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25화 (25/120)

제 목: 29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9

[주석] -3- 알카드(숙명.....) (2) -알카드(숙명.)-소년은 점점 이야기가 재밌어진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검법은 그리 화려한 검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늘 그 별볼일 없는듯한 움직임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뿜어내곤 했지 다른 검법들은 화려함을 추구해서 사람들의 눈에는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천검법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자들의 수는 다른 도장들이 더 많았다. 우린 거의 밖으로 나도는 일 없이 우리 천검도장에서만 활동을 했었다. 그래서 더 제자들의 수가 적었는지도 몰라"

그랬다. 천검도장은 아주 작은 도장인데다가 그 주 검법인 천검법이 그다지 멋이 없다는 평을 받고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었다. 하지만 결코 다른 검법에 뒤지는 검법이 아니었다.

늘 도전해오는 다른 도장의 검객들을 모두 이겼던 것이었다. 그러나 절대 다른 도장으로 찾아가서 도전하는 일은 없었다. 아이자크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검을 정신을 수양하는 도구로 생각했던 그는 검을 가지고 이름을 떨치고 싶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제자는 몇 명 없었다. 그들도 힘든 수련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지 끝까지 남은 건 나와 네 아버지 알카드 뿐이었다. 알카드는 엄청난 실력향상을 보였지. 난 그의 발끝에도 못미쳤어.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알카드는 수련도중에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엄청난 기운이 몸을 뚫고 터질 듯이 흘러나온다는 느낌 그건 이때껏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운이었다. 이런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았던 알카드는 몸의 체력이 바닥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힘을 발산시켰다. 즉,온힘을 다해 검술을 펼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엄청난 경지에서 한단계 더 윗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는데 무리했던 것이었다. 갑자기 알카드의 몸이 뻗뻗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발산되었던 기운들이 어느덧 차가운 냉기가 되어 몸의 근육들을 뭉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자크는 창백한 안색으로 쓰러져있는 알카드를 발견했다.

알카드의 상태를 본 아이자크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기운을 집중해 알카드의 뭉친 근육들을 이완시켰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아이자크는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알카드가 한 번 더 발작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정신이 나가 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던 것이었다.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에서 아이자크는 검에 스치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알카드는 깨어났고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치료한 스승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알카드는 볼수 있었다. 양쪽 눈을 베여 더 이상 눈을 뜰수 없었던 아이자크를

"그 일이 있은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형진(形眞)도장에서 누군가 찾아왔단다. 형진도장은 형진검술을 바탕으로 하는 도장이었는데 그 검술은 아주 뛰어난 검술이었단다 그 당시 그 어떠한 검술들보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검법이었지.. 다시 말해 동물들의 움직임,자연의 움직임. 이러한 움직임을 검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할수 있었지.. 근데 그 도장에서 우리 도장에 각결을 즉 1:1 대결을 펼치기 위해 누군가 찾아왔던것이었어!"

남자의 말에 소년은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그만큼 소년에겐 숨겨진 아버지의 비밀이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원래 각결이라면 네 아버지가 나가서 싸웠을텐데 네 아버지는 몸이 많이 안좋은 상태여서 그럴수 없었지 그렇다고 실력도 보잘것 없는 내가 나서면 질게 뻔하고.. 그렇다고 각결신청을 거절하면 도장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테고. 그래서. 사부님께서 각결을 하셨던 것이지.."

남자의 말에 소년은 아까 아버지와 남자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나 때문에 사부님께서 어떻게 되셨는지 자네가 더 잘 알잖아!'

