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37화 (37/120)

제 목: 41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41

[주석] -4- 세느카(알 수 없는 존재... 어째서...) (4) -세느카 아이리스(알수 없

는 존재.. 어째서..)-

티탄시.. 정신과학 연구소 소장실..

노란색 머리에 굉장히 두꺼워 보이는 안경을 낀 중년의 사내와 얼굴이 약간은 각진 듯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내가 앉아있었다.

둘은 한참 말이 없었다. 부드러운 의자에 앉았음에도 표정은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정적이 지겨웠는지 안경쓴 사내가 입을 열었다.

"카인. 자네만이라도 실험을 계속 진행해야하네."

-

"소장님 하지만. 전.. 자신 없습니다."

카인이라 불린 사내는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마치 몇일 굶은 사람처럼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작아졌다. 정신과학 연구소의 소장.

다름 아닌 얀은 그런 카인에게 다소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실험이 위험하게 되면 반드시 중단하리라.'

했던 그의 다짐은 이미 무너진 뒤였으므로

"잭은 정말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의지할수 있는 존재였다구요하지만 이제 그는 없습니다. 레이 역시 그 세상에 갇혀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게 살고 있습니다. 레이도.. 죽은거나 다름없다구요.."

-

"실험은 거의 완성되었지 않나.. 자네 쉐도우를 한 번 보게 아직 100% 성공이라곤 할수 없지만 성공이나 다름없어!!"

"동료들을 잃고서 얻은 이깟 무기는 필요 없습니다."

카인은 거의 울먹이다시피 하고 있었다. 늘 강인한 인상을 풍기던 그였지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21번째 유닛을 각성시킨지 1년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마지막 27번째 유닛만을 남겨놓고 잭이 죽고 말았다.

레이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세상에다가 자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잭의 죽음.. 카인에게는 믿을수 없는 일이었다. 유전자를 각성하면서 카인은 셀프 치유 능력을 가지게 되었었다. 그덕분인가..

운(雲)에게 배운 내공 운용 방법으로 상처를 치료할수 있게된 카인은 다시 예전의 무공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알수 없는 존재들.. 즉 그 세상의 괴물들과는 다른 무한한 파워를 가진 존재들이 나타나 잭을 암살했다. 아니,카인과 레이 둘다 그 세상에 존재하는 괴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잭만 노렸다는 점이었다. 잭은 그들의 공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카인은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6번째 유닛이 각성되면서 카인은 불안전하지만 쉐도우를 얻을수 있었다. 하지만 희생이 너무 컸다.

잭의 죽음과.. 레이의 영원히 깨지 않을 혼수상태카인에게는 충격이었다.

그걸 모를리 없는 얀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개의 유닛을 남겨두고 실험을 종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재단에서도 바라지 않는 일일것이다.

"잭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어요. 우린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완벽히 서로 다른 우리들이 공통점이 있다구요. 녀석은 뭔가 말하고 싶어했어요.

보통 인간과는 다른 우리들을 실험대상으로 쓰는 이유를 말이죠.."

-

"카인 다른 생각은 하지 말게.. 자네 몸을 생각해야지. 최근 실행된 실험에서 자네는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네 과로로 인한 신경쇠약에다가 극도의 우울증까지 겹쳐있다구 진정해."

"마지막 실험은 못하겠어요."

카인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얀은 길게 숨을 들이마신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실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의 생명보단 중요할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다. 다시는 J 같은 일은 없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얀은 결심했다.

"알았네 카인. 위에다가는 자네의 쉐도우를 시험가동하는 기간을 달라고 하겠네 그게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은 쉴수 있을거야.."

-

"고맙습니다. 소장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논다는 소리는 아니네. 아마 쉐도우와 접속한 자네를 평가하는 일이 계속될걸세. 그렇더라도 DNA 를 각성시키는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울테니 걱정말게."

"네"

카인은 힘없는 모습으로 소장실을 빠져나갔다. 얀은 그의 그런 뒷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질책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26번째 유닛을 각성시킬 때 누군가 시스템에 접근한 흔적이 있어 설마.. 재단에서 고의로??? 흠 그럴리 없어. 재단에서 직접 고른 피실험자를 죽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레이가 두려움에 떨며 실험을 중지하자고 찾아왔을 때 중지했어야했는데 한꺼번에 둘을 잃다니. 내 책임이 크다.'

얀은 필터를 꺼내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곤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카인이 한말을 곱씹어 보았다.

'카인마져 잃기는 싫다. 비록 카인의 쉐도우가 아직은 불안정한 것이라 해도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재단에서 이정도로 만족할지도 몰라 재단. 흠 어째서 실험대상자들의 유전자 구조가 동일했을까.. 그런 유전자 구조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얀은 천천히 일어서서 소장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얼마 안되는 거리에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로 향했다. 생명공학 연구소는 정신과학 연구소와는 별도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굉장히 좋은 시설을 가진 최신식 연구소였다. 얀 소장을 알아본 경비원이 급히 출입을 허가했다.

생명공학 연구소는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물론 재단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일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비록 얀이 정신과학 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다른 연구소의 일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생명공학 연구소의 라시드 박사는 얀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많이 얼굴을 맞댄 사이는 아니었어도 꽤 친하게 서로를 대하는 사이였다.

"어서 오세요 얀 소장님. 이곳에는 무슨 일로"

- "흠.. 자네가 일하는 분야가 DNA 쪽이 아닌가.. 그래서 뭣좀 물어보려구"

"흠. 유전자 분야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건 모두 대답해드릴수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게 있더라도 이곳에는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있거든요. 아참.. 거의 1년 전인가.

그때는 세느카 아이리스라는 수재가 연구소에 들어왔었죠 브레인 특수 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수석졸업한 친구죠. 소장님도 이름은 들어보셨죠?"

-

"흠.. 세느카라 들어본 듯 하군. 그건 그렇고."

