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21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21
[주석] -2- 세이타르(지키지 못한 자의 눈물.......) (4) -세이타르(지키지 못한
자의 눈물.....)-
얀은 아내 이카루스의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어떤 병인지 알수 없다는것이다.
의학이 발달했지만 아직 감기 바이러스조차 제압하지 못하는게 현실이었다. 불치병이 거의 없어졌다는 의학수준이 겨우 아내의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내는 의식불명상태로 아직까지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이상한 관들이 연결되어 그녀의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시체를 보듯 아내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런 얀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팔케넌이었다. 팔케넌은 뭔가 짐작되는바가 있었기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달려온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팔케넌은 얀에게 달려갔다. 얀을 만난 그는 중환자실에 있는 이카루스의 상태를 보러 갔다.
이카루스의 상태는 우려했던 그의 생각과 일치했다. 정신착란제에 중독된 이카루스는 상태가 무척 안좋았다. 그녀를 고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팔케넌님.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아십니까? 의사들은 병명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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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부인은 건드리지 말았어야할 것을 건드렸네 고칠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친다면 재단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되겠지."
얀은 팔케넌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방망이로 머릴 쎄게 맞은 듯 머리가 띵해오기 시작했다.
'역시 후회하고 있군요. 제가 좀 알아볼까요? 재단에 대해서'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나한테 분명 그러지 않겠다고 대답했는데. 그랬잖아 이카루스. 내말이 맞지? 맞다고 해봐!!"
팔케넌은 얀도 이제 알게 된 것같아 계속 말을 이었다.
"재단에 돌아가면 해독제를 구해올수 있네. 하지만 재단에서 이 일을 가만히 넘기진 않을거야. 재단은 무서운 곳이야.
법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쉽게 처리하려들지도 모른다네."
얀은 그의 말뜻을 짐작할수 있었다.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릴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게 놔둘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천천히 죽어가게 내버려둘수도 없었다. 얀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다.
"다른 무슨 방법이 없습니까? 몰래 해독제를 구해올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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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불가능해. 이럴때를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보안장치니까.. 하지만 해독제를 복용시킨후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네. 위험부담은 크지만 해볼만한 것이네."
팔케넌은 죽은사람처럼 꿈쩍도 안하고 있는 이카루스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얀은 팔케넌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카루스를 피신시킬곳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내가 약은 빠른 시일내로 구해오겠네 자네는 자네 부인을 돌보며 피신시킬곳을 찾게.."
얀은 팔케넌이 위험부담을 안고 자신을 도와준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어디로 피신시킨단 말인가. 우선 병이 완치되기전까지는 멀리 도망칠수 없었다. 티탄시 주변의 위성도시들을 생각해보았다. 그중 한 곳이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바로 타르타로스라는 자그만 마을이었다. 아직 미개발지역이라 타종족들에 대한 방어력은 미흡하지만 그게 도리어 안전하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내는 도망치더라도 자신은 연구소에 남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얀은 마음이 아파왔다. 아내와 같이 도망치려 했던 얀이었지만 팔케넌이 극구 만류했다.
쉽게 발각될 우려가 있고 이카루스가 아는 정보를 얀이 알게 된다면 얀마저 위험해질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자신을 배려해주는 팔케넌의 말을 안들을수 없던 얀은 그러자고 했다.
팔케넌이 약을 가지러 떠난 지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이미 얀은 호크에다가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새벽 3시경.
팔케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얀과 팔케넌은 서로 인사할 시간도 없이 해독제를 관을 통해 이카루스에게 주입했다. 해독제를 투여한지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팔케넌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장 힘든 고비는 지났네 이제부터는 자네 하기에 달려있어 재단에서는 아직 자네 부인이 그랬다는 사실을 모른다네 하지만 시간을 끌수록 밝혀질 확률이 커.. 그 해독제는 추적장치가 발동되어 있네. 이제 해독제를 투여했으니 이곳을 뜨는 일만 남았어. 빨리 아내를 피신시키게 그리고 자네는 아무일 없다는 듯 연구소로 출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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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팔케넌님!"
얀은 아내를 들쳐업고 뛰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맺힐때쯤 얀은 호크에 다다랄수 있었다. 호크는 이미 장입된 경로를 따라 부상하기 시작했다. 최고속도로 이동하던 호크는 어느새 티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
팔케넌 역시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빠져나왔다. 자신까지 위험해질수도 있었으므로 가능한한 먼 곳으로 피신해야했다.
