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34화 (34/120)

제 목: 3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8 [주석] -4- 레이(죽는 것은 불행이 아닌 것을...) (1-2) '빌어먹을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데'

카자마는 어디선가 들리는 인기척에 심장이 빠르게 도리질 치는 것을 느꼈다.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그게 적이든 아니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만약 적이라면 여지 없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생포될 수밖에 없었다. 카자마에겐 너무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원래 계획은 일정량의 내력을 회복한후 타렌을 죽이고 이곳을 탈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차질이 생긴것이다.

'젠장 저 녀석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이곳을 피해야만 한다.'

카자마는 내력을 모으는 것을 멈추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검한자루도 휘두를수 없을만큼 안좋은 상태였지만 일단 이곳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카자마는 천천히 걸어서 인기척을 피해 공장을 빠져나왔다.

그의 예상대로 그 인기척은 그 접선자였다. 만약 그 접선자의 눈에 발각되었더라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거라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타렌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고는 깨어났다. 그 누군가는 다름아닌 접선자였다.

타렌은 급하게 접선자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지크프리드!!! 어떻게 된 일입니까? 1호는???"

타렌의 질문에 지크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약간은 침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크프리드의 얼굴을 본 타렌은 자신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느낄수 있었다.

'젠장.. 1호를 놓쳤단 말인가. 내가 이런 실수를 아니.. 도망쳤다고는 해도 아직 멀리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날 살려준 것을 보면 녀석은 긴급히 도망친 것이 분명해..'

타렌의 추측은 정확했다. 그의 생각대로 카자마는 지크프리드의 인기척을 피해 도망쳤던 것이다. 역시 부상당한 몸이라 그리 먼곳까지는 갈수 없었다.

"타렌.. 1호는 도망쳤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멀리까진 간 것은 아닙니다."

지크의 대답은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타렌은 확인받는 심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크레타시에서 도망칠수 있는 곳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그렇게 흉한 몰골을 하고 있다면 분명 CPD(City Police Department)에 정보가 입수되어있을것이다.

"죄송합니다. 지크프리드. 실패해서.."

타렌은 지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오의 명령을 받고 접선자로 지크프리드라는 사람을 만날것이라는것밖에는 몰랐다.

하지만 지크에대해 최대한 예를 갖추었다. 자신의 실수를 누군가에게 용서받고 싶은 심정에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지크프리드는 지오에게 종종 이야기를 들었던 타렌이란 친구를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충동에 접선자를 자원했었다. 비록 일은 실패했지만 타렌이란 친구의 굳은 심지를 느낄수 있었다.

타렌은 지크프리드가 T.T 의 요원인 것을 모르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지크는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1호는 그리 먼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로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이미 다 손을 써두었습니다.

모든 이동로는 1호에 대해 철저히 배타적일겁니다."

타렌은 지크의 말을 듣고 약간은 안심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문득 섬뜩한 느낌도 들었다. 접선자의 임무를 맡은 사람치고는 굉장히 철두철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타렌은 애써 그런 느낌을 지우고는 당장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1호를 찾는 것은 어쩌면 쉬울지도 모른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하지 않았던가 녀석은 어디도 갈수 없는 처지이다. 나처럼 병원을 찾는것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처럼 거리를 활보할수도 없는 처지다.

어쩌면!!'

타렌의 머리속에 불현 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폐공장' 1호는 아직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을수도 있었다. 전혀 예상할수 없는 그곳에서 타렌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분을 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오늘 안으로 퇴원할수 있을겁니다. 다만 부러진 오른팔은 시일이 걸려야 완쾌될겁니다. 타렌"

지크의 말을 듣고 타렌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혈을 한 상태에서는 한손만으로도 1호를 제압할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다시 만난다면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후후훗'

지크는 시간이 별로 없는 듯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타렌은 여전히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퇴원 수속을 밟았다. 병원을 나온 타렌은 급히 플라잉 머신을 렌트하여 폐공장으로 향했다.

