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55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55
[기가 슬렌더] -28- 지오 안티노스(밝혀지는 지오의 음모) -지오 안티노스(밝혀지는
지오의 음모......)-
라빌노스시에서 세느카의 흔적을 놓친것도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난 상태였다. 세느카가 세이렌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일 전의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코로니스 엘 드바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의 연락도 의외였지만 그 내용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미소년과 거한에 의해 납치된 줄로만 알았던 세느카가 세이렌들의 손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들과 전투를 치룬 코로니스마져 끝내 그들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일행들은 결국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코로니스는 세느카가 금단의 땅 5지역구에 있다는 증거를 내세웠기때문이었다. 그 증거는 세느카의 왼손속목에 넣은 추적장치였다.
코로니스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느카를 구하기 위해 세이렌의 본거지에 침입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자기 목숨따위는 상관없다고 끝까지 그녀를 구하겠다고 발버둥치는 카인을 막기 위해 다른 일행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세느카의 납치는 기정사실화 되었고 시간은 흘러 벌써 그녀가 납치된지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중앙지역구 티탄시의 위성도시인 카드모스마을에 운집한 그들은 여전히 침통한 표정을 짓고 고민하고 있었다.
카인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파인리히는 방 한쪽 구석에서 자고 있었다. 물론 그런 파인리히의 행동에 아크바레이나 얀은 다소 기분나빴지만 고민만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파인리히의 지론에 반박할수 없었다.
라케프는 뒷짐을 진채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짜증이 날만도 했지만 일행들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던 것이다.
거실에 앉아있는 얀과 아크바레이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미시케와 라이오네는 주방으로 향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그들은 열심히 고민하는 얀들에게 먹을 거라도 만들어주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미시케 언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
"글세.. 솔직히 우리가 무슨 도움이 되겠니.. 겨우 이 정도밖에는.."
미시케는 양손에 빵조각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라이오네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는 아크바레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때 거실에 앉아있던 얀이 입을 열었다.
"라케프씨,파인리히 더 이상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금단의 땅에 가서 그녀를 구출한다는 생각은 너무 터무니 없는 것입니다."
-
"맞구먼.. 우린 결국 한가지 결론밖에는 이끌어내지 못햐.."
그때 구석에서 자는줄로만 알았던 파인리히가 몸을 추스리며 말했다.
사실 그도 말은 그렇게 하고 자려했지만 쉬이 잠에 빠져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론은 결국 그녀를 포기하자는 것이겠군요."
- "나도 아무리 생각해봤지만 서도.. 그녀를 구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구먼"
"휴우 카인이 우리가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나올지"
- "아마 그 친구는 끝까지 그녀를 포기 하지 않을 것이네, 파인리히. 그는 그랬지 그때도.."
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무언가를 떠올렸다. 잭을 잃었을 때 사실 레이도 죽은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끝끝내 포기 하지 않은 카인이 있었기에 목숨은 건질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카인은 절대 세느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얀은 그렇게 느꼈다.
"그런 결론이 도출된 이상 전 더 이상 이곳에 머물수 없습니다."
파인리히의 단호한 말에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해졌다. 심지어 먹을 것을 준비하던 미시케와 라이오네마저도 거실로 나와 그의 말을 경청했다.
"사실 그녀와 카인을 만나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인간에 대한 순수함을 배웠고 카인의 강직함을 배웠습니다. 단지 그들과 유적을 조사하면서 내 잃어버린 과거를 찾고 싶었던 것 뿐..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싸움에 휘말려들고 싶지 않습니다."
파인리히가 고개를 떨구면서 그렇게 말하자 아크바레이가 일어서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건 말도 안돼!! 넌 지금 현실을 도피하려하고 있는거라구!!
그렇게 쉽게 말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그들의 친구야?"
-
"후훗 이봐 아크바레이. 네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는데? 우리랑 같이 보낸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은 네가 우리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러는거지?"
"뭐얏?"
-
"아크바레이!! 그만 앉거라!!"
얀의 호통에 아크바레이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얀은 파인리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사실 파인리히는 이 일에 전혀 무관한 사람이 아닌가. 그건 라케프나 미시케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붙잡아둔다는 것은 너무도 우스운 일이었다.
결심을 한 듯 얀이 주위를 주목시킨후 입을 열었다.
"파인리히의 말이 맞다.. 라케프씨 그리고 미시케양도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만나면 또 헤어지는법..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인리히?"
-
"전.. 제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세느카를 포기한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그녀를 다시 찾을수 있는 날이 온다면 반드시 그 자리에 여러분들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저 저도 파인리히를 따라가겠어요."
주위의 모든 시선이 미시케를 향했다. 미시케는 약간 붉으스레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파인리히에게 동의를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미시케의 눈빛에 다소 당황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나. 나도 이런 도시는 질색이구먼. 자네 나도 같이 가도 되겠는가?"
-
"라케프 할아버지!!"
"은둔 생활도 이젠 지쳐버렸응께.. 자네 기억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설라무네."
