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22화 (22/120)

제 목: 27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7

[기가 슬렌더] -16- 세느카 아이리스(긴 어둠의 터널속으로.....) -세느카 아이리

스(긴 어둠의 터널속으로)-

세느카는 동료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모른채 미시케의 집에 도착했다. 집안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파인리히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카인의 MTM 을 호출했다. 그러나 그것도 불통이었다. 카인이 거짓말 한 것을 몰랐던 세느카는 전파방해 때문에 그런줄 알고 답답해 미칠지경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것이지. 왜 파인리히도 돌아오지 않는거야 카인도 연락이 안되고.. 미시케는 무사할까 어째서 나는 친구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것이지. '

세느카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도 모른채 친구들을 걱정했다. 무력한 자신의 힘을 늘 비관해오던 그녀였다. 특히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런 자신이 더욱미워졌다.

세느카는 더 이상 미시케의 집에서 기다릴수 없었다. 이번일도 자신을 노린 헤켈이 공격한 것이라 지레짐작한 세느카는 결자해지 (結者解之)의 생각으로 자신이 직접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던 것이었다. 무작정 큰길을 따라 뛰어갔다. 그 헤켈이 나타나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카인의 입자폴리곤 단검과 세이타르의 오른손이 부딪히자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두 개의 거대한 파워가 정면 충돌했으니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몰랐다.

파인리히는 멀어저가는 의식속에서도 카인이 이기기만을 바라며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2개체의 세이렌을 해치운것도 대단한 성과였지만 그들과는 엄청나게 다른 굉장한 실력을 지닌 세이렌과 대등하게 싸우는 카인이 듬직해보였다.

입자폴리곤 단검이 몇미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카인이 검을 쥐고 있었던 오른팔을 왼팔로 감싸쥐고 있었다. 엄청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검을 놓쳤던 것이었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은 카인만이 아니었다. 세이타르는 엄청난 충격과 동시에 팔의 근육들이 끊어져나감을 느낄수 있었다. 당분간은 오른쪽 팔을 쓸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다 엄청난 공력을 소비했는지 더 이상의 공격을 하려들지 않았다.

그건 세이타르에겐 기회였다.

세이타르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2명의 적에게 2개체가 당하고 자신마져도 부상당해 도망치는 불명예스러운 퇴각이었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했다. 가오사이보그들이 출동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이상한 붉은색 갑옷의 카인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세이타르는 믿을수 없는 스피드로 달려나갔다. 카인은 재빨리 검을 줍고 쫓아가려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뒤에서 파인리히가 긴 신음을 토하고 있었기때문이었다. 파인리히의 상태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세이타르가 도망친 것을 봤는지 미시케가 뛰어왔다. 뛰어온 미시케는 파인리히의 머리를 자신의 팔로 받힌후에 말했다.

이미 눈물로 촉촉히 젖어있던 눈은 다시 슬픔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우로페.. 걱정마. 난 죽지 않아 약속 지킬게."

파인리히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카인은 재빨리 파인리히를 들쳐업고 무작정 뛰었다. 미시케는 달려나가는 카인에게 병원의 위치를 재빨리 알려주었다.

'도대체 아우로페가 누구죠 반드시 약속지키길 바랄게요 파인리히..'

미시케는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카인은 다행히 병원을 쉽게 찾을수 있었다. 시설이 미비하긴 했지만 응급치료는 가능했다.

파인리히의 상처가 심해 응급치료를 마친후 긴급 후송하기로 했다. 코라닌시의 큰 병원이라면 살려낼 가망도 있단 판단에서였다.

세이타르는 오른팔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음을 알고는 카인의 파워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필살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인간이 또 있을줄이야..

정말 놀라운 일이군.. 앞으로는 좀더 신중히 일을 처리해야겠군.'

막 마을의 중앙부근을 지나던 찰나였다. 세이타르는 품속에서 이상한 신호음을 들을수 있었다. 그 기계는 세이타르가 쫓던 목표에 대한 뇌파추적장치였다. 그 기계에서 목표물이 근처에 있단 신호가 발신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이타르는 자신이 운이 좋음을 느끼고 가오그 전대가 오기전에 목표물 획득에 나섰다. 세느카는 그와 불과 몇십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뛰어가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놀라운 스피드로 달려나갔다. 순식간에 세느카의 정면에 나타난 세이타르는 음산한 기운을 발산했다.

