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26화 (26/120)

제 목: 30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30

[주석] -3- 마도란(자연과 하나가 되는 궁극경지) (3) -마도란(자연과 하나가 되는

궁극의 경지.)-

큰키에 각진 얼굴을 가진 근육이 단단해 보이는 청년과 그보다는 약간 어려보이는 백치미를 가진 소녀가 걸어가고있었다. 청년의 왼쪽 허리에 검손잡이부분이 있는걸로 봐서 이번 검술경연대회에 참가한 무인이 틀림없었다.

두명은 잠시 여관에 들렀다가 소녀의 바램으로 발카로스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1지역구의 블레인 시를 떠나본 일이 없던 소녀에게 이곳은 굉장히 번화한 곳으로 느껴졌다. 구경하고 싶은 것은 본능이었다.

청년과 소녀는 발카로스시에서 유명한 발카로스거리로 향했다.

발카로스시의 명소인 중앙회관과 더불어 관광객을 많이 불러모으는 곳이었다. 발카로스거리의 특징은 연인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연인들을 위한 극장,연인들을 위한 식당,연인들을 위한 커피숍,연인들을 위한 호프 등등.. 모든 사업이 연인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많은 연인들이 가장 와보고 싶은 곳중에 하나였다.

번화한 발카로스 거리엔 온통 한쌍의 남녀들로 붐볐다. 청년과 소녀도 그들 사이를 가르며 걸어가고 있었다. 남들이 봤을 때 그들도 영락없는 연인이었을 것이었다.

"오빠 저기봐. 사람들 되게 많다. 이런데는 처음이야."

-

"나도 처음이야 정말 이 거리는 굉장히 유명한가봐.."

"다들 연인처럼 보여. 후훗.. 우리도 연인할래? 오빠?"

- "하하핫 녀석. 좋아! 오늘만 우리 연인하기로 하자 그것도 재밌을것같은데"

청년과 소녀는 순수한 마음으로 웃으며 연인처럼 다정하게 걸어갔다. 발카로스거리의 중앙부근에 가자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긴 소녀가 그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거리 중앙에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플랭카드만 언뜻 보아도 종족차별주의자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는 타 종족들을 몰살하자!!!"

"엄연히 그들은 우리보다 못한 생명체들이다!! 그들을 몰아내자!!"

"그런 괴물같은 녀석들은 죽어 마땅하다!!!"

"힘을 모아 헤켈과 세이렌들을 없애버리자!!"

다른 종족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종족차별주의자가 생겨난 것은 그들이 방어적이기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종족의 공격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할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거였지만 종족차별주의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그들의 씨를 말려야만 직성이 풀릴것같은 자들이었다.

"오빠. 저 사람들 왜 저래?"

-

"어. 그건 다른 종족들의 공격을 받고 가족을 잃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른 종족들을 몰아내기 위해 시위하는거야.

정부에서 너무 방어적인 입장만 고수하니까 우리도 공격하자고 시위하는거지."

"흠. 그렇게 다른 종족이 무서워?"

-

"후우. 그래. 이 오빠도 한 번 죽을뻔했었지.. 다른 종족들은 엄청나게 강해.. 그리고 잔인하고.. 그렇다고 그들의 생명이 하찮다는 뜻은 아니야. 다만"

"다만?"

-

"후훗.. 아니다 됐어 다른 곳으로 가자."

청년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서로 죽고 죽여야하는건지..

검(劍).

남자의 집안에서 소년은 혼자 권을 연습하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나간다고 하고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사부님께서 이렇게 늦으실 리가 없는데'

소년은 각을 연습하면서 계속 걱정했다. 사부가 이렇게 늦은적은 처음이었다. 소년은 연습하던 것을 멈추고는 검을 집어들었다. 사부가 소년에게 처음 준 검은 목검이었다. 사부의 말로는 목검도 금속으로 만든 검만큼의 힘을 발휘할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믿을수 없었다.

목검을 집어든 소년은 월(月)의 기운을 담는 일초를 연습했다. 벌써 7가지 초식을 모두다 배운 상태였지만 사부는 늘 못마땅한 듯 그를 혼내었다.

달의 공격은 찌르기였다. 달의 모양이 시시각각변하듯 그 찌르는 형태도 때로는 보름달처럼 원만하게 때로는 초승달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소년은 집중해서 연습하려했지만 도저히 집중되지 않음을 느꼈다.

'이런적이 없으셨는데.'

사부와 함께 지낸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소년의 실력은 많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부는 그의 실력이 겨우 무욕(無慾)의 경지밖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 의식적인 공격을 해선 안된다. 상대방에게 네 공격의도를 들킬수도 있고 그것은 자연의 흐름에 방해되는 인위적인 것이 된다.

그래선 무위(無爲)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소년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뜻이 너무 깊은것도 사실이었지만 어찌 휘두르려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휘둘러진단말인가..

소년은 사부의 말에 늘 고심했었다.

사부와 같이 지낸 1년여동안 사부는 이렇게 늦은 적이 없었다.

소년은 안좋은 일이라도 생겼는지 사부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사부를 찾기 위해 집밖으로 나섰다.

블레인시는 작은 도시였지만 많은 팩토리가 있었다. 공장지대라서 그런지 물건을 구입할수 있는 곳은 한곳에 밀집되어있었다. 사부는 분명 그쪽으로 갔을것이었다.

소년이 상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뛰어갔을 때 그곳에는 엄청난 화재가 일어난 상태였다. 이미 긴급화재소화머신이 도착해 불을끄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 옆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헤켈들과 인간들의 대결.. 소년은 그 인간들중에 한명이 그의 사부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헤켈은 3개체였고 인간들은 10명정도가 서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헤켈이 도시에 침입해들어온것이었다.

소년은 처음 다른 종족을 보았다. 그들의 흉측한 몰골을 본 소년은 절로 몸서리쳐졌다.

소년의 사부의 지휘로 헤켈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상가에 사는 주민들같았다. 그들이 제대로 된 공격을 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구식 건(Gun)을 이용해 공격하였지만 헤켈의 몸을 뚫을수 없었다.

작은 충격만을 줄 뿐이었다.

