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20화 (20/120)

제 목: 25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5

[기가 슬렌더] -14- 볼캔샤이어(죽기 싫으면 강해져랏!!!) -볼캔샤이어(죽기 싫으면 강해져라!!!)-

'벌써 그 녀석에게 뒤를 밟힌지 한달이 넘었다. 젠장..

언제까지 도망만 칠수는없잖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파인리히는 생각했다. 어째서 자신이 도망쳐야하는지.. 그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자기 자신은 또 누구인지. 아무것도 알수 없는 파인리히였다. 하지만 도망쳐야했다.

스피리쉬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그랜드 포스 오너 그것이 적의 이름이었다.

아니.. 이름은 알수 없었지만 엄청나게 강한 녀석이란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랜드 포스 오너와는 이미 몇번 부딪힌 경험이 있었다.

카드모스 마을에서의 전투에서도 그랬고 그 후로도 파인리히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젠장.. 그 녀석이 나에 대한 것을 잘 아는듯한데.. 파인리히란 이름도 녀석덕분에 알았더랬지.'

파인리히는 겨우 적을 따돌린것같아 한숨 돌리고 있었다.

그랜드 포스 오너였던 그 사내는 자신을 계속 뒤쫓고 있었다.

아우로폐와 헤어진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녀석은 아직도 끈질기게 자신을 쫓고 있던 것이었다.

몇 달동안은 녀석의 파인더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어느샌가 꼬리를 붙잡히고 말았다. 이유는 알수 없었으나 파인리히처럼 거지같은 몰골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당연한것 일지도 몰랐다.

"젠장 언제까지 도망만 칠거지? 파인리히?"

자신한테 질문했지만 대답할길이 없었다. 상대는 점점 더 자신을 집요하게 쫓고 있던 것이었다. 갈수록 도망칠수 있는 범위도 줄어들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파인리히의 목소리는 살려는 의지에서부터 나오고 있었다.

꼭 살아서 자신의 과거를 알아내야할 의무가 있던 파인리히였다. 그게 아우로페의 마지막 바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 몰랐다.

그때였다.

플라잉 머신의 엔진음이 멎었다. 아니.. 플라잉 머신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자신앞에서 멈춰서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다. 플라잉 머신에서 내려선 사내는 바로 그 그랜드 포스 오너였던 것이었다. 파인리히의 말을 들었는지 사내는 비밀을 알려주듯 웃으며 말했다.

"후훗. 난 한 번 정한 먹이감은 놓치지 않아. 특히 너처럼 멍청한 녀석은 말이지 네 옷을 잘 살펴봐."

사내의 말에 파인리히는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등 뒤쪽에서 이상한 칩같은 것을 발견한 파인리히는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사내를 피해 스피리쉬를 타고 도망치던 파인리히는 사내의 주 공격방법이 공기에 의한 입자 공격이란 것을 잘알고 있었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서 타격은 크지 않았다. 가끔가다가 살갗을 지나가는 느낌이 있어 따가운 정도였다.

'젠장 아까 등에서 느껴졌던 그 따가운 느낌이 추적장치였단말인가. 빌어먹을'

파인리히가 낙담한 표정을 짓자 사내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녀석을 쫓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지 그리고 네 능력도 보통이 아니란걸 알기에 일부러 네 진을 빼기 위해 널 가지고 놀았던거야 멍청한녀석 후후훗."

사내는 파인리히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력에 맞는 대우를 해준것처럼 말했다. 정면대결에선 솔직히 이길 확률은 반반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파인리히의 체력을 소모시켜 마지막에 승자가 되려는 작전을 짠것이었다.

파인리히는 적을 따돌리는데만 정신이 팔려 추적장치 같은 것을 염두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쳇. 내가 한방 먹은 셈이군. 후훗 그래도 쉽게 지진 않아.."

파인리히는 주먹을 들어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바닥난 체력으로 무얼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내는 파인리히의 당당한 태도에 약간 당황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을텐데 저토록 자신만만하다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것같았다.

사내는 아무말 없이 양손에 매너 포스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두 개의 공기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파인리히는 저 공격을 막아본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

사내의 오른손에서 공기의 소용돌이가 뿜어져 나왔다. 주위의 물건들을 박살내며 파인리히를 향해 돌진해왔다. 파인리히는 충분히 쉘리아드로 분산시킬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쉘리아드!!!"

