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32화 (32/120)

제 목: 36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6

[주석] -3- Shadow(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없다!!!)(8) -Shadow(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없다!!!)-

가슴의 상처는 아직 완쾌된것같지 않았다. 아직도 숨쉴때마다 통증을 느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있는 수밖에는.......

'쳇.. 역시 난 인간일수 없는것인가..'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천쪼가리로 얼굴을 덮은 사내는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온 몸에도 찢어진 천들로 둘러싸고 있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에 딱 알맞았다.

퉁지나시에서 부호들에게 복수하려던 그는 계획을 수정해야만했다. 심한 부상을 입은데다가 부자 동네에서 거지꼴을 하고 다니는 것은 모험이었기때문이었다.

특히 치안이 잘 되어있는 퉁지나시가 아니던가..

카자마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란 생각으로 다른 도시로 향했다.

대도시나 중도시보단 자그만 마을이 낳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쫓던 녀석들이 쉽사리 자신을 놔둘것같지 않았다. 왠지 오래전부터 그래왔던것같은 느낌.. 그것을 지울수 없었다.

퉁지나시에서 먼곳으로 회피해야했지만 그럴수 없었던 카자마는 위성도시였던 우크낙 마을에 잠입했다. 잠입이랄것도 없었지만 최대한 남의 이목을 피해 마을로 들어갔다.

카자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치료였다. 병원에 가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치료해줄것이란 기대는 애당초 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의 힘으로 치료할수도 없었다. 그럴만한 기술도 없거니와 어떠한 회의감이 그러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은 어떨까.. 난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다. 어떤 도시에서는 연쇄살인마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나다 난 나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녀석들을 죽였다. 나같은 놈들을 자신들의 발톱의 때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을 그런데 이제와서 회의감이 드는 것은 뭘까 도대체 왜'

카자마는 비록 살기 위해 자신을 쫓던 포스 오너를 죽였다. 하지만 그들은 역시 사람이었다. 그것이 뇌리를 스치자 자신의 검에 묻어있던 피가 더욱 검붉어보였다.

'피 저들도 나와 같은 사람인데 정말 이상한 노릇이군.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던 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것인가'

카자마는 떠올렸다. 키다리가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을 했을 때를.. 그 말이 거짓이라도 믿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믿지 않으려고 했다. 왜였을까. 아마 인간이길 거부하려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속이고 거짓을 주장한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 가슴의 통증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아니,지금의 완벽한 피부를 갖기 전에는 왕따당하면서 구타당할 때 이런 고통을 느꼈었다.

그때.. 그때는 인간이었다. 아니,아직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을때였다.

그 후로 몸이 단단해지고 피부가 각질로 변하면서 어떠한 고통도 느낄수 없었다. 심지어 구식 건(Gun)의 총알을 맞아도 그냥 따끔한 정도였다.

'그때부터였던가 인간이길 포기하고..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죽이고 다녔던게..'

통증은 느낄수 없었다. 아무런 고통도 느낄수 없었다. 그런 무감각이.

살인을 할 때도 발휘되었는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 인간이었을 때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카자마의 뇌리속에 한명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카인 난 단지 녀석과 검을 겨룰 생각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녀석의 동생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나 때문에 그애는 죽었다.

어째서. 그 여자애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내가 죽였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죄도 없었다. 그 애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죽고 말았다..'

카자마는 자신의 계속적인 공격속에서도 동생을 구하기 위해 위그넌을 향해 달려갔던 카인을 생각했다. 자칫 방심하면 위험한 그 순간에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카인이란 녀석과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친 것이 아닌지도 몰랐다. 어쩌면 카인을 이길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생겼다..

'난 그를 죽일수 없었다 어째서 젠장.. 그의 인간다움에 난 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빌어먹을'

카자마는 작은 동산위에 서있었다. 몇그루 되지는 않았지만 인공나무들이 서있었다. 그곳에 등을 기대고 앉은 카자마는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베었다.

아니,어떤때에는 그것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 깊은곳에서 '넌 아직 인간이야'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나는 아직 인간이야.."

