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39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9
[주석] -4- 파인리히(새로운 시작....) (2) -파인리히(새로운 시작..)-상대는 괴물이었다. 적어도 타렌의 생각으론 그랬다. 자신이 수차례 공격을 가했지만 뒤로 약간 밀려날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것같았다.
'굉장한 녀석이다. 저것이 특정 캐릭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떠한 녀석을 모델로 삼았기에 저토록 강력하단 말인가..'
타렌은 의아한 생각에 치를 떨었다. 첫 번째 피실험자는 입자공격을 받고 단 일격에 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싸우는 상대는 입자 공격을 정면으로 맞더라도 상처하나 입지 않는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공기를 분해하여 분자상태로 만들어 공격하는 입자공격에 당하고도 멀쩡하다니 녀석의 피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타렌은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스피드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지만 타렌으로서는 충분히 피할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역공에 당한후론 줄곧 피할수 있던 타렌이었다. 그런 타렌은 점차 힘이 빠지고 있었다.
최고의 기술이라 생각하던 입자공격에 당하지 않는 괴물.. 정말 싸울맛 안나는 상대였다. 타렌은 펠트로박사를 향해 소리쳤다.
"펠트로 박사!! 도대체 무엇을 모델로 삼은겁니까!!!?"
타렌의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펠트로는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펠트로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펠트로는 잠시 그런 기분에 도취되어있다가 타렌의 질문을 받고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그는 골렘(Golem)을 모델로 삼은 캐릭을 가진 피실험자였소.."
펠트로의 답변에 타렌은 '젠장' 이란 말을 내뱉었다. 골렘이라면 전설속에나 등장하는 최강의 몸과 파워를 가진 그야말로 무식하기 그지 없는 이뮨의 괴물이 아니던가 입자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것이 이상한게 아니었다.
펠트로는 타렌의 질문에 대답한후 한가지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골렘을 모델로 삼은 피실험자였지만 그렇다고 무적일수는 없었다.
어딘가에 분명 약점이 있다는 소리였다.
'골렘의 약점이라. 분명 존재한다. 무적이란!! 있을수 없어!
천적이 있기마련이다!!'
펠트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세로 몰리는 타렌을 보며 안절부절했다.
타렌이 진다면 그 후의 상황은 안봐도 비디오였던것이다.
이미 실험실 안은 타렌과 골렘? 의 격돌로 망가진 상태였다. 다행이 타렌이 다른 피실험자들의 안전-실험대상으로서의 값어치-을 생각해서 그들이 있는곳만이 멀쩡할뿐이었다.
타렌은 공격횟수를 줄이고 있었다. 최강의 공격도 막아내는 녀석에게 공격하는 것은 체력의 소모만을 가져오는 불필요한 것이다. 공격을 줄이고 계속 피해다니려니 더욱 불리해져만 가고 있었다.
'젠장 골렘 전설속에나 등장하는 그것들은 정녕 죽일수 없는 신(神)적인 존재들이란 말인가..'
타렌은 거의 좌절할 지경이었다. 아무런 상처도 입힐수 없는 상대와 싸운다는 것 자체가 전의를 상실하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맹공을 가하던 녀석의 행동이 갑자기 주춤거렸다.
그리고는 엄청난 두통을 호소하는 듯 머릴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골렘에게 지배당했던 이성이 자기 몸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생긴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타렌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껏 아껴두었던 온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기의 소용돌이가.. 아니,거대한 공기입자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타렌이 기합성과 함께 녀석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몸부림치던 녀석은 타렌의 일격필살의 공격에 정확히 명중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분명 이성이 마성과 서로 충돌하여 무방비상태였다. 그런데 몸은 아직 골렘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것인가?
타렌의 공격은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타렌은 이젠 힘들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많은 매너 포스의 소비로 인해 피할 기운조차 남아있질 않았기때문이었다.
이성(理性)은 끝내 마성(魔性)을 이기지 못했다. 타렌의 최후의 공격으로 마성은 더욱 강화된것같았다. 더욱 충혈된 눈으로 괴물은 타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타렌은 괴물의 주먹질을 피해 고이 잠들어 있는 3명의 피실험자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굴렸다.
