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
[기가 슬렌더] -10- 미시케 사이가르트 -미시케 사이가르트-카인의 검이 헤켈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안보이는 적을 향해서 찔러들어간 카인의 검은 헤켈의 왼쪽 팔을 노린것이다.
이미 쉐도우와 접속되어있던 헤켈은 놀라운 스피드로 검을 튕겨내었다. 왼손 등에 붙어있던 검날이 번뜩이며 카인을 향해 공격해들어왔다.
2미터가 넘는 붉은색 쉐도우가 빠른 몸놀림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카인이 혼자 재주부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카인은 지금 그 순간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이지 헤켈의 실력은 굉장했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듯한 느낌.. 검술로서 이런 상대는 여지껏 만나본적이 없던 카인이었다. 카인이 고개숙여 피한 것을 예측했는지 카인이 검을 피한순간에 이미 헤켈의 발이 카인의 쉐도우 머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헤켈의 발에 맞은 카인은 뒤로 날아갔다. 육중한 무게의 쉐도우가 땅에 떨어지자 잘 모셔두었던 유적이 파손되버렸다. 그런건 신경안쓰는지 카인이 일어서기도 전에 헤켈이 오른손 등의 검으로 /자 베기를 하며 들어왔다.
카인은 일어나면 늦을것같아 왼쪽에 약간 남는 공간으로 굴렀다. 그러면서 헤켈의 오른쪽 다리를 베어나갔다. 카인의 입자폴리곤 단검이 헤켈의 왼쪽 다리에 닿으려는 순간 헤켈은 오른손 등의 검을 땅을 향해 던졌다. 땅에 꽃힌 검에 의해 카인의 검이 튕겨나가자 헤켈은 옆으로 몇보 움직여 숨을 가다듬는 듯 했다.
지친 것은 카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힘들게 싸웠던 상대는 거의 없었다. 특히 쉐도우를 얻은 후론 가오사이보그 몇대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맨몸으로 헤켈과 일대일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던 카인이었다. 아무리 헤켈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후우.. 후우 도대체 너란 녀석은. 후우"
카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귀를 때리는 듯한 카렁카렁한 굵은 목소리가 허공으로부터 들려왔다.
"날 막는 자는 죽음뿐이다. 그녀만 넘겨주면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 그리고 나를 이토록 고생시킨 네게 한가지 충고를 해주마 분노는 검(劍)의 최대의 적이다. 물러서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상대방 헤켈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카인의 뇌리속에 마지막 말이 멤돌고 있었다.
'분노는 검사의 최대의 적.' 언젠가 들어본 말이었다 비록 적과 적의 상태로 만난 사이지만 적의 충고를 무시할정도로 속좁은 카인이 아니었다. 카인은 상대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로 자신이 얼마나 분노를 느끼고 있었는지 이제야 알수 있었다. 마음을 다잡기로 결심한 카인은 적을 향해 말했다.
"적이지만 훌륭하다. 네 충고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후회하게 될거야!!"
카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느카는 아크바레이가 온 신경을 집중해서 미시케와 파인리히를 돌보고 있는 것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세느카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을 원한다고 떠들고 있지 않은가 자신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더욱 자신이 초라해졌다. 그런 세느카의 심정을 읽었는지 아크바레이가 말했다.
"너무 신경쓰지마 카인을 믿어봐.. 이유야 어찌되었든 우린 이길수 있어. 희망을 가지라구 그리고 미시케와 파인리히 둘다 무사해. 특히 파인리히 녀석은 대단히 강한 녀석같아.
그렇게 날아갔는데 크게 안다쳤으니.. 힘내!"
아크바레이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미시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카인의 입자폴리곤 단검이 헤켈의 심장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두 개의 검을 손 등에 달고 있던 헤켈은 오른손에 있던 검이 없어지자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입자폴리곤 단검보다 훨씬 검신이 짧았기에 더욱 그랬다.
양검의 위력이 하나를 잃음으로써 반감되었던 것이다. 카인의 공세가 점점 더 강해지자 헤켈은 더욱 지쳐가는 눈치였다.
카인도 자신이 점점 유리해지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막상막하의 실력차에서 한명이 죽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왜냐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도망칠수 있기 때문이었다. 쫓아간다손 치더라도 죽을때까지 도망만 친다면 승산이 없었다.
그때였다.
"아크바레이 저기 녀석이 보여!"
세느카의 말이었다. 아크바레이는 뒤를 돌아 카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카인의 입자폴리곤 단검을 튕겨내는 헤켈의 모습이 똑똑히 보이고 있던것이다. 반투과성반사물질의 효능이 다한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그 물질은 성분이 산소(O-2)와 반응하기 쉬운 양성자(+)물질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없어졌다.
지금 바로 그때가 된것이다.
아크바레이는 미시케와 파인리히의 상처가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판단했는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기회가 온것이다.
동료들에게 신임도 얻고 상대방 헤켈의 정체도 알아내고 싶었다. 아크바레이는 카인과 헤켈이 서로 뒤엉켜 검을 주고 받고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오른손에는 포스가 점점 모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포스를 모았다. 이 기술은 아크타리안이 전수해준 비기로서 대부분의 포스 오너들이 갈망하는 기술중에 하나였다. 왜냐하면 보통 포스 오너가 공격이나 방어를 할 때 포스를 집중한다면 상대방이 쉽게 눈치챌수가 있다.
그래서 상대의 공격을 쉽게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매너 포스를 집중시킨다는 것이 보통 힘이 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들키지 않고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도 필요했다.
카인과 헤켈은 아크바레이가 다가오는것을 알지 못했다. 서로 싸우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곳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아크바레이가 보통 포스 오너처럼 포스를 집중시켰다면 카인과 헤켈 둘다 눈치채고 아크바레이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아크바레이의 오른손에 모인 포스는 유적 주변의 공기들을 뒤흔들고 있었다. 아크바레이는 공기를 분해하고 있었다.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공기덩어리가 서서히 뭉쳐지기 시작했다. 순간! 아크바레이의 오른손이 헤켈쪽을 향하여 뻗어졌다. 그와 동시에 손안에 뭉쳐있던 공기입자들이 헤켈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정말 놀라운 공격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공격!!!
하지만 공격순간 아크바레이의 손을 떠난 공기입자들은 헤켈에게 탐지되어버렸다. 다른 적의 등장과 그의 빠른 공격에 헤켈은 피하지 못하고 팔로 막아내려했다. 팔을 = 자 형태로 모아 아크바레이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워낙 심혈을 기울인 공격이라 쉽게 막을수 없었다.
