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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70화 (270/305)

제270화 이쪽엔 안 통하지만, 저쪽에는 통하는 것

마켈그로이언의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분명 원하던 바를 이루긴 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삶에 대한 욕구와 욕망을 건드려 보고자 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약속은 지키겠지?”

“설마. 그래도 군주인데. 뻥치고 돌아다니진 않겠지.”

“그렇지?”

그렇게 떠들어대던 그녀들을 보며 오기원이 잠시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이 얼굴들의 위치를 알려준 이들에게 본인과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말.

문제는 그 약속을 덥썩 받아들인 것은 그녀들 스스로였다.

-군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마켈그로이언은 회유와 교언의 군주입니다. 그의 회유에 응했으니 반대로 그는 지켜야 합니다. 이는 그의 권능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의 조잘거림에 헤게루이안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군주의 가장 큰 힘은 권능에서 나오는 만큼 권능이 빛을 잃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종의 힘에 대한 반작용이다.

그건 어떤 군주나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반작용이 가장 큰 것은 맹약등의 권능을 가진 존재들이긴 했다.

그런 제약이 없다면 맹약류의 권능을 가진 군주들이 세력을 무한정 넓히기 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지금 마켈그로이언은 눈앞에 그녀들을 두고도 허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안전이 보장된 거네?”

“그러게?”

-다음에는 계약을 행할 때 생각을 좀 하는게 좋겠군.

그 꼴을 보던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때 그가 다시 입을 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위의 존재에게는 그 권능이 통하지 않는 법이지.

기오르그의 말에 이번에는 그녀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박은 헤게루이안이 했다.

-그렇겠지요. 권능 역시 그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에게나 발휘되니까요. 그러나 왕이라면 모를까, 대군주의 지위가 그 맹약을 강제로 깨게 되면 군주의 권능에 타격이 없지는 않겠지요.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마켈그로이언의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다.

-권능에 타격을 입은 군주라. 맛 좋은 먹잇감이겠습니다. 특히 무력이 권능이 아닌 존재라면.

지금이야 모두가 대군주인 기오르그의 휘하니까 별문제는 없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또다시 군주 쟁탈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그 때에 권능에 타격을 입은 군주가 제일 먼저 타겟이 될 것임은 예상하기 쉬운 일이다.

그때 기오르그의 말이 들려왔다.

-안전이라. 뭐 살려만 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팔다리를 잘라 놓든 간에 말이지. 안전의 기준이 조금 다를 뿐 아닐까?

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권능에 타격이 없진 않겠지만 감수할 수 있었다.

-그렇지요. 기준이 조금 다른 거야 감내하면 그만입니다.

마켈그로이언이 그리 답하자 세인이 피식 웃었다.

“들으셨죠? 당장 죽이지는 않나 봐요. 그러니 우리 걱정 마시고 싸우세요.”

세인의 말에을지부루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걱정 같은 거 하려 했으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말렸을 거입네다.”

그들의 대화를 든던 부루와 싸우던 두 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충분히 쉰 것 같은데. 버거우면 말 하고.

기오르그의 말에 공포의 군주 크리팔과 파괴의 군주 크로드이언이 대답대신 부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일행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충분히 그들과 거리가 있었지만, 조금 전에도 그 전투의 여파가 컸던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콰콰콰쾅!

크리드이언의 도끼와 부루의 도끼가 격돌했다. 하지만 밀리는 것은 부루였다.

-도끼가 권능이라니…….

크로드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의 도끼에 균열이 일었다.

-이런 빌어먹을!

파괴의 군주라지만 주무기가 박살나는 꼴은 안당해 봤던 그는 욕설부터 내뱉었다.

그때 뒤쪽에서 마법이 쏟아지며 부루의 등짝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부루는 뒤쪽으로 날아드는 마법을 대부로 쳐내는 동시에 크로드이언을 향해 공격을 이어 나갔다.

-미친!

아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각자 싸울때에는 동등 혹은 약간 밀리는 형세였기는 했지만, 함께 붙었을 때에는 확실히 우세였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어진 전투는 그게 아니었다.

