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4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44
[기가 슬렌더] -18- 아크바레이(너를 위해서라면.....)(2) 얀이 티탄시에 도착했을 땐 이미 무력충돌이 벌어진 상태였다.
종족차별주의자들이 동원한 무기들은 구식이었지만 게중에는 파괴력 있는 구형무기들도 있었다. 보통의 CPD 들이라도 막기 힘들정도로..
결국에는 크레이넌이 이끄는 가오사이보그 전대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종족차별주의자들과 가오사이보그 7대가 서로 대치되어있는 상태에 얀이 도착한 것이다.
사태가 긴박함을 안 얀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종족차별주의자 들중의 일부가 얀을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저기 저 사람이 연구소 소장이다!!!! 진상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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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러분!!! 잠시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잠시만 조용히 해주신다면 제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얀의 웅후한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지자 다소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종족차별주의자중 한명이 소리쳤다.
"저번에 헤켈들이 공격해들어왔을 때 어째서 정신과학 연구소만을 공격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주시오!!"
얀은 그의 요구가 상당히 난처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연구소에서 연구한 사항은 절대 기밀을 유지해야했기때문이었다.
얀이 난처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펀캐드가 구세주를 데리고 다가왔다.
그는 180센치미터정도 되는 키에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노인이었다.
그는 검은색 머리에 흰색 눈썹을 가진 백미(白眉)의 노인이었다.
펀캐드가 다가오면서 얀에게 긍정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얀이 지시한것이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그 백미의 노인은 얀의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여러분!! 티탄시의 시장직을 맡고 있으며 지역구의회에서도 의회장을 맡고 있는 마테리온이올시다!!"
마테리온의 간단한 자기 설명은 순간적으로 분위기를 조용하게 바꾸었다. 그만큼 그의 파워는 대단한 것이었던 것이다.
"정신과학 연구소와 로봇공학연구소.. 생명공학 연구소 모두다 여러분들의 안전과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곳들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그들에게 이런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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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자자.. 우선 진정하십시오. 정신과학 연구소가 공격당한데에 대한 진상은 아직 우리도 밝혀내지 못한 사항입니다. 우리도 조사중에 있으며 밝혀지는데로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릴 생각이니 너무 다급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다른 종족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여야할 이 시간에 우리들끼리 서로 다툰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전투력면에서나 낭비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여러분.. 시장인 제 얼굴을 봐서라도 이런 말썽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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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테리온의 설명은 시위하던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는데 상당히 +로 작용했다. 역시 시장직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사람들 구슬리는데 끼가 있었다.
하나둘씩 마테리온의 말에 동의하자 시위는 금새 파장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펀캐드가 얀을 보며 살짝 웃자 얀도 위기는 넘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테리온은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자 얀에게 말했다.
"다신 이런 일로 나를 부르는 짓은 하지 말도록 하시오! 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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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어쨌든 고맙습니다."
"쳇.. 당신네 족속들이란쯧쯧"
마테리온은 짜증섞인 말투로 혀를 차며 자신의 플라잉 머신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사건현장에서 벗어났다. 얀은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펀캐드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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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리온을 설득하는게 그렇게 쉬울줄 몰랐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어"
얀은 마테리온이 굉장한 종족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굉장히 큰것이다. 하지만 그가 얻은 부와 명성.. 즉, 티탄시의 시장이라는 것과 중앙지역구 의회장이라는 명성은 결코 그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뒷줄을 대주는 재단이 없었다면 결코 어림도 없는 것이다. 얀은 그것을 이용해서 마테리온을 불러낸것이다.
마테리온의 설득력있는 말들은 실상은 말이 설득력있던 것이 아니라 그의 지위가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어쨋든 얀의 작전은 성공했고 일단의 위기는 막아내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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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야.. 처음에는 재단을 다른 종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우호적인 단체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요새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어.. 마치 재단이 적을 불러들인다는 쪽으로 말야.. 이러다가는 재단이 사회에서 매장당할지도 몰라."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것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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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저들은 재단이 어떤 곳이란 것을 전혀 모르고 있어.
단지 자금을 대고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지..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야. 저들이 재단의 힘을 아주 일부라도 알게 된다면 감히 이럴생각은 못할거야. 더큰 문제는.."
"더 큰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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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대가가 결코 간단히 해결될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저들을 재단에서 자신들의 힘만으로 처리하려든다면..?? 얀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무슨 일이든 서슴없이 처리하는 재단이었다. 저들중 선동하는 몇 명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것은 별로 어려울게 없는 재단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종족차별주의자든.. 재단이든 우리에게 있어선 결코 반가운 존재들은 아니군.."
얀은 자신도 한때 종족차별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내 이카루스가 납치되었을 때 가장 심했던것같았다. 하지만 지금 저들을 보면서 한때 그랬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존재였는지 깨달았다.
원자력 천공위성.
