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48화 (48/120)

제 목: 5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52

[기가 슬렌더] -26- 세이타르 쿼르라(7대사제의 위력....) (2) 세느카는 세이타르들이 약간은 외진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 인적이 드물고 건물도 거의 없는 외곽지역이 틀림없었다. 워낙 선한 인상의 세이타르였기에 세느카는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었는데 점차 의혹이 증가했다.

참다 못한 세느카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곳이 CPD 로 향하는 길 맞나요?"

-

"그럼요. 워낙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만 도심부에서 벗어나도 이런 풍경인걸요?"

"아 그렇군요. 근데 아직 멀었나요?"

-

"아뇨. 거의 다 왔어요 한 5분정도만 더 가면 돼요."

세이타르의 말에 세느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안심하는 세느카를 보던 세이타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의 계획대로 쉽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도하는 표정의 세느카가 갑자기 뒤로 돌아 달려가는게 아닌가.. 죽을 힘을 다해 뛰는 걸 봐선 도망치는게틀림없었다.

"세느카!! 어째서!!"

세이타르의 부름에 세느카는 쳐다보지도 않고 달렸다. 사태를 금새 파악한 플루토스가 엄청난 스피드로 세느카를 쫓았다. 둘의 차이는 단 몇초만에 10미터 이내로 줄었고 또 몇초 지나지 않아 플루토스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이거 놔!!! 도와주세요!!! 웁 우읍."

플루토스의 억센 손이 세느카의 작고 탐스러운 입을 가로막았다.

세느카는 숨이 막히는지 발버둥쳤다. 하지만 완력으로 플루토스를 당해낸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세이타르와 루카누스,파리나타가 천천히 다가왔다. 세이타르는 불신의 눈길을 세느카에게 보내면서 물었다.

"어째서 도망친거죠?"

-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죠? 날 어디로 데려가려하는건가요?"

"정말 신기한 노릇이군요어떻게 우리가 나쁜 사람이란걸 알아냈나요?"

-

"말하지 않겠어요!"

사실 세느카는 세이타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치곤 선한 인상이라 믿어보기로 했던 그녀였지만 그들의 행동과 말을 들어보면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뭐랄까..

그들은 인간같지가 않았다. 대화도 단답형의 지극히 단조로운 것들이었고 움직이는것도 보통 사람들과 뭔가 다르게 어색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려려니 하던 세느카였다.

하지만 세이타르가 '조금만 도심부를 벗어나도 이런 풍경'라고 했을 때 그녀는 그들이 결코 좋은 의도를 가진 자들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CPD 는 어느 도시에서나 도심부에 위치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도심부를 벗어나 외곽으로 향한다는 것은 그가 길을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숨겨진 의도가 있기에 그렇게 했으리란 추측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이타르의 미묘한 웃음. 세느카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몰라도 두려움속에서도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연기에 세이타르가 넘어갔던 것이다. 그 웃음은 결코 웃어넘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뭔가 사기(邪氣)가 흐르고 있었다고나 할까.

지금껏 세느카를 노리고 덤볐던 다른 녀석들과는 뭔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녀 자신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세느카는 모험을 해본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건장한 청년들이라 해도 먼저 도망친다면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세느카는 자연을 좋아했기에 자연과 더불어 산책하는것이나 조깅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의 체력은 웬만한 남성보다 뛰어났다.

달리기라면 어느 정도 자신있던 세느카가 이토록 빨리 붙잡힐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생각보다 그 청년들의 체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사실 그들이 세이렌이란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다시 그들에게 붙잡힌 세느카는 뭔가 강렬한 그리움이 마음속을 휘젓고 있었다. 아마도 스쳐지나갔던 카인에 대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흠. 꽤나 영리한 계집이군 이젠 무력으로 끌고 가는 수밖에."

-

"그렇게 하도록 하죠. 플루토스."

"세이타르 조금만 더 가면 언더 플레인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그곳까지만 루카누스의 환각을 사용하도록 합시다."

-

"쳇 또 나군. 알았어. 그녀나 잘 데리고 가라구. 내가 환각을 사용해 이목을 속일테니.."

"그럼 가도록 합시다. 이미 예상했었던 일이니."

세이타르가 앞장서자 플루토스가 세느카를 끌고 뒤따랐다.

루카누스가 환각을 사용하자 세느카의 모습은 아까처럼 미모의 여성으로 둔갑해있었다. 그 뒤를 파리나타가 주변을 살피며 쫓아왔다.

라빌노스시로 통하는 입구 라빌노스시는 다른 도시보다 종족 식별 장치라던가 광선형 돔 결계가 상당히 열세였기 때문에 가동하는둥 마는둥했다. 위에서 조사를 나온다거나 의회에서 검열을 한다던가 할 때만 작동시키는 식이었으니..

그 입구를 통해 4명의 청년과 한명의 여성이 걸어나왔다. 누가 보아도 그들은 관광객이나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는 여행자로 봤을 것이다. 그렇게 루카누스의 환각은 절묘하고도 뛰어났다.

사물 하나하나의 모습을 생각하여 창출해낸다는 것은 뛰어난 미적감각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개개인의 얼굴 모양이며 머리색,손가락 마디 마디의 모양..

