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4화 (4/120)

제 목: 4회 -

[기가 슬렌더] -3- 카인 쥬언트 -카인 쥬언트-세느카는 마음 한구석 씁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자신이하고 싶어하던 종족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을 신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있던 차였다. 아직까지도 얀의 말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종족간의 문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험이지만 얀의 매너포스를 믿어보기로 한것이다.

세느카와 함께 동행하기로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카인이었다.

쉐도우 프로젝트의 실험대상자였던 카인은 25세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였다. 얼굴은 약간 각이 져 있었지만 강인한 인상의 카리스마를 가진 터프가이였다. 그의 주특기는 바로 검술이었다. 그가 쉐도우의 접속자로 선택된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검술이었다. 뛰어난 검실력을 지닌 그는 쉐도우와 접속한 후 적과 싸울 때 가장 유용한 무기가 검으로 판명되면서 실험 대상자가 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실험은 대 성공이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쉐도우 DNA를 가지고 있던것이 밝혀졌다. 치유능력까지 겸비한 그는 뛰어난 경호원이었다. 아직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동행은 카인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외 부수적인 돈이라든가 호버크레프트등은 넉넉하게 지급되었다.

카인과 세느카는 첫 번째 목적지로 펠로포타미아 지역을 찾아가기로 했다. 펠로포타미아 지역은 거대한 석회석들로 이루어진 고대 유적지였다. 엄청나게 거대한 이곳은 역사책에서도 한 번 들어봤을법한 유적지였는데 이 유적지가 유명했던 이유는 주변에 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명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은 유적 발굴가에 의해 거대한 지하문명이라는 사실과 지하수가 흐른다는 것에 의해 사람들의 궁금중이 풀리게 되었다. 현재의 도시들은 모두 돔형 광선 결계로 이루어진 거대 도시들이었다. 모두 금속성의 도시들이었는데 돔 밖으로 나가면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오랜 과거 엄청난 전쟁이 있었다고 했다. 그 전쟁은 인간의 엄청난 무기들에 의해 온 세상을 파멸로 인도했었다. 모든 문명은 파괴되고 인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갔었다. 그 깊숙한 곳에서부터 인간은 새로 시작할수 밖에 없었다. 역사가들은 그 전쟁을 역사책에서 죽음의 전쟁(Death War)이라고 선언했다. 어떤 무기였는지는 몰라도 인간의 대부분을 죽인 잔인한 전쟁이었다.

물론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한 얘기도 많았었다. 하지만 그런 역사는 왜곡되어 어느것이 진실인지 알수 없었고 역사책은 그 시작을 죽음의 전쟁 이후로 정했다. 올해는 죽음의 전쟁(DEATH WAR)의 앞글자를 따서 D.W 2001 년 이었다. 죽음의 전쟁이후 몇백년동안 암흑속에서 살아야했던 인간은 그 끈질긴 생명력과 발명능력으로 다시금 문명을 창조해내었고 다시 번창하기 시작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놀라우리만큼 번성한 인간들은 다시금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수 없는 것은 바로 다른 종족들이었다. 그 종족들은 언제 생겨났는지도. 언제부터 활동했는지도. 그 어떠한 문헌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역사책에서 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것도 불과 1~200년 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역사가들은 그들이 오랜시간동안 숨어지내다가 다시 이땅에 햇빛이 비치는 순간부터 그들의 야성을 들어낸것이라고 떠들었다. 원래 역사가들이란 그런것이다. 자신들이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하는.

세느카와 카인은 어쩌면 그런 역사가들이 풀지 못한 숙제를 풀기 위해 이곳 펠로포타미아에 와있는지도 모른다.

"카인 당신은 이곳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죠?"

세느카의 질문에 카인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움막들.. 황폐해져버린 땅. 그나마 발굴자들에 의해 복원되어 옛모습이 많이 보존되어 있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동굴.

아마도 그곳에 사람들은 거주했으리라..