얀이 라시드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순간 검은색 머리결을 가진 미모의 젊은 여성 박사가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얀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넋을잃고 바라보았다. 그런 얀을 보고는 라시드가 그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친구가 바로 그 세느카라는 친구죠. 굉장한 친구라구요.

근데 하실 말씀이란게??"

-

"어??? 어. 그래.."

얀은 단지 세느카의 특이한 머리색과 미모 때문에 넋을 잃었던것이 아니었다. 뭔가 알수 없는 느낌. 불가사의한 힘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것이다.

전혀 보이지 않는 그녀의 미래 먼 미래일수록 더욱 불투명하게 보여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것같은 소녀.. 하지만 뭔가 알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듯한 고뇌에 찬 표정.. 얀은 순간적으로 그녀가 알수 없는 위험에 빠져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얀은 라시드에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DNA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쳐보게..

그러니까 완전하게 다른 것은 아니고 어느 특정한 부분만 이상하게 틀리단 말이지. 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실험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왜 보통 사람을 쓰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썼을까?"

얀은 굉장히 힘들게 질문한 것이다. 하지만 라시드는 그런 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그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건 간단하지 않겠어요? 그 사람들이 가진 DNA 유전자가 그 실험에 적합하거나. 아니면 그런 유전자 구조가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기 쉬워서 사용했다거나.. 그렇겠죠"

-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유전자 재결합이란 말을 아세요? 생물의 DNA 조각을 다른 DNA 분자에 결합시키는 기술로 유전자 공학의 중핵을 이루는 분야죠.. 이 기술을 이용해서 서로 다른 종(種)사이에서 잡종을 만드는 일이나 특정한 기능을 가진 유전정보만을 다른 생물의 유전자에 재결합해 넣는 일이 가능해진것이죠."

-

"흠. 그렇다면 자네 말은. 유전자 재결합을 할 때 필요한 유전자 구조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른 유전자과 결합하기 쉬운 유전자 구조가 있긴 있습니다. 만약에 소장님이 말하신 그 사람들의 유전자 구조가 그렇고 그런 이유에서였다면 아마 다른 생명체의 쓸만한 유전정보를 그 사람들에게 이식시키려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그런 실험을 사람을 상대로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겠죠. 후훗"

얀은 라시드에게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머리속에서 조합하기 시작했다. 만약 라시드의 말처럼 새로운 유전정보를 세명의 피실험자들에게 이식시켰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쉐도우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가 아닌 다른 생명체의 그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추측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세명의 유전자 구조는 모두 다른 과정을 거쳐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구조가 필요한 이유가 뭐였을까.'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유사한 점이 없는 그들이기에.. 더욱 그 이유가 중요한 요소였다. 라시드의 말을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기로 한 얀은.. 우선은 그들의 유전자 구조가 실험에 적합하기에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와 재결합시킨다는 보고는 지금껏 들어본적이 없는 얀이었다.

그런 것은 마땅히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막아야할 것들이었다.

"어쨌든. 고맙네. 라시드 언제 술이나 한잔 하지"

- "하핫.. 저야 좋죠.. 한턱 내시는겁니다 하핫.. "

라시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얀은 다시 정신과학 연구소로 돌아왔다. 라시드는 별안간 찾아와 이상한 질문을 하고 간 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실험실 안에는 세명의 연구원이 헤켈족의 시체를 해부하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세느카였다. 검은색 머리가 눈에 확 띄었을뿐 아니라 미모 또한 출중했기에 라시드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가서 꽂혔다.

"어머. 라시드 박사님! 좀전에 그분은 누구죠?"

-

"어. 정신과학 연구소 소장.. 그나저나 세느카 박사. 무슨 일있어? 뭔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

라시드의 질문에 세느카는 검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요즘에 계속 악몽에 시달려서요 몇 달째인지 모르겠어요..

병원에 가봐도 이상없다고 하고.. 그렇다고 심령술사를 찾아가자니..

미심쩍고. 헤헷.. 그래서 그냥 참고 있는거죠 뭐."

-

"너무 무리해서 그런거 아니야? 후훗.. 쉬엄 쉬엄 하라구. 우리가하고 있는 기형 생명체 변이 유전자 모듈 프로젝트는 단기간내에 끌어올릴수 있는 것이 아니라구"

"저도 알아요 하지만 요즘들어 새로운걸 많이 알아냈잖아요 그게 더욱 더 저를 실험에 빠져들게 만들어요 너무 흥미롭거든요"

-

"아.. 자네의 그 이론 말인가? 헤켈과 인간의 유전자 구조의 유사성?"

"분명 둘은 서로 다른 종족이에요. 하지만 세이렌과 헤켈만을 놓고 본다면 헤켈은 인간과 아주 머나먼 친척뻘쯤 된다는 거죠."

-

"침팬지 처럼 말이지?"

"아뇨. 침팬지는 인간의 선조뻘이고.. 헤켈은 마치 우리 자신 같다는 거죠"

-

"후훗 역시 세느카 박사 자네는 일을 할 때는 너무 진지해.

거보라구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악몽을 꾸는거야. 쉬면서 하라구..

그래서 어디 시집이나 가겠어?"

"어머. 라시드 박사님두.. 전 아직 그런건 관심 없어요. 아직 나이도 어리구요.."

-

"난 자네가 부러워. 단지 자네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그 자체가 말야."

"어? 그럼 라시드 박사님께서는 이 일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봐요?"

-

"그런 뜻이 아니야. 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자네는 꿈을 쫓기 위해 일을 한다는 사실이 다르단 거지."

"아 네 후훗.."

-

"왜 웃지?"

"아니에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건 아니거든요"

-

"엑?? 아니었어?"

"물론 이 일도 좋아하지만 더 관심있는게 있었어요. 이제는 한낱 꿈이 되어버렸지만.."

-

"그게 뭔데?"