플라잉 머신의 컬컬한 엔진음이 카자마의 귓속에 파고들었다.

이미 내력운용을 통해 몸속에서 흩어진 진기(眞氣)를 어느정도 끌어모아 상처를 회복하고 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플라잉 머신의 엔진소리는 죽음을 부르는 사신의 휘파람 소리로 들리고 있었다.

'젠장 설마 그 녀석이란 말인가..녀석은 분명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내가 이곳에 있을거란 생각을 했을리는 없다..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을거야.'

카자마는 애써 플라잉 머신의 주인이 타렌이 아닐거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내 플라잉 머신에서 내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난 녀석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단 말인군'

카자마는 최대한 숨을 죽이며 타렌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폈다.

아무리 대단한 그랜드 포스 오너라해도 누가 어느 장소에 있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기때문이었다. 아니,시도되었지만 엄청난 매너 포스의 사용으로 실용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기술이기에 보통의 포스 오너들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않았고 그랜드 포스 오너들도 꺼리는 기술이 되었던 것이다.(---->>파인딩 포스)그런사실을 카자마가 알리 없었지만 타렌은 직감에 의해 그곳에 온것이다.

다행히 타렌은 카자마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반대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공격할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조용히 숨어있을것인가'

카자마는 고심에 빠졌다. 아까와 비교해봤을 때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상대는 이미 체력을 회복한 상태였고 부상도 치료한 상태였다. 단지 불편한 오른팔이 있을 뿐이었다.

반대로 카자마는 내력을 회복했다고는 하나 완벽하지 않았고 별다른 무기도 없었다. 아까 타렌에게 사용했던 쇠파이프는 더 이상 무기라고도 할수 없는것이다.

주변에 무기로 쓸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기습에 한 번 당한 타렌이 또 기습에 당할리는 만무했다.

그정도 대비는 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드니. 더욱 승산없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젠장. 도망치는 것이 살길이란 말인가..'

카자마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타렌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카자마가 있는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타렌은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경계했다. 다시는 기습을 당하지 않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만큼 그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타렌은 약간 수상쩍은 건물을 발견했다. 공장옆에 놓여있던 건물인데 인부들이 살았던 숙소같아 보였다. 왠지 그곳에서 야릇한 느낌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누군가는 1호일 공산이 크다..놓치지 않는다.'

타렌은 벌써부터 왼팔에 엄청난 매너 포스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단 일격에 승부를 결정지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타렌이었다.

카자마 역시 그걸 모를리 없었다. 타렌의 몸에서 엄청난 힘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던 카자마는 점점 초조해져만 갔다.

그때였다!!! 점점 목을 조이며 다가오던 타렌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선것이다. 타렌은 그 자신으로서도 이상할 노릇이었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몸은 그 자리에 서서 더 이상 나아가고 있지 않던 것이다.

'읔..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어째서 내 몸이 움직이질 않는 것이지.. 도대체 왜지..'

타렌은 갑자기 엄청난 공포감이 엄습해옴을 느꼈다. 이런 느낌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절대적인 힘 절대로 거부할수 없는 최강의 파워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것같은 기분.. 타렌은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두려움이 고통이란 사실을 타렌으로서는 처음 알았던 것이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인간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타렌뿐만이 아니었다. 카자마 역시 알수 없는 힘에 의해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있었던 것이다.

그 인간의 그림자는 굉장히 작은 어린 소년같은 형상이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정도로 작은 키에 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절대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기에 충분히 거칠었다.

"그대는 그만 물러가라 그는 나와 함께 가겠노라."

절대로 거부할수 없을것같은 명령이 타렌의 뇌리속을 지나갔다.

공포.. 바로 그 자체였다. 천천히 몸을 지배하던 기운이 빠져나왔다.

분명 앞에 보이는 알수 없는 존재가 그렇게 하도록 한것같았다.