얀이 무사히 도망쳤기를 바라면서 팔케넌은 움직였다. 자신의 할 일은 모두 다 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타르타로스 마을에 도착한 얀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집에 들어갔다. 이미 의료기구가 설치되어있었다. 그것역시 준비된 것들이었다. 얀은 아내를 침대에 뉘이고 나서 의료기구들을 연결했다.
다행이 이카루스의 상태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다.
얀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아내를 지켰다.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얀의 핏발선 눈을 비추자 이카루스도 눈을 떴다.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어떻게 된거죠?"
이카루스의 첫마디었다. 얀은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아내를 보며 말했다.
"다행이야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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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얀은 아내의 무모함을 원망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하고 재단에 대한 비밀을 알려고 한것에 대해 책망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이 메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은 이상한 약에 중독되었어 이제 해독했으니까 안심해도돼.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어 왜.. 당신에게 있어 나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거야?"
-
"당신.. 모두 알아버렸군요. 미안해요. 하지만 쿨럭. 쿨럭.
그곳엔 엄청난 정보가 숨겨져 있었어요.. 거대한 음모가..쿨럭 쿨럭"
얀은 이카루스가 계속 기침을 하자 검지손가락을 입에다 대었다.
"더이상 말하지 마 우선 몸부터 낳게 하고 그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아. 재단에서 당신을 쫓을려고 노력할거야..
이곳도 안전하다곤 보장못해"
- "얀..쿨럭쿨럭.. 당신은 제 곁에서. 쿨럭 쿨럭 절 지켜주실거죠? 쿨럭"
이카루스의 눈에서도 벌써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해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더 의심받아 금방 돌아올게..
그동안만 참고 지내. 간병인은 불러놓았어 금방 도착할거야.
몸조리 잘하고 기다려.."
- "알았어요. 너무 미안해요 쿨럭.. 쿨럭"
"미안하단 말은 하지마 난 괜찮아.. 당신 몸 생각이나 하라구..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 "사랑해요. 얀"
얀은 아내의 마지막 말을 뒤로 한채 집에서 빠져나왔다.
날이 밝았으니 서둘러 연구소로 나가야했다. 재단에선 아직 눈치채지 못한것같았으나 모를일이었다. 호크에 탑승한 얀은 팔케넌에게 연락을 취했다. MTM 의 화상에 나타난 팔케넌의 표정은 암울했다.
"큰일일세. 병원에 기록된 자네 부인의 기록을 누가 빼돌렸네. 금새 재단이 알아차릴걸세. 그렇더라도 지금 자네 아내가 어딨는지는 모를거야 거기에 희망을 걸게"
얀은 점점 희망이 바람빠진 풍선마냥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자신이 그토록 불안해하고 불길해했던 이카루스에 대한 느낌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더욱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릴수는 없었다.
정신과학 연구소 소장실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지만 흐르고 있던 분위기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란머리의 사내는 두꺼운 안경을 바로쓰며 계속 왔다갔다했다. 팔케넌에게 곧 누군가 들이닥칠거란 것을 들었다. 재단에서 사람을 보냈을거란 것이다. 얀은 초조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 아무도 연구소로 찾아오지 않았다.
팔케넌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 찾아온것이다. 얀은 그들이 포스 오너임을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뛰어난 능력의 포스 오너들은 아니었지만 이카루스를 공격할 위력은 충분히 가진 자들이었다.
5명의 사내들중 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얀에게 말했다.
"얀 이반 소장 당신의 부인이 있는곳을 알고 있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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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오. 어제 병원에서 사라진 이후론 어디있는지 연락이 없소.. 나도 그녀가 어디있는지 알고 싶소!"
얀이 시치미를 떼자 말하던 자가 옆에 있던 부하처럼 보이는 자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재빠르게 소장실을 빠져나갔다.
"발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모르시오? 우리는 다만 그녀에게 몇가지 물어볼것이 있어서 그런것이니 솔직히 말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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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무슨소리 하는지 모르겠군 난 당신들이 하는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소. 어디 마음대로 해보시오!"
상대방은 얀이 절대 말할리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듯 방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핫 좋소.. 그렇게 나온다면 우린 더 이상 할말이 없소 그만 나가자!"