파인리히의 외침과 함께 쉘리아드가 나타났다. 거대한 공기의 소용돌이는 쉘리아드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파인리히는 엄청난 충격에 휘청거렸다.

그랬다. 바닥난 체력에서 사용된 쉘리아드가 파인리히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이미 상대방은 그걸 짐작하고 단순하지만 파괴적인 공격으로 선수를 친것이었다.

파인리히는 양 다리에 최대한 힘을 주어 겨우 자리에 버티어 설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을 향해 두 번째 소용돌이가 날아옴을 느낄수 있었다.

'젠장.. 쉘리아드를 사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할것같군 아니.

쉘리아드를 사용할 극소량의 힘조차 느껴지지 않는군. 빌어먹을.'

파인리히는 두손을 = 자 모양을 만들어 방어했다. 공기의 소용돌이는 파인리히의 양 팔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사라져버렸다. 파인리히는 그 충격과 동시에 뒤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과 부딪힌 충격으로 내장이 상했는지 피를 한움큼 토한 파인리히는 애써 일어서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특히 양팔에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팔이 부러지거나 다친흔적은 없었지만 아무런 힘도 받지 못함을 알수 있었다.

"후후훗 천하의 파인리히도 오늘은 영 컨디션이 아닌가보군.."

사내가 냉담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나의 임무는 너와 같이 가는것이지 너를 죽이는게 아니니까 운이 좋은줄 알아 헤헷"

-

"젠장 내가 어째서 너하고 가야하지? 날 데려가려면 시체로 만들어야할거다."

파인리히가 누워있는 채로 말했다. 사내는 자신의 발앞에서 쓰러져 끝까지 대드는 파인리히가 우스운 듯 박장대소했다.

사내는 바닥에 누워있는 파인리히를 보며 앉으면서 말했다.

"순순히 가면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 하지만 반항한다면 온몸의 뼈를 부숴뜨린후에 데려갈테니 그리 알아라."

사내가 앉으면서 파인리히의 팔을 결박시키려했다. 파인리히의 힘의 근원은 손의 수정구슬이란 것을 잘 아는 듯 했다. 파인리히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스피리쉬를 외쳤다.

"스피리쉬!!"

그와 동시에 파인리히의 발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사내가 그 발에 맞고 나가떨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구사한 스피리쉬는 파인리히의 발이 상대의 턱을 가격시키는 역할과 함께 파인리히를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그 자리에 설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턱을 가격당한 상대는 이빨이 부러지고 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 사내의 얼굴을 보고 파인리히는 조소했다.

"헤헷. 방심하면 큰 코 다치지.."

사내는 끝까지 발악하는 파인리히를 보며 피를 닦았다.

"후훗 재밌군. 좋다.. 네 소원대로 시체로 만들어서라도 데리고 가마.."

사내의 손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금속들이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사내가 주먹을 꽉 말아쥐자 금속들은 공중으로 부상했다. 그리고는 이내 작은 조각들로 나뉘고 있었다. 사내의 필살공격이 틀림없었다.

파인리히는 겉으론 사내를 비웃고 있었지만 자신의 몸이 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입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다만 다행인 점은 양팔의 감각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내의 얼굴이 온통 핏발선채로 붉어져있었다. 엄청난 매너 포스를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그의 주위를 멤돌던 금속들은 이미 작은 분자 알갱이들로 변해있었다. 아마 그 공격을 맞는다면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들에 의해 피를 쏟고 죽고 말것이었다.

파인리히는 암담했다. 자신이 사내를 조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내는 정말 자신을 죽이려하는듯했다. 저 공격은 쉘리아드의 방어력도 뚫을것이 분명했다. 이젠 모든게 끝이란 생각이 들때였다.

'볼캔샤이어!'

몸에서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청나게 증폭된 심박수와 더불어흥분 물질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신경 사이 사이의 시냅스들을 거쳐 뇌로 전달되고 있었다. 뇌의 이상한 칩과 반응을 일으킨 그것들은 곧바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늘 죽을 고비에서 내려지는 명령들이었다.