'물러가라는 뜻인가 그는 인간이 아니다..'

타렌은 그 이상을 생각할수 없었다. 그랜드 포스 오너인 자신을 손하나 움직이지 않고 이토록 공포에 질리도록 만든 존재 신(神)이 아니고는 불가능할것이다. 타렌은 형언할수 없는 두려움에 뒤돌아서고 말았다. 도전은 곧.. 죽음이란 것을 공포를 통해 느끼고 있던것이다.

타렌은 천천히 플라잉 머신을 향해 걸어간후 플라잉 머신에 탑승하였다. 그리고는 그 둘을 남긴채 재빠르게 그곳을 이탈하였다.

다시는 그곳에 돌아오지 않으리란 결심을 한 타렌이었다.

타렌이 사라지자 카자마에게 가해졌던 무언의 힘 역시 풀렸다.

카자마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 생각했는지 그 자의 힘에 이끌려서인지, 공포의 존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공포의 존재는 천천히 카자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와 가도록 하자 네가 할 일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카자마는 마치 멍청이가 된 듯 초점없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예라도 된 듯 천천히 그 자의 뒤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이것이 타렌이 1호를 본 마지막이었다.

글랜시아시 생체공학연구소

한명의 착은 체구의 사내가 노기를 띈 목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화가 많이 난 듯 물건들을 내팽게치면서 혼을 내고 있던 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푸른색 장발의 타렌이었다. 타렌은 어찌할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있었다. 자신의 실수는 아니었지만 변명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거짓을 보고할 수는 없어서 타렌은 자신의 앞에서 화를 내고 있는 지오에게 사실대로 말했던 것이다.

'1호를 발견했지만 어떠한 저항할수 없는 절대적인 힘에 눌려 놓치고 말았다고'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적어도 지오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짐작가는 바가 있어 그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던 지오였다. 지오가 화를 냈던 것은 1호를 2번째 놓친 것이 아니라 첫 번째 놓친것에 대한 것이다.

분명 타렌이 방심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은 타렌도 인정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토록 깨지고 있었던 것이다. 타렌을 향해 욕설을하고 물건까지 집어던졌던 지오는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계속해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젠장 ADIP 1차계획은 이대로 물거품이 되버리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녀석이 나타난것이지. 설마.. 그 역시 그런 존재란 말인가..'

지오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더욱 화가 났던 것이다. 순조롭던 계획이 차질이 생겨 완벽하게 망가지게 되었으니 당연한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화를 내고만 있을수도 없었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지오였다.

타렌의 실수는 쓰디 쓴 약이 되어 그를 더욱 강하게 해줄수 있었다. 지오는 그걸 일깨워 주고 싶기도 했다.

이미 어떻게 할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 1호의 일은 조용히 마무리 짓기로 하였다. 지크프리드와 그 외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1호가 다시 세상에 등장한 사실을 아는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군 위대하신분께 보고하기 전에 일이 이렇게 되버려서 젠장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지오는 1호의 일은 다시 접어두기로 했다. 솔직히 1차계획은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물론 다시 재개하여 연구를 한다면 꽤 대단한 성과를 이룰수 있을테지만. 그 성과가 2,3차 계획이 미치는 영향보단 훨씬 못할 것이다.

'그래. 2,3차 계획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그것들이 성공한다면. 1차계획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지오는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1호의 일은 아쉽게 되었지만 포기하기로 하였다. 아니,뒤쫓을수도 있었지만 지오는 쉽게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타렌이 만난 존재는 지오가 예상하는 존재와 일치하는것같았기때문이었다.

바로 '위대하신 분'

지오는 타렌에게 다시 V.C 프로젝트에 가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ADIP 2차 계획이었던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는 바로 그들이 있는 생체공학 연구소에서 진행중에 있었다.