라케프는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세느카를 떠올렸다. 파인리히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가 기억을 찾는다는 말이 세느카와 비슷하게 느껴져 그를 돕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곤 그는 웃고 말았다. 지금 오래전 라케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소 천박하고 투박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을 세느카가 본다면 얼마나 비웃으며 무시했을까. 사실 라케프는 세느카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여간 의미 모를 웃음을 짓는 라케프에게 파인리히가 말했다.
"결코 순조로운 여행이 되지는 않을거에요.. 할아버지 괜찮으시겠어요?"
-
"음화화핫.. 난 웬만한 젊은 애들보다 훨씬 낳다고. 헤헷.
걱정은 말라니께.."
"좋습니다. 얀 박사님. 저희는 이렇게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파인리히의 말에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들임에 틀림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힘은 그다지 필요한것이 아니었다. 다만 카인이 없는 자리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라이오네는 며칠사이에 친해진 미시케와 헤어진다는 점이 서운했으나 그들의 갈길을 막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크바레이 역시 파인리히에게 화를 내긴 했지만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파인리히.. 꼭 과거를 되찾기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래."
-
"후훗 아크바레이. 넌 내가 인정한 유일한 녀석이다. 아마 카인도 너보단 한수 아래일거야. 잘 지내라."
아크바레이는 카인보다 뭐가 한수 위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사실 파인리히가 말한 뜻은 카인보다 더 간교해서 적에게 쉽사리 이용당하지는 않을거란 뜻이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떠나도록 하게. 파인리히."
-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렇게 해서 일행들은 얀,아크바레이,카인 과 파인리히,라케프, 미시케의 두 개의 파티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카인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술에 만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곤 파인리히들이 내일 떠난다는 사실에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결심히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는 말리지 않았다.
사실 파인리히를 처음 만났을때도 그를 구속하려고 하지 않았던 그였다. 다만 아쉬운 느낌은 지울수 없었다.
"걱정하지마! 카인 난 네 녀석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얍삽하니까."
-
"후훗 난 네가 무사할까봐 그게 걱정이다."
"푸하핫.. 와 카인 네가 그런 말도 하다니 제법 사회의 찌든때에 익숙해진것같은데??? 아니면 술탓인가? 하하핫.."
갑자기 카인이 파인리히를 끌어당겨 가벼운 포옹을 했다.
당황한 파인리히는 '이거 놔!!' 라고 소리쳤고 카인은 더욱 쎄게 끌어 안은 후에 그를 놔주었다. 파인리히의 볼이 붉게 상기되었고 카인은 나지막하니 말했다.
"꼭 기억을 되찾아라. 그게 아우로페에 대한 보답이다. 그리고 무사해라. 그건 나에 대한 우정이다.."
- "카인"
"후훗 녀석.. 분위기 잡는 네 표정은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가서 잠이나 자라."
-
"후훗 그래. 너도 언젠가 세느카를 꼭 찾길 바란다. 나도 그 자리에 같이 있고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넌 그녀를 찾길 바래"
파인리히와 가벼운 포옹을 한 카인은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는 말을 연신 되뇌이며 악수를 했다.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원자력 천공위성 원로원. 상당한 미모의 여성원로 기니비아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쟈코모와 루치펠이 들어왔다. 별로 말이 없던 쟈코모는 목례를 해보이고는 자리에 앉았고 루치펠은 들어오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굵은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세느카를 세이렌족에게 빼앗긴것같소.."
-
"흠.. 어디까지나 추측이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질줄이야.."
루치펠의 말에 기니비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세느카를 보호하라는 명령은 위대하신분의 직접적인 명령이었기에 그 임무가 실패한 지금 그들은 착찹함을 억누를수가 없었다.
사실 팔케넌에 의해서 지상으로 하달된 명령이기에 그들에게 그다지 큰 피해가 오지 않을 것은 당연했지만 왠지 팔케넌이 죽고 나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 자신들의 책임인양 생각되어졌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팔케넌과는 달리 지오는 세느카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게 이런 사태를 초래한것이라 생각되었다. 지오 역시 그 일에 충격을 먹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었다.
"세이렌족이 그녀를 납치했으니 이제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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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누구도 장담할수 없습니다. 기니비아. 왜냐면 아직 그녀의 능력이 도대체 뭔지 그 누구도 알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위대하신분조차도 그녀를 보호하라는 명령만 내렸지 그 이상의 것은 시킨 것이 없습니다."
"루치펠.. 그렇지만 그녀는 분명 중요한 인물임에 틀림이 없소 세이렌들과 헤켈들이 노리고 있었고 신기하게도 인간들중에 다른 세력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소.. 그녀의 힘이 뭔지는 몰라도 모두 그걸 노리고 있다는 것이오"
쟈코모의 말은 세느카를 빼앗긴데 대한 회의감이 드는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할수 있었겠는가 어느덧 지상의 일은 T.T에 의해 다뤄지기 시작하고 그 이후론 소외된 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후우 팔케넌이 살아있었더라면. "
기니비아의 목소리에는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있었다.
확실히 팔케넌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단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T.T 의 지오와 지크프리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종잡을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지크프리드는 애를 먹게 생겼소.."
