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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305화 (에필로그) (305/305)

제305화 에필로그, 다시 시작이다.

* * *

전쟁의 승리로 인한 기쁨은 잠깐이었고 그 뒤로는 슬픔이 밀려 온다.

수많은 군인들과 예비역들.

그들이 빈 자리와 남은 이들의 슬픔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망자만 이십만에 육박했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 한정이었다. 다른 국가들의 피해 역시 적지는 않았다.

큰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인류에게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절반은 아직도 되돌아가지 못한 마물들로 인해 점령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고, 일본도 마찬가지.

중국역시 마지막에 큰 타격을 입으며 지금은 군별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다.

마계와의 연결이 끊어진 지금 세상은 조금씩 회복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무너진 경제는 회복을 위한 대역사가 벌어지며 다시금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재미있게도 대한민국이 서 있었다.

가장 치열한 전쟁을 치른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음에도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피로 바꾼 것이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북쪽으로 나아간 이들.

수많은 이들의 생명과 남쪽의 안전을 바꾸었다.

물론 물러설 곳 없는 전쟁이었기에 조금이라도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킬 수 있게끔 전선을 한정시킨 것이었지만, 그 덕에 재건을 위한 수많은 공장과 산업단지들을 지킬 수 있었다.

거기에 한반도의 소탕 작전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머리가 사라진 꼬리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마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군주의 존재가 이곳에 있었다.

당연히 도망가지 못해 사방으로 흩어진 마물이나 마족들은 빠르게 소탕되었다.

대 침식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가장 빠르게 먼저 마물과 마족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백두산 이북 지역으로 살아남은 역전의 군단이 다시금 모여들었다.

적들의 게이트가 있던 곳을 점령하고 나아가 북으로 계속 도주 중인 마물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주를 달릴 줄은 몰랐네.”

차준우 사령관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중국 쪽은?”

“여전히 목소리가 제각각입니다만…… 누가 뭘 뭐라 합니까. 이 상황에서.”

“뭐, 그렇겠지.”

소위 동북 삼성 그리고 만주라 불리는 지역은 대침식때 이미 반파되었고, 이번 전쟁의 여파로 버려진 지역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쪽과 경계가 닿은 군벌들은 계속 밀려오는 마물과 마족들 때문에 제발 빨리 밀고 올라오라고 외치고 있었다.

군벌끼리 견제하기 바쁜 마당에 뒤가 계속 힘이 드니 당연했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건 그쪽과 거리가 떨어진 곳들뿐.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이쪽 편을 들어 주었다.

러시아야 그쪽에서 마물들이나 마족들이 몰려올까 봐 걱정돼서였고, 미국은 자국이 큰 피해를 본 상태에서 중국이 다시 합쳐지는 것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국군은 마물 토벌전을 위해 잊혔던 땅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 진군은 단순 실지 회복이 목적이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럼 가지.”

차량의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개보수된 차량이 일제히 땅을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 * *

방송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최후의 전투 당시의 장면을 편집해서 내보냈다.

세상이 다 무너졌을지도 모르는 순간의 전쟁은 그 무엇보다 자극 적이었으며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금 이를 악물게 했다.

방송을 보던 서준모가 누워서 툴툴거렸다.

“외우겠어 외워.”

“경무관님은 지금 놀잖습니까.”

“놀긴. 회복 중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옆에서 구시렁거리던 최후배 경정 역시 팔다리가 하늘에 떠 있었다.

물론 붕대에 감겨서 말이다.

서준모 경무관 역시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여하간. 미이라도 아니고. 대체 마족을 잡고 업어치기가 웬 말입니까?”

“왜? 제대로 메다꽂았구먼.”

“본인도 꽂혀진 건 기억 안 나십니까?”

“그러는 너는? 무쇠 팔 무쇠 다리도 아닌 게 날아드는 뼈다귀를 팔다리로 막다가 그렇게 됐냐?”

둘은 연신 그렇게 투닥거렸다. 그때 한쪽에 누워있던 기동 대원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지 않았습니까.”

“뭐…… 그렇네 복 받은 거네.”

그의 말에 둘은 입을 다물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늘어져 있는 관들이 비치고 있었다. 저 중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그래. 우린 살았지.”

서 경무관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웃고 떠드는 것 역시 살아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니까.

* * *

“어허어어어엉!”

전창걸 대표가 목놓아 울고 있었다.

그 옆에선 제이가 울고 있었다.

“우아아앙!”

그들 앞에 있던 육의찬 무술감독이 절절매며 옆에 있는 레이니를 툭툭 피며 말했다.

“제발 두 사람 좀 진정시켜봐라.”

“히잉…….”

그러나 육 감독이 건드리기가 무섭게 레이니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니 넌 또 왜!”

“세인언니이이이이!”

“아…….”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었다.

그들을 앞에 두고 절절매는 육의찬 감독을 보며 이승배는 열던 문을 다시 조심스럽게 닫았다.

“아직도?”

“어.”

밖에 있던 광호의 질문에 승배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 어떻게 된 걸까.”

광호가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에 승배가 머리를 긁적였다.

“헤게루이안 양반에게 묻긴 했는데……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확신하지는 못한다던데. 간 게 확실한 건지.”

“…….”

모두가 보기는 했다.

같이 푸른빛으로 변하며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말이다.

“글쎄.”

이곳에 남아 영혼 없는 인형처럼 웃다가 밤만 되면 영상실에 틀어박혀 있던 두 사람.

하루 이틀을 본 게 아니었다.

승배가 중얼거렸다.

“정말 갔으면 좋겠다.”

“어.”