"꺄아아아악!!!!"

세느카는 갑자기 등장한 세이렌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아무도 도와주러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세느카는 두려움에 중얼거렸다.

"카인.. 어딨어. 카인. 카인.."

뒷걸음질치던 세느카는 주저 앉고 말았다. 세이타르는 그런 세느카의 모습을 보며 목표물의 뇌파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세느카의 뇌파는 원하던 목표물의 뇌파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드디어 임무를 완수하게 되었군. 겨우 저런 조그마한 인간 때문에 동료를 둘씩이나 잃다니..'

세이타르는 천천히 세느카를 향해 걸어갔다. 이미 두려움에 떨던 세느카는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이타르의 왼손이 세느카를 향해 뻗어졌다. 세느카를 드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한손으로도 얼마든지 들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손을 뻗어 세느카를 붙잡았는데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무언가 이상한 힘에 의해 그녀의 몸에 닿지 못하고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무언가 벽같은 것이 저 인간과 나의 사이에 존재하는구나.'

세이타르는 왼팔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밝은색 기운이 팔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점점 손끝으로 옮아가더니 손톱에 어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 공격을 맞는다면 세느카는 죽을것이 뻔했다. 세이타르는 목표물을 산채로 납치하라는 명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형의 벽은 이 공격으로도 파괴될것같지가 않았기때문이었다.

세이타르의 과격한 왼손 공격이 세느카를 향해 뿜어졌다. 세느카의 귀에 엄청난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공기가 찢어지는듯한 소리는 세느카 바로 앞에서 멈춰서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자신의 왼손이 무형의 벽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이 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강하다.. 저 소녀의 힘인가?? 저 힘 때문에 소녀를 납치하려던 것이었나???'

세이타르는 무형의 벽에 박힌 자신의 손톱을 빼내느라 온힘을 모았다. 간신히 손톱을 빼낸 세이타르는 낙담했다.

'이래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우선 가오그 전대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훗날을 기약하는수밖에.'

세이타르는 가오그전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려퍼지자 자리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이타르의 전력질주에 마을엔 한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세느카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세이렌이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엄청난 공포 자신의 코앞에서 세이렌의 손톱이 무엇에 걸린 듯 꿈틀거리던 그 장면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세느카는 그것을 느꼈던 것이었다.

이미 세느카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어있었고 눈동자도 풀려있었다. 세이타르가 사라지자마자 세느카는 혼절해버렸다.

공포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때문이었으리라.

기절한 세느카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150센치미터정도 되는 키에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미소년이었다.

세이타르가 도망치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세느카가 기절한 것은 신경안쓰는 듯 무신경하게 돌아섰다.

그는 조용히 아무런 흔적없이 자신의 갈길로 향했다. 아마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없을것이었다.

파인리히를 응급조치한 카인은 파인리히를 미시케에게 맡겨 코라닌시로 보내었다. 세느카가 걱정되어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었다.

미시케는 파인리히를 극진히 간호하며 코라닌시로 향했다. 다행히 파인리히는 엄청난 상처속에서도 급소를 피해 죽음만은 면할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상처가 대단했다.

미시케는 자신을 위해 목숨 버릴 각오를 하고 싸운 파인리히가 너무 고마웠다. 코라닌 시에 도착한 미시케는 급히 중환자실에 파인리히를 입원시켰다.

의사들의 말론 무사할거라고 했다. 미시케는 마음속으로 안도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카인은 둘만 보낸게 마음 편하지 않았지만 세느카에게 거짓말한것도 있고 해서 서둘러 미시케의 집으로 향했다. 몇분 지나 미시케의 집에 도착한 카인은 바닥에 뒹구는 세느카의 MTM 만 발견했을뿐 세느카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이런. 세느카 어딨는거야? 내가 집에만 있으라고 했잖아.. 젠장..'

카인은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곤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세느카!!!! 세느카!!!! 어딨어? 세느카!!!"

카인은 계속해서 세느카의 이름을 불러댔지만 세느카는 대답이 없었다.

