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3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2
[주석] -3- 카자마(검을 아는 것은 승패를 잊는것이니..(識劍忘勝敗))(5) -카자마(검을 아는 것은 승패를 잊는것이니..(識劍忘勝敗))-준결승이 있던날. 청년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퀭한 눈으로 중앙회관에 도착했다. 아직 시합때까지는 한시간이나 여유가 있었지만 불안감에 시합장에 미리 나왔던 것이었다.
그의 손에는 납치범들이 던져주고간 생체인식검이 들려있었다. 모양은 같았지만 엄연한 광선검이었다.
'내가 죽으면. 수아를 살릴수 있다. 이것이 내가 가야할길인가.'
청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그런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하게 될줄 꿈엔들 알았으랴. 청년은 알고 있었다. 마도란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마도란이 알카드의 얘기를 꺼냈을 때 청년은 알았다. 그의 아버지의 실력은 이미 무념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그런 아버지를 상대로 마도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아니,어쩌면 운이 승패를 좌우한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마도란이 그때보다 더 훨씬 실력이 향상되었다면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을것이었다. 청년은 자신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준 마도란이 고마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를 꺽어야했다. 아니,꺽고 싶었다.
이런 저런 잡념에 사로잡혀 시간가는줄도 모르던 청년은 관중들의 웅성거림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마도란이 경기장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마도란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어제 웃으면서 자신을 위로해주던 그가 아니었다. 이미 굳어진 표정에는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청년역시 침중한 표정으로 마도란에게 답례했다. 심판이 시합준비를 알리는 방송을 했다. 마도란과 청년이 검을 들고는 사각의 링안으로 들어섰다. 청년과 마도란 둘의 시선은 서로를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둘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록 일이 꼬이긴 했지만. 이 시합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
심판의 호각소리와 함께 둘은 검을 뽑아들었다. 생체인식검과는 다른 살기어린 광선이 뿜어져나왔다. 서로 틈을 노리던 둘은 서로의 자세가 흠잡을데 없이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청년은 평소의 움직임보다 훨씬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그런 듯 보였다.
하지만 마도란의 눈에 가끔 그런 청년의 움직임이 뭔가 끊어지는듯한 부자연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직 완벽한 천검술을 구사하지 못해서였다.
마도란이 그 타이밍에 맞춰 검을 휘둘렀다. 마도란의 날카로운 검이 자연의 기운을 따라 청년의 복부를 찔러들어갔다.
청년은 순간 호흡이 불안정해지며 공격에 당하는 듯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나무(木)의 기운을 담은 초식을 구사했다. 마도란은 청년의 움직임이 다시금 자연스러워지며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려하자 찔러들어가던 검을 회수하며 한바퀴 돌며 검을 일(一)자로 휘둘렀다.
청년은 마도란의 놀라운 움직임을 보며 멍해졌다. 마치 사부였던 카켄이 청년에게 보여줬던 완성된 경지의 천검술을 보는 듯 예측할수 없던 공격이 자연스레 이어졌던 것이었다. 당황한 청년은 되는대로 몸이 반응하여 마도란의 검을 막아낼수 있었다.
청년은 느낄수 있었다. 마도란이 순간적으로 손의 힘을 빼었다는 것을.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청년은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는 마도란을 보고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각오한 일.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합니다."
청년의 딱딱한 말을 들은 마도란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마도란의 예상대로 청년은 우직했다.
청년의 말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마도란은 다시 손에 힘을 주어 검을 쥐었다. 청년은 마도란의 움직임이 다시금 안정되자 속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미 죽음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일생일대의 대결을 하는것만으로도 만족할것이었다.
마도란은 약간은 거칠어진듯한 청년의 호흡을 감지하고는 옛날일을 떠올렸다. 그때 청년의 아버지와 마도란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입장이 뒤바뀌었을뿐이었다. 마도란은 청년의 움직임이 그의 아버지의 것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가 빠져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마도란은 아직 자신도 그 무언가가 없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도란이 알카드에게 졌을 때 마도란은 생각했다. 형진검법을 9성까지 밖에 익히지 않았기에 패배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 후에 더욱 정진하여 10성의 형진검법을 완성했다. 그런데도 만족스럽지 않았었다. 왜일까.
알카드란 사람에게서 느꼈던 그런 무한한 힘이 자신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마도란이 잠시 생각을 접고 다시금 공격해 들어왔다. 정말 지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마도란의 검이 그의 팔을 한바퀴 휘감으며 /자도 그어져내려왔다. 청년은 급히 흙(土)의 기운을 사용해 마도란의 검을 피하며 역공을 가했다. 하지만 마도란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마치 청년의 공격을 예측이라도 한 듯 이미 사라져버린것이었다.
위험해짐을 안 청년은 급히 앉은상태에서 옆으로 몸을 굴렸다. 간만의 차이로 마도란의 검이 청년의 옷깃을 스쳐지나갔다. 위험한 순간에 놀라운 스피드를 발휘해 피할수 있던 것이었다.
마도란의 공격을 피해낸 청년은 왠지 모를 희망이 생기고 있었다.
마도란의 공격은 정말이지 자연의 기운과 합일되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나 뭔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청년은 알수 있었다. 사부였던 카켄의 검무(劍舞)와는 다른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
계속 수세에 몰리던 청년의 눈빛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동생에 대한 걱정은 잊은지 오래였다.
오로지 검을 잡고 있던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아련한 기억. 사부에게 검이란 것에 대해 배우던 시절. 단지 검을 잡고 있다는 그 자체로 기분이 좋던 시절. 청년은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마도란이란 희대의 검객을 상대로 이기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검에 있어 승패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마도란은 청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강렬해짐을 느꼈다.
어디선가 느껴봤던 그런 기분. 자연의 기와 어느정도 불일치되던 청년의 기운이 이제는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듯 보였다.
청년의 움직임은 마치 하나의 대자연이 되어 마도란을 압도하고 있었다.