헤켈의 쉐도우 역시 엄청나게 강한,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었던가. 공기 입자들은 헤켈의 팔에 의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헤켈의 몸만 뒤로 밀고 있을뿐이었다.
헤켈이 뒤로 넘어지면서 공기입자들을 뿌리치자 포스가 흩어지더니 공기 입자들도 사라졌다. 그때였다.
적의 헛점을 그냥 지나칠 카인이 아니었다. 쓰러진 헤켈을 향해 점프를 뛴 카인쉐도우의 검은 헤켈의 심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일까 카인은 갑자기 멈칫하고 말았다.
그 짧은 순간 헤켈은 카인의 검을 튕겨내고 뒤로 도망쳐 나왔다.
헤켈은 2:1 의 싸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단걸 알았는지 뒤로 물러나서는 카렁카렁한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빚졌다. 그럼!"
헤켈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청난 스피드로 사라져갔다.
아니 이번엔 도망쳐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카인은 녀석을 쫓을수 없었다.
쫓아도 끝내 도망치겠지만 쫓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왜 자신이 그 녀석의 목숨을 살려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크바레이가 카인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아크바레이는 검술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이야! 카인.. 무사해서 다른 친구들도 모두 무사해.. 어서 가보자!"
아크바레이의 말을 들은 카인은 정신을 차린 듯 세느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카인은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설마 내가.. 적을 상대로 2:1 의 비겁한 싸움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건가.. 아니면.. 아크바레이의 도움을 받은게 자존심상해서? 흠. 어쩌면 오늘 녀석을 죽이지 못한 것을 평생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기랄..'
카인은 세느카가 있는곳에 도착해서는 쉐도우와의 접속을 풀었다. 오랜 시간 쉐도우와 접속해있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만큼 카인의 쉐도우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세느카는 적을 물리친 카인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고마워 카인 무사해서. 언제나 네 도움을 받는구나. 네가 없었더라면"
세느카는 진심으로 카인이 고마운것같았다. 카인은 적을 놓친 무능한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아무말 하지 않았다. 옆에서 아크바레이가 세느카를 거들었다.
"그래 나도 저런 녀석은 처음이었어 굉장히 강하던데 내 공격을 맨몸으로 튕겨낸걸보면말야 그리고 카인 너도 다시봤어. 굉장한 검술말야!!"
아크바레이는 카인의 심정을 아는지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썼다. 카인은 가볍게 미소로 응답하고는 미시케와 파인리히의 상태를 물었다.
"어. 다행이 아크바레이가 응급치료는 했어. 둘다 무사해 지금은 의식이 없지만 곧 정신을 차리게 될거야 "
세느카의 말을 들은 카인은 안심했는지 긴장이 풀리면서 휘청거렸다. 쉐도우와 접속한 후 굉장한 체력소모를 받은 카인이었다. 휘청거리는 카인을 세느카가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카인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파인리히 녀석보단 멀쩡해. 그리고 아크바레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고맙다 아크바레이"
카인의 말에 아크바레이가 대답하려는 찰나 누군가 말했다.
"뭐? 나보다 멀쩡하다구? 쳇.. 웃기는군.."
파인리히였다. 파인리히는 헤켈에게 맞은 부위를 만지면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멀쩡한 파인리히는 웃으면서 사과했다.
"후훗.. 미안 아크바레이 이젠 네 녀석이 좋은 녀석이란걸 알았어.. 적어도 우릴 해치려는 것은 아니란걸 알았단 뜻이야..
사실 헤켈에게 맞았을 때 정신을 잃긴 했지만 정신을 차린건 아까전부터였지 널 시험할 생각은 없었지만 정신이 들어도 별도움 안될것같아서 가만히 있었던거야"
파인리히는 헤켈의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었지만 아크바레이가 치료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의식이 돌아왔었다. 하지만 아크바레이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계속 정신을 잃은척 했던 것이다. 모두가 연극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크바레이의 기분을 나쁘게 할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크바레이의 눈치를 보던 세느카가 입을 열었다.
"파인리히! 너 정말 의심이 많구나 못말린다니까!!"
세느카가 말한 의도를 파인리히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아크바레이가 화를 내기 전에 선수를 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아니! 파인리히! 사실. 난 네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았어.
나도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구 모르는척 했던것이고.
네가 있어서 도움이 되었을지 안되었을지는 몰라도 말야.
사실 난 니 생각처럼 나쁜놈이 아니야"
파인리히는 아크바레이의 말에 한방 먹은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지금 그 광경을 보고 가장 먼저 웃음을 터트린 사람은 카인이었다.
가장 피곤한 카인이었지만 도저히 안웃고는 못배길것같았다. 카인에 이어 세느카 역시 웃음을 짓고 말았다.
파인리히는 순간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제를 다른데로 돌렸다. 그의 주특기였다.
"그나저나 왜 그 녀석은 너흴 졸졸 따라다니는거냐?"
파인리히의 주특기가 또 나왔다고 생각한 세느카는 파인리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는 것을 보고는 불쌍해서 대답해주기로 했다.
"몰라. 그걸 알아내기 위해 카인이 나를 따라다니는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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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 내 임무는 저 녀석으로부터 세느카를 보호하는 것이야. 뭐. 더 이상은 알필요도 없겠지만 말해줄 내용도 없어.
아까 그 녀석은 쉐도우를 가진 헤켈이란 존재란 사실밖엔."
카인의 말을 듣던 아크바레이는 드디어 자신이 궁금해하던 쉐도우에 대한 말이 나오자 바로 질문을 던졌다.
"쉐도우?? 그게 뭔데? 아까 네가 둘러썼던 그 이상한 갑옷같은거???"
아크바레이의 질문에 카인은 지금은 머리가 아픈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휴우 지금은 좀 쉬도록 하자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오늘 유적탐사는 이것으로 마치자 미시케도 다쳤으니 그녀를 보살펴주는게 순서일것같아"
카인의 말을 들은 동료들은 모두 동감했다. 아무 상관도 없던 미시케만 다친 것이 아닌가.. 다친 미시케를 코라닌시로 옮기고 생각하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세느카 일행은 모두 호크에 옮겨탔다. 미시케 역시 호크로 옮겼다. 세느카 일행의 호크는 코라닌 시를 향해 출발했다.
호크 안에서 조종실과 중앙 공간 사람들이 움직일수 있는 공간은 그 두곳뿐이었다. 나머지공간들(동력실,수직양력실, 정비실 등등)은 일반 사람들이 들어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공간이었다.
보통 조종실에서 조종을 하고 중앙공간은 자신들만의 취향에 따라 꾸미고 있었다. 이게 일반 호크의 특징이었다.