- "후후훗. 무덤을 판게지요"
"사태의 추이를 관망합시다. 그리고 힘이 없는 우리에겐 힘을 얻을 필요가 있소"
- "맞습니다. 쟈코모의 말처럼 힘이 필요하오. 실질적인 힘이"
루치펠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속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미약해진 그들의 힘으론 T.T 를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발버둥은 쳐봐
야하지 않겠는가
한때 막강파워를 자랑하던 원로원의 늙은 원로들은 자신들의 주름살 수가 늘어가듯 지금껏 삶을 회상하며 잠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곤 더 이상 할 말들이 없는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 친구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합시다."
-
"T.T 엔 절대 모르게 해야합니다."
"그럼. 나중에 만나도록 합시다."
중앙지역구 -시 거대 종탑. 전지역구의회는 상당히 비밀스러운 모임이나 다름없었다. 그 의회는 여러지역구를 돌아가면서 치뤄졌는데 이번 차례는 중앙지역구였다. 하지만 어떤 시에서 하는지 언제 하는지에 대한 것은 일제 불문에 붙여졌다.
사실 전지역구의회만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실세들이 모이는 자리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정보가 인간들을 죽이려는 다른 종족들에게 알려진다면 아마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현재 인류를 다스리는 의원들이 모두 숙청당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류의 종말이 아닐까..
어쨌든 전지역구의회가 개최되는 날이었다. 11월 중순이었는데 중앙지역구는 완연한 겨울이었다. 쌀쌀한 날씨탓인지 의원들의 복장도 겨울패션이었다.
전지역구의회는 4개의 지역구. 즉,중앙지역구와 1,2,3지역구 의장들이 최고의원자격으로 참가하고 각각의 지역구에서 5명의 의원들이 의원자격으로 참가하는 회의였다.
중앙지역구에서는 마테리온이 최고의원자격으로 참석하고 에리네, 게류온,베아트리체,하일레노스,서에칸트가 의원자격으로 참가했다.
다른 지역구도 마찬가지 구조로 전지역구 의회에 참석했다.
전지역구의회에서는 각각의 지역구의회에서 상정된 안을 바탕으로 전지역구로 확대시켜서 시행할것인지 그 지역구안에서만 시행할것 인지를 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물론 이번 마테리온이 노리고 있던 것처럼 타 종족을 공격하자는 의견같은 것은 한 지역구만 찬성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전지역구의회에서 마테리온의 타종족불가침 규약 폐지론이 통과한다면 명실상부한 전쟁이 승인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전지역구의회를 만만히 볼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전쟁이 일어날시 가장 불이익을 보는 제2지역구의 시장들은 엄청난 반대를 할게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마테리온은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힘이 있었으며 다른 의원들을 누를 정보가 있었다.
거대한 종탑 꼭대기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미 20명의 평의원들과 4명의 최고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메운 상태였다.
종이 더 이상 울리지 않자 제1지역구의장인 쿼터드시의 알 부민 시장이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전지역구의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의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벌써 올해들어 3번째 맞는 의회입니다. 자 그럼.. 각각의 지역구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겠습니다."
알 부민 시장의 말이 끝나자 제2지역구 의장인 글랜시아시의 알레초시장이 말했다.
"제 2지역구의회를 통과한 안건은 통관절차의 통일화 방안입니다.
다른 지역구의 시로 들어갈 때 실시했던 복잡한 통관철차를 획일화하는 방안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책상위에 있는 서류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의원들은 각자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 서류에는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던 통관절차의 모순된 점들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안에 대해 아주 소상히 적혀있었다. 사실 그들도 다른 지역구를 방문할때마다 실시되는 여러 가지 잡다한 통관절차에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알레초최고의원이 제시한 안건은 무효표 2표를 제외한 전원 찬성으로 의회를 통과했다. 2지역구에서 나온 안건이 통과되자 알 부민 시장은 3지역구를 지목했다.
그러자 제 3지역구의장인 코라닌시 제리오네시장이 말했다.
"저희 지역구에서 통과한 안건은 광선형 돔 결계에 대한 안건입니다. 대도시들은 광선형 돔 결계의 설비를 완벽히 갖추고 있으며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다른 중,소도시들은 아예 광선형 돔 결계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부유한 대도시의 복지비를 다른 중소도시들에게 증여하여 그들의 방어력을 확충하는 방안입니다."
역시 제리오네 시장의 안건도 서류로 준비되어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 서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은 대도시의 시장들이기때문이다. 애써 자신들의 도시에서 모은 세금을 다른 도시로 내줄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굉장히 이기주의적인 생각이지만 그건 이런 사회에서 어쩔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리오네 시장이 주장한 복지론은 그러한 이기주의자적 성격에 물든 대도시 의원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3지역구에서 내놓은 안건은 3지역구 내에서만 시행되기로 결정되었다.
관광의 도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코라닌시의 시장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줄 아는 제리오네 시장이었기에 3지역구는 그나마 다행이 아닐수 없었다.
알 부민최고의원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저희 1지역구에서는 이번 지역구의회에서 아무런 안건도 통과되지 못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중앙지역구의회에서 통과한 안건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전지역구의회는 그다지 오래걸리는 회의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실력을 바탕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의원들이었기에 판단력이 결코 흐리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지역구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그들이었지만 때로는 인간적인 사고도 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늘의 전지역구의회도 이렇게 쉽사리 끝나는줄 알았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겠는가. 마지막 남은 중앙지역구의 안건이 모두를 뒤집어지게 만드는 사안일줄.......
