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9화 (19/120)

제 목: 2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4

[기가 슬렌더] -13- 지오 안티노스(숨겨진 배후세력......) -지오 안티노스(숨겨진

배후세력)-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돌아온 지오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티탄시같은 인공도시의 적막함은 없었지만 먼지층으로 뒤덮힌 지구를 보는 것은 황량한 쓸쓸함이었다. 늘 그런 쓸쓸함을 간직한 자신의 방을 그는 좋아했다.

집무실에 들어온 지오에게 원로원에서 호출이 왔다. 원로원은 뭔가 따지고 싶어하던 눈치였다. 지오는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비웃었다.

'쳇 늙은이들이 성가시게 구는군'

업무를 대충 끝내고 중앙 홀로 갔다. 홀 안의 커다란 방안에는 늘 그랬듯 반원형의 탁자가 있었으며 거기엔 세명의 원로가 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시오 지오.. 이번에 팔케넌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로 당신이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굵은 목소리의 사내였다. 팔케넌이 죽은 후 후임자자리를 지오라는 신출내기가 맡은것에 대해 약간은 불만이 있는 듯 보였다.

"그렇소.. 내가 그 일을 맡게 되었소. 이미 결정난 것을 왜 되 물으시는거요?"

지오의 대답은 명료했다. 웬지 원로원의 분위기와는 안맞는다는 생각을 할 때 팔케넌이 얼마나 이들과 입씨름을 벌였을지 짐작이 되었다.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가 말했다.

"팔케넌의 죽음에 대해 설명해보시오.."

-

"그건 나보다 원로원의 당신들이 더 잘 아는 사실 아니오?

이미 재단 사람들은 당신들의 짓으로 알고 있지 않소 후훗.."

지오의 말뜻은 팔케넌을 늘 견제하던 원로원이 이번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정색을 하며 반문했다.

"그렇지 않소. 우리는 그의 죽음과 무관하오. 그게 더더욱 이상하단 말이오 어째서 팔케넌을 죽이고 그 책임을 우리에게 물으려는지 정말 모르겠소 설마 당신도 우릴 의심하는 것이오?"

앙칼진 여성원로의 대답을 들은 지오는 속으로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사실 팔케넌을 죽인 범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 범인을 지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아마 원로원의 힘을 강화시키려는 것이겠지.. 다 알고 있소 원로원에 대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인 것 아니오?"

지오의 말이 지나친 감이 있자 묵묵한 성격의 원로가 입을 열었다.

"그건 말이 좀 심한것같소 우리 원로원은 단지 팔케넌을 견제하는 역할만 하는 단체가 아니오. 보다 더 낳은 것들을 창출해내기 위한 협의체란 말이오 더군다나 우린 그런 살인같은 짓은 할줄 모르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그들은 상대의 의견에 대해 이견을 제시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유출시키는데 목적을 둔 그룹이었다.

그들에게 따로 가지고 있는 세력이 있을리도 없었고 그런 세력이 있다해도 자신들의 동료나 다름없는 팔케넌을 죽일리 만무했다.

지오는 계속 비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댁들같은 늙은이들의 시대는 갔소. 어째서 범인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것도 모르오 후후훗 팔케넌은 너무 고리타분했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어쩌면 위대하신분의 의도를 약간 빗나갈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분이 원하는 대로 될것이외다. 하하핫.'

굵은 목소리의 원로가 답답한 듯 다른 화제를 들먹였다.

"그건 그렇고 티탄시의 일은 어떻게 마무리졌소?"

-

"우선 돔 광선형 결계를 복구시켰소.. 그리고 로봇공학연구소에 가오사이보그 30대 생산을 의뢰하였소. 쉐도우 DNA 프로젝트는 일단 영구 보류하기로 했소 그 프로젝트를 복구시킬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실험대상이 멀쩡히 살아있는한 가능성은 충분하오..

그렇지 않을경우엔 단호히 포기해야겠지만 말이오"

원로들은 지오에게 팔케넌의 죽음에 대해 알고저 했으나 오히려 역습당하고는 꼬리를 내렸다. 그리곤 지오가 다른 화제애 대한 대답을 꺼내자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란 무엇이오?"

