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23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3
[기가 슬렌더] -12- 아크바레이(슬픈 영혼의 아리아......) -아크바레이(슬픈 영혼
의 아리아)-
얀과 아크바레이가 들어간 곳은 아주 작지만 잘 정돈되어있는 느낌의 초라한 방이었다. 얀은 여전히 깨끗한 방안을 둘러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자신이 티탄시에 처음 왔을 때 묵었던 방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자신도 변했건만 방안은 자신이 떠날 때 그대로였다. 흉가처럼 변했을거란 얀의 생각은 틀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얀은 방안에서 몇가지 책들과 문서 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것들은 자신이 아크타리안에게 지도를 받을 때 썼던 책들과 그의 노트였다. 늘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던 그에겐 꽤 많은 노트가 있었다.
얀은 비록 팔케넌이 죽었지만 그래도 한 연구소의 소장이었다.
그 일을 무시할수 없는 처지였기에 우선은 연구소로 가기로 했다.
얀은 팔케넌의 뒤를 이어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누군가가 올것이란 예상을 했다. 그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벌써 누군가가 연구소에 와있다는 연락을 받은것이었다.
얀과 아크바레이는 플라잉 머신에 탑승하여 연구소를 향했다.
아크바레이는 멍하니 세라곤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곤 정말 엄청난 금속이 아닐수 없었다. 세라곤이란 금속은 다른 말로 파인 세라믹스(Fine Ceramics)라고도 했다. 고순도의 천연 무기물 또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세라믹스보다 내마모,내식성등이 뛰어나며 전기 절연성이 강해서 실용성이 굉장했다.
실용성은 굉장했지만.. 그 금속이 풍기는 이미지는 아주 적막하고 우울한것이었다. 적어도 아크바레이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아크바레이의 눈에 연구소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반쯤은 파괴되어버린 정신과학 연구소에 인부들이 건물을 고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별히 강하게 만들어진 연구소였지만 저렇게 부술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얀과 아크바레이가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 아직 부숴지지 않은 소장실로 향했다. 소장실은 중요한 실험실과는 약간 먼 곳에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별 이상이 없었다. 폭발음 때문에 유리창이 깨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소장실에는 그들을 기다린 사람이 있었다. 바싹 마른 체구의 붉은색 머리칼을 가진 그는 굉장히 깡다구 있게 생긴 얼굴이었다.
"난 지오 라고 하네.. 만나서 반갑네. 팔케넌씨의 후임자라 생각하면 될걸세."
그의 풍기는 인상이 강렬했기에 절대 쉽게 잊혀지지 않을거란것을 얀을 느끼고 있었다. 얀은 상관에 대한 예우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제가 얀 이반 소장입니다. 이 친구는 아크바레이라고 아크타리안님의 손자입니다."
얀의 말에 아크바레이 역시 허리굽혀 인사했다. 지오는 다급한 듯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길 원했다.
"우선 팔케넌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정말 유감일세 꽤나 이름높은 양반이었는데 말야. 재단에서도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고들 난리일세"
얀은 지오가 하는 뻔뻔스런 거짓말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재단에서 해친 것이 아닌가. 쳇'
지오는 그런 얀의 행동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사람이고 산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우선 나머지 일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처리하도록하고 쉐도우 DNA 프로젝트는 일단 보류하도록 하게.. 아 그리고 유일하게 성공한 피실험체를 잘 간수하도록 하게 그가 연구에 빠른 성과를 가져다줄수도 있을테니"
얀은 지오의 입에서 카인을 물건취급하는 말이 나오자 더 이상 참을수 없었던 듯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물건이 아닙니다!! 잘 간수하라니.. 말이 지나치십니다."
얀은 순간 흥분해서 말을 꺼냈지만 이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는 자신의 상관이 아니던가 하지만 지오는 의외로 너그럽게 넘어갔다.
"후훗 맞는말일세 내가 좀 지나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그 문제는 일단 그렇게 알도록 하고.. 가오사이보그 개발을 재개하도록 하게.
우선 현재 가지고 있는 가오사이보그를 합쳐 30대 정도를 만들도록 하게.. 차후에 15대를 더 개발할작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문제는 탑승자 양성문제인데.. 자네가 모집 광고를 내게. 얼마나 모일지는 장담못하겠네만 그건 자네의 역량이 아니겠는가?"
지오가 짚은 것은 당장 당면한 과제였다. 현재 돔 광선형 결계가 다시 고쳐져서 그 기능을 90% 가까이 발휘하고 있었다. 아마 내일쯤 유그리스시에서 파견온 가오그전대가 복귀할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티탄시에 남아있는 가오그는 겨우 7대에 불과했다.
