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8화 (8/120)

제 목: 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8

[주석] -1- 파인리히(아우로페에 대한 기억.....) 기가스 주석편1편. 그들의 과거 속에서..

주석1. 파인리히(아우로페에 대한 기억..)거대한 도시들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시설로 늘 다른 종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중소도시들이 많았다.

이들은 비록 사는 건물등은 노후된 아폴틱 건물이었지만 방어시설만큼은 어느것보다도 중요했기에 대도시의 그것을 도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돈을 가진 자들의 중소도시였고 그렇지 못한 작은 단위로 사는 부락들은 다른 종족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었다. 방어시설이라고 해봐야 어떤 종족인지 판별하는 DNA 식별장치와 마을 주변에 있는 벙커, 그리고 로이안 리플을 사용하는 CPD(City Police Department)의 경찰들뿐이었다. 하지만 로이안리플이 타종족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보통 작은 마을과 부락등은 주위의 큰 도시들로부터 적들의 공격시 도움을 받고 일정의 세금을 지불하는 공생관계였다.

카드모스 마을 역시 그런 작은 마을이었다. 카드모스 마을은 거대한 글랜시아 시의 위성도시로서 글랜시아시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3년전이던가.

파인리히는 글랜시아시에서 엄청난 속도로 도주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한명의 포스 오너가 맹렬한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이 왜 쫓기는지조차 모르며 포스 오너의 공격을 피하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포스 오너란 존재의 무서움을 잘 아는 그였지만 그런 두려운 대상이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 알수 없었다. 그 포스 오너의 능력은 포스 오너들중에서도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었는데 매너 포스를 뇌의 40% 이상 사용하는 굉장한 녀석이었다. 녀석은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위의 공기의 입자들로 공격하는 강한 녀석이었다.

파인리히는 공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에 맞기 전엔 그것이 공격인지 알수 없었다. 거리가 멀어서인지 작은 상처들을 입고 있던 파인리히는 오로지 살려는 의지하나만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 그의 의지가 그의 기억을 더듬었는지 그는 한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스피리쉬!!!!"

그는 자신도 모르는 단어를 외쳤다. 그러자 파인리히의 다리아래로 이상한 물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체가 아닌 생명체였다. 그 생명체는 엄청난 속도로 파인리히를 태우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파인리히를 뒤쫓던 사내도 그의 스피드에는 질렸는지 더 이상 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파인리히는 이유는 몰랐지만 글랜시아에서 도망쳐 나올수 있었다.

파인리히가 눈을 떴을땐 발밑에 있던 생명체는 사라진 뒤였다.

잠시동안 정신을 잃었던것같았다. 정신을 차릴려고 노력을 했지만 엄청난 피로가 밀려오며 잠이 오기 시작했다.그때 저 멀리서 사람이 한명 달려오고 있었다.

콘크리트벽으로 되어있는 구형건물. 그 조그만 방은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콘크리트벽이 흉물스럽게 드러나고 있었고 비좁은 방에 여성의 물건들로 가득차 있었다. 파인리히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은 붕대로 감싸져있었는데 곳곳에서 피가 베어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엄청난 피로 때문에 도저히 일어설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깨어나셨군요? 다행이에요 이렇게 다쳤는데. 금방 깨어나서."

파인리히는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20세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였다. 물론 파인리히는 자기 자신이 몇살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왠지 그 소녀가 어려보였다.

"이곳은 어디죠?"

-

"여긴 저희집이에요. 글랜시아시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마을로 돌아오던중에 쓰러진 당신을 발견했어요. 상처가 심해서 걱정많이 했었는데 다행이에요 ^^"

소녀가 웃으면서 안심하자 파인리히는 소녀의 순박함이 고마웠다.

하지만 입으론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구 저를 구했나요?"

-

"당신이 나쁜 사람이건 좋은 사람이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생명은 소중한거라고 배웠어요. 당신의 생명도 그렇구요."

파인리히는 소녀가 어려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생각이 깊은 것에 놀라며 물어보았다.

"이 마을은 무슨 마을이죠? 그리고.. 제가 왜 다친거죠?"

파인리히는 그 소녀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그 질문은 그가 그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소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핫 여긴 카드모스 마을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왜 다쳤는지는 저보다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파인리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기억나는게 없군요. 심지어.. 내 이름도 기억할수 없어요."