지오는 그러한 원로들의 표정변화를 비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쉐도우 DNA 프로젝트는 완성된 것이 아니었소 특히 실험대상인 카인이란 녀석은 아직 완벽한 쉐도우를 가지고 있지 않소. 어쩌면. 가장 위험한 쉐도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오. 또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어떠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오. 어쩌면 그 부작용으로 죽음까지 이를수 있소. 그래서 좀더 두고보자는 말이오 부작용이 발견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원로들은 지오의 말에 동감했다. 그들로써도 씽크 탱크(Think Tank)에서 내려온 보고서를 본적이 있었다. 결코 안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 프로젝트로 인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카인만이 실험을 견뎌냈다는것이 놀라울뿐이었다.

그런 카인을 좀 더 두고보자는 것은 당연한 실험 절차였을 것이었다.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이 말했다.

"좋소.. 일단 티탄시 문제는 그걸로 매듭을 지읍시다. 새로 발견된 신형헤켈의 분석은 어떻게 되고 있소?"

앙칼진 목소리의 여성원로는 티탄시를 공격한후 연구소를 파괴했던 새로 등장한 헤켈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지오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 녀석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불충분하오 하지만 녀석의 두뇌가 인간의 그것에 비해 약 1.5배 가량 더 크다는 것을 발견해냈소.

부피가 크다고 해서 머리가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주름밀도를 볼 때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걸 봐서는 굉장히 뛰어난 지력을 가진 헤켈임이 틀림없소"

지오의 대답에 세 원로는 가벼운 신음소릴내었다. 결코 그들에게 있어 좋은 소식이 아니었기때문이었다.

"흠 역시.. 허기사 연구소 비밀 문건을 탈취하려했던 놈들이니 이해할수 없는 것은 아니오.. 좋소. 그 문제는 앞으로 더 조사해보도록 하시오"

-

"알겠소. 그럼 이만.."

묵묵한 성격의 원로의 마지막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지오의 행동은 조금은 무례한 것이었다. 팔케넌 조차도 다른 원로들의 동의를 구한다음 회의를 마쳤는데 지오는 자신의 마음대로 회의를 끝낸것이었다.

다른 원로들은 무척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할수 없었다. 지오란 녀석은 엄청난 두뇌들이 모여 연구하는 싱크 탱크(Think Tank)의 수뇌였기때문이었다.

싱크 탱크(Think Tank)는 원자력 천공위성의 자랑이자 아주 은밀한 비밀기관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나오는 정보는 감히 원로원의 원로들도 함부로 들여다볼수 없는 엄청난 것들이었기때문이었다.

약 10명 남짓 되는 슈퍼 두뇌를 소유한 자들이 모여 만든 싱크 탱크는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개발, 실용화했다.

물론 그들이 맡은 부분은 구상부분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들은 천재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똑똑한 두뇌를 가진 자들이었다.

싱크 탱크의 활약에 힘입어 인류는 지금껏 멸망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싱크 탱크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몇 없었다. 원로원의 원로들조차도 그 멤버가 누군지 알수 없었기때문이었다.

세명의 원로들은 지오에 대한 경계를 하면서 자신들의 불리해진 입지를 강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였다.

지오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중얼거렸다.

"어쩌면 팔케넌보다 더 성가신 놈들이 저 원로들일지 모르겠군..

후후훗 어쨌든 일이 재밌게 되가고 있어."

지오는 자신의 집무실로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뭔가를 비웃는듯하게 일그러져있었다.

타르타로스 마을 한 구석진 곳 두명의 사내가 한명의 소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소녀의 손에는 작은 유리조각이 들려있었으며 이미 웃옷이 다 찢겨져 손안에 꽉 찰만한 가슴이 드러나있었다.

사내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가 아무리 유리조각으로 위협을 해도 그들은 비웃을 뿐이었다.

티탄시같은 공업화된 첨단 도시에 비해 위성도시들은 그 보안상태가 형편없었다. LCPD(Local City Police Department)라 불리는 경찰서역시 그 시설이 낙후되어있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경찰이라면 누구나 로이안 리플을 소지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중소도시처럼 시설이 미비한곳은 구식 건(Gun)만이 허용되었다. 구식 총은 그야말로 낡고 파워가 약해 웬만한 폴리아트겐 재질의 방어 옷감도 뚫지 못했다. 그래서 명사수로 얼굴이나 목부위를 맞추지 못한다면 쓸모 없는 총이었다.

역시 타르타로스 마을의 보안상태도 형편없었다. 아무리 외진 지역이라곤 하지만 백주대낮에 두명의 사내에게 한 소녀가 윤간을 당하기 일보직전이었던 것이었다.

그 중 한 근육질의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것봐. 그렇게 저항하지 말라구.. 그래봐야 너만 다칠 뿐이야 우리가 그깟 유리조각을 무서워할것같아?"

