생명뿐 아니라. 당신 가족들의 생명도 보장할수 없소. 그리고 우리 걱정일랑은 마시오.
우린 우리 목숨정도는 보호할 능력이 있으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조만간 또 연락 주십시오.."
- "그렇게 하겠소. 그럼"
쟈코모와 악수를 하며 헤어지려는 찰나 얀이 그를 붙들었다.
"아참!!! 한가지!!"
-
"말해보시오.."
"세느카 아이리스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습니까?"
-
"흠. 나도 그 점은 자세히 모르오. 그녀에 대한 모든 명령은 위대하신분이 직접 내린 것들이고 그 의도는 알수 없소. T.T 에서도 그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소."
"아 그렇군요."
-
"그녀가 세이렌에 납치된 사실은 알고 있소?"
"그렇습니다."
- "아마. 다신 볼수 없을지도 모르오"
""
-
"난 그만 가봐야겠소. 밝혀지는게 있으면 연락 주리다.."
"그럼 또 뵙도록 하죠.."
얀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쟈코모는 총총걸음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카페를 떠났다. 샹젤느 카페는 얀 혼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얀은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어디론가로 향했다. 티탄시 동남부 아케론 강으로 잭과 레이와 카인의 추억이 있는 그곳으로 이제 얀은 무언가를 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지금껏 풀리지 않았던 모든 의문점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하나씩 벗겨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