"흠 이곳은 정말 암울하고 슬프군요. 마치 죽음의 도시 같아요."

카인의 말을 들은 세느카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요 이곳은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번성할수 없었죠 이곳 문명은 멸망당했어요. 역사책에는 다른 문명에게 멸망당했다고 써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카인은 세느카의 말을 유심히 듣고 있었다.

"설마 다른 종족들이 그들을 멸망시켰다는건가요?"

세느카는 카인이 너무 과대포장하여 말하는게 우스운 듯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그런뜻은 아니에요. 제 생각엔 자신들끼리 싸우다 죽은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죠."

카인은 세느카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고대 유적에 대한 공부도 했나보군요"

물론 이것은 세느카를 놀리려고 한 말이었다.

"후훗.. 눈치가 빠르시군요.. 사실 생명공학쪽보단 역사쪽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어요.. 먹고 살려고 생명공학쪽으로 나갔었지만 말이죠"

카인은 한방 맞았다는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 이들은 서로 떨어져서 살았어요. 지상위에서 사는 부족과 지하에서 사는 부족.. 그 이유는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굉장한 미로와 함정들로 가득하다는 것이죠.. 두 부족이 서로 친했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겠죠 아무래도 땅위에 사는 부족은 지하부족에게서 추방당한 자들이 만든 부족이었을거에요. 지하부족들은 그들을 두려워했겠죠. 그래서 이러한 장치를 만든거구요. 두 번째 이유로 이 건물들에 새겨진 그림들. 똑같이 생긴 인간들이 서로에게 창을 겨누고 있어요. 고대인들은 직설적인 화법이 많이 발달해 있었죠. 자기 자신들끼리 싸우는 것이 안타까웠는지는 몰라도 그걸 표현하려 애썼죠.

아마 지상부족은 물을 얻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야 했었을 거에요.

지하부족 역시 부족한 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웠을테구요. 두 부족은.. 같은 혈족끼리 서로 싸우다 죽었을거에요. "

카인은 무언가 빠진게 있는것같아 물어봤다.

"흠 근데. 그 부족들이 서로 싸웠다는게 중요하죠?"

세느카는 카인이 문제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면서 대답했다.

"왜냐면 말이죠. 지상부족이 왜 지상으로 쫓겨났어야 했냐는 거죠..

전 제 프로젝트를 연구하면서 세웠던 가설이 하나 있어요. 헤켈의 기원은 바로 인간이다.. 제 가설을 여기다가 붙이면 간단히 해결되죠 헤켈은 인간의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종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악한 외모를 가진 인간들을 경멸한 나머지 지상으로 쫓아낸후 끝내 그들과 전쟁을 한다. 지상부족들은 오랜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여 오늘날의 헤켈 족이 된다"

카인은 갑자기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하하핫. 당신 과학자 맞소? 그건 완전히 억지에요. 비약이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카인의 웃음을 이해한다는 듯 세느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나도 그들이 왜 서로 싸웠는지 왜 지상으로 쫓겨났는지 알수 없어요. 다만 느낌이 그렇다는 것 뿐이죠. 왠지 헤켈들에겐 인간의 향수가 느껴지거든요."

세느카가 음흉한 웃음을 보이자 카인은 손을 흔들면서 저리가요,라고 외쳤다. 둘은 잠시 깔깔 대더니 이내 생각에 잠겼다. 카인이 말했다.

"우선 숙소를 정하고 오늘은 쉬도록 하죠. 이근처에 푸치니 시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죠"

카인과 세느카는 호버크레프트에 탑승하였다. 둘은 서로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 없었다. 호버크레프트는 플라잉 머신과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우선 플라잉 머신들은 지상에서 3~50여 센치미터를 부상한후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움직인다. 하지만 호버크레프트는 동력이 플라잉머신의 그것에 비해 훨씬 강력하여 공중으로 높게 부상할 수 있었다. 아직 대기가 맑게 정화된 것이 아니어서 흙먼지층 아래 부근에서 항로를 정해야했지만 그 성능은 굉장한 것이다. 플라잉 머신이후 호버크레프트는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었다. 워낙 비싼 금속인 티타미넘 계열의 금속들을 가공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서라면 누구나 호버크레프트를 이용했었다.