음산한 기운이 중앙홀을 감싸고 있었다. 중앙에는 지오가 앉아있었으며 세명의 원로들은 뭔가 상의하는것처럼 모여있었다. 잠시 후 굵은 목소리의 원로가 입을 열었다.
"지오 티탄시의 일은 잘 처리되고 있는지 알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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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모든 방어시설을 복구하였소. 가오그 탑승자들만 선발하여 교육시키면 마무리 될 문제들이오."
"흠. 그렇다면 진행중에 있던 쉐도우 프로젝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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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험은 재개하지 않았지만 중단시킬정도는 아니오. 게다가 이미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후훗.."
지오는 내심 원로들을 비웃었다. 솔직히 말해 원로들이 쉐도우 프로젝트에 대해 아는 것은 그것이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의 뒤를 이을 인류의 방어수단이라는것뿐이었다.
ADIP 3차 계획인지 아니면 그 목적이 어떤것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것은 일체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원로들이 자신에게 쉐도우 프로젝트의 일을 들먹거리는 꼴이 우스웠다.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지오. 이제 당신이 위대하신분과 접촉하는 유일한 사람이오.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는 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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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립니까?"
"위대하신 분의 뜻을 과장없이 순수하게 공포하느냐 하는 말이오?"
여성원로의 질문은 지오의 마음 한구석을 뜨끔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원로들이 항상 걱정하던 문제였다. 아까 상의하던 것도 바로 이것에 관한 것이다.
위대하신분의 명령을 받는 지오가 자신의 임의대로 생각하여 명령을 약간이라도 수정하게 된다면 원로들은 그것이 위대하신분의 뜻인줄 알고 수행해야하는 처지였다. 아까 의논할때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었던 과제였지만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가 지오의 거만한 태도에 그만 질문을 던진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위대하신 분의 명령을 내 멋대로 조작해서 수행한다는 말뜻이오? 그것은 조직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소. 배신은 곧 죽음이란 걸 뻔히 아는 내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것같소?"
도리어 당당한 지오의 태도에 원로들은 적이 당황하고 있었다. 사실 지오가 조작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의심할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않소? 당신이 팔케넌의 후임자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즉 우리의 견제를 받아야하는 위치라는 것이오. 물론 당신이 T.T 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단 말이오. 우린 조직을 위해 이러는 것이지 우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러는게 아니란 말이오!"
약간은 흥분한듯한 여성원로의 말은 지오에겐 상당히 거슬리는 말들이었다. 특히 팔케넌의 후임자니까 자신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투의 말은 지오의 기분을 안좋게 만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에게 있어 당신들은 필요 없는 존재들이오. 위대하신분의 뜻이 그렇기에 가만히 두는것뿐이지 사실상 오늘같은 모임도 필요치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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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구???"
"당신들이 날 견제할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미 당신들의 힘은 별볼일 없는게 되어버렸어!! 체면을 봐서 이렇게나마 대해줬건만.."
다혈질적인 여성원로는 기가막혀서 아무말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어지간한 일은 참고 신중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묵묵한 성격의 원로가 천천히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원로원의 최고권한을 사용하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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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최고권한???"
"원로원과 씽크 탱크(Think Tank) 수뇌인 당신과 바로 위대하신분.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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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소집회의!!!???"
"당신의 파워는 우리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이렇게 우릴 무시해서야 재단의 발전을 기대할수 있겠소?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시다. 아마 조만간에 최고소집회의가 열릴것이오!!"
묵묵한 성격의 사내가 돌아서서 홀을 빠져나갔다. 다른 두명의 원로들도 회심의 미소를 띄며 홀을 등지고 나갔다. 지오는 뭐에 한방 얻어맞은것처럼 잠시 가만히 앉아있었다.
'최고소집회의라니.. 원로원에 정말 그런 숨겨진 파워가 있었단 말인가.. 설마 위대하신분께서 실질적인 예하세력이 없는 원로원의 파워를 유지시키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하신거란 말인가 젠장.. 설마 원로원이 나에게 태클을 감행할줄이야..'
지오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위대하신 분의 생각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 몇가지 있었기때문이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급진적이냐 아니냐하는 문제에 입각해서 볼 때 지오는 명령을 어긴것이나 다름없었다.
'ADIP 계획은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된다. 젠장. 어째서 위대하신분은 그토록 소극적이란 말인가'
지오는 맥없이 일어서서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가는도중에 지크프리드를 호출했다. 지크는 큰일 아니고서는 다급히 부르지 않는 지오가 자신을 호출한데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고 달려왔다. 아니나다를까 지오의 표정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지크프리드.. 몇일후 소집될 최고소집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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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최고소집회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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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런게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하는줄은 몰랐는걸? 설마..
이번 심문 대상이 너인거야?"
"후훗. 표정보면 모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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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큰일이군.. 이곳에서 네 파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텐데.