급조된 호크라서 그런지 중앙공간은 설계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중앙에는 아폴틱으로 만들어진 아이보리색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깨끗한 공간이었지만 역시 꾸미지 않는다면 적막했다. 금속이란 것들이 대게 다 그러했다.
호크 안..
카인은 아까의 일을 계속 되씹어보고 있었다. 도무지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왠지 그 녀석을 죽여선 안될것같단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카인은 머리가 복잡했다.
카인의 얼굴을 살피던 아크바레이는 카인의 고민이 무언지는 몰랐지만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자신이 오늘 경험했던것은 실로 놀라운 것이 아닐수 없었다. 그 쉐도우란 존재!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적이 없는 능력이었다. 어쩌면 포스 오너들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크바레이의 조부 아크타리안이 세느카 일행에겐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을것같다는 예언은 여지 없이 들어맞았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미였다. 하지만 조부의 명령에 따라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찰나였다.
세느카가 히트레인지에서 먹을 것을 꺼내왔다. 인스턴트 식품 사람들의 주요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품들이었다.
지금의 요리라는 것은 히트레인지에 넣을 인스턴트 식품을 누가 더 질적으로 좋은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가 가려지고 있었다. 누구나 그러했으니. 예전에 파인리히가 잡아온 전갈요리는 미개인이나 먹는 음식쯤으로 취급된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세느카는 만든 요리를 카인과 파인리히,아크바레이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미 자동조종상태였기에 모두 중앙 휴식 공간에 모여있었다. 미시케는 옆에 뉘여놓은 상태였다.
카인이 중얼거렸다.
"왜.. 왜지. 어째서 젠장.."
카인은 순간적으로 모두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파인리히가 말했다.
"이봐.. 너무 신경쓰지마 니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짠다해도 얻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괜히 머리만 아플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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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녀석이!!"
파인리히의 말을 보통 웃어넘기던 카인이었지만 이번엔 화가났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걸 제지한 것은 세느카가 아닌 아크바레이였다.
"카인! 진정해. 지금 적은 파인리히가 아니라 헤켈이야!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구!"
카인은 아크바레이의 말을 듣고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보였다. 파인리히는 자신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자기가 틀린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아크바레이는 이 분위기를 이용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카인! 도대체 아까 그 녀석은 누구지?
그리고 쉐도우란 것은??"
아크바레이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세느카였다.
"흠.. 아까 그 헤켈은 나를 뒤쫓고 있어. 날 납치하려고 몇번 시도했었지.. 카인은 그런 날 보호하는 경호원이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재단에서 날 보호하라고 시킨것같아. 그 헤켈이 나를 납치하려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 날 해치려는 것은 아니고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도무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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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느카의 말대로야. 그 녀석은 헤켈이면서도 DNA 종족식별장치를 통과해서 도시를 마음껏 돌아다니는 무서운 녀석이지 이건 기밀이지만 네 도움도 받고 했으니 얘기하는거야.. 다시 말하면 널 믿고 말한다는 뜻도 돼.
하지만 아직 그 녀석 말고 다른 헤켈들이 그렇게 종족식별장치를 뚫고 도시로 들어올수 있진 않아. 유일하게 녀석뿐이지.. 그 녀석이 세느카를 납치하려는 것을 우리 연구소에서 알았어. 그래서 세느카를 녀석으로부터 보호하란 명령을 받았지 그 이상의 것은 몰라. 난 그저 경호원 임무만 수행하는것이거든."
카인의 말을 들은 아크바레이는 세느카일행이 무슨 목적으로 여행하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쉐도우에 관한 것이 더 궁금했다.
"흠. 그렇군 그런 헤켈이 새로 등장하다니.
그럼 쉐도우란 것은 뭐지?"
아크바레이의 질문을 받은 카인이 입을 열었다.
"난 피실험자였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몰라. 추상적인 개념만 알지 인간 DNA 유전자중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유전자가 있어. 그것을 개발시키는 연구가 진행중이었지.
문제는 하나의 유전자만을 개발해선 성공할수 없다는 것이었지. 하나의 문제에 대해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유전자가 서로 얽혀있다는 것이었어. 그래서 난 그 실험의 실험체로서 연구되었던 것이지. 쉐도우란 것은 간단히 말해. 몸에 아주 강력한 배리어를 두른다고 생각하면돼. 그게 금속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사람에 따라 다를것이라 추측돼는데 하여간 그 방어막은 엄청나게 강해서 마치 갑옷을 입은 듯 무기를 막아낼수 있지. 그렇다고 스피드가 줄어드는것도 아니고 평소와 똑같이 움직일수 있어. 그러니까 일반사람보다 몇배는 강해지는것이라고 할수 있지. 나도 그 이상은 몰라. 아직 연구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서 쉐도우와 접속할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엄청난 체력소비가 생기거든"
카인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던 아크바레이는 한가지 더 물었다.
"그럼 어째서 그 헤켈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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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나도 그게 알고 싶어 그 녀석의 정체를 어째서.
지금까진 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연구에서 성공한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인간도 아닌 헤켈이.. 흠. 잘 모르겠어 더 이상 아무것도"
카인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카인! 너 이외엔 성공한 대상이 없었다구? 그렇게 위험한 연구였어?"
세느카의 갑작스런 질문에 카인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 그게 사실 그 연구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어 잘은 모르지만 불안정한 DNA 를 개발시켰다간.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거든. 그래서 나도 완전한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곤 말할수 없지 다행히 난 아직까진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남고 있지."
카인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카인. 어째서 넌 연구대상이 된거지? 그게 위험한 것이란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왜지.?"
카인은 세느카의 눈을 봤다. 카인이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위험한 일을 서슴없이 도전했다는 것은 분명 사연이 있을것같았다. 카인은 자신이 이런말까지 대답할필요가 없을거라 생각하곤 말했다.
"그건 대답하고 싶지 않아. 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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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상한 생각한 것은 아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게서 슬픔이 느껴져.."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 아크바레이는 세느카가 너무 감성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느카는 진심으로 카인을 걱정하고 있었다. 만약 카인이 죽을수도 있는 연구를 일부러 자청한것이라면 무슨 사연이 있을거란 생각이었다.
카인은 더 이상 그것에 관한 얘기는 하기 싫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로 들어갔다. 세느카가 카인의 뒤를 쫓아 조종실로 가려는 것을 파인리히가 제지 했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야 그런걸 알고싶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야"
파인리히의 말을 듣고는 세느카는 자신이 너무 개인적인 문제까지 질문한게 아닌가하고 카인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 하지만 파인리히의 말대로 지금은 가만 놔두는것이 가장 낳을것같았다. 아크바레이는 더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분위기상 그럴수 없었다.