괴물은 전혀 지치지 않는 듯 아직 일어서지도 못한 타렌을 향해 덮쳤다. 타렌은 연신 입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서던 자세에서 옆으로 몸을 굴려피했다. 다행히 옆에는 3명의 피실험들중 한명의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 밑에 작은 공간속으로 굴러서 피할수 있었던 것이다.
침대 밑으로 굴러서 피한 타렌은 안심하기엔 일렀다. 괴물의 파괴적인 주먹이 침대위 피실험자를 뚫고 타렌을 덮쳐 왔던 것이다.
타렌은 재빠르게 옆으로 굴러서 피했지만 피실험자 한명과 침대는 그 자리에서 뭉게지고 말았다.
그때였다. 잠들어있던 3명의 피실험자중 한명의 심장이 멈추었을 때 나머지 두명의 피실험자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충격을 받지 않는한 깨어나지 않는 그들이 동료의 죽음을 느꼈는지 의식을 되찾았던 것이다. 의식을 차린 피실험자중 한명이 외쳤다.
"아벨!!!!"
괴물의 이름은 아벨이었다. 하지만 이미 동료였던 예전의 아벨이 아니었다. 그 피실험자는 급히 일어서서 뒤로 물러섰다. 나머지 한명의 피실험자 역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이미 한명의 피실험자가 희생되었다. 타렌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아벨이란 녀석은 이미 늦었다고 해도 다른 피실험자들은 아직 그 가치가 유효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란슬로트,파인리히!!! 뒤로 물러서라!!! 저 녀석은 이미 자기 의식을 잃었어!!"
아벨을 외쳤던 란슬로트는 창백해졌다. 무슨 영문인지는 알수 없었으나 타렌의 말대로 아벨은 이미 괴물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란슬로트와는 달리 파인리히는 멍한 눈으로 그들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벨은 다시 타렌을 향해 돌격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타렌은 앞이 깜깜했다. 자신의 몸도 지키기 힘든 상황에서 두명의 피실험자들까지 보호해야한다는 사실은 정말 무거운 짐이었다.
타렌은 아벨이 돌격하자 남아있는 기운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포스가 소진된 상태였지만 있는 힘껏 짜내었다. 타렌의 양 손 주위에 주변에 있던 금속들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일것이다. 타렌의 양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와 동시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정도의 입자들이 아벨을 향해 날아갔다.
"제발 죽어랏!!!!!"
타렌의 외침은 최후의 일갈이었다. 아벨의 몸에 정확히 명중된 금속 입자들은 아벨의 몸을 뚫고 몸안으로 박히기 시작했다.
'성공인가?'
타렌은 아벨이 행동을 멈추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 착각이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악!!!"
아벨이 괴성을 지르자 몸안으로 박혀들어가던 금속 입자들은 튕겨져 나오고야 말았다. 그의 몸은 정말 강인했다. 아마 헤켈이나 세이렌들도 그렇게까지 강한 신체를 가지진 못했을 것이다.
'이럴수가 골렘이란 존재가.. 이토록. 후후..이젠 모든게 끝이군.'
타렌은 무릎을 꿇었다. 처음에 가졌던 그 자신감은 이미 사라져버린 뒤였다. 그래도 어느정도 승산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주저앉아버린 타렌을 란슬로트는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파인리히.. 도대체 어떻게 하지?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호들갑스럽게 걱정하는 란슬로트와는 달리 파인리히는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아벨은.. 우릴 향해 경고하고 있어.. 자신처럼 되지 말라고 말야"
파인리히는 아벨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벨의 눈에서는 엄청난 고통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 고통의 눈빛은 괴물에 정신을 지배당해버린 자신에 대한 회의감같은 것이 배여있었다. 파인리히는 그걸 느끼고 있었다.
이미 오랜 시간 5명의 피실험자들은 서로 실험을 견디며 절친한 사이가 되어있었다.아니,그 이전부터 그들은 서로 친한 사이들이었다.
아무리 연구소측에서 실험을 끝낸후 기억을 지워버리는 작업을 하여 그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해도 뇌리속 깊숙히까지 박혀있는 그런 친한 감정까지 지우지는 못했던 것이다.