거대한 원형튜브 안을 걷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탐스러운 붉은 머리색에 깡 말라 있는 그는 튜브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흙으로 뒤덮힌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1년간 근신 처분을 받은 그의 이름은 지오였다. 지구에 내려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근신처분때문인지 지구가 가끔 그리워졌다.
잠시 사색에 잠긴듯한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그리곤 걸음을 재촉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거대한 원자력 천공위성의 한 비밀스런 방 그 앞에서 그는 잘 아는 한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푸른색 머리에 다소 귀엽게 생겨 가끔 여자로 오인도 받는 지크프리드였다. 서로 아주 친한 사이였지만 반가워하는 표정은 지을수 없었다. 둘다 위대하신 분의 호출을 받고 이곳으로 달려온것이기 때문이다.
지오가 오른손으로 지크의 오른쪽 허릴 잡고서 왼손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지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비밀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으로 들어간 지크와 지오는 넓은 방 한가운데에 섰다. 그리곤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위대하신분 카안드리아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오,지크프리드. 너희들을 부른 이유를 알겠느냐?"
-
"그 그것은 세느카의 일때문입니다."
지크프리드가 다소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해도 그러지 못하였다. 그만큼 위대하신 분의 목소리는 압도적인 뭔가가 있었다.
"난 분명 세느카를 납치해서라도 데려오라고 시켰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녀가 세이렌들의 손에 떨어진것이냐?"
- "그. 그것은"
"변명은 필요없다!!! 너희들은 내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그녀가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누누히 말했었는데 너희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 할 말이 있으면 해보거라!!!"
-
"죄송합니다!!"
지오와 지크는 동시에 그렇게 외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둘다 세느카의 존재를 그다지 중요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었기에 그런 정도의 인간은 신경 쓸 가치를 못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카안드리아스가 이 정도까지 화를 내며 그녀를 걱정할줄은 몰랐다.
사실 카인들이 세느카를 찾아내면 그때 그들의 손에서 빼앗으려했던 것인데 어떻게 일이 엉키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봐야 변명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그들은 침묵을 지켰다.
"후우 이젠 그의 선택에 따라야하겠군. 조약을 먼저 파기한 것은 우리니까"
카안드리아스는 뭔가 자조적인 투의 말을 했다. 지오와 지크는 그가 누군지 조약이 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지오와 지크 자신들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후.. 너희들을 문책해봐야 이미 늦은 것을.. 지상의 상황은 어떤가?"
카안드리아스가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오와 지크는 최근들어 지상의 일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카안드리아스가 갑작스레 지상에 대한 일을 묻자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카안드리아스가 지상의 일을 물은 것은 팔케넌이 있던 시절의 얘기라서 그들은 무엇을 묻는것 인지 정확히 알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 이상 없이 평소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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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답을 원하는게 아니다. 현재 우리의 전투력은 어느정도이냐?
대규모 전쟁을 치를수 있겠는가?"
"최근 헤켈대전으로 인한 피해도 거의 다 복구된 상태이고 다른 도시들의 전투력도 최근들어 가장 강하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안보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될겁니다."
지오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사실 지오는 남들 몰래 여러도시들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 애써오고 있었다. 그래서 카안드리아스의 질문에 그렇게 자신있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군.. 만약 그가 조약을 파기하고 나온다면 우리도 당하고만 있을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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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 조약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후후훗. 약속은 지키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인가."
카안드리아스가 이상한 소릴 하자 지오와 지크는 서롤 바라보며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지오의 머리속에서 한가지 보고할 것이 생각났다. 지금이 카안드리아스에게 말할 절호의 기회인것같았다.
"카안드리아스님. 한가지 보고드릴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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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냐?"
"몇일전 전지역구의회에서 타종족불가침 규약 폐지론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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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앙지역구의장 마테리온 시장이 제시한 타종족불가침 규약 폐지론이 2/3 이상 찬성을 해야만 통과할수 있는 전지역구의회를 통과하였습니다."
-
"아니,도대체 우리가 심어놓은 의원들은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이냐?"
"그것이.."
지오가 잠시 머뭇거리자 지크프리드가 대신 대답했다.
"그들도 어쩔수 없는 증거를 댔다고 합니다. 그것도 우리 카안드리아스재단에서한 연구를 말입니다."
카안드리아스는 일이 묘하게 맞물려 진행된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가 타종족불가침 규약을 계속 이어나가려 했던 것도 그들과의 조약때문이 아닌가. 화를 낼법도 했지만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그 자신이 조약을 어기지 않았던가 이젠 자신의 힘으로도 그들과의 와해를 막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세월의 갭이 너무도 컸다.
"어쩔수 없다. 앞으로 군비를 증강하고 각 시들의 전투력을 강화해라! 그리고 전략적으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라!!"
-
"옛!! 알겠습니다."
지오와 지크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안드리아스는 더 이상 생각하기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나가보거라. 앞으로는 하루에 한 번씩 상황보고를 하도록 해라."