아직 초반에 불과했지만, 둘의 공세를 홀로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적응이 된다고?

크로드이언은 부루가 둘의 공격 성향을 파악했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물 흐르듯 둘을 상대로 전투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를 좌우로 물결치듯 휘두르다가도 몸을 띄워 뒤에서 날아드는 마법을 피해내었다.

그렇게 피해낸 마법은 오히려 크로드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펑!

-이런 젠장! 크리팔! 끼어들지 마라!

오히려 그 공격에 균형을 잃은 크로드이언이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크리팔 역시 자유롭지는 않았다.

마법에 맞아 비틀거리는 크로드이언의 다리쪽으로 몸을 낮춘 부루가 대부를 휘둘러 그의 발목을 찍어내었다.

쩌억!

발목이 삼분지 일쯤 잘리며 그의 몸뚱이가 크게 떠올랐다.

마치 만화에서 바나나 껍질이라도 밟고 미끄러진 것 마냥 말이다.

-크아악!

콰아아앙!

“더럽게 단단하구나 야.”

아무리 크로드이언의 신장이 부루의 세배에 다다른다지만, 그가 휘두른 대부에 발목이 완전이 잘려 나가지 않는 모습에 나름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부루는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활을 들어 올렸다.

표적은 허공에서 이쪽을 향해 마법을 쏘아 날리는 크리팔.

퉁퉁퉁!

비록 을지우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우리의 묵갑귀마대에서 활 못 쏘면 병신소리를 듣는 마당에 그가 활 실력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심지어 전투 본능에서만큼은 최고에 가까운 게 바로 부루다.

연달아 날아간 화살들이 날아드는 마법을 파괴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크리팔을 향해 연달아 날아갔다.

-잔재주를!

크리팔이 마법 방어막을 펼쳤다. 물론 잔재주라 폄하 했지만, 그 공격이 쉽게 볼 것이 아님은 그도 잘 알았다.

콰창! 쩌억!

연달아 펼친 마법 방어막이 연이어 깨져나갔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새로운 방어막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위력은 세지만 결국 화살 가지고는…… 헙!

날아든 화살을 마법을 펼쳐 막아내며 중얼거리던 크리팔이 화들짝 놀라 몸을 틀었다.

화살을 막아내었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시간차로 똑같은 궤적으로 화살을 또 날렸던 것이다.

하나인줄 알았던 화살이 알고보니 두 개였던 것이다.

궤적마저 똑같이 보이도록 거의 동시간차로 날린 화살에 허를 찔린 크리팔이 겨우 몸을 뒤틀어 피하는 순간 그의 눈은 또다시 휘둥그렇게 떠졌다.

콰작!

-크아아아!

그의 겨드랑이로 창 하나가 틀어박혔다.

“쯧, 심장이라도 뚫으려 했더니…….”

창대를 내지르며 혀를 차는 이는 바로 천유화였다.

그의 창질에 크리팔이 분노를 터트리며 손을 뻗었다.

연달아 지근 거리에서 마법이 쏟아져 나왔다.

퍼퍼퍼펑!

천유화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곤 마법에 연달아 얻어맞으며 밀려 날아갔다.

하지만 그렇게 쏟아지던 마법이 중간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묵갑귀마대원들이 일제히 아래에서 손도끼와 화살을 날려 방해를 한 것이었다.

그들이 끼어들자 크리팔이 노기를 띠고 외쳤다.

-대체 뭐하기에!

그가 분노를 터트리며 휘하의 마족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저들을 상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잠깐 숨을 고르던 시간은 을지부루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전투를 벌이던 소환자와 강림자 그리고 이쪽의 병력들이 판도라 멤버들을 따라 집결했던 것이다.

비록 최상급 마족이나 군주급은 그들이 어떻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 아래의 마족병들은 어떻게든 막아 내겠다는 생각에 남은 전력을 쏟아부었다.

-이런 황당한!