"유적 탐사요. 헤헷 "

-

"유적 탐사??? 하하핫. 천하의 세느카 박사가. 유적 탐사라구???"

라시드가 약간 비웃는 투로 말하자 세느카는 삐진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유적 탐사가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서 그러시는거에요.. "

-

"후훗.. 알았어 알았어. 하하핫. 그래도 웃긴걸 어떡해?"

"피이 전 계속 실험이나 할래요"

- "하하핫 그래.. 그래 하핫. 열심히 아니, 아니 천천히 쉬어가면서 하라구. 하핫"

라시드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면서 세느카의 시야밖으로 사라졌다. 세느카는 그런 라시드를 보면서 피식 웃어버렸다. 어찌보면 우스울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의 시선,남의 이목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세느카였지만 그녀도 인간이었기에 조금은 신경 쓰이는 듯 보였다.

세느카는 잘 알고 있었다. 라시드가 말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것'이 무슨 뜻인지 늘상 다른 종족들과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서로를 증오해야하는지. 마음아파하던 세느카였다. 부모님께서 다른 종족손에 죽임을 당하였지만 미움따위는 생기지 않았던 세느카였다.

'다른 종족의 유전자 구조를 해석해내는 일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인간과 그들과의 얽힌 오해의 매듭을 풀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

세느카는 재단에서 원하는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재단에서 직접 내려온 목적은 좋은 뜻이었지만 실제적인 목적은 다른 종족의 유전자 구조를 해석해서 그들의 약점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그걸 모를리 없는 세느카였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세느카였다.

'헤켈과 세이렌. 그리고 인간.. 어째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는것일까'

세느카는 천천히 헤켈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싸늘히 식어버린 다른 종족의 시신. 약간 파충류에 가까운 피부만을 제외한다면 인간과 아주 흡사한 외형을 지닌 생명체였다. 뇌의 크기나 중량또한 인간의 것과 비슷했고 유전자 구조를 해석해 놓은 맵(Map) 역시 유사한 점이 많았다.

'만약 우리가 하나였더라면 그토록 많은 희생자들을 낳지 않았을텐데..'

자기 자신도 희생자였으면서 다른 희생자들을 걱정하던 세느카는 다시 연구에 집중하였다.

몇일뒤. 정신과학 연구소 지하 비밀 연구실..

얀과 여러명의 박사들과 카인이 연구실 안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카인의 앞에는 10년전에나 사용했었던-가오사이보그가 등장한 이후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전투 머신이 놓여있었다.

"카인 준비되었나? 이 전투머신은 아주 구형이라구. 그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봐선 안될거야. 일반인들에겐 치명적인 무기니까."

얀이 약간 너스레를 떨며 겁을 줬다. 카인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긴장했는지 꽉 쥔 주먹은 펴질 줄을 몰랐다.

"카인. 쉐도우와 접속하게!!"

얀의 명령을 들은 카인은 쉐도우를 불러내었다.

"Connect!!"

카인의 몸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이상한 금속으로 뒤덮힌 카인은 마치 적색 사이보그를 연상시키듯 단단해보였다. 금속처럼 보이는 카인의 몸덩이는 이상하게도 보통의 살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카인의 손에는 광목검을 대신할 입자폴리곤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실험을 관람하던 경비대장 펀캐드가 얀에게 말했다.

"다급해지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

"아마 그럴일은 없을걸세 난 카인을 믿거든."

"정말 강해보이는군요. 쉐도우란 존재는 모두 저렇게 생긴것입니까?"

-

"흠. 다른 쉐도우를 보진 못했지만 각자의 독특한 개성이있기 때문에 약간은 다른 모습을 취하지 않을까 하네."

"네.. 이제 전투 머신을 작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하도록 하게."

얀의 허가가 떨어지자 펀캐드가 손짓했다. 그러자 전투 머신 옆에 있던 대원 한명이 전투 머신을 작동시켰다. 전투 머신은 원통 모양의 거대한 사이보그로 직경이 2미터나 되고 높이가 1미터 50센치인 살인무기였다.

전투 머신에 달려있는 것은 원래 구식 건(Gun)이었는데 카인이 상대할 전투 머신은 로이안 리플을 장착하고 있었다.

전투 머신이 카인을 적으로 인식하자마자 전투가 시작되었다. 로이안 리플에서 거대한 섬광이 뿜어져 나온것이다. 다소 긴장한 카인은 평소같으면 피했을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검을 가져다 대었다. 검을 맞고 각도가 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카인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광선이 지나갔다.

순간 연구원들의 숨소리가 멎는 듯 실내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카인은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고 있었다.

"로 로이안 리플을.. 맞았는데도 멀쩡합니다!!"

한 연구원이 외치자 엄숙했던 분위기는 일순간 풀리고 있었다. 카인 자신도 놀라운 듯 자신의 쉐도우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전투중이란 사실을 인식한 듯 입자폴리곤 단검을 꽉 쥐며 전투 머신을 향해 달려갔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카인에게 로이안 리플을 연속발사한 전투 머신은 카인의 입자 폴리곤 단검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구형이었지만 놀라운 스피드였다.

실험을 위해 약간 개조했던 것이다. 카인의 검을 피한 전투 머신은 더 이상 로이안 리플이 적에게 통하지 않는 다는것을 느꼈는지 공격은 줄이고 방어에만 급급했다.

카인은 쉐도우와 처음 접속했을때보다 약간 시간이 지난 지금 엄청난 피로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싸움을 빨리 끝내야한다고 생각했다.

카인의 입자폴리곤 단검이 엄청난 속도로 전투 머신의 우에서 좌로 베어졌다.

순간 정지한 전투 머신은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렸다. 얀의 명령에 따라 카인은 쉐도우와의 접속을 해제했다. 가쁜 숨을 내쉬는 카인에게 얀이 다가갔다.

"어떤가. 녀석은 보통의 자네가 상대하기엔 벅찬 상대였어 쉐도우를 사용해 이긴 소감은?"