근육질의 사내의 말을 맞받아 친 것은 그 사내보다는 체구가 작았지만 꽤 운동을 많이 한것같은 강인한 몸매를 가진 사내였다.

"그래 후훗 순순히 말만 잘 듣는다면 즐겁게 해줄게 재미만 본다음에 얌전히 돌려보내준다니까.헤헷.."

소녀는 사내의 어이 없는 말에 부르르 치를 떨었다. 어찌 그게 얌전히 보내주는것이란 말인가.. 소녀는 쥐고 있던 유리조각을 더욱 힘주어 쥐었다. 그러자 손에서 피가 베어나왔다. 손의 고통보다도 앞에서 희롱하는 사내들의 모욕이 더 고통스러웠다.

"쳇 말로 해선 안통하는 년이군."

근육질의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섰다. 소녀는 왼손으론 이미 다 드러나버린 가슴이지만 최대한 가릴려고 애를 쓰며 오른손으론 계속 위협을 가했다.

그런 소녀의 모습이 귀여운 듯 웃으며 소녀의 앞에 섰다. 근육질의 우악스런 발이 소녀의 오른팔을 가격했다.

'쨍그랑..'

유리조각이 깨지며 날아가버렸다. 소녀의 손은 사내의 발길질 때문에 유리조각에 깊숙히 베인것같았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붙잡고 있는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녀의 피를 보자 더욱 흥분한 듯 근육질의 사내는 벌써부터 바지춤을 붙잡고 안절부절이었다.

소녀는 이젠 포기한 듯 망연자실해 있었다. 더 이상 몸을 가눌 힘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대한 사내의 손이 소녀의 몸에 닿았다.

소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저항할수 없었다. 아니. 사내의 억센 손에서 헤어날 자신이 없었다. 근육질의 사내는 다짜고짜 소녀의 바지를 벗겼다. 소녀의 희디 흰 허벅지살이 드러나자 사내는 발정난 암캐처럼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신의 하반신이 사내에게 완전히 드러나게 되자 쇼크를 먹었는지 정신을 잃었다. 사내는 재미가 반감됨을 느꼈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뒤에서 근육질의 사내를 보던 다부진 체격의 사내는 빨리 끝내라고 재촉했다.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려면 한참걸릴것같단 생각에서였다.

소녀의 노출된 성문을 향해 근육질의 사내의 거대한 심벌이 삽입되려는 순간이었다.

근육질의 사내의 머리에 커다란 돌덩이가 날아와 명중했다. 사내는 뒤통수에서 흐르는 피를 만지며 일어섰다. 이제 시작이었는데 누군가 방해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떤 자식이야? 죽고싶어 환장한새끼가?"

근육질 사내의 질문에 답한 사람은 키가 185센티미터에 약간 마른 듯 보이는 푸른색 머리의 사내였다.

"나다. 대낮에 그게 무슨 짓거리냐?"

갑자기 등장한 사내는 근육질 사내의 옆에서 자신의 하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분노는 결코 좋은 감정이 아니란 걸 잘 아는 그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죽을라고 발악하는구만. 내가 재미좀 보겠다는데 네까짓게 무슨 상관이야? 너 LCP(Local City Police)냐?"

근육질의 사내는 상대방이 당당하게 나서자 그가 혹시 경찰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었다.

"후훗. 난 경찰이 아니다. 하지만 너희같은 쓰레기들을 보면 분리수거가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사내의 말을 듣고 웃은 사람은 다부진 체구의 사내였다.

"하하핫.. 제법 유머감각이 있는 녀석이군 그래.. 우릴 어떻게 분리수거할거냐?"

- "너희들은 분리수거 할 필요가 없지 폐기처분이니까"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격해 들어왔다. 사내의 스피드는 굉장했다. 사내의 왼발차기가 다부진 사내의 명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운동을 좀 한 다부진 사내는 옆으로 몸을 기울여 피했다. 그러나 그건 허초였다. 옆으로 피하는 사내에게 왼발을 접고 땅을 짚으며 오른발 뒤돌려차기를 먹였다.

다부진 사내는 그 한방을 맞고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하지만 워낙 맺집이 좋아서인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섰다. 근육질 사내는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알았는지 옆에 있던 쇠몽둥이를 들었다.

몽둥이로 사내를 후려치는 순간 손에 엄청난 충격이 전달됨을 느꼈다.

몽둥이가 저절로 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손이 저릴정도의 떨림으로 인해 몽둥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다부진 사내가 외쳤다.