이런것들을 모두 머리속에서 상상할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환각이란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구사할수록 힘든 것이 된다.

그들을 지나치던 사람들은 모두들 그들의 준미한 용모에 다시 한 번 쳐다보곤 했다. 특히 가운데 여성은 4명의 건장한 청년들에 둘러싸인 한 마리 봉황같았다.

코로니스 역시 그녀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뇌쇄적인 미를 물씬 풍기는 그녀를 한 번 안아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내 업무에 열중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세느카였지 몸매 좋은 여성이 아니었다.

적들과의 일전을 준비하던 제이드는 더 이상 염을 이용해 적을 염탐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힘을 아껴두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코로니스와 마찬가지로 시밖으로 향하는 자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그 역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그랜드 포스 오너라도 루카누스의 환각을 눈만으론 발견해낼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코로니스가 당황한 낯빛으로 말했다.

"이봐 제이드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 계기대로라면 그녀는 우리 앞에 있어야하잖아?"

코로니스는 세느카의 손목안에다가 부착시킨 추적기 추적장치의 계기판을 보고 있었다. 분명 그들의 앞에 그녀가 있다는 표시였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세느카의 모습이 없었다. 제이드는 의혹의 눈초리로 코로니스에게 물었다.

"틀림없이 저 여자는 아니라고 했지?"

-

"저 환상적인 몸매? 아니야.. 그녀는 분명 지적인 아름다움과 청순미를 가진 여자긴했지만.. 저정도 몸매는 아니었다구..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지 헤헷.."

"하지만 이곳에 여자라곤 저 여자 뿐이잖아.. 뭔가 수상하군."

-

"흠.. 설마. 그 사이 성형수술이라도 했을라구?"

"성형수술이라 비슷한걸 할수 있지 잘 봐.."

제이드는 오른손에 들려있던 필터를 왼손으로 감췄다가 폈다.

그러자 필터는 사라져있고 MTM 이 들려있었다. 코로니스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어줍짢은 마술은 그만둬.."

-

"후훗 이건 마술이 아니라 환술이야!"

"환술??"

-

"그래.. 잘 봐.."

제이드가 MTM 을 약간 비껴들자 다시 원래의 필터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코로니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조명을 이용한것이지.. 조명의 조광도와 색비율만 조절할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바꿀수 있어.. 물론 난 기초적인것밖엔 하지 못해"

-

"그.. 그렇다면 저 여자도 환술이란 말이야?"

"글세.. 내가 알기론 정지한 물체만 환술이 가능해. 지뢰나 부비트랩같은 경우 환술을 자주 사용해서 적의 이목을 속이지. 하지만 저렇게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해."

- "하지만"

"그래 하지만. 세이렌들이라면 가능할수도 있겠지. 인간에게는 포스오너가 있는것처럼 그들에게도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제이드의 말에 코로니스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지금껏 다른 종족과 여러번 부딪혀본 코로니스였다. 단한번도 져본적이 없는 그였기에 타 종족을 상당히 얕잡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 쥬데카와 일전에서 얻은 충격 때문에 지금은 다른 종족들을 인정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수상해 아무래도 저 녀석들중 환술을 극치까지 사용할수 있는 녀석이 있는듯해"

-

"흠. 어쩌지? 이대로 둘수는 없잖아. 점점 세느카의 반응이 멀어지고 있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어!"

"후훗. 즐거운 시간이 되겠군"

제이드의 입에서는 분명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했다. 코로니스는 재빨리 다른 가오그 탑승자들을 준비시켰다. 그 역시 가오그에 탈 준비를 끝마췄다.

호크에서 내린 코로니스와 제이드는 서둘러 지나간 청년들과 여성을 뒤쫓았다. 그들보다 빠른 걸음이었기에 금새 그들의 뒤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른 가오그 탑승자들은 수송선에 있는 가오그에 탑승한 상태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뒤에 심상치 않은 녀석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진작에 눈치챘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도발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하게 움직일순 없었다. 초조한 것은 그들일거란 생각에 시간을 끌던 중이었다.

역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봐요 세이렌 양반들.. 그만 세느카를 돌려주시죠."

코로니스 특유의 비아냥 존댓말이었다. 세이타르는 그의 말을 듣고 예상한 듯 웃으면서 인간어로 말했다.

"그럴수는 없다. 그녀는 우리가 데려가도록 하겠다."

-

"후훗 우리도 그냥 보내줄수는 없습니다."

"정 그렇다면 무력으로라도 빼앗아보시지."

-

"후훗. 갈수록 재밌어지는군요.. 나와랏!!"

코로니스의 명령에 가오그 3대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세이타르일행들은 갑자기 등장한 가오사이보그에 약간은 놀란 눈치였다.

파리나타만이 역시 라는 표정을 지었다. 두명이서 세이렌 4개체에게 덤비는 것은 무모한것임을 잘아는 그는 뒤에 적들이 더 있을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세느카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청년 4명을 상대로 가오사이보그 3대라니 아무리 청년들의 체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가오그를 상대로 4:1 도 불리했다. 하지만 그들은 버젓이 상대를 깔보고 있지 않은가.