헤켈 한 개체가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양손에는 Double-Sword가 들려있었다.

왼손으로 검을 휘두른 헤켈은 한 사람을 쓰러뜨리고 소년의 사부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남자는 지니고 있던 검으로 헤켈의 오른검을 막아내고는 발로 헤켈의 몸을 걷어찼다.

공격을 맞은 헤켈은 약간 뒤로 움찔했을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것처럼 보였다.

동료헤켈의 공격이 먹혀들자 나머지 녀석들도 사람들을 향해 일제히 공격했다. 3개체의 무자비한 공격에 사람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다.

소년은 급히 목검을 빼어들고 적을 향해 달려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소년은 헤켈의 흉측한 모습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오로지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전투에 뛰어든것이었다. 소년의 힘으론 무모한것이었다.

남자는 혼자서 두 개체의 헤켈과 검을 나누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은 남자는 해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뒤에서 남자가 이기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머지 한 개체가 사람들쪽으로 달려들자 어디선가 나타난 꼬마애가 헤켈의 앞을 막아섰다. 사람들은 그 무모한 소년을 말리고 싶었지만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뒤에서 소년에게 피하라는 소리만 외쳐댔을 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피하지 않고 헤켈을 노려보고 있었다.

'1년동안 내가 이룩한 성과를 볼수 있을지도 몰라.. 천검술의 7가지 초식을 오늘 써먹게 되는구나.'

헤켈이 소년의 목을 향해 검을 베어들어왔다. 소년보다 몇십센티는 더 커보이는 헤켈의 묵직한 검이 엄청난 기세로 달려들어왔다. 소년은 헤켈의 공격이 생각했던것보다 강력한 것을 몸이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감히 목검을 가져다댈 생각을 못한 소년은 흙(土)의 초식으로 몸을 굽혀 앉은상태에서 한바퀴 돌면서 헤켈의 다리를 베어나갔다.

헤켈은 조그만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피한것에 적이 당황하고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격을 회피함과 동시에 자신의 다리를 베어들어온것이었다. 놀란 헤켈이 피하려고 했지만 워낙 빠른 공격이라 피하지 못했다.

소년의 목검이 헤켈의 다리를 베었지만 어린아이의 힘으로는 다리를 잘라낼수 없었다. 다만 검상만 조금 입혔을뿐이었다. 소년은 적이 당황한 것을 알고는 즉시 머리를 굴렸다.

나무(木)의 초식으로 앉은 상태에서 일어서면서 아래서 위로 수직으로 검을 뻗어올렸다. 소년의 생각대로 헤켈은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처 방어하기도 전에 소년의 검이 헤켈의 복부쪽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헤켈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그곳에는 자신의 제자인 카인이 헤켈과 싸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겨우 목검을 가지고 헤켈과 나란히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소년의 움직임과 눈빛에서 남자는 뭔가를 읽을수 있었다.

소년의 모든 행동들은 자연의 기운을 담은 7가지 초식들을 잘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진정으로 그것들과 융화되고 있지는 않았다.

즉,무념과 무위는커녕.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경지였다. 남자는 헤켈들과 싸우면서 소년에게 외쳤다.

"욕심을 부려 상대를 공격하려들면 도리어 당하게 된다!! 어째서 쓸데 없는 호기를 부리는것이냐!!!"

소년은 사부의 말을 듣긴 들었으되 싸우는 중간이라 귀담아 들을수 없었다. 복부에 상처를 입은 헤켈은 정신을 차리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말이다.

헤켈의 왼검이 소년의 목검을 향해 베어졌다. 소년의 내력이 깊다면 목검으로도 충분히 막아낼수 있었겠지만 소년은 그정도 실력이 못되었다.

목검을 갖다댄다면 부러질것이 틀림없었다. 소년은 자신이 약간의 승세를 잡은것에 너무 우쭐해있던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목검을 갖다대지 않으면 목이 날아갈 판국이었다.

'욕심을 버리는 무욕(無慾)의 경지 적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소년의 생각과 함께 두려웠던 마음이 가시기 시작했다. 헤켈의 검이 소년의 목검과 부딪혔다. 목검이 부러지려는 찰나에 소년은 태양(日)의 초식으로 검을 S 자 형태로 그어지게 만들었다. 헤켈의 검을 타고 내려가던 목검은 헤켈의 가슴에 큰 타격을 주었다.

남자는 헤켈의 오른검 공격을 피한후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베어나갔다. 언뜻 보기에 물(水)의 기운을 담은 초식처럼 보였으나 그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진 공격이었다. 흐르는 물.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헤켈의 허리를 일(一)자로 베어버린 남자는 뒤에 있던 헤켈의 가슴을 찔러들어갔다. 헤켈이 허겁지겁 피하려 들었으나 이미 남자의 검은 헤켈의 왼쪽 가슴을 관통한 뒤였다.

아직 완전한 무념(無念)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던 남자는 순간적인 방심을 했다. 가슴을 관통당한 헤켈이 더 이상 힘을 못쓸거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때였다. 가슴에 검이 박힌채로 왼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남자가 검을 빼내지 못하자 오른손으로 남자의 왼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헤켈의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헤켈의 왼가슴에는 피가 더욱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헤켈은 죽을 힘을 다해 사내의 왼쪽 어깨죽지를 물었다. 거대한 송곳니가 남자의 왼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남자는 순간적인 고통을 참으며 그 상태에서 검을 수직으로 그어내렸다.

남자의 검이 헤켈의 가슴으로부터 하체까지 베어버리자 헤켈의 마지막 발악도 멈추었다. 남자의 왼쪽 어깨는 살점이 떨어져나가 뼈가 드러나 있었고 출혈이 심했다. 이미 화재사고 연락을 받고 출동한 의료진이 그곳에 있었다.

사람들은 두 개체의 헤켈을 해치운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남자는 휘청거리면서도 끝까지 서있었다. 그리곤 소년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년의 태양의 초식에 당한 헤켈은 자존심이 상한 듯 이를갈고 있었다.