타렌은 아직 지오가 자신을 신임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중요한 임무를 자신에게 다시 맡기지 않았을것이다. 타렌은 알수 있었다. 지오 역시 타렌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 상황에서는 타렌도 어쩔수 없었을거라는 것을..

'이 프로젝트에서는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리고 언젠가.. 1호 네 녀석을 반드시 내 손으로 붙잡을 것이다.. 반드시'

타렌의 눈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맑은 기운이 한차례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지오는 보았다. 비록 타렌을 향해 욕도 하고 물건도 던지며 모욕을 주었지만 다음을 위한 채찍이었던것이지 본심은 아니었다. 지오는 타렌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맡기고는 그곳을 떠났다. 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지오의 연락을 받은 지크프리드는 무척 아쉬워했다. 오래전에 중단되었던 계획이지만 다시 재개될수도 있다는 말에 잠시 생기를 되찾았던 그였다. 하지만 또 다시 좌절을 맛봐야했다.

지크는 정말 의아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닌 지오가 포기를 했는지 알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것은 묻지 않았다.

지오를 잘 아는 지크는 분명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정이 지오를 난처하게 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지크는 군말없이 재개하려던 프로젝트를 철수시켰다.

그렇게 1호에 대한 일이 차츰 조용해질때였다. V.C 프로젝트는 생체공학 연구소 박사들에 의해 잘 진행되어갔다. 타렌은 그 프로젝트에서 피실험자들의 보안과 생명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아니,쉽게 말해 1호처럼 도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경비 임무를 하는 셈이었다. 경비라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1호사건 때문에 인공 DNA 삽입 플랜(Artificial DNA Insertion Plan -ADIP) 1차계획이 무산되었지 않은가.. 이번 2차계획도 그렇게 무산될수 있었다.

그래서 보안에 더욱 철저히 신경을 써야했던 것이다.

그렇게 2년여가 흘렀다. 1호 사건은 타렌의 뇌리속에서 점차 가장자리로 밀려났고 V.C 프로젝트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르고 있었다.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 정말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인간의 잠재 의식속에 내재되어 있는 미지의 생명체를 형체를 가진 실존의 캐릭으로 만드는 실험이었던 것이다. 상상 속의 물건들을 실제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우스운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스꽝스러운 생각에서 발명은 시작된다. 아주 오래전 죽음의 전쟁 이전의 세상에서 사람들을 놀래켰던 에디슨이란 발명가 역시 그런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지 않은가 처음에는 불가능처럼 여겨졌던 그 프로젝트가 ADIP 라는 거대한 과제 아래 실행에 옮겨졌던 것이다.

Think Tank 이외의 사람들은 다른 종족의 지능에 대해 별로 아는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살아있는 다른 종족을 포획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런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까?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적어도 T.T 사람들에겐 아니라고 대답할수 있는 증거와 지식이 있었다.

세이렌은 놀라운 생명체였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세이렌의 모습은 2.5미터 이상되는 키에 반인반조(半人半鳥)생명체라 알고 있다. 약간 퇴화된 날개를 가진 그들은 뭉툭하게 생긴 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손에 달린 손톱을 가지고 공격하는 녀석들이었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가지고 공격한다는 사실은 그들을 무식한 종족,힘만 센 종족. 이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헤켈이나 세이렌 두 종족 모두 그 과학력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신체적인 측면에서는 두 종족 모두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T.T 에서는 세이렌의 두뇌가 인간의 두뇌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을 알아내는데는 아마 살아있는 세이렌이 톡톡한 구실을 했으리란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T.T에서 밝혀낸 세이렌들은 단지 살인의 쾌락을 위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톱을 사용하는 것이지 절대 그들의 과학력이 낮아서 그런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손톱으로 살갗을 베는 그 느낌은 일종의 오르가즘이라 볼수 있었다. 그러한 세이렌들에겐 고도의 정신력을 가진 특수한 녀석들이 소수 있었는데 그들중에서 머리 속의 가상 생명체를 현실세계로 불러들일줄 아는 녀석이 있었다.