세느카는 이러한 호버크레프트를 선뜻 제공할만큼 강력한 자금적 지원을 약속한 얀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하는 점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얀에게는 비밀이 많을것같다는 야릇한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카인이었다. 세느카의 결정이 단 하루만에 이루어져 얀과 카인을 놀라게 했었다. 그 결정이 이루어진 바로 다음날인 오늘 티탄 시를 떠나 1지역구에 있는 이곳 펠로포타미아 유적까지 날아온것이다. 그녀의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다른 궁금증이 있었다.

"세느카 어떻게 쉽게 결정을 내린것이었죠? 얀 박사님께서는 당신이 결정을 내리는데 오래걸릴거라고 예상하셨는데요"

카인은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세느카는 웃으면서 속시원히 대답했다.

"전. 원래 고고학과 역사학을 좋아하는 순진한 소녀였죠. 인류의 기원..

유적들. 유물들 대자연. 전 그런 것이 좋았어요. 하지만 세상에서 원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죠.

다행히 생명체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싶던 저는 생명공학과를 지원했고 운좋게도 좋은 학교에서 교육받을수 있었죠. 더 운좋았던 것은 카안드리아스센터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생명과학 연구소에 들어갈수 있었던 것이었죠."

카인은 곰곰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곤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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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다른 종족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그것에 대해 깊이 매료당했어요. 그래서 그들에 관해 더욱 더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밝혀낸 것은 고작 그들의 유전자 구조가 인간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들뿐이었죠..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해석하는 것은 이미 많은 진보를하여 당신같은 쉐도우 DNA 도 발견할수 있었죠. 하지만 다른 종족의 DNA 구조를 밝혔다고는 해도 그 DNA 들을 해석할순 없었어요.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피실험체가 부족했기때문이었죠. 그들의 DNA 구조를 해석할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의 약점이나 그들의 습성. 혹은 그들에게 해로운 질병등에 관해 알아낼수도 있었을지 몰라요."

세느카는 말을 마친후 카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카인에게 무언가 듣고 싶어하는 얼굴로 말이다. 카인은 그녀의 그런 얼굴을 무시할수 없었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흠 당신의 연구를 왜 재단에서 지원했는지 물어보는듯한 표정이군요 사실대로 말하죠 이미 당신도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래요 다른 종족들의 약점을 알고 싶었던 것이었죠. 그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과 싸울 때 좀더 유리해질테니까. 얀 소장님이 바라는 것이 그것이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이번 당신의 여행을 선뜻 반긴것도 그런 의미였을지 모르죠"

세느카는 카인의 대답이 너무 진솔한 것에 대해 약간은 놀라는 듯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흠 저도 그 생각을 했었어요. 왠지 얀 박사님은 다른 종족들을 무척 싫어하는것처럼 보였으니까 말이죠.. 저도 그의 계획을 약간은 눈치챘었구요.

그래서 일부러 타 종족 유전자 구조해석에 관한 부분은 연구를 소홀히 했었어요. 특히 헤켈 종족은 말이죠..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유전자 변이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깊이 연구해들어가면 구조를 해석할수도 있었거든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예요"

카인은 세느카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믿는것같군요 나에게 그런 얘기까지 하다니 연구 소홀은 업무태만이라 징계받을수도 있는데 말이죠 아직 나에대해 잘 모르면서 나중에 후회하는건 아닌가요?"

세느카는 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혀 거짓 없어 보이는 눈..