카자마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을 저편을 바라보았다.

우크낙 마을은 아주 한산해보였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부유한 퉁지나시에 붙어있어서 그런지 꽤 시설이 괜찮은 마을이였다.

퉁지나시에서 피해 이곳으로 오긴했지만 녀석들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사실 퉁지나시에서 도망친 것은 한명의 추격자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함이었다. 부상당한 상태라 도망치긴 했지만 상대의 실력이 엄청남을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두명의 뛰어난 포스 오너를 꺽은 카자마였다. 그런 카자마를 단신으로 쫒는다는 자체가 그의 실력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분명 그 두명을 능가하는 실력자다 강한녀석이다 젠장.

철저하게 녀석에게 쫒기고 있다.'

카자마는 이곳으로 피하긴 했지만 녀석의 파인더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상대는 집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공격하지도 않았다. 뭔가 기회를 노리는 것같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자신이 부상당한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카자마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생포되어야함을.. 타렌은 그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잠시 V.C(Virtual Creature)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어 카자마를 쫒던 타렌은 가장 중요한 것이 카자마를 포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상당한 카자마를 쉽게 잡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상당한채로 최후의 발악을 하게 만드는 것보다 기습을 통해 단번에 제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퉁지나시에서 놓친척 한것이었다. 그래야만 경계가 느슨해질테니까.. 그러한 타렌의 예상은 약간 빗나가고 있었다.

방심할줄 알았던 카자마는 생각보다 철저히 주위를 살피며 경계했다.

그래도 부상당한 휴유증은 여전했다. 그 고통을 이겨내기란 보통 힘든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피로로 이어졌다.

작은 언덕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카자마를 타렌은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였다. 여전히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수면을 취해야할것이었다. 아무리 기민한 무인이라고 해도 그랜드 포스 오너인 자신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것이었다. 타렌은 카자마의 눈이 감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세명의 피실험자는 2번 유닛을 각성시키는데 성공했다.

확률은 99%였고 셋의 상태또한 아주 좋았다. 연구소의 소장실에서 얀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카루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10번 유닛까지는 성공적일것같아.. 아주 안정적이거든..

정말 놀라운 일이지"

얀은 자신이 실험을 주관하고 있으면서도 이 실험의 결과가 엄청난것에 대해 늘 놀라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얀과 마찬가지로 이카루스 역시 동의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맞아요. 문제는 그 이후의 유전자들이죠.. 그것들이 과연 피실험자 들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고 있을지.. 그게 문제죠"

얀은 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실험을 중지하리라.. 상부의 명령이야 어떻든 간에 그렇게 하리라고 다짐한 얀이었다. J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1년도 되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는 그런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상태는 어때?"

-

"셋 모두 아주 좋아요. 오늘 시뮬레이션 중에는 첫 번째 유닛을 각성시켰던 그 세계에 다시 갈수 있었데요..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무를 만져보기도 하고 물도 마셔보기도 했데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중에 내포되어있는 세상을 셋이서 창조해낸것같아요. 그 세상속에서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각성 성공여부가 결정되는것같구요.."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생각을 가진 얀이었다. 시뮬레이션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는 일을 스스로 하는 기계가 아니었다.

단지 각성제를 주입한 후에 유전자를 각성하는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피실험자 셋은 누구의 동의도 없이 서로 같은 세상을 공유하여 창조해냈던 것이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척 중요했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알수 없지만 유전자 하나하나가 각성될때마다 그 세상이 영향을 받을 것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랐다. 다만 지금까지 세명 모두 그 세상에 대해 상당한 긍정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아 실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래.. 문제는 11번 유닛부터겠지.. 미확인 DNA.. 아직 우리 인간의 유전자 해석 지도(MAP)가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업적을 남긴걸로 아는데. 어째서 그런 미확인 DNA 를 각성해야하는지 모르겠어."

이것은 얀과 이카루스 공통의 의문점이었다. 둘다 DNA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다.

정신과학을 연구하는 그들이 그런것에 대해 잘 알리 만무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있는 DNA 를 각성시키는 것이기에 정신과학 분야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지 만약 새로운 DNA 를 만들거나 그것들의 구조를 해석하는 것이었다면 근처의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이 실험을 주관했어야할것이었다.