우두머리의 말이 끝날무렵 아까 나갔던 녀석이 들어와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우두머리는 얀을 보고 말했다.
"후훗 그럼 이곳에서 편히 있으시구려 가자!!"
우두머리의 이상한 웃음을 느낀 얀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수상한 자들이 모두 나가자 얀은 연구원들에게 아까 잠시 나갔던 녀석의 행적을 조사했다. 얀은 자신이 뭔가 잘못한게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때였다. 얀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얀은 최대의 속도로 호버크레프트를 향해 달려갔다. 얀이 호크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호크는 불타고 있던 중이었다.
"이런 제기랄 제기랄"
역시 녀석들은 이카루스의 위치를 파악해낸것이다. 호크안에 장입되어있던 도시의 좌표를 알아낸것이다.
미처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무능력이 그를 무너뜨렸다. 정신이 멍해있던것도 잠시 그는 아내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일어섰다.
아직 적들이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충분히 따라잡을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호크 한 대 없었다. '녀석들의 짓인가?'
그때였다. 상공에서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호크가 한 대 내려오고 있었다.
얀은 빨리 내려오라는 시늉을 했다. 팔케넌은 얀의 손짓을 보고 이미 적들에게 위치가 발각되었음을 눈치챌수 있었다.
팔케넌은 얀에게 귀뜸해준후 바로 달려온것이었으나 한발 늦은것이다. 팔케넌의 호크가 땅에 착륙하자마자 얀이 올라탔다.
얀은 호크의 주인이 팔케넌이란 것이 놀랍고도 고마웠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빼앗았을것이다.
팔케넌은 얀이 말하기도 전에 호크를 부상시켰다. 그리고 얀이 말하는 좌표대로 호크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적들보다 이미 10분 넘게 지체된 상태였다.
타르타로스 마을. 아직은 개발이 진행중인 꽤 낙후된 도시였다.
티탄시처럼 막강한 방어시설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환경도 훨씬 안좋았다. 이곳에 장점이 있다면 자연광석들이 많이 잠재해있던 것이다. 그중에서 고급 금속에 속하는 니크롬이란 금속이 많기로 소문이 나있었다. 이 금속은 다른 종족들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용도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3개의 거대한 신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2미터를 훨씬 넘는 키를 가진 그들은 인간의 속도라곤 믿을수 없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어느덧 타르타로스 마을 부근까지 도착한 그들은 그들중 우두머리격인 녀석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타르.. 우리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거대한 생명체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세이타르라 불린 생명체가 대답했다.
"한 생명체를 구해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 "어째서 그런 일을 해야하는가. 우리의 임무는 니크롬을 탈취하는 것이 아닌가"
세이타르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그건 적의 이목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우린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생명체를 구해가야한다. 그것이 목적이다."
- "알겠다. 언제 실행하는가"
세이타르는 귀찮다는 듯이 주먹을 폈다가 쥐었다. 경계할만한 적이 나타났으니 조용히 하라는 그들만의 암호였다.
세이타르의 손은 둥글넙적하게 생겨 뭉뚝한 느낌을 갖게 했으며 거대한 손톱이 날카롭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이 바로보고 있던 곳은 타르타로스 마을 경계 부근이었다.
호버크레프트 한 대가 마을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그 호크가 자신들을 방해할 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 그들보다 유일한 방어시설인 벙커를 부수는게 먼저였다. 벙커안의 병사들의 무기는 고작해야 지대지 박격포와 로이안 리플이 전부였다.
지대지 박격포는 위력은 가공할만했지만 명중률이 저조했으며 로이안 리플은 적에게 통하는지조차 판가름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다른 종족에겐 사용해본적이 없었기때문이었다.
세이타르의 손짓에 의해 거대한 세 개의 생명체는 쏜살같이 내달렸다. 벙커안에서는 요즘들어 니크롬을 강탈하기 위해 세이렌종족들이 자주 공격한다는 사실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빠른 스피드에 그만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았다.
세이타르와 그의 부하인지 동료인지 모를 녀석들이 벙커안에서 인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속하고 조용한 공격이었다.
벙커안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조차 모르게 당했다.
세이타르는 한시가 급함을 알고 호크가 착륙한 곳으로 달려갔다. 다른 두명의 세이렌 개체들도 그를 따랐다.