마도란은 왠지 모를 기쁨이 마음속을 도리질 치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그때의 기분이었다.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주었던 그 알카드란
인물과 대결하던 그때
검(劍).
알카드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마도란 역시 검을 뽑았다.
마도란은 아이자크 사건 때문에 늘 죄책감에 시달렸어야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분명 상대방도 그걸 원하고 있었다. 마도란은 모든 실력을 다해 상대방을 이기고자 다짐했다.
알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도란을 본 순간 약간의 분노가 그를 사로잡았지만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마도란을 꺽겠다는 의지로 말이다. 이미 무념의 경지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했던 알카드였다. 그런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검술을 흉내내는 형진검법에 질리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노려보던 두명의 무인은 서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두 개의 검이 공중에서 서로 부딪혔다. 묵직한 느낌 둘은 한 번의 검을 나누었을뿐인데 뒤로 몇미터 이상 물러섰다. 상대의 실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기때문이었으랴..
형진검법을 우습게 여기던 알카드는 단 한 번이었지만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될 검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도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아이자크를 이기긴 했으나 그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의 제자였기에 대단할줄은 알았지만 이정도 일줄은 예상치못했던 것이었다.
상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한 둘은 다시 검초를 뻗었다. 마도란의 검이 알카드의 머리를 노리고 베어졌다.
알카드가 고개를 숙이며 오른발로 뒷발차기를 했다. 마도란이 왼손으로 발을 막아내며 옆으로 빠졌다.
비어있는 알카드의 다리부분을 베어나간 마도란은 알카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자신의 검을 피했다는 것을 알았다.
알카드는 비록 마도란의 검을 피하긴 했으나 쉽사리 이길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걸 느꼈다. 이미 두명의 옷 모두 땀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알카드는 자신이 무념의 경지에 완전히 올라섰더라면 이길수 있었을것이란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마도란 역시 형진검법을 100% 익혔다면 이겼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알카드의 검이 태양(日)의 기운으로 베어졌다. 빠른 S 자 곡선을 그리는 알카드의 검을 마도란은 형진검법의 파쇄축을 짚으며 피해냈다.
마도란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을 틈타 알카드의 검이 달(月)의 초식으로 복부를 찔러들어갔다. 마도란은 예상했던것처럼 공격이 들어오자 나락쓸기의 공중제비로 급히 옆으로 피해냈다.
한팔을 축으로 뒤로 돌며 피하는 파쇄축과는 달리 나락쓸기는 순간적으로 앉은 상태에서 한쪽발을 축으로 다른 발을 피면서 옆으로 도는 기술이었다. 적의 기술을 피하면서 동시에 다리를 거는 공격도 되는 기술이었다.
마치 자연의 허리케인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알카드는 순식간에 자신의 검을 피하며 다리를 거는 마도란의 공격에 당황했다. 그래서 마도란의 다리를 피하는데만 급급해 그 뒤에 따라오는 검을 보지 못했다.
알카드의 몸이 순식간에 전해지는 살기를 감지하고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다리를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도약했던 알카드의 몸을 반토막내려는 듯 마도란의 검이 매섭게 베어졌다.
몸이 공중에 있었기에 피할수 없던 알카드는 자신의 팔이 저절로 움직여 마도란의 검을 막아내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마도란은 알카드의 움직임이 많이 둔화된 것을 느끼고 연속적으로 공격을 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알카드의 마음속을 엄습했다. 처음에는 막상막하의 대결이었는데 점점 자신이 불리하게 돌아갔던 것이었다.
마도란의 검이 알카드의 왼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알카드는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알카드는 생각했다. 왜 자신이 밀리고 있는지에 대해..
'어째서. 내가 지고 있는것이지 무념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줄 알았는데 아니란 말인가..'
그때였다. 알카드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섬광이 있었다.
'검(劍)이란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닦는 하나의 도구지 그것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검을 추구하지 못하게 돼..
검을 즐긴다 함은 승패를 잊는다 함이지. 승패를 잊는 것이 바로 무심(無心)의 경지라 할수 있지. 마음이 끌리지 않으니 욕심도 생기지 않고.. 마음이 원하지 않으니 행할것도 없게 되고. 마음이 없으니 생각도 없게 되는것이야'
알카드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사부님.."
알카드는 깨달았다. 마도란과 대결을 하면서 자신이 승패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불리해졌다고 생각되어 본래의 천검술을 잊고 아집(我執)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는 것을.
서서히 자신의 검술에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편안한 마음 마도란이란 뛰어난 사람과 검을 나눈다는 즐거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검을 쥐고 있는 이 촉감. 알카드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도란은 부상을 당한 알카드가 이상하게 더 안정된 자세를 취하자 당황했다. 그리곤 뭔가 알수 없는 기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알카드의 기운과 자연의 기운이 하나가 되어 자신을 덮치는듯한 기분. 이미 알카드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연의 기운을 다스릴줄 아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었다.
알카드의 검이 마도란을 향해 출(出)했다. 마도란은 알카드의 공격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피할수 없었다. 아니,피하지 못할것이란 것을 알았다. 마치 온세상이 자신을 찌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빠져나올수 없는 지옥같은 기분!
마도란은 눈을 감았다. 죽을때는 엄청난 고통을 느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마도란은 죽음이란 것은 생각보다 고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도란이 눈을 떴다. 알카드의 검은 마도란의 심장과 1mm도 안되는 거리에서 멈춰져 있었다. 죽지 않은 것이었다.
알카드 역시 알수 있었다. 자신의 완벽한 승리를. 마도란의 몸이 패배를 시인했기때문이었다. 엄청나게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지만 자연과 하나가 된 알카드는 검을 멈출수 있었다. 그런 알카드를 보며 마도란이 입을 열었다.
"내가 졌습니다"
알카드는 검을 치우며 대답했다.
"마도란. 당신의 검술또한 나무랄 때 없는 것이오.. 비록 승부에선 내가 이겼지만 나 또한 이겼다고 말할수 없는 승부였소. 더욱 연마한다면 분명 세상을 놀라게 할 무인이 될것이라 생각하오. 그럼."