그의 팔에는 엄청난 힘이 집중되고 있었다. 분노의 힘이었다. 소년은 방금전 헤켈의 공격에서 맞부딪힌 목검이 비록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금이 간것을 알았다.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이길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잠시 소강상태에서 사부가 당하는 것을 본 소년은 더욱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카인아!!!! 적을 해치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적의 공격에 대응하면 되는것이야 일부러 행하려하면 못할건 없겠지만 이기긴 힘들어진다!!"

심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사부는 소년을 걱정하고 있었다. 소년은 검을 바로쥐고는 적을 노려보았다. 헤켈은 양검을 동시에 X 자 형태로 베어 공격해들어왔다. 소년은 순간적으로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헤켈의 양검이 아직 위에서 베어질 준비를 할 때 소년은 아까전에 연습했던 달(月)의 기운을 담은 초식을 구사했다. 양손으로 공격하던 헤켈은 변칙적인 찌르기에 팔을 휘두르지도 못한채 목검에 의해 내장이 상을 입었다.

그건 치명타였다. 목검이 헤켈의 가슴에 박힌채 부러지자 그 충격으로 헤켈은 즉사했다. 소년은 헤켈의 검이 소년의 목 바로 옆에서 멈췄다는것을 뒤늦게 알았다. 소년은 만약 자신이 막은후에 공격하려고 욕심을 부렸다면. 그리고 몸이 저절로 반응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이 어떻게 되었을지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헤켈을 모두 쓰러뜨리자 남자는 쓰러졌다. 사람들은 긴급히 남자를 후송했다. 남자의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과다출혈로 인해 몇일 요양이 필요했다. 소년은 후송되는 남자를 뒤따랐다. 그런 소년을 향해 남자가 나직히 말했다.

"방금전 너의 움직임은 무위(無爲)의 경지였다. 비록 급박한 상황에서 놀라운 기예를 부린것에 불과하지만 너의 재능은 굉장한것같구나.. 참 잘했다."

'잘했다' 소년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1년동안 남자에게 검을 배우면서 단 한차례의 칭찬도 받아본적이 없던 소년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남자의 칭찬을 받은것이었다.

소년은 절대 이 날을 잊지 못할것이라 생각했다.

남자의 상태는 몇일지나지 않아 거의 완쾌되었고 소년은 다시 남자의 집을 찾아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무위(無爲)의 검에 대한 공부였다..

무(武)..

발카로스거리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청년과 소녀는 이상한 자들이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알았다. 아무 잘못한 기억이 없던 청년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저런 녀석들이 내 앞을 막아서는거지'

"오빠. 무슨 일이야? 저 사람들 왜 저래?"

-

"나도 모르겠어 내 옆에 바싹 붙어있어 좋은 사람들같아보이진 않으니까."

청년을 둘러싼 일당들은 아까전에 보았던 종족차별주의자들도 몇 명 끼어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왜 우리 앞을 막아서는거죠?"

청년의 질문에 아까 봤던 종족차별주의자 한명이 대답했다.

"네겐 볼일 없어.. 저 계집한테 할 얘기가 있다."

-

"내 동생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거죠?"

"니 동생은 종족친화론자야.. 그런 녀석들은 모조리 죽여버려야돼!!!"

사내의 말에 수아는 벌벌떨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종족친화론자는 지금 시대에는 거의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굳이 나쁘다고 할수 없었다. 다른 생명도 존중해야한다는 이론을 펼치는 사람들로서 생명존중사상을 기본으로 삼는 자들이었기때문이었다.

"내 동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봤어요!!!"

-

"웃기지마!!!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사내의 말을 끝으로 패거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청년은 검손잡이를 만지작 거렸다. 이런곳에서 검을 쓴다면 분명 사람들이 다칠것이 분명했다.

검손잡이를 잡고 나무모양을 띄는 광선의 검신을 불러내려던 생각을 접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검이 자신있었지만 권과 검은 원래 하나란 사실을 잘 아는 청년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회하게 될거다!! 수아 내 옆에 바싹 붙어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CPD 에서 경찰들이 나타날거야"

청년은 이런 큰 거리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분명 경찰들이 출동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생각했다.

청년을 향해 패거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한 녀석의 주먹을 피한 청년은 앞차기로 녀석의 명치를 가격했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녀석의 인중을 뒤돌려차기로 명중시켰다.

두명이 순식간에 나가자빠지자 다른 녀석들은 주춤거렸다. 하지만 한 녀석의 손짓에 일제히 달려들었다. 패거리들의 총공격을 받던 청년은 수아와 떨어지게 되었다.

청년이 패거리들을 손쉽게 쓰러뜨리자 아까 대화를 나눴던 녀석이 청년을 불렀다.

"이 여자가 어떻게 되도 상관없단것이냐?"

-

"젠장할.."

청년은 상대방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고전 인질극에 치가 떨렸다.

이미 녀석의 손에 수아가 붙들려있던 것이었다.

"후훗.. 저 녀석을 밟아버려!!"

사내의 명령에 청년에게 쓰러졌던 패거리들이 청년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집단구타였다. 그때였다.

"으아아악!!!"

명령을 내리던 사내가 이마를 붙잡고 쓰러졌다. 그의 이마에선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타난게 틀림없었다. 패거리중에 한명이 그를 알아봤다.

"마. 마도란이다!!"

마도란이 나타났다는 말에 패거리들은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명령을 내리던 녀석 역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많은 발길질을 잘 방어하던 청년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수아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 청년앞에 누군가가 막아섰다. 갑자기 날라오는 앞차기. 청년은 왼손으로 앞차기를 옆으로 무마시킨후에 옆차기를 했다. 청년의 날카로운 옆차기가 사내의 허리에 명중되려는 찰나에 사내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청년의 비어있는 오른쪽에서 다시 나타난 사내는 청년의 몸을 살짝 밀었다. 청년의 몸이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때였다.

"오빠!!!!"

수아가 외친 것이었다.

"오빠??? 이자가 당신 오빠인가?"

-

"네. 제 오빠에요.. 친 오빠.. 오빠 괜찮아?"

수아는 쓰러져있는 청년을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청년은 이미 많이 맞은것처럼 온몸이 퉁퉁 부어있었다. 청년은 자신을 공격했던 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마도란' 이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난 자네도 이 처녀를 해하려는 자들과 한패인줄 알았네.."