-
"예!"
지크와 지오가 빠져나가자 카안드리아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곤 우주가 내려다보이는 창으로 다가서서는 창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압도하는 그의 목소리에 비해 그의 얼굴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무리 성형수술이 발전해도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따라할수 없을 듯 보였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닌가. 그분의 바램대로 되어가는구나. 이럴줄 알았다면 먼저 그녀를 손에 넣는것이었는데.. 후훗. 과연 세이렌의 그는 어떠한 선택을 할것인지 궁금하군. 하하핫.'
카안드리아스는 웃고 있었지만 뭔가 엄청난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 잊고 지낸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것이 삶이라면 살 가치가 없는 삶이다..'
그의 눈에서 알수 없는 물방울이 흘러내려 손 등에 떨어졌다.
순간 감상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한 그는 그런 자신에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곤 마음을 굳힌 듯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진정 싸움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하하하핫."
그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지오와 지크프리드는 지오의 집무실로 돌아온 후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분께 꾸중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했다.
"후훗. 지오 네 계획대로 되고야 말았어"
-
"그래. 아마 마테리온 그 너구리는 자신이 재단을 엿먹이고 규약을 폐지시킨줄 알겠지?"
"후훗. 역시 넌 대단해 그런 정보를 마테리온에게 흘리다니."
-
"사실 그 정보는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야. 물론 설득력을 가질 만한 정보였지. 하지만 팔케넌이 파헤친거에 비하면 세발의 피도 안되는 양이야."
그랬다. 마테리온이 스파이로부터 얻은 재단의 정보는 지오가 일부러 흘린 것이었다. 사실 카안드리아스는 '무언가'에 얽매여 타종족불가침 규약을 정해놓고서 그것을 고수해왔었다. 그것이 늘 불만이던 지오는 이젠 막강해진 지역구의회의 힘을 빌어 그 규약을 폐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오가 카안드리아스보다 급진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분명 다른 종족을 누를 엄청난 힘을 가진 재단이 늘 방어적인 입장만 고수한다는 것이 이상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카안드리아스는 늘 때를 기다리며 참았고 지오는 그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카안드리아스 몰래 ADIP 계획을 진행시켜왔으며 도시들의 전투력을 증강시켜왔던 것이다.
지오가 흘린 정보를 마테리온이 유용하게 사용해서 지오의 의도 대로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아마 어쩔수 없이 2지역구는 폐쇄해야할거야. 그 쪽 시민들을 다른 지역구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마련해봐야겠어. 2:1로 편먹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지금 지형적 상태로는 우리가 너무 불리하거든?"
-
"그래 네 말이 맞아. 비옥한 3지역구를 내주는것보다 사람수도 훨씬 적은 2지역구를 내주는게 낳겠지. 어차피 중앙지역구의 동부지방은 사막지형이라 불필요한 곳이구"
"후훗. 2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엄청났을텐데 마테리온 그 너구리가 잘해냈군"
-
"그러게 말야.."
그들의 대화 그대로였다. 전쟁론을 주장하던 수많은 학자들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 반드시 이주계획을 들먹였다.
3파전 양상으로 가이 이상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카안드리아스는 늘 때를 기다리며 참았고 지오는 그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카안드리아스 몰래 ADIP 계획을 진행시켜왔으며 도시들의 전투력을 증강시켜왔던 것이다.
지오가 흘린 정보를 마테리온이 유용하게 사용해서 지오의 의도대로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아마 어쩔수 없이 2지역구는 폐쇄해야할거야. 그 쪽 시민들을 다른 지역구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마련해봐야겠어. 2:1로 편먹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지금 지형적 상태로는 우리가 너무 불리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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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 말이 맞아. 비옥한 3지역구를 내주는것보다 사람수도 훨씬 적은 2지역구를 내주는게 낳겠지. 어차피 중앙지역구의 동부지방은 사막지형이라 불필요한 곳이구"
"후훗. 2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엄청났을텐데 마테리온 그 너구리가 잘해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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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야.."
그들의 대화 그대로였다. 전쟁론을 주장하던 수많은 학자들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 반드시 이주계획을 들먹였다. 3파전 양상으로 가濚鳧?그정도로 그녀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녀에겐 잠재된 엄청난 힘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술이 마시고 싶어진 지오는 지크를 이끌고 천공위성 안에 존재하는 바(Bar)로 향했다..
다시 처음의 방으로 돌아온 세느카는 피곤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사실 세이타르가 천천히 걸어오긴 했어도 상당히 지쳐있었던 것이다.
다리를 두드리며 잠시 쓴 웃음을 지은 세느카는 자신이 오늘 한 경험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여러 유적을 탐사해본 그녀였지만 설마 세이렌의 신전을 가볼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아무나 할수 없는 것이기에 그 기억을 오래도록 저장해두고 싶은건 당연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세느카는 우스꽝스러운 큐탕 쿠 매지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신전안에서는 금기 때문에 웃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아무리 신의 모습과 똑같이 만들려고 애썼다지만 정말 그렇게 생겼을지는 의문이었다. 머리속에 집어넣으려고 애쓰던 세느카는 다시 한 번 웃었다.