파인리히는 그것이 곧 자신을 살릴 영약이란 것을 잘알았다. 사내가 먼저 공격하지 전에 선수를 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몸의 체력이 바닥난 것을 잘 아는 파인리히였다. 죽기살기의 각오로 최후의 일갈을 토해냈다.

"볼캔샤이어!!!!!!!!!!!!"

파인리히의 양손이 모아지며 그 안에서 엄청난 화염덩어리가 사내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언뜻 보면 화염방사기로 공격한듯해 보였지만 그 화염덩어리는 마치 새의 형상을 가진 생명체 같았다.

볼캔샤이어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사내는 맞대응했다.

사내의 금속의 미세한 알갱이들과 볼캔샤이어는 한참을 힘겨루기했다. 금속의 미세한 알갱이들은 이미 금속이 아닌 분자구조를 띄고 있어서 그런지 극초고온의 볼캔샤이어와 맞닿는 순간 녹아내리고 있었다. 볼캔샤이어의 우세승이었다.

엄청난 화염덩어리가 자신의 공격을 뚫고 날아오는 것을 본 사내는 당황하지 않고 손에 힘을주었다. 여전히 핏발선 그의 얼굴에는 죽음을 각오한 듯 비장한 결의가 엿보였다.

그의 양손이 모아진 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엄청난 광풍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었다. 볼캔샤이어도 그 광풍에 의해 방향이 약간 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강하고 묵직한 공격이라 사내의 오른쪽 어깨부분을 강타하고 사라져버렸다.

사내는 그 충격으로 10미터 이상 날아가 건물의 벽을 부수고 쓰러졌다. 사내가 죽었는지 아닌지는 알수 없었지만 파인리히는 그 순간을 모면해야했다.

더 이상 남은 체력도 없거니와 부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때 파인리히의 눈에 플라잉 머신이 들어왔다.

사내가 타고 왔던 플라잉 머신이었다. 다행이 플라잉 머신은 시동이 켜진 상태였다.

즉 그것은 사내의 음성인식이 완료된 것이란 뜻이었다.

수동조종이라면 어디든 갈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플라잉 머신에 탑승한 파인리히는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언뜻 뒤를 돌아보았을 때 죽은줄 알았던 사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냥 앞으로 앞으로 전진할 뿐이었다.

그 뒤로 파인리히는 그 사내를 볼수 없었다. 죽었을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신하기엔 일렀다. 세느카를 만날때까지만 해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세느카를 만난 후엔 그 사내가 아닌 다른 3명의 포스 오너가 자신을 뒤쫓지 않았던가..

짧은 공격순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손에서 볼캔샤이어가 뿜어져 나감을 느낄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최후의 일격이었다. 외팔이는 자신의 팔이 적의 가슴을 베어냈다고 생각하던 찰나 팔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을 느낄수 있었다.

정말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 고통과 함께 자신의 몸에 커다란 통풍구가 생겼음을 알수 있었다.

파인리히의 볼캔샤이어는 세이렌의 팔과 가슴을 뚫고 나간 것이었다.

정말 엄청난 파워가 아닐수 없었다. 외팔이가 죽어자빠지자 세이타르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놀랍군. 일개 나약한 인간이.. 단신의 힘으로 동족을 두명이나 살해하다니.'

세이타르는 천천히 파인리히를 향해 걸어갔다. 동족을 죽인데 대한 분노와 강적을 만났다는 즐거움으로 엄청난 안광을 발하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외팔이의 공격에 가슴부위가 찢겨졌는지 흥건히 피가 베어나고 있었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세이타르를 파인리히는 노려보았다. 마지막 모든 기운을 다 써버린 파인리히에겐 그래도 자신의 몫은 다 해낸듯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죽는다고 해도 최선을 다한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순간 파인리히는 미시케를 바라보았다.

'미시케가 어찌 된다면.. 내 몫을 다한게 아니다.'

파인리히는 처참한 몰골로 걸어나갔다. 장신의 세이렌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초라했다. 거인과 소인의 싸움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지 않았는가.

카인은 최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미 마을 사람들은 다 대피했는지 거리에서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수 없었다. 그때였다.

엄청난 폭발음같은 것이 들렸다. 아마도 무슨 전투가 벌어진게 틀림없었다. 카인은 그쪽을 향해 내달렸다.