그런 너를 견제하기 위해 그런 일까지 벌이다니. 그런데 내가 참관인으로 나가도 되는자리야?"
"원래 T.T 의 수뇌인 내가 나가야하는 자리인데.. 내가 심문대상이잖아.. 네가 대신 그 역할을 맡아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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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렇게 되는건가 설마 원로원에서 그렇게 하자고 한거야?"
"그래. 녀석들이 뭔가 눈치를 챈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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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눈치를? 설마.. ADIP???"
"아니. 그것 말고 내가 위대하신분의 명령을 내 멋대로 조작해서 수행했다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 하여간 꽤 고생하게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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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너무 걱정하지마 그들에겐 심증은 있겠지만 물증은 없을테니. 그리고 내가 있잖아."
"그래.. 그 날이 닥치면 모든게 해결되겠지."
지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지크프리드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심각한 일임을 잘 알았지만 애써 환한 표정을 지어 지오를 위로했다.
작은 체구의 미소년과 그 옆에는 2미터정도 되어보이는 건장한 사내가 서있었다. 그 사내는 온몸을 이상한 천으로 싸맨 듯 보여 생긴 모습을 전혀 알아볼수 없었다.
"주인님.. 어째서 그녀를 가만히 두라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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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질문할 권리가 없다."
키큰 사내의 말에 작은 소년은 간단히 잘라 말했다. 그러자 키큰 사내는 다소 당황한 듯 안절부절했다. 소년은 싸늘한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며 말했다.
"난 운명이란 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며 운명이란 것이 얼마나 나를 괴롭히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지. 나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네가 한일은 네 운명에 맞는 것인가.. 저 소녀는 아직도 자신의 운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다. 그리고 저 소녀의 운명과 끈으로 묶여있는 다른 여러개의 운명들도 아직 그 끈이 확실히 이어진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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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나의 운명이 그 해답이다."
알수 없는 존재인 작은 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앞에는 세느카 아이리스가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키큰 사내. 즉 카자마는 뭔가를 이해할듯도 했다. 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람의 말뜻을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결코 아니란 것을.
라케프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주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에겐 관록이라는것이 있었다. 주위의 공기가 전해주는 느낌만으로도 그런 것을 알수 있던 것이다. 천천히 세느카에게 다가가던 라케프는 순간적으로 그 기운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 라케프 할아버지 왜 그렇게 땀을 흘리고 계세요???"
- "어??? 어.. 글세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하핫"
라케프는 이마의 땀을 닦는척하면서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느낌대로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조용했다. 무안했는지 세느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연을 무척 사랑하나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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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져요. 오래전에 학교에 다닐때도 생명공학보다는 고고학이 더 좋았었죠.. 오랜 과거에 대한 향수.. 뭐랄까.. 산과 바다,들과 강. 이런것들이 많이 퍼져있었을것같은 느낌.."
"후훗.. 녀석도. 기운내거라.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나와 자연을 벗삼아 지내면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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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잃어버린 기억을 왠지 꼭 찾아야만 할것같아요.. 특히..
'카인' 이란 낱말에 대해 꼭 알아보고 싶어요.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후훗 요즘엔 머리아픈 것은 덜한가보구나."
- "할아버지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이죠 그 쓰디쓴 약하구요. 하하핫"
그랬다. 약을 먹은후로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해도 머리가 덜 아팠던 세느카였다. 하지만 머리만 덜 아플뿐 기억이 재생되는 것은 아니었다.
"흠. 네가 떠나가는 것은 아쉽겠지만. 네 기억을 찾도록 나도 적극적으로 돕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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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프 할아버지. 고마워요."
세느카는 라케프의 말이 진심인걸 잘알았다. 너무 고마운 분이었다.
"그래 오늘은 한 번 마을 중앙으로 가보자꾸나.. 네가 쓰러져있던 곳부터 해서 주위를 둘러보자꾸나. 혹시 또 아니? 뭐가 기억이 날지.."
- "네!! 좋아요.. 할아버지 ^^"
카인과 파인리히 그리고 미시케가 집에 돌아온지 나흘이 지났다.
나흘동안 세느카를 수소문해봤지만 누구도 행방을 몰랐다. LCPD 에 신고도 하고 직접 돌아다녀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파인리히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세느카를 찾을 필요는 없어. 넌 네 할 일도 있잖아.. 떠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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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카인! 난 널 싫어한적은 없어. 그렇다고 좋아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너희들을 동료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보고 동료를 버리고 혼자 떠나라구? 난 이래뵈도 의리는 있는 놈이라구!!"
"후훗 녀석 너다운 말이다. 그래 고맙다. 어쨌든."