소녀는 아마 큰 충격을 받아 기억상실증에 걸린것일거라 추측하며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파인리히에게 내밀었다.

파인리히는 음식의 한조각을 떼어내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전.. 아우로페 라고 해요. 이 집의 주인이자 가장이죠. 전..

가난하고 무시당하고 살지만 이 생활이 행복..해요"

아우로페의 말을 듣고 파인리히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될지 암담했다. 이름조차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아우로페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 당신은 이름도 기억못한댔죠? '사담' 어때요? 제가 좋아하는 식물 이름이에요. 바로 저기 보이는 '난' 이죠. 어때요? 당신처럼 외로운 식물이죠. 전 늘 사담과 함께 지내며 살아요. 늘 제게 말을 하죠. 제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 "사담이라 괜찮군요.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는 사담이라고 부르도록 해요.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진요 "

파인리히는 아우로페가 가져다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오늘 중으로 떠날 생각이에요. 아우로페. 내가 이곳에 있으면 안될것같은 생각이 들어요. 날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순 없어요."

-

"아뇨 그 몸으로 움직인다는건 무리에요. 그리고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늘 이렇게 지내왔는걸요. 무의미하게 사람들은 저를 싫어해요.

생긴것부터 다른 모든 것들을 말이죠. 전 늘 무시당해왔어요. 당신처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없었어요. 이 마을에서 살게된것도 이 마을 사람들이 다른 마을 사람들보다 제게 잘해주었기때문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카드모스 마을의 사람들도 저를 미워하기 시작했어요. 전..

위험해도 상관없어요. 친구가 필요할뿐.."

아우로페는 말을 하면서 눈이 붉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녀는 초점없는 눈을 가진 장님이었다.

하지만 똑바로 눈을 뜨고 있었으며 장님이 아닌것처럼 행동했다.

파인리히는 아우로페의 눈앞에서 손을 좌우로 흔들어보았다.

그녀가 장님인지 확인하려는 행동이었다.

"사담. 당신 생각대로 저는 장님이에요. 앞이 보이지 않죠. 아니 눈으로는 앞을 볼수 없어요. 하지만 마음으론 모든게 보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싫어해요. 제가 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

"아.. 그렇군요.. 미안해요. 당신을 시험하려했던건 아니었어요.

그런 사연이 있는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요."

사담. 즉 파인리히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녀가 뛰어난 매너포스로 사람들의 의식속을 파고들어 독심술을 하여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왠지 이유도 모르고 쫓기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사담. 당신도 나만큼이나 외로운 사람이군요. 하지만 당신에겐 할 일이 많은것같아요. 당신에게선 강한 의지력이 느껴져요. 후훗..

괜한 말을 꺼냈군요 제가 봤을 때 당신은 저보다 훨씬 높은 연배시군요.

제게 말을 놓으세요. 그게 더 편할것같아요."

사담은 아우로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솔직히 그가 보기에도 아우로페는 15~20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사담은 자신이 완전히 완쾌될때까지만 그곳에 머물것이라고 했다.

아우로페 역시 사담을 더 이상 붙잡아둘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담은 몇일 지나면서 자신의 몸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것을 발견했다. 가장 큰 특징이 머리부분에 있는 이상한 칩이었다.

칩의 일부분이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고 있었다. 크게 티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지 이때부터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손바닥과 발바닥 등에 원형으로 생긴 수정구슬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활동할때는 마치 보통 살처럼 움직였는데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는 알수 없었다. 사담은 글랜시아시에서 탈출할 때 사용했던 그 기술이 아무래도 이 구슬같은 것에 의해 구사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자신이 '스피리쉬' 라고 외쳤던것같았다. 어느정도 일어설수 있게 된 사담은 아우로페의 집밖으로 나왔다.

'흠 그 이상한 포스 오너가 날 뒤쫓는 것은 어쩌면 내 몸에 박힌 이 이상한 칩과 구슬때문인지도 몰라..'

"스피리쉬!!!"

사담은 한 번 속는셈 치고 스피리쉬를 외쳤다. 그러자 그의 발에서 넙적하게 생긴 공중에 뜬 생명체가 생겨났다. 하지만 정지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사담은 어떻게 해야 움직이는지 몰랐다. 단지 앞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때, 스리피쉬는 사담을 태우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담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멈추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자리에 멈춘 스피리쉬는 사라져버렸다.