세느카는 카인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아뇨! 난 아직 당신을 믿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까지 구구절절히 일러바칠만큼 쪼잔하지 않다는건 믿어요 ^^"

세느카의 말을 들은 카인은 한 대 얻어맞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웃어버렸다. 이미 세느카는 자신을 믿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세느카와 카인이 대화를 하는 동안 호버크레프트는 어느덧 푸치니 시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푸치니 시는 세라곤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때 인정받던 아폴틱 금속으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아폴틱 금속들은 다른 이름으로 플라스틱성 금속이라 불리웠으며 가벼운데다가 단단하여 한때는 인기있는 건축재료였다. 하지만 약한 열에도 견디기 힘든 약점과 물과 오랜시간 접촉하면 녹아내리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오랜시간이란 것은 년(年)단위였다. 아폴틱 금속은 세르곤보다는 색상이 밝았다. 우중충한-거무튀튀한-세라곤과는 달리 아이보리빛을 띄는 금속이었다. 의외로 푸치니 시는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호버크레프트가 착륙한 곳은 푸치니시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호텔이었다. 호텔이름은 조웬이었고 아마 사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 듯 했다.

"그래서 전 이번 여행이 하고 싶었던 거에요. 종족연구도 하면서 고고학연구도 하고 역사도 배우고.. 사실 연구소 생활이 따분하긴 했거든요. ^^"

세느카는 웃으면서 카인에게 말했다. 카인도 이해할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버크레프트에서 내린 카인과 세느카는 호텔에 체크 인을 한후에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근처에 있던 자연공원으로 간 세느카로서는 오랜만의 휴식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자연경관을 보기 힘든 티탄시에서만 살던 세느카에게 푸치니 시는 자연의 모습을 많이 볼수 있는 도시로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티탄시에는 인조 나무와 인조 꽃들밖에 구경할 수가 없었다.

동물들 역시 천연의 동물들이 아닌 죽음의 전쟁이후 화석에서 구한 DNA를 복원하여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동물들은 어쩔수 없었지만 이곳 푸치니 시에는 천연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천여년을 넘게 그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 나무들은 엄청난 크기와 아름다움으로 세느카를 매료시켰다.

"저는 나무들이 너무 좋아요 아주 친근하거든요.. 인간들이 주조해낸 나무들은 비록 인간의 냄새가 나지만 세르곤 같은 것들보단 훨씬 포근하죠.

이곳은 정말 좋은곳이군요"

카인은 세느카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동감한다는 듯 말했다.

"전 나무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저도 요즘 도시들이 너무 딱딱해져만 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

세느카는 동지를 만난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그 거대한 나무가 세느카 일행쪽으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나무의 밑둥부분이 잘려져 나가 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느카 어서 피해욧!!!"

카인은 순간 순발력을 발휘해 세느카를 안고 옆으로 점프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나무는 둘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쓰러져버렸다. 나무 뒤편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로 헤켈이었다.

"꺄아아악. 어떻게 이곳에.."

세느카는 헤켈을 수도 없이 보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시체들이었다.

저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헤켈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당혹스러워하는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푸치니 시는 돔형으로 이루어진 광선결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보안장치가 잘 된 도시였다. 이런 도시에 다른 종족이 침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헤켈이 나타나다니 세느카가 무사한 것을 본 카인은 헤켈을 쳐다보았다. 몇일 전 자신과 싸웠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저 녀석이 어떻게 이곳까지. 정말 끈질긴 녀석이군 어떻게해서 우릴 쫓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살려보내지 않겠다! 접속(Connect)!!"

카인은 헤켈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카인은 쉐도우와 접속을 시도한 것이다. 거추장스런장면 없이 카인은 쉐도우와 순식간에 접속하여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세느카는 처음보는 광경이 놀라울뿐이었다. 카인의 키는 1미터 87 정도의 키였는데 쉐도우와 접속하자 2미터가 훨씬 넘어보였다.

