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3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4
[주석] -3- 수아(지키지 못한 약속) (6-2) 지오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타
렌은 발카로스시로
향했다. 이미 2명의 피실험자를 팔케넌에게 넘겨준 타렌은 마지막으로 카인이란 사내를 인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던 것이었다.
거대한 호버크레프트 한 대가 공중에서 천천히 하강했다.
깨끗한 건물이라 그런지 먼지같은 것은 일지 않았다. 호크가 건물 옥상에 착륙하자 한명의 중년의 사내가 손을 흔들었다.
그곳에는 자신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알리는듯한 손동작이었다.
호크안에서 내린 푸른색 장발의 타렌은 그를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팔케넌씨.. 오늘 마지막 피실험자를 인계하게 되었군요. 후훗"
타렌이 이상한 미소를 흘리자 팔케넌은 우울한 미소로 응수했다.
그리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래요 오늘로써 우리가 볼일도 없겠군요. 피실험자 카인이란자는 이 병원에 입원해있다는걸로 알고 있소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들었는데 그건 무마시켰는지 알고 싶소."
팔케넌의 질문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타렌처럼 완벽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타렌은 엷은 비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다 손을 써두었으니.. 카인 여동생의 장례식만 치룬다면 바로 실험에 참가할수 있을겁니다.
후후훗."
팔케넌은 신중을 기하려 했던 것인데 상대방이 기분나쁜 태도로 받아들이자 약간 안색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내비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위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모르지만 당신과 나 둘다 명령만을 수행할뿐이니. 어서 내려갑시다.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군요.."
팔케넌의 말을 들은 타렌은 여전히 웃는 모습으로 팔케넌에 앞에서서 그를 인도했다. 길게 늘어선 복도를 지나 꽤 고급스런 병실이 하나 나왔다. 그곳은 꽤 넓어보이는 방이었지만 카인혼자서 그 병실을 쓰고 있었다. 카인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카인을 향해 마도란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아마 정상을 참작해줄거야"
-
"아니요 그래도 살인은 살인이에요. 제가 사람을 죽였다구요."
카인은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이 위그넌의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렸던것을 그때는 아무런 죄책감따위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있었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는 데에 대한 자괴감같은 것이었다. 오래전에 헤켈을 한 번 죽였던 적이 있었다.
그땐 사람들을 타 종족에게서 구해냈다는 자부심과 검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생명을 없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다. 아마 다른 종족이라서 그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 것은 얘기가 달랐다.
그가 비록 악인이었다고는 해도 분명 사람이었다. 사람을 자신의 칼로 베어 죽였던 것이었다.
이상한 기분이 카인의 주위를 감싸안았다.
"정당방위로서 인정해줄거야.. 너무 신경쓰지마 나도 증언해줄게 카인"
마도란은 카인이 설마 또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그를 위로했다. CPD 에서 입수한 비디오 테입에 카인의 살인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아무리 정상이 참작된다고 해도 실형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그래도 마도란은 카인에게 잘 될거라 말했다.
카인은 벌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삶에 대한 의욕같은것도 없던 카인이었다. 감옥을 갔다 오더라도 복수만 할수 있다면 그걸로 된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명을 업신여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뭔가 가슴을 에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다니'
카인은 자신이 흥분상태에서 어쩔수 없다고 단정지으려 했지만 계속해서 가슴속을 헤집는 답답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자신에게 희망의 말을 꺼내었던 의사가 한 중년의 사내와 푸른색 장발의 사내를 대동하여 병실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카인과 마도란을 알아본 의사가 예의상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마도란씨 카인씨 몸은 좀 어떤가요?"
그냥 예의상 물어본 말임을 알았지만 카인은 그 의사에 대한 호감때문인지 어두웠던 표정을 감추고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몸은 거의 다 낳은것같습니다. 조만간 퇴원해도 될 정도로요. 후훗.."
그런 카인을 보고 타렌은 미소지었다. 실험도구가 아파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의사는 타렌을 향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이 제가 말했던 그 연구기관에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이 손써주실거에요. 타렌씨입니다."