알카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검을 잡을 이유가 없소. 다행이오. 당신과 검을 겨뤘봤다는 것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소 검의 진정한 의미를'
알카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뒤로 검을 잡지 않았다.
마도란은 패자가 말이 없듯 알카드의 마지막 말에 웃음으로 답례했다.
그리고는 알카드를 뒤로한채 돌아서서 자신의 갈길을 향했다. 마도란은 생각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가 진 것은 확실한 것이었다..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마지막 초식은 그 누구도 피할수 없었을거야. 만약 내가 형진검법을 완성시킨다면??? 좋아. 이젠 목표가 생겼다.. 목표가.'
마도란은 이름모를 사내에게 패하긴 했지만 아이자크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을 감싸고 있던 무력감을 털어낼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얻은것처럼.
무(武)..
청년의 검이 마도란을 향했다. 청년의 공격은 물의 기운을 담은 초식도 아니고 흙의 기운을 담은 초식도 아니었다.
초식 아닌 새로운 초식이 그의 몸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청년의 시원스럽고도 자연스러운 초식을 본 마도란은 이상하게 마음이 상쾌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왠지 모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왜지.. 어째서 내가 이렇게 즐거운거지.'
마도란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검(劍) 무명의 검객에게 패한후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형진검법은 완성단계에 이르렀으나 그를 만족시킬수는 없었다.
검술경연대회에서 3회연속 우승을 했으면서도 그는 그리 즐거울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일까.
마도란은 그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이 상태. 그대로 청년과 겨루고 싶었다. 이미 이기고(勝) 싶은 마음따윈 잊어버렸다.
(無念)청년의 검이 마도란의 오른쪽 공간을 타고 회전하며 허리를 베어나갔다. 정말이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공격이었다.
관중들이 보기에도 이번 공격은 마도란을 골로 보낼만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마도란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그 짧디 짧은 순간에 마도란의 검이 이미 방어위치에 와있었던 것이었다. 마도란의 검과 부딪힌 청년의 검이 옆으로 튕겨져나가자 마도란이 청년의 비어있는 왼쪽 가슴을 찔러들어갔다.
청년이 몸을 반바퀴 회전시키며 피한후 마도란의 다리를 노렸다.
하지만 마도란의 몸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청년의 공격을 피한 마도란이 공격을 했다.
마도란의 공격은 형진검법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형식의 것이었다. 자연의 움직임과 거의 같은 움직임을 구사하던 형진검법은 완벽하게 자연과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자연이 되는 것이 아닌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었기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형식을 잃어버린 마도란의 검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뻗어나가고 있었다. 청년이 허리를 제껴 검을 피하며 발차기를 했다.
마도란이 왼쪽 다리로 발차기를 막은후 공중 회전 돌려차기를 했다. 마치 청년의 발을 디딤돌로 삼고 공중에서 도는 듯이 보였다.
마도란의 굉장한 스피드에 청년이 당하는 듯 보였으나 청년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뒤로 피할수 있었다. 청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마치 피한 것이 당연한것처럼. 두명의 무인의 등뒤에는 알수 없는 기운들이 어리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거대한 나무가 서로 나뭇가지를 뻗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듯 서로 엉키고 있었다.
어느 누구의 기운이 더 우세하다고 할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청년이 태양의 초식과 비슷한 모양의 초식을 출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양의 기운이 담긴 것이 아닌 달의 기운이 담긴 것이었다. 마치 두 개의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공격해 들어오는것같았다.
여러개의 잔상을 만들어내며 뻗어오는 찌르기 공격을 마도란은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러자 잔영들이 사라지고 하나의 검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마도란이 청년의 검을 막아내고는 역공을 취했다.
반바퀴 돌면서 상대의 허리를 베어나갔던 마도란의 검은 청년의 빠른 움직임에 의해 무마되었다. 청년과 마도란 둘다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숨차하거나 피곤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계속적인 공격을 하던 두명의 엄청난 무인의 대결에 관중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도 멋있는 대결이었다.
처음에는 마도란을 응원하는 고정팬들과 새로이 등장한 청년을 응원하는 팬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소리로 시끄러웠으나 지금은 침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운 경기였다.
잠시의 소강상태가 유지되었다. 이미 둘다 무념의 경지에 들어서서인지 둘은 상대의 공격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둘은 서로 뭔가 느끼고 있었다. 이 경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둘의 승패를 가를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였다.
청년의 무념상태였던 머리속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릴수 없는 소리였다.
이미 세상과 하나가 되어버린 청년과 마도란의 머릿속에만 들릴수 있는 소리였다. 하지만 마도란은 무념의 경지였기에 그 소리를 간과해버릴수 있었고 청년은 그 소리가 자신의 여동생의 목소리란 것을 깨닫고는 저절로 몸이 소릴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청년이 검을 거두고는 재빠르게 경기장 밖으로 뛰쳐내려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급히 달려나갔다. 심판은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실격이라는 소릴 외쳤다. 잠시후 청년의 실격패를 알리는 호각소리가 들렸다. 마도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 호각소릴 듣고는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마도란은 그제서야 청년이 어디에 갔는지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시점에서 머릿속을 가르는 한 여인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지나쳐버렸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수아였기에 청년이 경기를 포기하고 뛰쳐나갔던것같았다.
마도란 역시 정신을 집중해서 아까 그 목소리가 들리던 장소를 기억해냈다.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영악한 자식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중앙회관안에 그녀를 납치해뒀을줄이야.. 젠장 카인이 무사해야할텐데..'
마도란은 급히 지하실쪽으로 달려나갔다. 이미 경기는 마도란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중앙회관의 지하실에는 여러 가지 시설들이 많았다. 냉난방시설과 배수시설, 온수시설등 여러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마도란은 점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도. 시합을 보고 있었을텐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젠장. 카인이 무작정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면 녀석들에게 당하고 말텐데'
청년은 아직 검을 잡은채로 무념의 경지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청년은 계속해서 들려오는 수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모았다.