"더이상 실체를 숨기지 말아주십시오.. 어차피 추하게 태어난 얼굴.

감춰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 "후훗.. 입은 살았구나"

루카누스가 고소를 머금고 환각을 풀었다. 그러자 세이렌 4개체의 모습이 똑똑히 드러났다. 가장 건장한 체격에 플루토스는 금속으로 된 두 팔을 가지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진 루카누스는 연신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무표정한 파리나타는 초점없는 눈으로 코로니스를 응시하고 있었고 세이타르는 전투 자세를 취하며 그의 금속으로 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날카로운 손톱이 광기를 발했다.

세느카는 그들의 실체를 보자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몰려왔다.

뭔가.. 그녀의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이타르에 대한 기억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기억못하는 것이었지만 기억의 아득한 저편에서는 그것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세느카가 두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자 세이타르는 그녀를 데리고 뒤쪽으로 비켜섰다. 그런 세이타르를 향해 파리나타가 인간어로 말했다.

"우리 걱정은 마십시오.. 최대한 빨리 해치우도록 하겠습니다."

파리나타의 말에 세이타르가 빙긋 웃었다. 마치 적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에 코로니스는 다소 긴장하는 듯 했다. 제이드 역시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환술을 그토록 쉽사리 사용할 상대라면 쉽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어느게 진짜인지 구별이 안갈테니 말이다.

"제이드 3개체라면 상대할만 하겠지?"

-

"후훗 4개체라도 상대할수 있어!"

"좋아. 네 그 무모함이 마음에 든다.."

코로니스가 한발짝 뒤로 물러서자 가오그 세대가 동시에 세이렌들을 향해 돌진했다. 사실 가오사이보그 한 대의 능력은 일반 세이렌 한 개체의 능력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탑승자들은 엄청난 검술의 달인들!! 그들은 종족차별주의자들중에서도 특별히 엄선된.

마테리온 쥬 고어의 친위대나 다름없었다. 사실 얀이 티탄시에서 가오그 탑승자 모집을 했을 때 종족차별주의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더 많은 보수와 직책이 그들을 기다렸던 것이다. 즉,마테리온이 선수를 친것이었다.

가오그 3대가 동시에 돌진해오자 플루토스가 재빠르게 응수했다.

그의 팔은 어느새 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첫 번째 가오그의 T-blade 와 한차례 격돌한후 두 번때 세 번째 가오그에게 둘러싸였다. 하지만 그의 빠른 움직임에 가오그들의 공격은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다.

놀라움!!! 코로니스는 탑승자들의 실력을 잘 알았기에 그들 셋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플루토스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그는 급히 수송선에서 자신의 가오그에 탑승하여 전장에 참가했다.

파리나타를 향해 제이드의 공기입자 공격이 시전되고 있었다.

그랜드 포스 오너의 공기 입자 공격은 공기분자 사이사이의 인력을 끊고 얻어진 가공할 에너지의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격인데다가 어떠한 방패도 무용지물이었다. 파리나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이 지금껏 어떤 포스 오너가 사용한 공격보다 강력한 것임을 알고 적이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수차례 전투를 통해 포스 오너들의 실력을 대충 간파하고 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이런 두려움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당할 파리나타가 아니었다. 그 역시 7대 사제중 한 명이 아니던가..

'분명 강력한 공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입자공격은 전에도 당해봤던 공격이다. 그 입자를 조종하는 시전자를 괴롭히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파리나타는 제이드의 공격방법을 보는 순간 이미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어느새 반응해서 이미 공격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트라키아!!!"

파리나타의 외침에 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왔다.

사자의 몸에 소의 머리 그리고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전설 속의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제이드의 입자공격을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우회하여 날아갔다. 어찌나 그 스피드가 빠르던지 입자공격이 파리나타를 향해 달려오는 속도를 능가했다. 자연히 제이드에게 먼저 도달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제이드는 세이렌의 공격중에 이런 공격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루카누스의 환각도 그랬지만 오늘은 세이렌들에 대해 조금더 알게 된 날이었다.

엄청난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드는 괴물에 질릴만도 했지만 제이드는 보통 포스 오너가 아니었다. 아니, 그 스스로는 그랜드 포스 오너를 능가하는 존재라고 자부하지 않았던가 제이드는 우선 공격하던 입자를 멈추었다. 한꺼번에 여러곳에 포스를 집중하기는 그 역시 곤란했다. 그래서 공격을 멈추어 같이 죽는 것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공기들을 급속도로 분해했다.

엄청난 파워가 순식간에 응집되자 공기분자들은 빠르게 분해되며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그 열기로 인해 제이드의 주변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트라키아는 맹수같은 입을 쩌억 벌리고 머리에 달린 뿔을 이용해 제이드를 공격하려했다. 하지만 제이드의 앞에 가로막혀있는 무형의 입자들을 보지 못했다.

"끼아아아으으"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게 트라키아는 사라졌다. 마치 온몸이 갈가리 찢겨져버리는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크리에이쳐(Creature)가 허무하게 죽어 사라지자 파리나타의 얼굴엔 약간의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제 전투는 시작된 것이었다.