호크가 착륙한 곳에는 5명의 사내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이카루스의 해독제기운을 탐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녀의 위치를 알아내었는지 한 집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세이타르는 한발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들과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목적을 달성해야했다.
얀과 팔케넌은 정확히 그로부터 7분후에 도착했다. 얀이 이카루스를 옮겨놓았던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팔케넌 역시 자신이 예상했던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얀이 오기 4분전. 세이타르의 눈에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닌 한명의 여자를 두명이 부축하며 옮기고 나머지 세명이 경계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젠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들과 싸워서 이겨야했다. 그리곤 목표물을 안전하게 옮겨야했다.
갑작스런 세이렌 3 개체의 등장.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이카루스였다. 아직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지만 다른 종족이 나타났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특히 세이렌은 힘만세고 무식하다고 소문나있는 폭력성이 강한 난폭한 종족이 아니던가.
5명의 포스 오너들은 이카루스를 옮기는 두명을 제외하고 싸울준비를 했다. 그들중 우두머리였던 후안보크가 말했다.
"젠장 어째서 이런곳에 저런 녀석들이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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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니크롬을 강취하기 위해 들어온 녀석들 같습니다. 우리가 조용히 있는다면 저들도 우릴 공격하지 않을것입니다."
후안보크는 부하의 말을 듣고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이타르의 엄청난 괴성을 듣고는 생각을 고쳐 먹어야했다. 세이타르는 귀를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포성을 울리며 달려들었다.
정말 엄청난 스피드였다. 뒤를 따르던 세이렌 2개체들 역시 세이타르에겐 못미치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로 달려나왔다.
방어자세를 취하던 3명의 포스 오너는 상황이 안좋음을 직감하고 우선 방어결계를 쳤다. 3명의 힘이 합쳐진 방어진은 마치 투명한 거울처럼 세이렌의 거대한 손톱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차,삼차 공격하는 세이타르의 공격을 막기란 정말 힘들었다.
세이타르를 방어하기 급급하던 후안보크들은 옆에서 들려오는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을 들었다.
뒤에서 쫓아오던 녀석이었다. 많은 실전경험을 쌓았는지 쉽게 당할 그들이 아니었다. 후안보크의 왼쪽에 있던 사내가 몸을 옆으로 굴러 피하자 방어진이 약화되었다. 그러자 세이타르의 손톱이 후안보크의 가슴을 후벼파기 위해 내리쳐졌다.
후안보크는 급히 매너 포스를 집중해 자신의 양팔앞에 공기의 막을 형성시키고는 = 자 모양으로 세이타르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이내 찢어지는듯한 공기음이 들리더니 후안보크는 팔에 검으로 그은듯한 상처가 생기며 뒤로쓰러졌다. 다행히 중상은 아니었다.
급조한 방어진이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팔은 붙어있지 않았을것이다. 그는 옆의 부하들을 보았다. 한명은 이미 세이렌의 긴 손톱에 폐부가 찢겨나가 내장들이 흘러내려 죽은 상태였고 다른 한명도 부상을 입고 도망치기 바빴다.
이카루스를 옮기던 두명의 포스 오너는 상황이 악화되자 다른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치려했다. 호크에서 거대한 엔진음이 들리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는 생각에 맹공을 가했다.
계속적인 세이타르의 공격을 간신히 방어하던 후안보크는 자신의 부하를 죽이고 달려든 또 다른 세이렌 때문에 2:1 의 불리한 싸움을 해야했다. 다른 부하녀석도 이젠 지쳤는지 쓰러져 일어서질 못하고 있었다.
후안보크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티타미넘으로 만든 구슬을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는 매너 포스를 집중하자 구슬이 공중으로 부상하였다.
세이타르는 적이 최후의 발악을 하자 우습다는 듯 후안보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안보크는 자신의 모든 매너 포스를 집중하여 구슬을 세이타르에게 날렸다.
세이타르는 적의 마지막공격인지라 강할줄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날아오자 피할 수밖에 없었다. 구슬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슬이 방향을 바꿔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볼수 있었다.
후안보크는 그래도 꽤 괜찮은 포스 오너였다. 직선공격을 시킨 물체를 선회시킨다는것은 그것도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진 물체를 움직인다는 것은 보통 포스 오너들은 하기 힘든 기술이었다.
