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미티어 레인?
* * *
슈우우우우!
“허허허, 이게 되는구먼.”
리셀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전에는 바위산에서 텔레포트 진을 이용해 흉내를 내었지만, 이번에는 미티어 레인과 더 비슷한 마법을 완성한 것이다.
물론 대기권을 떠도는 유성은 아니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대량으로 적에게 타격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 인공위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감각을 늘려 보았는데 실제로 무수히 많은 것들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거야 당연한 일이긴 했다.
이곳의 전투가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전이었기 때문에 위성들의 수명을 단축해가면서 이쪽으로 동원했다.
그게 이곳 하늘에 위성들이 많았던 이유였다.
그것을 리셀이 마나를 덮어씌워 안쪽으로 끌어들여 유도해 낸 것이었다.
물론 말은 간단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미티어 마법도 마나를 덧씌워 공간이동마법을 응용해 유도해 오는 것이었다.
물론 리셀은 공간이동까지 응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력으로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어 끌어들였다.
대기권을 통과하며 생겨나는 마찰열을 알고 한 것이기도 했다. 서울을 다녀가며 리셀이 한동안 이곳에서 사간 서적들과 과학이라는 문명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것을 통해 운석소환마법의 개념을 되살리기도 했고 말이다.
그 결과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준 이곳에서 다시 펼쳐진 것이다.
“저기에 있는 것 중에 우리게 제일 많을 건데…….”
위성이라는 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장웨이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사실 대침식 이전에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며 우주로 꽤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린 것이 중국이었다.
물론 대침식이 벌어지며 패권전쟁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생존 전쟁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때 주변의 눈길이 느껴진 장웨이가 고개를 돌렸다.
왠지 불신의 눈길들이 느껴졌다.
특히 고빈의 시선이 더 그랬다.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 대국을 뭐로 알고!”
장웨이가 중국인 특유의 자부심을 터트렸다. 그러자 한쪽에 있던 신컨 길드장 구도원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누가 거짓말이래? 중국산이라니까 불안한 거지.”
“…….”
순간 장웨이는 자신도 모르게 불안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원래 중국산 전자제품의 악명은 그들이 더 잘 아는 법이었으니까.
“상관없잖아. 그냥 떨어져 박살 나는 건데.”
“아! 맞네. 아재 말이.”
임병화의 말에 그제야 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웨이 역시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쌍욕을 퍼부었다.
“왕빠단!”
“지도 못 믿어 놓고선!”
“닥쳐! 이 전쟁만 끝나면 볼일 없을 거다!”
결국 장웨이의 심기만 불편해졌다.
* * *
우우웅! 우웅!
마족들의 머리 위로 수많은 방어막이 연달아 생성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들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기본적으로 하위 마족병이 아니라면 마력으로 방어막 정도는 펼칠 수 있었다.
물론 단단함과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저게 물리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화약 병기에는 내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물리적 충격에 완전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었다.
실제 급이 낮은 마족들은 대한민국이 미친 듯이 쏟아부은 포병 화력에 타격을 입었다.
그렇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반신이라 부르는 드래곤에서도 고룡급이나 되야 부릴 수 있는 운석소환 마법이 펼쳐졌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 위를 두드린 것은 운석이 먼저가 아니었다.
귀찮기만 했던,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었던 포격이 먼저 그들을 덮친 것이다.
콰콰콰콰콰!
광범위하게 펼쳐진 마력 방패들이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포격에도 살아남았던 마족들이었기에 일제사격이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 화력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포격이 쏟아지고 마력 방패들 일부가 소멸하고 다시 생성되기를 반복했다.
쉬이이이이!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귀청을 찢는 울림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운석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 역시 막대한 마력이 운용되고 있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켈그로이언이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눈앞에서 을지부루가 계속 끈덕지게 들러붙고 있었기에 신경이 분산되기도 했다.
그런데 마법이 취소된 줄 알았는데 하늘에서 저게 쏟아져 내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한낯 인간 형태의 피조물이?
“뭔가 고상한 듯 개소리하지 말라!”
쩌억!
그 틈을 타 날아온 대부를 기오르그가 팔뚝을 들어서 막았다.
그의 팔에 둘린 막대한 마력이 대부가 피부를 가르는 것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꼴은 별로 좋지 못했다.
쿠우웅!
충격까지 모두 막아내진 못했다.
내리누르는 힘에 기오르그의 한쪽 무릎이 땅에 닿은 것이다.
순간 기오르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치욕스러웠다.
그 누구에게도 꿇은 적 없는 무릎이 꿇려졌다는 사실이 말이다.
-감히 내게 치욕을 줘?
“기대하라. 이제 시작이니까네.”
콰앙!
분노로 부들거리던 기오르그의 얼굴에 부루의 발길질이 재차 박혀 들었다.
동시에 고개가 돌아간 기오르그의 동공에 무수히 떨어져 내린 빛줄기들이 환한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춰졌다.
바우우웅!
마켈그로이언이 펼친 방어막으로 충격파가 번져왔다.
-이, 이런!
방어막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그 충격파로 인해 그의 몸뚱이가 뒤로 밀려 나갔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뒤섞였다.
-이, 이런 빌어먹을!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같이 무수히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사방에 연이어 버섯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공위성이 모두 육중한 중량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작은 건 0.1톤 정도였지만, 일부는 3톤에서 크게는 20톤이 넘어 가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그대로 낙하하며 만들어낸 충격은 충분히 재앙이 되었다.