코로니스는 홀로 남아있던 환술의 대가인 루카누스를 향해 검을 들이댔다. 루카누스는 환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을 가졌지 결코 전사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코로니스의 검이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코로니스의 검이 루카누스의 어깨를 정확히 베고 내려졌다.

'됐다!!!'

루카누스의 어깨부터 복부까지 검에 찢겨진 살들이 너덜너덜 붙어있었고 방대한 양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로니스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검을 빼어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검이 너무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부드러운 살결과 뼈를 가진 어린아이를 잘라도 아니 두부를 썬다해도 이것보다 잘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였다. 코로니스의 가오그 왼쪽에서 거대한 바위가 날아오고 있지 않은가??

코로니스는 섬뜩한 느낌에 그만 뒤로 주저 앉고 말았다. 거대한 바위는 코로니스의 가오그를 깔고 뭉겠다. 엄청난 중압감에 코로니스의 가오그가 심하게 뭉그러지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도대체.."

코로니스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에 의해 점차 몸의 신경들이 둔해짐을 느꼈다. 바위는 아무리 들려해도 들리지 않았다. 바위의 크기가 굉장히 크긴했지만 가오그가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풀칠을 한것처럼 가오그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으윽. 무슨.. 가위에 눌린것같다.. 앗!!! 가위!!!!'

코로니스는 분명 영특한 자임에 틀림없었다. 그의 무학 역시 그의 뛰어난 두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머리 좋지 못한자는 싸움에서도 이길수 없다.

코로니스에게 갑자기 생각난 것은 제이드가 말했던 환술이었다.

환술이란 것은 가짜다. 하지만 그 가짜를 믿어버리면 진짜보다도 더 진짜같은 것이 환술이다. 지금 자신은 환술을 믿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는 것은 자신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엄청난 심리적 중압감 때문에 벗어날 수 없을뻔했던 환술에서 코로니스는 논리적인 생각으로 파해해낸 것이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코로니스는 천천히 일어설수 있었다.

그를 짓누르던 바위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마치 득도한 사람처럼 코로니스는 싸늘하게 루카누스를 바라보았다.

루카누스의 몸은 멀쩡했다. 그것 역시 환술이었던 것이다.

루카누스는 코로니스가 환각에 당하는 듯 보이다 다시 일어선것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사실 환각은 당하는게 어렵지 한 번 당하면 그걸로 끝인게 환각이었다.

한 번 빠져들면 도저히 빠져나올수 없는 것이다. 심리적 압박감은 공포가 되어 다시 그를 압박하고 그 부담감은 그의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이게 순환되면 결국 두려움에 사로잡힌채 기가 말라 죽고 마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의 경우 루카누스의 환각을 어느 정도 이상만 구사한다면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도 죽일수 있는 무서운 기술이었다.

물론 정신수양이 높은 자들에겐 아예 통하지 않는 것이란게 문제였지만..

다시 말해 한 번 걸려들었던 환각에서 빠져나온 코로니스의 능력은 정말 감탄할만 한 것이다. 루카누스는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늘 배짱 두둑하고 건방진 루카누스였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공세를 취하던 플루토스는 점차 자신이 불리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은 셋이서 피로감을 나누어 갖는데 반해 자신은 혼자 모든 피로를 독차지해야했다. 이것은 초반전에 비해 종반전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쉽게 예상할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플루토스는 양팔로 검,창,낫,방패,편 등으로 변환하는 변칙공격을 주로 펼쳤다. 가오그 탑승자들이 뛰어난 검사들이 아니었다면 변칙공격에 단번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당히 호흡을 잘 맞추어 온 듯 플루토스의 공격을 번번히 무산시켰다.

점점 속도가 둔화됨을 느끼던 플루토스는 가오그의 검에 10센치 가량의 경미한 검상을 당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앞으론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젠장.. 이런 애송이들한테."

플루토스가 세이렌어로 그렇게 말하자 역시 세이렌어로 세이타르가 맞받아쳤다.

"플루토스! 그들은 애송이가 아닙니다. 굉장한 실력을 가진자들입니다. 경험도 풍부한것같구요"

-

"젠장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좀 도와달란 말이야!!"

"당신은 굉장히 자존심이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도움을 요청하시는 겁니까?"

-

"빌어먹을.. 그렇다니깐!!"

플루토스는 숫적으로 내가 불리하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선 도움을 받아도 결코 부끄러운게 아니지 않느냐? 하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경황이 없었다. 점점 상대의 검이 빨라지는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이타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그에게 세느카의 정신을 잃게할 방법이 무력을 사용하는것밖에 없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는 없었다. 목표물에 흠집이 생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는 루카누스를 바라보았다.

루카누스는 코로니스의 공격에 계속해서 환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어느것이 진짜 그인지 속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게 정말이지 너무도 똑같이 생겨서 어느게 진짜인지 구분할수 없다는 데 있었다. 코로니스의 검에 당한 루카누스들은 죄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니.. 적이 진짜로 당했는지 아닌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정말 혼란스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니스는 굉장히 꼼꼼했다. 자신의 검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녀석들은 모두 가짜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환각들이 사라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닥치는대로 루카누스를 베었다.