세이타르를 쫓아오던 구슬은 점점 세이타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이타르의 손톱이 어느새 후안보크의 목을 가르고 있었다.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그는 쓰러졌다.
구슬역시 동시에 땅으로 떨어졌다. 자신들을 가로막던 세명이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한 세이타르일행은 이륙하는 호버크레프트를 바라보았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세이타르는 주머니속에서 뾰족한 모양의 금속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호크의 엔진실부분을 향해 던졌다.
그 금속은 정확하게 엔진에 명중했다. 이륙하던 호크는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자 어쩔수 없이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조종하던 사람의 실력이 괜찮았는지 호크는 안전하게 땅에 착륙했다.
하지만 남은 두명의 포스 오너들에겐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목숨을 부지해야했기에 이카루스도 남겨둔채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세이타르는 그들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받은 지령중에 목표물을 납치하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이라고 되어있었기때문이었다.
두명의 포스 오너는 겁을 집어먹은채 세이렌들이 있는곳과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이렌들은 2.5미터라는 덩치에 맞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로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2명의 포스 오너는 이미 체념한 듯 보였지만 그냥 맥없이 죽고싶지는 않았다.
둘은 매너 포스를 집중시켰다. 주위의 공기들이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먹이를 잡아먹을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한 대의 호크가 그들 근처에 착륙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곤 두명의 사내가 뛰어왔다. 한명은 노란머리에 안경을 쓴 30살정도 되어보이는 사내였고 다른 한명은 중후하게 생긴 중년의 사내였다.
얀과 팔케넌은 자신들의 앞에 보이는 상황에 넋을잃고 있었다.
3개체의 세이렌과 2명의 포스 오너가 대치중이었고 포스 오너들의 손에는 공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아까 자신을 찾아왔던 후안보크란 자는 이미 죽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곧 그들의 싸늘한 시신을 볼수 있었다. 얀은 속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었다.
아직 세이렌들은 얀과 팔케넌의 존재에 대해 신경쓰고 있지 않는 듯 했다. 얀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세이렌들을 도울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아내를 잡아가려는 포스 오너들을 도울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얀은 이카루스의 작은 신음소리. 아니.. 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수 있었다.
얀은 그제서야 행동을 취했다. 저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동안 아내를 구출하기로 말이다. 호크 안은 다행이 화재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엔진이 파괴되었지만 더 이상 문제는 없었다. 호크 안으로 들어선 얀은 이카루스가 자신을 보고 미소짓자 따라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아내를 안고 호크를 빠져나왔다.
포스 오너들은 얀이 자신들을 도울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이젠 이판 사판이었다.
공기의 소용돌이가 세이타르를 덮쳤다. 보통 사람의 살결이라면 그 소용돌이와 살짝 부딪혀도 살갗이 찢겨져 나갔을 엄청난 위력이었다. 하지만 세이타르와 그의 동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용돌이를 헤치고 빠져나왔다.
그들의 각피는 그 정도의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윤이 나고 있었다.
포스 오너들은 기가 질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이미 전의를 상실한 그들에겐 움직일 필요성도 느낄수 없었다. 세이타르는 천천히 두명의 포스 오너에게 다가갔다.
'먹이감은. 쉽게 잡으면 가치가 없는법. 하지만 명령을 어길수는 없다.'
세이타르의 손이 바람을 갈랐다. 잠시후 세이타르는 얀이 도망치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동료들이 얀을 쫓아가 얀을 가로막아서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얀을 향해 다가갔다.
이카루스는 무슨 일이 벌어진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얀이 자신을 안고 도망치고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무슨 일이죠? 얀.. 어떻게 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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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겠어. 세이렌들이. 어째서 이곳에.."
이카루스는 얀의 목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땅을 짚었다.
이미 적들에게 둘러싸인 이상 얀을 방해해선 안되었다. 자신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도울수가 없었다. 방해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
"내가 반드시 지켜주겠어 반드시.."
얀은 두 주먹을 불끈 감아쥐었다. 그의 눈에는 광포한 분노가 살기를 뻗치고 있었다.
그의 스승 아크타리안이 걱정하던.. 그 느낌팔케넌은 세이렌들과 얀들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움직임도 할수 없었다. 아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도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세이렌들과 맞닥뜨린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아직 자신은 세이렌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팔케넌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즉시 MTM(Mornitoring Telecom Machine :
화상통신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재단사령부로 전파를 발송했다.