"사부님께서는 형진검법의 고수였던 마도란에게 지셨지.. 그것도 부상을 크게 입으셨지 눈이 멀은지 얼마 안되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는데 끝내 각결을 고집하시다가 그렇게 되셨어.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 "흠"

소년은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아버지 알카드가 느끼는 죄책감을 아마 아무도 이해할수 없으리라.. 소년은 아버지의 그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 후로 네 아버지는 다신 검을 잡지 않았다. 난 스승님의 손에서 자란 고아였기에 도장을 떠날 수 없었지 그래서 그 이후에 나 혼자의 힘으로 천검술을 연마했다. 내 실력은 아직 고강한 것은 아니지만 네 아버지는 이길수 있을게다.. 네 아버지가 그 이후로 한 번도 검을 잡지 않았다면."

남자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마 라이벌의식에서 생겨난 무언의 의지같은 것이었으리라 소년은 남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럼 왜 아버지를 다시 찾으신거죠?"

-

"후훗 녀석 그건 나도 모르겠다. 예전에 네 아버지가 겪었던것을 나도 겪어봤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 하지만 난 그걸 초월할 수는 없었다. 아니, 조금더 노력하면 초월할수 있지만 아직은 그럴수 없었어 그래서 네 아버지라면 뭔가 알고 있는것이 없을까 궁금했던거지.."

"그렇군요. 전 아버지께서 검술을 할줄 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요"

-

"후훗.. 그래.. 나도 네 아버지 몰골을 보고 놀랐다. 예전엔 검을 하도 많이 쥐어서 손에 굳은살이 많이 박혀있었는데 이젠 다 없어졌더라. 근육골격도 많이 줄어든것같고 그래도 기본기라는 것이 있으니 다시 시작하면 금새 늘지도 모른단다."

"제게.. 그 검술이란 것을 한 번만 보여주시겠어요?"

소년의 눈빛은 간절했다. 아니,남자는 소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알카드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소년에게라도 보여줘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었는지 모른다.

남자가 조심히 검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검술을 펼쳐나갔다.

정말 바람가르는 소리가 귀에 와서 닿을정도로 파괴력있는 검법이었다. 다만 멋이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지만 일초 일초를 뻗을때마다 소년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 천검술.. 배우고 싶어요"

소년이 말했다. 소년의 말을 들은 남자는 생각했다. 사실 자신의 대에서 도장이 문을 닫아 더 이상 제자가 없었던차였다.

알카드의 아들이라면 재능을 타고났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카드가 반대할것이 분명했다.

"네 아버지가 싫어할텐데.."

-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에겐 비밀로하고 배우면 안되나요?"

소년의 말은 거짓이었다. 아니,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 정말 검에 대한 열정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었다. 남자는 그걸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좋다. 네 뜻이 갸륵해서 청을 받아주마 하지만 검술은 고된 수행(修行)이다. 결코 도중에 포기해선 안된다."

소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소년의 각오는 대단했던 것이었다. 무(武)..

청년이 눈을 떴을 때 밝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2지역구는 1지역구에 비해 상당히 기후가 좋은 편이었다. 먼지층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적당히 내리쬐고 있었던것이었다. 3지역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기후속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어? 오빠 일어났어? 헤헷 자아.. 여기 어서 빵먹어 내가 오빠 깨어날까봐 조심해서 만든거야."

수아의 손에는 작은 빵조각이 들려있었다. 늘 동생의 빵을 먹는 청년이었지만 따스한 느낌은 여전했다. 빵을 맛있게 먹는 오빠를 보고 수아가 말했다.

"오빠는. 왜 검을 해?"

청년은 수아가 그 질문 하기를 좋아한다는걸 알았다. 지금껏 몇번이고 되풀이 되는 같은 질문이었지만 그는 늘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오빠는. 마음을 맑게 만들고 싶어"

-

"마음은 왜 맑게 하고 싶은데?"

"흠.. 글세. 마음이 맑아야 일이 잘 풀리거든. 지켜주고 싶은 사람도 지켜줄수 있고"

-

"지켜주고 싶은 사람? 그게 누군데?"

"바로 너 수아"

-

"와 정말? 하하핫."

청년은 따라 웃었다. 수아의 질문은 늘상같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늘 웃었다. 그런 수아를 진심으로 지켜주고 싶었던 청년이었다.