얀은 고개를 흔들었다. 유전자 문제는 자신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 얀의 행동을 이해라도 한 듯 이카루스가 살며시 웃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했던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같은 생각을 한 이카루스였다.

2차 유닛까지는 한달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루어진 놀라운 성과였다. 애시당초 이 프로젝트의 연구기간을 팔케넌은 5년을 잡았었다. 팔케넌은 T.T 에서 예상한 연구기간을 얀에게 말해줬던 것이었다.

T.T 는 실용적인 조직이었다. 그들이 5년을 잡았을땐 그만큼의 시간이 필연적으로 필요할것이었다. 팔케넌은 그런말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대충 그정도로 예상한다고 귀뜸해주었다. 앞으로 세명의 피실험자들은 25개의 유닛을 각성시켜야했다.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우크낙 마을 외진 언덕.. 언제부터 노숙을 했는지 기억할수도 없었다.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옴을 느낀 카자마는 Double-Sword 중 남은 하나의 검을 가슴에 품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자마자 잠이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카자마가 잠이 든 것을 주시하던 타렌은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이제 기회가 온것이었다. 카자마를 생포하려면 중요한 것이 검을 빼앗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껴안고 자는데서야 다른 도리가 없었다.

타렌의 주력공격은 공기를 입자로 만들어 공격하는 분해기술이었다.

엄청난 위력을 지닌 기술이니만큼 왠만한 포스 오너들은 분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타렌은 천천히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양손에 엄청난 포스가 집중되고 있었다. 멀리서 엄청난 파워가 응집되고 있었지만 카자마는 느낄수 없었다. 평상시같았다면 그 정도 거리라도 살기를 느끼고 일어났을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니었던것이었다.

타렌은 집중했던 포스를 이용해 카자마의 주위의 공기를 서서히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공기의 입자로 만든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카자마는 주위의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몸으로 느꼈는지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튕겨 일어나려던 몸을 저지할수 있었다. 이미 몸의 주위에는 이상한 입자들로 가득했던 것이었다.

한명의 사내가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핏발선 얼굴로 카자마를 향해 말했다.

"1호. 반갑군. 이제야 잡게 되었군. 후후훗.."

카자마는 상대가 엄청난 고수급의 포스 오너임을 짐작했다.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입자들은 분명 저 포스 오너가 만들어낸 것들일것이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게되면 가차없이 입자들의 공격을 받아야할것이었다.

"쳇.. 걸린건가.. 내 운도 이것으로 다한것인가."

카자마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떻게해서든 이곳을 빠져나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수많은 입자들의 안에서 빠져나올 방안이 없었다.

'젠장.. 방심한게 실수다.. 녀석이 벌써 쫓아왔을줄은 녀석의 작전이었단 말인가'

푸른색 장발을 휘날리며 다가온 사내는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날렵한 몸매에 엄청난 능력. 카자마는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어서 검을 버려라.. 난 두 번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타렌의 말에 카자마는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 두 녀석과는 다르다. 힘이 실려있다. 거부할수 없는 힘이. 젠장'

카자마는 지금껏 자신의 목숨을 이어주었던. 늘 곁에서 모든 고통을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검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검을 땅바닥에 버리자 타렌은 천천히 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엄청난 파워를 집중시켰다.

그러자 타렌의 손위에 있던 검이 서서히 모양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의 분자들중에 O2(산소)로 되어있는 분자들이 검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그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래선 검이라고 할수도 없었다.

타렌은 흐물흐물해져서 더 이상 검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물건을 집어던지고는 말했다.

"이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응해라.."

타렌은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실패한 임무도 없거니와 자신보다 강한 사람과 만나본적도 없었다. 늘 최고를 달리던 그였다. 그런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검이 없는 카자마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맨손으로라면 충분히 제압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자마는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입자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착각한 것인가.. 어째서지?'

카자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타렌은 비웃으면서 말했다.

