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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74화 (274/305)

제274화 민폐 캐릭터

* * *

콰아아앙!

마법이 폭발하며 그 근처에 있던 이들이 뻥튀기 기계에서 뿜어져 나온 강냉이처럼 사방으로 뿌려졌다.

운 나쁜 이는 사지가 흐트러져 날았다. 그 와중에도 멀찍이 날아갔음에도 운이 좋아 살아남은 채로 비비적거리는 이도 있었다.

차준우 사령관도 그 중 하나였다.

“쿨룩…….”

차 사령관이 밭은 기침을 내뱉었다.

“이거 다행인가?”

왼팔이 덜렁거리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부러진 것이 분명하지만 차 사령관은 이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끄응.”

두 다리 역시 부러지지만 않았지,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몸을 확인한 그는 부러진 팔을 허리띠를 풀어 고정했다.

이어서 총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분신과 같은 총기라는 등의 생각보다는 본능이 앞선 모양이었다.

“끄응.”

충격이 꽤 컸기 때문인지 오히려 온몸에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고장이 난 몸은 솔직했는지 절룩거리기를 반복했다.

“하아…….”

차 사령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악다구니를 쓰며 싸우는 이들, 또는 마족병들에게 둘러싸여 비명을 내지르는 이들이 보였다.

또는 그 와중에서 살아보겠다고 달리는 이도 있었다.

물론 그 뒤를 쫓는 것은, 이 지경에서도 살아남은 소형 마물들이었다.

군 최고 사령관인 그가 이 지경이 되었지만, 누구 하나 그를 걱정하거나 부축하러 달려오는 이가 없었다.

자기 살길 찾기도 힘든 상황이란 의미였다.

“큭.”

차 사령관은 자신이 아직도 복에 겨운 생각을 했다는 게 웃긴지 짧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한 손으로 총을 들어 올리고 비틀거리며 한쪽으로 나아갔다.

여기저기에는 서로 뭉쳐서 적들을 향해 대항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남은 팔 하나라도 싸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도망치는 이들을 빼면 나머지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싸우다 죽을 자리.

그곳을 찾아 싸우다 흩어지면 뭉치고, 또 흩어지면 다시 뭉쳐 싸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퉁! 퉁! 퉁!

한 손으로 들어 올린 대 마물용 탄환이 연신 가스 뿜는 소리를 내며 쏘아졌다.

“으야아아아!”

그리고 그의 입에선 절로 악에 받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치 마물과 마족들에게 날 보라는 듯. 아직 여기 살아있다는 듯 부르는 외침이었다.

콰쾅! 쾅!

십여 대의 차량이 마치 벽이라도 만들 듯 교차하여 놓여 있었다.

이미 더는 달리기 힘든 상태인 듯 이리저리 부서진 채였다.

그것을 성벽 삼아 군인들이 모여 대항해 나갔다.

그 주변으로 강림자들과 군인들 그리고 아군의 마족 마법사들이 힘을 쥐어 짜내며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두 무리가 마치 중앙에서 힘겨루기라도 하듯 부딪히고 있었다.

상급 마족 하나가 양손을 좌우로 펼치며 마법을 뿌리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강림자들과 마갑주를 입은 이들이 이리저리 날뛰며 마법을 피했다.

콰콰콰콰!

그 사이로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여포 봉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아압!”

여포의 방천화극이 그에게 손을 뻗은 상급 마족의 팔을 잘라내었다.

-크아악!

잘린 팔을 들어 올리며 비명을 내지르는 이에게 화살과 대마물탄이 쏟아졌다.

보라색을 띤 희뿌연 막이 일렁이다가 이내 온몸으로 날아든 공격이 몸뚱이를 헤집기 시작했다.

그간 버티던 몸뚱이는 둑이 무너진 댐처럼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으야아아!”

그 위로 단병을 든 군인들과 강림자들이 달려들어 난도질을 쳤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마법이 날아왔다.

퍼엉!

그들의 머리 위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쪽에서도 마치 요격하듯 마법을 쏘아 보낸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 충격이 작지는 않았는지 확인 사살을 하던 이들이 후폭풍에 이리저리 나자빠졌다.

하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 다른 먹잇감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때였다.

“잡아!”

“저놈 빠져나간다!”

갑자기 날개를 단 마족이 누군가를 잡아서 뽑아 올리듯 날아올랐다.

“이 개자식들 전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돼지우리에 가둬놓고 피눈물 흘리는 꼴을 꼭 보고야 말 거다!”

오기원이 악의가 가득한 외침을 터트리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 주변으로 마법과 투사 병기들이 쏟아졌다.

그 쏟아지는 공격에 날개 달린 마족이 비척거렸지만 이내 그 앞에 마족 마법사들이 가로막으며 마법 방어막을 쳤다.

그 와중에 한쪽에서 벽을 쌓고 버티던 대열이 무너지며 마족병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막아!”

“빌어먹을!”

오기원에게 향하던 공격이 무너진 대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그쪽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잠시 주춤했던 오기원은 하늘로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오기원의 눈동자가 아래를 훑고 있었다. 사실 그가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피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영웅급이라 불리는 여포등이 나타났다지만 지금은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숫자로도 힘으로도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가 하늘로 몸을 띄운 이유는…….

“찾았다.”

그의 동공에 차량 주변에서 탄약통 비슷한 것을 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여자들이 비추어졌다.

그룹 판도라였다.

“저쪽으로 가자. 신호해.”