-

"별거 아니었습니다. 다만. 쉐도우와 장시간 접속해있으면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앞으로 수련하면 몇분에서 몇십분까지는 버틸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일것같습니다."

"흠 그래. 아직 완벽하게 각성되지 않아서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말게. 자네의 전투력이라면 한시간동안이나 전투할 필요성은 없을테니까"

얀의 말은 마지막 유닛을 될 수 있으면 각성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란말이었다. 카인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얀을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런 둘을 향해 펀캐드가 다가왔다.

"후훗 정말 놀라운 솜씨군.. 카인. 전투 머신을 깨끗이 베어버렸어.

검이 지나간 자리만 깨끗이 잘라져 있단 말이지. 마치 두부를 자르듯 말야. 대단해 하핫"

-

"과찬이십니다. 전투 머신이 생각보단 강하지 않았어요.."

"흠.. 허기사 로이안 리플도 통하지 않는 쉐도우라. 굉장한걸.. 쉐도우와 접속한 자네를 무슨 수로 제압한다지??? 하하핫.."

펀캐드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졌다. 얀과 카인도 가벼운 미소를 지어 응답했다. 그렇게 카인의 첫 번째 쉐도우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마칠수 있었다. 다음 테스트는 가오사이 보그가 될 예정이었다. 약간은 지친 듯 보이는 카인을 쉬게 한 얀은 한명의 방문자를 만나기 위해 소장실로 향했다.

소장실에는 삶의 역경을 많이 헤치고 살아남은듯한 인상을 풍기는.. 팔케넌이 앉아있었다. 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반기며 일어섰다.

"아. 얀. 어서 오게. 후훗. 쉐도우 프로젝트가 거의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걸세."

- "네.. 어서오십시오.. 팔케넌님"

"자네의 능력을 원로원에서도 좋게 평가하고 있다네. 아마 오래지 않아 자네를 보려고 할걸세.."

-

"재단 본부에서 말입니까?"

"후훗.. 그렇지. 아마 처음 가보는 곳일게야. 원자력 천공위성.

가보면 놀라게 될걸."

-

"원자력 천공위성이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재단 본부가 어디 위치하는지 꽤 궁금했었는데. 설마.. 하늘에 있을줄은."

"후훗 하늘이 아니라네. 우주야."

-

"예???"

"우주라구.. 원자력 천공위성은 우주에 존재한다네."

-

"우주로 가는 기술이 개발되었단 말입니까? 먼지층에 흐르는 전자기파 방해를 어떻게 막아내고???"

"후훗 재단에서 못할일은 없다네.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곳이지.. 아마 곧 자네에게도 셔틀크루져가 보급나올걸세"

-

"그 셔틀크루져라는 것이 우주로 도약할수 있는 비행정입니까?"

"후훗.. 그래. 아 그건 그렇고. 원로원 사람들을 만나보더라도 그들과대화할 수는 없을걸세. 그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집단이거든 아참 자네에게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네"

-

"물어보십시오."

"세느카 아이리스라는 여성에 대해 알고 있나?"

-

"흠 세느카..아이리스. 아 알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수재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녀를 왜??"

"흠 나도 잘 모르는 일일세. 하지만 재단에서 그녀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

"보호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재단 총수이신 카안드리아스.. 즉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내린 명령같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다른 종족이 노린다는 거야"

-

"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녀를 노린단 말입니까?"

"그게 이상하다는거지.. 재단에서는 그녀가 하고 있는 연구가 극히 위험한 연구란 판단을 내린것같아."

-

"자신들이 시킨 연구가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은지 이제서야 판단을 한단 말입니까?"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그녀의 생각 말이야.. 재단에서 원하는 방향으로의 연구가 아니야 종의 기원을 밝히려는것 같다는 말이지.."

-

"흠.. 신에 대한 도전이군요?"

"어렵게 말하면 그렇게 말할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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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해서 다른 종족이 그녀를 노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나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야. 자네는 예지력 분야의 포스 오너가 아니던가.. 그녀의 미래를 살펴봐봐.. 재단에서는 이미 그녀가 조만간 위험에 빠질것이란 것을 예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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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얀은 팔케넌의 말이 사실이란걸 알았다. 그도 몇일전 세느카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뭔가 찜찜한 것을 느꼈기때문이다.

그것이 다른 종족과 관련되어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수도 있는 것인줄은 몰랐었다. 역시 재단은 대단한 곳이었다.

세느카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는 몰라도 다른 종족이 노린다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수 있었다.

"하여간.. 세느카 박사를 잘 부탁하겠네. 그렇다고 너무 티나게 여러명을 붙이지는 말고 실험삼아 카인을 그녀에게 붙여주게..

카인의 쉐도우도 평가할겸"

-

"흠 알겠습니다. 그녀의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아마 좀 오랫동안 볼수 없을거야.. 나중에 셔틀크루져를 보내주겠네.. 그때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찾아오면 될걸세. 그럼.."

-

"예.."

팔케넌이 소장실을 빠져나가자 얀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카인의 2차 쉐도우 평가를 마친후 세느카의 일을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에 대한 도전이라 도대체 세느카가 연구한 것이 무엇이길래 그리고 어째서 다른 종족이 그녀를 노린단 말인가.'

1지역구 푸치니시.

세명의 포스 오너들이 한명의 사내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 사내의 옷차림은 누가봐도 쉽게 알아볼수 있는 낡은 의상이었다. 사내는 알수 없는 세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쫓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것만같았기때문이었다.

'쳇 저번 그 녀석은 부상 휴유증으로 몸소 나서지 않으신 모양이군 그 녀석보다는 약하지만 그래도 세명이다. 우선 녀석들의 시선을 따돌려야겠다.'

푸치니시 외곽 한적한 도로,세명의 포스 오너들은 전혀 지치지 않는 듯 같은 속도로 사내를 쫓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사내의 귓전을 때렸다.