이들을 세이렌들 사이에서는 소서렌이라고 불렀다.

제 3차 세이렌 대전 그 죽음의 광시곡의 부산물로 T.T 에서는 그 녀석을 생포할수 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은건지 없는건지는 몰라도 목숨만 붙어 있고 정신이 나가버린 녀석을 간신히 붙잡아 연구에 착수했던 것이다.

3차 세이렌 대전은 녀석의 놀라운 기술 때문에 거의 패전 위기에까지 갔었다. 다행히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가 때마침 완성되어 그 위기를 모면할수 있었던 것이다.

T.T 의 연구성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세이렌의 그러한 능력을 인간도 현실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다. 그 난관을 'ADIP' 라는 이름 하에 극복하려했던 것이다.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벌써 가상생명체 프로젝트(Virtual Creature Project)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타렌은 연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다만 요즘들어 피실험체중에서 이상을 보이는 자가 몇 생겼다는 것 외에는..

하지만 그것들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1호 사건 이후로 피실험자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기때문이었다. 그건 타렌의 지시이기도 했다.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이 어째서 그곳에 있는지도 알수 없었다.

그들은 실험을 한후 바로 기억을 소각시켜버리는 작업을 늘 당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실험을 받는 그 당시의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실험이 끝나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다른 이들에게 물어봐야했던 것이다.

타렌은 그 방법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들도 사람인데-물론 타렌에게 그러한 인정은 없었다.

- 늘상 기억을 상실하는 그들의 모습은 타렌에겐 적이 될 수 없었다. 실험기간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무사히 진행되어온 프로젝트였다.

뼈저린 후회를 한 경험이 있는 타렌은 그렇다고 해서 방비를 소홀히하지는 않았다.

피실험자들은 총 5명이었는데 그중 3명은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의 부작용 때문에 가상 생명체를 소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니,가상 생명체가 무엇인지조차 자각할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지오도 염려했던 부작용이었다. 가상 생명체를 인식하는것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알려준다고 해서 알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스스로 자각해야하는 것이다.

나머지 두명은 꽤 안정적인 자들이어서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오랜 시일에 걸쳐 부분적인 기억만을 지우도록 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 자각 능력에서 월등히 우세했다.

타렌은 그 두명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실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실험은 무사히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머리속에서 새로운 캐릭을 창조해내는 것은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이었으며 만들어진다해도 인식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연구진들이 생각해낸 것은 특정 캐릭을 두뇌 속의 칩셋에다가 저장시켜 놓는 것이었다. 이것은 처음에는 실효를 거두었으나 피실험자들에게는 고통이었다.

두뇌 속으로 정보가 너무 빠른 시간내에 유입되었기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저장시켜놓은 캐릭들을 지우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2명의 성공적인 피실험자에게 특정캐릭을 집어넣었던 것인데 그것을 지우는 도중 이상한 일이 발생했던것이다.

타렌은 당황스러워하는 펠트로 박사를 보고 말했다. 펠트로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연구원이었다. 대머리로 박사다운 면모?를 과시하는 그는 생긴 것은 괴팍하게 보였지만 굉장히 섬세한 과학자였다. 그래서 지금껏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지도 몰랐다.

"펠트로 박사.. 무슨일입니까? 거부반응이라뇨?"

타렌의 질문을 받은 펠트로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어디까지가 이마인지 모를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이미 칩셋안에 인식된 특정 캐릭을 지우는데 거부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런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특정 캐릭을 집어넣을때는 아무런 이상현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실험자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을 빼고는 말이죠. 그리고 그들의 능력을 한정시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계획을 수정한것인데 이렇게 거부반응이 일어날줄은 몰랐습니다."

펠트로의 말대로 특정 캐릭을 집어넣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한 캐릭을 집어넣을때마다 피실험자들은 한정된 능력을 부여받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 문제점 때문에 다시 계획을 원래대로 수정한 것이었는데 이미 저장시킨 캐릭들이 지워지려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그 캐릭들이 이성을 지닌 녀석들처럼..