"호오.. 정말 놀라운 기술인걸.. 매너포스와는 완전히 별개의 기술이야.. 흠. 그런데. 어째서 이런 기술들을.. 내가 쓸수 있는것이지"

사담은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살펴보았다. 이상하게 생긴 투명한 구슬. 스피리쉬가 발바닥에서 생겨난 기술이라면 손에도 그런 기술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약간 무리를 했는지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낀 사담은 아우로페의 집안으로 돌아왔다. 집안에는 아우로페가 장을 보고 돌아온 상태였다. 사담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을 보고 아우로페는 기뻐했다.

"와. 이젠 걸어다녀도 괜찮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

"어. 고마워 아우로페. 네 덕분에 이렇게 낳아가고 있어."

아우로페는 사담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뭔가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중에 사담의 마음을 읽어내었다.

"흠 당신도 두려워하는군요. 당신의 능력을.."

-

"어? 어.. 다 알았구나 그래.. 두려워. 나를 쫓는 녀석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엄청난 고수급의 포스 오너였어. 그 녀석에게 잡히면 무사하지 못할거야."

"저도 매너포스에 대해 알아요. 나의 어머니도 포스 오너셨죠. 난 제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았을 때 어머니를 저주했어요.

그 능력 때문에 전 늘 혼자였죠. 어머니께선 큰 도시로 가면 포스 오너들이 환영받는다고 했는데 전 그렇지 못했죠. 제가 가진 능력은 고작 다른 사람들 나쁜 생각하는거나 알아차리는 정도. 게다가 눈까지 멀은 여자애를 누가 환영하겠어요? 어머니께선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본적도 없구요 후훗 괜히 쓸데 없는 소릴 했군요..

미안해요.."

사담은 아우로페가 받은 상처가 얼마나 심한건지 다시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곁에서 그녀를 보살펴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처지도 처지이고 사담 자신이 누구인지를 꼭 밝혀야했다.

"너무 낙심하지마. 내가. 내가 지켜줄게."

아우로페는 사담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는 것이 고마웠다. 하지만 아무말 할수 없었다. 괜찮다고 말한다면 그는 혼자 떠나버릴것이고 그렇다고 붙잡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째서 서로 미워하는거죠.. 어째서."

사담은 아우로페에게 다가갔다. 아우로페를 살며시 껴안고는 아우로페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카드모스 마을 외곽의 한 벙커 정찰임무를 맡은 근무자가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벙커 안에는 두명의 다른 근무자들이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는 지대지 박격포였다. 들어오던 사내가 약간 쌀쌀한 듯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아무 이상 없어! 오늘도 무사히!! 헤햇"

- "그래. 수고했어. 자리에 앉아서 차나 한잔 해"

그렇게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근무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이렌족 4개체가 벙커에 다가서고 있었다. 벙커 주변에는 은폐할만한 지형이 없는 개활지였지만 세이렌들은 유유히 벙커 바로 앞까지 올수 있었다.

근무자중 한명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선 동료들에게 비상을 알렸다. 박격포에서 지대지미사일들이 세이렌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벙커앞에 도착한 한 세이렌에 의해 벙커 안에 있던 3명은 모두 비명횡사했다. 적에게 노출된 것을 느낀 세이렌들은 보다 속력을 내어 마을 중앙까지 달려갔다. 카드모스 마을의 연락을 받은 글랜시아시는 즉각 가오사이보그 전대를 출동시켰다. 하지만 세이렌들의 살육을 막아내기엔 늘상 출동이 늦었다. 아니.. 거리가 있어서 빨리 도착해도 세이렌들에게 당한뒤에 뒷북만 치는 꼴이었다.

세이렌 4개체가 마을 중앙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이렌들이 도착하기전..

사담은 몸이 거의 다 낳은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해내기 위해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다. 사담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주문같은-스피리쉬-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스피리쉬 녀석만 생각날 뿐이었다. 사담이 산책나간 것을 알고 있던 아우로페는 음식을 만들어 사담을 찾아나갔다.

사담이 마을 중앙에 도착했을즈음 사담은 한명의 사내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 사내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사담을 바라보았다. 다름 아닌 사담을 쫓던 포스 오너였다. 사담은 상대가 높은 수준의 포스 오너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때였다.

사담을 알아보고는 아우로페가 달려오고 있었다.

"사담!! 제가 먹을 것을 가져왔어요."