재단에다가 포스 오너들이 세이렌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자신도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는 MTM 을 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다행히 세이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세이타르가 얀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서우리만치 강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그만 체구의 인간에게서 저런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인간들에 관련된 여러 가지 임무를 해왔던 세이타르였지만 지금껏 만났던 상대들보다 훨씬 강한 상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적을 조금더 관찰한 후 공격하려던 세이타르와는 달리 적의 겉모습만 보고 공격하는 녀석이 있었다. 얀의 왼쪽에 있던 세이렌 개체가 얀을 향해 돌진해왔다.
얀 역시 엄청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두려움은 그의 분노에 의해 잠잠해진 상태였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던 세이렌은 그 옆의 세이렌들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녀석과 얀은 한 번 만나본 사람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악연. 그때였다. 얀의 왼쪽에 있던 한 녀석이 시퍼런 손톱날을 세우며 얀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얀은 그 녀석에게 시선을 돌릴수 없었다.
가장 강한 녀석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으므로.
얀은 자신의 의지력과 매너 포스의 힘을 서로 일치시키려고 애썼다. '마음(心)을 다스려야 하느니라.' 얀과 주위의 기운들은 서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얀의 주변에 있던 공기들은 엄청난 광풍이 되어 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세이타르는 느낄수있었다. 아까 만났던 녀석들과는 다른 엄청난 녀석이란 것을
'반드시 널 지켜주겠어 불행한 너의 운명을.. 네 운명을 바꿔버리겠어. 이카루스..'
얀에게 달려오며 오른팔을 휘두른 세이렌은 괴음을 질렀다.
얀에게 팔이 닿은것도 아니었다. 단지 얀 주위에 흐르고 있던 바람의 기운에 팔이 닿았을뿐인데 팔이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정작 놀란 사람은 얀이었다. 자신의 힘이 이정도로 강할줄은 예상치 못했다. 다만 적의 공격을 피하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힘이 공격을 제지시켰다. 한쪽 팔이 떨어져나가버린 세이렌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세이타르가 광포한 눈빛을 보내자 떨어진 팔을 주워들고는 원래 위치했던 자리로 이동했다.
세이타르는 상대를 쉽게 이길수 없음을 잘 알았다. 자신이 옆에 있는 다른 세이렌들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들의 팔을 순식간에 잘라내버린 상대를 이길수 있다곤 생각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설수도 없었다. 세이타르는 세이렌들만 알아듣는 언어로 말했다.
"내가 녀석을 맡는다. 너희들은 목표물을 접수한후 B 지점에서 합류한다."
굵직한 기계음이 섞인듯한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이카루스는 흠짓 놀라며 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동안 한 번도 느낄수 없던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J 하고 싸울때도 저런 느낌은 받지 않았었는데 이상했다. 팔이 떨어진 세이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머지 한 녀석이 말했다.
"알겠다. 혼자서 녀석을 헤치울수 있겠는가.."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 실행하라.."
세이타르의 명령과 동시에 두명의 세이렌들이 얀을 향해 돌진했다. 얀은 그들의 공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세이타르는 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달려갔다. 세이타르의 거대한 손톱이 빛을 발하며 피맛을 보기를 원했다.
세이타르의 오른손이 이상한 빛에 휘감기더니 그 기운이 손톱에 모이기 시작했다.
얀의 바로 앞에 다다랐을즈음 세이타르의 오른손이 /자로 얀을 베어나갔다.
얀은 느낄수 있었다. 다른 세이렌들의 공격과는 뭔가 다른 엄청난 기운이 그의 오른 팔에 응집되어있다는 것을 막아야한다는것을 깨닫고는 주위에 흐르던 바람의 기운을 양손에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양손바닥을 세이타르를 향해 뻗었다. 거대한 폭발음..
'쿠콰과광'
한차례 먼지가 주변을 덮었다. 먼지들은 금새 바람에 의해 흩어졌고 그곳엔 두 그림자가 서로 엉켜 있었다.
거대한 그림자와 조그마한 그림자 세이타르의 오른손 손톱이 얀의 양손으로 이루어진 방어막과 충돌된 상태로 멈춰서있었다. 얀과 세이타르의 얼굴에는 핏줄이 터질 듯 용트림하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는 이카루스역시 꽉 쥔 주먹을 펼수 없었다.