'비록 네가 그런 상태지만 널 영원히 곁에서 지켜줄게 수아야..'

"오빠 오늘 예선전 잘해야돼? 지금껏 맷날 열심히 연습했잖아 수아랑 놀아주지도 않고 그러니 더 잘해야돼? 알았지?"

- "그래 녀석 널 위해 꼭 이길게"

청년은 알고 있었다. 수아가 검(劍)을 시기하고 있다는 것을 청년이 검을 배우기 시작하고부터 수아는 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아보다 검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빠가 좋아하는 검이기 때문에 수아는 검을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순수한 소녀였던것이었다. 청년은 그런 수아를 위해 이기겠노라 다짐했다.

검(劍)

"검(劍)을 배우기 위해선 우선 마음을 다스릴줄 알아야한다.

마음이 곧지 못하다면 네 검도 곧게 펼칠수 없다"

남자는 고작 어린애를 데리고 어려운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하지만 소년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런 진지함 때문에 더욱 열의가 생기는지도 몰랐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

"무욕(無慾),무위(無爲),무념(無念) 세가지 경지가 있다."

"잘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남자는 미소지으며 나직히 말했다.

"네가 이해한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할게다. 첫 번째 경지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있다. 네가 원하고자 하면 못얻을 것은 없겠지만 원하는 것이 없다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었다."

남자는 무욕(無慾)의 경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지만 소년이 이해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모든 지식까지도 전수해주고 싶은 스승의 마음이랄까.

"무위의 경지는 행함이 없는 경지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못할것이 없겠지만 행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는 경지이다."

-

"......."

"마지막으로 무념의 경지를 들수 있다. 이 경지는 나도 겨우 들락날락하는 경지로서 가장 상위의 경지라 할수 있다. 생각하고자한다면 이치를 깨닫지 못할것도 없겠지만 생각없이도 모든걸 아는 경지이다."

-

"정말 어려워요. 그걸 이해해야만 검을 다룰수 있나요?"

"아니다. 다만 네게 천검술의 기본적인 단계를 말해주고 싶었을뿐이다. 오늘부터 수련에 들어가야한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체력이듯이 검술도 마찬가지로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한다. 오늘부터는 집중적으로 체력을 기르도록 한다.

먼저 심폐기능부터 단련시키도록 하자."

남자는 밖으로 나와 소년과 함께 나란히 도로를 바라보며 섰다. 그리고는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의 빠른 발놀림에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남자가 멈춰선지 한참후에야 소년은 남자가 있는곳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기초체력은 뛰어나구나.."

소년은 돈이 없어 늘 뛰어다녔던 생각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게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남자와 하루종일 뜀박질만 하던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다. 소년을 맞이한 것은 수아였다. 수아는 오빠가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걱정이 되는 듯 칭얼댔다.

"오빠, 어디갔다 왔어. 나만 혼자 두고. 이젠 내가 미워진거야?"

-

"아니.. 그렇지 않아.. 오빠는 검을 배우러 다닌단다. 오늘 처음 배웠지만 앞으로 계속 배울 생각이야."

"그럼 나 맷날 혼자 집에 있어야해?"

- "그래. 언젠가 검을 다 배우고 나면 네게 보여줄게. 약속해"

"난 검이 싫어 오빤 나보다 검을 더 좋아하나봐. 치이.."

-

"아냐 그렇지 않아.. 내가 검을 배우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야.."

"그게 누군데?"

-

"그건 바로 수아야.. 내 사랑스런 동생 수아지.."

소년의 말을 들은 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오빠의 귀를 만지작 거렸다. 소녀 특유의 버릇이었다. 소년은 같이 웃으며 소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널 혼자 내버려둘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 수아..'

무(武).

청년과 소녀가 발카로스시 중앙회관에 도착했다. 중앙회관은 검술경연대회를 여러번 치룬 유명한 명소였다. 그만큼 뛰어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관중석의 규모도 엄청났고 검술을 겨루는 링도 많았다.