그때 아크바레이의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크타리안..
아크바레이는 중앙 휴식 공간의 한쪽 구석으로 갔다.
칸막이가 되어있는 개인 휴식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간 아크바레이는 MTM(Mornitoring Telecom Machine :
화상통신기)를 꺼내었다. 지금 시각이 오후 한시를 조금 넘었으니 아마 위험한 고비는 넘겼을것이다. 이겼다면 말이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 없었다. MTM 을 작동시킨후 조부에게 연락을 했다. 신호가 서너번 울리자 화상이 켜지면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아크타리안이 아니라 얀 이반 소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얀소장님.. 저의 조부님은 무사하신가요? 어디계시죠?"
아크바레이는 얀이 MTM 을 받자 무슨일이 생긴것이란걸 직감했다. 자신이 조부님께 느끼던 불길한 예감 역시 맞았던것인가? 아크바레이는 초조해졌다.
얀은 언제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이라 지금도 표정의 변화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얀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불안했다.
"아크바레이 자네에겐 미안한 말이네만 자네 조부님께서 많이 위독하시다네 오늘 전투에서 너무 무리한 나머지 그렇게 되셨다네.. 응급조치는 했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해 살수 있을지는 장담할수 없다네 다만 옆에서 지켜보는수밖에."
아크바레이는 얀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내리는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크바레이에게 있어 아크타리안의 존재는 조부나 스승 그 이상의 것이다. 늘 기댈수 있던 존재. 늘 자신을 아껴주고 보살펴주던 존재. 하늘같던 존재. 그런 조부가 지금 위독하다니 그럴 수밖에 없는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자네가 충격을 받을줄은 알았네만. 내 할말이 없네 내가.
내가 무능력해서 벌어진 일이야. 정말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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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얀 소장님께선 최선을 다하셨을거에요.
조부님도 아마 그랬을것이구요..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헤켈들이 티탄시를 공격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얀은 병원에 들어오기전에 산 필터를 꺼낸후 한모금 빨아들였다. 필터는 연기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서건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헤켈들은. 우리가 연구하던 프로젝트를 탈취하려고 했던 것같아. 그런 대규모 병력으로 그 프로젝트를 노렸다면 분명 녀석들도 두려워하는 연구였단 얘기겠지 그로 인해 연구가 완전히 파괴되었어. 다시 시작한다해도 적어도 몇 달 오래 걸리면 몇년 이상 걸릴거야 젠장."
- "그렇군요.. 다른 종족이 노릴 정도의 연구라 후 겨우 그깟 연구 때문에. 조부님이"
얀은 아크바레이가 자신의 연구를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선배 아크타리안을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필터를 또 한 번 빨아들인 얀은 아크바레이에게 말했다.
"어쩔수 없었네 어쨌든 될 수 있으면 빨리 티탄시로 오게. 언제.. 운명하실지 몰라"
아크바레이는 슬픔을 억누르며 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전 조부님을 믿어요. 그 정도로 돌아가실 분이 아니세요. 전 가지 않겠어요. 그분이 깨어나시면 그때 만나러 가겠어요!"
얀은 아크바레이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현대 의학으로도 고칠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아크타리안은 이미 그 벽을 넘어선 것이다.
율리안 쳉이나 그외 부상당해 몸이 불구가 된 자들은 몸에 보통 의수나 아니면 사이버 의수를 부착시켜 활동할수 있었다. 물론 전처럼 자유롭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크타리안의 부상은 의학으론 어쩌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아크바레이는 고집을 부리고 있던 것이다.
아크타리안의 고집만큼이나 아크바레이의 고집이 세다는 것을 잘 아는 얀이었다. 얀이 해줄말은 이제 없었다.
"그래.. 알았네.. 조부님께서 깨어나시면 내 연락하지.. 그럼 부디 몸 조심하게"
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MTM 이 꺼졌다. 아크바레이는 MTM이 꺼지는 순간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늘 자신은 남자라며 눈물따윈 흘리지 않는다고 맹세했던 그였다. 하지만 자꾸만 눈에 고이는 눈물을 훔치지 않을순 없었다. 아크바레이는 진정하자고 자신을 독려하며 결의를 했다.
'조부님.. 언젠가는 조부님보다 훨씬 뛰어난 포스 오너가 될것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다른 종족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겠습니다. 제발 돌아가지 마세요.'
아크바레이는 세느카가 있는곳으로 다시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아크바레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크바레이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고 있었기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세느카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
"뭐가?"
아크바레이였다.
"흠.. 나도 모르겠어. 여기 모인 우리들 모두.. 모두들.
너무 슬퍼보여 웃고있는 아크바레이 너마져도"
갑자기 실내는 조용해졌다. 모두들 동감하는 것이었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아무도 말을 않고 있었다. 세느카는 괜한 말을 한것같아 미안했다. 이럴땐 파인리히의 주특기인 화제돌리기가 필요했는데. 파인리히 역시 무언가 생각하는지 심각해보였다. 그때였다!
"무.물"
미시케였다. 미시케가 깨어난 것이다. 세느카는 후다닥 달려가서 물을 한잔 떠가지고왔다. 파인리히가 미시케를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미시케는 세느카가 가져온 물을 금새 다 마셔버리고는 말했다.
"여긴 어디죠?"
-
"여긴 호버크레프트 안이에요. 당신이 다쳐서 병원으로 옮기던 중이었어요."
세느카가 미시케를 보며 말하자 미시케는 아까의 일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것 같았다. 미시케는 목을 만져보았다.
갑자기 숨이 막히는듯한 착각이 들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착각이었다. 미시케의 표정이 고통스러워보이자 아크바레이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당신은 안전해요.. 아까의 기억은 지워버려요."
미시케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다.
부잣집 장남처럼 준수한 용모를 가진 아크바레이가 그녀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미시케는 순간적으로 창피했던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냥 아팠다는것밖엔.."
미시케의 질문에 모두들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이런 소녀에게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서 이득될게 없단걸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히 다른 말을 꾸며내기도 그랬다. 임기응변이 뛰어난 파인리히가 말했다.
"가끔 너무 피곤하면 그럴수 있어요.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피가 잘 안통해서 머리가 아픈경우있죠? 그런거랑 비슷한거에요. 너무 무리하면 피가 잘 안통해서 쓰러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크바레이는 파인리히의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듣고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하지만 연극이니만큼 웃지는 못하고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당신도 아까보니 피곤한 모습이던데.. 너무 무리했나보군요 이제 푹 쉬면 낳을거니 걱정말아요."