'설마.. 아닐거야 그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라구. 젠장 내 잘못이야. 세느카. 내가 보호하지 못해서 그런거라구 역시 난 살 가치가 없는 놈이야..'

카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세느카를 부르며 찾아다녔다.

거의 1시간여를 뛰어다녔지만 세느카를 찾을순 없었다. 카인은 미시케의 집 근처의 주민들에게 세느카의 외모에 대해 설명하고 그녀의 행방을 물었다. 하지만 타 종족의 출현으로 두려움에 떨던 주민들은 모두들 모른다고 했다.

"세느카!!! 제발.. 제발 나타나줘!!!! 난 널 지켜야한단 말이야..

아니. 너만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지키고 싶었어. 두 번다시 이런일은 없을거라 믿었는데.. 세느카!!!!!"

카인은 절규했다. 세느카가 잠시 외출한것일수도 있었고 아니면 안전하게 다른곳에 피해있을수도 있었는데 카인은 그런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했다. 오로지 자신 때문에 세느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자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다른 경우를 아예 생각안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쫓던 헤켈이 나타날경우를 생각해보면 카인은 그게 가장 확률이 높은것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두번 다신 이런 일이 없을거라 믿었었는데 ................

주석 3. 봉인 되어버린 장(카인의 장):카인의 검과 수아의 죽음에 대한 기억.. 카자마와의 만남. 그리고 쉐도우 프로젝트

한 연로한 노인이 한 소녀를 방안에 뉘이고 있었다. 소녀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다친곳이 없어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혼절하여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노인은 그런 소녀를 눕힌후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열매를 달구어 향을 피웠다. 신선한 내음새가 나기 시작했다.

노인이 소녀의 눈을 까보았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쯧쯧쯧. 괴물을 만난게로군. 아직까지 녀석의 형상이 동공에 맺혀있다니.. 놀란게야."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녀가 언제깨어날지 몰랐지만 노인은 큰 상처가 없음을 알고 그냥 두고 일어섰던 것이었다.

잠시후 소녀가 깨어났다. 열매 타는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시킨 탓이었을까? 소녀는 눈을 떴다.

낡은 방안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옆에 놓인 거무튀튀한 열매를 보고는 한차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내 그것이 열매인지 확인하고는 자신의 과잉행동에 미소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 마치 뭔가 지워져버린듯한 느낌.. 자신의 기억 한 구석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린것같은 느낌.. 소녀는 방금전에 자신이 무얼 했고 또 이곳은 어디인지,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카인' 이라는 단어뿐 소녀는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굉장한 통증.. 생각나지 않는 부분을 애써 떠올리려고 하자 두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소녀의 가녀린 신음소리를 노인이 들었다. 노인이 천천히 들어오면서 미소지었다. 소녀가 무사해 안도한 눈빛이었다.

소녀는 선한 인상을 가진 노인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 소녀에게 노인이 입을 열었다.

"허허헛.. 다행이구료. 충격은 좀 받은것같지만 다친데가 없어서.."

노인은 나이가 지긋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에게 존어를 사용했다. 소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어 노인에게 물어봤다.

"저어 할아버지 이곳은 어디죠? 그리고 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거죠? 기억이 나질 않아요"

소녀의 말을 들은 노인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저런. 부분 기억상실증이구만요. 내가. 댁을 발견했을때는 마을 한 도로에 쓰러져있었다우.. 난 큰일이 난줄 알고 얼른 뛰어가서 상태를 살펴봤다우 근데 멀쩡하게 다친데가 없는것이지.

그래서 정신이 없는 댁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이곳으로 데리고 온거라우.."

소녀는 노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혹시 모르세요?"

-

"에이 난 그런건 모른다우. 다만 정황적으로 보건데 괴물을 만났던게 틀림없수. 그런 괴물한테서 도망친게 신기할뿐이지.. 아!!

다른 사람들은 그 괴물을 싸이렌이라고 하던가???"

"세이렌이요?"

-

"아 그래요.. 세이렌 그게 공격했다는 소식이 있은 뒤 한참 후에 내가 발견했으니까 맞을거요.."

소녀는 다시 한 번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머리만 아플뿐 어떠한 기억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소녀는 기억해내고 싶었지만 통증이 의지를 꺽어버렸다.

