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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87화 (287/305)

제287화 두 세계의 존재

거대한 혈룡이 적중하자 마족병들의 대열이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물론 그중에서도 고위 마족이나 운이 좋은 마족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비극이 다가왔다.

두두두! 두두두!

메케한 연기를 뚫고 들이닥친 것은 대무덕이 이끄는 기마병력이었다.

콰작! 콰자작!

겨우 몸을 추스르던 마족병들은 뭔가 반항도 하기 전에 마갑을 두른 말에 치여 피떡이 되어 날아가거나, 발굽에 짓이겨지며 땅과 한 몸이 되어버렸다.

-건방진 놈!

그중 대무덕이 이 병력을 이끌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마족 하나가 거대한 참마도를 휘둘러 왔다.

그러나 상대는 무덕이다.

콰창!

거의 말 몸뚱이만 한 거대한 참마도가 무덕이 휘두른 환두대도에 맞아 깨어져 나갔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순간 자루만 남은 자신의 참마도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무덕을 보며 지독한 치욕을 느꼈다.

완벽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뒤따라오는 기마들은 친절하게도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푹!

-큭!

몸통에 날카로운 창날이 박히며 몰려오는 고통에 마족은 그대로 몸을 틀며 창대를 후려쳤다.

빠직!

이어 양손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런 그를 향해 기분 나쁜 파공음이 몰려들었다.

쾌쾌쾍!

은빛의 호선을 그리며 날아온 것들은 그대로 그의 몸통에 하나 둘씩 날아와 꽂혔다.

퍼퍼퍼퍼퍽!

이내 마족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을 떨며 비척거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양손에 모은 마력탄을 쏘아 보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서걱! 석!

순간 마족의 양 팔이 빙그르르 돌았다.

좌우로 스쳐 지나가던 기마병들이 사이좋게 팔 하나씩을 잘라낸 것이다.

-크아악!

뒤늦게 밀려온 고통과 분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조차 시끄러웠던지 뒤이어 지나던 묵갑귀마대원이 슬쩍 쳐다보더니 그대로 환두대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성둥!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사방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굳이 머뭇거리며 누구 하나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말을 달리면서 그저 눈앞에 보이면 알아서 한칼씩 날릴 뿐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엔 그렇게 농락당하듯 온몸에 칼을 맞고 쓰러지는 마족들뿐이었다.

-우릴 우습게 보는구나!

고위 마족들이 노기 어린 얼굴로 마력을 뽑아 올리며 마법을 쏟아부었다.

쿠쿠쿠쿠!

이내 사방에 진동이 일며 땅이 뒤집히고 하늘에서 화염 덩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거죽이 그대로 뒤집혔다.

멀쩡하던 땅이 쩍쩍 갈라지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들이 만들어졌다.

“히야!”

“하!”

구덩이가 생겼음에도 묵갑귀마대원들이 일제히 갈라진 땅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그들의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화염구와 얼음덩이들 각종 원소 마법들이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때 묵갑귀마대원들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막들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

하늘이 시뻘겋고 푸른 빛으로 물들여졌다.

화염과 얼음이 하늘에서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저놈?

마법을 쏟아부어 내던 마족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허공으로 솟구치는 마법사가 그들의 시선에 비추어졌다.

-감히?

이들의 마법을 막아낸 이가 하나라는 것에 마족들이 노기를 띠며 막아보란 듯 마력을 쏟아부었다.

형형색색의 공격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였다.

-크윽!

순간 눈앞이 하얘질 정도의 빛이 폭발하며 마족들이 일제히 눈을 가렸다.

바아아아아아아!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가던 군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서 뿌려진 섬광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 섬광은 마법과 마법이 맞부딪히며 만들어낸 것이었다.

“달려! 위에 쳐다 보지마!”

“다리가 부러진 거도 아니잖아! 뛰어!”

뒤쪽에서 그들을 독려하는 외침이 연이었다.

섬광에 잠시 눈이 먼 듯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이내 다들 시력을 되찾으며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저걸?

-말도 안 돼…….

허공에 떠오른 이가 홀로 마족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마력탄과 마법이 만들어낸 공격 마법들을 오로지 홀로 막아내었다.

-대체 누구냐?

마족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궁금증을 펼칠 시간은 없었다. 단지 막아내는 것에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 위에서 섬광을 일으키며 수많은 마법이 빛으로 변하여가는 그때 그 빛의 바다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마, 막아!

굳이 막으라는 외침이 아니어도 마족들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방어막을 펼쳐 내었다.

콰두두두두!

마치 우박이 지붕을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크윽!

-이런 빌어먹을 일이!

마족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마법 공격을 홀로 막아 낸 것도 모자라 역으로 공격을 쏟아낸 그들을 향해 마법을 들이 붓는 모습에 그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뿌연 막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콰두두두두!

마치 돔과 같은 반투명한 막이 만들어지며 쏟아지던 마법들을 퉁겨내었다.

-으음.

회유와 교언의 마족 마켈그로이언이 양손을 펼친 채 공격을 막아 내었다.

-제법이구나.

말은 제법이라 내뱉었지만, 그의 표정은 밝아지지 못했다.

방금 쏟아진 공격을 막아내며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전황을 뒤바꿀 정도의 마법을 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반대로 그가 마음먹고 쏟아붓는다면, 어떤 마법이 쏟아질지는 사실 모르는 일이다.