'불멸의 존재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표절한게 틀림없어 후훗......'
문득 그 거대한 몸집의 얼음상을 떠올리자 어디선가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뛰어난 직관을 가진 그녀의 느낌이었기에 그냥 예사로이 지나칠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껏 어느 유적을 돌아봤어도 그런 모습을 가진 석상은 본적이 없다는것이 그 생각을 무마시키고 있다.
하지만 세느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잃어버린 기억.
그 기억 속의 유적,펠로포타미아 문명의 석상도 그런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지나친 것이다. 사실 그녀가 브레인 특수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전공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돌아다닌 유적들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거나 신전이 파괴된 유적들이었다. 그리고 역사가 짧은 유적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자신이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세이렌의 신의 상을 봤다는 것)를 장식했다는 것이 기뻤다. 다리의 통증도 서서히 가셔가고 기분도 좋아지고 있었다. 납치된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우스웠다. 그러자 뇌리속에 '카인'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카인 포스 오너들에게 납치되기 직전에 자신에게 달려와서 자신이 누군지 못알아보겠냐고 다그쳤던 그 사내.. 세느카는 그 사내가 카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주욱 해오던 차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막연한 것을 확실하다고 단정짓지 않는 것은 과학자의 기본이다. 그녀는 천상 과학자였다.
그렇게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드르륵, 이라는 의성어가 더 어울릴 법한 문이었지만 언제나 세느카를 놀래키려는 듯 '쿵' 소릴 내면서 열렸다.
혼자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던 세느카로서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운드 효과가 그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 놀란입을 다물지 못한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비명도 지를 법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문 앞에 서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인간!! 세느카는 묘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사람을 보고 더욱 놀랐던 것이다. 사람이 같은 사람을 보고 놀란다는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세이렌의 세계에서 사람을 보았으니 어쩌면 그다지 우스운 일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미소를 보고 다소 마음을 진정시킨 세느카는 벌어진 입을 다물기부터 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 사람을 보고 세느카도 천천히 일어섰다. 순간 그 사람이 세이렌족을 방문한 첫 번째 방문객이자 세느카가 입고 있는 옷을 만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한건가?
어쨌든 천천히 다가오던 그 사람에게 주눅이 들었는지 세느카는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 사람은 경계심을 풀어주려는 듯 말했다.
"겁먹지 말아요. 세느카! 전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인간의 입에서 인간어가 나오는게 당연한 논리지만 세느카는 세이타르가 인간어를 사용했을때보다 더 흠짓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에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었다.
다소 진정한 세느카가 상대를 보고 말했다.
"당신이. 이곳에 온 첫 번째 방문객이군요."
-
"호호호.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사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이곳에 왔을때부터.. 세이타르의 허락을 받은 것은 바로 오늘이었죠."
"네에.."
-
"전 이카루스 이반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 저는 세느카 아이리스라고 합니다."
세느카는 다소 어색한 말투로 답변했다. 사실 그리 두려워할필요가 없는데도 세느카는 너무 조심하는것같았다. 이카루스가 조용히 웃으면서 앉기를 권했다.
"당신은 그들에게 납치되었나요?"
-
"네?"
이카루스의 질문에 세느카는 자신에 대해 그녀가 많이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카루스가 자신을 납치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 역시 납치되었기때문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신도 납치된거군요?"
-
"호홋. 맞아요 저도 납치 되었죠 이상한 약에 중독되어서 정신이 없을 때 그들에게 납치되었죠. 하지만 왜 날 납치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몰라요 재단일 때문인것같기도 하고.. 아닌것같기도 하고"
"재단이요?"
- "카안드리아스 재단이요.. 거기서 일했었거든요 "
"아. 그 재단은 저도 잘 알죠 대학 다니던 시절에 그 재단에서 일하는게 꿈이었거든요.."
세느카는 대학시절 이후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 듯 했다.
자신이 카안드리아스 재단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일한 기억조차도
기억하지 못했으니
세느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카루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냥 스쳐지나가던 세느카의 눈에 뭔가 확 띄이는 것이 있었다.
검은 눈동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몇만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는 희귀한 종자였다. 사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세느카 자신이 더욱 희귀한 사람이지만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던 그녀에겐 놀라움이었다. 지금 상태로 그녀와 자신과의 공통점은 오로지 검은 눈동자라는 점 하나였다.
"호호홋.. 제 검은 눈동자가 그렇게 신기한가요? 당신에 비하면 전 별로 신기하지 않은것같은데요."
-
"앗.. 어떻게 알았어요?"
"전 포스 오너에요.. 생각을 완벽하게 읽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볼수 있죠.."
-
"아.. 독심술이군요."
"그 정도 까지는 아니구요. 저도 사실 많이 놀랬어요. 예상은 했지만 당신과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처음 이거든요.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학계에 보고가 된다면 실험대상이 될지도 모를정도로 위대한 발견이죠"
이카루스가 다소 과장되게 세느카의 특이점을 말하자 세느카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껏 그 특이함 때문에 얼마나 많은 놀림과 손가락질을 받았던가. 그렇지만 존심이 강한 그녀라 결코 염색을 하거나 렌즈를 끼지 않았다.