그 포스 오너역시 아우로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담은 도망칠수 없었다. 아우로페를 놔두고 말이다. 사담에게 다가선 아우로페는 사담의 굳은 표정을 느끼고 금새 사태의 진상을 알아챘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사내는 아우로페보다 훨신 강력한 매너포스를 가진 사내였다. 아우로페가 아무리 그의 생각을 읽으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사내는 천천히 걸어오면서 말했다.

"파인리히! 더 이상 도망칠생각은 하지 마라. 나와 같이 간다면 저 애송이 꼬마숙녀분께 해는 끼치지 않겠다."

사담은 적이 자신을 파인리히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물어본다면 적과 타협할수 밖에 없다는것도 잘 알았다. 사담은 그렇게 하긴 싫었다. 적어도 아우로페앞에서는.

"이름을 알려줘서 고맙군 하지만 너와 같이갈 생각이 없다.

죽는 한이 있어도!!!"

사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아우로페는 자신 때문에 일이 꼬인 것을 알고는 사담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자신 때문에 사담이 위험해진것같아 더욱 그랬다. 아우로페는 보이지 않는 눈이었지만 사담의 결의에 찬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사담.. 아니.. 파인리히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잊지 못할거에요. 저는 상관말아요. 저 때문에 당신이 곤란한건 견딜수 없어요. 전 삶에대한 미련을 버린지 오래에요. 어서 도망치세요.

기회가 있을 때. 어서"

파인리히는 아우로페의 말을 듣고선 더욱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말을 듣고나니 더욱 도망칠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곁을 떠난다는것은 곧 그녀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란걸 알았다.

"아니 난 네 곁에서 한발자국도 떠나지 않을거야. 널 지켜주겠어.

내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파인리히와 아우로페를 지켜보던 사내는 짧막한 말과 함께 공격을 시작했다.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

사내의 양 손에 엄청난 공기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공기의 폭풍은 사내의 손을 타고 소용돌이처럼 변하기 시작하였다. 사내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소용돌이로 공격을 실행했다. 파인리히는 아우로페를 껴안고 외쳤다.

"스피리쉬!!!"

공기의 소용돌이도 빨랐지만 스피리쉬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공격을 피한 것을 보자마자 사내는 왼손의 소용돌이를 파인리히가 움직이는 방향보다 더 앞을 예측하여 발사했다. 파인리히는 순간 일이 잘못된 것을 느낄수 있었다. 스피리쉬는 속도는 빨랐지만 그만큼 커브 틀기엔 불리했다. 순간 아우로페를 의식한 파인리히는 아우로페만큼은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우로페를 꼭 껴안고 몸으로 막아내려던 순간.. 바로 그 순간 머리속에서 '쉘리아드'

란 단어가 떠올랐다.

"쉘리아드!!!!"

파인리히의 말과 함께 오른팔의 투명한 구슬에서 원형의 딱딱한 금속 껍질에 싸인 생명체가 나타났다. 그 생명체는 방패처럼 소용돌이를 막아내고는 사라졌다. 적 사내는 파인리히의 희한한 능력을 보고는 말했다.

"쳇 생각보다 빨리 익히는군 하지만 그랜드 포스 오너인 날 이길순 없을거다!!"

사내는 마을 중앙에 있던 석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내가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며 힘을 주자 석상이 돌 파편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파편의 숫자는 헤아릴수 없을만큼 많았다. 파인리히도 상대의 기술을 보고는 상대의 속셈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도망치지도 그렇다고 방금전 그 기술로 막아낼수도 없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죽을고비가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내는 파인리히가 도망칠까봐 분해된 파편들을 순차적으로 발사했다.

파인리히는 날아오는 파편들을 보고 눈을 감았다. 무슨 생각이든 떠오르길 바라면서.........

아우로페는 파인리히의 뒤쪽에 서있었다. 파인리히의 생각을 읽고 있던 아우로페는 자신이 더 이상 짐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파인리히가 아우로페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방패막이가 된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던 유일한 사람 그가 자신앞에서 죽는다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었다. 아우로페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파인리히에 대한 감정을 그 감정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아니.. 받아본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 할수 없는.. 그를 위해서라면 아우로페 자신의 목숨따윈 중요하지 않을만큼 그가 소중했다.

아우로페는 이 사랑이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파인리히의 앞쪽으로 달려나갔다. 자신만 죽는다면 파인리히는 스피리쉬로 도망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파인리히만 살수 있다면 아우로페는 그걸로 좋았다.