파인리히는 아벨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오래전에는 잘 아는 사이였다. 하지만 기억이 지워진 후로는 그에 대한 아련한 감정들만이 남아있을뿐이었다.
엄청난 정신력의 소유자.. 아벨은 5명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파인리히 역시 높은 수치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심성의 불안정함 때문에 아벨이 당한 특정캐릭 실험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펠트로 박사는 가장 정신력이 강한 아벨에게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특정 캐릭인 골렘을 저장했던 것이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의 강함은 아무도 제압할수 없는 것이었기때문이었다.
파인리히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그런 행동에 란슬로트는 멍하니 바라볼뿐이었다. 제지할수도 그렇다고 도와줄수도 없었다.
타렌 역시 파인리히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걸어나간 파인리히를 향해 아벨이 공격해들어왔다. 이미 예전의 동료라는 인식은 없어진지 오래같았다. 파인리히는 멍한 눈으로 아벨을 응시했다. 아벨의 주먹이 파인리히의 복부를 향해 솟구쳤다.
펠트로 박사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상대는 골렘이었다. 골렘은 온몸이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졌거나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단단한 돌정도였다면 타렌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녀석은 가상속에 존재하는 생명체.. 특수 금속으로 이루어진 녀석이란 말이었다. 그런 골렘의 약점.. 전설속에나 등장하는 골렘은 어떠한 마법이나 공격에도 끄덕없었다.
그나마 화염계 공격과 켄타로우스 종족의 창 공격에 어느정도 타격을 입은 정도였다.
'화염계공격. 타렌은 그런 공격을 할줄 모른다. 그렇다고 아직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지도 못한 다른 피실험자가 그런 공격을 할리는 만무하다.. 젠장.'
펠트로 박사는 타렌에게 외쳤다. 우선 알려주고 난 이후의 일은 타렌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타렌!!! 녀석은 화염계 공격에 약합니다!! 어떻게 해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반응한 것은 타렌이 아니었다. 타렌은 남은 여력이 없었다. 그의 뒤에 있던 란슬로트의 오른손 구슬에서 이상한 힘이 증폭되고 있었다.
"불캐누스!!!!!"
란슬로트는 자신도 알수 없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그 말과 동시에 파인리히를 공격하는 아벨을 향해 용암같은 광폭한 모습의 괴물이 날아갔다.
'앗!!' 펠트로 박사는 란슬로트의 공격을 보고 경이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실험자중 처음으로 성공적인 가상생명체 공격을 펼친것이다.
'정말 놀랍군 저것이 우리가 원하던 공격인 것이다. 후후후 실험은 성공이나 다름없어'
펠트로박사는 싸움이야 어떻게 되든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웃음짓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아벨의 공격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벨의 주먹은 파인리히의 복부에 닿기 바로 직전에 멈춰서있었다.
"아벨."
파인리히는 느끼고 있었다. 아벨의 외침을.
'파인리히.. 우리가 원한 것은 이런게 아니잖아? 고대 유적을 조사하고 전설을 공부하고 기억나니? 단지 그런이유만으로도 기뻐했던 우리를 이건 우리가 원하던게 아니야.'
아벨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파인리히를 보고 잠시 나마 되찾은 이성이 주먹을 붙잡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아벨을 향해 란슬로트의 '불캐누스'가 돌진하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아벨의 야릇한 웃음을 볼수 있었다.
'아벨. 우린 기억하지 못해. 우리의 과거를.. 하지만 너와 지내왔던 수많은 시간들.. 느낄수 있어. 네 뜻을 알수 있어 난 네 정신력이 결코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네가 괴물에게 이성을 내줬다는 것을. 그 이유를 그 충고를 결코 잊지 않을게'
아벨은 파인리히의 복부를 가격했다. 아니,복부를 가격한게 아니라 옆으로 밀친것같았다. 란슬로트의 '불캐누스'를 피하도록 하기 위해말이다.
파인리히는 옆으로 쓰러지며 아벨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타렌을 향해 맹공을 퍼붓던 괴물같은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던 것이다.
'콰과광!!!!'
란슬로트의 가공할만한 공격이 아벨의 몸에 적중했다. 폭음과 함께 대기가 진동했다. 아벨의 몸에 '불캐누스'가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온화했던 아벨의 표정은 다시금 괴물같은 형상을 바뀌어 있었다.
