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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95화 (295/305)

제295화 우주쑈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드론들을 강문호 중령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게 아직 남았나?”

드론이 다 소모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갑자기 나타난 드론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타타타타!

이어서 헬기 소리가 울려왔다.

이미 많은 헬기가 동원되고 떨어졌음에도 다시금 들려오는 로터 소리는 희망이라는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수방사다! 수방사가 왔다!”

수방사라는 소리에 강 중령이 헛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벙커에 남아있는 대통령과 지휘권자들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전력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만약 본대가 무너졌을 때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끌 수 있게끔 남아있던 전력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이 전투를 보며 전력을 조금이라도 남겨서 다음을 대비한다는 것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음이다.

뒤에서 진동음들이 울려왔다.

“사실 벌써 출발했던 모양이네.”

그때 그의 곁으로 다가온 차준우 사령관이 말을 걸어왔다.

“살아 계셨습니까?”

“그러게. 나도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게 신기하네.”

“하하, 꼭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강 중령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안다는 듯 차 사령관이 웃으며 대꾸했다.

“아네. 다만, 먼저 간 이들에게 미안할 뿐이지.”

먼저 간 이들이라는 말에 강 중령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차 사령관이 뒤를 돌아보았다.

“참 미련한 사람들이지.”

군인들과 예비군들이 여기저기 뜯기고 타버린 각 부대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이미 편제는 의미 없는 상황.

하지만, 남은 이들은 깃발만 보이면 무조건 뭉쳤다.

그게 자신의 부대기이건 아니건 말이다.

“최소한, 이 마지막 전투에서 우리는 방관자는 되지 않아 다행이야.”

“원래 이런 사람들이잖습니까. 우리나라는.”

“푸흐흐. 그래도 이번 전쟁은 최소한 지휘부가 애먼 짓은 하지 않아 다행이야.”

“에이. 도망갈 곳도 없는데 애먼 짓은요.”

강 중령의 말에 웃음을 머금은 차 사령관이 아직 굴러가고 있는 오프로드 차량에 올라타며 입을 열었다.

“자, 나는 남은 패잔병이라도 잘 꾸려 보겠네.”

차 사령관이 강 중령의 주변의 마갑주를 입은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마갑주를 입은 덕에 가장 위험한 곳에 뛰어든 만큼 그들의 숫자는 이제 십 분지 일도 안되어 보였다.

어쩌면 마갑주를 입은 덕에 아직 살아있을 수 있었다.

“부탁하네.”

“원래 장비 빨 좋은 인원이 나서는 법입니다.”

차 사령관이 그들을 남기고 가는 것을 미안해하자 강 중령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핫!”

차 사령관은 그의 너스레에 짧은 웃음을 터트리곤 뒤쪽의 병력을 다시 정돈하러 떠났다.

그 모습을 보며 강 중령이 피식하니 웃음을 터트렸다.

“미안해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만약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급급한 지휘관이었으면 마갑주를 입은 병력을 호위로 썼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최소한의 인원을 배치하겠다는 의견도 묵살하고 모조리 내보낸 이가 그였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쉬었으면 다시 간다.”

강 중령의 말에 다들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을 관통하는 소음과 함께 그들 역시 마지막 몸부림을 위해 뛰쳐나갔다.

콰콰콰콰!

여기저기에서 폭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리셀을 향해 쏘아지던 마법을 향해 드론들이 날아들어 몸으로 막고 또, 허공에 뜬 마족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추가로 날아온 드론들의 숫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이 일제히 날아들자 순간 균형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거기에 나아가 뒤따라 날아온 헬기들이 여기저기 기동하며 옆 구리에서 대마물용 기총을 쏟아붓고 있었다.

헬기란 헬기는 다 동원한 모양이었다.

민간헬기 군용헬기 할 것 없이 다 동원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방송 헬기도 마찬가지였다.

투투투퉁! 투투투투퉁!

방송국 헬기의 옆구리 문짝을 열어젖히고 대마물용 탄을 연사하는 군인들 뒤로 카메라를 든 촬영 기자가 자신도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현장감이 쩐다고 해야 하나, 미친 짓이라고 해야 하나.”

촬영을 하던 이의 중얼거림에 그 안에 있던 이들이 키득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이 상황에서도 촬영을 하는 자신들이 왠지 웃긴 모양이었다.

“그냥 이 기록이 의미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때 동승한 피디가 중얼거렸다.

물론 그 역시 한 손에 대마물용 총을 들고 쏘고 있었다.

콰앙!

“이런 씨파!”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춘천 MBS가…….”

그들과 같은 방송국은 아니었지만, 동종업계라서인지 추락하고 있는 MBS 방송국 헬기를 보며 탄식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카메라를 다시 전방으로 향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더 영상을 담아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그들의 카메라가 담고 있는 곳에는 수많은 폭음이 집중되고 있었다.

하늘에 마치 기도를 드리듯 양 손을 들어 올린 채 떠 있는 노인. 한때 코드면 간달프라 구분되어 불리던 리셀 시아론의 뒷모습이었다.

-으음.

마켈그로이언이 마력을 끌어올리고 또 끌어올렸다.

그 역시 군주.