파인리히는 돌발적인 아우로페의 행동에 너무 당혹스러웠다. 이미 달려가는 그녀를 막을길은 없었다. 하지만 아우로페가 죽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아니 그녀가 죽는다면 자신의 싸움 또한 무의미했다. 파인리히의 머리속 칩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촉진되자 칩에서 반응이 일어난것이다. 칩에서 뇌로 연결되는 미세한 전자 시냅스 조직이 파인리히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미케노스!!!'

파인리히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를 외치며 손을 뻗었다.

"미케노스!!!"

구슬에서 둥그런 투명한 생명체가 엄청난 스피드로 쏘아져 나갔다.

미케노스는 아우로페를 앞질러, 날아오는 돌파편들을 뚫고 적 사내에게까지 도달했다. 사내는 파인리히의 반격을 받고선 공격이 주춤거렸다.

공기의 흐름으로 방어막을 형성한 사내는 미케노스란 생명체가 방어막과 부딪히는 충격으로 뒤로 30센티나 밀려났다. 하지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파인리히는 흥분한 상태에서 시도한 공격 때문에 엄청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스피리쉬를 사용할땐 처음 사용했을때보다 힘이 많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많이 사용할수록 익숙해지는것같았다. 하지만 지금 적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한상태에서 피로감이 밀려와 눈 앞이 캄캄했다.

아우로페는 상황이 역전되는 것으로 알고는 파인리히에게 돌아왔다.

파인리히는 한쪽 무릎을 꿇고 거의 다 낳았던 상처부위를 누르고 있었다.

피가 다시 베어나오고 있었다. 아우로페는 파인리히의 상처를 눌러주며 한줄기 눈물을 떨구었다. 그걸 본 파인리히는 천천히 말했다.

"괜찮니.. 다행이야 네가 다치지 않아서"

아우로페는 파인리히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운 나머지 참고 참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기 시작했다. 파인리히는 앞이 안보이는 그녀의 초점 없는 눈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지자 안쓰러운 듯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지더라도 우린 함께 하는거야. 우린 영원히 함께 하는거야 영원히.."

아우로페는 파인리히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파인리히의 공격이 굉장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발악이란 것을 알아챘는지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몸에서 꺼낸 쇳조각들이 공중에 뜬채로 따라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기 채 5초도 안되어 파인리히들 앞에 4개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세이렌들이었다.

세이렌들이 마을을 침략하는 것은 종종있는 일이었다. 워낙 흉폭한 종족으로 정평이 나있던 세이렌들은 단지 자신들의 용맹을 떨치기 위해? 마을을 습격하곤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리갯감인 마을을 '적은 수'로 공격하여.. 몰살하는 것을 꺼렸다. 그래야만 다음번에도 가지고 놀수 있단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그 사내였다. 사내는 세이렌 4개체가 돌연 등장하자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 세이렌들은 무차별적인 살인마들이었다. 어떤 인간인지.. 어린애인지 늙은이들인지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죽이고 홀연히 사라지곤했다. 그런데 바로 자신앞에 세이렌 4개체가 나타난 것이다. 파인리히와 아우로페도 놀란 것은 사실이었으나 위기를 호기로 바꿀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파인리히는 생각했다. 하지만 세이렌도 사내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란걸 잘 알고 있었기에 파인리히는 사내에게 제안을 했다.

"이것봐? 저 녀석들을 혼자 상대하긴 무리야. 잠깐동안이지만 힘을 합치는게 어때? 어쨌든 우린 인간이잖아!!!"

-

"젠장 그러는게 좋겠군 하지만 한가지는 반드시 알아둬라. 난 너같은 놈이랑은 차원이 틀린 인간이란 것을!!!"

"쳇 이제 우린 적에서 친구가 되었군"

파인리히의 말대로 사내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파인리히도 붙잡아야했지만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파인리히는 약간 기력을 차린 듯 일어섰다. 파인리히와 사내가 거리를 좁혀 가운데로 모이는데 성공했다. 세이렌 녀석들 역시 적의 실력을 알아챘는지 움직임이 신중해지고 있었다. 4:2의 싸움 도저히 불가능한 싸움이었다.

보통 가오사이보그들도 보통 1:1 로 싸우고 뛰어난 조종술을 지닌 사람이래봐야 2:1이 고작이었다. 그랜드 포스 오너와 파인리히. 그들의 전투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알수 없지만 가오사이보그 4대의 전력을 능가해야했다.

