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3화 (13/120)

제 목: 1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8

[주석] -2- 얀(사랑.... 그리고 추억) (1) 주석 2. 얀(사랑... 그리고 추억..)

-얀 이반(새로운 시작)-

다른 세라곤도시들의 모태인 티탄시는 처음 시공되었을 때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가장 안전하고 살기좋은 도시라는 평을 받았다. 더욱이 당시 인력들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엄청나게 모자라는 금융위기등이 겹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인 티탄시에 몰려들었다.

당연하겠지만 새로운 도시엔 새로운 것들이 많이 필요했기에 그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동력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몰렸던 사람들이 점차 삶의 안정을 찾아가면서 티탄시는 다른 어떤 도시들보다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정부에선 티탄시에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산업중의 일부가 바로 연구소 건립사업이었다.

티탄시가 부유해진 이유중 하나는 그 안정성에 있었다. 다른 종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그 한가지만으로 금융과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따라서 티탄시의 시장인 마테리온은 정부의회에서 그 점을 부각시켜 연구소 건립사업건을 따낸것이다.

물론 연구소들은 다른 종족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것들이었다.

세가지 연구소가 건립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세 개가 동시에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맨처음 건설된 건물은 바로 로봇공학연구소였다. 그 연구소는 이미 다른 도시에서-세라곤화 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공업화된-실행되고 있던 가오사이보그 프로 젝트를 개발하는 연구소였다.

로봇공학 연구소는 가오그연구의 뒷부분을 맡아 계속 연구를 실행했고 그 연구에 뒤지지 않을 만큼 부각되고 있던 포스 스트렝스 플랜 역시 정신과학 연구소가 건설되면서 시작되었다.

얀이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의 전공과목은 정신물리역학이었다.

최근들어 꽤 많은 숫자가 되어 더 이상 괴물로 불리지 않는 사람들. 즉 초능력을 마음대로 구사할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학문이었다. 아니,바로 그 초능력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수 있었다. 정신물리역학이란 자신이 집중한 에너지에 의해 그 어떠한 물리적인 작용 없이도 물체를 옮기거나 변화시킬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이 이론의 창시자는 바로 아크타리안이었다. 아크타리안은 당시엔 엄청난 매너 포스의 소유자라고 불리웠다.

매너 포스란 용어도 그가 처음 사용한 것이긴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포스 오너란 단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초능력을 구사하는 사람들중에 매너 포스라고 불릴만큼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였기때문이었다.

아크타리안이 만들어낸 이론 즉,정신물리역학이란 것은 일반인들을 위한 학문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초능력이란것에 대해 알고 있고 그것을 사용할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이론이었던 것이다.

그 학문의 주된 목적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훨씬 자유롭고 유용하게 쓸수 있느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매너 포스란 것에 대해 알고자 함이었고 그런 것을 이용해 어떻게 인간에게 이로운 일을 할수 있을까 하는 그런것이다.

하지만 아크타리안의 의도대로 될리는 만무했다. 남들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으니,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너 포스란 것을 직접 사용하기 위해 그걸 배우기 위해 그 학문에 매진했다. 그렇다고 얀도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얀 이반.. 그는 어릴적부터 초능력이란 것을 사용할줄 알았다.

그의 초능력은 물체를 이동시키거나 하는 직접적인것에서 벗어나 사람의 심리나 미래를 보는 능력과 사물의 과거를 들여다 볼수 있는 싸이코메트리등을 할수 있었다. 얀은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괴로워해야했다. 왜냐하면 그에겐 사람들의 불행한 미래의 모습들이 보였기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죽을지 그 처참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그려졌던 것이다.

얀이 정신물리역학이란 과목을 배우려 했던 것은 그런 능력을 없애고자 함이었다. 얀에겐 너무 가혹한 고문이었다.

얀이 아직 성인이라 불릴수 없던, 13살도 채 안되는 나이에 그는 그의 어머니의 죽음을 미리 보고야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과학이 발달한 지금 있을수 없는 화재사고로 인해 죽고 말았다.

그는 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머리속에서 보았지만 어쩌질 못했다. 아니,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있었지만 막을수 없었다. 10살의 어린나이의 그가 할수 있었던 일은 그의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피해 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하는 일 뿐이었으리라.