마켈그로이언의 마음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그러는 와중에 쏟아지는 마법과 막아내는 마법이 연달아 펼쳐져 나갔다.

일당백.

그 말 그대로 리셀은 쏘아져 오는 적들의 마법을 일일이 쳐내었다.

그나마 마켈그로이언이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마법 공방은 둘의 전투로 점점 바뀌어 갔다.

그 사이를 틈타 여유를 되찾은 마족들이 마법을 집중했다.

콰콰쾅!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가우리의 기마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기 시작했다.

기마의 특성상 마법에 직격하지 않아도 말이 균형을 잃으면 쓰러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때 노란 종이들이 한쪽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이내 그것들은 나비가 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나비.

화접.

“쯧. 쉴 시간을 주지 않는군.”

연휘가람이었다.

정령화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꽤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가 펼쳐 내는 주술은 시간을 벌어주기에 충분했다.

사방으로 뿌려진 화접들은 날아오는 마법과 함께 허공에 불꽃을 만들어내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족했다.

투웅! 투우웅! 투투퉁!

기사.

말을 타며 쏘아내는 화살.

묵갑귀마대원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아 올렸다.

씨익! 씨이이익!

하늘을 가르고 날아든 화살들이 마법을 쏘아내던 마족들을 덮쳤다.

연달아 공격 마법을 펼치던 그들은 다급히 방어마법을 펼쳐내었다.

태앵! 탱!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내기도, 때론 그대로 연달아 내리박히며 뚫리며 맞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한발 한발 방어마법을 무시하며 그대로 꿰뚫는 화살들도 있었다.

을지우루의 화살과 춘삼의 화살이 그랬다.

둘의 화살은 상대방이 방어마법을 펼치든 말든 쏘아진 이상 대상을 꿰뚫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은 기마부대라는 점이다. 그렇게 지체 된 잠깐의 시간은 마족들에게 치명적으로 되돌아갔다.

콰두두둑!

기마대가 그대로 마족들의 대열을 관통했다.

-이런!

마켈그로이언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대열이 흐트러진 상황이라지만 이쪽의 병력이 더 많았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이라고 할 정도로 무너져갔다.

-곤란하군.

용병단을 이끌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던 그였기에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경험인가…….

명백한 차이가 바로 그것이었다.

어떤 경험이냐면 바로 강력한 상대방과의 집단전을 겪어 보았느냐의 차이.

마족은 강하다.

사실 마족은 마계에서 항상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꺾고 그 힘을 흡수해야 했다.

그래야 격이 올라가는 것이 마족이었다.

군주의 아래에 있는 마족들은 그렇지 않은 외곽의 마족들을 사냥한다.

군주의 영역 외에서 살아가는 마족들은 그런 마족들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그를 발판으로 영역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싸운다.

일생이 전투라고 봐야 했다.

그런 만큼 전투는 일상이고 필수다. 그래서 마족 하나하나의 강함은 당연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황.

저들 역시 강했다.

그런데 그들의 전투를 보면 비슷한 상대 혹은 열세인 상황에서의 전투를 삶과 같이해온 태가 났다.

반면 이쪽의 마족들은 일생이 전투와 투쟁이지만 이런 집단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침식전을 통해 많은 살육을 해왔다지만, 마물을 먼저 보내고 침식 대상을 이미 무너트린 상황에서 포식자로서 싸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도 필요 이상의 희생이 생긴 이유도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덤벼왔던 적들이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강하기로는 이쪽에 모자람이 없으며 더 단단하고 집단으로 전쟁을 할 줄 아는 이들을 만난 것이다.

마켈그로이언은 곤란한 표정으로 기오르그를 바라보았다.

기오르그의 표정은 그저 불쾌함만이 가득했다.

-나만 조급한 것일지도…….

하지만, 마켈그로이언은 패배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전쟁 이후로 한동안은 침식전에 나서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결국 이 전쟁도 군주전이나 마찬가지니까.

마켈그로이언의 시선이 파죽지세로 마족들을 무너트리며 다가오는 적들의 중심에서 오연하게 말을 달려오는 이를 보았다.

-이것 참. 곤란하군.

이어 반대쪽의 을지부루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이 세상에서의 최강자는 을지부루였다.

마계의 존재라고 하기 모호한 이가 군주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한 상황.

그런데 그 존재가 군주로 모시는 이가 나타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한 것은…….

마켈그로이언이 몰려오는 군세 중 일부를 보았다.

분명 마계의 마수 중 하나였던 퓨켈들이 섞여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마계의 사생아라 불리는 오크 무리까지도 섞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계의 존재가 가끔 지상에서 분탕질하며 힘을 모을 때 세뇌해 부리던 종족이 오크다.

단순하고 힘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종자로 쓰기에 좋은 종족.

그런데 그 존재들마저 이 자리에 나타났다.

분명히 이 세상에는 없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두 세계가 왜 이어졌을까.

그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두 세상의 잇는 존재들이 나타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지금 보니 저들은 파편 따위가 아니었다.

영체에 가깝기는 하지만 분명 단순기억만 남은 별의 파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민은 더 이어가지 못했다.

콰콰콰콰!

포위망이 드디어 뚫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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