"그래 댁은 이름이 있수?"

노인은 선한 미소로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이상하게도 최근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과거 기억은 모두 다 생각이났다. 소녀가 조용히 말했다.

"세느카.. 세느카 아이리스에요."

소녀의 이름은 세느카였다. 세느카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것이었다. 노인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 세느카를 데려온것이었다.

노인은 자신의 소개를 간단하게 했다.

"내 이름은 라케프라고 한다우. 나이는 대충 200살?..은 안된것 같고 이 마을 이름하고 이름이 같은건 우연이라우 허허헛."

세느카는 라케프라는 노인의 나이가 200살이나 되는것에 약간은 놀라는 눈치였다. 그 나이라면 장수해도 엄청나게 오래 장수한 셈이었다. 보통 150살정도까지 살면 살만큼 산것이었기때문이었다.

노인의 행색을 봐선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라케프의 활동성이 강해 나이에 비해 젊어보였다는 뜻이었다.

"내 평생 살아오면서 댁같은 미인은 처음이라우.. 허허헛."

-

"하핫 고맙습니다. 200년동안 본 사람중에 제가 제일이란 뜻이군요. 과찬이세요."

세느카는 홍조를 띄며 미소지었다. 노인은 첫인상처럼 선한 사람이었다. 세느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느카는 노인이 자신의 이름과 마을 이름이 같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물었다.

"어머 그럼 이 마을 이름도 라케프인가요? 정말 우연치고는 신기하네요.. 마을보다 할아버지께서 오래사시지 않으셨나요? 호홋"

세느카가 웃으면서 질문했다. 라케프는 웃으면서 잘 모르겠다는 시늉을 했다.

라케프는 모처럼 맞이한 손님덕에 오래간만에 웃어본다고 생각했다. 마을이 생긴지 꽤 오래되었지만 그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라케프였다.

한때는 마을의 촌장직까지 맡고 있던 라케프는 더 이상 속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외진 곳에서 홀로 여생을 즐기고 있었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잠시 왔다가 타 종족의 침입경고 벨소리를 듣고 숨어있던 그는 해제경보가 울리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우연치 않게 세느카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이미 속세에 대한 연을 끊었던 라케프로서는 상당한 갈등을 겪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소녀를 그냥 두고 갈순 없었다. 왜냐면 소녀가 쓰러져있던 곳은 질이 안좋은 빈민가 지역이었기때문이었다. 꼭 빈민가 지역은 아니래도 범죄자들이 꽤 모여사는 동네였다.

라케프는 지금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도리어 자신이 한 행동이 옳은 행동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생기를 되찾은듯한 자신의 모습이 약간은 부끄러웠다.

"라케프 할아버지 말 놓으세요 전 이제 20세밖에 되지 않는 어린애에요. 부담스러워요.. "

세느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모습은 사탕달라고 어리광 부리는 꼬마같았다. 라케프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자자 어서 먹을 것을 좀 먹어보렴 이 열매들은 향기도 향긋하지만 익히면 상당히 맛있단다."

- "네에 잘 먹을게요 호홋"

세느카는 기분좋게 열매를 집어먹었다. 늘상 먹어오던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었다. 정말 달콤 쌉싸름했다. 맛있는 열매를 먹으며 즐겁다는 생각을 할 때쯤. 세느카는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허전함이 지워져버린 기억때문이란걸 그녀 자신은 잘 알았다.

라케프는 세느카의 밝았던 표정이 잠시 어두운 빛을 드리우자 그녀의 심중을 읽을수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삶을 살아왔던 라케프에게 그 정도 일은 식은죽 먹기였던 것이었다.

"후후훗. 세느카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언젠가 기억이 돌아오겠지.

그때까지 여기서 머물러도 좋다"

라케프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갑자기 서글퍼지며 눈물이 고였다.

노인의 말이 너무 고마웠던 것이었다.

"네에.. 고마워요.. 라케프 할아버지. 정말요"

-

"하핫.. 녀석두 어서 먹으렴 눈물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쓰도록 하구.. 자아.. 어서."