수아의 목소리는 작은 신음소리 같았다. 청년은 왠지 모를 걱정 때문에 자꾸만 머리속이 혼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념의 경지가 깨져가고 있던 것이었다.
거대한 건물의 냉난방을 담당하는 지하공간에는 3명의 인물이 서있었다. 그 중 한명은 꽤나 수려한 외모에 검집을 찬 위그넌이었고 다른 한명은 위그넌에게 돈을 받고 납치극을 벌인 종족차별주의자 녀석이었다.
마지막 한명은 인간의 외모를 가진것처럼 보였지만 왠지 모를 야성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그의 양 팔에는 검이 달려 있었던 것이었다.
헤켈들이 가지고 다니는 Double-Sword 같은.
"버인즈 왜 아직 소식이 없지? 생각보다 경기를 오래 치루는 듯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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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위그넌!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래도 마도란 녀석이 그 카인이란 녀석을 봐주고 있는거겠지 뭐.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거야. 녀석들의 실력차는 너도 잘 알잖아?"
버인즈는 종족차별주의자녀석의 이름이었다. 버인즈와 위그넌은 경기를 지켜보는 부하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인이 죽었을 경우 여자를 죽일 심산이었다. 만에 하나 마도란이 졌을땐 여자를 이용해 카인을 가지고 놀다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어찌되든 그들에겐 유리했다.
"그런데 위그넌! 너무 심한거 아니야? 아무리 죽일거라지만.
저 몰골을 좀 봐.."
버인즈의 말을 들은 위그넌이 자신의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카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절치부심하던 위그넌은 수아를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
운이 좋은건지 계획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기회를 잡았던 것이었다. 자신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카인에 대한 복수는 카인의 죽음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수아를 절묘하게 납치한 버인즈는 바로 위그넌에게 여자를 넘겼다. 솔직히 돈을 받고 일을 하곤 있었지만 여자를 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던 버인즈였다. 위그넌은 그런 버인즈와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었다.
감금되어 있던 수아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더더욱 처참한 복수를 꿈꾸던 위그넌은 카인에게 수아의 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꼭 그래서였을까. 수아의 매력적인 모습에 끌린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수아의 옷을 벗겨내었다.
이미 성인의 몸을 지니고 있던 수아의 몸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휘어질 듯 가냘픈 허리에 봉긋 솟아오른 두 개의 무덤은 위그넌의 하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섹스보다는 패팅을 변태적으로 추구했던 위그넌이었다. 그런 인물이 풍만한 여성의 젖가슴을 가만둘리 만무했다.
위그넌의 거친 애무가 시작되었다. 축 늘어져있던 여인의 몸이었지만 젖가슴만은 탄력있었다.
위그넌이 가슴주위를 천천히 애무하면서 타고 올라왔다.
위그넌의 입술이 유두부분에 닿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벼운 키스로 시작되었던 애무는 강렬하게 바뀌어갔다.
위그넌의 앞니에 의해 수아의 유두가 공격당하자 수아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어떻게 된것인지 알수 없던 수아는 납치당한 사실을 떠올렸다. 약간 지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신이 위험해졌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팔에 힘을 주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미 결박당한 상태였던 것이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누군지 모를 사내가 자신의 가슴속에 얼굴을 묻고 애무를 하고 있었다. 수아는 순수한 처녀였다. 섹스라는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는 정말 순진하기 그지 없던 여자였다.
남자란 존재도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런 수아는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는지 알리 없었다. 다만. 왠지 자신에게 좋은 일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수아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피하려움직이자 위그넌은 뭔가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낚시할 때 쉽게 잡은 물고기보다는 저항하는 그런 물고기를 잡을 때 손맛처럼 말이다. 위그넌이 더욱 세차게 유두를 물었다.
수아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미 입이 봉해진 상태여서 신음소리는 위그넌정도만 들을수 있는 크기였다.
더욱 신이 난 위그넌은 여자의 아랫도리를 벗겨내었다. 마지막 남은 팬티를 바라보던 위그넌의 시선을 느꼈는지 수아는 최대한 다리를 모으려고 애썼다.
그런 수아의 노력은 위그넌의 손앞에서 물거품이 되었다. 남은 팬티한장마져 벗겨버린 위그넌은 수아의 눈을 보면서 악날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수아는 저절로 몸서리 처졌다. 수아의 가냘픈 몸이 추위와 고통으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위그넌은 그런 모습이 더 자극적으로 보였는지 여자의 다리를 벌려 얼굴을 파뭍었다. 그 상태에서도 가슴을 주무르는것을 잊지 않았다.
사내의 얼굴이 자신의 가운데에 뭍힌채 정지해있다가 이상한 자극이 밀려들어왔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아는 자신이 좋지 못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아지는 기분은 어쩔수 없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 나쁘다고 느껴졌다.
왠지 모르지만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위그넌은 여자의 아랫도리가 축축히 젖어옴을 느끼자 더 이상 흥분을 참지 못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렇게 자극시킨 여자는 처음 이란 생각이 들었다. 늘 패팅을 위주로 섹스를 즐겼던 위그넌이 이렇게 빨리 남성의 상징을 꺼낸 것은 처음이었으랴..
수아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반응함을 느꼈다. 가슴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랫도리에서는 뭔가를 흘리는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자신의 몸을 탐닉하던 사내가 옷을 벗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애무를 당하던 수아는 그 모습에 더 놀라고 말았다. 남성의 물건을 처음 본것이었다.
이미 부풀어오를대로 팽창해버린 위그넌의 상징은 천천히 수아의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물건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옴을 느낀 수아는 야릇한 기쁨과 부끄러움 그리고 고통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위그넌은 재미가 반감됨을 느끼면서 몸을 움직였다. 이미 수아의 성문은 깨어져버려 붉은 고통을 흘리고 있었으며 위그넌은 아랑곳없이 의무적인 운동을 즐겼다. 의외로 짧은 시간에 위그넌의 움직임은 맹렬해졌다.