"거부반응이란게 정확히 뭡니까?"

타렌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어려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면한 문제는 그런걸 논할것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저장된 특정 캐릭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타렌은 쉽게 생각해보았다. 두뇌속에 존재하는 그야말로 상상속의 생명체들이 의식을 가지고 지워지지 않으려한다는 말은 별로 타당성이 없어보였다.

"그들이 저항한다는 말입니까? 그게 현실상 가능합니까?"

타렌의 질문에 펠트로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펠트로는 유리로 된 실험실 안에 누워있는 5명의 피실험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중 2명만이 그런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른 3명은 아예 특정 캐릭을 집어넣는 실험을 하지 않았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펠트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꽤 고급적인 기밀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어쩔수 없이 말해야겠군요.. 사실 그 특정 캐릭들이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타렌은 펠트로란 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굉장한 두뇌를 가진 엘리트급 연구원이라는 사실밖에는 그런 그가 고급스러운 기밀을 안다는 것이 이상할따름이었다.

"도대체 어떤 문제길래 기밀이라는 겁니까?"

펠트로는 지오의 명령을 떠올렸다. 결코 기밀을 누설해서는 안되지만 타렌에게 만큼은 예외일수 있다는 말을.

"그 특정 캐릭은 무시무시한 것들입니다. 자신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질수 있는 캐릭은 그 사람의 정신력에 따라 그 파워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정신력이 고강한 사람일수록 더욱 강한 캐릭을 만들어 낸다는 뜻입니다.

저 5명의 피실험자들중에 2명의 정신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강력했기에 가장 안정적이라는 판정을 받을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머지 3명은 정신력이 낮거나 아니면 굉장한 정신력을 가지고는 있되 심성(心性)이 불안정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특정 캐릭을 저장하는 실험을 하지 않은겁니다.

문제는 특정 캐릭은 그러한 정신력에 관계 없이 정말 무시무시할정도로 강한 녀석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그런 캐릭을 원하더군요.. 우리는 시키는대로 했을뿐이지만. 하여간. 녀석들의 힘이 그2명의 정신력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타렌은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펠트로박사의 말은 그야말로 초강력 캐릭을 칩셋에다가 저장시켰다는 말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강한 캐릭을 집어넣으려했는지는 이해할수 없었다.

분명 상상 속의 캐릭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종족의 침입을 막아낼수 있을거란 통계자료가 나왔었다.

어쨌든 그러한 초강력 캐릭이 2명의 피실험자의 자아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만약에 그 캐릭들이 피실험자들의 자아속에 파고들어 피실험자를 지배하게 된\다면?? 그럴수도 있는겁니까?"

펠트로는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이마의 흐르는 땀을 닦는 펠트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기밀사항이었습니다. 녀석들이 만약 피실험자를 지배하게 되면 피실험자는 더 이상 인간이라 할수 없습니다. 모습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파워나 체력은 그 특정 캐릭과 맞먹는 것일테니까요.. 그래서 타렌씨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저들을 막을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니까요"

타렌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수차례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한 번도 질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물론 한 번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늘 최고라고 생각해오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틀렸다. 이건 정말 무시무시한 살인병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런 실험에서 초강력 능력을 가진 살인병기가 조종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

"녀석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그 이유때문이었군요 피실험자들의 자아를 지배하기 시작해서."

펠트로는 타렌의 상황인식이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펠트로는 더욱 비관적인 말을 덧붙였다.

"저 2명의 피실험자들은 언제 깨어날지 모릅니다. 그 깨어나는 시기가 아마 괴물들에게 지배되는 순간이 될겁니다."

박사의 말은 곧 그 시기가 다가온다는 뜻으로 해석될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타렌은 굉장히 냉철한 사람이었다.