의사의 소개를 받은 타렌이 카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카인은 언뜻 보았지만 타렌에게서 엄청난 숨겨진 힘이 있음을 직감했다. 마도란도 마찬가지였다. 무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 무인의 감각때문이었으리라
"방갑습니다. 카인씨 타렌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그 연구기관하곤 그리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와 같이 온 이 분이 바로 카인씨를 인도해줄 분입니다."
타렌이 말을 마치며 손을 뻗어 팔케넌을 향했다. 그러자 중년의 사내가 헛기침을 하며 카인에게 말했다.
"카인씨 팔케넌이라고 합니다. 실험에 자원하셨다고 했는데 몇가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응해주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대답한 사람은 카인이 아니라 마도란이었다. 마도란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예상치 못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잠깐만!! 실험이라니. 그게 무슨소린가요? 카인. 자네 저게 무슨 소린지 알고 있나?"
마도란은 잘 알고 있었다. 결코 선심을 쓰는 자들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처음보는 자들이 아닌가.. 타렌에게서 풍기는 강인한 파워와 중년의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노련함.. 왠지 카인에게 안좋은 일일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도란씨.. 저도 확실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검을 잡을수 있게 해준댔어요. 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실험대상이 되겠다고 자원했죠."
카인의 대답을 들은 마도란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카인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검을 다시 잡을수 있게 해준다고? 자네는. 이미 그럴수 없는 몸일세 쉽게 믿을 말이 아니야 그리고 만에 하나 다시 검을 잡을수 있게 된다해도 저런 위험한 실험에 무작정 가담하는게 아니야!!"
카인은 마도란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떠한 충고도 듣고 싶지 않았다. 카인은 마도란의 그런 말은 그냥 무시한 채 팔케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떤 절차가 필요하죠?"
팔케넌은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등장했지만 전혀 흔들림없는 카인을 보고 안도했다. 그리곤 품에서 한 장의 문서를 꺼내어 카인에게 건네었다.
"이 문서에 서명만 해주면 됩니다. 이 문서의 내용은 이번 실험에 대한 것은 모두 기밀사항이므로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과 무슨 일이 생겨도 연구소의 책임이 아니며 그외 몇가지 준수사항과 지원비목록등이 나와있습니다. 세부적인 것은 한 번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카인이 종이를 건네받고는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 문서에는 카안드리아스 재단이라는 인증이 찍혀있었으며 계약 내용과 준수사항등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지원비 명목으로 되어있는 것이 있었는데 실험대상에 대한 일종의 연봉같은 것이었다.
일반사람들이 받을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 아니었다.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본 카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실험. 내 목숨의 값어치가 이정도라니. 후훗.'
카인은 대충 훑어보고는 바로 싸인했다. 팔케넌이 원하던 절차는 그걸로써 끝이 난 것이었다.
마도란은 자신의 말을 무마한채 행동해버린 카인을 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해줄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카인은 자신을 걱정해준 마도란의 충고를 그냥 무시해버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알았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푸른색 장발의 타렌이 정적을 깼다.
"이걸로써 저의 임무는 끝이 났군요 아참!! 카인씨가 저지른 죄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타렌의 말을 들은 마도란은 꽤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카인이 저지른 죄란 살인죄를 말하는 겁니까?"
마도란이 놀라며 묻자 타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란은 이번 실험이 보통 조직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런 일급범죄를 이렇게 처리할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실험이길래. 저런 조치까지.'
마도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는 듯 타렌이 입을 열었다.
"제 임무는 끝났습니다. 카인씨 이제 팔케넌씨를 믿고 따르시면 됩니다. 전 바빠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타렌이 자릴 나서려하자 팔케넌 역시 카인을 향해 말했다.
"퇴원하는날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몸조리 잘하십시오..
그럼.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카인은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가려하자 애써 몸을 일으켜 인사를 했다. 그만큼 고맙다는 뜻이었다.
팔케넌과 타렌이 병실밖으로 나가자 의사가 말했다.
"휴우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군요 몸상태도 아주 좋고.. 삼일 이내에 퇴원할수 있을겁니다. 그럼 저도 그만 가보겠습니다"
-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카인은 의사를 향해서도 고개숙여 인사했다. 모두들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의사가 나가자 카인은 마도란을 향해 말했다.