비록 권능이 마법 쪽은 아니었지만,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한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비행형 마물과 마족들이 리셀을 향해 공격을 퍼붓거나 날아들다가 소멸해 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온 적들의 비행체가 발을 묶은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야 다시 잠잠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는 그 시간이 없었다.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상대방에게서 점점 마력이 진해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대체 어떤 마법을 쓰려는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다만 그 마력으로 가늠해 보면 상상하기 힘든 위력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것을 굳이 확인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마켈그로이언은 무리한 전투를 즐기는 군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 끝내주마.

이를 악물은 마켈그로이언의 양 손에서 붉은 화염이 마치 물줄기처럼 쏟아져 나갔다.

콰콰콰콰콰!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주변에 날아다니던 마족이 그대로 녹아내릴 정도였다.

중간에 드론들이 날아와 막아보려 했지만, 흐르는 용암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었다.

그 불줄기가 리셀을 향해 거침 없이 나아갔다.

그때 반대편에서 물방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처음 그들이 나타나며 날뛰던 수룡의 형태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불줄기와 수룡이 중간에서 만나며 뿌연 수증기가 마치 안개처럼 뿌려지기 시작했다.

-제법 한다만…….

마켈그로이언은 이를 빠득 갈며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그의 마력을 담은 불줄기가 점차 빠르게 나아갔다.

그때 또 다른 마법이 나아와 그의 마법을 함께 막아서기 시작했다.

-브레스?

콰아아아!

마룡족 카르탈마니어가 입을 쩍 벌리고 드래곤의 권능인 브레스를 쏘아내고 있었다.

물론 온전한 드래곤은 아니었지만, 거들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헤게루이안 마저 끼어들며 수계마법을 만들어 뿌리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시뻘게진 얼굴의 마켈그로이언이 욕설을 뱉어내었다.

드론들과 헬기 등 공중전력이 난데없이 끼어들며 그들에게 잠깐이지만 끼어들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어림없다아아!

마켈그로이언이 마력을 쥐어짜며 포효를 터트렸다.

그러자 잠시 멈칫했던 그의 마법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요동치던 대기가 잠잠해졌다.

동시에 자신의 마법을 막아서던 이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그의 마법이 하늘을 가르며 나아갔다.

콰쾅! 쾅!

그 뒤에 미처 피하지 못한 적들의 비행체가 연달아 터져나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마켈그로이언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막은 건가?

엄청나게 몰려있던 마력의 흐름이 마치 없던 것처럼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마켈그로이언은 자신의 마법을 피해 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리셀 시아론을 보며 비로소 미소를 머금었다.

-크크크크!

무슨 수작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막아낸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 그의 미소가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이내 미소는 자취를 감췄다.

그의 동공에 미친 리셀 시아론이 짙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이의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마켈그로이언의 고개가 순간 위로 쳐들어 올려졌다.

-저건?

무수히 많은 하얀 점들이 하늘에 보이고 있었다. 마치 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른하늘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만약 어두운 밤에 보았다면 아마 우주쇼라 할 것이었다.

-우, 운석소환 마법?

마켈그로이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 *

백악관이 난리가 났다.

갑자기 한국 쪽에서 송신되던 영상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러시아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집니다!”

연달아 외쳐대는 상황병들의 보고에 닉 레너드 대통령이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지금 동아시아 쪽에 몰려있던 위성들의 연결이 일제히 끊어진 것이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태평양 쪽의 위성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러시아나 중국 쪽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 모양이었다.

그때 컴퓨터 앞에 있던 요원 하나가 빠르게 외쳤다.

“시, 신호가 다시 잡힙니다!”

“어딘가!”

“대, 대한민국 상공입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다들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건 종말이야…….”

누군가가 울부짖으며 얼굴을 가렸다.

“Fu**!”

그를 본 레너드 대통령이 욕설을 퍼부으며 그 뒤통수에 서류철을 집어 던졌다.

* * *

헬기들이 일제히 뒤로 이탈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여전히 카메라를 잡고 있던 방송국 헬기도 있었다.

“대체 저거 뭐야?”

그의 카메라는 하얀 꼬리를 만들며 쏟아져 내리는 무수히 많은 빚덩이를 향하고 있었다.

“타, 탄도 미사일일까요?”

“그걸 마법사가? 왜?”

그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혹시 그런 거 아닙니까? 운석 소환 마법 같은 거…….”

“그, 그런가?”

지금 상황에선 어떤 마법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인지 평소 헛소리 말라고 한 소리할 만한 중얼거림에도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했다.

그때 함께 동승하고 있던 피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위성망이 전부 단절되었다는데? 영상송출이 안 된다네?”

“위성망?”

그들의 영상은 실시간으로 위성 송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촬영 기자가 고개를 다시 돌리며 떨어지는 빛줄기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그렇겠죠. 위성이라 해도 대기권 진입하다가 다 타버릴 건데.”

그때 한쪽에서 운석소환마법 운운하던 병사가 중얼거렸다.

“위성들을 한 점에 소환해서 뿌리면 굳이 대기권 안 뚫어도 되잖아요. 말 그대로 소환 마법인데.”

다들 그를 천재 보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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