천연덕스럽게 맞장구를 치는 아크바레이를 보고 파인리히 역시 속으로 엄청나게 웃고 있었다. 파인리히와 거기다가 아크바레이까지 맞장구를 치자 미시케는 자신이 그렇게 피곤했나 하고 생각했다.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듯 지금 기분은 상쾌했다. 골치아프게 계속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요 제가 너무 무리했나봐요 정말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중이죠?"
미시케의 말똥말똥한 눈을 보며 대답을 한 것은 세느카였다.
"아 당신이 많이 아파보여서 코라닌시로 가는 중이었어요. 정말 괜찮겠어요?"
구슬이 굴러가듯 맑은 목소리로 미시케는 대답했다.
"네! 전 정말 괜찮아요. 약간 목이 뻐근한 정도에요.
코라닌시까지 갈 필욘 없어요. 제가 사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실례가 안된다면 그곳으로 가는게 어때요?"
미시케의 물음에 세느카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세느카가 대장이다! 라고 낙인찍어놓은 것은 아니었으나 늘 적을 향해 돌진하라는 명령을 내릴것같은 사람은 세느카밖에 없어보였다. 그만큼 세느카의 영향력은 컸다?
세느카는 별 생각 없이 미시케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실례라뇨. 저희가 신세좀 지겠어요. 그래도 괜찮죠?"
세느카의 물음에 미시케는 밝은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코라닌시로 가던 경로를 약간 우현으로 틀어 코라닌시의 위성도시인 라케프 마을로 향했다.
코라닌시가 관광도시로서 명성을 드높인데는 라케프 마을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라케프 마을은 하나의 아름다운 촌도시였다.
다시 말해 도시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원시적인 생활을하는 마을이었다. 이것이 도리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수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일수 있었다.
원래 라케프 마을 사람들은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대한 문화에 조금씩 동요되는것이 어쩔수 없는 이치인것처럼 코라닌시라는 거대한 도시에 의해 점차 도시화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도시들에 비해 옛모습이 많이 남아있었고 그걸 고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기에 여전히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도시의 문명을 받아들인 사람들중엔 미시케도 속해있었다.
그녀는 폐쇄적으로 문화를 배척하는 것이 결코옳은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시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도시에 가서 몇가지 일도 해봤었다. 공부도 해봤고 직장에도 다녔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안맞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는지 그녀는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야말았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일이 바로 알리타인 유적을 보러온 관광객들에게 유적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돈을 받는 관광가이드가 된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알리타인 유적에 대해서 만큼은 웬만한 고고학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관광가이드가 그녀의 천직인 듯 사람들을 대하는 기술이 점점 늘고 있었다.
거대한 호크가 라케프 마을의 한쪽 구석에 있는 호버크레프트 전용착륙장에 착륙했다. 거대한 먼지를 일으키며 착륙한 호버크레프트는 하나,둘 사람을 토해냈다. 그들은 세느카 일행들이었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아직 바닥은 그냥 땅이었다. 세라곤 같은 뛰어난 금속이나 아폴틱재질의 금속도 아닌 그냥 맨땅이었다.
땅을 밟아본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코라닌시의 공원을 거닐 때 밟아보았지만. 세느카는 상쾌한 기분을 지울수 없었다. 그만큼 자연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세느카였다. 맑은 공기가 폐부를 스쳐지나가면서 이곳은 얼마나 낙원인가,하고 생각했다.
세느카를 뒤따라 다른 동료들이 모두 호크에서 내리자 미시케는 마을 안쪽에 보이는 작은 집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저 집이 작지만 저의 보금자리에요.
사양말고 들어오세요!"
미시케가 가리킨 집은 정말 그녀의 말대로 상당히 작아보였다. 워낙 원시적 생활을 한 티가 남아있어서인지 집들은 다들 너무나 허름했다.
미시케의 집은 다른 집들보다 더욱 그랬다. 들뜬 기분으로 세느카는 미시케의 집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호텔에서만 생활해오던 아크바레이같은 경우엔 참 찜찜했다. 하지만 아무말 못하고 세느카의 뒤를 따랐다. 아크바레이에겐 아직 세느카에게서 얻어내야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아크바레이가 얻어낸 성과라고 해봐야 '쉐도우를 가진 헤켈'이 그녀를 쫓는다는 것과 카인이란 자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검사란 것.. 그리고 아직까지 파인리히의 능력은 파해치진 못했지만 상당히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녀석이란 것 이정도?? 세느카들이 왜 유적을 뒤지고 다니는지는 그들의 대화만으론 짐작할수 없었다. 그의 조부의 말대로 그들이 먼 미래를 풀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라면. 만약 그들이 선인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악인이라면 무슨일이 있어도 그들을 없애야했다.
아크바레이는 티없이 맑은 눈을 가진 검은머리의 앳띈 소녀 세느카가 악인일거란 생각은 도저히 할수 없었다. 하지만 조부님께서 당부하신일이니 대충 감정이 가는대로 처리할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좀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아크바레이는 미시케의 집을 향해 걸었다.
거대한 병원. 그 병원 주위에는 세라곤으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듯 빽빽히 들어서있었고 세라고닉으로 만든 도로에는 플라잉 머신들이 경주하듯 질주하고 있었다. 세라곤이란 뛰어난 재질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도시들의 모태.. 바로 티탄시였다.
거대한 병원에는 응급용 호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의사들은 자신들의 할 일에 모두들 바쁜듯보였다. 병원을 나오던 한 사내는 주머니속에서 필터를 꺼내어 입에 가져다 대었다.
마치 넓은 바다를 향해 일갈을 토해내듯 상쾌한 기분이 그의 폐로부터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 기분은 곧 소변을 맛보듯 찝찝한 맛으로 그에게 돌아왔다. 한모금 더 빨까 하다가 다시 주머니속으로 필터를 집어넣은 그는 바쁘게 자신의 플라잉 머신으로 향했다.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가 아크타리안의 병세를 보던 중이었다.
다행이 아직까지 아크타리안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뜻은 살아날 가망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는 뜻도 되었다.
얀은 아크타리안이 걱정되긴 하였으나 그의 머릴 멤돌고 있던 것은 다른 것이다. 그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얀은 팔케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팔케넌은 티탄시의 일이 궁금해서 연락한 것이었으나 얀의 뜻밖의 말에 놀라 당장 만나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얀이 원자력천공위성으로 떠났어야했지만 티탄시를 걱정하던 팔케넌이 이미 티탄시를 향하고 있었기에 티탄시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얀이 자주가던 곳.. 그곳은 아주 구석진 곳에 위치했다. 도무지 장사가 될지 의문인 한 바(Bar)가 있었다.