"이봐 승산있겠어?"

파인리히의 질문에 인상을 구기면서 사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역시 힘든 싸움이 될거란걸 잘 알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손위에 떠있던 쇳조각에게 포스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인리히에게 말했다.

"네 녀석이 녀석들을 혼란시켜줘야겠어. 네 기술이라면 가능할것같은데?"

사내의 말을 즉각 이해한 파인리히는 즉시 스피리쉬를 불러내었다. 그리고는 세이렌들을 향해 돌진했다. 너무 빠르면 커브를 돌지 못한다는 것을 안 파인리히는 세이렌들앞쪽에서 속도를 줄이며 옆으로 급선회했다. 한 개체의 세이렌이 파인리히의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세이렌들은 반인반조의 생명체로 2.5미터이상의 거대한 몸을 가진 반은 인간 반은 새인 종족이었다. 물론 겉모습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인간하고 닮은점은 두발로 서서 걸어다닌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퇴화된 날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거의 쓸모 없는 불필요한 몸의 일부분이었다. 혹자들은 세이렌들 중에 날아 다니는 녀석이 있다고 했는데 믿을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세이렌의 손은 인간의 손과는 달리 둥글넙적하게 생겨 끝에 엄청나게 단단하고 큰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주 무기는 그 손톱이었다.

세이렌들의 과학력은 알수 없었지만 인간들은 그들이 무식하게 손톱을 가지고 공격하는 것으로 미루어 과학은 인간들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력은 인간의 과학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사내는 파인리히가 적들의 시선을 완전히 분산시킬줄 알았는데 한녀석만 그렇게 되자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이렌들은 사내의 매너포스가 고강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3개체가 동시에 사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뒤쫓아오는 세이렌을 향해 다시 방향을 틀었다. 거대한 체구에 맞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세이렌을 향해 미케노스를 구사했다. 세이렌을 향해 날아가던 미케노스는 세이렌의 왼쪽 팔에 부착되어있던 투명한 얇은 아크릴판처럼 생긴 방패에 의해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파인리히의 공격을 막아낸 세이렌은 다시금 달려오기 시작했다.

3개체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은 사내는 포스를 집중하던 쇳조각에게 더욱 강한 포스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스피드로는 도망치는 것은 역부족이란 것을 그의 포스에 의해 쇳조각들은 점점 분해되기 시작되었다. 작은 쇳덩이에서 더 작은 쇳조각으로 분해되던 쇳조각은 드디어 분자구조를 이루는 작은 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엄청난 포스의 집중으로 인해 사내의 얼굴에는 수많은 실핏줄들이 터질 듯이 포효하고 있었다. 사내는 달려오는 세이렌 3개체에게 자신이 공을들인 작은 분자 알갱이들로 공격을 시작했다.

파인리히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으로 공격을 한 세이렌은 파인리히의 쉘리아드에 의해 공격이 저지되었다. 하지만 그 힘이 엄청나서 파인리히는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부딪힌 충격말고 다른 상처는 없었다.

운좋게 세이렌에게서 더 멀리 떨어질수 있었던것이다. 파인리히는 미케노스를 세이렌이 방패로 막아내지만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가지 기술을 동시에 써본적은 없지만 스피리쉬와 미케노스를 동시에 구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피리쉬를 소환한 파인리히는 엄청난 속도로 세이렌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속도에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는지 점점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칠 파인리히가 아니었다. 파인리히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미케노스는 세이렌의 등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고 있었다.

세이렌 3개체는 사내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챘는지 더욱 속력을 내어 달려왔다. 사내는 마지막까지 포스를 집중시키며 세이렌 3개체를 향해 분자알갱이로 공격을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알갱이들이 세이렌들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세이렌들은 방패로 급히 몸을 막았지만 그 작은 입자들은 방패의 분자구조 사이사이를 뚫고지나가서는 세이렌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통에 의해 세이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두 개체는 그 자리에서 자폭하였고 한 개체는 부상을 입은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파인리히의 공격은 세이렌의 등에 정확히 명중했다. 미처 막을 틈이 없었는지 세이렌은 공격을 받고는 2미터정도 날아가 쓰러졌다. 하지만 부상만 입었는지 녀석은 다시 일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력이 없었는지 파인리히는 녀석을 쫓을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파인리히에게 아우로페가 뛰어왔다.