"마도란씨.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절 얼마나 걱정해주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 그 수밖에는 없었어요"
카인의 말을 들은 마도란은 만약 자신이 카인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저랬을지 몰라 몸은 죽더라도. 검은 버릴수 없었을거야'
"카인.."
마도란은 무슨 말인가 해주고 싶었지만 할수 없었다. 이미 무의미한 말들이었기때문이었다.
"다시 검을 잡고 싶었어요. 그 연구가 제 몸을 박살낸다해도 전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구요 이미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결정한거에요.."
-
"카인. 네 미래니까 네가 결정하는게 당연할지도 몰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하지만 꼭 견뎌내길 바랄게 카안드리아스재단이니까. 아마 큰 문제는 없을거야. 최고의 재단이니까.. 연구시설도 좋을테고 연구진들도 믿을만한 사람들이겠지 아까 타렌이란 사람도 굉장히 강해보이던데.. 좋은 사람들일거야.."
마도란은 애써 카인을 위해 좋게 말하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론 그 모두를 부정하고 싶었다.
카안드리아스 재단이 인류에게 공헌한 공헌도는 엄청난 것이었지만 그만큼 남모르는 안좋은 일들이 벌어지는 재단이기도 했다. 좋은 소문이 있으면 안좋은 소문도 있는 법이었다.
오래전이지만 인간을 가지고 알수 없는 무서운 실험을 한다는 소문도 있었지 않은가 마도란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카인을 위한 길이니까.
"그래요 고마워요 마도란씨. 실험은 성공할거에요. 전 반드시이겨낼거구요. 두고보세요.."
카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결코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 자네는 해내리라 믿어.. 자네 죄도 무마시켜준 것을 보면..
하늘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게.."
마도란은 카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었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랬다. 꼭 그렇게 되기를. 마도란은 말을 마치며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씁쓸한 기분은 피할수 없었다..
'수아.. 반드시 네 원수를 갚아줄게 오래전에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오늘 이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오빠를 믿어'
카인과 마도란은 발카로스시 한 외곽에 위치한 호수에 와있었다.
카인은 아직 완쾌된 것은 아니었지만 몇군데 붕대를 맨곳을 제외하고는 걸을수 있을만큼 건강한 상태였다. 카인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이제. 너를 편안히 보내줄때가 온것같아.. 부디 다른 세상에선 나쁜 사람들 만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카인과 마도란 둘다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둘다 느끼고 있었다.
수아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에 대한 죄책감. 카인의 손에서 수아의 가련한 영혼이 흩어지고 있었다. 호수 중앙을 향해 흩어진 수아의 슬픈 가루들은 바람에 묻혀 멀어지고 있었다.
마도란은 카인을 보며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카인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영원히 행복해야해.. 수아..'
발카로스시의 거대한 호버크레프트 전용 이착륙장. 그곳에는 세명의 사내가 서있었다. 한명은 꽤 큰 키에 노란색 머릴 가진,약간은 각이 져있어 터프한 이미지를 가진 청년과 높은 지력을 소유한것과같은 인상을 풍기는 중년의 사내. 그리고 발카로스시에서라면 누구라도 알아볼만큼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사내. 세명이었다.
카인과 팔케넌,마도란이었다. 마도란은 뒤늦게 만든 우정이라면 우정인 카인과의 이별에 배웅하기 위해 나왔다. 누가봐도 카인은 말끔히 다 낳은 상태였다. 그런 카인을 향해 마도란은 진심어린 미소를 보내었다.
"어딜가더라도 날 잊지 말게.. 나도 자네와 했던 몇일동안을 절대 잊지 못할거야"
-
"고마워요.. 마도란씨. 정말요. 아마 수아도 다른 세상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거에요 언젠가 또 만날날이 오겠죠"
카인 역시 다신 볼수 없을지도 모르는 희대의 검객 마도란을 향해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던 팔케넌은 뭔가 착찹한 심정을 억누를수 없었다.
'재단에서 원하는게 뭔지 몰라도 저 카인이란 친구의 앞날이 밝을수만은 없겠군.. 과연 언제까지 난 재단의 하수인 노릇만 해야한단 말인가.. 그것도 이런 비열한짓을.'