"파인리히!! 거기 서!! 우리 손에서 빠져나갈수 없다!!"

파인리히는 사람들이 없는 으쓱한 곳에 도착해서는 도망가는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포스 오너들도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도대체 너희들은 어째서 나를 쫓는 것이냐?"

-

"파인리히.. 네가 바로 그 정답이다."

"무슨 소릴 하는거냐?"

파인리히는 그들에게서 뭔가 단서를 얻을까 해서 대화를 시도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쉽게 말해줄리 만무했다. 포스 오너란 존재는 굉장히 강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3:1 로 싸운다는것은 그야말로 미친짓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파인리히가 타렌을 상대로 막상막하의 싸움을 펼쳤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1:1 의 상황..

파인리히는 녀석들과 싸움을 하는것보다는 도망치는 편이 더 낳은 결정이란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멈춘 이상 한 번의 싸움은 불가피했다.

'틈을. 노려서 도망친다..'

"순순히 붙잡힌다면 아프지 않게 데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1분에 뼈 한 개씩 부러뜨려주지 후후훗"

세명의 포스 오너중 근육질의 사내가 웃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뚱뚱이도 따라 웃었다.

"쳇 난 지지 않아. 날 너무 과소 평가하는것같군."

-

"후훗.. 그건 두고 보면 알수 있는 것이다. 아직도 도망칠수 있다고 믿고 있나?"

"도망칠수 있다고 믿는게 아니라 도망칠거야 멍청한 녀석들 후훗.."

-

"뭐라구??"

파인리히의 도발적인 말에 넘어간 것은 뚱뚱이었다. 말을 내뱉으면서 동시에 양손에 매너 포스를 집중하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파인리히는 다행히 세명이 동시에 공격하지 않고 뚱뚱이 혼자 공격하는 것에 대해 안심했다. 뚱뚱이의 양손에 모인 매너포스는 주위에 있는 흙들을 부상시키고 있었다.

어느새 흙으로 이루어진 모래의 소용돌이가 그의 손에서 회오리쳤다.

"어디 멍청이의 공격을 받아봐라!!"

뚱뚱이의 공격이 오른손에서 뿜어졌다. 모래의 회오리가 파인리히를 잡아먹을 듯 무서운 기세로 덮쳐왔다. 파인리히는 적의 몸집에 비해 공격이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급히 '스피리쉬' 를 불러내었다.

그러자 파인리히의 몸이 공중으로 부상하면서 동시에 넙적하게 생긴 생명체가 그의 발바닥아래에 생성되었다. 엄청난 속도로 뚱뚱이의 공격을 회피한 파인리히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참에 도망을 치려고 생각했다.

'그래. 그 공격이라면..'

파인리히는 순간적으로 온힘을 오른손에 모았다. 그리고는 함성을 질렀다.

"볼캔 샤이어!!!!"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적인 힘의 소모로 스피리쉬의 속도가 많이 줄기는 했으나 적들을 뒤로 하고 도망치는데는 충분했다.

세명의 포스 오너는 뚱뚱이에게로 날아오는 볼캔 샤이어의 파워가 보통 이상임을 알고 뚱뚱이를 피하게 만드는데 모든 매너 포스를 집중시켰다. 뚱뚱이의 몸에 닿기 일보직전에 뚱뚱이를 피신시킨 그들은 이미 파인리히가 도망쳐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젠장.. 네가 일을 망쳤어!"

-

"그게 어째서 나때문이야?"

근육질 사내의 말에 뚱뚱이는 도리어 성질을 부렸다. 그러자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둘다 그만해! 파인리히는 도망쳤어. 하지만 아직 이 도시를 떠나지는 못했을거다. 언젠가는 우리의 파인더에 포착되게 되어있어.

그리고 아까 녀석의 마지막 그 공격은 굉장한 것이다. 절대 녀석과 혼자 싸우려하지마. 타렌님도 녀석에게 당했다. 그만큼 녀석은 강해.

우리 셋이 힘을 합쳐야 잡을수 있는 녀석이다."

- "그래.. 알았어"

사내의 말에 근육맨과 뚱뚱이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솔직히 파인리히의 공격에 뚱뚱이나 근육맨이나 둘다 식은땀까지 흘리던 차였다. 힘을 모아야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파인리히는 운좋게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역시 세명을 상대하기란 무리야. 후우.. 이곳.. 에서 녀석들과 마주칠줄이야 젠장.. 몇일동안은 숨어지내야겠군. 그리고나서 펠로 포타미아 유적을 찾아가봐야겠군 왠지. 이 도시. 그리고 그 유적 모두 낯익은것같아.. 많이 와본것처럼. 도대체 난 유적들과 무슨 관련이 있었던걸까'

파인리히는 다시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숨어지내야한다는 생각에 작은 숙소를 찾아 그곳에서 묵기로 하고는 말이다. 두 번째 테스트를 위해 다시금 지하 실험실에 모인 얀과 카인.얀이 안경을 바로 쓰며 카인에게 말했다.

"카인.. 이번엔 가오사이보그를 상대로 싸워야하네. 가오사이보그의 탑승자는 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야 이름은 크레이넌이라고 하지 우리 연구소 소속 가오그 전대장을 맡고 있는 친구지"

-

"크레이넌이라.. 검을 잘 사용한다면 꼭 한 번 겨뤄보고 싶군요."

"흠 자넨 검술경연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으니 아마 검술로는 자네가 약간 우위를 점유할수 있을걸세.. 하지만 가오사이보그의 위력으론 자네가 상대가 될 수 없지 과연 쉐도우가 어느정도를 버텨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겠지."

-

"한번 해보겠습니다."

"크레이넌 이리로 오게!"

얀의 말을 들은 크레이넌이 천천히 카인에게로 다가왔다. 카인을 본 크레이넌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마도란씨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고 들었습니다. 어째서 시합도중에 그냥 포기하셨는지 무척 궁금한데 이유를 알려주시겠습니까?"