간판은 너덜너덜해져서 이름도 알수 없는 그 바는 얀이 즐겨찾던 곳이었다. 이런 거대한 도시에 그런곳이 있을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겠지만 그 바는 겉에서 보는것보다 속은 훨씬 괜찮았다.
얀은 오늘 많은 것들을 겪었는지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다. 많은 장면들이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아크타리안과 율리안 쳉의 부상이었다. 얀으로서는 어떠한 도움도 줄수 없었던 얀은 바텐더에게 그가 자주 마시는 레드 볼캐논을 주문했다.
노란색 머리에 알이 엄청나게 두꺼워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는 얀을 바텐더가 알아보았다. 그는 얀이 주문하기도 전에 이미 레드 볼캐논을 잔에 따르고 있었다.
그만큼 얀은 그집의 단골손님이었다. 얀은 바텐더가 좋았다.
절대 간섭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얀의 얘기에 관심없어 한것도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들어줄 뿐이었다.
얀은 그런 바텐더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이곳으로 술을 마시러 왔었다. 핏빛의 레드 볼캐논이 자신의 앞에 놓여지자 얀은 한모금 들이켰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레드 볼캐논같은 독한 술은 원샷할수 없었다. 그건 얀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액체가 목을 타고 가슴을 쓸고 내려갔다.
마치 자신의 걱정을 덜어내는 듯 그는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바에 들어온 한 중년의 사내가 얀을 보고 아는척을 했다.
원자력천공위성에서 보았던 바로 그 팔케넌이었다. 얀은 팔케넌을 보고는 즉시 일어서서는 허리를 깊숙히 굽혀 예를 차렸다. 팔케넌은 얀의 행동이 이런 장소에선 지나치다는 것을 느꼈는지 얀에게 말했다.
"이런 공공장소에선 그냥 편하게 대하게. 나도 이런곳에서까지 그런 대접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네."
-
"예. 티탄시에 대한 보고는 아까 말씀드린대로입니다. 다행이 민간인들에 대한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가오사이보그 30대중 21대가 파손되고 탑승자들의 손실이 컸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쉐도우 DNA 프로젝트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것입니다."
팔케넌은 묵묵히 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얀의 말이 끝나자 얀의 것과 같은 레드 볼캐논을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바텐더는 그들의 얘기가 일반사람들이 논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는지 조용히 자릴 피해주었다. 레드 볼캐논의 쓰디쓴 맛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팔케넌이 질문했다.
"흠. 이번 전투로 얻은 성과는 없나?"
-
"우선. 헤켈들에게 새로운 변이형태의 개체가 탄생한것 같습니다. 아니면 원래부터 있던 것일수도 있구요. 그 녀석은 공격형 헤켈에 비해 공격력은 월등히 떨어지지만 지식수준은 인간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약간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억측입니다.
헤켈의 새로운 개체의 시신을 얻었으니 연구하면 뭔가 나오는게 있겠죠 그것말고 또 하나의 성과는 헤켈들이 우리 인간들이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훤하다는것입니다."
얀이 중간에 말을 끊고는 레드 볼캐논을 한모금 들이켰다.
팔케넌은 뒷말이 궁금한지 어린아이와 같은 눈으로 얀을 바라봤다. 얀은 잔을 내려놓으면서 필터를 꺼내었다.
"헤켈들은 이미 우리의 일급기밀사항인 쉐도우 DNA 프로젝트에 관한 건 일체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 공격이 그걸 노렸다는것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오직 연구소 사람들만이 아는 그 연구를 어떻게 다른 인간들도 아닌 헤켈들이 알고 공격했는지.
그게 의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염두해두지 않은게 있었습니다. 바로.. 세느카!"
팔케넌을 보며 필터를 한모금 들여마신 얀은 팔케넌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것을 볼수 있었다. 팔케넌은 세느카의 일이라면 절치부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세느카 박사하고 같이 있는 카인이란 친구하곤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카인이란 친구의 MTM 이 응답이 없습니다. 문제는 세느카를 쫓던 그 헤켈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헤켈들이 노리던 바로 그 쉐도우를 말이죠.."
얀의 말을 들은 팔케넌은 얀이 말한 요지를 금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표정은 뭔가 생각하는 듯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얀은 팔케넌이 무언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자기도 그것이 아는 전부였기때문이었다. 얀의 기다림을 아는 듯 천천히 팔케넌은 입술을 떼었다.
"그럼 도대체.. 세느카를 쫓던 헤켈은 뭐란 말이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종족이란 말인가? 아니면 헤켈들역시 여러부족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발달했단 말인가..
도무지 알수가 없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
"흠. 팔케넌님의 말씀대로 여러 가지 경우를 볼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완전하게 새로운 종족이 있다는 것은 가장 터무니 없는 경우입니다. 다른 종족이 또 존재했다면 지금 우리의 과학력으로 몰랐을리 만무하죠. 그리고 헤켈들이 여러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정도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껏 우리하고 싸웠던 헤켈족은 단 하나의 힘으로 뭉쳐진 녀석들이었습니다. 분리된 힘으로 다른 종족에게 대항하려한다면 우릴 이정도까지 지치게 만들진 못했겠죠. 한가지 다른 예상을 할 수가 있는데."
얀이 말꼬리를 흐리자 팔케넌은 참을수 없다는 듯 얀을 재촉했다. 얀은 레드 볼캐논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곧 잔이 빈 것을 알아차리고는 한잔을 더 주문하였다.
얀이 뜸들이는 이유를 모르는 팔케넌은 답답하기만했다. 얀 역시 시간을 끄는것은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가정은 그 헤켈이 어쩌면 헤켈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팔케넌이 처음 말한 주장과 상반된 견해였던 것이다. 얀은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팔케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란걸 잘 알기에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가정은.. 세느카를 쫓는 그 헤켈이.. 어쩌면 헤켈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만이 가진 쉐도우 DNA 를 헤켈이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모순이었습니다. 그리고 티탄시의 DNA 종족식별장치를 뚫고 유유히 시내를 활보했다는 것도 모순입니다. 또한 같은 헤켈족끼리 어느 녀석은 쉐도우를 가지고 있고 어느 녀석들은 쉐도우를 얻으려 한다는 것 역시 뭔가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얀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팔케넌은 동조했다.
"음 그러니까 그 녀석이 헤켈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라면..
그 모든 의문점이 해결된다는 뜻이군."