이런때에 뭐가 가장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를 구분할줄 아는 능력은 정말 필요한 것이다.

"지금 저들을 없애버린다면???"

타렌이 말했다. 펠트로박사는 적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타렌이 생각하는 것을 펠트로 역시 생각안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펠트로 박사는 경련을 일으키듯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시체라도 본 듯 말이다. 하지만 이내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지금 공격하면 후환은 없을겁니다. 실험은 다소 늦춰지겠지만."

타렌은 저들을 지금 죽여버리는 것이 앞으로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생명도 소중한것이고 그 연구업적도 굉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살려뒀다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수 있었다. 타렌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펠트로 박사에게 눈짓을 했다.

실험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라는 뜻이었다. 펠트로박사는 유리창 안에 보이는 5명의 피실험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실험실 안은 유리창에서 볼때보다 훨씬 넓었다. 사실상 유리창은 2층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각도적으로 좁아 보였던 것이다.

타렌은 천천히 피실험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3명의 피실험자들은 기억을 없애는 프로그램이 작동중인 침대위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있었고 다른 2명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자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펠트로박사는 그들에게 치사량이 넘는 마취제를 투약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이 죽지 않을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특단의 조치였다. 펠트로 박사의 섬세함이 없었더라면 이미 연구소는 쑥밭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너희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편안하게 보내주마.."

타렌은 양손에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놓여있던 기계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공기들이 분자로 분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엄청난 파워였다. 타렌의 관자놀이에는 거대한 핏줄이 툭 불거져있었으며 붉은 색을 뛸정도로 얼굴은 상기되어있었다.

2명의 피실험자중 첫 번째 사람에게 완전히 분자처럼 작은 알갱이가 되어버린 공기의 입자를 쏘았다. 첫 번째 피실험자는 그 마취된 상황에서도 극도의 살기를 느꼈는지 의식을 되찾으며 눈을 떴다.

하지만 이미 전신에 공기의 입자들이 박힌 상태였다. 즉사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의식을 차릴뻔 했던 것이다.

타렌은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두 번째 피실험자에게 다가갔다. 첫 번째 피실험자와 마찬가지로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다가가는 동안 모아진 공기의 입자들이 타렌의 손에서 뻗어나갔다.

그때였다.

의식이 없는 줄 알았던 피실험자가 공격을 피해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났던 것이다. 그로 인해 타렌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미 캐릭에 의해 자아를 지배당한 피실험자는 극도의 살기를 느낀후 의식을 되찾았던 것이다. 다만 기회를 노렸던 것일뿐!!

피실험자는 타렌의 공격을 무위로 돌린후 바로 역공을 가했다.

타렌은 쉽게 성공할줄 알았던 공격이 실패로 끝나고 게다가 도리어 역공을 가하는 괴물같은 피실험자의 모습에 놀란 눈치였다. 피실험자의 주먹이 타렌의 가슴에 적중했다.

'읔 숨이..'

타렌은 순간적인 매너 포스의 집중으로 괴물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놀라운 파워로 자신의 가슴을 강타했던 것이다. 숨이 막힐정도의 고통이었다.

타렌이 뒤로 주욱 밀려가 벽에 부딪힌후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괴물은 타렌을 향해 달려왔다. 자신의 동료를 죽인것을 알았는지 아니면 자신을 해하려던 자에 대한 복수심인지, 타렌을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엄청난 스피드였다. 인간이라 할수 없었다. 정말 괴물이란 말이 어울릴정도였다.

타렌이 숨 쉴 기회도 주지 않고 괴물은 타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위로 들어올렸다. 마치 솜인형을 들 듯 타렌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괴물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타렌을 기계가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타렌은 녀석의 엄청난 힘에 색다른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 강한 적을 만난 즐거움이랄까. 저번에 봤던 그런 공포 그 자체였던 그 존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기계에 정통으로 부딪히려는 순간 타렌은 매너 포스를 운용했다.