-

"아..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제 동생과 저를 구해주시다니.."

"하하핫.. 감사는 무슨. 서로 돕고 사는거지 그런데 자네 무예는 어디서 배운건가? 기본기가 상당히 뛰어난것같은데.. 혹시 자네도 이번 검술경연대회에 참가하러 이곳에 온건가?"

-

"아 네 실력은 보잘것없지만 참가했습니다. 다시한번 동생을 구해주신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핫.. 그 얘긴 그만 하지 오늘 새로운 재목을 만났다는것만으로 기분이 좋다네. 어린나이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걸 보니 나중에는 엄청난 무인이 될걸세 하하핫"

마도란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거리에 길게 울려퍼졌다. 청년의 생각보다 마도란은 훨씬 호탕하고 의협심이 있는 중년의 사내였다.

"난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네 나중에 회관에서 볼수 있으면 보지 하핫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여쁜 아가씨.."

마도란은 기개있는 웃음을 지으며 수아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사라져갔다. 청년은 마도란의 남자다움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버리고 수아를 보았다.

"괜찮니? 다친데는 없어?"

-

"어 오빠. 근데.. 너무 무서웠어.."

"괜찮아 이젠 괜찮아"

- "오빠 입에서 피가 나"

"하핫.. 이 정도 상처는 상처도 아닌데 뭘. 난 괜찮아. 그나저나 아까 그 녀석들은 누구일까."

-

"나도 모르겠어 난 다른 종족들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는데.

그들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단말이야."

"그래 그래 그들이 뭔가 오해를 했겠지 그만 여관으로 돌아가자."

-

"응. 오빠."

청년과 소녀는 여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너무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종족차별주의자 사내는 어디론가 MTM으로 연락을 했다.

"실패했다."

-

"뭐? 실패? 그깟 어린애들을 못이겼단 말이야?"

"젠장 야 임마!! 오늘 죽을뻔 했어!! 마도란이 나타났단 말이다!!

도망쳐 나온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던거야!! 어째서 니 사소한 복수를 위해 내가 죽을뻔해야하냔 말이다!!"

-

"쳇.. 그건 사소한 복수가 아니야.. 우리 풍신도장의 명성에 금이가게 한 녀석들을 가만둘순 없잖아!! 풍신검의 고수인 나 위그넌을 이렇게 자존심 상하게 한 녀석들을 용서할수 없어!!"

"빌어먹을. 좋아 기다려.. 나중에 조용히 처리하도록 할게"

-

"그래.. 알았다. 조심해. 마도란이랑은 부딪히지 말고 그 자식은 낄데 안낄데 다 낀다니까. 그럼.. 나중에 연락해라.. 몸조심하고"

"그래.. 젠장.. 수고비는 톡톡히 줘라.. 우리 종족차별주의 단체의 동료들에게 나눠줄 수고비"

-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하지만 경찰들이 모르게 조용히 처리해라 적당히 종족친화론자로 뒤집어씌워가지고 종족차별주의자들손에 처단하게 만들란 말이지.. 쿡쿡쿡."

"좋아.. 그럼 나중에 연락하마!!"

종족차별주의자들과 풍신도장의 위그넌이 음모를 꾸몄던 것이었다.

다음날.. 중앙회관.

예선 첫경기를 치룬 청년은 두 번째 경기를 부전승으로 올라가 16강전에 진출해있었다. 16강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실력임이 입증된 셈이었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초야에 묻힌 고수들도 많이 있겠지만 대부분이 도장의 명예와 자신의 명성을 위해 출전하는걸 보면 16강이란 것은 뛰어난 자들만이 들어설수 있던 영역이었다.

대진표를 보고 있던 청년에게 소녀가 물었다.

"오빠. 부전승이야?"

-

"어 그래 운좋게 상대방이 몸이 좋지 않데. 그래서 16강전에 진출하게 되었어."

"와 오빠 대단하다. 히힛"

청년은 어린아이처럼 자신보다 더 즐거워하는 수아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청년은 16강전의 상대방에 대해 읽어보았다.

상대방은 섬광(閃光)도장의 갈랜버였다. 섬광도장 역시 풍신도장처럼 섬광열권이라는 권(拳)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장이었다.

워낙 스피드 위주의 공격을 자랑하는 섬광열권은 그 화려함이 엄청났다. 빠른 권 만큼이나 검술도 빠르기로 유명했다.

섬광열검은 스피드하나만을 볼 때 다른 그 어떤 검술보다 뛰어난 검술이었다.

'갈렌버라. 생각보다 힘든 경기가 되겠군'

청년은 알고 있었다. 검술의 파괴력은 힘과도 연관이 되지만 스피드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빠르면 자연히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오빠. 또 심각해? 상대방이 쎈가보구나?"

-

"하핫.. 아니 걱정마.. 오빠는 무적이라구.."

-_-;;

청년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런 오빠를 처량한 듯 바라보던 소녀는 오빠의 귓볼을 잡아당겼다. 귓볼을 만지면서 진심어린 말을 했다.

"오빠. 다치면 안돼 어제처럼.. 그럼 나도 많이 아프단 말이야."

청년은 소녀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생이 너무나 고마웠다.

"후훗 녀석 널 놔두고 내가 다칠것같아? 이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쎄단말이야 그래서 절대 안다쳐."

- "피이 어제도 다쳐놓구선"

"걱정하지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안아프게 할거야 널 꼭 지켜줄거야.."

수아가 귓볼을 만지던 것을 멈추고는 오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청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소녀는 꺄르르 웃었다.

'암. 널 위해선 내가 다칠수 없지 어제같은일 다신 일어나지 않을거야 누군지는 몰라도 수아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가만두지 않겠어!!'

청년과 소녀가 시합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16강을 치루기 위해 온 도장의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거기에는 마도란과 청년과 싸우게 될 갈렌버도 있었다.

시합시작 5분전

"오빠 힘내!! 잘해야돼!!"

-

"그래.. 네가 응원해주니까 더욱 힘이 나는데? 고마워.. 꼭 이길게!!"