'너무 흥분했던 탓인가. 젠장'
위그넌의 상징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자 수아는 정신을 되찾았다.
위그넌의 움직임이 극도로 빨라졌다가 이내 멈추었다. 여자의 몸위로 무너져 내린 위그넌은 계속해서 '젠장' 이란 단어를 내뱉었다.
이미 풀이 죽어버린 그의 상징을 보면서 고개를 흔든 위그넌은 뭔가 여운이 남는 듯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알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수아의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변태적인 애무를 즐기던 위그넌다웠다.
너무 빠른 마무리가 못내 아쉬웠던 듯 2차를 감행했던 것이었다.
버인즈의 질책하는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위그넌은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버인즈도 알고 있었다. 위그넌의 변태성향을.. 아마 저 여자도 위그넌에게 몇차례에 걸쳐 갖은 고문에 시달리며 강간을 당했으리라 버인즈는 치가떨렸지만 자신의 돈줄이었던 위그넌에게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또 한명의 사내는 이미 옷이 다 벗겨진채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겨우 그깟 사소한 복수심 때문에 나를 이리로 오라고 한것인가"
그의 말을 들은 위그넌은 약간 기분이 상한듯한투로 말했다.
"그래! 비싸게 굴지 말구 너도 관심있으면 한 번 하라구. 헤헤헷.."
-
"그런뜻이 아니다. 네 복수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녀석과 1:1로 붙여달란 말이다. 난 그게 하고 싶어 왔을뿐이다."
"후훗.. 아마 네 차례까진 돌아오지 않을거야 버인즈가 기찬 생각을 해냈거든 마도란이 녀석을 죽이도록 만든거지.."
위그넌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방금 대화한 사내와 카인을 붙여 사내의 손에 카인을 죽이려고 했다. 우선 여자의 처참한 몰골을 보여준후에 말이다. 그런 계획을 구상했던 위그넌에게 마도란까지 동시에 처리하는 방안을 버인즈가 제시했다.
마도란이 있는한 대회에서 우승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위그넌에겐 버인즈의 제안은 안성맞춤이었다. 살인죄를 뒤집어쓴 마도란의 대회 참가자격이 박탈당할게 뻔했다. 처음 계획을 버인즈의 계획으로 바꾼 위그넌은 사내에게 절절매며 설명을 했다.
"...... 그래서 그랬던거라구 만약에 카인이란 놈이 죽게 되거든 마도란하고 붙여줄게.. 너무 걱정하지 마! 카자마!"
- "후후훗 그래.. 마음에 드는군"
카자마라는 이름의 사내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속엔 왠지 모를 엄청난 광기의 살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MTM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위그넌은 부하에게서 온 MTM을 받고나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그 녀석이 경기도중에 뛰어내려갔다구? 지하실로 향하는 것같다구??? 이런 빌어먹을!!"
위그넌이 MTM 을 집어던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녀석이 낌새를 알아차렸던것이었다. 위그넌은 다시 계획을 처음의 것으로 수정해야함을 느꼈다.
"카자마! 네 녀석 운이 좋은 것같은데? 그 녀석 지금 이리로 달려오는 중이야 헤헷 네게 기회가 왔다구.."
- "후후훗 다행이군 이대로 물러선다면 재미가 없지. "
카자마란 녀석의 싸늘한 웃음속에 벌써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180을 훨씬 넘는 키에 약간 각진듯한 시원스런 얼굴을 한 청년이 검신을 불러내며 달려왔다. 바로 카인이었다. 청년이 위그넌과 카자마의 앞에 도착하자 위그넌이 웃으면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나신의 몸으로 널부러져있던 수아였다.
수아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음소릴 내고 있었다. 마치 카인이란 단어를 부르는 듯이 말이다
"헤헤헷 용케도 이곳을 찾아왔군 자아.. 기분이 어때? 네 동생의 몸은 내가 차지했다. 헤헤헷.. 생각보다 괜찮은 몸이던걸???"
위그넌의 말을 들은 청년은 대충 사태를 짐작할수 있었다. 이미 수아의 처참한 모습을 본 청년은 무념의 경지가 깨어져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들.. 너희들 모두 다 죽여버리겠다!!!"
청년이 검을 들어 노려보자 위그넌이 약간 당황한 듯 급히 말했다.
"네가 움직이면 버인즈의 칼이 네 동생을 가만두지 않을텐데?"
위그넌의 말대로 버인즈는 작은 단도를 가지고 수아를 겨누고 있었다. 청년은 무모하게 적에게 모습을 드러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위그넌의 옆에 서있던 괴상한 기운을 뿜어대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위그넌. 그런건 필요 없다. 약속을 지켜라."
사내의 말을 들은 위그넌은 버인즈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버인즈가 단도를 거두며 일어섰다. 그러자 말을 꺼냈던 사내가 청년을 보면서 말했다.
"네 녀석을 한 번 만나고 싶었다. 위그넌을 쉽사리 꺽은 사내 그리고 료사카의 환검을 막아낸 사내 마도란과도 싸워 지지 않을 것같은 사내. 이제 겨우 나도 상대를 찾은것같군 후후훗."
사내의 말을 들은 청년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이상하게 그 사내의 몸에서는 광포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런 살기가 주위의 기운들과 하나가 되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냐? 나와 겨루고 싶다는 소리냐?"
청년의 질문을 받은 사내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의 이름은 카자마. 자 내 모습을 봐라.."
어둠속에 있어 자세히 보이지 않던 사내의 모습이 밝은곳으로 나오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본 청년은 놀라며 소리쳤다.
"헤캘!!!!"
카자마란 사내의 모습은 흡사 헤켈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인간의 것이었지만 몸은 헤켈의 것처럼 이상한 각질들로 뒤덮혀있었다.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징그럽지는 않았지만 보통 인간의 형상은 아니었다.
"후후훗 너도 다른 인간들과 전혀 다르지 않구나. 난 헤켈이 아니다.
다만 기형인간일뿐이지. 너희 인간들은 정말 웃기는 동물들이다.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나같은 기형아가 태어나면 산채로 매장하지.."