"널 해치고 싶지는 않다. 조용히 따라온다면 아무일도 없을거야.

후후훗.. 상처도 치료해주겠다. 조용히 날 따라와라."

타렌은 카자마를 포박하지도 않은채 뒤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치는 행동이었다. 카자마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지만 자신의 실력이 약하다고 생각해본적은 결코 없던 카자마였다. 타렌의 행동은 상당히 기분나쁜 것이었다.

하지만 부상당한 지금 상황에선 그의 말을 따르는것도 그리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방심하게 만들어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을듯했다. 카자마는 기분나빴지만 천천히 타렌의 뒤를 따라갔다.

타렌의 호크가 저만치 보이기 시작했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호버크레프트였다. 카자마는 호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 호크가 공격형이라는 것을 금새 눈치챌수 있었다.

'공격형 호버크레프트라 역시 나를 쫓던 녀석들은 정부녀석들인가..

어째서지.. 나의 살인행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알수 없군. 그렇다면 굳이 나를 살려서 데려가지 않아도 될텐데.'

카자마는 호크안으로 들어가면서 계속 타렌을 주시했다. 늘 등을 보이는 타렌이었지만 전혀 빈틈을 찾아낼수가 없었다. 아니, 그의 능력을 보았을 때 그런 행동은 자연스러운것일지도 몰랐다. 여차하면 공격한후에 도망치려던 카자마의 생각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대단한 힘을 숨기고 있다. 이런 몸으론 녀석의 매너 포스를 당해내지 못해.. 젠장. 너무 방심했던 탓인가.'

카자마는 쉽게 잠이 들어 적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당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살기를 감지하고 맞서 싸웠다면 이런 아쉬움은 없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잡히지는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젠장.."

카자마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타렌은 그 소릴 들었으면서도 가만히 조종석에 앉았다. 카자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비웃으면서 말이다.

카자마는 타렌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쉽게 물을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싫었다.

"당신의 정체가 뭐지? 어째서 날 잡아가려는 것이냐?"

카자마의 질문을 들은 타렌은 여전히 앞을 바라본채 웃으면서 말했다.

"나에 대해서는 알필요 없어 난 단지 널 잡아가는 임무만 수행하면돼. 그리고 널 잡아가려는 이유는 이제 곧 알게 된다. 그곳에 가게 되면.."

-

"그곳???"

카자마가 되물었지만 타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어쩌면 카자마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카자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미간이 좁혀지면서 머리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기억 카자마의 기억은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맞은후 그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살아났을때부터였다.

'그렇다면.. 내가 잃어버린 기억속에 있는 장소란 말인가 어쩌면 전에 녀석들이 한 말이 사실일런지도 모른다. 나를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그 말이.'

카자마는 몇 년간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넌 아직 인간이다. 네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지 지금 그 인간의 마음만은 버려서는 안된다.."

하지만. 카자마는 그 말을 어겼다. 아니,철저하게 거부했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인간들을 저주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아직 한가닥 희망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단 말인가..'

카자마의 좁혀졌던 미간이 펴지면서 스스로를 비웃었다. 너무도 한심한 생각.. 전혀 불가능한 일을 희망이란 단어로 단정지은후 그걸 쫓으려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했다.

'난 인간이 아니다.. 쳇. 젠장. 난 아직 아직까지는 인간이란 말인가.'

카자마는 머릴 감싸쥐며 흔들었다. 타렌은 그런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물론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것봐..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네 녀석은 일개 소모품에 불과하니까.."

타렌의 말은 사실이었다. 소모품.. 실험 대상이란 소리는 이미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것의 생명에 관계없이 사용하다가 쓸모 없어지면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카자마는 상대의 말이 마음속 깊이 와 닿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쓸모 없는 인간일런지도 모르지.'

타렌의 말뜻은 그렇지 않았지만 카자마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점점 자신의 인간다운면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며 인간이기엔 너무도 처절하고 비참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는 괴리감 때문이었다.

둘이 타고 있는 호크는 중앙지역구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곳 그곳이 어디일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곳이 카자마의 남은 인생을 결정지을곳이란 것을 그는 잘 알았다.