청년의 대화를 멀리서 듣고 있던 마도란이 청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마도란에 대한 청년의 생각은 바뀌어있었다. 동생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어이!! 하핫.. 자네 16강까지 진출했구만 대단한데?"

-

"아 마도란씨.. 예선 2차전은 부전승이었어요."

"하핫.. 부전승도 다 실력이지 그래.. 잘해보게 저 갈렌버라는 친구 만만치 않을거야. 나도 자네 시합을 구경하겠네. 응원해줄게!"

-

"네에.. 고맙습니다."

마도란의 응원을 들은 청년은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필승의 목표였던 마도란에게 저런 소릴 들어서였을까. 청년은 천천히 사각의 링 안으로 발을 옮겼다.

"시합시작!!!"

심판의 호각소리와 함께 시합이 시작되었다. 청년과 갈렌버가 생체인식검을 빼어들었다. 대회에서 지급되는 생체인식검은 몸에 전혀 해가 없기 때문에 거의 부상이 없었다. 부상이라고 하면 가끔가다가 발차기나 팔꿈치치기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청년의 검이 갈렌버의 가슴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달(月)의 초식이었다.

갈렌버는 변칙적으로 찔러들어오는 청년의 검을 오른쪽으로 상체를 비껴 피해내었다. 청년은 상대가 검을 피하자 달의 초식에서 바로 물(水)의 초식으로 바꾸어 상대의 허리를 베어나갔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들리고 있었다. 청년의 검이 갈렌버의 허리를 약간 스치듯 지나가자 점수가 올라갔다. 아주 약간이지만 검상이나 다름없었다. 갈렌버가 다소 의기소침한 듯 파상공격을 펼쳤다. 갈렌버의 검은 굉장히 빨랐다. 청년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섬광열검이 빠르다는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몇번 몸 근처를 베어가던 갈렌버의 검은 청년의 왼쪽 다리를 스쳐지 나갔다. 갈렌버의 점수획득의 장면이었다. 사람들은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환호성을 질렀다. 갈렌버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스피드의 귀공자라는 애칭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검술을 가진 사람이었다.

'역시 만만히 봐선 안되겠군'

청년은 바람(風)의 초식으로 상대를 검으로 내리찍었다. 엄청난 파괴력에 갈렌버는 막을 수밖에 없었다. 검(劍).

남자의 상처는 거의 완쾌된 상태였다. 상처 때문에 수업은 늘 반복숙달로 이루어졌다. 소년의 검초는 자연스럽고 명쾌했다. 남자는 소년의 실력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 것을 알았다. 재능이 있는 꼬마였다.

"검술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

"그야 검의 파워와 스피드가 아닌가요?"

"호오 그래? 그렇다면 파워랑 스피드 둘중에 어느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

-

"어려운데요.. 스피드가 더 좋은거 아닌가요? 파워가 아무리쎄도 상대방의 몸에 닿지 못한다면 소용없잖아요 스피드가 뛰어나다면 파워가 약하더라도 상대를 이길수 있을것같은데."

"후후훗 네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런 스피드만으론 상대를 이길수 없다.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정도 고수급에 이르르게되면 스피드만으론 제압할수 없는 내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어느정도의 파워를 지녀야 베어낼수 있지."

-

"아.. 그럼 파워가 더 중요한거군요.?"

"쯧쯧 녀석.. 아직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난 지금 조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피드와 파워의 조화. 두개 다 중요한 것들이다. 둘 중 하나만 모자라도 다른 하나마져 약해지는것이지. 두 개가 한꺼번에 조화를 이룬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스피드가 빠를수록 파워가 강해지고 파워가 강해질수록 스피드가 빨라진다. 물론 둘 중 한가지에만 극히 치중하여 연마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언제나 미흡한 약점을 가진 검술로밖에 발전할수 없는게지"

-

"아. 그런거군요 이제 알겠어요.. 조화에 대한 의미를.."

"그 두가지의 조화는 곧 자연과의 조화라는 뜻도 된다. 자연과의 조화.

.. 천인묘합(天人妙合)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경지.. 즉. 검과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경지.아신검합일(我身劍合一).. 이것이 바로 무념(無念)의 경지이다.."

-

"무념(無念)의 경지.."

"네 실력은 일주천하여 벌써 무위(無爲)의 경지에 들락거릴 정도다.

하지만 무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최고가 된 것이 아니란 것을 명심해라. 플라잉머신 타는놈 위에 호버크레프트 타는 놈들이 있다는것을"

소년은 사부가 우스꽝스런 농담을 한 것을 알았지만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그만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사부는 늘 무념의 경지,무념의 경지 했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 경지였다. 그러는 사부 자신도 그 경지에 근접했을뿐 아직 그 경지에 완전히 들어선 것이 아니라 했다. 그래서 요즘따라 더욱 고민인것같았다.

"오늘 배운 것을 잘 알겠느냐?"

-

"네.. 기본적으론 스피드만 가지고 상대를 제압할수 없으며 파워와 스피드의 조화만이 검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념의 경지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런 뜻이죠?"

"오호. 녀석. 기억력하나는 비상하구나.. .껄껄"

소년은 검을 연마하고 또 연마했다. 벌써 사부와 지낸지도 1년 3개월..

사부는 그 기간동안 몇번 소년의 아버지였던 알카드를 찾아갔었다.

찾아가서는 싫다는 알카드앞에서 검에 대해 논하려들었다. 처음에는 계속 거절하던 알카드 역시 나중에는 그의 친구와 논검(論劍)하게 되었다.

"이보게. 다시 검을 잡을 생각이 없나?"

-

"그럴생각은 없네.. 자네를 돕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검을 잡을 생각은 없어."

"자네의 재능은 썩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것이야 그리고 사부님의 일은 불의의 사고였네. 마도란이란 청년은 뛰어난 검의 귀재였네 결코 사부님의 실력에 뒤지는 실력을 갖춘 자가 아니었어. 자네가 아니면 꺽을사람이 없다는걸 잘 알지 않는가.."

- "나도 알고 있어 사부님의 일은 사고였다는 것을 하지만 검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네"

"자네 혹시 마도란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인가?"

-

"후훗 그런식으로 내 자존심을 건드려도 소용없는 일일세."