"호홋.. 절대 놀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당신이 날 신기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뿐이죠."
-
"네. 그런데 이곳에 있으면서 뭐하고 지냈어요?"
"흠. 그냥 이것 저것. 저들은 날 별로 신경쓰지 않는것같아요..
나에게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다만 내가 필요한 것을 말하면 도와주죠. 난 그것을 가지고 그냥 이것저것 만들고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말 지루한 나날이에요 심심하다고나 할까요?"
-
"그럴것같네요.."
"하지만 다행이에요. 죽기전에는 사람을 볼수 없을거라 믿었는데 다시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 "저도 마찬가지에요"
밝고 쾌활하게만 보이던 이카루스가 순간 고개를 떨구었다. 숙인 얼굴의 굴곡을 따라 눈물이 한방울 선을 그렸다.
그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약간 놀랐지만 세느카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 것같았다. 밝고 활달하고 웃음이 많아 보였던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알수 없는 슬픔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으랴 이카루스는 세느카를 보자 남편인 얀의 생각에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런 자신에게 세느카는 천천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듯한 이카루스가 막 납치되어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다.
"힘내요. 언젠가 이곳에서 빠져나갈수 있는 날이 올거에요."
-
"그렇겠죠?"
"네.. 물론이죠.."
세느카는 자신이 이런 약속을 서슴없이 해도 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 인간으로써 다른 한 인간을 위로해주는 것이 중요할뿐이다.
"이곳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억지로 웃으며 대담한 척 한 것은 그만큼 이곳에 적응이 되었다는 뜻이죠.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도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요."
세느카는 이카루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아마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 온 것은 그들의 정치적 재물로 삼으려는 의도일거에요"
-
"정치적 재물?"
"지금 이곳은 기솔라벨카 호우겐이라는 지도자를 핵심으로 세력이 밀집된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은것처럼 그를 견제하려는 사람들도 많죠."
- "흠 그런데 왜 제가"
"세이렌의 전설중에는 이런 것이 하나 있어요.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돌고 그 위치가 변함이 판이라.' 여기서 판이란 1이란 뜻이죠. '판이 변하여 퓨엔이 되고 퓨엔이 변하여 센이 된다.' 퓨엔은 2이고 센은 3이에요. '변했던 위치가 다시 판으로 돌이켜지나니 그 세월의 돌을 막을 자 누구인가.. 퓨엔이 젠을 등에 업을시에 검은 돌을 가진인간 너희 앞에 서리니.' 젠은 10이란 뜻이에요 '퓨엔은 판으로 센도 판으로 합쳐지나니 세월의 검은 돌과 함께 서있는 자 큐탕 쿠 매지그를 멸하리라.' 둘이 하나로 셋도 하나로 합쳐지고 불멸의 존재를 멸한다는 뜻이죠."
-
"무슨 뜻인지 영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인간이란 말은 당신을 뜻하는 것같아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세력을 하나로 통합할수 있다는 뜻같구요.. 기솔라벨카가 원하는게 그게 아닐까 해요."
-
"하지만 큐탕 쿠 매지그는 그들의 신 아닌가요? 그들의 신을 멸한다는 전설을 지키겠다는 건가요?"
"그건 나도 모르죠."
세느카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이카루스의 말은 그다지 신빙성을 느낄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카루스가 이 세이렌 세계에 와서 얻은 수확이라곤 그런것들뿐이었다.
기솔라벨카 라는 걸출한 인물을 바탕으로 하나로 뭉쳐져 있을줄 알았던 세이렌족은 묘하게도 완벽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솔라벨카는 모두의 힘을 하나로 만들어 다른 종족을 공격하기 위해 세느카를 납치하려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적 근거와 믿기 힘든 전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이카루스의 추측일뿐이다.
하지만 세이렌들이 기형적으로 전설을 많이 믿는다는 점과 - 그래서인지 소서렌이라는 개체는 전설에 등장하는 생명체를 소환해내는 능력을 가졌다-기솔라벨카가 생각하는 세느카의 존재성과 묘한 연관관계가 있음을 부인할수 없었다.
"정치적 재물이라면??"
-
"아마 기솔라벨카는 당신을 그 세월의 검은돌을 가진 인간이라고 부르짖겠죠 그리고나서 자신만이 세이렌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겠죠"
"잠깐. 어째서 제가 그 세월의 검은돌을 가진 인간이죠?"
-
"이건 당신의 모습을 보고 느낀거에요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그리고 전설에 나와있듯이 퓨엔이 젠을 등에 업었을때라는것은 2의 10제곱을 뜻하는거라 생각했죠 1024라는 숫자 뭔가 기억나는거 없어요?"
". 마 말도 안돼"
- "맞아요.. 당신의 생일이죠.. 10월 24일"
"아니 내 생일을 어떻게????"
-
"세이타르에게서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
"기솔라벨카는 오래전부터 당신의 존재를 쫓았어요. 그 전설의 비밀을 푸는데 엄청난 세월을 보냈죠. 그리고 당신을 발견한거에요..
10월 24일날 태어난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지닌 당신을.."