팔케넌은 고뇌하고 있었다. 늘상 재단에 대한 비밀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그것을 굳이 알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미궁에 빠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데 모아보면 너무나도 수상한 점이 많았다.
알려한다면 못알아낼것도 없었다. 하지만 늘 피동적으로 움직이던 팔케넌이었다. 시키는 일만 하면 그만 이란 생각으로말이다..
"그럼.. 잘 지내도록 하게. 또 만날 수 있을거야.."
마도란의 마지막 말을 들은 카인은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상 수아와 함께 지내던 카인에겐 친구란 존재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이정도까지 자신을 진실되게 걱정해주는 존재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카인은 마도란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마도란씨도.. 잘 지내세요."
카인은 영원히 못볼것도 아닌데 자꾸만 목이 메여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왠지.. 다신 못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이었을까.
살짝 포옹을 한 카인과 마도란은 마지막 악수를 하며 서로에게 미소지었다. 카인은 천천히 돌아서서 호버크레프트에 탑승했다.
팔케넌은 왠지 마도란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호크에 타기전에 마도란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인은.. 제가 잘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팔케넌의 말을 들은 마도란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케넌은 호크에 올라타면서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한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라도 말해야만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될것만 같아서였다. 그렇게 팔케넌은 마음속 깊이 알수 없는 갈등이 도리질 치고 있었다.
카인과 팔케넌은 호크 안에서 거의 말이 없었다. 둘이 할 말도 없거니와 둘다 각자 생각에 잠겨있었기에 실내는 조용했다. 2지역구에서 중앙지역구로 가는 여정은 아주 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팔케넌은 의무적으로 피실험자의 권리에 해당하는 문서를 카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문서의 내용에는 이번 실험이 어떤 실험이며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에 관해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쉐도우 DNA 프로젝트의 내용과 카인이 해야할일들.. 그리고 DNA를 개발할 경우 생길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것들을 살펴보던 카인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전 이 실험이 무엇을 위한 실험인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싶지 않아요.."
카인은 팔케넌을 처음보았을 때 꽤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었었다. 첫인상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안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믿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카인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졌다. 병원에서의 만남후 몇번 카인과 만났던 팔케넌은 카인의 청으로 말을 하대하고 있었다.
카인을 예를 아는 젊은이라 생각할수 있었다. 그것이 더 마음 아프게 했는지도 몰랐다.
"흠. 그럼.. 왜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
"전.. 삶의 의미를 잃었어요. 동생을 잃은후로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죠. 그때 이미 모든 것을 버렸어요. 1지역구 블레인시에 계시는 부모님.. 검에 대한 애착 그리고 내 생명마져도.."
팔케넌은 카인이 누군가 대화상대를 필요로함을 느꼈다. 그 상대가 바로 자신임이 이상할 뿐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었으므로......
"나도 자네의 동생의 불행한 사고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네.. 그건 자네의 잘못이 아니야.. 세상엔 어쩔수 없는것도 있는것이라네."
팔케넌은 카인이란 청년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조차도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동생은 소중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 죽을수 없었죠 해야할일이 남았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검을 필요로 했고. 하늘이 돕는건지. 운좋게 그 실험에 참가할수 있게 되었죠"
팔케넌은 마지막 말에 뭔가 서글픈 감정이 담겨있음을 알았다.
아니, 그 서글픔은 어쩌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번민이었는지도 몰랐다.
"흠 그렇군. 너무 힘들어하지 말게. 아마 자네는 살아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걸세.."
팔케넌은 그 목표가 뭔지 알수 없었다. 다만 카인을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던것뿐이었다. 목표. 카인의 목표는 바로 카자마라는 사내를 꺽는 것. 어쩌면 그의 생명을 앗아갈수도 있다는 살(殺)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다.
카인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광기가 이미 살인을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지경에 이르렀다는게 우스웠다. 하지만 수아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결의했다.
카자마를 꺽겠다고..
"고마워요.. 팔케넌씨..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고 싶었어요.
이 말은 마도란씨에게도 못한 말이었는데. 이렇게 말할줄은 저도 몰랐어요."
카인이 나지막히 웃었다. 사실 마도란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해야할일이 살인이라는 것을 마도란이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말렸으리라. 그만큼 마도란은 정의감있는 쾌남아였다.. 카인은 그를 떠올리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마 다신 볼수 없을거야 또 만나더라도. 난 그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난 살인자가 되어있을테니까..'