얀은 그때 느끼고 말았다. 그 능력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란 것을. 남들의 미래를 보는 것도 어떠한 사물의 과거를 보는것도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한다는 것을. 얀은 아크타리안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질문했다.

이런 능력들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아크타리안은 얀이 질문하는 의도를 금새 알아차릴수 있었다. 그 역시 예언 분야에서 강한 능력을 발휘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아크타리안은 얀의 마음에서 무언가 강한 미움을 느낄수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수도 있고 아니면 나 자신의 목숨도 구할수 있는 소중한 능력이다."

아크타리안의 대답을 들은 얀은 고개를 숙이며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리곤 비웃었다. '쳇.. 그랬다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지도 않았겠지..' 아크타리안은 말했다.

"할수 있는데도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어쩔수 없어서 못한것은 네 잘못이 아니란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모든게 다 비뚤어져보일뿐이지."

얀은 아크타리안이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하지만.. 전 그런 능력을 없애고 싶습니다. 이 수업을 듣게 된 이유도.. 그 능력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서입니다."

-

"이 곳에는 매너 포스를 사용할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네. 사용할줄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에 그것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온것이라네. 하지만 그들은 잘못 찾아온게지.이곳은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능력을 심어줄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런 능력을 어떻게 유용하게 써야하는지를 배우는 곳이지. 자네가 말한것도 같은 맥락일세. 이곳에서 그 능력을 없애는 방법을 얻을수는 없을게야. 다만 자네의 고통을 덜어줄수는 있을걸세.."

얀은 아크타리안의 말을 듣고는 실망한채 자릴 박차고 일어섰다. 얀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능력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어머니가 죽던 날 그는 미리 화재를 막기위해 노력했었다. 어떤 화재사고인지 볼수 없었기에 전기를 점검하고 모든 가스들을 잠그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더 이상 화재는 일어날 일이 없었다. 아니,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고는 일어났다. 얀이 화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건드려놓은 전선에서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분명 얀의 잘못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얀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선에서 붙은 불은 순식간에 화재로 이어졌고 얀은 그의 어머니를 잃었다. 늘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던 얀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실수가 아니었다. 어쩌면 어머니를 잃을수 밖에 없었던 슬픔을 자신의 실수로 돌려 이겨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얀이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것을 거대한 호수에 잔잔한 비가 내리듯 그런 눈으로 아크타리안은 바라보고 있었다. 얀의 슬픔을 그 누가 이해할수 있을것인가.. 아크타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 역시 그를 이해할수 없을것이라고 얀이 다신 그런 수업은 듣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왔지만 그의 발을 붙잡았던 것은 아크타리안의 마지막 말이었다.

'고통은 덜어줄수 있을걸세.'

어쩌면 능력을 없앨수는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수는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어린 나이여서 어머니를 구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노력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얀은 수업이 끝날때쯤 아크타리안을 찾아갔었다.

초라한 교수실.. 그건 얀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유명했던 교수의 방이 이토록 볼품없을줄이야. 얀은 어쩌면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크타리안의 방안에는 고작 책들과 책상하나가 전부였으며 그 흔한 PDA(개인용소형컴퓨터)조차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지저분한 방은 아니었지만 맥주에 김이 빠진것처럼 허전한 방이었다.

아크타리안이 안에 없는 것을 본 그는 기다릴까 하다가 방을 나서려했다. 그때 아크타리안과 마주치게 되었다.

"흠. 자네가 내 방엔 웬일인가?"

아크타리안의 첫마디였다. 얀은 그의 퉁명스런 말을 듣고는 어찌할바를 몰라 멍하니 서있었다. 하지만 아크타리안은 그것을 예상이나 했다는 듯 나직히 웃으며 얀을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아까 일을 사과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얀의 말에 아크타리안은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핫 난 벌써 다 잊었다네."

얀은 아크타리안의 넓은 마음에 대해 깊이 감사했다. 솔직히 자신이 봐도 아까 자신의 행동은 어른에 대한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얀이 자신의 용서를 받고 미소를 띄우자 아크타리안은 입을 열었다.