카인의 말투는 상당히 힘이 없어 보였다. 얀 소장의 당부도 있고 자신의 슬픈 추억도 있고 해서 세느카에게 집착하던 카인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미시케.. 고마워요. 벌써 몇일째 신세만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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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전 괜찮은걸요 세느카를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미시케에겐 다른 생각도 있었다. 세느카를 찾게 되면 이들이 떠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파인리히의 곁에서 조금더 오래 있을수만 있다면.. 차라리 세느카를 못찾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던 미시케였다.
"도저히 이렇게 집안에만 있을수만은 없겠어. 밖으로 나가서 찾아보든지 해야지"
카인이 천천히 일어섰다. 파인리히는 카인의 심정을 충분히 읽을수 있었다.
"후훗 또 시작이군.. 오늘은 혼자 찾아봐. 난 잠시 쉬고 있을테니까."
파인리히의 꼬인 말투를 들은 카인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 역시 못찾는 것은 아니겠지 세느카..'
아크바레이는 집 근처에서 산책하는 중이었다. 얀에게서 배운것들을 다시 한 번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던 중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마음으로 매너 포스를 다스리는 법을 약간이나마 배운 그였다.
그래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매너 포스를 운용하는 방법도 터득한 상태였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는지 발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크바레이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무렵이었다. 집앞에 이상한 괴한들이 여러명 서있었고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순간 라이오네의 비명소리임을 직감한 아크바레이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집앞에 도착했을 때 라이오네가 뺨을 붙잡고 땅에 앉아있었다.
언뜻 보아도 그들에게 한 대 맞은 것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오???"
아크바레이는 순간적으로 터져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이성적으로 질문했다. 그러자 한 사내가 대답했다.
"이곳이 얀 이반 소장의 집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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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데 왜 그러십니까?"
"후훗. 우리도 이유는 몰라. 단지 시키면 하는 것일뿐"
그 사내가 손짓하자 6명의 사내가 한꺼번에 아크바레이를 향해 공격해들어왔다. 모두들 건장한 체구라서 185센치의 아크바레이가 작아보일정도였다.
한사내가 앞차기를 하며 공격해들어왔다. 아크바레이는 순간적으로 녀석들의 무술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앞차기를 오른손으로 막아낸 아크바레이는 몸을 돌려 뒤에 따라오던 사내의 배를 찼다. 그 사내는 빠른 대응을 보이는 아크바레이의 발을 양팔로 붙잡고는 비틀어버렸다.
반격기에 당한 아크바레이는 다리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틀며 도약했다. 땅에 다리가 닿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주먹이 날라왔다.
힘겹게 피한 아크바레이는 도저히 무술로는 상대가 안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아크바레이가 양손을 펼치자 순간적으로 공기의 소용돌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맹공을 펼치던 괴한들이 아크바레이가 포스 오너란 사실을 알아챘는지 뒤로 약간 물러서기 시작했다.
"쳇.. 얀녀석만 포스 오너라더니. 저 녀석도 포스 오너일줄이야.."
아까 말을 건넸던 사내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른 괴한들도 더 이상의 공격은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누가 너희들을 사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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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알 필요 없어!! 쳇.. 포스 오너라고 해서 우리가 두려워할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과연 그럴까???"
아크바레이가 오른손에 모여진 공기의 소용돌이를 한 괴한을 향해 발사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인지라 맞으면 큰 부상을 입을게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아크바레이의 오른손이 무방비상태가 된 것을 눈치챈 한 녀석이 오른쪽에서 공격을 해 들어온 것이다.
빠른 공격을 막느라 신경을 못쓴 나머지 공기의 소용돌이는 방향을 잃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다른 괴한들도 여기저기서 공격을 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는 다수의 적과 처음 싸워보는 것이라 당황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래서는 매너 포스도 소용이 없잖아.'
아크바레이의 비어있는 왼쪽 다리를 한 괴한이 걸어버리자 아크바레이가 휘청거렸다. 기회를 본 다른 괴한이 얼굴을 발로 강타했다. 꽤 충격이 컸는지 뒤로 주춤거리다가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크바레이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보통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지고 있는것인가.. 도대체 저들은 어떤 훈련을 받은 자들이길래.'
아크바레이는 다시 한 번 양팔에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시 믿는것은 매너 포스 뿐이었다.
'젠장.. 내가 좀더 강했더라면..'
아크바레이는 자신의 실전 경험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한명의 괴한이 아크바레이를 향해 돌진했다.
아크바레이는 왼손에 모여진 포스를 그를 향해 돌진시켰다. 아니,사실은 그 괴한의 뒤쪽에 있는 괴한을 향해 공격했던 것이다. 공격하던 괴한은 움찔했는지 옆으로 회피했고 뒤에있던 괴한은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한명을 쓰러뜨린것에 힘을 얻었는지 아크바레이는 연속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옆으로 회피한 괴한을 공중 뒤돌려차기로 공격한 아크바레이는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괴한에게 오른손에 모여있던 공기의 소용돌이를 발사했다.