카자마의 말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전 인류에 대한 분노같은 것이었다. 카자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헤켈을 닮아서인지는 몰라도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지 인간취급도 받지 못한채 지금껏 살아오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헤켈이었다."
카자마의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헤켈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믿지 못할 것이었다. 나도 믿을수 없었으니까.. 나도 처음엔 그분이 사람인줄 알았다.
나중에 완전한 헤켈이 되었지만. 그런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어쨌든 난 완벽한 검을 완성했다. 그 헤켈의 검을 말이다.
그런 나에게 적수가 없는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뛰어난 녀석이 있더군 바로 너와 마도란. 후후훗. 너희들을 꺽어야겠다."
-
"어째서 나를 이기려는 것이지? 그런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할 뿐이니까. 너희 모두는 죽어야해 헤헤헷.."
카자마가 검을 치켜세우자 검날에서 이상한 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은 주변의 기운들과 하나가 되어 청년을 압도하고 있었다.
청년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저런 완벽한 조화가.. 저건 무념의 경지에서만 나올수 있는 기운이다.. 설마. 저런 괴물같은 녀석이. 저렇게 승부욕에 가득찬 녀석이.. 저런 살기를 내뿜는 녀석이 청심(淸心)의 무예를 구사하다니 믿을수 없어'
청년은 혼돈(混沌)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듯 했다. 이미 수아를 본 후 무념의 경지가 깨어져버려 정신이 없던 찰나에 이상한 괴물같은 녀석이 나타나 겨루자고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없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녀석을 꺽지 못한다면 동생을 구할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청년이 다시금 정신을 집중시켰다. 왠지 모를 주위의 살기로 그가 무념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방해했다.
'젠장 어째서. 이런 두려움이'
청년은 마도란과 싸울때와는 또 다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상태에서 잡념을 잊고 무념의 상태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동생 수아를 반드시 구해야한다는 생각과 이상하리만큼 강한 상대의 살기 때문에 무념의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
마도란은 지하실이 굉장히 넓음을 깨닫고 계속해서 '젠장'이란 말을 내뱉었다. 어느곳부터 뒤져야될지 난감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방법인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천천히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 가장 안쪽의 구석진 곳에 녀석들이 있다면 큰일이었다. 그런 불안감을 안은채 뛰어다녔다.
카자마의 입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헤켈과 한 번 겨뤄본 적이 있던 청년이었지만 헤켈의 웃음소리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상대의 웃음소리가 헤켈의 웃음소리와 완벽하게 같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카자마란 사내의 외모는 헤켈처럼 추했다. 카자마의 왼검이 청년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엄청난 살기!!! 청년은 움찔하며 왼쪽으로 회피했다. 이내 느껴지는 또다른 살기. 카자마의 오른검이 청년의 다리를 스쳐지나갔다.
청년은 살기를 느꼈으나 피할수 없었다. 그만큼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던 것이었다. 청년은 다리부상은 신경안쓰는 듯 역공을 했다. 청년의 검이 카자마의 왼공간을 타고 선을 그리며 회전했다. 카자마는 우스운 듯 청년의 검을 쉽게 막아내고는 비어있는 가슴을 베어냈다.
청년은 엄청난 살기가 자신의 가슴을 살짝 닿고는 사라진 것을 느꼈다.
마치 검이 닿지 않았는데도 상처가 난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젠장 도대체 어떻게. 녀석이 쓰는 기술은 뭐란 말인가'
청년은 불리한 상황에서 계속 몰리고 있었다. 카자마의 움직임을 본 위그넌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을 쉽게 패하게 만든 청년을 너무 쉽게 압도 하고 있지 않은가.. 위그넌은 카자마란 녀석이 대회출전자격이 없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녀석이 대회에 출전할수 있었다면 자신의 또 하나의 적이 되었을테니까카자마의 검이 청년의 오른쪽 어깨를 찔러들어가자 청년이 옆으로 회피하며 발차기를 날렸다.
청년의 발차기가 카자마의 옆구리에 명중하는 듯 싶었으나 백지한장 차이로 무위로 돌아갔다. 몸을 빼내어 공격을 피한 카자마는 왼검으로 청년의 목을 베어나갔다.
청년은 엄청난 살기가 다가오는것을 느끼면서 상대의 왼검을 막아내었다. 분명히 막아내었다.
그런데 목에는 가로로 길게 검상이 새겨졌다. 청년이 막아서였을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깊은 상처는 아니었고 다만 긁힌듯한 상처였다. 청년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분명히 상대의 왼검을 막아내었는데 어째서 상처를 입었는지.
청년은 이대로 계속 몰리다가는 결국 죽게 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죽는다면 자신의 여동생을 저꼴로 만들어버린 녀석들이 수아를 가만두지 않을것이란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었다.
청년은 아까 카자마란 녀석이 한 말을 기억했다. 카자마란 녀석의 목표는 오로지 자신뿐, 수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청년은 카자마의 공격을 뒤로한채 위그넌과 버인즈가 있는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청년의 뒤를 카자마가 맹렬히 뒤쫓았다. 갑자기 변화한 사태에 버인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위그넌은 청년의 움직임을 본 즉시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수아를 향해 달려갔다. 위그넌은 버인즈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검으로 수아를 찌르려고 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던 버인즈는 그런 위그넌의 검을 막았다.
위그넌의 표정엔 살기가 어려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방해한 버인즈 또한 용서하지 않을 기세였다. 버인즈는 위그넌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위그넌의 검이 버인즈의 몸을 갈랐다. 버인즈는 검붉은 피를 뿌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바람의 가르기였다. 피를 뒤집어쓴 수아는 그 충격때문인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자신앞에 악마와 같이 서있는 위그넌을 발견했다.
이미 몇차례에 걸쳐 강간을 당한 수아는 그가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없는 기운을 짜내어 뒷걸음질쳤다.