2미터 2~30센티미터? 카인의 쉐도우를 처음본 세느카는 카인이 말했던 아머의 의미 를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카인의 쉐도우는 적색으로 마치 붉은색의 사이보그같았다. 온몸이 이상한 금속으로 뒤덮혀 있었고 이상하게도 금속이 아닌 살갗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입자폴리곤 단검이라 불렀던 자그마한 검이 있었다. 검은 약 80센치미터 정도로 아주 짧은 검은 아니었지만 카인의 쉐도우와 헤켈의 덩치로 봤을땐 상대적으로 짧아보였다. 카인의 붉은색 쉐도우가 0.1 초도 안되는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자 헤켈은 약간 놀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헤켈도 쉐도우를 꺼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카인!! 어째서 저 녀석도 저런 갑옷을 둘러쓰고 있는거죠?"

세느카의 질문은 우스꽝스러웠지만 카인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상 쉐도우 프로젝트로 쉐도우를 만들어낸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런데 다른 종족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니 카인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저 녀석 역시 쉐도우를 가지고 있는거에요. 이상하게도 인간의 유전자 에서만 밝혀진 쉐도우를 말이죠."

카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헤켈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헤켈의 쉐도우는 카인의 것과는 달리 몸에 착 달라붙는 금속 옷을 입혀놓은것처럼 보였다.

양손에는 갑옷과 떨어지지 않게 고정되어있는듯한 검이 부착되어있었다.

헤켈은 오른쪽 손등에 붙어 있는 검을 카인의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

카인은 세느카가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는 만만치 않는 녀석이란 것을 저번 전투로 잘 알게 된 것이다. 녀석역시 언제 다쳤었냐는 듯 상처가 말끔히 낳아있었다. 헤켈의 검날을 입자 폴리곤단검으로 막아내자 헤켈이 왼쪽검으로 카인의 머리쪽을 베어 들어갔다. 카인은 몸을 숙여 녀석의 공격을 피한후 헤켈의 다리쪽을 베어나갔다.

헤켈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점프를 했다. 점프력도 상당하여 지상에서 2미터 이상 뛰어올랐다. 카인은 녀석이 점프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녀석의 몸통부분을 베어들어갔다.

세느카는 카인의 쉐도우와 헤켈의 쉐도우가 엄청난 속도로 서로 검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두려웠다. 카인이 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것이 있기에 더욱 두려워졌다. 하지만 카인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었다.

카인의 공격을 받은 헤켈은 공중에서 몸을 최대한 접어 카인의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는 땅에 착지하면서 동시에 카인에게 검을 찔러 들어갔다.

카인은 헤켈의 오른쪽 단검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피해냈다.옆쪽이 비어있는것을 본 카인은 지체 없이 옆구리를 찔러 들어갔다. 카인의 검이 헤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헤켈은 그의 검을 왼쪽 검날로 막아내었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부분 역시 쉐도우에 감싸져서 서로의 눈을 볼수는 없었지만 둘은 상대방이 방심한 순간을 찾아내느라 쉴틈 없었다.

서로의 덩치가 비슷해서인지 몰라도 서로 다른 종족간의 싸움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세느카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 가슴을 에이는 무언의 슬픔같은 것이 있었다. 둘 다를 동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걸고 싸우고 있는 카인을 응원하기로 말이다.

카인은 두 개의 검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헤켈에게 불리한 점을 느끼고 있었다. 녀석의 전투능력은 자신보다 약간 낮아보였지만 타고난 순발력은 인정할만 했다. 아직까지 서로에게 어떠한 타격도 입힐수 없었다. 카인은 짧은 입자폴리곤 단검을 고쳐쥐며 달려갔다. 카인은 헤켈의 오른쪽 어깨부터 대각선으로 공격하는 /자 베기를 시도했다. 헤켈은 왼검으로 자신의 어깨부분으로 내려져 오는 카인의 검을 막은후 비어있는 왼쪽 복부를 오른검으로 찔러 들어갔다. 카인은 순간 잘못 된 것을 느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몸을 급선회 시켜 피한 카인은 자신의 쉐도우의 왼쪽 복부에 상처가 난 것을 알았다. 쉐도우는 워낙 강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어 웬만해선 상처가 나질 않았다.