팔케넌은 카인이 다시 우수에 찬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 누구보다도 혼란스런 사람은 카인일테니까..
중앙지역구 티탄시..
언제나처럼 시내에는 플라잉 머신들이 빽빽히 들어차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광선형 결계안에는 많은 숫자의 호버크레프트들이 자신들의 목표지점을 향해 분주히 내달리고 있었다. 3-27블록을 지나 한 대의 호크가 티탄시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중앙지역구에 처음으로 와본 카인에겐 티탄시는 엄청난 도시였다.
이처럼 산업화가 발달된 도시는 처음이었던 것이었다. 특히 세라곤이란 재질의 금속으로 건물을 짓는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도시가 바로 이곳이란 생각을 하니 저절로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발카로스시 근처에 있던 글랜시아시 역시 이런 티탄시를 모델로 삼아 만든 도시였다니. 카인은 자뭇 상기된 표정으로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카인을 실은 호크가 티탄시 중심부로 들어가는 듯 하더니 중앙에선 약간 비껴있는 곳에 위치한 연구소를 향해 다가갔다. 연구소의 시설은 정말 방대한 것이었다. 카인은 자신이 참가한다던 연구가 보통이상의 것임을 깨닫고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꼈다.
카인과 팔케넌을 반긴 것은 노란색 머리에 두꺼워 보이는 안경을 낀 남자와 그의 옆에서 다정하게 서있는 한명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팔케넌은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둘은 상당히 친해보이는 듯했다.
"잘 지냈나? 얀."
-
"네,잘 지냈습니다. 이 분이 카인이란 사람이군요?"
얀은 카인을 보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팔케넌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말했다.
"그렇다네. 이 쪽이 카인, 그리고 이쪽은 얀 이반 소장이라네. 이번 연구의 총지휘자라고 생각하면 되네"
팔케넌이 얀을 카인에게 소개했다. 카인은 자신의 목숨을 책임질 사람이 바로 얀임을 직감하고 얀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박사님. 카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만나서 기쁩니다.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얀 이반 이라 해요 그리고 이쪽은 같이 연구하는 연구원이자 제 아내인 이카루스라고 합니다."
얀은 자신의 옆에서 다소곳이 서있던 이카루스를 카인에게 소개했다.
이카루스는 말없이 살짝 미소지어 인사했다. 카인은 마찬가지로 고개숙여 인사했다. 부부라는 사실이 그 둘의 다정함을 이해시켜주었다.
얀은 팔케넌과 카인을 연구소 안으로 안내했다. 안내하는 동안 카인에게 보안에 필요한 출입카드와 망막검사를 위한 망막인식 등을 해주었다.
카인은 실로 굉장한 보안시설임을 느낄수 있었다. 출입카드와 망막검사는 단지 연구소로 들어오기 위한 절차일뿐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한 듯 보였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온 일행들은 얀의 안내에 따라 소장실로 향했다.
굉장히 넓은 연구소는 여러 가지 실험실들로 이루어져있었는데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었을것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얀의 설명을 들으니 이 정신과학 연구소 이외에도 로봇공학 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소가 근처에 있다고 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카안드리아스 재단의 힘이 이정도일줄 몰랐던 카인은 연신 놀라고 있었다.
소장실에 들어온 일행은 마치 회의를 하기 위해 마련해놓은듯한 인상의 의자위에 앉았다. 이카루스는 새로운 동료를 반기기 위해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히트레인지안에서 데워진 뜨거운 물을 이카루스가 따르자 얀이 연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쉐도우 DNA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총체적인 것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카인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솔직히 말해 어떤 실험인지 전혀 모르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쉐도우 프로젝트의 목적은 다른 종족의 육체적인 파워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는 인간의 몸을 보다 더 강력하게 만들고자 함입니다.
쉽게 말해 가오사이보그같은 기계를 동원하지 않고 인간의 힘만으로 다른 종족을 제압하려는 방안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다른 종족의 육체는 엄청나게 강력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구식 건(Gun)이라던가 몇 년전에 개발된 로이안 리플조차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규모 공격만을 고집하는 적들에게 거대한 전차나 포를 동원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개발된 것이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입니다.