나신의 수아의 몸에선 이미 긁히고 맞은 상처에서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뒷걸음질쳐도 묶여있는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다만 발뒤꿈치만 벗겨져나갈뿐이었다. 그런 수아의 모습을 비웃듯 쳐다보던 위그넌이 수아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청년은 버인즈를 죽이고 수아마져 죽이려는 이성을 잃은듯한 위그넌을 향해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갔다. 위그넌이 수아의 몸을 찔러들어간 순간 청년의 검이 위그넌의 팔을 베어버렸다.
팔을 잃은 위그넌은 엄청난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분노에 젖어 사부의 가르침따윈 잊어버린 청년은 제기불능의 위그넌의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위그넌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자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은 수아였다.
수아는 위그넌의 검에 30센티미터 이상 가슴이 찔린 상태였다. 아직도 수아의 심장부분에는 위그넌의 검과 남아있던 팔이 매달려있었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수아는 검에 찔렸을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피가 솟구치는 것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던 것이었다. 청년은 비명소릴 듣고 수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몸에 박혀있는 검이 수아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청년이 그 검을 빼내려고 하는 순간 카자마의 공격이 계속되었다.
청년의 팔을 훑고 지나간 카자마의 왼검은 다시금 청년의 복부를 찔러들어왔다. 청년은 검으로 공격을 막아낸후 뒤로 3보 후퇴하여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복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 검을 막아내었는데 상처를 입었던 것이었다. 청년은 도저히 이길수 없는 상대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수아를 구할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위로할뿐이었다.
청년은 빠른 행동을 취해야했다. 카자마에게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수아를 구해야했다. 수아의 몸에 박힌 검을 빼내고 지혈만 할수 있다면 목숨은 건질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카자마란 녀석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한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카자마의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뿜어져나왔다. 정말이지 공포스러운 눈빛이었다. 청년은 그런 카자마의 눈을 보면서 점점 절망의 나락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아무리 집중하려해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고 있었다. 수아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그런 청년의 생각을 읽었는지 카자마가 공격해왔다. 오른검이 청년의 왼쪽 가슴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청년은 찔러들어오는 검을 튕겨내고는 옆으로 굴렀다. 수아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행동이었다.
카자마는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하여 공격했다. 청년의 낙법을 캐치하려던 카자마의 오른검은 청년의 검에 의해 막혔지만 그 뒤에 날라오는 발차기는 청년에게 적중할수 있었다.
발차기를 맞고 뒤로 넘어졌던 청년은 넘어지는 순간에 왼팔로 땅을 짚고 겨우 자리에 멈춰설수 있었다. 그리곤 역공을 가했다.
청년의 검이 바람의 기운을 담고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내려왔다.
놀라운 파워였지만 무념의 경지에서 사용한 것만큼의 기세는 아니었다. 카자마는 오른검으로 쉽사리 청년의 검을 봉쇄하고는 왼검으로 청년의 오른쪽 어깨를 베어나갔다. 청년은 다급히 검으로 카자마의 검을 튕겨내었다.
"크 읔!!!"
분명 카자마의 검을 튕겨낸 청년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감싸고 뒷걸음질 쳤다. 오른쪽 어깨에는 다른 상처들보다 깊숙한 검상이 있었다.
청년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상처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적의 공격을 막아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상처를 입는것에 대한 불신감이 더 큰 고통이었다.
그런 청년을 향해 카자마는 쉴새 없는 공격을 해왔다. 청년은 눈앞이 깜깜했다. 이대로 있다면 수아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갈수록 수아의 숨소리는 작아지고 있었다. 청년은 연속적인 카자마의 공격을 차분히 막아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계속해서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쿵!!!!'
카자마의 발길질에 벽에 부딪힌 청년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온몸이 검상으로 붉게 젖어있던 청년은 이를 악물었다.
비록 쓰라린 검상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동생을 구하려는 오빠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청년이 거친 숨을 쉬며 일어서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기운을 금새 눈치챈 카자마가 입을 열었다.
"후후훗 이제야 게임을 즐길수 있겠군"
청년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야함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무슨 기술을 쓰고 있던지 그런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다만 싸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을뿐이었다. 무념의 경지 청년이 무념의 경지에 들어서자 카자마는 더욱 신이난 듯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공격해들어오는 카자마의 검을 청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막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몸에는 검상이 생기고 있었다. 청년은 엄청난 체력소모를 한 상태에서 무념의 경지로 들어섰던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카자마의 공격을 모두 무산시키기는 하였으나 점점 눈에는 사물들이 흐려져가고 있었다.
단 한차례의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한 청년은 카자마의 일격을 막고선 뒤로 밀려나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무념의 경지도 깨어지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저 녀석도 나와 같은 경지인것같은데.. 젠장.
이대로 의식을 잃는다면 수아는..'
청년은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애썼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몸은 상처로 인한 출혈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으며 없는 체력으로 무념의 경지에 들어서서인지 몸에 있던 진기가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그런 청년을 보며 카자마는 미소지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었다는 듯 말했다.
"후후훗. 역시 넌 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너같은 녀석을 죽인다는것은 내 칼만 더러워질 뿐이지 어차피 죽이지 않더라도 죽은것이나 다름없을테니."
카자마가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비웃자 청년은 남아있는 힘을 짜내어 말을했다.
"더러운 자식.. 차라리 날 죽여라.."
청년은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쓰러져있는 수아를 보았다. 수아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청년은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을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겠지 수아야.. 오빠가 지켜준다고 약속했었잖아..
조금만 기다려 약속지킬테니.'
청년은 계속해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더 이상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사실 말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던 것이었다.
카자마는 그런 청년을 뒤로 한채 걸어나가며 말했다.
"더 연습해서 나중에 도전해라. 물론 그런 폐인의 몸으로 다시 검을 잡을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후후훗 그리고 오늘 내가 사용했던 기술에 대해 궁금해할것같아서 말해주지. 너의 무념의 경지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 내가 추구하는 것도 그것과 같은 것이지 바로 우주(宇宙)와 하나가 되어 우주의 기운을 사용하는 경지다. 다만 네 것과 다른 것이 있다면 너의 것은 자연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는 상태에서 극의(極意)의 검술을 펼치는 것이고 나의 것은 우주의 기운을 직접 사용하여 극치(極致)의 검술을 펼치는 것이었다.