"젠장 한도 끝도 없군"

루카누스는 적의 기력을 빼놓을 생각으로 자신의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이미 코로니스가 공격을 시도했을 때 그는 뒤로 한참 빠져있던 상황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코로니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루카누스들만을 베고 있었다.

상대의 쾌검이 환영들을 너무도 빨리 없애버리고 있었다. 죽어가는 자신의 환영들을 계속 움직이면서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내는 루카누스 역시 굉장한 녀석임에는 틀림없었다. 허기야 카에살레아마져 칭찬할정도의 환술사가 아니던가..

세이타르는 루카누스에게 세이렌어로 외쳤다.

"루카누스! 그녀를 맡아주십시오 아무래도 제가 싸우는 편이 낳을 것같습니다. 전사들은 전사들끼리 싸워야 묘미가 있는것이니까요"

-

"쳇. 그러는게 낳겠군 원 저 녀석은 끝이 없거든. 하여간 집념하나만은 인정할만한 녀석이야 결코 얕봐선 안될걸. 내 환각도 벗어난 녀석이니.."

세이타르는 자신을 염려하는듯한 말을 하는 루카누스의 모습을 보고 그가 진정으로 상대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세를 가다듬은 세이타르는 루카누스에게 세느카를 맡기고는 코로 니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루카누스는 하루 왠종일 환각을 사용해서 그런지 갑자기 힘이 쫘악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젠 그래도 괜찮았다. 자신은 더 이상 도움이 될 수 없었으니까..

티탄시 시티 홀 최상층 서장실.. 그곳에는 백미의 중후한 느낌을 주는 노인과 라퀼란 블론드를 가진 35세의 사내 그리고 땅딸막한 키에 고집스럽게 생긴 노인이 있었다.

백미의 사내는 중앙지역구 의회장이자 티탄시의 시장이었던 마테리온 쥬 고어 시장이었고 라퀼란 금발의 사내는 유그리스시의 시장인 에리네 반인테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테리온보다 나이는 적지만 더 늙어보이는 크레타시의 시장 게류온 아라고네였다.

이들은 중앙지역구에서 실권을 잡은 대표적인 인물들로 분류되는 존재들이었다. 지역구의회에서도 상당한 파워를 가진 자들로 불리웠다. 그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것이다.

"마테리온님. 아직 마르스시의 시장은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

"할수 없지.. 이번주에 의회가 열리니 일단은 시작하도록 하지.

그가 오면 그의 의견은 그때 물어도 되는 것이고.."

에리네의 말에 마테리온은 서둘러 토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게류온은 오래전부터 마테리온의 뛰어난 역량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와의 친분을 오래도록 유지해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번에 그가 꾸미는 일에 동참할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건 게류온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역구의회에서 실권을 장악한 마테리온과의 친분 같이 일을 할수 있다는 것은 중앙지역구를 그의 손아귀에서 마음껏 주무를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테리온님 이번에 우리가 모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후훗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던 차네.에리네가 설명해줄걸세."

"제가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게류온시장님 설명하기에 앞서 지금 우리 인류의 전투력을 어느정도로 생각하십니까? 다른 종족들과 비교해서 말입니다."

-

"흠 글세.. 참 난해한 질문이오 솔직히 말해 가오사이보그를 개발한 이후 인류가 타 종족들의 공격으로부터 훨씬 안전해졌다는건 인정하오 특히 광선형 돔 결계가 개발된 이후에는 경제,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고 있소 이 말은 더 이상 타 종족의 먹이감이 아닌 이 땅의 주인으로 발돋움했다는 뜻도 되오"

"그럼 다른 종족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인가요?"

-

"그렇소 당신도 잘 알거라 생각하오 전지역구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으론 우린 절대 타 종족을 침입하지 않기로 했소. 물론 그 결정을 내렸을 때 우리에겐 힘도 없었거니와 타 종족의 공격을 막아내는것만으로도 벅찼던 것이오 하지만 이제 그 문제는 다시 생각해봐야할때인것같소"

게류온의 말을 들은 에리네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마테리온도 마찬가지였다. 에리네가 마테리온을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인류의 시대가 도래한것입니다. 게류온시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의 전투력은 지난 20세기중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지금 이런 시기를 놓친다면 언젠가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

"설마.. 에리네시장.. 당신은?"

"이건 마테리온님의 생각입니다. 이젠 더 이상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힘이 있습니다. 이힘을 가만히 놀려둔다면. 후세에 비난받을 최후의 실수가 될 것입니다."

-

"오오오.. 그건 나도 동감이오 사실 늘상 당해오던 우리가 언젠가 힘을 가질 날이 올거라 믿어왔소 근데 이제 그 때가 온것이오. 그런데. 문제는.."

"맞습니다. 문제는 카안드리아스 재단입니다. 그들이 늘상 의회에 등장해 방해를 놓는다는 점입니다."

-

"그렇소 이상한 일이지만 그들은 거대한 규모의 공격을 허락치 않고 있었소 아주 작은 소규모의 전투는 허가하면서 적들을 섬멸할 방안은 내놓지 않았던 것이오.."

"재단을 누그러뜨릴수 있습니다."

-

"아니,어떻게??"

게류온이 의혹이 담긴 눈초리로 질문을 했을 때 누군가 시장실로 들어왔다. 시장실로 들어오는 그 자는 뜻밖에도 여자였다.