빠른 시일내로 가오그를 만들어내야했다. 다행한 것은 로봇공학연구소가 가변공정시스템(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으로 체제를 구축했다는것이었다.
가변공정시스템이란 여러종류의 제품을 가공,처리할수 있는 자동화 생산라인을 가르켰다. 로봇과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설비를 통신,운반장비에 연결하여 컴퓨터에 제어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제품이 각 장비의 가동 중단없이 동시에 생산, 조립,검사,포장될수 있는 일괄생산 공정체제였던 것이었다.
즉, 가오사이보그는 단기간내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생산 비용과 가오륨을 구하는 것 가장 중요한 탑승자 양성건이었다.
얀은 이미 그러한 지시가 있을줄 알고 로봇공학연구소에 가오그 생산을 지시한 후였다. 문제는 지오의 말대로 탑승자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가오사이보그에 탑승할 탑승자를 뽑는 것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일단 목숨이 걸린 일이었으므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그리고 참여를 한다고 해서 모두 탑승자로서 적합한 것도 아니었다.
가오사이보그는 살인병기였다. 그만큼 뛰어난 체력과 파워,그리고 어느정도 검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유리했다. 가오사이보그에 탑승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그들은 체력에서 밀리거나 아니면 검에 대한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자들이었다.
정부는 무기의 퇴화로 인해 탑승자들에게 검술을 가르쳐야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것이었다. 그래서 선발기준에 검술에 어느정도 소질있는자를 우대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있던것이었다.
얀은 화를 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말했다.
"좋습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탑승자가 30명이상 모일지도 의문이지만 그들이 선발기준에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허기야 요즘엔 다른 종족들에 대한 차별의식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니 탑승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들도 많이 생겨났겠죠."
그의 말대로였다. 최근따라 기승을 부리는 타 종족들 때문에 종족차별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종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피해가 안오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사람들과는 달리 다른 종족들을 무조건적으로 배타하고 싫어하는 집단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종족차별주의자집단이었다.
얀은 그들이라면 이러한 달콤한 유혹-다른 종족을 죽이기 위한 살인병기의 탑승자라는-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얀은 지오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곤 다시 소장실로 돌아왔다.
다행히 그가 이미 다 지시해 놓은 사항들이었고 쉐도우 프로젝트가 영구보류된 이상 얀에게 할 일은 없었다. 단지 결과 보고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얀은 아크바레이를 보았다. 아크바레이는 멍한 표정으로 쓸쓸하게 앉아있었다. 뭔가 맥이 풀린듯한 얼굴 하지만 얀은 그에게서 무언가 내재되어있는 파괴력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 스승님께서 날 보고 느끼셨던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녀석에게서 분노섞인 울부짖음이 들리는구나.. 가련한 녀석..'
얀은 아크바레이를 위해 해줄수 있는 것은 그를 올바른 매너 포스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스승이 그를 위해서 그랬던것처럼.
모처럼만에 주어진 휴가나 다름없었다. 얀은 조용한 곳을 찾기로 했다. 아니 추억이 있는 곳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아크바레이를 가르칠 생각이었다.
마을에는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어떠한 광석을 채석하는 인부들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숫자가 그 일에 종사하는 듯 했다.
니크롬 이 금속은 금속이라기보단 섬유물질에 가까웠다. 나일론의 일종이며 보통의 유기섬유보다 훨씬 고강력의 섬유라고 할수 있었다.
강력한 방탄력을 지닌 아라미드 섬유(Aramid Fiber)였던 것이었다.
당연히 이 니크롬이란 녀석은 방호구 장비에 그 능력을 발휘했다.
폴리아트겐이란 방어력 좋은 옷감은 바로 이 니크롬을 가공해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만큼 충격에 강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쌌다.
바로 그러한 니크롬이 매장되어있다는 사실은 타르타로스 마을에는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크바레이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들 사는군요.. 전 지금껏 저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것같아요.. 늘 조부님의 그늘아래서 편한 잠만 자왔죠"
아크바레이가 조부를 그리워하는 듯 보였다. 얀은 그런 아크바레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단다. 과거는 중요한게 아니야 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란다. 현재에 충실하면 그걸로 되는거야."
얀의 말은 아크바레이의 가슴속에 아로새겨졌다. 얀의 말이 맞았다.