심지어 그것들은 이 전장의 중심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
그 말은 온전히 그 피해를 마족들이 입었다는 의미였다.
수십만에 달하는 마족들의 머리 위에 쏟아져 내리는 수백여 기의 크고 작은 위성들은 충분히 재앙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들은 핵도 버틴 존재들이었다.
인간이 차라리 공멸하고자 핵을 택했던 것이 무색하게 만들었던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만들어낸 마력 방어막은 찢기고 부서졌다.
심지어 대형 마물이나 그 급수에 맞는 마족들이 핵에서도 살아 남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이, 이건 못 막…….
상급 마족이 자신과 주변의 마족들과 함께 만들어낸 마력 방어막이 그대로 박살 나는 것을 보며 무기력한 목소리를 내었다.
유언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리셀이 그것들을 유도해오며 둘렀던 마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탓이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마법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왜 마법으로 분류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 * *
떨어진 것들을 중심으로 파괴적인 물리 에너지가 만들어 낸 폭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어이쿠!”
리셀 시아론이 마법 방어막을 광범위하게 펼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이 정도까지 파괴력이 강할 줄은 몰랐다.
“비, 비스듬히! 방어막을 동그랗게 좀!”
그때 인근에 있던 군인들이 진동 때문에 이리저리 나자빠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제야 리셀은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채고 방어막의 전면을 둥글게 만들었다.
그러자 충격파를 겨우 흘려낼 수 있었다.
그 덕에 리셀의 뒤쪽은 이 대규모 마법의 여파에서 몸을 겨우 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뒤쪽에 후퇴하던 비행체들 일부는 안타깝게도 서로 부딪히거나, 혹은 조종 불가능 상태로 빠지며 추락하기도 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먼.”
자기가 하고도 얼떨떨한 리셀은 조금이라도 욕심을 부려 적의 후방이 아닌 이쪽으로 좌표를 설정했으면 죄 잡아버릴 뻔했다는 생각에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기대가 되었다.
적들에게 펼쳐질 결과가 말이다.
콰콰쾈!
“으아아아아!”
“히익!”
“숙여!”
군인들 역시 쏟아지는 빛줄기들을 보고 처음에는 감탄하다가 이내 창백해져서 뛰기 시작했다.
일부 마법사들이 방어막을 펼치겠다는 뒷덜미를 잡아끌며 말이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약속이라도 한 듯 팬 땅으로 일제히 몸을 날렸다.
마족들의 마법에 의해 생겨난 구덩이들을 향해 몸을 던진 그들은 바짝 몸을 붙였다.
그제야 마법사들은 그들의 위에 급하게나마 마법 방어막을 펼쳤고, 말이다.
“땅에서 복부 띄워! 배 띄우라고!”
“눈 돌리라고 미친놈들아!”
여기저기에선 뒤늦게 핵 투발 상황의 대처를 떠올렸는지 어리버리 타는 동료들에게 상황을 전파했다.
동시에 귀가 멍해지고 땅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였다.
일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나자빠졌고, 일부는 충격에 해롱대다가 사방에 토사물을 뿜어내었다.
누군가의 몸에도 토사물이 뿌려지고 튀었지만, 그 누구도 그걸 보고 무어라 탓하지 않았다.
아니 탓할 정신도 없었다.
그렇게 연이어 정신을 놓을 정도의 폭발이 지나가자 그제야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웨엑!”
뒤늦게 사방에 풍겨오는 시큼한 토사물 냄새와 그 실체에 연쇄적으로 자신의 배 속을 비웠다.
그 더러움에 당장이라도 구덩이를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아직도 땅은 일렁이고 있었고 사방으로 부서진 차량 잔해들이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떠, 떨어진다!”
일부 잔해는 구덩이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래도 강림자가 있는 곳은 그들의 힘으로 혹은 마법사들의 마법으로 튕겨 낼 수 있었지만, 그도 아닌 이들은 비명과 함께 잔해에 깔려버렸다.
그런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욱.”
멍한 얼굴로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을지부루와 기오르그가 싸우던 곳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앞쪽 적들이 있는 곳은 상황이 달랐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게 그득 메우던 마족들의 장막이 거두어진 느낌이었다.
“효, 효과 있어! 효과 있다고!”
그때 누군가가 단안경으로 바라보다가 외쳤다.
“나 좀 줘보게.”
“사, 사령관님!”
그제야 옆에 있던 이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장교가 자신의 단안경을 차준우 사령관에게 건네주었다.
그곳에 비친 적진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물론 핵에도 버텼던 놈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몸을 일으키고 있거나 멀쩡히 서 있는 마족들도 있었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확실하게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쪽도 후폭풍 피해가 적지는 않아 보였다.
일부는 제때 피하지 못한 군인들이 마치 걸레짝처럼 여기저기 내장을 뱉어내며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하건대 이건 적들의 상황에 비한다면 미미한 정도였다.
이내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그 여파가 치명적으로 미친 것은 일 키로 미만.
그 뒤로 수방사 병력이 잠시 주춤했다가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남아있던 포를 급히 쏘아내기 위해 멈췄던 것이 전력을 보존 할 수 있었다.
차 사령관은 이내 다시 부대기를 들어 올렸다.
아까 하려던 것.
“가자아아아!”
양손으로 부대기를 지팡이 삼아 짚고 일어선 차 사령관이 달려 나가며 함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