사내역시 자신의 모든 포스를 다 쓴것처럼 기진맥진해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아직 의식은 있었지만 몸을 가눌수 없을정도로 힘이 없었다.

사내는 없는 기력이었지만 애써 말을 하였다.

"파인리히.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오늘은 비록 널 보내주겠지만..

다음번엔 놓지지 않을 것이다. 젠장 앞으로 몇 주는 요양해야되겠군. 쳇 너도 나하고 싸울려면 꼭 기운차리길 바란다."

사내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사내는 선심쓰는척하며 파인리히를 놓아주는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파인리히를 잡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파인리히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역시 그를 해칠 힘이 없었기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헤헷.. 이번에도 그랬듯이 다음번에도 날 놓치게 될거야. 난 결코 자신없는 말은 하지 않아. 헤헷"

파인리히역시 아우로페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사내의 모습이 사라져가자 아우로페는 안심한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안심이에요.. 그는 떠났어요.. 우리도 더 이상 이곳에 있을수 없어요. 같이 떠나고 싶어요.. 파인리히"

그때였다.

아우로페가 파인리히의 이름을 불렀을 때 갑자기 그녀의 입에서 피가 한움큼 토해져 나왔다. 파인리히는 순간 아우로페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을 깨닫고는 그녀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아니,그녀의 등에는 거대한세이렌의 손톱이 박혀 있었다. 파인리히는 순간 자폭한 세이렌들이 생각났다. 고통을 잊기 위해 자폭한 세이렌이었지만 아우로페의 등에 큰 부상을 입히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파인리히는 밀려오는 슬픔을 감당할수 없었다.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한적은 없지만 깡은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을중앙은 한산했다. 아니 사람들은 모두 비상벨소리에 놀라 집안으로 대피한지 오래였다. 누구도 다른 사람일에 관여하려하지 않았고 그런 위험속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 파인리히는 천천히 아우로페를 바닥에 뉘였다. 아우로페는 파인리히가 울고 있는 것이 마음아팠다. 파인리히의 뺨에 흐르는 눈물에 키스하며 아우로페가 말했다.

"난 너무나 기뻐요. 당신을 만났다는 것이 난 너무나 행복했어요.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동안 난 너무나 슬펐어요. 당신이 위험에 빠졌을때. 지금 난 너무나 고마워요. 나의 마지막을 당신이 지켜준다는 것이"

파인리히는 무슨 말을 해주고는 싶은데 목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아우로페에게 느끼고 있던 감정이 단지 착한 소녀에 대한 고마움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우로페의 상처는 너무 심해서 등에 박힌 손톱의 앞부분이 앞가슴을 뚫고 약간 튀어나와있었다. 아우로페는 상처의 고통도 잊은채파인리히가 무사한가 보기 위해 주저앉은 파인리히를 향해 뛰어왔던 것이다.

파인리히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 그때였다. 글랜시아시에서 파견된 가오사이보그전대가 뒷북을 치기위해 도착한것이다. 늘 도시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파인리히였기에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아우로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파인리히는 아우로페를 업고 뛸 힘마저 없었다. 아우로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한가지만 약속해줘요. 날 위해서라도 꼭 살아남겠다고..

언젠간 당신이 누구인지 밝혀낼날이 오겠죠. 어서 가세요 그리고 제 약속 꼭 지켜줘요."

파인리히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고개를 끄덕여야만 하는 자기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랑하는 여자의 시신조차 수습할수 없게된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하지만 그녀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아니 그것만이 지금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인리히의 생각을 읽은 아우로페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영원히 잊지 말아요. 전 당신과 늘 함께란걸.."

파인리히는 아우로페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게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수 없었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울고 싶을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파인리히는 아우로페의 마지막 말을 들으면서 달려나갔다.

"사랑해요.. 파인리히"

- '나도 사랑해. 아우로페'

골목을 빠져나온 파인리히는 숨을 가다듬었다. 너무 지쳐있던터라 으쓱한곳으로몸을 숨겨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파인리히가 눈을 떴을땐 이미 하루가 지난 상태였다.

파인리히가 어제 그 장소에 갔을땐 아무런 잔해가 남아있지 않았다.

세이렌들의 시체조각도 사랑하는 아우로페의 싸늘한 시신도. 파인리히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카드모스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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