공중 뒤돌려차기를 피한 괴한이 주먹으로 명치를 가격하려했다. 아크바레이가 빠른 자세전환으로 피하며 회축으로 상대의 복부를 강타했다. 파워있는 한방이었는지 신음소릴 흘리며 쓰러졌다.
공기의 소용돌이에 당한 괴한이 뒤로 날아가며 다른 한명의 괴한을 덮치자 남은 세명의 괴한들이 뒤로 물러서 자세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나도 쉽게 지진 않아.'
아크바레이는 격투와 매너 포스를 동시에 사용하던 탓에 굉장한 체력소모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살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쳇. 생각보다 강한 녀석이군.. 네 녀석의 이름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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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웃기는군 알고 싶으면 알아내봐!!"
아크바레이가 손을 펼치자 주위에 있던 돌들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작은돌부터 주먹만한 돌까지 공중으로 천천히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빌어먹을 오늘은 안되겠다. 그만 가자!!!"
녀석이 손짓하자 쓰러진 괴한들을 한명씩 들쳐 업고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의 괴기스런 살기를 느꼈던 것이다. 녀석들의 뒷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때까지 돌에 힘을 주던 아크바레이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굉장히 지쳐있었다.
"아크 오빠.. 흑흑.."
- "라이오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들은 도대체 누구야"
"나도 잘 모르겠어.. 누가 왔길래 오빠인줄 알고 문을 열어줬는데 다짜고짜 집에 들어오려는거야.. 안된다고 하니까 내 뺨을"
-
"이런 이젠 괜찮아 라이오네. 오빠가 곁에 있잖아."
라이오네가 천천히 아크바레이의 어깨에 머릴 기대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라이오네였기에 눈물따위는 흘리고 있지 않았다. 다소 불안해보이는 것 빼고 다친곳은 없어보였다.
"우선 집안으로 들어가자 선생님께서 오시면 말씀드리기로 하고"
아크바레이는 녀석들이 필시 얀과 관련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얀의 집이냐고 물은것도 그렇고 자신들은 그들과 원한관계를 살만한 일이 없었기때문이었다.
얀이 집에 도착한 것은 아크바레이의 연락을 받은지 얼마 안된 후였다. 그만큼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얀이 집에 들어서 면서 말했다.
"아크바레이 라이오네!! 모두 무사하니? 다친데는 없구?"
- "네에. 조금 멍든것빼고는 둘다 괜찮아요"
"도대체 어떤 녀석들이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것이니?"
-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선생님집이 맞냐고 묻더니 다짜고짜 공격을 하는거에요.. 더욱 신기한 것은 그들은 굉장한 무술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죠. 포스 오너인 제 공격에 당황하지도 않았어요. 마치 몇번 겨뤄보기라도 한 듯.."
얀은 다소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생각을 했다. 그 정도의 무술실력을 가진 자들이 여러명 뭉쳐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다. 어떤 도장에서 수련하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어떤 조직에서 뒷일을 봐주는 녀석들이거나.. 누군가의 보디가드이거나.. 그 외에도 이유는 많을것이다.
"나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얀은 자신의 최근 행동을 조심스럽게 되짚어 보았다. 재단에 관한 일을 조사한다고는 했지만 그리 깊숙히 파고든게 아니어서 재단에서 눈치챌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재단에서 일을 처리하려했다면 이토록 허술하게 아이들을 살려두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무슨 사건을 계기로 이런 일이 생긴것인데. 도무지 그것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선생님..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
"글쎄다. 전혀 예상이 안되는구나. 내가 누구에게 해를 끼친것도 아니고 나에게 기분나빠할 사람이 없을.."
얀은 말을 하는 도중에 스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백미(白眉)의 마테리온 쥬 고어 시장 사실상 얀도 그도 서로 싫어하는 사이었다.
서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을뿐이었다.
저번 시위사태를 마테리온을 이용해 저지한 것이 이번 일과 관련되어있는 듯 했다.
'맞아. 사실상 마테리온은 종족차별주의자들의 우두머리격인 인간이었어 그런 인간으로 하여금 그런 요구를 했으니. 그것도 반 협박으로 역시 그인가..'
"선생님 짚이시는데라도??"
-
"흠 아직 확실하지 않아 누구라곤 말하지 못하겠구나. 만약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확실하다면 조심해야한다. 너희들이나 내가 함부로 건드릴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크바레이는 얀의 말뜻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이 깊은 아크바레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여간 조심할게요. 앞으론 문단속도 잘하구요."
-
"저두.. 조심할게요 박사님.. 죄송해요."
"후훗 라이오네. 죄송할것까진 없단다. 도리어 내가 미안하지 나때문에 그런 봉변을 당한것이니. 어쨌든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해라.