후훗..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었나..
내가 사용했던 안보이는 검은 다름 아닌 우주의 기운. 즉 검기(劍氣)였다.
만에 하나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면 죽을때까지 연마해서 도전하거라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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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劍氣)."
청년은 언젠가 들어본것같은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카자마란 녀석이 멀어짐을 느끼며 청년의 정신도 아득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검(劍).
소년의 실력이 무욕의 단계에서 더 이상 진보하지 않을때였다. 소년은 어째서 자신의 실력이 잘 늘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 소년에게 사부는 늘 열심히 하란 말만 되풀이 했다.
"사부님 어째서 실력이 이렇게 안느는것이죠?"
소년의 똑같은 질문은 남자를 화나게 만들고 있었다.
"몇번 말하지 않았느냐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자연히 알아서 된다고..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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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욕의 경지 다음에 무위의 경지란 것이 있는건가요?"
소년의 질문은 마치 구걸하는 거지처럼 애절했다. 그만큼 소년은 절실한것같았다. 남자는 소년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런것에 얽매이게 되면 결코 좋은 검을 구사할수 없게 되기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네 발전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언제나 검을 잡고 있다는 것을 기뻐할줄 알아야하며 실력의 진보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꿋꿋히 이겨낼줄 알아야하며 사부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 일이 없어야한다."
소년은 사부가 귀찮아서 저렇게 대답하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부님 무념의 경지라는 것이 그렇게 올라가기 힘든 것인가요?"
남자는 자신도 아직 완벽하게 들어가지 못한 영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약간 화가 풀린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자연의 기운을 이해하고 그것과 융화될수 있어야하지 솔직히 말해 말은 쉽지만 몸으로 실천하긴 어려운 일이지"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번뜩였는지 다급히 질문했다.
"그럼 사부님께서 무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는것인가요?"
소년의 질문은 곧 무념의 경지가 최고의 경지인지를 묻고 있던 것이었다. 남자도 그런 뜻인지 대충짐작하고는 말했다.
"글쎄다. 무념의 경지는 아주 올라가기 힘든 경지라 할수 있다.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죽은 무인들이 대부분일게다. 만약 무념의 경지에만 이른다면 세상에서 알아주는 무인이 될게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곤 할수 없다. 왜냐면 무념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또 있다면 그와의 실력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지.."
소년은 재밌다는 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무념의 경지를 능가하는 경지가 있을까요?"
소년의 질문을 받은 남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진지한 자세로 답해주려고 마음먹었던 남자는 말을 꺼냈다.
"만약 무념의 경지를 넘는 경지가 있다면.. 아직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는것같지만.. 만약 그런 경지가 있다면 그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능가하는 경지.. 즉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보다 진일보하여 자연의 기운을 나 자신의 기운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지.. 검에 그 기운을 실어 사용할수 있는 경지. 후훗. 그런데 그런 경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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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자연의 기운을 담는다."
소년이 나지막히 따라 말했다. 뭔가 강한 여운을 남기는 말이었다. 소년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것같자 남자는 웃으면서 소년에게 꿀밤을 때렸다.
"욘석. 아직 무위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녀석이 무념의 경지를 능가하는 경지에 대해 알아 뭣할려구 그러느냐.. 어서 연습이나 해라. "
스승의 꾸지람을 들은 소년은 나지막히 '검기'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며 남자는 생각했다.
'나도 아직 무념의 경지에 이르른 것은 아니지만 그 윗단계가 있을것같은 느낌은 지울수가 없단다. 너를 보며 검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 복수심은 절제하고 검에 대해 더욱 연마하고 싶구나..'
남자 역시 검을 쥐어들고는 검을 연습했다. 둘의 수행(修行)은 그렇게 계속 되었다.
무(武)
마도란은 청년을 찾아헤매이다가 강한 살기를 느낄수 있었다. 정말 엄청난 살기였다. 마도란은 청년이 걱정되는 듯 더욱 빨리 달려갔다.
마도란이 살기가 뿜어져나오는 곳에 도착했을땐 더 이상 살기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청년과 알몸으로 검에 찔린채 쓰러져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청년의 몸에서는 알수 없는 연기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큰일이군 둘다 목숨이 위험해!!! 젠장 도대체 어떤 녀석이.."
마도란은 급히 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곤 소녀에게 달려가 검을 빼내었다. 검이 빠지자 소녀의 가슴에선 피가 분수처럼 흘러내렸다.
이미 죽은 상태였다. 마도란은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청년에게 갔다.
아직 목숨은 붙어있는 상태였지만 몸에서는 진기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생명의 진기(眞氣)마져 고갈될것이 뻔했다.
'젠장. 이대로 두면 상처도 상처지만 진기가 흩어져 살아도 살은게 아닌게 된다. 흠 검을 배운 이유가. 이런데 써먹으라는 것이었군 후훗 역시 검은 살(殺)을 위한 것이 아닌 활(活)을 위한 것이야..'
마도란이 눈을 감고는 정성스레 양손으로 청년의 가슴을 짚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무념의 경지에 빠져들어갔다. 무념의 상태가 된 마도란은 천천히 주위의 자연의 기운을 양손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기운들은 마도란의 손을 타고 청년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청년의 입에서 검은 피가 한모금 토해져 나왔다.
10분 가까이 청년에게 천기(天氣)를 주입하던 마도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이마에는 많은 땀들이 맺혀있었으며 많은 체력을 소비한것같았다.
식어가던 청년의 몸에서는 살려는 기운이 감지되었다. 마도란은 조용히 일어섰다. 비록 엄청난 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지만 자연의 기운을 사용했기에 몇일 지나면 회복할수 있을것이었다.
잠시 후 병원에서 의료진이 도착했다. 청년과 소녀는 마도란과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