대체로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발생한 탑승자 문제 때문에 가오그 프로젝트는 중단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가 생겨나게 된것입니다. "
얀은 쉐도우 프로젝트가 왜 진행되어야하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잠시 차를 한모금 마신 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카인은 그런 얀의 말을 하나하나 새겨듣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내용도 조금 있었고 모르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이 타 종족들의 위협으로부터 우릴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것은 알수 있었다.
"쉐도우 프로젝트란 것은 인간의 DNA 내부에 존재하는 27 Unit의 유전인자를 개발시켜 몸 속에 존재하는 호신강기(護身剛氣)를 형태화 시키는 것입니다."
카인은 호신강기란 말을 듣고 오래전 그의 사부인 카켄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우리의 몸속에는 호신강기라는 것이 존재해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분출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아주 극히 위험한 순간에만 그렇게 되는 것이라서 평소에 몸을 보호할 수는 없는게지.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도 내력이 쌓여 강력한 호신강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맨 몸으로도 검을 막아낼수 있는것이야.. 하지만 그걸 의지대로 불러낼수 없으니 몸으로 검을 막는다는 것은 극히 불가능한 일일테지..'
"호신강기의 형태화라."
카인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 의미를 되씹어보고 있었다.
그런 카인의 생각을 돕기라도 하듯 얀은 계속해서 설명해나갔다.
"몸속에 흐르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는 기운은 때때로 강력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운을 말 그대로 평소에도 몸 주위에 흐르게 만들어 강력한 배리어를 구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그 배리어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연구진의 예상으론 강력한 아머의 형태를 띌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종의 강력한 갑옷이라 생각하면 될것입니다.
일반 건이나 로이안 리플도 뚫을수 없을만큼 강력한 그리고 몸에 내재되어있는 기운을 끌어내는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비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공격성을 감안해서 당신을 피실험자로 선정한것입니다."
카인은 자신의 검술이 바로 그 공격성임을 짐작했다. 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떤 것이 가장 유용한 공격수단인지는 알수 없지만 10년전 제2차 세이렌 대전을 보더라도 검을 가진 무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때보다 무기의 진보가 엄청났다고는 하나 일개의 검을 능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오사이보그조차도 T-Blade 라는 검을 가지고 싸우는 실정입니다. 검술경연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당신이 이번 실험에 참가해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얀은 마지막으로 카인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카인에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다만 얀이 생각하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바로 카인과 같은 사람이었기때문이었다.
카인이 오기 전에 도착한 다른 2명의 피실험자들은 얀이 원하던 모델은 아니었다. 한명은 뛰어난 포스 오너였고 다른 한명은 이상하게도 엄청난 힘을 지닌 괴력의 사내였다.
팔케넌의 말로는 포스 오너는 자신의 강력한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아를 상실한 무기력한 여자였다. 또한 괴력의 사내는 겉으로 보기에도 인간과는 약간 달라보이는 기형인간임이 틀림없었다.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임이 틀림없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기형아들은 태어날 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어디론가 빼돌려지는 듯 했다.
얀은 자신이 가장 기대를 거는 사람이 카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이 우려했던것보단 훨씬 이성적이고 살려고 하는 의지도 가진 무인이었다. 팔케넌에게 말을 들었을때는 이미 삶을 포기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카인의 눈빛은 결코 그런 사람이 가질 눈빛이 아니었다.
"만약 그 호신강기라는 것이 정말 성공할수 있다면 이미 폐인이 되버린 이 몸으로도 검을 사용할수 있다는 뜻인가요?"
카인은 자신이 아무리 강해진다한들 방어력만 강해질뿐 실제로 예전과 같은 검을 구사할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던진것이었다.
"그 호신강기. 즉, 연구용어로 그 쉐도우는 인간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는것입니다. 내재되어있는 파워를 끌어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 파워로 인해 전엔 가질수 없던 능력까지 끌어낼수 있을것입니다. 아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전보다 훨씬 강해질수 있을겁니다."