세이타르의 손톱이 얀의 방어막을 조금씩 찢어내고 있었다.
양손바닥에서는 방어막이 찢어지는 만큼 상처가 나고 있었으며 얀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지. 나의 의지력과 매너 포스가 하나가 된줄 알았는데.
사부님께서 걱정하시던게 이것이란 말인가.. (곧은 심지가 없다면 능력이 있어도 소용없는 것을..) 나의 분노가 일치심을 방해했구나..'
얀은 자신이 패배하리란걸 직감했다. 아니..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얀은 온 힘을 다해 세이타르를 뒤로 밀쳐냈다. 광폭한 바람의 기운이 자신을 덮치자 일단 뒤로 피신한 세이타르는 얀을 바라보았다. 얀은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선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거라.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것이 뭐 있겠느냐.. 의지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얀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적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눈을 떴다. 얀은 자신의 주위에 불던 광포한 바람의 기운이 잠잠해진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아니 이젠 더 이상 광포한 바람이 아니었다. 세이타르는 적이 뭔가 깨달았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자신이 당할것이란 것을 알았다.
자신의 온 힘을 집중시켜 양손에 모았다. 그러자 아까와 같이 팔이 은은한 광채를 띄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은 다시 손톱에 어리기 시작했다.
얀은 천천히 세이타르에게 다가갔다. 다른 적들은 의식하지 않았다.
자신을 공격하지도 못할거란걸 잘 알았기에.. 얀이 양 팔을 벌리며 바람의 기운을 응집시켰다. 더 이상 공기의 회오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힘이 모이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세이타르는 얀을 향해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동료들에게 얀이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외쳤다.
얀은 그것을 단지 공격할 때 지르는 기합정도로 생각했다.
세이타르의 양 손과 얀의 바람의 기운이 충돌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얀의 바람의 기운이 세이타르의 팔에 응집된 힘을 능가하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이 가루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타르는 얀의 뒤를 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동료는 엄청난 공격을 막아내는 세이타르를 뒤로 한채 이카루스를 들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얀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지만 세이타르가 버티고 있는 이상 공격을 멈출수 없었다.세이타르는 자신의 팔을 서서히 부숴뜨리고 있는 거대한 기운의 각도를 약간 비틀었다. 그러자 얀이 휘청거리면서 바람의 기운은 옆 건물을 박살내고 사라졌다.
세이타르는 양 팔에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알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우선은 얀에게서 도망쳐야했다.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세이타르는 얀과 반대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적을 쫓으려던 얀은 이카루스의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카루스의 그림자도.. 다른 세이렌들의 그림자도 얀은 순간.. 자신이 적들의 계획에 당한 것을 알수 있었다.
얀을 감싸고 있던 은은한 바람의 기운은 다시 얀의 분노와 함께 광포한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엄청난 바람의 기운 때문에 주위에 있던 물건들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모두 부숴져버리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음들과 함께 주변을 송두리째 박살낸 얀은 자신의 힘에 지쳐 쓰러져버렸다. 팔케넌은 상태가 이 지경이 되자 재단에서 올 구원병을 기다리지 않는편이 낳다고 판단하고는 얀을 업고 호크에 탑승했다. 얀이 이곳에 없었다는 것이 얀에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호크를 티탄시로 향하게 한후 얀을 간호했다.
"이카루스. 반드시 지켜주겠어 반드시.."
얀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아내를 부르는 소리가 나왔다. 얀의 몸은 그리 나쁜 상태가 아니었다. 손바닥에서만 약간의 피가 흘러나올뿐 다른 상처는 없었다. 다만 기진맥진하여 쓰러진것이다.
티탄시에 거의 도착할때쯤 얀이 깨어났다. 얀은 팔케넌을 보고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팔케넌의 참담한 표정을 읽은 얀은 자신이 이카루스를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끝내 얀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것이다.
'미안해 이카루스.. 당신을 지키지 못했어. 나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된것같아 너무 미안해.. 늘 당신의 미래가 슬플까봐 걱정했었어 그 슬픈 미래가 나때문이라니.. 어째서 세이렌들이 당신을 데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믿어.. 언젠가 당신과 만날 수 있을 거란 것을.. 아니.. 우리 운명이 우릴 갈라놓더라도 우린 꼭 만날거야. 반드시. 내가 운명을 바꿔놓겠어.. 제발. 그러니. 살아있어줘..