더더욱 쉐도우가 뛰어난 점은 로이안 리플 이라는 레이져 건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로이안 리플은 레이져 빔을 발사하는 신형 무기였는데 인간에겐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쉐도우의 금속을 뚫지는 못하였다. 그만큼 강력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쉐도우였다. 로이안 리플을 헤켈과 세이렌에게 사용할수 없었던 점 역시 같은 이유였다. 그들의 피부는 레이저도 관통할수 없을만큼 강했다.

그런데 헤켈의 검에 쉐도우가 상처를 입은 것이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카인에겐 질순없다는 분노가 자신을 압도 했다. 헤켈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카인을 계속해서 밀어 붙였다. 부상당한 카인은 점점 더 불리해 짐을 느끼고 있었다. 쉐도우는 접속자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장시간 접속해 있는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카인을 고통스럽게 했다.

헤켈과 카인의 전투를 보고 있던 세느카는 카인의 부상을 보고 어떠한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보고만 있다는 것은 그녀 성격상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무얼 할수 있겠는가.. 세느카는 생각했다.

카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있다면 상처도 어느정도 회복될테고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밀리지는 않을것같았다.

카인과 헤켈은 계속 검을 주고 받고 있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카인앞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묘한 타이밍이었는지 둘의 싸움은 순식간에 정지되었다.

"세느카!!"

카인은 걱정스러운 듯 소리쳐 불렀다.

"당신이 원하는 건 저죠? 맞죠?"

세느카는 카인이 부르는 소리를 신경쓰지 않는듯 헤켈을 향해 말했다.

헤켈은 자신의 먹이가 자신앞에 등장한것에 대해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헤켈은 이상하게도 세느카를 향해 겨누던 검을 거두고 있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용감하게 뛰어든 세느카였다. 헤켈이 공격하는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의 행동이 공격적이 아니란 것을 간파한 세느카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어째서. 나를 원하는 거죠?"

아마 인간이 헤켈족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순간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모르긴해도 이런일이 과거에 있었을지도 몰랐다.

헤켈은 쉐도우와의 접속을 풀었다. 껍데기같은 것이 사라지자 헤켈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인간과 거의 비슷한 생김새. 다만 꼬리와 피부색이 푸른 색이란 점이 달랐다. 헤켈은 세느카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우릴 도울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오."

쩌렁쩌렁 울리는 헤켈의 목소리는 마치 헤비메탈을 추구하는 가수가 발악을 하는 굵직한 목소리와 흡사했다. 헤켈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세느카는 정신을 차렸다. 헤켈과 말을 하게 되다니 그녀 자신도 카인도 역시 놀랄뿐이었다.

"우릴 도와주시오!!"

고막을 울리는듯한 헤켈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메아리쳐 돌아왔다. 세느카는 순간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헤켈은 세느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헤켈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당황한 세느카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순간 세느카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 카인은 헤켈을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 입은 상처는 잠시동안이지만 많이 아문 상태여서 공격하는데는 지장없었다. 카인의 공격을 본 헤켈은 급히 쉐도우와 접속한 후 공격을 받아냈다.

아까와 같은 실수를 안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한 카인은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쉐도우와 오랫동안 접속해 있던 점이 마음에 걸려 더욱 빠른 공격을 했다.