늘씬한 키에 확실하게 드러난 볼륨. 유선형을 그리듯 부드러운 허리선 그리고 적당히 탄력있는 힙.게류온은 무심코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지역구의회에서 몇번 마주쳐보긴 하였지만 이토록 관능적인 느낌은 받은적이 없었다.

그녀는 마르스시의 시장으로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남성시장들보다 그녀의 인기는 우월했다. 비단 그 시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시에서도 그녀의 지지도는 굉장한 것이었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와 사교술 그리고 능력때문이었다. 33의 젊은 나이에 시장이 된걸 보면 얼마나 노력파인지 능히 짐작할수 있으리라. 에리네시장처럼 그녀 역시 뛰어난 학자였다.

그녀의 미모에 모두 넋을잃고 바라보자 마테리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베아트리체 테레지아. 좀 늦었군"

-

"죄송해요. 마테리온님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하핫 뭐 괜찮다. 소개하지 얼굴은 마주쳤을테지만. 이쪽은 유그리스시장 에리네 이쪽은 크레타시 시장 게류온이지 이쪽은 마르스시장 베아트리체네 인사들 하지"

마테리온의 소개에 그들은 서로 인사를 했다. 에리네와 베아트리체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서로를 감싸는 듯 했다.

에리네는 이토록 매혹적인 여자를 그동안 본적이 없는것같았다.

물론 의회에서 그녀의 힘은 매우 미약한 것이어서 참석하는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눈에 별로 띄지 않았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미인이 아닌가..

베아트리체 역시 에리네에 대한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동안의 미남일줄은 몰랐다. 둘은 서로에게 처음본순간 호감을 느끼는 듯 했다. 허기사.. 미혼남녀가 만났다는 자체가 그러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게류온은 소외된듯한 느낌을 받다가 다시 좀 전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재단의 힘을 어떻게 막는단 말이오?"

-

"그 점은 내가 말해주지.."

마테리온이었다. 그는 서재에서 뭔가를 꺼내고는 게류온과 베아트리체에게 나눠줬다. 게류온과 베아트리체는 받아든 서류뭉치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점점 그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의심이 동시에 표출되고 있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 "그래. 재단에선 이미 그런 연구를 해왔던 것이지"

"그렇다면 재단에서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닙니까?"

-

"그래서 재단의 힘을 누그러뜨릴수 있다는 거지.."

"오오오 진정. 가능한 일이군요"

-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것을.."

베아트리체의 질문에 마테리온은 묵묵히 웃을 뿐이었다. 그 문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일이 중요했다. 종족차별주의자의 대부격인 마테리온의 눈에는 다른 종족들이 무릎꿇는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번 주 의회에서 이 사실을 폭로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방어적인 입장을 좀더 능동적으로 바꾸자고 할겁니다. 그때 여러분의 호응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도 동참할생각이구요.."

- "아.. 그래서 이런 자리를"

"그렇습니다. 이미 저는 마테리온님과 많은 검토 끝에 이런 일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확신이 있으니까 시도하는것이지요 그리고 이제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당하기만 할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중앙지역구에서 당신과 나 그리고

마테리온님의 힘

만 합쳐도 가능할것입니다. 거기에 마르스시의 베아트리체 시장까지도 합세한다면 충분히 재단의 의지를 꺽을수 있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사는 시장이니만큼 그들의 의견을 충족시켜줘야겠죠. 호홋"

베아트리체 마저 승낙하고 나서자 마테리온의 얼굴은 환하게 달라져있었다. 에리네 역시 다소 긴장을 풀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베아트리체 역시 염세적인 미소로 답변했다.

"좋다. 그럼.. 이번주 의회에서 보도록 하지. 모두들 시나리오들을 준비하게. 전면에 나서는 것은 나니까 너무 두려워들 말고. 이번것은 1차 관문이야 전지역구의회에서 통과되야할 안건이니가."

마테리온의 말은 생기가 있었다. 자신감에 찬 목소리였다. 그래서 인지 게류온,에리네,베아트리체의 귀에는 굉장히 맑은 소리로 들려왔다. 그렇게.. 전쟁의 음모는 진행되고 있었다.

세이타르가 합세하면서 양상은 완연히 달라지고 있었다. 우선 코로니스가 세이타르에게 밀리는 것이 중요한 변수였다. 사실 코로니스는 루카누스에 의해 진이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세이타르같은 고강한 전사와 싸우게 되었으니 밀리는건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코로니스가 점차 밀리자 코로니스,가오스3대 와 세이타르, 플루토스의 4:2의 싸움이 되었다. 불리했던 코로니스와 플루토스는 그렇게 함으로써 약간은 균형을 이룰수 있게 되었다.

코로니스는 일반 세이렌 한 개체의 전력을 능가하는 가오그 4대를 두 개체가 막아낸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저들은 코로니스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상급 세이렌들이 틀림없을 것이다.

제이드는 일반 세이렌들이 포스 오너들에게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알았다. 특히 그랜드 포스 오너가 사용하는 입자 공격에 그들은 무방비였던 것이다.