"풋 그건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만"

-

"아니, 마도란 이란 청년은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였네 그의 검법이었던 형진검법(形眞劍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검법이었어 우리가 추구하는 천검(天劍)의 도(道)와 상통하는 맥락이었지 다만 그 친구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그 형식(形式)에 얽매이고 있다는 것이었지 그 형식이 지극히 자연에 가까운것이어서 자연스럽게 보이긴 했지만 극의(極意)의 경지에는 도달할수 없었네."

"흠.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 당시의 내 실력으론 이해할수 없었을테지만 나도 꽤 많은 진보를 했거든."

-

"하지만 우리가 연마하는 천검(天劍)은 우리 자신이 바로 그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검법일세. 극의의 경지의 검법을 흉내만 내는 사이비가 이길수 없는 법이지."

"흠 그 말은 자네가 마도란을 이길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 "하하핫 그건 대답하지않겠네"

"이보게.. 다시 젊은날의 알카드로 돌아갈순 없는것인가?"

-

"험험 그럴생각은 추호도 없네. 오늘은 논검은 여기까지만 하지 술이나 마시자구."

소년은 느끼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인 알카드가 검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다시 검을 쥘 날이 올거란 사실을 무(武)

갈렌버의 검이 엄청난 스피드로 청년의 어깨를 베어나갔다. /자베기에 스피드가 더해지니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청년은 나무(木)의 초식으로 아래에서 위로 수직공격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스피드뿐 아니라 파워가 조화를 이루어 뻗어나오고 있었다.

갈렌버는 두 개의 검이 맞부딪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손이 거대한 떨림을 이기지 못하고 마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것이었다.

청년이 불(火)의 기운을 담은 파괴력있는 공격을 감행했다. 청년의 검이 불을 뿜는 듯 갈렌버를 덮쳐왔다.

손이 저려 감히 막을 생각을 할수 없던 갈렌버는 허리를 숙여 피하려들었다. 그때였다.

청년은 자신의 몸이 묘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흙(土)의 초식을 하려고 한적이 없는데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던 것이었다.

허리를 숙이던 갈렌버는 적의 공격이 허초였고 지금 앉은상태로 돌면서 공격하는 것이 실초인것에 기겁하며 공격에 명중당했다.

청년의 놀라운 공격에 사람들은 멍해있었다. 시합종료를 알리는 호각이 울리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와 저 청년 역시 보통이 아니었어!!!"

"맞아 위그넌을 이긴게 운이 아니었어 실력이었다구!!"

"갈렌버도 대단하지만 저 청년 대단한걸? 그나저나 어느도장 출신이래?"

"글세 명단에는 천검도장이라고 나왔는데?"

"그런 도장도 있던가??? 하여간 대단하다 대단해!!!"

관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링아래로 내려온 청년을 마도란이 반갑게 맞이했다.

"와. 자네 다시봐야겠는데? 정말 놀라운 실력이야 대단했어 멋졌다구!!"

마도란의 칭찬을 들은 청년은 괜히 멋적은 듯 웃고 있었다. 마도란은 청년의 실력이 대단한 것을 느꼈지만 자신에겐 못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청년의 움직임이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듯해서 이상하다고 여겼다.

"고맙습니다. 근데 과찬이세요. 전 별볼일 없는 미천한 실력을 가진 녀석이거든요."

청년이 숙쓰러운 듯 웃으면서 말하자 마도란이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지나친 겸손도 때로는 교만이 될 수 있다네 하하핫 어쨌든.. 축하하네 벌써8강이구만. 어? 그러고 보니.

잘하면 나하고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겠구만."

-

"어? 마도란씨도 A조에요?"

"아니 난 B조야.. 원래 8강까지는 A조는 A조끼리 B조는 B조끼리 붙고 준결승에선 서로 섞어서 경기를 치르지 그걸 몰랐나?"

- "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하핫.. 잘하면 나하고 붙을지도 모르겠구만 이거 내가 질수도 있겠는걸???"

-

"아니에요 아저씨의 실력은 저번에 한 번 봤지만 제가 감히 따라갈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후훗.. 아니야.. 자네의 검술을 보아하니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엿보이던데. 그래 무슨 검법인가?"

-

"네. 천검술이에요."

"천, 천검술???"

-

"네.. 왜 그러세요?"

마도란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되묻자 청년은 되물었다.

"어? 어 아니, 예전에 그와 이름이 같은 도장에 있던 검의 명인과 더불어 검을 나눈적이 있었지.. 그때 불의의 사고로 그 분이 돌아가셨어 분명 실력은 나보다 훨씬 윗줄에 놓일만한 분이셨는데. 이상하게.. 나에게 지셨지 뭔가. 엄청난 내력을 소모한 후였던것같아. 그래서 내가 이길수 있었지 그 도장의 이름도 천검인가 그랬었지 후훗.. 우연도 다 있군 그 도장은 나 때문에 문을 닫았는데.."

그 말을 들은 청년은 마도란이란 사람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란걸 알수 있었다. 결코 고의로 그랬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청년은 자신이 바로 그 도장의 후예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냥 말기로 했다.

"하핫.. 정말 우연이군요. 신기하네"

-

"후훗.. 그래 나중에 더 얘기하지 사실 그 도장하고 나하고는 그 이후에도 연이 닿아있었던것같아.. 나에게 일생을 통틀어 첫 번째 패배를 안겨준 인물도 그 도장 사람이었거든.."

"네에?"

- "하핫.. 아니야.. 아무것도. 나중에 보지 난 이만 이쁜 아가씨도 나중에 또 봐요"

마도란은 씁쓸히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청년은 마도란의 말을 믿을수 없었다. 검성(劍聖)이라 일컬어지는 마도란이 패배를 했었다니. 그것도 천검도장의 사람에 의해 무슨 뜻일까.. 청년은 궁금해졌다.

경기가 끝나고 회관밖으로 나온 청년과 소녀는 걷고 싶다는 소녀의 청으로 거리를 걸었다. 소녀는 뭐라고 계속 말을 했지만 청년의 머리속에는 검성 마도란의 패배란 것에만 신경이 쓰였다.