"젠장 포스 오너잖아!!! 튀여!!"

다부진 사내는 말과 함께 달려나갔다. 근육질의 사내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이해하였다. 하지만 도망칠수 없었다. 사내의 발차기가 등에 적중한것이었다. 체중이 실린 날라차기였다.

근육질 사내가 단방에 쓰러지는 것을 본 다부진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발은 계속 내딛고 있는데 옆 배경화면들은 전혀 뒤로 물러서질 않고 있는 것이었다.

다부진 사내가 자신의 발을 보았을 때 그의 발은 공중에서 헛바퀴를 돌고 있었다. 놀란 사내를 벽으로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는 피를 토하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이런 쓰레기같은 자식들"

사내가 다부진 사내의 멱살을 붙잡아 들었다. 다부진 사내는 벽에 충돌한 충격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다부진 사내의 연극이었다. 어느새 왼손에 나이프(Knife)를 들고 찔러들어왔던 것이었다.

다부진 사내의 최후의 발악을 사내는 당황하지 않고 막아내었다.

아니 다부진 사내의 나이프는 더 이상 찔러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럴수가 없었다. 엄청난 힘이 나이프가 전진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다부진 사내는 자신의 앞의 사내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뻗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내의 주먹이 다부진 사내의 인중을 강타했다.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한 다부진 사내는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사내가 파워를 조절해서 그런지 죽지는 않은것같았다.

푸른 머리의 사내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옆에 누워있는 근육질 사내의 복부를 다시 한 번 발로 세게 걷어찬 그는 아직도 분이 안풀렸는지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옷은 다 찢어져버리고 자그마한 가슴과 다리사이를 드러내놓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 가엾었다. 사내는 이런 것에 익숙치 않았다. 여성을 사랑해본적이 없다면 거짓이었으나 이런 나신을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순수한 사랑만을 추종하던 사내였다.

그 사내에게 방금전 그런 녀석들은 죽어마땅한 인간쓰레기들이었다.

사내는 난감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소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아니.. 그녀를 옮겨야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에겐 가진 옷가지들이 없었다. 외투같은 것이 있었다면 그거라도 덮어주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 엇비슷한것조차도 없었다.

사내는 금방 자신이 몰고 왔던 플라잉 머신이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플라잉 머신 안이라면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을거란 생각에 얼른 플라잉 머신을 향해 뛰어갔다.

사내가 플라잉 머신을 가지고 다시 골목에 왔다. 단 3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내는 그 사이 소녀가 어떻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다행히 소녀는 아까 모습 그대로였고 사내들역시 반죽음 상태 그대로였다.

사내가 소녀를 들쳐 업고 플라잉 머신에 태우려던 순간이었다. 사내의 등에 무언가로 찌르는듯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그 통증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등을 파고들었다. 사내는 순간 매너 포스를 집중해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물체를 빼내어 버렸다. 유리조각이었다.

그와 동시에 소녀가 사내의 등에서 떨어졌다. 사내가 뒤를 돌아보자 공포에 질린듯한 소녀의 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소녀의 짓이었다.

사내가 다른 녀석들과 한패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사내는 엄청난 통증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그랬지.? 난 널 도우려했을뿐인데."

사내의 말을 들은 소녀는 약간 정신이 드는 듯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을 범하려던 두명의 사내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있던 사내는 그들과는 옷차림부터가 확연히 틀렸다. 순간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소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사내는 웃으면서 쓰러졌다.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조각은 그의 등살을 헤집고 들어와 심장을 건드린게 틀림없었다.

그만큼 소녀의 최후의 반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세느카와 카인은 요란한 싸이렌 소리에 놀라 미시케의 집을 향해 달렸다. 둘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지만 미시케에게 경고받은 적이 있었다. 싸이렌이 울렸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이 공격해왔다는 뜻으로 재빠르게 집안으로 도피해야 살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느카과 카인은 미시케의 집으로 향하면서도 이상한 불안감을 지울수 없었다. 특히 세느카는 늘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것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더욱 그랬다. 왠지 다른 누군가가 굉장히 위험할것같았다.

카인은 세느카를 보호하는 임무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세느카를 붙잡고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도중에 세느카가 카인을 붙잡고 멈추어섰다.

"왜 그래? 세느카? 이러면 위험하단 말야!!"

-

"뭔가 느낌이 안좋아. 누군가가 굉장히 위험한 느낌이라구 왠지.