먼지에 뒤덮혀 그 빛이 퇴색해버린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한 위성.

인간들이 만들어냈다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정교하고 첨단시설을 갖춘 그 위성의 이름은 원자력 천공위성이었다. 누구의 창조물일지는 알수 없었지만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진 곳이었다.

거대한 원형 튜브안에 또 하나의 원형 튜브가 서로 가는 선으로 이어진 듯 보였다. 가운데 있는 구모양의 도브에는 거대한 중앙 홀이 있었다. 홀 안에는 반원형 탁자가 놓여져 있었고 그곳에는 4명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그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팔케넌.. 새로 착수한 쉐도우 DNA 프로젝트는 어찌 되가고 있습니까?"

그러자 팔케넌이란 자가 입을 열었다.

"이미 2번째 유닛까지 각성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10차까지는 쉽사리 성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유전자들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들이고 그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에 연구결과는 예상할수 없습니다."

팔케넌이 대답하자 여성원로가 말했다. 상당히 찢어지는듯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느껴졌다.

"저번 포스 스트렝스 플랜을 실패로 이끈 얀박사가 이번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위대하신분의 의사입니까?"

-

"아닙니다. Think Tank 의 의견이었습니다."

팔케넌은 원로원이 얀 이반 소장에 대해 약간은 안좋은듯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간 그와 지내면서 그의 우직함을 알기에 T.T 에게 팔케넌이 건의하여 이번 건을 그에게 맡겼던 것이었다.

"흠.. 그건 그렇고 T.T 에서 새로운 계획을 추진중에 있다고 들었소.

뭔지 아시오?"

굵은 목소리의 원로가 팔케넌에게 물었다. 원래 원로원은 팔케넌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단체이자 팔케넌과 함께 좋은 의견을 수렴하여 시행하는 단체였다. 팔케넌이 미치는 힘은 천공위성에서는 미약하다고 하지만 지상에서는 엄청난 파워였기때문이었다. 그만큼 원로원 역시 강력한 힘을 지닌 단체라고 할수 있었다.

그런 원로원에겐 T.T는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들이었다. 원로들조차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원로들의 명석한 두뇌는 결코 T.T 에 못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파워로도 알아낼수 없는 존재들이 바로 T.T 의 인물들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그들의 행동을 방관하기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그들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한 정보원들을 두고 있었는데 정보원들에 파인더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팔케넌이 그것을 알리 만무했다. 지상의 일들만 관리하고 진행시키는 팔케넌으로서는 위성안의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소식은 전혀 들은바가 없습니다. 그들이 무슨 일이라도 벌이고 있다는 뜻입니까?"

팔케넌이 되묻자 약간은 실망한 기색을 보이며 묵묵한 성격의 사내가 대답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것까지는 알아낼수 없었소. 다만 우리의 의도와는 뭔가 다른 것이 진행중에 있다는 생각이오.."

묵묵한 성격의 사내의 말은 팔케넌에겐 충격적이었다. 우리의 의도라는 것은 곧.. '위대하신 분'의 의도였다. 이것은 명백한 것이었다.

위대하신분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팔케넌이었기때문이었다. 비록 대면해서 말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명령이 팔케넌을 통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Think Tank 였던 것이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위대하신분의 의도와 다를수도 있을것이었다.

"설마 그들이 그런짓을 하겠습니까? 위대하신 분의 의도는 우리도 알고 그들도 알고 있을텐데말입니다."

팔케넌의 말은 정답이었다. 그것을 원로들이 모를리 없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은 알면서도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팔케넌은 그들의 저의를 알수 없었다. 위대하신 분을 거역하는 일은 있을수 없는 것이므로..

"도대체 그들이 추진하는 것이 뭡니까?"

팔케넌은 약간은 흥분한 듯 격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가 대답했다.

"그건 알수 없지만.. 굉장한 힘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소.. 우리가 아는 것은 그들이 추진하는 일들이 굉장히 위험하고 반 인륜적이라는 것이오.."