"으으아아아아아아!!!!"
아벨이 괴성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뒤로 주욱 미끄러져 벽에 부딪히고는 쓰러졌다. 란슬로트의 공격은 성공이었다. 아벨의 모습을 본 타렌과 란슬로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란슬로트의 가공할 공격을 본 타렌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이길수 없는 상대를 무너뜨린 공격 란슬로트 역시 파인리히를 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구사한 공격이 먹히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공격은 성공이었고 자신은 동료를 구했다. 비록 아벨은 구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파인리히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벨.. 그를 잃고야 말았다. 그는 아벨과 가장 친했는지 그가 누구인지..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그 친근감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뭔가를 전하려던 눈빛 고개를 돌린 파인리히의 슬픔을 알았는지 아벨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럴수가.. 녀석이 살아있다니.."
타렌의 한탄섞인 말이었다. 아벨은 가슴부분에 많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방금전 파인리히에게 주었던 눈빛이나 표정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수 없었다.
다시금 괴물같은 모습이 된것이다.
란슬로트의 공격은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골렘의 힘을 가진 아벨이었지만 '불캐누스' 라는 화산같은 공격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부상따윈 신경안쓰는 듯한 골렘이었다.
란슬로트는 동료를 공격했다는 죄책감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처음 사용한 가상 생명체 공격이라 많은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이기려면 란슬로트의 공격이 필요했다.
"란슬로트!!! 어서 녀석을 공격해!! 네 공격이라면 녀석에게 상처를 입힐수 있어!!!"
타렌의 외침에 파인리히 역시 란슬로트에게 소리쳤다.
"란슬로트! 아벨은 우리의 친구야!! 우린 어째서 이곳에 있는거지?
대답해봐!! 우리의 적은 아벨이 아니라 저 타렌이야!!!"
파인리히의 말에 타렌의 미간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파인리히는 편집적인 기억을 조금이나마 되찾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지오님께서 걱정하던 녀석이 끝내. 이런 일을 만드는군.
통제 프로그램이 약화되어 기억까지 모두 지워버렸는데 지울수 없는 것도 있었단 말인가..'
그건 우정(友情)이었다. 파인리히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백지상태지만 자신의 느낌까지 없앨수는 없는 것이다. 그 느낌이 부분부분 기억을 재생시켜주었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그런 결론을 도출했던 것이다.
그런 파인리히에 비해 란슬로트는 약간 달랐다. 파인리히들과 동료이긴 했지만 최근에 만난사이였고 파인리히와 아벨의 사이 처럼 친근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동료의식은 있으되 목숨을 나눌수 있는 친구사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란슬로트는 이해할수 없었다.
"파인리히!! 무슨 소리야!! 저 녀석은 괴물이 되어버렸어. 녀석을 막아야한다구 타렌은 우릴 지켜주시는 분이잖아..!"
상황은 순식간에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아벨 혼자와 타렌, 란슬로트의 2:1 싸움에서 파인리히가 가세해 2:2 의 싸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2:2 는 아니었다. 아벨은 파인리히에게 절망의 눈빛을 보내던 이성을 이미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1:1:2 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으나 타렌 역시 모든 기운을 소비한 상태여서
1:1:1 이나 다름없었다.
"란슬로트!! 난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우리가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지는 알수 없어 하지만 동료를 죽일만큼 우린 악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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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리히!! 너야말로 정신차려!! 그는 이미 우리의 동료가 아니야!! 같이 실험을 받던 그 아벨이 아니라구!! 녀석의 눈을봐!! 이미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구!!"
파인리히는 란슬로트와 겨루고 싶지는 않았으나 최후의 경우에는 싸울 수밖에 업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뭔가 기억나. 그 느낌 잊을수 없는 것도 있다구!!"
란슬로트는 파인리히의 말에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정신차리라구!! 젠장. 어쨌든 난 우리 모두를 위해 그를 죽일거야!!"
파인리히는 암담했다. 란슬로트의 말은 그냥 엄포 정도가 아니었다. 이미 살기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란슬로트를 파인리히가 막을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란슬로트는 이미 불캐누스라는 기술을 익힌 뒤였지만 파인리히에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대화에 잠시 멍하니 서있던 아벨은 다시금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간 아벨은 란슬로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듯 보였다.