-

"아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양해해주십시오."

악수를 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다 검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자들이었다. 비록 크레이넌이 공식적인 대회에 참가하여 실력을 평가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티탄시라는 거대규모의 시에서 전대장 역할을 하는것만큼만 봐도 그의 실력은 인정받은 셈이었다.

"경기는 위험하지 않도록 고안된 검을 사용하도록 하겠네. 생체 인식검이 뭔지 알걸세. 그걸 약간 개조한 검이지 인체에 해는 없으니 걱정하지 말게."

얀의 말에 크레이넌과 카인 둘다 '예' 라고 대답했다. 크레이넌이 가오사이보그에 탑승하자 카인역시 쉐도우와 접속을 했다. 얀의 허가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레이넌이 공격을 시도해왔다. 3미터나 되는 가오사이보그가 날렵한 몸동작으로 달려왔다.

크레이넌의 검이 카인의 가슴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카인은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며 물(水)의 초식으로 상대의 허리를 베어나갔다.

좌에서 우로 일(一)자로 그어지는 카인의 검에 크레이넌은 다소 놀란 듯 다급히 뒤로 물러서 피했다.

카인은 몸의 경락이 다시 재기능을 발휘하긴 했으나 예전에 들어섰었던 무념(無念)의 경지에는 입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직까지 천검법(天劍法)의 초식으로 크레이넌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레이넌은 생각보다 카인의 실력이 고강함을 알고는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쉽사리 이길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느꼈던 것이다. 재빠르게 머리회전을 한 크레이넌은 자신의 유리한 점을 금방 알아챌수 있었다. 바로 가오사이보그의 파괴력이었다.

'무게차이로 보나 보호 능력으로 보나 가오사이보그가 월등히 강할 것이다. 검의 파워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은 크레이넌이 공격을 시도해왔다. 크레이넌의 묵직한 검이 카인의 머리쪽을 압박해갔다. 빠른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공격이어서 그런지 카인은 회피하려고 했다. 크레이넌의 공격을 오른쪽으로 비껴 피한 카인은 그 공격이 허초였음을 깨달았다. 어느새 크레이넌의 검이 카인을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인 위기에 몰린 카인이 검을 들어 크레이넌의 검을 막아내었다.

두 개의 검이 부딪히자 실내는 충격파장으로 공기가 진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둘의 파워는 강력했던 것이다.

무게면에서나 파워면에서 월등히 강한 크레이넌의 가오사이보그가 카인의 쉐도우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아니,날려보내는데말이다.

카인은 크레이넌의 검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붕뜨는 자신의 몸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벽에 부딪힌 카인은 땅에 손을 짚으며 착지했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지만 그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쉐도우는 방어용 아머나 다름없다. 평소보다 파워가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오사이보그같은 거대한 기계의 파워를 따라갈수는 없는 것이다.'

카인은 크레이넌이 노린 것을 간파하고는 정면승부는 힘들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등이 시퍼렇게 멍들었는지 계속 욱신거렸다.

잠시 멈춰있는 카인을 향해 다시 크레이넌이 공격을 가했다. 앉아있는 카인의 몸을 수직으로 베려는 공격이었다. 카인은 순간적으로 흙(土)의 초식을 이용해 옆으로 한바퀴 돌면서 피하며 가오사이보그의 다리를 베어나갔다.

순간적인 역공에 크레이넌은 놀란 듯 다급히 점프를 해서 공격을 피하려했다. 카인은 이것을 노린 것이다. 점프를 한 상태라면 아무리 묵직한 상대라도 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점프한 상대를 향해 엄청난 파워를 다리에 집중해서 솟구쳐올랐다.

'챙!!!'

두 개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타고 흘러퍼졌다.

그리고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크레이넌의 가오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카인의 쉐도우가 사뿐히 착지했다.

크레이넌은 공격에 당했지만 아직은 자신이있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시 검을 바로 잡았다. 카인은 자신의 공격에 100% 당할줄 알았던 크레이넌이 순간적으로 방어를 해서 치명타를 입지 않은것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검술경연대회에서 만났던 웬만한 고수들보다도 강하다'

카인은 자신의 실력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상대의 실력이 높다는 평가를 했다.

다시금 상대를 향해 달려간 카인은 태양(日)의 초식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검이 현란하게 구부러져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레이넌은 연속적인 카인의 공격에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특히 이번 초식들은 상당히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막는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공격에도 헛점은 있었다.

너무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방어가 허술했던 것이다. 크레이넌은 순간적으로 카인에게 다가섰다.

근접전에선 파워가 우세한 자신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거리가 좁혀지자 카인의 검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크레이넌이 몸으로 밀친후 검을 찔렀다.

엄청난 힘이 몸에 전달되자 뒤로 밀려나가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크레이넌의 검이 자신에게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때였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은..

뒤로 날아가던 카인의 쉐도우가 공중에서 방향을 비틀어 크레이넌의 가오그의 허리춤을 베어버렸다. 크레이넌은 상대의 놀라운 기술에 어이 없이 당하고 말았다. 가오그와 크레이넌 둘다 무사했다. 하지만 이미 시합은 끝난 상태였다.

"휴우.. 역시 대단하군요. 카인씨."

크레이넌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한 듯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쉐도우와 접속을 해제한 카인은 크레이넌을 보며 환한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정말 대단하더군요 놀랬어요 후훗.. "

카인은 순간적인 위험에서. 어쩌면 자신이 질뻔했던 위기에서 예전의 감각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바로 무념(無念)의 상태. 카인은 어찌 하려고 한것도 아니었고 어찌 하겠다는 의지를 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저절로 몸과 검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던 것이다.

잠시나마 예전의 실력을 되찾았던 카인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둘을 향해 얀과 펀캐드가 다가왔다. 펀캐드가 크레이넌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크레이넌 자네 다시 봐야겠는걸? 굉장한 실력파였어.. 후훗 전대장은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

-

"아뇨 별말씀을.. 어쨌든 즐거운 시합이었습니다."