청년은 대진표를 보고는 자신이 예선 A조에 편성된 것을 알았다. 첫 상대는 풍신도장의 위그넌 이었다. 풍신도장의 주기술은 풍신권(風神拳)이었는데 주먹에다가 검을 결합시킨 형태의 풍신검을 사용했다. 첫 상대부터가 만만치 않은 상대란걸 직감할수 있었다.

이미 풍신검의 바람의 가르기는 꽤 화려하고 유명한 기술로 정평이 나있었기때문이었다.

청년이 대진표를 보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소녀가 물었다.

"오빠? 왜 그래? 상대가 쎈거야?"

-

"흠 아니야 그냥 좀 배가 아파서.."

청년은 그렇다고 할수 없었다. 동생이 걱정할게 뻔했기때문이었다.

"그래? 괜찮겠어? 약사다줄까?"

- "후훗. 아니야 오빤 괜찮아 2시에 시작이니까.. 오전에는 다른 선수들의 시합을 관람하자"

청년과 소녀는 다른 선수들의 시합을 보기 위해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년에겐 관심이 가는 시합이 있었기때문이었다.

바로 형진(形眞)검법의 고수였던 마도란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합을 꼭 보고 싶었던 그였다.

관중석에 앉은지 얼마 안되어 마도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관중들의 환호성이 그칠줄을 몰랐다. 그만큼 유명인사였던가? 청년은 마도란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저 마도란 이란 사람 꽤 유명한가보죠?"

청년의 질문에 그 남자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보이고는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쏘아 말했다.

"자네 촌에서 왔구만?"

- "네? 아 네 올라온지 얼마 안됐어요"

"그러니 모를법도 하지 저 마도란이란 사람.. 이 대회에서 3연속우승을 따낸 사람이야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아마 이번대회에서도 우승할게 뻔해."

-

"아. 그랬군요.. 그래서 관중들의 성원이.."

청년은 주눅이 들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는 마도란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상대는 별볼일 없는 도장의 무인이었는데 마도란의 단칼에 패배당하고 말았다.

경기는 생체인식검을 이용해서 치뤄졌다. 생체인식검은 레이져빛을 이용해서 검신의 형상을 만들어낸검으로 사람의 몸을 베어내면 그냥 투과가 되지만 검끼리 부딪혔을땐 서로 상충작용으로 튕겨내는 검이었다. 그래서 전혀 부상없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을수 있던 검이었다.

마도란의 생체인식검에 상대는 제대로된 검초하나 펼치지 못하고 허리를 베이고 말았다. 정말 날카롭고 예리한. 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베기였다. 만약 진짜 검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한 청년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오래전에는 생체인식검이 없었기에 각결을 펼칠 때 진짜 검으로 승부를 겨루었었다.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는 청년에게 소녀가 말했다.

"오빠! 너무 싱겁게 끝났다. 그치?"

- "어. 그래"

"오빠? 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야? 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려?"

-

"어? 아니야.. 난 괜찮아. 가자 내 시합이 곧 치뤄지겠다."

"어? 무슨 소리야.. 아직 점심시간도 안된것같은데."

-

"어? 어 내 말은 밥먹으러 가서 시합준비를 하잔 소리지. 가자!"

청년은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정말.. 지극히 자연스러운 베기였다. 내 검술이 과연 저정도 경지에 이르렀을까.' 검(劍)

매일 되풀이 되는 체력단련에 소년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하지만 군말없이 수행을 하는 소년을 남자는 이미 마음속으로 칭찬하고 있었다.

"좋다. 이제 체력단련은 이정도로 하자. 하지만 매일 이정도 씩은 해야한다는걸 알아두거라"

소년은 하루종일 체력단련만 하다가 오늘은 두시간정도밖에 안하자 이상한 듯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웃으면서 소년의 머릴 쓰다듬어주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참을성도 필요한 것이었다. 네 인내심은 이걸로서 인정받은거나 다름없다. 오늘은 기본적인 검에 대해 배워보도록 하자"

-

"와 정말요? 이제 검을 쥘 수 있나요?"