크리팔이 이를 악무는 순간 마법에 두드려 맞고 떨어졌던 천유화가 비행형 마수의 등위에 타고는 그를 향하여 다시 나아왔다.

“으라차차차차!”

마치 하늘을 나는 용기병처럼 창을 내지르며 날아드는 천유화를 보며 크리팔이 성가신 얼굴로 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것이 그를 방해했다.

-너? 감히?

-이정도는 나도 할 만하구려. 또 모르는 것 아니겠소. 나도 군주 한 번 되어 볼 수 있을지.

헤게루이안이 애써 담담한 모습으로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까 최상급 마족을 격파하며 결국 그 역시 마력만큼은 그 반열에 확고하게 오른 헤게루이안이었다.

물론 그의 말처럼 군주를 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이들과 함께 훼방을 놓을 만한 실력은 되었다.

하지만 그를 방해하는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구나!

아래에서 울려온 목소리에 크리 팔이 황급히 몸을 틀었다.

아래에서 솟구쳐 오르며 주먹을 날려오는 존재가 있었다.

그는 드래곤의 날개와 같은 것을 펼치고 날아오르며 섬광을 뿌려왔다.

퍼엉!

-이런 되다만 용족이!

크리팔은 분노를 연이어 터트렸다.

그는 바로 카르탈마니어였다.

-내가 네놈을 꺽으면 마룡의 군주가 되겠구나아아아!

마치 이건 몰랐다는 듯 눈을 희번뜩거리며 날아오른 카르탈마니어가 그에게 바짝 달라붙으며 연이어 공격을 날렸다.

덩치만큼은 마족 중에서도 가장 큰 축인 십여 미터에 달했던 덕에 그의 공격은 꽤 위력이 넘쳤다.

실제로 힘만큼은 최상급 마족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던 그였다.

게다가 갓 최상급 마족이 된 헤게루이안과는 달리 그는 오래전부터 마룡의 군주 휘하의 군단장 중에서 최강으로 꼽히던 존재였다.

그런 만큼 쉽게 볼 수 없었다.

-후우.

크리팔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때문에 원하던 전투를 제대로 하지 못함에 대한 분노였다.

-네놈들부터 하나씩 흡수해주마.

크리팔이 잠시 부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덤벼드는 카르탈마니어를 향해 마력을 날렸다.

-뭣하느냐?

마켈그로이언의 오기원을 향해 시선을 보내었다.

-원하던 존재가 눈앞에 있으니 아까 끼어든 대로 행동해야하지 않겠느냐?

“아……, 예!”

마켈그로이언의 서늘한 시선에 오기원은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물론 속으로는 그를 향해 욕설을 뱉었다.

‘그런 얼빠진 약속을 한 게 누구인데.’

오기원이 비틀린 마음을 숨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켈그로이언의 용병군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대원길드의 수족들도 함께 있었다.

“저 빌어먹을 년들부터 잡아온다.”

오기원의 명령에 대원길드의 길드원들이 허리를 숙였다.

그들 역시 은총을 통해 나름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강점은 그게 아니었다.

바로 현대화기였다.

밀려오는 마족병들과 온몸으로 부딪히는 마갑주병과 강림자들은 남은 힘을 바닥까지 끌어 쓰며 싸웠다.

“밀어어!”

“대열 지켜! 대열!”

물론 전투 양상은 마치 양측으로 나뉘어 중간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뒤에서 투척무기나 거리가 긴 창들을 이용해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마력탄과 이쪽의 대마물탄이 교차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때 뭔가가 그들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퍼퍼퍼펑!

귀청을 찢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 폭발에 기동대원들과 뒤쪽에서 화력투사를 하던 군인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이리저리 쓰러져 갔다.

“이거?”

마물과 마족의 피로 범벅인채로 싸우던 강문호 중령이 굳은 얼굴로 주변을 훑었다.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무기가 등장했다.

매케한 냄새.

분명 화약 냄새다.

“k-4?”

고속유탄 발사기에서 쏘아진 40mm탄이 그들을 향해 쏟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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