"자네에겐 무언가 안좋은 기억이 있더군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말게. 죽음의 길이 있으면 삶의 길도 있는법. 자네가 비록 자네 능력을 불신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건 자네의 독선일뿐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네."

얀은 아크타리안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어쩜 자신은 아크타리안의 저런 말들을 듣고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본 사람들중에서 자네는 가장 뛰어난 매너 포스를 가진 사람이네. 물론 아직 그 잠재력을 모두 발휘할순 없지만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네. 어떤가.. 자네의 능력을 좋은일에 써볼생각은 없는가?"

얀은 망설일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을것인가. 지금껏 다른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만 볼수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도 그랬고 다른 친한 사람들의 죽음을 그는 먼저 볼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걸로 도움이 될까. 얀은 믿을수가 없었다.

"자네 능력은 예지력 분야인것같군.. 다른 사람들의 안좋은 미래만 보이는 것은 자네의 생각이 늘 부정적이기 때문일것이야. 매너 포스란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다른 능력을 발휘할수 있다네.

물론 재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지력에 뛰어난 자네라도 공격형 매너 포스를 구사할수 있다는 뜻이지. 마찬가지로 공격형 매너 포스를 구사할줄 아는 자가 예지력분야에 관심을 쏟는다면 그 분야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수 있단 얘길세. 자네만 노력한다면 다른 사람들의불행뿐 아니라 행복까지도 머리속에서 볼수 있을걸세.."

아크타리안의 말을 듣고 있던 얀은 주머니에 있는 필터를 만지작거렸다.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필터를 한모금쯤 빨아들이면 낳아지련만.. 얀은 아크타리안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렸을적부터 너무 죽음에 가까이 살고 있었다.

늘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았고 머리속에서 미리 보았다.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희망이란 단어의 존재유무조차 잃어버린 듯 했다. 늘 세상은 그에겐 참혹 그 자체였던 것이다. 얀은 아크타리안의 말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좋은 일들이 머리속에서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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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걸. 이미 자네는 내 제자가 아니던가. 껄껄.."

그 대답은 아주 흔쾌히 승낙한다는 소리였다. 얀은 어쩜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씩 덜어나갈수 있으리라.

얀이 아크타리안에게서 배울수 있던 것은 여러종류의 매너포스를 구사할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절대 아니었다.

아크타리안은 그런걸 가르쳐주는 사이비교주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얀도 그런걸 배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얀아 매너 포스란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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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론 일종의 몸속을 돌아 다니는 힘입니다. 그런 힘들은 머리 속의 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무한대의 능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인간자신들은 그 능력의 극히 일부분만을 쓰다가 죽습니다. 보통 매너 포스란 것은 뇌의 15~20% 이상을 사용할 때 쓰는 말입니다."

아크타리안은 낡은 그의 방안에서 얀의 대답을 듣고 있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던 아크타리안은 요지는 그게 아니라는 듯 얀을 응시하곤 말했다.

"물론 네 말도 맞다. 매너 포스란 것은 쉽게 말해 초능력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물체를 움직이는 것 또한 매너 포스라 할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 또한 매너 포스라 할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 즉 뇌의 몇퍼센트를 이용할수 있느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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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스승님?"

아크타리안은 매너 포스란 것에 있어 뇌를 어느 정도 사용할수 있느냐보다는 의지력이 얼마나 뛰어나냐하는 것에 대한 말을 하려고 했다.

"아무리 뇌의 많은 부분을 사용할수 있는 자라 해도 의지가 부족하다면 그는 뛰어난 매너 포스를 사용할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별볼일 없는 일반 사람이라해도 의지가 강하다면 엄청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수 있다는 것이다."

얀은 무언가 와닿는 것이 있음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즘들어 매너 포스란 것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더구나 그래서 포스 오너라는 말도 생겨났단다. 포스 오너란 매너 포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사람들은 나를 포스 오너라고 부르지. 하지만 이런 단어의 의미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포스 오너보다 뛰어날 수 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네 재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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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의 재능이 뛰어나다구요?"