카인은 헤켈의 몸통을 찌르면서 공격해들어갔다. 헤켈은 왼손검으로 카인의 검을 튕겨내며 카인의 어깨를 베어나갔다. 카인은 옆으로 한바퀴 구르면서 착지와 동시에 헤켈의 다리를 베어나갔다. 헤켈은 점프를 하면서 카인의 공격을 피했다. 그때였다. 헤켈은 왼손검을 카인에게 던졌다. 쉐도우에 부착되어있던 검은 카인에게 날아왔다. 카인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검을 검으로 막아내었다. 엄청난 힘이었지만 카인의 검에 부딪혀 옆으로 비껴가고 말았다. 헤켈은 검을 던지고는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놀라운 스피드로 도망치는 헤켈을 카인은 쫓을수 없었다. 쉐도우와 접속해 있던 시간이 길었고 또 세느카를 혼자두고 갈순 없었다. 쉐도우와 접속을 끊은 카인은 가뿐 숨을 쉬고 있었다.

"카인씨! 괜찮아요?"

세느카는 카인에게 달려오면서 말했다. 많이 겁먹은 얼굴이었지만 카인은 세느카의 표정에서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당신은 당신은 괜찮나요?"

세느카는 카인 자신보다 세느카 자신을 걱정해주는 카인이 너무 고마웠다.

애써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으면서 말했다.

"네 전 괜찮아요. 당신의 상처는 어때요?"

카인은 세느카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는 안심한 듯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 상처는 오늘 안으로 말끔히 나을거에요. 걱정말아요. 우선 이곳을 피하기로 하죠. 사람들의 눈에 안띄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하지 못하니 말이죠. 숙소로 돌아가는 게 나을것같군요"

- "네 그렇게 하도록 해요"

세느카와 카인은 플라잉 머신을 타고 조웬 호텔로 돌아왔다. 서로 다른 방을 잡긴 했지만 둘은 한방으로 들어갔다. 카인의 얼굴은 확실히 평온을 되찾은 듯 했다. 세느카 역시 약간 홍조를 띄고 있었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기색은 없었다.

"고마워요 정말. 나 때문에.."

세느카는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말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인은 멋쩍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니 아니에요.. 당신이 보여준 용기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거죠.

아까는 정말 위험했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그 싸움에 끼어들기란 정말 힘든 결정이었을텐데.. 제가 고마워해야될것같은데요?"

카인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세느카는 아까 자신의 행동이 순간적으로 일어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약간은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휴.. 당신 웃는 것을 보니 이젠 안심이에요 아깐 정말 무서웠거든요..

앞으론 제게 도움 받을 생각 하지 말아요.. 그런 용기가 또 생길지 의문이니까.."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은 방안에 있던 유리주전자에다가 물을 담고 히트레인지에다가 집어넣었다. 물은 몇초도 안되어 끓기 시작하였다. 끓는 물을 잔에다가 붓고 티를 넣고는 잘 저었다. 차를 세느카에게 건네 준 카인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녀석은 저번에 싸웠던 녀석이에요 아무래도 우리 호버크레프트를 뒤쫓아 온 것 같군요. 녀석이 어떻게 이 도시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강한 녀석이에요. 저도 몇번 전투에 참여해봤지만 녀석처럼 강한 헤켈은 처음이에요. 예전엔 쉐도우도 없었지만 이렇게 형편없이 당한적은 없었죠. 맨몸으로 싸워도 상대할수 있었었는데"

카인은 잠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 보였다. 세느카 역시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흠 그렇군요.. 헤켈이 어떻게 우릴 뒤쫓아왔느냐는 지금으로선 알아낼 방도가 없어요. 다만 아까 그 헤켈이 했던 말.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그 말.. 그 말이 마음에 걸릴뿐이에요"

카인은 자신도 마찬가지로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그 점을 세느카가 일깨워주자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았다.

"확실히 그들은 당신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같더군요. 당신을 어째서 납치하려 했을까요?"

세느카는 차를 한모금 마신후 입을 열었다.

"글쎄요 오늘 너무 신기한 일을 겪었어요. 우선 헤켈이 우리 인간들의 언어를 사용할줄 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아낸 것이고 닥치는대로 살육을 저지르는 종족이 아니란것도 밝혀졌어요. 제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것은 아무것도 없을텐데. 저도 그 점이 궁금하군요.."