내가 당신을 찾아갈때까지만 살아있어줘.. 당신이 살아있는한.. 난 언제까지고 당신을 사랑하며 기억하며 기다릴거야.. 사랑해. 이카루스..'
팔케넌은 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아니. 보지 않았다.
얀과 이카루스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팔케넌이었다. 팔케넌은 만감이 교차함을 느낄수 있었다. 과연 재단에 복종하는것만이 옳은 길일까 팔케넌은 자신이 해오던 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끼는 부하의 슬픔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슬픔이 일었다.
얀은 울었다. 소리내지 않고 울고 있었다. 팔케넌이 자신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는것도 알았지만 계속 울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이카루스'
일주일후
팔케넌이 얀을 찾아왔다.. 연구소 소장실은 전보다 훨씬 적막한 느낌을 주었다. 폐인이 되어있을줄 알았던 얀은 예상외로 잘 견디고 있었다. 아주 지저분할줄 알았던 얀의 방은 깨끗했다. 팔케넌을 반기는 얀의 표정은 팔케넌의 예상과 달리 밝았다.
"어서 오십시오.. 팔케넌님"
얀과 악수를 한 팔케넌은 의자에 앉았다. 얀은 그가 올줄 알았다는 듯이 술병을 하나 꺼내었다. 레드 볼캐논이었다.
잔에다가 레드 볼캐논을 따르는 얀은 미소짓고 있었다.
"자네.. 몸은 괜찮은가?"
-
"손에 난 상처는 벌써 다 낳았습니다. 다른 곳은 이상이 없구요.. 그리고 팔케넌님이 걱정하시는것처럼 정신이상이 되었거나 미치지 않았습니다."
얀이 웃으면서 말했다. 팔케넌은 그런 얀의 모습이 도리어 불안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소식은 들었겠지."
-
"예. 아내를. 세이렌 종족에게 팔아넘겼더군요."
얀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랬다. 재단에서는 이번 사건을 뒷처리 없이 깨끗하게 처리했다. 세이렌 종족에 귀순하려던 이카루스가 5명의 포스 오너를 세이렌 3개체와 함께 처치하고 도망쳤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얘기였다. 지금껏 다른 종족에게 귀순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그 불명예를 얀의 아내가 얻은 것이다.
"미안하네 난 막을수 없었네.. 재단에선 자네 아내가 죽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네. 아마 그때 왔던 세이렌들은 니크롬을 강탈하려던 녀석들이었을거야. 우연히 싸움이 벌어졌겠지.. 그리고 자네가 그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도망칠 미끼가 필요했던 거겠지. 그 희생자가 이카루스고"
- "흠.. 글쎄요.. 전 그때 다른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적이면서도 적이 아닌듯한 마치 의도된 납치극이라는.. 그런 느낌을 말이죠."
얀은 레드 볼캐논을 한모금 들이켰다. 팔케넌 역시 맛을 음미하며 한모금마셨다. 얀이 말하는 뜻을 팔케넌은 달리 해석했다. 충격이 커서 그렇게 자위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다행일세. 자네한테는 아무런 피해가 오지 않아서 재단에서도 자네는 믿는 모양이야."
-
"그런건 상관없습니다. 전 아직 아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만날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묵묵히 일하고 또 일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녀를 볼수 있을 날이 올것이라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겁니다. 그녀가 살아있으므로 저도 살아있기에"
팔케넌은 얀의 상태가 약간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사건은 그렇게 처리되었다. 얀의 아내는 재단의 음모에 의해 세이렌 족으로 귀순한 것으로.. 하지만 언론에서도 떠들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밝힌것도 아니어서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얀과 팔케넌.. 그 외 몇 명뿐 아마 이카루스에 대한 처방은 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이었으리라.. 이미 죽었다고 판단한 이카루스를 적에게 납치당해 억울하게 죽은것이 아닌 귀순한 것으로 바꿔 죽음마저도 비참하게 만들려는
더러운 방법이었다
얀과 팔케넌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의 잔에 술을 부었으며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레드 볼캐논을 음미하기만 했다. 얀은 술을 마시던 도중 야릇한 느낌을 받았다.
'얀 날 잊지 말아요. 당신이 한 약속 잊지 않고 있을테니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던 당신의 약속..'
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들이켰다. 아직 희망을 버릴수 없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