"그래.. 너의 재능은 썩히긴 아까울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재능에 비해 의지가 너무 약하다. 네가 지금껏 그런 악몽같은 장면들만 본것도 네 의지력이 없었기때문이기도 하지. 내가 지금 하는 말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살리지 못한다면 없느니만 못하니까"

얀은 그 말의 의미를 즉각 알수 있었다. 자신이 그러했으니까 차라리 그 능력이 없길 바랬던 얀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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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능력들. 즉 공격형 포스 오너들처럼 매너 포스를 공격하는데 이용하는 능력같은 것은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개발할수 있을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그런것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

"바로 '마음' 이다. 아무리 뛰어난 포스 오너라 해도 그 마음이 곧지 못한다면 그 능력은 없느니만 못하다. 너의 비뚤어진 마음을 보아라."

아크타리안은 얀의 부정적인 성격을 꼬집었다. 얀도 내심 그걸 깨닫고 있었기에 스승의 말이 무얼말하려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네 마음속엔 무언가 폭발할것만같은 덩어리가 잠재해있다.

그게 무슨 이유든간에 그 덩어리를 서서히 없애도록 하여라.

난 뛰어난 제자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자가 살인기계가 되는것도 원치 않는다. 난 제자가 행복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얀은 아크타리안이 얼마나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느낄수 있었다. 둘은 한참을 아무말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스승은 제자에 대한 사랑으로.. 제자는 스승에 대한 경외심으로. 얀이 아크타리안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적어도 얀의 마음속에 자라던 불화의 덩어리는 없앨수 있었음으로..

제자가 스승에게 배운것들은 대부분 그런것들이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어떻게 인내할수 있는지.. 얀은 스승에게서 배운 그런 덕목들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비록 매너 포스가 늘어나 다른 포스 오너들처럼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어도 심성만큼은 나날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얀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 대학생활동안 얀이 할수 있었던 일은 고작해야 아무 이유 없이 불행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일뿐이었다.

어쩌면 하늘에 뜻을 거스르는 것일지도 몰랐다. 죽을 운명의 사람들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하지만 너무 아까운 목숨들이었고 얀은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런 얀에게 연락이 왔다.

바로 카안드리아스 재단에서였다. 상대는 티탄시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곳에 정신과학 연구소를 건립한다는 얘기로 말을 꺼내었다.

그리곤 그곳에서 연구할 연구진을 찾는다는 것으로 얀에게 관심이 있음을 표시했다. 얀은 거액의 연구비와 팀장의 자리를 보장한다는 말에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었다.

혼자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얀은 그에게 물었었다.

무슨 연구를 하는 것이냐고.. 그의 대답은...........

'포스 오너의 능력을 개발하는 포스 스트렝스 플랜입니다.

그들의 능력이라면 다른 종족들을 쉽게 제압할수 있을것입니다.'

종족들을 제압한다 이 말은 다른 종족들을 살생하는 무기로 포스 오너들을 쓰겠다는 소리였다. 얀은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격의 얀이었지만 자신의 양심과 매너 포스에 대한 연구란 달콤한 제안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놀다가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그는 갈길을 헤메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엔 포스 오너들이 늘어난다면 다른 사람들을 더욱 많이 도울수 있지 않느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종족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면 그것 역시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얀이 그의 제안을 거의 받아들이려고 할 때쯤.. 그의 스승은 얀을 반대하고 나섰다.

"다른 종족도 엄연히 생명이 있는 생명체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함부로 죽일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명도 하찮게 여기는것이나 다름없다. "

-

"하지만 스승님! 그들은 인간들을 무참히 죽이고 다니잖아요.

그런놈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것은 있을수 없어요!"

"자비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다. 그 연구는 결코 방어를 위한 연구가 아니다. 다른 종족들을 모조리 없애기 위한 연구야.

우리가 그들을 죽일 권리는 없다. "

-

"그렇다면 그들이 인간을 죽일 권리는 있나요?"

얀의 질문은 아크타리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얀에게서 분노가 느껴지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아크타리안은 다시 한 번 설득하려고 입을 열다가 이내 다물었다. 얀의 고집을 아는 그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얀을 막아야했다. 얀의 매너 포스는 그리 강한게 아니지만 그의 잠재력은 그 어떠한 사람들보다 뛰어났다.