"후훗.. 아니 배운지 한달도 안됬는데 검을 쥐다니.. 그건 너무 진도가 빠른거야.. 천천히 배워나가도록 하자"

-

"넵. 열심히 할게요!!"

소년은 느낄수 있었다. 조만간에 검을 쥘날이 올거란 것을 남자는 소년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론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었다.

"원래 검이란 것은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일수도 있다."

-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모든 기운은 몸속에 존재한다. 그런 기운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줄 안다면 굳이 검이 없이도 상대를 제압할수 있다.

검은 단지 맨주먹대신에 쇠를 사용하는 차이밖에 없다.

권법과 검법은 전혀 다른것처럼 보이지만 그 맥락은 같은 것이었다. 권(拳)을 알아야 검(劍)도 이해할수 있다. 권을 뻗는것에다가 칼자루하나를 쥐는 것이 검인 것이었다."

남자는 모든 권법과 검술은 서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검술로 성공하려면 권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한다는 뜻도 되었다.

"권법은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지만 그 기운이 고강하면 보통 검으로 찌르는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수 있다. 네게 권법을 가르쳐주도록 하겠다."

남자의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내질러졌다. 단지 앞으로 지르는 주먹인데 소년은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주먹을 지르는데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다만 무욕(無慾)의 상태로 천천히 주먹을 내지르면 되는 것이었다. 앞에 놓인 벽돌을 부수겠다는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고 앞에 서 있는 상대방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겠다는 욕심을 부려서도 안된다.

그 욕심을 버리는 것이 바로 무욕의 경지인 것이었다. 자아..

천천히 주먹을 뻗어보거라"

소년이 주먹을 내지르자 남자가 크게 호통쳤다.

"거보아라!!! 주먹에 힘이 너무 들어가있지 않냐? 힘을 준다고 해서 강력한 주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상체는 움직이지 않게하여 고정하고 단지 주먹만 앞으로 지르면 된다. 이것이 기본이다.

기본부터 잘해야 나중에 뭔가 배울수 있지 않겠냐?"

소년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체력단련덕분인지 양 무릎을 굽히고 천천히 주먹을 내지르는데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남자는 내심 감탄하면서도 겉으론 화를 냈다.

"아직 아니다!! 아직 멀었어!! 그래서는 형진검법을 이길수 없다!! 그 상태로 주먹지르기만 300번을 한다. 시작!!"

소년은 형진검법이란 말을 듣고는 적개심이 생겼다.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마도란이란 사람의 이름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주먹지르기를 하던 소년은 200번도 채 못하고 포기했다. 남자는 소년이 비록 포기하긴 했지만 그정도도 대단한것이라 생각하며 큰 재목이 될거란 예감이 들었다.

소년 역시 마도란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는 자신이 무념의 경지에만 도달한다면 마도란을 충분히 이길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남자 역시 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무(武)..

청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방은 풍신검술의 고수 위그넌이었다. 사각의 링안에서 두명의 무인이 생체인식검을 들었다.

심판의 호각소리가 들리자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모두 위그넌을 응원하는 소리리라.

청년은 위그넌의 눈빛을 응시했다. 한치의 떨림도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눈빛이었다. 당연할지도 몰랐다. 상대는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이름도 없는 천검도장출신인 신출내기였던 것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위그넌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신감에 차있던 위그넌이 먼저 선제공격을 가했다. 위그넌의 검이 청년의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청년은 위그넌의 검을 가볍게 옆으로 밀어내고는 수직으로 베어내려갔다. 위그넌은 다급히 잃었던 중심을 잡고 청년의 검을 막아냈다.

일(一)자로 검을 들어 막았던 위그넌은 자신의 배쪽으로 찔러들어오는 청년의 검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어느새!!!!'