"오빠 오늘 너무 이상해. 이렇게 심각한적이 없었잖아 왜 그래?"

-

"실은 아까 그 사람 말이야 내가 본 사람들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었거든 근데 그 사람이 졌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그래."

"흠 오빠가 늘 자랑하던 그 사부님보다 그 사람이 쎄?"

-

"글세. 우리 사부님은 나와 헤어지실 때 최고의 경지에 이르르셨었지 사부님은 늘 내 덕분에 무념(無念)의 경지에 오를수 있다고 하셨어 아직도 그 뜻을 이해할수 없지만 사부님께서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은 알수 있었지 내 생각엔 아까 그 마도란 이란 사람하고 막상막하가 아닐까 해.."

"우와.. 아까 그 사람이 그 정도로 쎄?"

-

"후훗.. 그래.. 근데 그 사람을 이긴 사람은 누구였을까?"

"혹시 오빠 사부님 아니야?"

-

"흠.. 그럴 리가. 우리 사부님은 나와 헤어지실 때 제 2지역구로 가신다고 했어 그곳에서 친구분이 도움을 요청해서 도와주러 가신다고 했거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지"

"아 그래. 어쨌든.. 그 사람도 무적은 아닌가보지 뭐"

- "그래 사부님께서도 플라잉머신 타는 놈 위에 호버크레프트 타는놈이 있다고 농담하시곤 했었지"

"오빠 나 배고파 밥먹으러 가자.. 오빠.."

-

"그래.. 밥 빨리 먹고 다시 회관으로 돌아가자."

"응? 오빠 경기는 다 끝난거 아니야?"

- "어. 마도란씨 경기를 관람하고 싶어서"

"응 그래.. 오빠 알았어 어? 우리 저거 먹으러 가자!"

소녀의 손에 이끌려 청년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면음식 전문점에 들어갔다. 청년의 표정은 다소 풀린 듯 보였으나 여전히 머리속으론 그 생각뿐이었다.

검(劍)

맑은 눈을 지닌 소년과 중년의 나이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가부좌를 튼채 방안에 앉아있었다. 남자가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너를 가르친지도 2년이 넘었구나. 너의 실력은 네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천양지차의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다. 아직 근력이 덜 발달하여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르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론상으론 모든 것을 마스터한것이나 다름없다."

- "사부님"

"네게 가르쳐 준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인묘합의 경지.. 즉, 무념(無念)의 경지였다. 하지만 아직 네 깨달음이 모자라 그것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구나."

-

"아직 무위(無爲)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하였는걸요.."

"그렇다. 하지만 무위의 경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었다.

다만 무념의 경지는 무언가 깨달음이 있지 아니하다면 이르를수 없다."

- "네에"

"네게 그 깨달음을 가르쳐줄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얻을수 있는것이지. 이 사부는 요 근래들어 그것을 깨닫고 있다.

네 덕분이기도 했지."

-

"네? 저 때문에요?"

"때때로 널 보면 검에 대한 그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그런 마음은 검과 네가 하나라는 아신검합일(我身劍合一)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검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 몸같이 여긴다는 뜻이요,그것은 검과 나 자신을 하나라 여긴다는 뜻과 같다. 내 몸을 스스로 아끼듯이 검을 아끼고 내 몸을 움직이듯 지극히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면 검과나 자신은 검혼일체(劍魂一體)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천인묘합의 경지요,무념의 경지인것이지.."

- "어려워요 사부님"

"흠 그래 자 내 모습을 잘 살펴보거라."

남자가 일어서서는 검을 빼어들었다. 그리고는 검으로 천검술의 7가지 초식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년도 잘 알고 있던 초식이었다.

근 1년여간을 그 초식만을 가지고 연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남자의 검술은 뭔가 다른점이 있었다. 뭔가 엄청난 기운같은것이 검끝에서 발산되는것처럼 위력적으로 보였다.

그런 엄청난 공격을 구사하면서도 그 어떠한 살기도 느끼지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사내의 표정은 더없이 온화하고 평온했다. 그렇게 표현하는것보다 어쩌면 즐거워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소년의 눈에는 그의 사부가 즐거워하는것처럼 보였다.

남자의 초식들은 점점 모양이 바뀌어갔다. 7가지 초식의 그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초식 아닌 초식이 되어 소년의 머리속을 맑게 해주고 있었다. 그런 형식없는 자연의 초식들은 전혀 끊기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결동작들로 이루어져 완벽한 하나의 검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검법(天劍法)"

소년의 입에서 나지막히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의 사부의 검술은 자연과 완벽히 하나가 된 무념(無念)의 경지에서 펼쳐진 것들이었다.

도저히 예측할수 없는 초식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연결되고 있었다.

남자의 검이 허공에서 멈추자 소년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

-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무념의 경지에서 뻗어져나온 검술이다.

이것이 본연의 천검술인게지"

"사부님 저도 그렇게 할수 있나요?"

-

"후훗 내가 너를 보고 깨달았다 하지 않았느냐? 넌 언젠가 네스스로 터득하게 될 날이 있을게다."

"그럼 사부님의 사부님을 이겼다는 그 마도란이란 사람이 쓴다는 형진검법보다도 더 쎈 검법인가요?"

-

"후훗.. 그렇단다 형진검법은 분명 강력한 검법이긴 하지만 천검술을 흉내낸 정도의 검법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검법을 조금더 승화시킨 검법이 우리 천검술이라 생각하면 돼지.."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요."

남자는 소년의 칭찬을 받았지만 기쁘지 않았다. 소년과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던것이었다.

요즘들어 기승을 부리는 타 종족들 때문에 여러도시들이 위협받고 있었다. 남자는 오로지 마도란을 꺾겠다는 일념하나로 검을 연마해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알았다.

그런 명예나 이기고자 하는 욕망따위는 검술 그 자체를 연마하여 정신 수양하는것에 저해요인이 될 뿐이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더 이상 그런 것이 무의미해졌기에 검을 가지고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소년을 가르치는 낙으로 2년을 보냈었다.

소년의 실력은 웬만한 무인들 뺨칠정도로 놀라웠다. 그런 소년을 보면 늘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년의 실력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가르쳐줄수 있는 것은 다 가르쳐준 상태였다.