날아가는 방향의 공기를 이용해 몸을 틀어 착지했던 것이다. 착지를 했으나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까 주먹에 맞은것이 컸던것같았다.

"빌어먹을.. 재밌게 되어가는군"

타렌은 양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전의를 다지는 행동이었다. 그런 타렌의 모습을 펠트로는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펠트로는 타렌에게 보고하기 전에 지오에게 보고한 상태였다.

아마 얼마지나지 않으면 지오가 올것이다.

지오는 펠트로의 연락을 받고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들이 하나같이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믿었던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V.C)마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것에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젠장 갑자기 되는 일이 없군.. 펠트로가 보낸 1급기밀사항이 노출되지를 않나 믿었던 V.C 프로젝트마져 문제를 일으키질 않나 빌어먹을. 1차계획이 실패로 돌아간것처럼 또 실패할 수는 없다..'

그랬다. 최근 펠트로는 'ADIP' 계획에 일환으로 작성중인 보고서를 뛰어난 보안장치가 달린 가방에 넣어 지오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지오는 원자력 천공위성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임무는 팔케넌이 맡았던 것이다.

팔케넌은 쉐도우 프로젝트를 연구중이던 얀 이반의 정신과학 연구소에 가서 얀과 술을 마시는 도중에 얀의 아내 이카루스에게 기밀사항을 노출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지오는 기밀을 알아낸 자가 이카루스라는 사실은 몰랐다. 다만 무색무취의 정신착란제에 대한 해독제를 누군가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게 더 지오의 심기를 뒤틀리게 만들었다.

'팔케넌의 짓이 틀림없다. 빌어먹을..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분명 전보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지오는 요즘들어 수상해진 팔케넌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일이 발생하니 어이가 없던 것이다. 팔케넌이 해독제를 빼돌린 것은 물증은 없었지만 거의 확실한 심증이 있었다.

그로인해 얀의 아내인 이카루스가 범인이란 사실도 대충 짐작할수 있었던 것이다.

지오는 이미 후안보크와 4명의 포스 오너들로 하여금 그녀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린뒤였다. 꽤 강한 포스 오너들로 구성되어있는 그들이기에 포스 오너인 얀과 이카루스를 쉽게 제압할수 있으리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그들을 보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락이 없는것에 지오는 초조한 상태였다.

그때 펠트로에게 연락이 왔던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지오는 급히 지상으로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기밀사항 누출문제는 범인을 없애므로써 쉽게 끝날 문제였지만 지금껏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던 V.C 프로젝트는 그리 쉽게 끝낼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지오에게 중요했던 것이다. 둘다 이래저래 지오를 괴롭히고 있었다.

'빌어먹을 연이어 안좋은 일이 터지는 구만.. 젠장.. ADIP 는 결코 성공할수 없는 신의 영역이란 말인가.. 제기랄..'

지오는 여전히 똥씹은 표정으로 생체공학연구소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같은 시각. 티탄시의 위성도시였던 타르타로스 마을에는 노란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쓴 중년의 사내가 광포한 기운을 주변 건물에 토해내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얀 이반이었다.

그곳에는 후안보크를 비롯한 4명의 인간의 시체가 어지러이 굴러다녔고 얀의 폭주로 인해 부숴진 건물들의 잔해가 폐허를 연상시켰다.

얀은 극도의 파워를 소비해서였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그런 얀을 팔케넌이 급히 호크에 옮기고는 그 자리를 피해 호크를 이동시켰다.

세이렌과 얀의 전투장면과 그 이후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아주 작은 키에-150센치정도 되는-굉장히 젊은 얼굴을 가진 미소년이었다. 그러나 풍기는 이미지는 어른의 그것보다 강했다.

그의 싸늘하면서도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표정은 약간의 궁금증을 띈 듯 변해있었다.

'세이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인가..'

그는 천천히 돌아서 그 곳을 피해 걸어나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