- "그렇습니다. 아직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게 가장 타당한 추리인것같습니다. "
팔케넌은 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얀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상관에게 직언을 하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팔케넌은 바보가 아니었다.
팔케넌이 얀에게 세느카를 쫓는 녀석이 헤켈이라고 한것에는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가 인간이라면 왜 굳이 그 녀석에게 반투과성반사물질을 뿌려서 그를 제지 하라고 시켰겠는가.. 팔케넌도 그 헤켈이 인간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팔케넌의 얼굴이 심각한 고민을 하는것처럼 보이자 얀은 잠시 팔케넌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강물이 천천히 멈추지 않고 흘러가듯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팔케넌은 비록 자신의 부하인 얀이지만 그에게 설명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이미 수차례 중요한 일들을 말끔히 처리한 그가 아니었던가.
이제 팔케넌에겐 믿을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 얀에게마져 비밀을 숨긴다면 얀도 그를 떠날것이다.
"나도.. 그 점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라네. "
-
"네? 그 헤켈이 인간일수도 있다는 점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그가 인간이라면 모든 것이 말이 되지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야.. 이건 어떤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이런말을하는 것은 아니라네 하지만 그가 인간이 아니란 확신을 가지고는 있다네"
얀은 팔케넌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확신을 한단 말인가. 어폐가 있었다. 하지만 얀은 따질생각은 없었다. 팔케넌이 계속 다음 말을 잇길 바랄뿐이었다.
"자네는 우리 재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얀이 팔케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연구를 시작한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얀은 매너 포스라는 인간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그의 관심은 관심으로 끝나려했었다. 그런 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이 바로 카안드리아스 재단이었다.
카안드리아스 재단은 정부와는 별개의 재단으로 정부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재단이었다. 정부가 원하는것은 엄청난 무기들이었고-다른 종족과 싸우기 위한-그런 무기들을 생산하여 정부에게 넘기는 역할을 한 것이 그 재단이었다.
얀은 순수하게 정신력에 대한 연구를 하던중 그 재단의 도움을 받았고 그리하여 매너 포스를 이용한 무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얀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신력을 극대화시키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보통 매너 포스를 가진 사람들을 더 뛰어난 매너 포스를 구사하여 포스 오너로 만들어내는 연구였다.
하지만 그 연구는 생각보다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왜냐면 다른 종족들은 포스 오너들보다 훨씬 강했고 실험도중 사고도 발생했기때문이었다. 숫적으로 적은 포스 오너들을 양성하느니 보다 더 실용적인 가오사이보그를 생산했던 것이다. 그런 얀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줬던 팔케넌이었다.
팔케넌의 요청에 따라 새로이 착수한 쉐도우 DNA 프로젝트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줄은. 아무도 몰랐다.
얀은 카안드리아스 재단은 단지 무기수출을 해서 돈을 버는 단순한 집단이 아니란걸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정부의 능력권 밖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엄청난 집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시들의 시장들로 구성된 정부 의회에서도 그 재단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기다 시피 했었다.
그 덕에 얀은 티탄시가 헤켈들에게 공격당할 때 총 지위를 했던 것이다. 물론 재단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더라도 얀은 그럴만한 능력이 인정되고 있었다.
얀은 생각했다. 팔케넌의 질문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솔직히 그 이외의 것에 대해 얀은 아는 것이 없었다.
어째서 그 재단이 셔틀크루져와 같은 우주공간을 비행할수 있는 비행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째서 원자력천공위성같은 비밀기지를 가지고 있는지.. 얀은 궁금해한적이 없었다. 단지 자신의 일에만 충실했을뿐 아니 궁금할필요성을 못느꼈다.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 연구하여 개발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흠 글쎄요 엄청난 부와 과학자들을 보유한 최대규모의 전쟁기관?"
얀의 대답에 팔케넌은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수 없었다.
얀의 대답이 웃긴 것이 아니었다. 아니,어쩌면 얀의 대답이 옳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얀도 팔케넌이 왜 웃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대답이 그가 원한 것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네가 내 밑에서 일을 도와준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군 자네에겐 별로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한것같군 오늘 한가지 말해줄게 있네."
얀은 순간 팔케넌이 엄청난 정보를 말하려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발설해서는 안될 정보를 말이다.
"우리 재단이 무얼 노리고 있는지 아나?"
팔케넌의 질문에 얀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우리 재단의 총수는 바로 위대하신 분이시지. 이건 우리들끼리의 명칭이고 대외적인 이름은 카안드리아스지. 그 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라네. 그 분을 직접적으로 만나뵌적은 없지만 난 그에게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사람중 하나네. 그의 심중을 읽을수는 없었지만 뭔가 꺼림찍한 것은 느끼고 있었지. 어쩜 그가 이 모든 것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느낌.. 난 그 앞에선 몸이 굳어서 움직일수조차 없다네. 그것도 방하나를 두고 마주하는데도 말이야."
얀은 팔케넌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수 없었다. 카안드리아스란 자가 도대체 어떤 음모를 꾸미길래 저러는지. 알수 없었다.
"위대하신 분은.. 타종족의 DNA 를 이용"
'쉬이이이익!!!'
세찬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팔케넌은 머리를 탁자위로 떨구었다. 얀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문이 열리고 놈은 달아난 상태였다. 정말 순신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팔케넌의 머리는 로이안 리플에 의해 정확하게 관통되어 뇌수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얀은 그 참담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얀은 느낄수 있었다. 팔케넌의 답답했던 그 심정들을.......
'팔케넌 님은 늘 감시당했던게 틀림없군. 그가 분명 기밀을 얘기하려 했기 때문에 이렇게 처리한것이군 팔케넌님이 말하려던것이 무엇이었을까. 카안드리아스의 음모? 그게 무슨 소리지?
그리고 세느카를 쫓던 녀석이 확실히 헤켈이라구? 흠 젠장..
오늘도 친한 사람을 한명 잃었구나 그는 날 믿고 나에게 모든것을 털어놓으려 했거늘'
얀은 주머니속에서 필터를 꺼내어 연신 빨아들였다. 바텐더는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당황하지 않고 CPD(City Police Department)에 연락을 했다.
잠시 후에 경찰들이 들이닥칠것이다. 얀은 바텐더에게 눈으로 인사를 건넸다.
바텐더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인사를 했다. 얀은 재빨리 바(Bar)를 빠져나와 플라잉 머신에 탑승했다.
그리곤 어디인지 모를곳으로 출발했다.
플라잉 머신을 자동조종으로 변환시킨후 얀은 의자를 뒤로 제꼈다.