세느카는 눈물을 훔치고는 열매를 맛있게 먹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깨끗한 병실중환자실에서 일반 환자실로 옮겨진 파인리히는 아직까지 의식이 없었다. 의사들은 파인리히의 엄청난 생명력에 감탄했다. 세이렌 3개체와 단신으로 싸웠다는 점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파인리히의 상처는 세이렌의 공격에 당한 것이 확실했다. 왼팔은 부러져있었으며 곳곳에 손톱에 찔리고 긁힌 흔적이 있었다. 목에는 조르기를 당한 흔적이 남아있었으며 가장 큰 상처는 가슴을 찔린 상처였다. 다행히 내장기관들을 살짝 비껴갔기에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

미시케는 파인리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온몸을 붕대로 두르고 이상한 관들을 연결한 상태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미시케의 눈에는 너무 멋있어보였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미시케는 의식이 없는 파인리히의 입에서 잠꼬대하듯 튀어나온 말을 들을수 있었다.

"아우로페."

미시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정색을 하고 눈물을 훔쳤다. 누가 본 사람이 없나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미시케의 극진한 간호를 받고 있던 파인리히는 편한 잠을 자고 있었다. 미시케의 연락을 받고 카인이 도착했다. 카인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정말 실성한 사람마냥 정신없어 보였다.

카인의 첫마디는 이랬다.

"세느카가. 사라졌어. 행방불명이야.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그래서"

카인은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극도의 흥분상태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미시케는 대충 어떻게 된것인지 짐작이 되었다.

"카인씨. 세느카는 어딘가에서 잘 있을거에요.. 무슨 사정이 있겠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일도 없었을테니까.."

카인은 미시케의 충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계속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그래요 헤켈녀석에게 납치당한게 틀림없어요. 그게 가장 유력한 경우라구요 젠장.."

말수가 별로 없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내.. 카인 그는 좌절의 끝에 서있었다. 그에게 어떤 말이 통하겠는가.

"세느카는 근래에 저와 떨어져 지낸적이 없어요 제가 그녀를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기때문이죠 그래서 그래서 계속 곁에서 보호하고 있었는데"

카인이 계속해서 나쁜방향의 말만 하자 미시케가 주먹을 꽉쥐었다가 폈다.

'철썩!'

미시케의 손이 카인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카인은 순간 목이 돌아갈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볼이 얼얼해짐을 느끼며 미시케를 바라보았다.

"이봐요!!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당신덕분에 파인리히가 살았어요 당신이 그를 구한거라구요. 세느카가 어찌 되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당신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한거라구요!"

카인은 미시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던게 아닌가 돌이켜보았다. 그랬다. 자신은 과거에 얽매여있었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외면해버린것이었다. '자책' 이란 도피 방법으로 말이다. 카인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아직 확실한 것은 없죠. 난 세느카를 믿어요 비록 겉으론 약해보여도 아주 당당한 애라는 것을.. 난 그녀가 무사할거라 믿어요.."

카인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눈을 깜빡여 제지하고 있었다. 슬픈 과거때문이었나? 하여간 미시케는 카인이 정신차린 듯 보이자 카인을 다독여주었다.

"때린거는 미안해요.. 어쨌든 세느카는 괜찮을거에요 파인리히도 괜찮을거구.. 당신도 괜찮을거에요 모든 일이 잘 될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 "네 고마워요.. 미시케"

카인은 미시케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묘한 여운의 미소였다.

미시케 역시 모든일이 잘 되길 바라며 웃음지었다. 그때였다.

파인리히의 손끝이 움직이며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파인리히!!!"

카인과 미시케가 동시에 파인리히를 외쳤다. 파인리히는 눈을 떠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말할 기운은 없는지 살짝 미소짓고는 다시 오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둘은 알수 있었다. 파인리히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쾌될 것이란 것을.

주석 4. 잃어버린 3장(흑운의 장):카자마와 미소년과의 만남 그리고 파인리히의 과거.. 쉐도우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 미소년의 연출된 만남.

-암울한 몽상.. 쉐도우 DNA 프로젝트의 희생자.. 그것은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운(雲)과 그들의 만남..그 세상에서의 진실은 살아 숨쉰다는 것뿐. 신의 일기(God's diary) 2부. 파운!(破Chaos雲)-

-1권 끝('조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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