아니,그것은 훼이크였다. 란슬로트를 지나쳐 타렌을 향해 공격했던 것이다. 아벨 최후의 의식이 타렌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타렌은 순간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란슬로트를 향해 뻗던 주먹이 자신을 향해 덮쳐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내 안심할수 있었다.
란슬로트의 입에서 '불캐누스'란 단어가 외쳐지자 아벨은 등 뒤에서 날아온 공격에 정확하게 명중당했다. 그 공격과 함께 아벨은 벽쪽으로 날아가 부딪혀 쓰러졌다. 아마 죽었거나 큰 부상을 당했을것이다.
그런 아벨을 향해 파인리히가 달려갔다. 쓰러져있는 아벨의 상체를 일으켜세운 파인리히는 이유 모를 슬픔에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젠장 도데체 어째서 이래야하는거야.'
타렌은 천천히 일어섰다. 이미 대부분의 힘을 소비했지만 그에겐 아벨을 죽여야만하는 임무가 있었다. 남은 힘으로 주변의 금속들을 들어올린 타렌은 아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더 이상 금속을 분해할 힘은 없었지만 상처부위에 금속으로 공격할정도의 힘은 남아있던 타렌이었다. 아무리 강한 골렘이라도 상처난 곳에 공격을 당한다면 성치 못할 것이다.
타렌이 다가오는 것을 파인리히가 응시했다. 그에겐 그를 막을 힘이 없었다. 파인리히는 다시 아벨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아벨의 눈이 살며시 열리고 있었다.
"파인리히. 기억을 되찾아.. 이곳을 빠져나가서 내가 도와줄게."
아벨은 뛰어난 정신력을 인정받아 부분적인 기억만 삭제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파인리히와의 과거를 약간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로 인해 그것을 말해줄수는 없었지만 파인리히마져 자신처럼 되도록 만들긴 싫었다. 아벨은 천천히 주먹을 바로 쥐었다. 그도 타렌이 다가 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란슬로트 역시 타렌을 따라 아벨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의 엄청난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에 대한 야릇한 자부심같은 것이 있었다. 이유 모를 자신감이었다.
타렌이 아벨을 향해 금속을 돌진시켰다. 그때였다. 아벨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타렌을 향해 달려온것이다. 가장 놀란 사람은 란슬로트였다.
자신의 공격에 당해 더 이상 재기불능일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벨이 타렌이 공격한 금속이 몸에 박히는 것에도 아랑곳않고 공격해왔던 것이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명의 사내가 쓰러졌다. 그는 타렌이 아닌 란슬로트였다. 그 모습을 보고 파인리히가 소리쳤다.
"아벨!!!! 어째서?!?!?"
란슬로트는 아벨의 일격을 맞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미 그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즉사였다. 쓰러진 란슬로트를 바라보며 아벨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벨 역시 타렌의 금속공격으로 인해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란슬로트 미안하다 그릇된 망령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엔 없었어 쿨럭"
아벨이 무릎을 꿇었다. 이미 그의 등에는 미처 관통하지 못한 금속들이 튀어나와있었다.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파인리히에게 말했다.
"어서 피해. 후후훗.."
아벨의 마지막 말을 들은 파인리히는 이상한 의무감에 이끌려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실험실 내부 시설은 파괴될대로 파괴되어서 나가는 것은 매우 쉬웠다.
그런 파인리히를 본 타렌은 서둘러 따라나갔다. 도망치는 파인리히를 본 아벨 미소지은채 숨이 멎었다.
파인리히는 순식간에 연구소건물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연구소가 파괴되어서 그런지 보안시설은 쉽사리 통과되었다.
파인리히를 뒤쫓으면서 타렌은 혼자 중얼거렸다.
"젠장 1호와 같은 일이 두 번다시 생겨서는 안돼!!!"
파인리히를 저지하기 위해 타렌은 남은 모든 힘을 이끌어내어 공기 입자로 공격을 했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있어 작은 상처들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좀처럼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이 어째서 도망치는지 알수 없었다. 도대체 그 곳,즉 연구소에서 자신이 무얼했는지도 알수 없었다. 아니,그곳이 연구소인줄도 몰랐다. 다만 자신과 아주 친했던것같은 그 아련한 친근감을 가진 아벨이란 녀석의 말에 따라 도망쳤던 것이다.