얀의 말을 듣고 있던 팔케넌은 그 강함이 살인병기를 위한 강임을 잘 알았다. 재단에선 임상실험을 자신을 통해 얀에게 강요했다.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실험을 계속해서 꾸미는 재단의 목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오사이보그만 가지고도 충분히 적에대한 방어를 할수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탑승자문제가 제기되고는 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는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는 것이었고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할수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더 강력한 살인병기를 만들려하는지.. 팔케넌은 점점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할수 있는것도 별로 없기에 아직은 좀더 두고보기로 했다.
얀은 굉장히 위험한 실험이지만 피실험자에게 희망을 부여하기 위해 단언할수 없는 말을 해버렸다. 솔직히 말해 아머의 이미지가 강한 쉐도우는 몸의 근력을 증강시켜줄지는 몰라도 끊어진 경맥들을 다시 이어줄지는 미지수였다.
예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해줄수는 있어도. 그건 말그대로 파워적인 측면이었다. 자연의 기와 융화되어 하나가 되는 검술을 펼칠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어쨌든 카인은 얀의 말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검을 든 무인이었다. 그런 카인에게 다른 설명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얀의 마지막말. 전보다 더 강해질수 있다는 그 말만이 카인의 뇌리속에 꽃혔다.
얀은 카인에게 연구소 내에서의 규칙과 그외 알아두어야할 사항 등을 설명해준후에 연구소 뒷편에 자리한 숙소에 카인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카인에게 소개시켜주어야할 두명의 사람이 있었기때문이었다.
카인을 이카루스에게 맡긴 얀은 잠시 팔케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얀은 자신의 심중에 자리잡고 있는 의문을 팔케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팔케넌님. 어째서 피실험자들을 저렇게 선정한것이죠? 정상적인 사람은 한명도 없지 않습니까."
팔케넌은 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누구나 의구심을 가질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팔케넌은 말해줄수 없었다. 자신은 시키는 일만 할뿐. 기밀누설은 재단에 대한 배신이었다. 늘 갈등에 휩싸이던 팔케넌이었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른다네.. 하지만 이유가 있으니 그렇게 하는것이겠지..
그 이상의 이유는 나도 모르네.."
솔직히 말해 팔케넌도 그 이유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보통 인간을 가지고 실험할수 없는 유전자적인 문제가 있다는 정도밖에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번 실험대상자는 어떠한가?"
팔케넌이 질문했다. 팔케넌 역시 가장 가능성 높은 사람을 카인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얀은 먼 발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다른 피실험자들이나 카인이나 그리 신체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뭔가 갈구하는듯한 눈빛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틀린점입니다. 알수 없는 살기를 담은 눈빛이긴 했지만 그 눈빛이 그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얀은 천천히 필터를 꺼내들었다. 필터. 얀은 몇번이고 끊겠다고 이카루스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끊지 못하는 얀이었다. J 사건 이후로 극도로 예민해진 얀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무거운 짐짝 떠안 듯 맡아버린 얀은 결코 내키는 실험은 아니었다.
특히 자신이 추구하는 매너포스 분야와도 약간 동떨어져있는 연구였고 사람의 목숨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포스 스트렝스 플랜보다 더 위험부담이 큰 실험일지도 몰랐다.
얀은 잘 알수는 없지만 이런 놀라운 연구를 계획하고 실행시키는 재단에 대해 미묘한 감정이 일고 있었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었다.
팔케넌은 자신의 예상이 맞은것에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친구는 이제 자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네.. 자네가 뒷일을 맡아야하는것일세.. 모든 책임은 카인 그 친구의 몫이지만 생명은 소중한 것이란걸 자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
"네.. 다신 제2의 J 를 만들지 않을겁니다.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죽지는 않았는지 알수는 없으나.. 그런 불행한 사람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고 가겠네.. 아마 오래동안 못볼걸세.. 실험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그때 한 번 오도록 하겠네."
팔케넌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뒤돌아섰다. 팔케넌의 임무는 그걸로 된것이었다. 여전히 쓸쓸한 기분은 그대로인 팔케넌이었다. 얀은 팔케넌을 향해 인사했다.
"실험결과는 자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얀은 멀어져가는 팔케넌을 뒤로한채 숙소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필터를 한모금 더 빨았다. 오늘따라 그 맛이 더욱 쓴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