두 번다시 그런 일은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얀은 마테리온을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한것이다. 아크바레이와 라이오네가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자 얀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번 시위는 단순하게 한 번에 끝날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누군가 배후에 있다.. 설마. 마테리온은 아니겠지..'
라케프 마을 중앙에서 약간 떨어진 상가부근..
"이 근처에서 널 발견했단다. 세느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더랬지"
- "아.. 네"
세느카는 주위를 한참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기억나는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 뭐가 기억나니?"
-
"아뇨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아요 정말로 제가 여기 쓰러져있었나요?"
"그래.. 그렇다니까 설마 다 늙어 죽어가는 노친네가 그런 거짓말을 하겠니?"
-
"하핫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나쁜애 같잖아요."
세느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여행은 그다지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아 차차차!!! 너 고고학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했지???"
-
"네 그런데요?"
"내 생각엔 네가 이 근처에 있는 유적에 대해 공부하러 이쪽에 온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
"네? 이 근처에 유적이 있나요?"
"그래.. 그래 알리타인 유적이라고. 역사는 짧지만 굉장히 유명한 유적이 하나 있거든. 코라닌 시와 더불어 유명해졌지 아마."
-
"아.. 정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고고학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거든요 분명 이곳에 온 이유는 그 유적을 조사하기 위함일거에요 히힛"
세느카는 유적이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듣고부터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그만큼 고고학은 그녀의 꿈이자 목표였다.
"녀석두.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 집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하고.
내일 유적을 한 번 둘러보러 가보자꾸나. 혹시 아니? 기억을 되찾을지?"
- "좋아요 정말요 좋아요 히히힛"
세느카가 좋아하는 모습만으로도 라케프는 기분이 좋아졌다. 단지 기억을 찾기 위해 유적에 가자는 말이었는데 세느카는 마치 고고학을하기 위해 가는것처럼 좋아했던 것이다.
원자력 천공위성 비밀의 방. 최고 소집회의.
안에는 굉장히 어두운 조명이 설치되어있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듯 실내는 조용했다. 마치 법정을 보는듯한 느낌이나는 비밀의 방은 오른쪽에는 원로원이 왼쪽에는 T.T 가.. 가운데 지오가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있었다.
언뜻 보아도 최고 상석처럼 보이는 단상위의 자리에는 누가 앉을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그 자리에는 이상한 문양의 천으로 둘러싸인 칸막이가 존재하고 있어 안에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볼수는 없도록 되어있었다.
위대하신분의 신비감을 높이기 위한 수단처럼 보였지만 실제 의도는 그것이 아닐수도 있었다. 어쨌든 엄숙한 분위기의 비밀의 방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로원 3명의 원로와 T.T 를 대표해서 나온 지크프리드 그리고 심문 대상이었던 지오. 모두 5명의 최고위원들이 자리에 앉았다. 카안드리아스는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지크프리드가 조용하게 지오에게 말을 건네었다.
"지오. 너무 걱정하지마. 원로들은 무의미한 도전을 한거야"
-
"후훗.. 나도 알고 있어.. 이번 기회에 그 늙은이들의 기를 팍 죽여버려야겠어.."
"흠.. 어쨌든.. 잘해"
- "그래 알알어. 지크"
다른쪽에서는 세명의 원로 또한 서로 의논중이었다.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가 묵묵한 성격의 원로에게 말을 건네었다.
"쟈코모. 괜히 나 때문에 무리한 도전을 하는것같소"
-
"기니비아. 어차피 한 번은 부딪혀야할 벽이었소. 이번 일로 우리의 존재감을 일깨워줄필요가 있소."
"하지만 너무 증거가 불충분하지 않소.."
-
"증거는 이번 회의에서 밝혀질것이오 위대하신분의 뜻과 그의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만 증명하면 되는것이오. 그가 한 일들에 대한 것들은 모두 우리 수중에 있는 것들이오 그것들이 곧 증거자료가 될거란 뜻이오. 루치펠 어떻게 생각하오?"
묵묵한 성격의 쟈코모가 굵은 목소리를 가진 루치펠에게 질문을 던지자 침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쟈코모.. 당신 말은 일리가 있긴 하오. 하지만 그 정도의 심문에 쉽사리 당할 지오가 아니란걸 알아야하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일을 처리해야하오.. 기니비아. 이번엔 저번처럼 경거망동해서는 안되오."
-
"알겠소.."
세명의 원로들은 위대하신분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몇분이 흘렀을까.. 천으로된 칸막이 안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는 자리에 앉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원로들은 최고소집회의를 건의한 이유를 말하라."
카안드리아스의 질문에 쟈코모가 일어서서는 대답했다.
"우선 첫째로 지오의 행동에 관한 사항입니다. 카안드리아스님의 뜻을 와전시켜일을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원로원에 대한 태도입니다. 엄연히 카안드리아스님의 뜻에 의해 인정받고 존속하고 있는 원로원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
"좋다.. 지오는 그에 대해 할말이 있는가?"