광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 * *

“꿈이 참 길군.”

고진천이 눈을 뜨자 평소와 같은 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옆에서 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 봅니다.”

“그리운 얼굴을 보았지. 오랜만에 즐겁더군.”

“그러셨군요. 제가 봐도 즐거워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힘이 넘치시나 봅니다.”

을지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항상 넘치지.”

“네. 그래 보입니다. 그런데 그리 넘치시면 미리 말씀을 하시지 그랬습니까.”

을지의 말에 진천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말을 하던 을지가 입은 웃는데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 같은 느낌이다.

무얼까.

진천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순간 진천의 눈이 부릅떠졌다.

‘너, 너무 많군.’

며칠 전에 비밀의 방에서 서울에서 가져왔던 야한 영상에 몰래 보다 걸린 일, 몰래 성도에 기어나가 술을 먹다가 시비가 걸려 자신의 얼굴을 몰라보고 시비 거는 놈들 서른을 때려눕혔다 걸린 일.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뭘까.’

이럴 때 답은 하나다.

“음. 앞으론 미리 말을 하지. 그러고 보니 우리 격조했는데.”

근엄하게 말을 하며 을지의 손목을 슬그머니 잡아갔다.

그러나 을지가 그의 손을 비틀어 빼며 대답했다.

“오호호, 역시 힘이 넘치시네요. 꿈까지 꿀 정도로 힘을 쓰셨을 터인데요.”

웃음소리를 내지만 역시나 눈은 웃지 않았다.

그리 답하며 을지가 고개를 천천히 진천의 발아래 쪽으로 돌리며 팔짱을 꼈다.

“응?”

그 서늘함에 진천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자신의 다리 쪽을 바라보았다.

“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불이 문제일까? 좀 불룩하긴 했다. 그리고 왠지 다리가 무거웠다.

마치 뭔가에 묶인 것 같았다.

이것 때문일까?

아니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다리가 네 개인 것이 문제일까?

“으응?”

사람의 다리는 두 개다.

그런데 지금 이불 밖의 다리는 네 개다.

다리만 봤을 때 지나치게 매끄럽고 이뻐 보인다.

“오…….”

“오?”

을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진천의 감탄사에 추임새를 넣듯 말을 뱉자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진천이 눈을 부릅떴다.

“응?”

동시에 벌떡 앉으며 이불을 옆으로 확 젖혔다.

“누구냐!”

이불이 제쳐지는 순간 진천이 입을 떡 벌렸다.

“억!”

“어?”

동시에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을지도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으음.”

“으응.”

동시에 꼬물거리며 잠이 덜 깬 것처럼 웅얼거리는 여인 둘이 진천의 다리를 한 짝씩 잡고 누워 있었다.

“어디서 본 얼굴들인데.”

을지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눈에 익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천이 가져왔던 영상들에 그녀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으니까.

신기함에 보고 또 봤었으니까.

그녀들은 송가은 작가와 세인이었다.

그때 그녀들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어?”

“아!”

진천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진천님!”

“보고 싶었어요!”

그런 그녀들을 얼결에 안으며 진천은 자신도 모르게 을지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아직도 꿈이 안 깬 걸지도.”

그렇게 중얼거리는 진천을 뒤로 하고 을지는 한쪽에 걸려있는 환두대도를 천천히 집어 들고 있었다.

* * *

마켈그로이언이 마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수많은 마족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거 참.

패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쫓기듯 되돌아온 땅이다.

그렇지만 막상 되돌아오고 나니 패배자가 아닌 정복자가 되어 버렸다.

마계의 일곱 군주.

그 상징적이던 일곱 군주가 되돌아오고 나니 오로지 자신 하나만이 남았다.

-큭. 이거야 원.

남은 마족들은 그의 발아래에 알아서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물론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최상급 마족들은 오히려 지금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마계에서 가장 강한 것은 바로 그였다.

회유와 교언의 군주.

유일한 군주.

후퇴해 오면서 거두어들인 마족들의 전력 대부분이 그의 아래에 있었다.

-먼저 이곳을 하나로 장악해야겠군.

최악의 순간에 살기 위해 한 선택이 지금에 와서야 최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힘은 다시 쌓으면 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때였다.

마계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순간 마켈그로이언의 눈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막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마켈그로이언 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마족이 거대한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 위에 이질적인 푸른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마치 태풍의 눈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저건?

저 구름에 감도는 푸른 빛.

기분 나쁜 색이다.

이내 그 구름에서 푸른 기둥이 아래로 뿜어지듯 내려꽂혔다.

-치, 침공 게이트?

누군가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것을 보며 마켈그로이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서, 설마?

쿠쿠쿠쿠쿠!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여기도 오랜만이구만 기래?”

-크크크! 내가 왔다아아아!

그 뒤를 따라 나온 카르탈마니어가 존재감을 떨쳐내었다.

-후우.

마찬가지로 함께 모습을 드러낸 헤게루이안 역시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들의 시선 앞에 마족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마족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모습을 드러낸 고빈이 땅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 석유라도 나오면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인데. 뭐 나중에 파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렇게 여유를 부리는 빈의 뒤쪽으로 마갑주로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이 발을 맞추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어서 그들의 뒤쪽으로 무장한 차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차량의 선두에 강문호가 있었다.

그의 견장에는 별이 달려 있었다.

“개새끼들. 당하고만 못살지.”

피 값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을지부루가 천천히 나아가며 대부를 어깨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외쳤다.

“깡그리 조져 주갔어!”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복수자들의 마계 침공이 시작되었다.

- 부루 강림기 완결 -

그동안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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