위그넌은 급한대로 옆으로 돌아 피했지만 청년에게 점수가 돌아갔다. 원래 검이었다면 허리에 검상을 입었을것이었다.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점수만 올라가고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승세는 기울어있었다. 위그넌의 눈엔 더 이상 자신감이 보이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청년은 의외로 상대방의 실력이 형편없자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별 다른 공격없이 휘둘렀을뿐인데 상대방에게 먹혔던 것이었다.

위그넌은 상대방의 별 특별해보이지 않는 검술에 자신이 당황하고 있음을 직시하고는 주특기인 바람의 가르기를 구사할준비를 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거꾸로해서 검신이 자신의 뒤쪽으로 가도록 고쳐쥔 위그넌은 청년을 향해 돌진했다.

위그넌이 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一)자 가르기를 펼쳤다.

그러자 엄청난 바람의 기운같은 것이 검모양을 따라 뻗어져나왔다.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함성소리가 들렸고 청년 역시 만만치 않은 공격임을 인정했다.

청년은 마치 바람처럼 날아오는 검을 향해 검을 뻗었다. 청년은 느낄수 있었다. 자신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하고자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행해지고 있음을 말이다.(無爲)청년의 검이 커다란 움직임없이 자연스럽게 위그넌의 검과 부딪혔다. 그러자 두 개의 검중에 하나가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청년은 막은 자세 그대로 서있었고 위그넌은 자신의 오른손목을 왼손으로 붙잡은채 망연자실 서있었다.

심판이 호각이 들렸다. 검을 놓친 것은 패배한것이나 다름없었다.

"카인 승(勝)!!!"

위그넌의 엄청난 공격을 너무 싱겁게 막아내자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말들을 했다.

"위그넌 컨디션이 안좋은가봐?"

"아냐 저 청년이 엄청나게 강한거라구"

"그럴 리가!! 저런 녀석은 본적도 없는걸?"

"그런가? 하지만 우승후보까지 거론되었던 위그넌이 이렇게 쉽게 졌다는 건 놀라운 일인데?"

"하여간 대단하다!! 잘했다!!"

사람들의 환호속에 청년은 링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방금전 그 손의 감각을 되새겨보고 있었다.

'이것이 무위(無爲)의 경지란 말인가'

청년이 내려오자 한 소녀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와아!!! 오빠 정말 멋있어!!! 정말 대단해. 저 위그넌이란 사람 굉장히 멋있는 검술을 구사하던데. 정말 대단해 그런 사람을 이기다니.."

소녀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사부가 말해준 무욕,무위,무념의 경지중에 무위의 경지를 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기때문이었다.

'사부님께서는 무념의 경지에 다다르셨다. 그렇다면 그분의 실력은 도대체 어느정도란 말이지? 우리 아버지의 사부님도 나의 사부님처럼 강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마도란의 실력은 어느정도란 말인가.'

청년은 소녀와 함께 중앙회관을 빠져나왔다. 시끌벅적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년은 곧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오빠. 왜 그래? 이겼는데 기분이 안좋아?"

-

"어 아니야.. 당연히 이겼으니 기분이 좋지. 다만 생각할게 좀 있어서 그래."

"치이 오빠는 맷날 검에 대한 생각만 해 내 생각도 좀 해주면 어디 덧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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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아니야.. 오빠는 맷날 네 걱정을 한단다.."

"거짓말!!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오빠는 검만 가지고 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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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야? 니가 그렇게 될 때까지 내가 가만 내버려둘것같아? 내 곁에만 있으면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후훗.. 정말? 역시 오빠밖에 없어. 헤헷.."

청년은 늘상 동생이 자신의 검을 시기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늘은 뭔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소녀가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조금이나마 느껴서였을까???

검(劍)

"이제 권(拳)에 대한 이해는 거의 다 된것같구나. 정말 빠른 성장이다.. 한달만에 이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정말 놀랄일이다."