'나.. 나란 누구인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것이란 말인가젠장!!!'
파인리히는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생김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것같았다. 그때였다. 더 이상 지쳐 도망칠수 없을것같다는 생각이 들려할때쯤 머릿속에서 한가닥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스피리쉬!!!'
파인리히가 그 단어를 외치자 양 발아래 둥글넙적하게 생긴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내달릴수 있었다.
타렌은 파인리히의 모습이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감을 느끼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주먹을 움켜쥐며 생각했다.
'젠장 근처 위성도시로 도망쳤겠군 그나마 다행한 것은 녀석의 기억이 곧 지워진다는 것이다 아마 오늘 일조차 기억할수 없겠지 반드시 잡는다!!'
그랬다. 피실험자들은 실험이 끝난후 기억을 지우는 프로 그램에 의해 기억을 상실당했다. 아까전 침대위에 누워있을 때 조금만 지나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타이밍이었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방금전까지는 '아벨' 이란 단어나 '파인리히'같은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지만 조금 후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젠장. 지오님께 뭐라고 해명해야한단 말인가 도망친 피실험자는 기억을 잃어버려서 곧 잡을수 있을것이라구? 빌어먹을..'
타렌은 서둘러 연구소로 돌아왔다. 파인리히를 잡는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뒷수습이 필요했다. 이미 연구소는 펠트로 박사에 의해서 어느정도 치워진 상태였다.
펠트로 박사의 안색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란슬로트의 '불캐누스' 를 보았을때만 해도 그는 자신의 실험이 성공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되려는 찰나에 모든것이 허무하게 변해버렸다. 란슬로트는 죽고 파인리히는 도망쳤다.
펠트로 박사의 창백한 안색을 본 타렌은 뭐라 할말이 없었다.
자신의 실수라고 하기엔 아벨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그건 변명밖엔 될 수 없는 것이다.
"타렌 지오님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을 해야할거요"
펠트로 박사의 말은 냉랭했다. 긴장되는 순간은 지났는지 그의 벗겨진 이마에선 더 이상 땀이 보이지 않았다. 타렌은 냉소적인 투로 말했다.
"실험은 성공이었습니다. 란슬로트처럼 파인리히 녀석도 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녀석이 도망칠 때 그 기술을 사용하더군요. 녀석만 붙잡는다면 되는거 아닙니까?"
타렌의 말은 차가웠지만 희망적인 말이었다. 펠트로 박사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파인리히가 도망칠 때 사용한 '스피리쉬'라는 기술은 분명 가상 생명체였다. 타렌이 거짓말을 할리 없다고 생각한 펠트로 박사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파인리히 한명만으로도 실험은 성공이라 할수 있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아벨이 실패로 끝났을때부터 5명중에 한명만이라도 성공한다면 그걸로 만족할 생각이었습니다.. 파인리히만 잡을수 있다면 실험은 계속할수 있습니다."
펠트로 박사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타렌은 그것이 최후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후
펠트로 박사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지오는 파괴된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다. 지오가 왔다는 연락에 펠트로박사와 타렌은 급히 지오를 마중나갔다.
타렌의 예상대로 지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1호를 놓쳤을 때 자신을 믿고 용서 했던 지오였다. 사실상 그는 그리 인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한 번의 실수를 눈감아 줬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다.
"펠트로 박사!!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요?"
지오의 바싹 마른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던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런 지오의 모습에 펠트로 박사는 고개를 숙인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실험자 4명이 죽고.. 한명은 도망쳤습니다."
덧붙이지도 않고 덜말한것도 없는 그 대답은 지오를 무너뜨렸다.
휘청거리는 지오를 타렌이 부축했다. 지오의 예상보다 사태가 훨씬 심각했기에 지오는 혼란스런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펠트로 박사 아까 MTM 으로 연락했을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않소. 어떻게 된것이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만 지오는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묻지 않을수 없었다. 펠트로는 있는 그대로를 지오에게 말했다.