늘 과거에 대해 목말라했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지 알순 없지만 얀의 말은 진실이었다.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과거에 얽매이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의 과거는 늘 조부님과 함께였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늘 허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뭘까. 늘 고민하던 아크바레이였다.
아크바레이가 없었지만 분위기는 다시금 예전처럼 돌아왔다. 세느카 일행들은 늘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미시케의 집에서 묶는 하루는 정말이지 낙원에서의 하루였다. 적어도 세느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관광명소니만큼 구경거리가 많았다. 특히 아직까지도 원시생활을 고집하는 구세대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자연과 벗삼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세느카에겐 인상깊은 장면 들이었다. 자신의 과업도 까맣게 잊은채 라케프 마을을 둘러보기만 했다. 카인과 파인리히도 그게 싫지는 않았지만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다. 늘 세느카가 가자는 곳으로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으니 말이다.
미시케는 자신의 마을에서 세느카 일행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녀에겐 자신의 고향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촌티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지만 그게 바로 장점이었다.
유적뿐만아니라 자신의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미시케는 마을에서 제일 구경할만한 곳들만 찾아다니며 소개시켜주었다. 역시 프로 근성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미시케 전 정말 당신이 부러워요.."
세느카가 거대한 나무를 보면서 말했다. 그 나무는 미시케의 마을 사람들이 옛날에 모셨던 나무신이라고 했다. 워낙 크기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위용이 신의 위상처럼 대단했다.
"후훗 아니에요 전 세느카 당신같은 도시사람이 부러운걸요.. 비록 제가 도시에 적응을 잘 못해서 이러고 있지만 언젠가는 도시로 나갈거에요."
미시케의 말에 세느카는 미소지었다. 둘은 서로를 동경하는 듯 했다.
카인과 파인리히는 그처럼 재미 없는 대화를 더 이상 못들어주겠다는 듯 연신 하품을 해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파인리히는 자신에겐 이런 관광은 아무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세느카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약간은 화도 났다. 아크바레이와 이별한후 유적을 조사하기로 마음먹은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마을을 관광하고 있지 않은가. 파인리히는 세느카의 마음을 종잡을수가 없었다.
'너무 천진난만하단 말야.. 때론 그게 더 무서울때가 있으니. 나 이거 참'
파인리히는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서라도 지겨운 관광을 마쳐야했다. 그래서 살 물건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개인행동을 취했다.
카인은 뻔한 거짓말을 하는 파인리히를 보며 부러움의 눈길을 거둘수 없었다. 카인 역시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그놈의 '보디가드' 라는 직책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세느카의 옆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파인리히는 그런 카인의 시선을 느꼈는지 살짝 윙크를 하며 미소지었다. 부럽지? 라는 의미의 윙크였음을 카인도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일이 있으니..
파인리히가 자리를 뜨자 미시케가 말을 꺼냈다.
"흠 두분만 남으셨군요.. 제가 방해되는것같아요. 후훗 전 할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집에서 뵙죠.. ^^"
미시케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되버린 카인은 애써 부인하려 손을 흔들었지만 이미 모든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의 미시케를 막을순 없었다.
세느카는 그런건 어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듯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시케가 총총걸음으로 사라지자 카인이 멋적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런.. 우리 사이를 오해하고 있군 안그래? 세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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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오해하면 어때? 근데 왜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지??? 알수 없네??"
세느카가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제자리에 멈춰선듯한 얼빵한 표정의 카인이 멍하니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순간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세느카를 부르며 말했다.
"아냐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나봐 그래서 내 얼굴이 어디가 빨갛다고 그래??? 쳇"
끝내 토라져버린 카인에게 세느카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어린애를 다루듯 등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하핫 농담이네요.. 카인씨. 어서 계속 관광하자 너무 좋아. 하핫."
카인은 역시 단순했던지 방금전 일을 생각지 않고 웃으며 세느카를 따라갔다. 마치 주인을 따라 다니는 강아지처럼.
미시케는 서둘러 파인리히를 쫓아갔다. 미시케는 여러 가지 마음으로 혼란했다. 처음으로 만나본 도시인들 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호감이 가는 도시인들은 처음이었다. 늘 직업으로만 대했던 그녀였기에 더욱 이상할따름이었다.
처음에는 아크바레이라는 재벌2세쯤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관심이 끌렸지만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포기했었다. 그리고 이내 아크바레이는 티탄시로 떠나버렸다.
그래서 카인을 생각해보았다. 약간은 각진 얼굴에 큰 키.
근육질의 몸매. 어딘지 모를 슬픔을 간직한 카리스마.. 하지만 이런건 미시케의 취향이 아니었다. 너무 무식해 보였기때문이었으리라..