"첫번째 문제는 제가 일을 제 멋대로 처리했다는 것인데 전 그런 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건 배신행위이며 죽어마땅한 짓입니다. 그런 일을 제가 하려한다는것조차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문제는 원로원에서 저를 먼저 의심하길래 그에 대한 항변을 한것이지 원로원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흠.. 지오. 그대는 T.T 의 수뇌가 맞는가?"
"예. 카안드리아스님"
-
"원로들은 들어라 그대들은 내가 임명한 원로원의 원로들이 맞는가?"
"예 카안드리아스님"
-
"흠. 좋다.. 그대들은 우리 재단을 이끌어가는 중추신경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그대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
하지만 나의 뜻을 제멋대로 바꾸어 행사한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냥 지나칠수는 없는일.. 원로들은 한 번 그 증거를 대 보도록 하라.."
카안드리아스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루치펠이 일어나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우선 그 증거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오가 해온 일들에 관한 것들입니다."
- "좋다 말해보도록 하라"
"지상에 관련된 일은 모두 팔케넌이 독자적으로 처리했었습니다.
물론 카안드리아스님의 명을 받들어 행해진 일들이었습니다. 그런 팔케넌도 모르는 일이 지상에서 행해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입니다."
루치펠의 입에서 V.C(Virtual Creature) 프로젝트에 대한 말이 튀어나오자 지오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 . 저들이 ADIP 2차 계획에 대해 안단 말인가.
그렇게 보안을 유지했는데'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는.. 우리 Think Tank 에서 주관하는 연구중 하나요. 물론 팔케넌의 손을 통해 일을 진행시킨 것은 아니오 그렇다고 해서 내 멋대로 일을 진행시킨 것은 아니란 소리오."
-
"그걸 어떻게 믿을수가 있소?"
"그건 내가 지시한 일이다.."
루치펠의 질문에 카안드리아스가 대답했다. 루치펠은 원로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사실상 카안드리아스가 모르는 일을 지오가 수행했어야지 말이 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카안드리아스가 시킨 일이라니 원로들은 순간적으로 멍해져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팔케넌을 이용해 처리하면 될일을 어째서......
그것은 지오와 지크프리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안드리아스는 최근들어 지상에 관한 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런 보고만 들을뿐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카안드리아스가 직접 자신이 지시했다고 말한것이다.
'T.T 에서 하는 일을 위대하신분께서 모르는게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직접적인 보고를 늦추고 있었던 계획을 직접 지시하셨다고 말을 하다니 설마 나를 옹호해주려는것인가..'
루치펠의 뒤를 이어 기니비아가 일어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렇다면. 다른 문제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카안드리아스님께서도 쉐도우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 실험에서 실험대상이었던 3명의 피실험자들중 2명이 실험도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의 원인이 뭔지 지오. 당신은 잘 알고 있으리라사료되오만."
-
"쉐도우 프로젝트는 나도 알고 있다. 실험의 고통을 참지 못한 나약한 정신력을 가진 두명의 피실험자가 실패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이냐? 지오?"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강한 정신력을 가졌었지만 실험이 요구하는 정도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그래서 한명은 목숨을 잃고 다른 한명은 깨어나지 않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
"흠.. 지오의 말은 보고한 그대로다. 할말 있는가? 기니비아?"
"이것은. 팔케넌이 조사한 자료입니다. 팔케넌이 죽었을 때 그의 죽음을 상당히 의심했었습니다. 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도 있을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뭔가 짚이는것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팔케넌이 T.T 에 대해 조사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를 누설하기 직전에 누군가에게 암살당했던것입니다. 즉, 팔케넌을 암살한 자들은 그 기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한 것입니다.
그들이 누구일지는 뻔한 것입니다. 하지만 물증이 없으니 그 점은 그냥 지나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자료에 의하면 T.T 에서 추진했던 가상생명체 프로젝트에 관한 것 일부와 쉐도우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 적혀있습니다."
기니비아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문서를 본 지오는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팔케넌에게서 원본을 찾았을 때 복사본이 있을줄은 몰랐다.. 젠장..
설마.. 원로들이 나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다녔단 말인가 그들의 힘을 얕본 나의 실수란 말인가.'
사실 원로원의 원로들은 자신들의 친 동료나 마찬가지였던 팔케넌이 최근 몇 년 사이 수상해진것에 대해 의심을 품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해가 되는 일을 하는 팔케넌이 아니기에 의심에만 그쳤던 그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팔케넌이 암살당한것이다. 가장 먼저 의심할 존재들은 T.T 였다. 재단 내부에서도 상당히 비밀스러운 조직이며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 그들이 아니고서야 팔케넌같은 고위직의 인물에게 손을 댈수는 없을것이다.
T.T 와 연관지어 생각하던 원로들은 뜻밖에 수확을 걷게 되었다.