남자는 알았다. 소년이 스스로 체득하기전에는 가르쳐줄수 없는것도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소년을 자신의 손아귀안에서 가둬두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좋은 일에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바로 다른 종족들의 위협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특히 저번에 헤켈들로 인해 부상까지 입었던 남자는 그 부상의 흉터를 볼때면 타 종족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 때마침 친한 친구로부터 구원요청이 왔다.

2지역구에 살던 르카도라는 친구로부터였다. 잦은 세이렌들의 출몰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르카도란 친구는 아주 영특한 친구였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그는 몇 년내에 세이렌들이 대규모로 공격할 것을 예측해냈다.

하지만 그들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르카도가 생각해낸것이 바로 특수소대였다. 특수소대는 구식 건(Gun)이 통하지 않는 세이렌들을 상대로 강력한 광선검으로 무장한 검사들이 육박전을 벌이는 식으로 싸우는 임무를 띈 부대였다.

르카도는 한명의 검사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멀리 있던 남자에게까지 연락을 취했던 것이었다. 남자는 그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소년이 마음에 걸렸지만 더 이상 가르쳐줄것이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도리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남자가 소년을 그윽한 눈으로 응시했다. 스승이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늘 엄하던 사부가 갑자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자 멍해졌다.

"카인 이제 네게 더 이상 가르칠게 없다."

-

"네? 전 아직 많이 부족한걸요. 그런데."

"아니. 넌 이미 모든 것을 배웠다. 아직 네 실력이 모자란 것은 내가 가르쳐서 될 문제가 아니야 네가 스스로 깨달아야만 도달할수 있는 경지인것이지 난 이제 2지역구로 떠날 것이었다. 그곳에서 타 종족들에게 핍박받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것이었다. "

-

"사부님."

소년의 눈에는 사부와의 이별을 짐작한 듯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남자 역시 소년의 눈물을 보자 가슴이 메어왔지만 사부답게 눈물은 흘리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검을 연마하거라.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넓은 세계로 나가거라. 아직 네 신체가 완전히 발달한 것이 아니어서 지금은 무리겠지만 나중에는 큰 물에서 다른 무인들과 검을 나누어보거라.. 그렇게 되면 언젠가 무념(無念)의 경지를 깨달을 날이 올 것이었다."

-

"사부님.. 다신 볼수 없는것인가요?"

"후후훗 녀석. 이 사부가 설마 다른 종족들에게 당할성 싶으냐? 이 사부는 죽지 않는다. 반드시 또 볼 날이 올게다."

-

"사부님!!"

소년은 모처럼 어린아이처럼 울먹였다. 남자는 그런 소년을 안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둘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사부와 제자 둘다 한 번 하기로 한 것은 포기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소년의 아버지를 만나기로 했다.

소년과 남자가 소년의 집으로 향했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왠지 다신 사부를 볼수 없을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그 생각을 이내 떨쳐버렸다. 자신이 불길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렇게 될것만 같아 애써 좋게 생각하려들었다.

소년의 집에 도착한 남자는 소년의 아버지 알카드를 만났다. 대부분 차만 마시던 남자와 소년의 아버지는 모처럼 술을 꺼내어 마시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님을 알고는 동생 수아와 함께 집 밖을 나섰다.

남자는 알카드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난 2지역구로 가네.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거야"

-

"흠 역시 자네는 그 착한 심성을 버리지 못했군 자네가 있어 아마 그 지역은 안정이 될걸세.."

"그동안 고마웠어. 자네 자네 아들을 내가 가르쳤네"

남자의 말을 들은 알카드는 이미 알고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네 말리고 싶었지만. 말릴수 없었네. 난 그럴 자격이 없기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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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건 자네 자격지심일뿐일세 자네는 아직도 그 망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구만."

"아닐세. 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졸장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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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린가?"

"난 사부님께서 돌아가실 때 다신 검을 잡지 않겠노라고 했었다네. 그건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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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런데 난 분을 못이겨 다시 검을 잡고 말았다네. 자네에겐 검을 잡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실은 검을 사용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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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설마???"

"그래 상대는 마도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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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가 그래.. 어떻게 되었나?"

"결론만 얘기하자면 나의 승리였네. 하지만 무승부나 다름 없는 각결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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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짐작이 가는구만.."

"자네가 무념의 경지에 이르른 것을 느낄수 있네 나도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 있거든. 단 한 번의 느낌이었지. 마도란과의 각결에서 느꼈던.

그 황홀감. 그 이후론 다신 느낄수 없었어. 그리고 다신 검을 잡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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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도 마도란하고 한 번 겨뤄보고 싶었다네 하지만 그 마도란이란 친구를 짓밟고 싶지 않았어 그를 이길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지는 않았을걸세."

"후훗 자네 심정은 잘 알지. 그 모든게 무의미하단 것을 깨달은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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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역시. 자네하고는 마음이 통하는군 그래. 마도란이란 친구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였어 사부님께서 돌아가신 것은 순전히 사고였고.

그 친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네. 이제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네."

"후후훗.. 다행이야. 자네에게 이런 얘기를 할수 있게 된 것이 자네가 언제까지고 마도란에게 악의를 품고 그를 꺾겠다는 상념만으로 검을 연마하려했다면 절대로 이 말을 안했을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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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자 술을 들지. 이것이 마지막 술잔이 될지도 모르니."

남자와 알카드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주량을 넘어서 의식이 멀어질때까지.

소년이 집에 돌아왔을 때 남자는 없었다. 벌써 떠나버렸던 것이었다.

소년은 눈물이 나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앞으로는 혼자 힘으로 검을 연마해야했다.

'난 자신있어요 해낼거에요 사부님께서 그렇게 칭찬하시던 마도란이란 아저씨도 이길거구요 저를 응원해주세요. 카켄 사부님.'

소년의 사부의 이름은 카켄이었다. 2지역구에서 신검(神劍) 카켄이란 별호를 가진 검의 명인.. 그는 수많은 활약을 하다가 제2차 세이렌 대전때 전사한 것으로 역사에 남았다

무(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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