미시케가 굉장히 위험한것처럼 느껴져. 나 때문에 또 미시케가 위험해지고 있는것같단 말야."

세느카의 말은 물론 말이 되지 않았다. 세느카는 포스 오너가 아니었다. 물론 포스 오너라고 해서 그런 예측을 할수 있다는것도 아니지만 포스 오너가 아닌 세느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것은 더욱 말이 안되었다.

하지만 카인은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아니 믿어야할것같았다.

하지만 미시케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대도시에 비해 작은 라케프 마을이라곤 해도 한 사람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카인은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세느카가 자신을 따라간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었다. 그럴바에야 자신 혼자 위험해지는게 낳다는 판단을 한것이었다.

"알겠어. 우선 넌 미시케 집에 가 있어. 거기서 파인리히하고 같이 조용히 숨어있어 난 반드시 미시케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카인의 말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을 잘 아는 세느카였지만 카인을 혼자 보낼수는 없었다.

"아냐 나도 같이 가겠어. 제발 따라가게 해줘..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

세느카가 카인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인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들을때가 아니란 것을 잘 아는 카인이었다.

"내말 잘 들어. 넌 꼭 미시케 집으로 가야해. 그래야 파인리히하고 만날테고 파인리히를 만나면 그때 나애개 MTM으로 연락해! 알겠지?

파인리히랑 같이 도우러 오란말야.지금은 한명의 동료라도 더 필요한 시기니까.."

카인은 애써 임무를 주는 듯 말하면서 세느카를 떼어놓으려했다.

세느카는 카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떼를 쓸수 없었다. 생명이 달린 문제였다.

"알겠어 파인리히와 만나면 바로 MTM으로 연락할게. 조심해."

세느카를 떼어놓는데 성공한 카인은 아까전 미시케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뛰었다. 세느카는 카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삭였다.

"제발 다치지마."

카인은 세느카가 미시케의 집을 향해 뛰어가는 것을 확인한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곤 품속에서 고장난 MTM 을 꺼내었다.

세느카가 카인에게 속아준 것을 모르는 카인은 MTM 을 버리며 생각했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세느카'

세이타르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동료에게 말했다.

"우리의 목표물이 아니다."

세이타르의 말에 한쪽 팔이 없는 세이렌 녀석이 대답했다.

"맞다. 비슷한 뇌파를 지니기는 했지만 우리가 원하던 물건이 아니다."

외팔이 녀석의 말을 들은 세이타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텐가 일단 철수 할텐가 아니면 적을 살(殺)하여 침투를 위장할텐가"

외팔이의 질문을 들은 세이타르는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껏 세이렌들이 이유없이 마을을 공격한 적이 꽤 많았지만 한 번도 그냥 사라진적은 없었다. 만약 자신들이 이대로 그냥 물러서게 된다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될런지도 몰랐다.

"좋다. 침투를 위장한다. 앞에 보이는 적을 모두 죽여라!"

세이타르의 명령에 두명의 세이렌들이 손톱날을 세웠다. 죽이 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옆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시케를 꼭 껴안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적이 3개체라는 것이 무척 부담되었다.

오래전. 아우로페와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 살 때 세이렌 1개체를 자력으로 해치운 경험이 있고 그때보단 강해졌다고 자부하는 파인리히였지만 혼자의 힘으로 3개체를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더더군다나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이 다른 세이렌들보다 강렬한 한 개체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속으로 냉담하게 웃었다.

'아우로페. 내 질긴 목숨도 이것으로 끝인가보구나. 이제 네 곁으로 갈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내 옆에서 떨고 있는 이 소녀는 지켜주고 싶어 내게 힘을 줘. 아우로페.'

외팔이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한쪽 팔밖에 없어서 뭔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녀석의 공격은 빨랐다. 외팔이의 손톱이 파인리히의 두개골을 박살낼 듯 옥죄여왔다. 파인리히는 미시케를 자신의 등뒤로 밀어 방어하면서 외쳤다.

"쉘리아드!!"

파인리히의 손위로 생겨난 원형모양의 딱딱한 껍질의 생명체는 외팔이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었다. 파인리히 자신도 약간은 놀란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과거 세이렌의 주먹을 쉘리아드로 방어했을 때 그 반동에 의해 몇미터 뒤로 튕겨나간적이 있었기때문이었다.

파인리히가 의외로 자신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자 외팔이는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부었다. 외팔이의 공격은 한손공격이 다였기 때문에 약간은 덜 부담이 되었다.