바로 팔케넌이 조사하던 씽크 탱크에 관한 자료였다. 자료는 상당히 불충분 했지만 충분한 의문점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얀을 만나러 갔던 팔케넌은 재단에 관한 자료..즉 T.T 에 관한 자료를 얀에게 넘겨주려했었다. 그렇게 하기 직전에 암살당한 팔케넌은 뒷처리를하기 위해 온 경찰들에 의해 자료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자료를 습득한것은 당연히 지오였다.
지오는 원본을 찾고 나서 복사본이 있나 없나 팔케넌과 관련된 모든 곳을 다 뒤져보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디에도.. 설마 팔케넌이 죽으면 그 복사본을 원로원이 받도록 했을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 자료에 보면 그 두명의 피실험자들은 그들의 정신력이 결코 약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되어있습니다. 즉,누군가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실험을 진행시켰다는 뜻이 됩니다.
특히 잭, 이란 피실험자의 경우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 실험에서 한순간에 죽어버렸다는 것이 수상쩍습니다.
게다가 그 실험도중 누군가 시스템에 접근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재단 내부의 연구소안에는 엄청난 보안장치들이 되어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근처에도 접근할수 없습니다.
달리 생각해 시스템에 접근하여 사람을 죽일정도라면 보통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
"흠.. 지오. 기니비아의 말이 사실이냐?"
지오는 카안드리아스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기서 그를 속이는것은 신뢰를 완전히 뭉게는 꼴이 될것이다.
팔케넌은, 늘 피실험자들을 걱정하는 얀에게 사고가 터지자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었다. 그래서 남몰래 조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그래서 T.T 가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 사실을 얀에게 말해주려했던 것이다.
재단의 비밀과 함께.. 팔케넌의 노력이 지오를 애먹이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제가 죽인 것이 맞습니다. 우선 잭이란 친구는 연구에 대한 기밀을 빼내려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한것이고.. 레이는 잭을 처리하는 도중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렇게 되어버린것입니다.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죽어마땅한 죄입니다. 하지만 겨우 그정도 일로 카안드리아스님을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흠 그랬었군. 거짓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고 그런짓을 한것이냐?"
"예.. 카안드리아스님.. 주시는 벌 어느것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쟈코모와 루치펠 그리고 기니비아 셋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 죄도 없는 지오를 건드린데 대한 문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결코 그들이 원하는데로만 되지는 않았다.
"분명 죄는 죄다. 하지만 원로원에서 걱정할만큼 큰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죄를 진 지오는 앞으로 1년간 위성안에서 근신하며 지상의 일에 관여하지 말거라. 대신 그 업무를 지크프리드가 맡도록 하여라."
-
"카안드리아스님!!!"
원로들과 지오 모두 한꺼번에 카안드리아스를 외쳤다. 원로들은 죄값을 너무 가볍게 처리하는 것에 대한 불신으로, 지오는 자신을 용서하는것이나 다름없는 카안드리아스의 행동에 감동하여 그랬던 것이다. 묵묵히 옆에서 참관하던 지크프리드가 천천히 일어서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카안드리아스님.."
원로들은 난감해지고 있었다. 지상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면 분명 지오의 세력은 약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후임자를 또 T.T 의 인물로 선정하지 않았는가. 카안드리아스가 얼마나 T.T 를 신임하는지 다소나마 볼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크프리드는 원자력천공위성에 발을 들인후 지상에 거의 내려가본 적이 없었다. 저번에 한 번 지오가 하도 칭찬을 하여 내심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타렌이란 친구를 보기 위해 내려갔던 것을 제외하고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이제 지상의 일을 맡게 되었다니 그로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지오만이 큰 문책을 당할줄 알았는데 그걸로 그친데 대해 감격하고 있었다. 원로들은 다른 것들을 들먹거려봤자 더 이상 소용이 없음을 잘 알았다. 최고소집회의는 원로들에게 그렇게 성과없이 끝나가고 있었다.
"원로들이여.. 더 할말이 남았는가?"
-
"없습니다. 카안드리아스님."
쟈코모가 대답하자 실내는 조용해졌다. 카안드리아스는 천천히 일어서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그의 그림자가 천천히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회의가 끝난 것이다.
지오와 지크프리드의 표정은 회의 중간보다 다소 밝아진 상태였고 원로들의 표정은 굳어져있었다. 팔케넌이 목숨걸고 찾아낸 자료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쉽사리 버리거나 없앨 자료는 아니었다. 언제고 지오의 발목을 붙잡을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기에......
지오 역시 계속 마음에 걸리는 그 자료를 빼앗아야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미 위대하신 분께서 알아버린 일이라 그걸 갈취하는것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갈취한다고 해도 쉽사리 빼앗길 원로들도 아니었고 말이다. 위기의 순간을 넘긴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