마지막으로 파인리히를 그려보았다. 그러자 뭔가 알수 없는 궁금증이 밀려왔다. 파인리히 그는 너무 신비한 사내였다. 적어도 미시케에게 있어서는 그런 허름한 옷을 입는 사내가 다른 도시인들과 함께 다닌다는 것 자체부터 신기했다.
그리고 그의 미소년같은 얼굴과 늘 번뇌하는듯한 표정들.. 그리고 도시일행들중 가장 신중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파인리히에 대한 관심은 감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카인과 세느카를 연인처럼 만들어놓고는 파인리히를 쫓아 달려온것이었다.
파인리히는 미시케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것인지 자신을 따라오는것인지 몰랐기에 그냥 놔두고 있었다. 계속 가다보니 자신을 따라오는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파인리히가 갑자기 뒤를 돌아 자신을 노려보자 미시케는 물건 훔치다 걸린 아이처럼 움찔 놀라고 말았다.
"어째서 저를 계속 따라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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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던 중이었겠죠."
파인리히는 예상했던 대답이 나왔다고 쾌재를 불렀다.
"그게 아닐텐데요. 전 같은 길을 빙빙 돌고 있었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것이었다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가야하지 않았을까요?"
미시케는 파인리히의 신중함에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하지만 우선 이 위기를 모면해야했다. 때로는 진실이 파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미시케였다.
"그래요 사실은 당신을 뒤쫓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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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그냥 그러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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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냥이라뇨. 무슨 이유가 있었을거아니에요? 나를 나쁜놈으로 오해하고 감시하려고 할수도 있고.. 그리고."
파인리히는 얄싸한 눈을 만들어 미시케를 쳐다보며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두렸다. 미시케는 파인리히를 나쁜놈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았는데 파인리히가 그렇게 생각하는것같아 얼른 말을 막아섰다.
"아니에요 당신을 나쁜사람으로 오해한건. 다만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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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요.. 그렇게 솔직하니 얼마나 좋아요.. 서로 오해도 안하고 후훗 저도 사실 심심하던 차였는데 우리 같이 구경할래요?"
파인리히의 말에 미시케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인리히는 그녀의 그런 순수함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마을은 너무나도 평온해. 정말 이런곳에선 전쟁따위는 일어나지 않을것같아.."
세느카가 카인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래 하지만 이 마을도 예외일순 없지. 이상한 일이지만 세이렌 녀석들은 아무 마을이나 침략해서 닥치는대로 살육하거든.. 이 마을도 몇번 그런 전례가 있었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문제는 그런 녀석들에 대한 방비가 너무 허술하다는 거야."
-
"그래.. 대도시 사람들은 안전하고 이렇게 못사는 사람들은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너무 불공평한것같아."
카인은 늘 다른 사람 걱정을 하고 있는 세느카가 너무 귀여워보였다.
"그래 하지만 그런건 우리힘으로 어쩔수 없는것이잖아. 너무 안좋게 생각하지 마. 긍정적으로 생각해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이 땅에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 "후훗.. 그럴까? 고마워 카인.. 늘 나를 지켜줘서"
카인은 순간 숙쓰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미소지었다. 아까는 관광하는 것이 전혀 재미 없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즐기고 있는
카인이었다. 이유가 뭘까
파인리히와 미시케는 마을의 번화가라는 곳을 거닐고 있었다.
번화가라고 해봐야 몇 개의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들어서있는게 고작이었다.
미시케는 파인리히와 같이 걸으면서 어린아이마냥 즐거워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쉴새없이 종알거리는 미시케를 보며 파인리히는 오랜 고독에서 해방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오랜 사랑 '아우로페'가 환생한것같은 느낌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미시케는 미시케가 아니던가..
파인리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한발짝씩 내딛고 있었다.
그때였다. '에에에에엥..에에에엥.'
마을에서 비상령이 발동된것이었다. 엄청나게 큰 비상벨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다급히 뛰어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미시케도 몇번 겪어본 듯 파인리히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인리히와 미시케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파인리히는 어디선가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던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슬픈 과거.. 그의 눈에 그 슬픔이 어리고 있었다.
'아우로페'
거대한 몸집의 생물체가 그 둘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의 뭉툭한 손에는 길다란 손톱이 빛을 내고 있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순간이 아닐수 없었다.
세이렌들을 본 미시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파인리히는 묵묵히 말했다.
"걱정마. 지켜줄게. 아우로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