일단은 미시케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싸워야했다. 그래서 파인리히는 틈을 노려 '스피리쉬' 를 외쳤다. 세이렌들의 스피드도 굉장했지만 스피리쉬의 속도는 정말 놀라웠다. 단숨에 세이렌들 사이에서 몇 십미터 밖으로 도망친 파인리히는 미시케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여기서 절대 움직여선 안돼. 적의 시선을 끄는 짓은 하지 말고"

-

"파인리히.. 조심해요.."

파인리히는 자신이 아우로페를 대하듯 반말하는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시케는 정신이 없어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파인리히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밖에 몰랐다.

세이렌들은 파인리히가 도망치듯 보이자 최대한의 속도로 그를 잡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엄청난 스피드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이 여자를 내려놓고는 다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외팔이가 세이타르를 보면서 말했다.

"이상하게 강한 녀석이군 우리가 모르는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약간은 소서렌와 비슷한 종류인것같다."

외팔이의 말을 들은 세이타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강해보이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약한 상대도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라. 그렇지 않으면 질수도 있다."

세이타르의 말은 다른 두 개체의 전의를 불태웠다. 다른 한 세이렌개체가 말했다.

"가자!"

그와 동시에 외팔이가 뛰쳐나갔다. 두 개체가 한꺼번에 공격하려는 심산이었다. 파인리히는 상황이 다급해짐을 느꼈다. 우선 세이렌들의 스피드가 가공할만 것이었다.

외팔이의 공격을 옆으로 피한 파인리히는 급히 '미케노스'를 외쳤다.

적의 이상한 공격을 무방비한 상태로 구경하던 외팔이는 미케노스의 공격에 적중했으나 순간적으로 방어적 행동을 취했기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외팔이가 적의 공격을 받고 나가떨어지자 다른 한 개체가 거세게 공격해들어왔다. 왼손톱으로 파인리히의 가슴을 찔러들어갔다.

파인리히는 급하게 쉘리아드를 불러내었지만 그건 상대의 허초였다.

어느새 오른손톱으로 파인리히의 어깨쭉지를 훑고 있었던 것이었다.

급한대로 왼팔을 들어 막긴 했지만 인간의 나약한 팔로는 강하디 강한 세이렌의 힘을 막아낼수 없었다.

파인리히의 왼팔이 부러지며 어깨와 목이 맞닿는 곳에 세이렌의 오른손톱이 박혔다. 파인리히는 오른손이 여유로운 것을 떠올려 지근거리에서의 미케노스를 구사했다.

"미케노스!!!"

파인리히의 말과 함께 미케노스가 적 세이렌의 복부에 명중했다.

파인리히의 몸을 토막낼 듯 베어들어오던 손은 그와 동시에 멀어져갔다.

몇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진 세이렌은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을 받아서인지 그 자리에서 즉사한 듯 보였다.

파인리히는 목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피를 확인했다. 너무 큰 상처였다.

특히 왼팔은 부러져서 미약한 힘도 지탱할 수가 없었다.

그런 파인리히를 향해 외팔이가 달려들었다. 약간의 부상을 입긴했으나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듯 보였다. 특히 동료가 죽어자빠지자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

세이타르는 비록 동료 한명을 잃었지만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적은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어보였다. 아니 조금 남아있더라도 외팔이를 이길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팔이의 공격을 쉘리아드로 겨우겨우 방어해내던 파인리히는 벽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벽을 등지고 서게 되자 더 이상 방어만 하긴 힘들었다.

그렇다고 공격을 할수도 없었다. 공격을 시도하는 그 순간의 빈틈 때문에 당할것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몰린다면 자신의 체력이 먼저 바닥날것이 뻔했다. 쉘리아드를 구사하는것도 몇번이지.. 이렇게 많이 사용해본적도 없었다. 그때였다. 외팔이의 거침없는 공격을 막으려던 파인리히는 더 이상 쉘리아드가 소환되지 않음을 알수 있었다.

'젠장. 벌써 기력이 다 소진된것인가.'

파인리히는 뒤쪽에서 자신의 모습을 애처로운 듯 지켜보고 있는 미시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눈물이 흐른 듯 보였다.

'죽는 한이 있어도 한놈은 같이 가도록 해주마'

파인리히는 없는 기력이지만 최대한 힘을 모았다. 그의 두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움직임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으며 그의 성한 오른팔에는 알 수 없는 힘들이 모이고 있었다. 외팔이의 공격에 파인리히는 맞공격을 펼쳤다.

"볼캔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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