일반 세이렌들이 가지고 있는 아크릴 모양의 방패도 입자공격을 막을순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의 공격형태를 보고 역으로 이용하려들지 않은가 결코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이드는 그랜드 포스 오너를 능가한 자였다. 아니,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아마 타렌이 제이드의 모습을 보았다면 통곡할 노릇이겠지만 어쨌든 그만한 실력을 가진 제이드였다.

파리나타는 결코 선제공격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크리에이쳐들은 강하긴 했지만 입자방패를 뚫을 만한 녀석은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도 엄청난 체력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파리나타는 적의 기운을 빼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제이드는 파리나타의 작전을 눈치라도 챈 듯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둘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싸늘한 긴장감마져 감돌았다. 긴장감을 완화시켜보려는 듯 제이드가 말했다.

"어째서 너희들에게 그녀가 필요한것이냐?"

-

"후훗 그런걸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

"그녀는 일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데 너희들이 목숨걸고 데려가려는 것을 보면 분명 대단한 힘을 가진 인간이겠군"

-

"좋을대로 생각해라.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녀를 데려간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제이드는 천천히 포스를 집중시켰다. 파리나타는 제이드의 그런 모습이 다소 불안해보였다. 한 번의 공수로 그들은 서로의 실력을 너무도 잘 파악해낸 것이다. 파리나타는 제이드의 이번 공격은 쉽사리 막을수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어째서.. 7대사제 3명과 뛰어난 전사 한명이 저깟 인간들을 당해내지 못한단 말인가..'

제이드의 오른팔에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단지 그거였다. 어떠한 폭발적인 바람의 움직임도 광기를 보이는 소리도 없었다. 단지 은은한 빛이 그의 팔을 감돌 뿐이었다.

순간 파리나타는 당황하고 있었다. 인간의 궁극 기술인 매너 포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본 그였다. 인간에게 있어 뛰어난 능력이라면 그게 다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환각을 쓰는 루카누스나 크리에이쳐를 쓰는 파리나타에겐 라이벌적인 능력이라 느껴졌다.

그가 느끼기에 제이드의 매너 포스는 물체를 이용한 단순한 공격이 아닌것같았다. 방금 전 입자공격은 그의 일개 미약한 공격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억측일수도 있었다. 지금껏 그 이상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세이타르와 플루토스 역시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일단 숫적인 면에서 너무 불리했다. 게다가 상대방중 약간 덩치 큰 가오그에 타 있는 녀석은 정말 굉장한 검술을 구사하지 않은가 7대 사제중한명인 그들로서도 결코 방심할수 없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루카누스는 점점 밀리는 동료들을 보며 한심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동안 체력을 보강한 그는 자신의 환각이 제이드나 코로니스에겐 안통하겠지만 나머지 세명의 가오그 탑승자들에겐 통할것이란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렇다면 주저할 것은 없었다. 루카누스의 비열한 웃음이 그의 입꼬리를 타고 흘러내리자 상황은 급변했다!

세이타르와 플루토스와 뒤엉켜 싸우던 3대의 가오그들은 갑자기 엄청난 공격을 당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자신들과 똑같은 모양의 가오그 3대가 자신들을 공격하는게 아닌가.. 그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기에 그들은 곧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환각에 의해 만들어진 가오그가 휘두르는 검을 피한 가오그가 동료 가오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그것을 동료가 피한후 역공격하는 식으로 일대 혼전이 되고 만 것이다. 코로니스는 즉각 환각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소리쳤다.

"이건 환술이다!! 속지마!!! 젠장."

코로니스의 외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루카누스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로니스 가오그와 똑같이 생긴 환각도 만들어내어 다른 가오그들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환각이 아닌 실제 가오그들이 코로니스를 환각으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빌어먹을."

코로니스는 잘 알았다. 환각에 빠져들었을 때 그 심리적 중압감은 보통 인간으로선 헤어나올수 없는 것임을.. 가위에 눌렸을 때 몸을

옴짝달싹할수 없는 것처럼

상황이 그렇게 변하자 플루토스와 세이타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아무리 혼전이라지만 그들에겐 환각을 구별할수 있는 안목이있었다.

세이타르와 플루토스마져 거세게 공격하자 코로니스들은 몰리기 시작했다. 환각의 공격에 당해도 정신적 데미지만 입을뿐 실제적으로 부상을 당하는게 아님을 잘 아는 코로니스만이 환각을 신경쓰지 않을뿐 다른 가오그들은 환각 가오그의 공격을 막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지혜로운 코로니스였지만 이때만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제이드의 오른팔에서 흐르던 은은한 빛의 기운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쬐고 있는 밝은 태양의 기운처럼 느껴졌다. 파리나타는 제이드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려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것은 파리나타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뜻이었다.

파리나타는 궁극의 기술에는 궁극의 기술로 상대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조금만 부족하다면 돌이킬수 없는 사태가 될 것이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쉽지만 맞공격을 펼치는 것은 어려웠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이드는 매너 포스 자체를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포스 오너들처럼 매너 포스를 물체에 힘을 빌려 사용하는게 아닌 직접 그 힘 그 자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말이다.

코로니스들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을 본 제이드의 최후의 선택이었다. 이 공격이 성공한다면 전사타입의 세이렌들은 자신의 밥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만큼 전사들에게 포스 오너는 두려운 존재들이었다.