팔케넌은 답답했다. 분명 원로들은 뭔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한 말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행동이 반인륜적이라는 것을 단정지으려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때문이었다. 팔케넌은 원로들의 유치한 행동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우리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오? 바로 그분의 의도대로 일을 진행시키려는 것이 아니오? 그런데 지금 그걸 방해할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있소 당신들은 그들을 저지할만한 힘이 없다는 걸 당신들도 잘 알지 않소!! 도대체 숨기는 것이 뭡니까!!!?"

팔케넌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하자 묵묵한 성격의 원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팔케넌의 말이 맞소. 그도 알 권리가 있소. 어쩌면 우리보다는 그가 알고 있어야할 일일지도 모르지 않소."

그러자 굵은 목소리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사실 T.T 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하고 있소 대부분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진행중에 있다는 소리요."

팔케넌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원자력천공위성에서 지상으로 내려지는 모든 일들은 자신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많은 일들이 진행중에 있다는 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굵은 목소리의 사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그들이 진행중인 일중의 하나가 바로 쉐도우 프로젝트라는 것이오"

-

"쉐도우 프로젝트???!!"

팔케넌은 어이가 없었다. 그 프로젝트는 이미 T.T 에서 모아진 의견들로 만들어낸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T.T 에서 만들어낸 프로젝트였으므로 그들이 추진하는것이나 다름없었다. 팔케넌은 아직 원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팔케넌 당신이 아는 쉐도우 프로젝트가 전부는 아니란 소리오.."

-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니."

"우리도 그것이 궁금합니다. 분명 쉐도우 프로젝트는 인간속에 내재되어있는 유전자를 개량함으로써 뛰어난 전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소 그런데 그 계획이 T.T 의 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라는것을 알아냈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오."

묵묵한 성격의 원로의 대답을 들은 팔케넌은 머리가 띵해옴을 느꼈다. 거대한 계획의 일부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쉐도우 프로젝트는 인류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연구였다.

도대체 그것을 가지고 뭘 어떻게 이용한단 말인가.. 분명 위험한 연구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반 인륜적이란 말인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서?? 그건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떤 약이든 최후에는 임상실험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수 없는 팔케넌이었다.

하지만 원로들이 아는것도 그게 다였다. 거대한 계획의 일부라는것 그 계획의 이름조차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었다. 바로 인공DNA 삽입 플랜(Artificial DNA Insertion Plan -ADIP)이라는 것을.

팔케넌은 홀에서 나오면서 긴 생각에 잠겼다.

'원로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T.T 의 힘에 대한 불안감을.

도대체 그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이길래'

팔케넌은 홀에서 나올 때 앙칼진 목소리의 원로가 했던 마지막 말을 되뇌여보았다.

'쉐도우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류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오 타종족의 말살을 위한 계획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오'

팔케넌은 천천히 거대한 창쪽으로 다가섰다. 밖에는 뜨거운 태양빛에 반사되어 흙색을 발하고 있는 지구가 보이고 있었다.

'다른 종족의 말살.. 그리고 인류의 생존.. 그 두가지가 지니는 의미의 차이가 그들과 우리들의 의도의 차이란 말인가.. 어쩌면 그들보다 내가 더 이율배반적일런지도 모르겠군.. 다른 종족의 생명도 소중한것인가.. 나의 동족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내가 생각해도 될만한 문제인지 의심스럽군..'

팔케넌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보였다.

인류를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그였다. 그런데 요새들어 그의 그런 생각은 점점 달라지는게 사실이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정당화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 아닌가'

팔케넌은 재단에 대한 충성이 곧 인류에 대한 헌신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었다. 왠지 모를 재단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다 엄청난 비밀을'

팔케넌은 먼지층이 완전히 제거되기까지 수천년이 흘러야하는 지구를 바라보며 나직히 다짐했다.

"난 인류를 위한 것이지 재단을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다. 그 비밀을 밝혀내고야 말겠다"

팔케넌은 이제부터라도 재단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자신을 견제하는 원로원들도 적이 될 수 있었고 Think Tank 역시 자신의 적이 될 수 있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껏 자신을 속이며 일해왔다는 것이 부끄러울따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