"그 그건 단순한 우연일 뿐이에요. 우연이라구요.."
-
"운명이라 생각할수도 있겠죠.."
세느카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이카루스라는 이 여자가 누구길래 이런 것을 아는 것이며 자신이 정말 그 전설에 등장하는 존재인지 아닌지.. 믿을수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거죠?"
-
"글세요 적어도 당신을 해치거나 하지는 않을거에요 당신의 존재는 그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되니까요 아마 기솔라벨카는 자신들의 세력에 반하는 자들을 당신의 이름으로 제거하겠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 그래서 정치적 재물이란 말을 했군요"
-
"그래요. 이곳에 와서 느낀것이지만 어떤 종족이든 마찬가지였어요 모두들 속물이죠. 자기밖에 모르는.. 세이렌도 예외일수 없어요. 당신을 이용해서 힘을 규합한후 타 종족을 정벌하려고 할거에요.."
"그런 터무니 없는"
-
"후우.. 신화나 전설을 사실이라고 믿는 자들이에요 실제로 있지도 않는 큐탕 쿠 매지그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니까요"
세느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헤켈과 인간 모두 자신을 납치하려 한것인가.. 그들에게도 똑같은 전설이 존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해도 그런 허황된 전설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카루스는 다소 힘들어하는 세느카에게 말했다.
"당신은.. 너무 맑은 심성을 가지고 있어요.. 난 느껴져요. 어쩌면 그게 진정한 힘일지도 모르죠. 난 이곳에 머물면서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려왔죠. 어쩌면 날 납치한 것도 당신을 맞을 준비를하기 위해 그런것일지도 몰라요."
-
"그건 또 무슨 소린가요?"
"처음 납치되었을땐 내가 재단에서 알아낸 비밀이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였기 때문에 날 납치한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을 알아낸 후에도 날 보내주지 않았죠.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서.. 그리고 오늘까지 이곳에서 살아왔죠 오늘 그들이 당신을 만나게 해준 것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내 생각일뿐이지만."
- ""
"그만 쉬어요. 아마 세이타르가 그에게 데리고 갈거에요 언제 갈지는 모르지만.. 또 봐요."
-
"이카루스!! 어디가요?"
"당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어요. 세이타르에게 겨우 부탁해서 만난거죠.. 이제 시간이 되었어요. 그만 가도록 할게요"
-
"이카루스!! 이카루스!!"
세느카는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그녀의 미묘한 눈빛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문은 냉정하게 닫히고 말았다.
'세월의 검은돌? 말도 안돼.'
이카루스의 재단에 대한 정보는 기솔라벨카의 손에 들어갔다. 기솔라벨카는 인간들이 자신들과 헤켈들의 유전자를 인간의 몸에 이식시키는 천인공로할 실험을 자행한다는 사실에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힘이 분산되어있는 상태로 그들을 공격하기란 수월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느카의 존재를 철저하게 찾아다녔던 것이다.
기솔라벨카 렘노스 최상층에서 그는 정좌해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신을 부르는 의식을 진행했다. 세이렌어로 된 주문은 쉴새 없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고 어느 순간 조용해진 실내는 알수 없는 안개들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큐탕 쿠 매지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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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겐 드디어 그녀를 데리고 왔구나."
"아니!! 그 사실을 어떻게"
-
"후후후..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기솔라벨카는 정좌한 자세로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의 주위에는 그 어떤 기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멸의 존재는 분명 근처에 있었다. 신이면서도 신이 아닌것같은 그런 존재.. 기솔라벨카가 그를 추종하면서도 결코 넘어설수 없는 벽은 아닐거란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불멸의 존재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기솔라벨카에게 다가섰다. 그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저은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분이 말한 예언이 틀린것이길 바랬는데.."
-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후후. 아니다."
불멸의 존재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이카루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의 그가 조약을 어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쟁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지.. 그분의 예언을 전설로 만든 것은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 힘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 달리 보면 위험한 일일지도 모르지.'
"호우겐.. 휘페리언의 동태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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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수중에 세월의 검은돌을 가진 인간이 들어온 후로 상당히 초조해보였습니다."
"후훗. 다행이군.. 휘페리언을 통합할때가 왔다. 그렇게 되면 힘을 얻게 된다. 인간들을 공격할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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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불멸의 존재는 천천히 안개를 몰고 사라져갔다. 그의 표정에는 뭔가 불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표출되고 있었다.
'어째서 조약을 파기한 것인가 어째서.. 결국 우리의 운명은 그분의 예언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불멸의 존재와 더불어 안개가 사라지자 기솔라벨카는 긴 한숨을 토했다. 세느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것은 불멸의 존재가 세느카를 별로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다.
사실 전설에서도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 인간이 불멸의 존재를 멸한다고 되어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지 모른다.
어쨌든 기솔라벨카는 명분을 얻었고 휘페리언을 수하로 두는 일만 남았다. 그로서는 7대사제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휘페리언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것과 다름 없었다.
'세느카 그녀가 우리가 원하는 세월의 검은돌을 가진인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한 가치를 가진 존재다. 후훗.. 어째서 헤켈들과 인간들이 그녀를 노린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내 손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