아크타리안은 그게 걱정이었다. 그 잠재력을 올바른 일에 쓰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껏 얀을 가르쳐왔는데 모든게 허사가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 연구로 인해 얀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아크타리안은 막고싶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해볼수는 없느냐?"

-

"아뇨 전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어요. 스승님."

"못난 녀석. 앞으로 날 스승이라 부르지 마라. 우린 서로 알지도 못하고 만난적도 없다."

얀은 스승의 행동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명령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머릴 스치듯 머리가 아파왔다.

"아뇨.. 스승님께서 원하신다면 스승님이라 부르진 않겠어요.

하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과 인연을 끊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같은 매너 포스의 길을 걸어갈 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자에게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것마져 소용없게 되버린 아크타리안은 그 자리에서 얀을 등지고 나와버렸다. 더 이상 얀에게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렇게 제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가르침을 끝까지 이어나간다면 문제 없겠지만 중간에 사소한 분노라도 생기게 된다면 그의 이성은 마성에 의해 지배당할게 틀림없었다. 그 마성에 의해 잠재력이 발휘된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래도 제자를 말릴생각은 없었다.

그의 미래였고 그의 인생이었다. 자신이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일이었으리라.

아크타리안은 제자를 무신경하게 한 번 바라보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얀 역시 자신이 스승에게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자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다. 주워담을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이 아직 연을 끊지 않겠다고 하였으니 스승도 그렇게 받아들였으리라. 아니. 그렇게 받아들였기를 바랬다. 얀은 멀어져가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되뇌였다.

'스승님.'

얀이 티탄시에 도착한 것은 하루 전이었다. 이미 얀을 위한 거처가 마련되어있었고 얀은 몸만 오면 되는 것이다. 처음 티탄시를 대한 얀은 무척 적막한 도시란 것을 알수 있었다.

방어시설은 대단했지만 그만큼 사람이 사는 정같은 것은 느낄수 없었다. 온통 빼곡히 들어선 세라곤 건물들. 수없이 세라고닉 위를 날아 다니는 플라잉 머신들. 모두들 긴장한 얼굴로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옆에 사는데도 인사한마디 건네지 않는 이웃, 상막한 곳이란 것을 느꼈다.

연구소부지는 굉장히 넓었다. 이미 그곳에는 로봇공학연구소가 운영되고 있었으며 얀의 정신과학연구소도 건설이 완료된 상태였다.

앞으로 이곳에 생명공학연구소와 환경공학연구소가 건설된 예정이었다. 넓다란 부지에 두 개의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하나는 로봇공학연구소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과학연구소리라. 얀이 연구소안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 얀을 맞이한 것은 바로 경비대장인 펀캐드였다.

"실례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

펀캐드의 첫질문은 지극히 사무적인것이다.

"이 연구소에서 일하기로 되어있는 얀 이반이란 사람입니다."

-

"아 그렇군요. 어서오십시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셨군요.

아직 팀의 다른 연구진들은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연구소 안을 둘러보시겠습니까?"

펀캐드는 얀이 이 연구소의 팀장으로 발령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얀의 매너 포스는 별볼일 없는 것이었더라도 그의 지식수준은 굉장한 것이다.

포스 스트렝스 플랜에 가장 적합한 과학자였던 것이다. 얀의 능력은 대학시절부터 인정받아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크타리안의 직접 지도를 받았던 얀이었기에 그 누구도 얀을 따라잡을수는 없었다.

얀이 처음 들어간 연구소입구는 굉장한 보안시설로 얀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중보호셔터로 구성된 정문은 출입카드와 각막검사를 통해 출입할수 있게 되어있었다.

펀캐드는 이미 준비된 출입카드를 얀에게 주면서 각막을 검사기에 장입시키라고 했다. 얀이 검사기에 눈을 대자 검사기는 허가된 사람이란 것을 입력받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 들어간 얀은 엄청나게 첨단화된 시설들을 보고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가 대학교에서 배웠던 그런 시설들은 이것들에 비하면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과연 이런 첨단 장비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수 있을것같았다.

연구소 안에서도 중요한 곳은 음성테스트와 지문검사를 통해서 들어갈수 있었다. 얀은 연구소의 보안시설을 보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수 없었다.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가 온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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