카인은 뜨거운 차가 맛있다는 듯 계속해서 조금씩 입에 털어넣었다.

"흠. 헤켈. 정말 그들의 음성을 들은 것은 처음이군요."

-

"그래요. 마치 음성변조한 듯 이상하게 걸걸한 목소리긴 했지만 분명 알아들을수 있는 인간의 언어였어요."

"흠 그러고보니 정말 이상하군요.. 우리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는데 우릴 뒤쫓아온것도 그렇고 타 종족들은 절대 들어올수 없는 결계를 뚫고 들어온것도 그렇고. 쉐도우를 가진 것도 이상하고 더더군다나 헤켈족중에서 지금껏 싸워본 녀석들과는 차원이 틀린 실력자였다는것도 이상하고. 의문점 투성이군요"

카인의 말을 듣고 있던 세느카는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 들었다.

"풋 이상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얀 소장. 그 사람이 내게 한말들도 모두 이상했어요. 그리고 나를 이곳으로 보낸것도 이상하죠.

헤켈이 나를 뒤쫓는것도 이상하고 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당신도 이상한 사람이죠.. 하하핫 "

세느카의 장난기 어린 말에 카인은 어쩔수 없이 미소지었다. 카인은 이해할수 있었다. 세느카의 심정을 아마 지금 그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바로 세느카일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도피하려 애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카인은 그 헤켈이 어쩌면 헤켈이 아닐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일부러 다른 말을 했다.

"오늘은 힘든 일을 겪었으니 쉬도록 해요.. 난 내 방으로 가도록 하죠.."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느카가 그를 붙잡았다.

"아뇨 가지 말아요. 전 아직 두려워요. 다시 헤켈이 나타나면 어쩌죠?

얀 소장님은 제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을거라 하셨지만 전 평범한 여자일뿐이에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

세느카는 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카인 역시 세느카의 눈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당신을 혼자두기 그렇군요.. 험험.. 난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러는것뿐이란걸 명심해요!"

세느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핫 고마워요. 하지만 딴 생각 하지 말아요"

세느카가 살며시 윙크하자 카인은 웃으면서 못말린다는 듯 손을 가로저었다. 세느카가 잠자리에 들자 카인은 방에서 살며시 빠져 나왔다.

카인은 주머니속에서 MTM(Mornitoring Telecom Machine :

화상통신기) 를 꺼내었다. MTM 에 비친 얼굴은 바로 얀 소장이었다.

"흠.. 그래 세느카박사는 어떤가?"

얀은 걱정하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카인은 얀이 이 일을 벌써 알아차렸나 하고 물어보았다.

"세느카 박사는 무사합니다.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 "예.. 저번에 공격했던 헤켈이 다시 공격했습니다. 다행히 물리치긴 했지만 언제 또 다시 공격할지 모릅니다. 아! 그 녀석이 세느카박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카인은 얀의 표정을 주시했다.얀은 놀랍다는 듯 물었다.

"헤켈족이 말을? 그래 무슨 말을 하던가?"

-

"세느카 박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아들을수 있는 인간의 언어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얀 소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 카인을 보며 말했다.

"흠 그래 어쨌든 세느카 박사가 무사하다니 다행이군.. 자네도 몸조리 잘하게 아무래도 그 헤켈 녀석 보통 녀석이 아닌것같아. 무슨 일이 생기면 앞으로도 계속 보고 하게."

-

"네.."

MTM 에서 얀의 모습이 사라지자 카인은 중얼거렸다.

"흠 어째서 저런 평범한 여자가 헤켈들의 목표가 되었을까 그리고 얀 소장님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지."

카인은 자신이 그것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애써 자신을 다독거렸다.

어느덧 경호원의 임무로써가 아니라 세느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카인으로써는 별 도움이 못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카인은 다시 세느카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원형 아폴틱 탁자위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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