남자의 집에서 검에 대해 배운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권을 배운 것이 한달이었는데 남자는 소년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었다.

남자는 모처럼 생기를 찾은 사람처럼 설레였다. 소년을 만나서일까. 소년을 가르치며 예전에 사부가 그에게 했던 주옥같던 가르침들을 되새길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무념의 경지에 약간씩 접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소년의 낡은 옷은 권을 연습하느라 겨드랑이 부분이 헤졌다.

남자는 그 옷을 보며 소년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느낄수 있었다.

"권을 알았으니. 자연히 각(脚)에 대해서도 알았을 것이었다.

발차기 연습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여라. 이제 때가 된것같다.

네게 검을 가르칠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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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사부님 그게 정말이에요?"

소년의 초롱초롱한 눈은 사부의 말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 하지만 한가지 명심할게 있다. 하루아침에 완성된것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몇십년씩 연마하는것이 좋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천천히.. 지금처럼만 열심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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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처럼 항상 열심히 할게요!!"

"좋다. 그럼 오늘부터는 천검술에 대해 가르치도록 하겠다.

천검(天劍)이란 것은 하늘의 검(Sky's Blade)이란 뜻이다.

여기서 하늘이란 것은 우리가 늘상 보는 먼지 가득한 하늘이란 뜻이 아니다. 자연(自然,Nature). 이 자연을 대표할만한 것이 하늘이기에 천검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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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대로라면 자연검술 이겠군요."

"그렇다. 자연이란 것은 무엇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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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는 모든 나무와 바람,해,강,바다 모든 생명체.

이런것들이 자연 아닌가요?"

"그래.. 그렇다. 그런것들이 바로 자연이다. 그러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검술 그것이 바로 천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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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래. 우리 자신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과 하나가 될때 가장 유연한 움직임을 구사할수 있는거란다. 만약 인위적으로 움직이려들고 생각하려한다면 자연의 법칙과 무관하게 될 것이었다.

그건 자연에 흐르고 있는 기운과 접촉하여 서로 상충되는 작용을 해 극치의 움직임을 만들어낼수 없는 것이었다."

소년은 어려운 말을 머릿속에 기억하려고 애썼다. 남자는 그런 소년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즉,천검술이란 것은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기운에 순응하여 몸을 맡긴채 검술을 펼치는 것이었다. 너도 잘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솔직히 이것을 시행하기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어려운 말이지 그래서 천검술은 가장 자연과 가까운 움직임들부터 배워나간다."

남자의 말에 소년은 그제야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말은 도무지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연에 가까운 움직임은 월(月),화(火),수(水),목(木),토(土),일(日),풍(風) 의 7가지로 이루어져있다. 달(Moon)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찌르기 공격으로써 그 모양이 시시각각 변할수 있는 변초공격이 특징이다. 그리고 불(Fire)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자 베기 공격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물(Water)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일(一)자 베기 공격으로 유유히 흘러가듯 상대의 허를 베는 날카로움이 특징이며 나무(Tree)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아래에서 위로 수직으로 베는 공격으로 그 뻗어나감이 순식간이라 그 스피드가 장점이다. 흙(Soil)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앉은상태에서 한바퀴 돌면서 적을 일(一)자로 베는 공격으로 회피하면서 공격할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태양(Sun)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검을 S 자 모양으로 그어내리는 공격으로 변화무쌍함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바람(Wind)의 기운을 담은 공격은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베어버리는 공격으로 목(木)의 공격과는 달리 빠르지는 않지만 파워가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소년은 어려운 말들이었지만 계속 되뇌이며 외우려노력했다.

"네게 이 기술들을 하나 하나 차례대로 가르쳐줄 것이었다.

한가지는 명심해라 이런 기술들은 천검술을 연마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지 천검술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을 흉내내는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었는데 그것까지 이해하진 못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검(劍)의 연마였다 무(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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