카인이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파인리히의 망가진 모습을 볼수있었다. 온몸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왼팔은 축 늘어져있었고 눈동자는 풀려있었다.

거대한 세이렌의 왼팔에 멱살을 잡힌채 공중에 들려있었다.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 아닐수 없었다.

주변에는 파인리히에 의해 죽은 2개체의 시체가 널브러져있었다. 카인은 더 생각할것도 없이 쉐도우와 접속했다.

"Connect!!!"

세이타르는 최후의 일격으로 파인리히의 심장을 찌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상대가 자신을 향해 돌진해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세이타르는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알고 왼손에 들려있던 파인리히를 집어던졌다. 파인리히는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이미 오래전에 의식을 잃은 듯 보였다.

카인은 세이타르를 향해 달려가면서 입자폴리곤 단검을 빼내어 들었다. 폴리곤의 긴 광선이 뿜어져나왔다. 세이렌의 거대한 체구에 비해 짧아보이긴 했지만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세이타르는 갑자기 등장한 카인에 대해 묘한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이토록 강한 녀석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것이지.. 그리고 저 붉은색 갑옷을 두른 저 녀석은 뭐지?'

세이타르는 카인의 쉐도우를 처음 보았다. 인간들이 저런 신기술을 개발했을줄은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다. 방금전 파인리히와 새로 등장한 카인은 결코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닐거란 짐작을 했다.

'흠. 목표물을 얻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겠군.'

세이타르는 알고 있었다. 이미 코라닌시에서 가오그 전대가 출동했을거라는 것을. 빨리 사건을 매듭짓고 이곳을 떠나야했다. 탈출하는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가오사이보그전대와 맞부딪히는 것은 죽은것이나 다름없었다. 동료들도 모두 잃은 상황에서 1:15로 싸운다는 것은 미친짓이었다.

카인은 세이타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세이타르의 허리를 베어나갔다. 세이타르는 적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뒤로 물러서면서 회피했다.

카인은 세이타르의 날쌘 움직임에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전력은 일반 가오그 2대의 전력과 맞먹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험에 의해 밝혀진 것이었다. 가오그 한 대는 세이렌 1개체의 전력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카인은 2개체의 세이렌과 싸워 대등할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상대의 실력은 일반 세이렌들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자신의 공격을 유연성있게 회피하는 것이 카인을 놀라게 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육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이타르는 점점 시간이 촉박함을 느꼈다. 빠른 시간내에 탈출하는것이 최선의 수단이었다.

특히 앞에 있는 적을 쓰러뜨릴 자신이 없었다.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말이다.

자신이 뛰어난 세이렌임을 잘 알았지만 적도 굉장히 강하단걸 알았다. 지금껏 볼수 없던 신 병기를 지닌 적.. 그것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 할수 있었다.

세이타르는 오른팔에 엄청난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의 오른팔은 마치 빛을 내뿜는 태양처럼 밝은 빛을 띄고 있었다. 그 기운은 이내 오른손 손톱으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카인은 이번 적의 공격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카인 자신도 입자폴리곤 단검을 있는 힘껏 쥐었다.

세이타르가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카인도 만만치 않은 기세로 달려나갔다. 두 개의 거대한 신형이 서로 맞부딪히는 순간이었다.

푸른색 머리의 귀공자처럼 곱상한 외모를 지닌 사내는 등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몸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으며 어떤 방안에 누워있음을 알았다. 사내는 즉각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소녀의 유리공격을 받고 쓰러진 것이 틀림없었다.

간간히 의식을 차렸을 때 플라잉 머신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알았으며 그 소녀가 자신의 몸에 붕대를 감는것도 기억이 났다. 아마 이 집은 그 소녀의 집이리라.

사내는 더 이상 잠도 오지 않는 듯 몸을 추스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노란색 머리에 두꺼워보이는 안경을 쓴 사내였다.

'내가 심하게 다친것인가. 어째서 얀 선생님이 아른거리지'

사내는 환각이 일어난듯한 느낌을 받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머리가 아프다는 시늉이었다.

"아크바레이!!! 괜찮니? 이런 상처가 심하구나!!!"