펠트로 박사가 말하는 동안 평정을 되찾은 지오는 싸늘하게 타렌을 바라봤다.
타렌은 그런 지오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믿어주던 지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니 볼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 없는 타렌에게 지오가 말했다.
"타렌 아직 프로젝트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임무마져도 실패한다면.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지오의 말은 타렌을 용서한다는 뜻이었다. 아니,용서라기보다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기회가 뭔지는 타렌 자신이 더 잘 알았다. 바로 파인리히를 붙잡는 것..
"반드시 제 목숨을 걸고 녀석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타렌의 주먹이 핏줄이 튀어나올정도로 꽉 쥐어졌다. 지오는 그의 결의를 엿볼수 있었다. 이미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 지오는 자신을 추스리기 위해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연구소를 빠져나오던 지오는 마지막으로 타렌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실험은 실험이다 꼭 산채로 데려와야한다.."
타렌은 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자신의 목숨은 지오의 손에 맡긴 상태였다. 더 이상 잃을것이 없던 타렌이었다.
그동안 자신을 아껴준 지오를 위해 목숨을 던져서라도 임무를 수행할 생각이었다. 그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상관에겐 목숨도 바칠수 있는 것이 진정한 남자라고.
지오는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돌아오던 중에 또 한 번 충격적인 보고를 받았다. 이카루스를 처리하기 위해 보냈던 후안보크와 4명의 포스 오너가 세이렌들의 불의의 기습을 받고 전멸당한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되는 일이 한가지도 없으니. 어째서 세이 렌들이 이카루스를 납치한것인가 설마 이카루스가 빼낸 기밀사항이 세이렌들에게도 효용이 있단 말인가 그럴리 없다. 그들과는 말도 통하지 않는데. 그리고 이카루스가 기밀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걸 세이렌들이 알리 없지 않은가'
지오의 머리는 여러 가지 잡념들로 복잡했다. 타르타로스 마을에서 벌어진 살육은 엄청난 것이다. 지오의 예상대로였다면 그곳에 얀이 있었어야하지만 그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팔케넌이 재단에 세이렌이 침입했다는 연락을 했었는데 그것또한 팔케넌이 확실하단 증거는 없었다.
'팔케넌과 얀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지..제기랄 그나마 다행한 것은 이카루스 이외에 기밀을 아는 사람은 없다는것이군 쳇.'
지오는 더 이상 기밀이 누출되지 않았을것이란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무색무취의 정신착란제는 기억력과 의식을 누그러뜨리는 효능이 있어 해독제를 사용한다손 치더라도 몇일 시간이 지나야 제 기능을 발휘할수 있었던것이다.
지오는 'ADIP' 기밀 누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카루스는 실종되었고 그 실종이 재단과 관련있다고 발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종족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실종된것이므로 납치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설명하든 간단하게 풀릴 문제는 아니었다. 지오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고민하던중 셔틀크루져는 원자력 천공위성에 도착한 상태였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지오에게 한명의 남자가 술을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지오. 괜찮아? 안색이 별로 좋지 않군.. 2차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며?"
남자가 지오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하지만 진정 걱정하는 말투였기에 지오는 허무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2차 계획도. 힘들어졌어 살아남은 피실험자가 있긴 한데 휴우.. 녀석만 붙잡으면 실험을 재개할수 있을거야. 다행한 것은 녀석이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도망쳤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못한다는 것이지 아마 타렌이 죽을 힘을 다해 녀석을 잡으려 할걸.."
지오의 대답에 사내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에 들려있던 술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지오. '블루 샤인'이야. 아주 감미로운 술이지.. 한잔 하는게 어때?"
지오는 자신의 심정을 잘 이해해주는 오랜 지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훗. 지크. 역시 너밖에 없군.. 오늘은 정말 술이 마시고 싶었거든 날 이해해주는 녀석은 역시 너뿐이야.."
지오의 말에 지크프리드는 살짝 미소지었다. 이미 십년넘게 같이 일하며 우정을 쌓은 사이였다. 그런 그들에겐 말없이도 상대를 이해하는 끈끈한 정이 있었다.
"아참 지오.. 이카루스 사건은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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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그게 고민이야. 간단하게 마무리짓는 방법이 없을까.