"예. 언제 한 번 다시 겨루죠 크레이넌 씨 "

- "네.. 그래요 ^^"

크레이넌이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자 얀이 입을 열었다.

"카인.. 그래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만족할만하네.. 크레이넌의 가오그를 이겼으니 아마 보통 가오사이보그 2대의 실력과 맞먹는 전력을 가진것이나 다름없을걸세.. 아.. 그나저나 어디 다친곳은 없나?"

-

"네. 등쪽에 타박상을 입은 정도에요. 다른 데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후훗 다행일세 그래.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하게. 실력 테스트는 이번 것으로 종료하겠네 아마 새로운 임무가 주어질거야"

-

"네? 새로운 임무라뇨?"

"흠.. 또 하나의 테스트라고 생각하면 될걸세.. 힘든 임무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네 일단은 쉬도록 하게"

얀의 말을 들은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얀은 팔케넌이 말한 임무를 카인에게 맡기려고 했다. 쉐도우를 평가하는 방법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티탄시 중심부 한 거대한 세라곤 빌딩 아주 어려보이는 듯한 한명의 소녀가 나무로 만든 구식 침대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새벽..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한 인간이 있었다.

그는 150센치정도 되는 키에 언뜻봐도 잘생긴 미소년이었다.

어째서 그가 그곳에 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는 한동안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그녀를 향하게 했다.

'세느카 이제 때가 되었다 너의 봉인이 풀리는 때가 너를 보호하고 싶지만 그것은 규칙에 위배되는 일 그래서 내가 아닌 타인으로 하여금 널 보호하도록 하겠다. 곧 있을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다. 먼 미래에 네가 할 일에 비하면'

그는 길게 숨을 내쉰후 자신의 머리속에서 만들어내는 영상을 세느카의 두뇌속에 삽입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세느카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공포에 질린듯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리곤 '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세느카가 눈을 떴을 때 이미 그녀의 앞에는 아무 존재도 없었다.

"휴우 또 그 꿈이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거지 정말 답답해 죽겠군"

세느카는 온몸이 땀에 젖은 듯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바로 욕실로 들어간 그녀는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세느카의 모습을 알수 없는 존재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낼때가 되었습니다. 이건 우리 모두 느끼고 있는 사실이 아닐까요? 더 이상의 삶도 무의미하지 않겠습니까 같이 편안한 세상으로. 후후훗'

그 존재는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듯 허무하게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티탄시 중심부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작은 집. 그 안에는 완벽하게 헤켈의 몸을 가지고 있는 한명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인간이었다. 바로. 카자마.. 그 알수 없는 존재의 힘에 이끌려 이곳까지 따라온 그였다.

그는 그 존재와 같이 있는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몸의 변이도 완전히 끝나버려서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을 띄지 않았다. 그리고 그 존재로부터 몸의 특수한 유전자를 개발시키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것은 헤켈의 유전자였다.

카자마를 향해 그 존재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자 카자마는 일어서서 예를 갖추었다. 그 존재는 벌써부터 누누히 카자마에게 임무에 대해 설명을 했던 차였다. 노파심이었는지 한 번더 말하려 했다.

"세느카를 납치하도록 해라.. 절대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납치에 성공하지 못하여도 상관없다. 네가 다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카자마는 그 존재의 말을 이미 많이 들은 상태였기에 쉽게 알아들을수 있었다. 납치를 시도하되 성공못할시에는 그냥 도망치라는 소리를 그렇게 어렵게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주인님.. 어째서 이런 일을 해야하는 것입니까?"

-

"후후훗.. 난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네?"

-

"더이상은 알려하지 말거라.."

그 존재는 그 말을 끝으로 카자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카자마는 알수 없는 그 존재의 힘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지만 그에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었다.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아하는 엄청난 존재..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지금껏 비참한 생활만을 했던 카자마에게 편안한 삶을 준 것은 그뿐이었으므로..

얀은 카인의 쉐도우 테스트가 성공적인것에 대해 상당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뭔가 해냈다는 그런 뿌듯함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그 희생의 대가 역시 이루 말할수 없는 큰 것이었지만말이다.

펀캐드의 보고서를 받은 얀은 카인의 능력이 정말 놀라울정도로 향상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전투력은 전투를 치르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쉐도우와 접속한 시간도 점점 길어길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욱 신기한것은 꽤 빠른 상처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고봐야하겠지만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수 없습니다."

-

"흠. 그 유전자들 중에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유전자가 있던 것인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

"다른 종족들과 상대했을 때 그들을 제압할 능력이 되는가?"

"헤켈 서너개체정도는 혼자의 힘으로도 막아낼정도의 전투능력입니다. 세이렌이라 할지라도 혼자 두 개체와 맞붙어 싸울수 있는 수치입니다."

- "그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얀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약간 두려운 생각을 했다.

'이토록 강력한 존재가 우리에게 과연 필요한 존재일까.. 다른 종족들을 막는데 필요 이상의 힘을 가진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재단에서 생각하는 것은 뭐지..'

보고를 마친 펀캐드가 자리를 비우자 얀은 카인을 호출했다.

카인에게 지시할 임무가 있었기때문이었다.

얀은 팔케넌의 말을 들은후 세느카 아이리스에 대해 뒷조사를 실시했었다. 다른 종족이 노릴 정도의 인간이라면 분명 배후세력이 있을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중요한 것이거나 말이다.

하지만 얀의 조사에 의해 밝혀진 세느카의 자료라곤 그녀의 영특함을 자랑할만한 것들밖에는 없었다. 어떠한 배후세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녀가 연구하는 프로젝트또한 타 종족에게 그다지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얀이 세느카에 대한 서류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릴적에 부모님을 잃고도 잘 자라주었군.. 비상한 두뇌.. 라시드 박사가 칭찬한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 이상한 점이라곤 발견할수없어 아차.. 그래 머리카락이 검다는 것을 빼곤 말야.."