얀은 아크바레이의 표정이 고통스러운 것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와 말했다.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거짓을 보는게 아니란 것을 알고는 말했다.

"얀 선생님!!! 어째서 여기에.??"

아크바레이는 환각이 아님을 알고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얀은 아크바레이가 똑바로 말하는 것을 보고는 안심한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행이구나. 녀석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하룻동안 연락이 없었단다 다행히 네가 MTM을 가지고 있어서 연락을 취할수 있었지.."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하룻동안 의식불명이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MTM은 누가???

"이 집에 사는 소녀가 내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웬 소녀가니 MTM을 받는지 의아했지만 대충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이리로 달려온 것이란다."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구해준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것이란걸 알았다. 그 소녀가 비록 자신을 공격하긴 했지만 그건 정당방위였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크바레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방문을 열고 어제 보았던 그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의 모습은 어제보단 많이 좋아보였지만 그래도 상당히 초췌해보였다.

허기사 그런 일을 당하고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그게 비정상이었을 것이었다.

"안녕? 후훗 날 이리로 옮긴게 너구나? 고마워 날 치료해줘서."

아크바레이는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소녀는 자신이 아크바레이를 공격해놓고 구해준 것이 병주고 약준것같아 너무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미안해요 전 그들과 한패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유리조각을 들고."

그랬다. 소녀는 아크바레이가 잠시 플라잉 머신을 가지러 갈 동안 의식을 되찾았었다.

웬 사내가 플라잉 머신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그가 모르게 유리조각을 주워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공격을 했던 것이었다.

뛰어난 기지였지만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뒤늦게 상황판단을 한 소녀는 다친 손으로 아크바레이를 플라잉 머신에 태운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크바레이의 상처를 치료한 소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알몸이란 것을 알았다. 옷을 차려 입은 소녀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얀에게서 연락이 왔다. 벗겨놓은 아크바레이의 옷에서 신호음이 울렸던 것이었다.

대충 소녀의 설명을 들은 아크바레이는 웃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조금 다친것뿐인데 뭐. 그리고 난 강하기 때문에 이 정도 상처는 금방 낳아"

-

"그렇단다. 이 녀석은 다방면에 재주를 가진 뛰어난 녀석이거든?

그래서 웬만한 상처쯤은 치료할줄 안단다."

얀이 거들었다. 소녀는 상당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 보였다.

적어도 예지력을 가진 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소녀는 미소지으며 괜찮다는 아크바레이가 한없이 고마웠다. 그래서인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절대 잊지 못할거에요."

소녀의 말을 들은 얀과 아크바레이는 둘다 미묘한 느낌에 사로 잡히고 있었다. 웬지 소녀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에.

소녀는 그 일을 당하고 치욕스러움에 더 이상 살려는 의지를 잃어버렸었다. 다만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사람을 공격해 다치게 한점 때문에 자살하려는 결심을 늦춘것뿐이었다. 만약 아크바레이가 살아난다면 그녀는 삶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얀과 아크바레이는 그런 소녀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소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일어섰다.

"먹을걸 가지고 오겠어요.."

그 말과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얀은 소녀가 나간 틈을 타 아크바레이에게 말했다.

"바레이야. 너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

"소녀의 불안한 심정 말인가요?"

얀은 아크바레이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얀은 소녀의 가녀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일깨워줘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힘들었다. 뭘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저 소녀를 도울길이 없을까?"

-

"선생님 제가 여기서 몇일 머물면서 저 소녀를 돌보겠습니다.

희망이란 단어를 품게 만들겠어요 살려는 의지를 가지게 말이죠.."

얀은 아크바레이의 눈을 보았다. 아크바레이는 진심으로 소녀를 걱정하는 듯 보였다. 타르타로스 마을에 온 뒤 아크바레이는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매너 포스에 대해 가르쳐주려는 얀에게 늘 무안함을 주었다. 아크바레이도 어쩌면 희망같은 것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동병상련의 정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어차피 우리가 사는 곳과 이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소녀를 보살피면서 자주 들려라"

얀은 웃으면서 아크바레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소녀가 음식을 가지고 방에 들어왔다. 소녀의 손에는 그 일 때문에 생긴 상처로 붕대를 감고 있었다. 유리조각에 베인 상처였다.