그리곤 필터를 꺼내어 한모금 깊숙히 빨아들였다. 묘한 상쾌함과 더불어 답답함이 엄습해왔다.
얀은 팔케넌이 바로 옆에서 죽어도 당황하지 않았다. 10여년 동안 팔케넌 밑에서 별의 별 일을 다 해본 얀이었다.
이런 암습도 몇번 겪었었다. 다행이 그는 자신의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할수 있는 포스 오너였기 때문에 한 번도 그런것에 당한적은 없었다.
오늘 팔케넌이 그의 옆에서 죽었다.
하지만 얀은 담담했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앞으로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할지 그것이 의문이였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머리속에선 누군가 그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어째서 팔케넌을 도우려하지 않는것이지???'
얀은 어째서 그런 질문을 받은지 생각은 않고 바로 대답하였다.
'난 지금껏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행동해왔어. 그러니. 계속 그렇게 하려는것이야. 팔케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나? 아니 그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을뿐,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니야.'
- '그가 유일하게 믿던 사람은 바로 네가 아니었던가?'
'팔케넌이 날 믿었던 것은 나도 잘 알아. 그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선 나도 그를 도와야겠지.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를 도울수 있지?'
- '팔케넌이 말한 것들을 잘 생각해봐..'
'재단에 대한 것들 말인가 솔직히 나도 우리 재단에 대해 궁금증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걸 조사한다고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뭐지?'
- '넌 바로 네 자신을 얻을수 있어. 늘 다른 자들의 도움을 받던 네가 아닌 네 스스로 일어설수 있는 너를 말야.'
'흠.. 그래. 늘 그래왔었어. 재단을 배신하게 될줄이야..
아까 팔케넌을 죽였던 놈들에게 당할지도 모를텐데.'
- '이건 팔케넌에 대한 신의만은 아니야. 팔케넌이 말한 그 음모 인류를 위해서 해야할 일이 있는거야. 죽음을 두려워해선 아무것도 이룰수 없어. 팔케넌은 이미 죽음도 초월한 상태에서 널 만난것이야.'
'그래.. 언제나 그래왔지 아내 이카루스가 납치당했을때도.
난 재단에 복종했지 의지가 없었던거야 하지만 이젠 달라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어.'
얀은 무언가 생각을 골몰히 하다가 자신의 집앞에 도착한것을 알고는 정신을 차렸다. 얀은 플라잉 머신이 소음을 멈추고 정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지만 머리속은 다시금 멍해지며 아련한 기억들이 멤돌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던 이카루스. 그녀와 함께 했던 연구들 마인 J 의 탄생.. 그리고 재단의 비밀을 알게된 아내의 납치...........
주석 2. 얀(사랑 그리고 추억..)
얀이 정신을 차린 것은 MTM 에서 연락이 왔다는 신호음이 울렸을때였다. 긴 과거의 터널속에서 빠져나온 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카루스. 아직. 살아있는거지.'
MTM 화면에 나온 인물은 아까 병원에서 봤던 의사였다.
그의 말을 들은 얀은 플라잉 머신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아크타리안씨가 위험합니다. 아마 몇시간을 넘기지 못할겁니다.
어서 오십시오 무언가 말을 하려는것같은데. 될 수 있으면 빨리 오도록 하십시오."
얀의 플라잉 머신은 병원을 향해 날아갔다. 얀은 생각했다.
'팔케넌님 당신이 내게 베풀어주었던 것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밝히고 싶어했던 재단에 대한 비밀.. 제가 밝혀내겠습니다. 언제까지고 그들의 꼭두각시로만 남아있지는 않겠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그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겁니다. 제 기억속에서 영원히 살테니까요. 부디.. 평안한 곳으로 가시길'
미시케의 방안에서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손수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던 세느카 일행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와.. 이렇게 맛있을수가."
"정말 끝장인데.. 너무 맛있다"
"그래 세느카가 만든 인스턴트와는 차원이 틀려"
마지막 말은 카인의 말이었다. 세느카는 순간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카인을 노려보았다. 세느카의 기세에 눌린 카인은 아무말 못하고 음식을 먹었다. 그런 세느카 역시 미시케의 음식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정말 맛있어요 미시케.. 어떻게 이런 요리를 히트레인지 없이도 만들 수 있죠?"
-
"네. 원래 저희 마을 사람들은 문화가 덜 발달되어서 히트레인지같은건 구경도 못했었죠 그래서 어쩔수 없이 손수 만들어서 먹었어야했어요. 불에 익혀서.. 혹은 구워서.
그런식으로 말이죠 다행히 입맛에 맞는것같군요"
미시케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아크바레이는 낡은 집에 온것에 대해 기분이 안좋았던 생각을 하며 반성했다. 미시케의 음식은 아크바레이의 잘못된 고정관념마져 깨버리고 있었다.
"후훗. 정말 당신들은 재밌는 사람들이군요.. 저는 당신들의 인스턴트 식품이 더 맛있어보이던데"
미시케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손을 휘저었다.
"아니에요. 정말 이게 더 맛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건 음식솜씨가 아니에요 정성도 없고.. 이게 진짜 요리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 말을 들은 카인이 입을 열었다.
"그래. 정말 그런것같아. 세느카 너도 미시케님한테 요리한번 배워보는게 어때?"
- "뭐어? 정말 나를 너무 무시하는데? 나도 열심히 배우면 할수 있을거야! 치"
세느카의 뾰루퉁한 표정을 보고 미시케가 말했다.
"하핫.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이 요리들 실제로 별로 어려운거 아니에요. 누구나 쉽게 배울수 있다구요. 세느카님도 충분히 배울수 있구요."
미시케의 말을 들은 세느카는 거보라는 듯 카인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그 모습이 웃겼던지 실내는 한바탕 웃음이 일어났다.
카인은 잠시 방 밖으로 나왔다. 아크타리안이 티탄시로 간지 꽤 된것같아 티탄시의 일을 묻기 위해 얀에게 MTM으로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MTM 이 작동하질 않았다.
아까전에 헤켈과 싸울 때 MTM 이 부숴진 것이다. 한숨을 내쉬며 방안으로 들어온 카인은 음식먹는데 열중했다.
역시 단순한 카인이었다.
그때였다. 아크바레이의 MTM 에서 신호가 들렸다. 아크바레이는 얼른 방밖으로 빠져나와 답신했다. 상대방은 다름 아닌 얀이었다.
아크바레이는 얀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조부님이..........
"미안하네 나도 그러지 않기를 바랬지만 자네 조부님께서는 방금전에 운명하셨네 어서 티탄시로 와주기 바라네"
아크바레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했지만 멈추지 않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제발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