얀은 보고서 '특이사항'란에 적힌 검은눈에 검은색 머리카락이란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세상에..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존재했던가.'

얀은 자신이 상식에 밝지는 않지만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얀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얀은 그가 카인임을 짐작하고 들어오도록 했다. 카인은 소장실로 들어서며 목례를 했다. 얀은 반기는 표정으로 카인에게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무슨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

"다른게 아니라 저번에 말했던 그 새로운 임무를 자네에게 부여해주기 위해서 부른걸세.."

"아 무슨 일을 하는것이죠?"

-

"자.. 이 여자를 보게."

얀이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펼쳐보이며 사진을 가리켰다.

그러자 카인은 다소 놀라는 듯 말했다.

"와.. 굉장한 미인이군요? 그런데 머리색이 조금 이상하네요.

검은색으로 염색하다니.."

-

"후훗 아니. 그건 그녀의 원래 머리색일세. 신기하지? 이상한건 그녀의 조상들은 그런 머리색을 가진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거야"

"돌연변이인가요???"

-

"글세.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이 아름다운 미인을 자네가 보호하면 되는 임무라네."

"네? 보호라뇨? 보디가드 말씀이신가요?"

-

"그래 이유는 알수 없지만 이 여자를 노리는 녀석들이 있어.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는게 자네의 임무야 자네의 능력도 평가할겸. 그리고 혼자힘으로 여러명의 능력을 능가하는 자네의 실력도 필요했고.."

"그럼 그녀가 직접 의뢰한것인가요?"

-

"아니 재단에서 시킨 일이야 재단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것같아. 그녀가 위험하다는 걸 말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임무를 우리에게 부여했어.. 난 적임자로 자네를 선택했고.."

"그럼 굉장히 중요한 여자겠군요"

-

"그런것같아. 그녀를 노리는 녀석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들이거든.."

"네??? 다른 종족이라구요?"

-

"그래 아직 헤켈인지 세이렌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예측한 바로는 다른 종족이 틀림없어.

그리고 나의 예감도 그렇고."

얀은 한 번 스쳐지나갔던 세느카에게서 느낀 이상한 감정을 지울수가 없었다. 알수 없는 미래. 마치 이카루스에게서 느꼈던것과 같은 두려움이었다.

"흠.. 해보겠습니다. 다른 종족들과는 한 번밖에는 겨뤄보지 않았지만 해낼수 있을것같습니다."

-

"그래. 그래야지 그녀에 대한 상세 정보라네.. 한 번 읽어두게 참고하면 좋을거야 여하튼 조만간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걸세..

나의 미약한 예지력으로도 느껴질정도의 일일세"

"알겠습니다.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인은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얀을 응시했다. 얀은 카인의 실력을 믿고는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을 떨칠수 없었다.

"만약 다른 종족이 그녀를 납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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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런데 다른 종족이 티탄시에 들어올수 있습니까?

광선형 돔 결계를 통과할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지 않습니까?"

"글세. 나도 그게 참 궁금하다네. 나의 감각들은 그녀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네. 그렇다고 그녀가 도시 밖으로 나갈일도 없을테고..

그렇다면 도시 안에서 공격을 받는다는 말인데 다른 종족이 어떻게 도시 안으로 들어올거냐 이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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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군요. 돔형결계를 부수고 들어오지 않을까요?"

"흠. 한 여자 때문에 그정도 위험까지 감수할까. 그렇지는 않을걸세.

어쨋든 다른 종족이 도시를 활보하고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민간인들이 알게 되는날엔 일대 혼란이 벌어질걸세.. 타 연구소에서 개발한 반투과 성반사물질을 이용하면 신기한 사건으로 종결되겠지.. 하여간 그녀를 항상 지켜보면서 위험에 대비하게. 그리고 그 상황이 닥치면 그녀를 나에게로 보내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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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박사님께로 말입니까?"

"그래 이유는 간단하다네. 위험을 겪고 나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들걸세. 어차피 우리도 그녀를 보호해야하는 입장이니 만남은 빠를 수록 좋겠지 적이 공격하기 전에 그녀에게 '당신이 위험하니 우리가 보호해주겠소' 할수는 없는거 아닌가?"

- "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길세.. 재단에서도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같고.. 하여간..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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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그녀를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만 나가보도록 하게."

카인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얀은 계속 이상한 느낌을 받는 자신을 발견했다.

'후우 도대체 이 느낌은 뭐지. 이카루스에게서 받은 그 느낌이 아니던가.. 이상한 것은.. 뭔가 짜여진 각본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같다는거야'

얀은 알고 있었다. 세느카에게 있을 그 사건이 세느카 자신에겐 그렇게 큰 해가 될것같지 않다는 것을 왠지 그런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더욱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타 종족의 공격. 이것은 분명 엄청난 공포심과 불안감을 만들어내야했다. 하지만 세느카에서 느껴지는 느낌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누군가 장난치는것같은 그렇지 않다면 어느 계획의 일부처럼 일부러 그러는것같은.. 그런 느낌 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사건이 직접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아낼수 없을것같았다.

'흠.. 세느카 박사를 우리수중에서 보호할방법을 찾아야겠군.

연구소에만 가둬둬서는 적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한채 위험에만 노출시키는 꼴이니.. 다른 계기를 만들어야할텐데..'

얀은 세느카의 부전공이 고고학이란 사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과학이란 것은 신이란 존재와는 별개의 문제라 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학자들 역시 신이란 존재를 믿고 의지하려했다. 아이러니라고 할수 있었다.

몇일 뒤. 세느카에게는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카인은 헤켈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반투과성반사물질을 뿌린후 공격을 시도했다. 그렇게그들은 만났고 시간은 흘러갔다.

-주석편 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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