얀은 아크바레이의 상처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할 일이 있어 가봐야한다고 했다. 아크바레이는 아쉬운 듯 얀에게 인사했다. 얀은 아크바레이를 보며 살며시 윙크했다. 소녀를 잘 보살피라는 의미였다.

얀이 떠난 후 소녀와 아크바레이는 같은 방안에 있었다. 둘다 별로 할말이 없는지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아크바레이었다.

"흠.. 그러고보니. 우린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난 아크바레이라고 해.."

소녀도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전.. 라이오네 라고 해요."

다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아크바레이에겐 짧지만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 난 22살이고. 이 마을엔 쉬러 왔어. 안좋은 일이 있었거든.."

- "네에"

"어 흠 라이오네라고 했지? 이름이 참 이쁜데?"

-

"네에 고마워요.."

"어 하핫.. 음 네가 응급치료를 잘해서 상처가 많이 낳았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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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미안해요. 전 모르고 그만.."

아크바레이는 라이오네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다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아냐.. 난 괜찮아 나라도 그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거야 너무 미안해 하지 마 내가 도리어 미안해진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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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요 저라면 화냈을텐데.."

라이오네가 예쁘게 웃자 아크바레이가 말했다.

"하핫 웃으니까 아주 이쁜데?"

라이오네는 순간 어떤 환희의 기쁨같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쁜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말이었다. 아니.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라이오네의 얼굴이 홍조를 띄자 아크바레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라이오네. 나에 대해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마.

그냥 친오빠처럼 생각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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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알겠어요."

라이오네는 생각했었다.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사람이 다 낳는다면 자신의 할 일은 끝난것이라고 이승에서 할 일은 모두 한것이라고. 그런데 묘한 느낌이 그녀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었다.

"전. 18살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볼땐 그렇게 안믿죠."

아크바레이 역시 그녀의 말을 듣고 벌린 입을 다물수 없었다.

그녀의 체구를 보나 얼굴을 보나 18살이라곤 볼수 없었다. 12~14 살 정도로 밖에 안보였던 것이었다.

애써 놀란 표정을 지운 아크바레이는 물었다.

"왜 안믿는다고 생각하지?"

-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안믿어요 전 12살 때 성장이 멈췄거든요"

아크바레이는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요 당신도 똑같잖아요.."

라이오네의 말을 들은 아크바레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야 후훗 그래 솔직히 말하면 조금 놀라긴 했어."

- "그랬을테죠 어제 제 몸을 다 보셨죠? 본 그대로 제 몸은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죠"

라이오네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크바레이는 어제 보았던 라이오네의 알몸이 생각나자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흠.. 아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라이오네도 이제 성인인걸..

겉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크바레이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라이오네는 성장미숙 컴플렉스가 있는듯했다. 카운셀러가 아닌 이상 말로써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말로는 다들 그래요.. 외모가 다는 아니라고. 하지만 외모가 90% 넘게 차지한다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아크바레이는 라이오네가 상당히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더욱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난 라이오네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더 말해줄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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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처럼 비뚤어진 애 말을 듣고 싶어하죠?"

라이오네는 아크바레이가 굉장히 신사답고 마음이 넓다는 것을 이미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자신이 그의 말에 사사건건따지는 형식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후훗.. 그건 여기엔 우리 단둘 밖에 없기때문이야"

아크바레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라이오네는 금새 주위를 둘러보더니 얼굴을 감싸쥐었다. 볼이 붉게 변하는 것을 가리려는듯한 행동이었다. 아크바레이는 아무 뜻도 아닌말에 저렇듯 행동하는 라이오네가 너무 귀여워 보였다.

"좋아요 어차피 당신과 나 둘다 할 일없어 보이니까. 제 얘기를 하겠어요 하지만 먼저 당신 얘기부터 들을래요.. 그래야 공평할테니까요.."

아크바레이는 당돌하게 말하는 라이오네를 보며 말했다.

"후훗.. 이거 내가 한방 먹었는걸? 좋아. 우선 내 얘기부터 해주지.

너무 재미 없어도 끝까지 들어줘야해.. 그건 기본 에티켓이거든.."

라이오네는 뭔가 즐거운 듯 히죽거리며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있어 모처럼 얻는 즐거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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