얀 이란 녀석에게도 경고할수 있고 팔케넌의 힘도 약화시킬수 있는."
지오의 대답에 지크프리드는 한참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한가지 제안을 했다.
"지오!! 이카루스를 세이렌에게 귀화했다고 선포하면 어떨까?
물론 지금껏 그런 사례가 없어서 신빙성은 없지만 여러 가지 효과는 충분히 발휘할것같은데"
지크의 말을 들은 지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지오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훗. 자네 말은 산채로 매장시키자는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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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해했군.. 하하핫. 아마 얀과 팔케넌. 그들에게 모종의 경각심을 일으키게 해줄거야. 그리고 이참에 재단의 파워도 보여주자구.."
지크프리드의 마지막 말은 재단에서 장악하고 있는 언론의 힘을 과시하자는 말이었다. 그것을 이해한 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이었지만 이카루스를 세이렌에게 팔아넘기는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얀과 팔케넌에겐 충격적인 보도였지만 대응할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지크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그렇게 기밀누출사건은 마무리지어졌고 쉐도우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얀의 주관하에 이루어졌다.
타렌은 글랜시아시의 위성도시들을 뒤지던 중에 카드모스 마을에서 파인리히와 마주치게 되었지만 느닷없는 세이렌의 등장으로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후우. 빌어먹을'
타렌은 자신을 피해 3번이나 도망친 파인리히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특히 3번째 도망칠때엔 타렌에게 엄청난 부상을 입혔었다. 지금 요양하는 것도 그것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되겠지만 타렌의 마음속에 쌓인 분노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파인리히 네 녀석이 살아있는 한'
타렌은 다시 한 번 결의했다. 꼭 임무를 완수하겠노라고 자신을 믿어준 지오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타렌이 누워있는 방에 펠트로 박사가 들어왔다. 타렌의 몰골은 전혀 흉한 것이 아니었지만 펠트로 박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래가지고 파인리히를 붙잡을수 있겠습니까? 녀석의 정신력은 그 당시 5명의 피실험자중 가장 강한 편에 속해있었습니다. 불안정한 심성(心性)때문에 아벨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그를 막는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것입니다."
타렌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인지 놀리는 것인지 알수 없는 말을하는 펠트로 박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난 반드시 녀석을 잡습니다. 한 번 말한 것은 지킵니다. 그리고 녀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게임은 더 재밌어질뿐입니다."
타렌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파인리히의 엄청난 힘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아벨과 싸울때도 절망했던 타렌이었다. 파인리히 역시 아벨처럼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펠트로 박사앞에서 그런 것을 내비치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 구한 피실험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타렌의 질문을 들은 펠트로 박사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 이상한 일이더군요 묘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인리히와 같은 예전의 5명의 피실험자들보다 훨씬 빠른 진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굳이 파인리히를 잡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펠트로 박사의 말에 타렌은 적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5년 이상 연구해서 성과를 얻은 파인리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른 성장이군요. 단 1년만에 어떻게"
펠트로 박사는 발랑까진 대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놀라운 정신력때문이 아니겠습니까? 1년전의 그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더욱 보완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엔 완벽하게 우리 손에 조종당하는 엄청난 괴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합니다. 후후훗"
타렌은 '엄청난 괴물'이란 말에 작은 신음소릴 내었다.
'쳇.. 아벨도 통제 할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과학자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너무 확정지어 생각하는군..'
그런 타렌의 마음을 모르는지 펠트로 박사는 신이 나서 말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마십시오.. 파인리히 녀석은 더 이상불필요하게 될테니까요.. 헤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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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단정짓기엔 이릅니다. 만약 실험이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전 파인리히를 계속 쫓을 겁니다. 제 사명이니까요."
타렌의 눈빛이 묘하게 이글거렸다. 자신의 손에서 3번이나 도망친 사내.. 어쩌면 라이벌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여하튼 몸조리 잘 하십시오.. 나중에 또 오도록 하겠습니다."
펠트로 박사의 말에 타렌은 목례로 답했다. 펠트로 박사가 나가자 타렌은 생각에 잠기었다.
'어떻게 되든 난 파인리히를 잡을 것이다. 내 목숨이 붙어있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