기원의 말에 그를 뒤에서 잡고 날갯짓하던 마족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더 위쪽에서 허공에 떠 있던 마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조심해!”

전창걸 대표가 폭발을 피해 달려오며 외쳤다.

“걱정 마세요!”

세인과 레이니가 탄통을 들고 돌아다니며 탄창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기도!”

몇몇 병사들은 그나마 인사를 할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나머지는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을 뒤로 내밀며 탄을 달라고 요청하는 게 전부였다.

그 사이를 그녀들과 부상자들이 돌아다니며 탄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다행히 기동대원들이 후방으로 바이크를 몰아서 사방에 뿌려져 있는 마물들을 피해 아직 불타고 있는 보급 차량에서 탄을 찾아내 가져오고 있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투웅!

“위! 위에!”

그때 누군가가 위를 조심하라 외치며 화살을 날렸다.

-케엑!

위쪽에서 마족인지 마물인지 정 체 모를 존재가 화살을 맞고 비명을 내질렀다.

“위에! 위에!”

다시금 화살을 재며 외치는 이는 바로 무술감독인 육의찬이었다.

그래도 나름 종합무술인답게 하늘로 이동해오는 마족들에게 화살을 한발씩 맞추어 나갔다.

그의 주변으로는 마찬가지로 활을 든 이들이 모여서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앳된 얼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쏘아내는 화살들은 오히려 육의찬보다도 정확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화살이 다 떨어져 가요!”

“일단 합류하자고!”

그들은 바로 양궁선수들이었다. 대부분 젊었지만, 일부는 학생도 끼어 있었다.

그들의 활약으로 하늘에서 날아오던 마족 둘이 결국 떨어져 내렸다.

쿠우웅!

그제야 하늘을 인지한 이들이 화망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마, 많아요!”

누군가가 갑자기 불어난 숫자에 놀라 외쳤다. 하지만 육 감독은 그보다도 그것들이 날아오는 방향을 먼저 확인하였다.

아니겠지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그의 얼굴이 구겨졌다.

“형님! 애들을 노리고 오는 거 같아요!”

육 감독의 외침에 전창걸 대표가 장식처럼 들고만 있던 총을 바짝 들어 올렸다.

“젠장!”

마음 같아선 피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그럴 곳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곁으로 누군가가 달려왔다.

“아, 아저씨들?”

“언제까지라고는 못 하겠지만,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는 지키겠습니다.”

두 명의 묵갑귀마대원이었다.

아예 마음이 안 쓰인 것은 아니었는지 묵갑귀마대원 둘이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았다.

그녀들에게서 일정 반경에 돌아다니며 군인들을 돕던 그들이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되돌아온 것이다.

“뭐해! 뽑아!”

코팅되었는지 은색의 정글도를 든 제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그러자 세인과 레이니도 허리춤에서 막대기를 뽑아 연결했다.

그러자 그녀들의 키보다 약간 짧은 단창이 완성되었다.

어차피 뭘 들려준다 해도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겠지만, 그나마 들어서 찌르기만 하면 최소한 견제는 되겠지 싶어서 준비해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위험하다는 소리 때문이었는지 가지고 있단 탄을 모두 나누어주고 되돌아온 송가은 작가도 석궁의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주변으로 군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왜 이쪽으로…….”

그쯤 되자 그녀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마치 그녀들을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듯한 행동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어차피 싸우는 건데. 뺏기면 다 지는 것 같고.”

“난 원래 팬!”

“난 오늘부터 팬!”

“젠장, 난 퍼스트 엔터 주주인데!”

“어이쿠! 주주님!”

저마다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 와중에 전 대표가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들을 앞세우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을 수도 있었다.

오갈 곳 없는 이들이 저항을 시작했다.

날아내리던 마족들이 하나둘씩 맞아 추락하기도 했고, 일부는 그대로 날개를 접어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 숫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캬아아아!

사방에서 허벅지가 성인 몸통만 한 마물들이 마치 벼룩처럼 날아 올랐다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이 떨어져 내리기가 무섭게 그 위에 타고 있던 마족병들이 뛰어내렸다.

“와아아아!”

그런 그들을 향해 탄이 다 떨어져 단병기로 바꾸어 잡고 대기만 하고 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콰콰콰칵! 사방에서 무기가 맞닿고 몸이 쪼개지는 격타음이 연달아 울렸다.

비명도 섞이고 피는 당연하다시피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그때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시뻘건 불덩어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피해!”

누군가가 피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전투경찰들이 진압용으로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이 생긴 방패를 든 군인들이 더욱 오밀조밀하게 모였다.

마치 그녀들을 위한 성벽처럼 말이다.

콰아앙!

화염이 사방으로 튀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대열이 살짝 흐트러졌지만, 막아 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게 하나가 아니었다.

콰쾅! 콰콰쾅!

마법 방어막이 뒤늦게 펼쳐졌지 만 쏟아지는 마법은 그보다 많아 보였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버티자고 외치던 말도 피하라고 외치던 목소리도 전부 폭음에 묻혀 버렸다.

그 사이로 누군가가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쿠우웅!

“하, 이 빌어먹을 것들. 이제 찾았네.”

오기원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폭발에 휩싸여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이 몇 보였다.

그중에 기원이 원하는 이들도 남아있었다.

바닥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던 판도라 멤버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민폐 캐릭터도 아니고. 여길 왜 쳐오고 지랄이야. 이 미친 것들.”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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