파리나타는 맞공격을 펼치지 않고 방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대비를 한다면 막을수 있을거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리고 마땅한 크리에이쳐가 하나 있기도 했다.

제이드는 포스를 다 모았는지 얼굴은 거의 붉은색이 되어있었다.

오른팔에는 동맥이 그 푸른 힘줄을 과시하며 불거져있었고 은은한 빛은 점점 뜨거운 열기를 발하고 있었다.

제이드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파리나타를 향해 뻗었다. 그러자 오른팔에 응집되어있던 은은한 빛이. 아니,가공할 공포스러운 빛이 파리나타를 향해 빛의 속도로 날아갔다.

너무나도 빠른 섬광같은 공격이었다. 파리나타는 재빨리 양팔을 앞으로 들며 외쳤다.

"빅 프리즈너!!!!"

그러자 그의 손앞에 거대한 원형 구 모양의 괴물이 나타났다.

그 괴물은 중앙에 거대한 입을 가진것빼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무척 둔해보이는 괴물이었다. 제이드의 태양의 빛이 괴물을 적중시켰다. 괴물은 입을 벌린채 그 공격을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아!! 빅 프리즈너는 상대의 공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제이드의 공격을 모두 흡수한 빅 프리즈너가 입을 꽉 다문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게 아닌가......

파리나타는 순간적으로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엎드렸다. 그와 동시에 빅 프리즈너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조각으로 분리되어 터져버렸다. 폭발음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라빌노스 시 안에 있던 사람들도 그 쪽을 한 번 돌아볼 정도였다. 카인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파리나타는 순간적인 기지로 피하긴 했지만 너무 가까운 위치라 빅 프리즈너의 파편에 의한 부상을 당했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공격이길래 빅 프리즈너마져 그 파워를 감당할수 없단 말인가 만약 맨몸으로 받으려했거나 맞공격을 펼쳤다면 크리에이쳐는 물론 나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리나타는 경이로운 눈으로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드는 많은 힘을 소비한 듯 지쳐보였다. 그 폭발에 의해 루카누스의 환각도 깨어졌다. 하지만 이미 가오그 한 대가 파괴되고 한 대는 심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코로니스도 지쳐있었고 제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이타르와 플루토스는 적의 가공할 공격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떻게 인간에게 저런 능력이 있단 말인가..

코로니스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결코! 그것은 지쳐서 그런게 아니었다. 분함! 분함이었다. 적들을 이길수 없다는 그런 분이 서려있었던 것이다. 코로니스는 즉각 후퇴를 외쳤다.

탑승자 한명은 죽었고 다른 한명도 중상을 입었다. 도망치더라도 부상이 심해 죽고 말 것이다. 이제 승산은 없었다. 피하는게 급선무였다.

코로니스의 말에 상태가 양호한 탑승자와 제이드만이 뒤로 물러섰다. 부상당한 다른 가오그 탑승자는 그 자리에 선채 움직일줄 몰랐다. 코로니스는 그런 그를 놔두고 역시 후퇴했다.

세이타르들은 그런 인간들의 움직임을 바라볼뿐 공격은 가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적들이 후퇴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던 것이다.

애써 공격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경미하지만 파편에 의해 여러곳에서 출혈을 일으키는 파리나타를 부축하며 세이타르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갔다. 아마 그곳엔 파리나타가 말한 언더 플레인이 있을 것이다.

코로니스 일행은 그 수가 3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들은 급히 가오그를 수송선에다 분리시켜놓고 호크에 탑승했다. 코로니스는 세이렌들이 뒤쫓지 않을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졌다.

급히 호크를 띄운 그들은 선회하여 티탄시로 향했다. 세이렌들의 손으로 세느카가 넘어간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세이타르 일행들은 평평한 지형위에 서있었다. 루카누스는 좌표를 확인하는 중이었고 플루토스는 파리나타의 지혈을 하는 중이었다.

"맞아.. 이곳이야!!"

루카누스는 그렇게 외치고는 리모트 컨트롤을 조작했다. 그러자 땅속에서 기둥이 솟아 올랐다. 그 금속기둥은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생겼고 멈추자 문이 열렸다. 그들이 모두 기둥안으로 들어서자 기둥은 다시 땅속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아아!!! 언더 플레인은 땅속에서 이동하는 자동차였다. 인간들이 호버크레프트를 개발했을 때 세이렌들은 언더 플레인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런 신기술을 이용해 인간들의 도시에 쉽게 침입해왔던 것이다.

세이타르들이 탄 언더 플레인은 최고속도로 금단의 땅 5지역구 프레일리아 섬으로 향했다. 그 속도는 가히 호버크레프트의 속도를 능가했다. 세이타르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편안했다.

임무를 완수해냈다는 느낌 그것이었다.

카인들은 폭음을 듣고 라빌노스 시 입구로 달려왔지만 그곳엔 가오그의 잔해만 있을뿐 다른 것은 발견할수 없었다. 카인은 이것이 세느카와 관련되어있을것임을 확신했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코로니스 네 녀석의 짓이렸다."

어느새 카인의 두 주먹은 꽉 쥐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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