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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59화 (259/305)

제259화 하지말아야 할 말

-카이브로스 방해하지 마라.

-로버마이어 구경이나 하는 것이 어떤가?

덩치 큰 최상급 마족의 말에,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마족이 대답과 함께 양손에 칼을 생성해 내며 빠르게 달려 나갔다.

-카이브로스 네놈 주제에?

먼저 달려든 카이브로스를 보며 한발 놓쳤다는 듯 로버마이어가 두 주먹에 보랏빛 기운을 두르며 뒤따라 달렸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달려들었지만, 전투는 그렇지 않았다.

로버마이어는 카이브로스가 정면으로 들이닥치는 순간 10m의 커다란 덩치에도 빠르게 옆으로 돌아가며 기회를 노렸다.

카카캉!

카이브로스가 양손에 생성한 쌍검을 연달아 내리치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그 회전 톱이 쇠를 자르는 듯 간격 없이 울리는 소리만 보아도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었다.

-키히히히!

카이브로스의 양손이 마치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난 것처럼 전방위를 뒤덮어가며 칼질을 해대었다.

만약에 천수관음이 실제로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쏟아내는 공격을 을지부루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으며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그 상황에서 측면에서 완전히 사각지대로 빠진 로버마이어가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완벽한 협공.

“엇!”

그 모습에 싸우던 고빈이 짧게 비명을 터트렸다.

칼날로 이루어진 폭풍 속에 들어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의 공격 속에서도 을지부루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후우욱!

그 상황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꽤 강한 힘이 실린 주먹이 자신의 뒤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을지부루가 대부의 옆면으로 칼날들을 마치 방패처럼 막아내면서 몸을 주먹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뒤틀었다.

카라라라락!

그 와중에 대부에 날아와 박히는 칼날들의 소음이 귀청을 흔들었다.

터억!

이어서 몸을 뒤틀며 돌렸던 부루의 몸뚱이가 주먹을 살짝 피하며 쭉 뻗은 팔을 타고 구르듯 사선으로 맴돌았다.

-이런!

순간 부루는 주먹을 날린 로버마이어의 팔을 타고 맴돌며 빠르게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순간 상대를 놓친 카이브로스가 짜증 섞인 외침을 흘렸다.

부와아악!

이내 몸통을 타고 맴돌던 부루가 빠르게 바닥으로 내려서며 대부를 휘둘렀다.

하지만, 로버마이어는 빠르게 팔을 회수하며 뒤로 튕기듯 몸을 빼내었다.

그와 동시에 양손을 뻗자 부루의 눈앞에 공기가 일렁였다.

부루는 그것을 느끼며 빗나간 대부를 그대로 뒤쪽으로 휘둘렀다.

카앙!

언제 따라왔는지 바로 뒤에까지 접근했던 카이브로스가 부루가 던진 대부를 막아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폭음이 울리며 그의 몸뚱이가 퉁겨져 날았다.

조금 전 로버마이어가 손을 뻗으며 만들어낸 공격이었다.

-조그만 놈이 날쌔구나!

비록 부루가 폭발로 몸뚱이가 허공으로 날았지만, 정작 공격한 로버마이어는 인상을 찌푸렸다.

카이브로스를 향해 대부를 휘두르는 순간 앞쪽으로 도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로버마이어의 마력파의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며 날아간 것이었다.

-쯧. 군주는 군주라는 거지.

카이브로스 역시 멀찍이 떨어져 내리는 부루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방금 한 수로 둘의 간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로버마이어가 몸을 뒤틀며 성난 외침을 터트렸다.

-이 빌어먹을 짐승이!

콰앙!

로버마이어가 몸을 뒤틀기가 무섭게 그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팼다.

바로 늑대형 거대 마수 몽이가 앞발을 내리찍었던 것이다.

덩치도 키게 밀리지 않으면서도 최상급의 반열에 오른 만큼 앞발에 실린 힘이 약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마수들의 특징 중 하나가 신체적인 파괴력만큼은 동급의 마물이나 마족 중에서도 손꼽힌다는 것이다.

이어 두 개로 변한 머리가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동시에 푸른 기운이 마치 화염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번에는 카이브로스를 향한 공격이었다.

카이브로스는 그 공격을 굳이 막지 않고 몸을 날려 피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날리던 중 인상을 찌푸리며 양손의 쌍검을 연달아 날렸다.

-젠장!

그가 몸을 날려 피하는 방향으로 부루가 대부를 내려찍으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쌍검이 교차하며 내리찍는 대부를 막는 순간 카이브로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쩡!

너무도 쉽게 퉁겨 나가는 대부. 그리고 그 대부를 놓고 그대로 그의 품으로 달려드는 부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교차하며 방어를 했던 쌍검을 그대로 내리려 했지만, 부루의 수도가 조금 더 빠르게 그의 복부를 향해 찔러왔다.

푸욱!

그의 거죽을 파고드는 부루의 수도.

-큭!

그 고통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카이브로스는 쌍검을 빠르게 그었다.

이 정도쯤은 참을 만하다는 듯.

그때 그의 복부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다가왔다.

그의 갈비뼈를 단단히 움켜쥐는 손길.

부루의 손날이 갈비 뼈 밑으로 파고들더니 더 나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갈비뼈를 움켜쥐고선 강하게 잡아당겼다.

콰드드득!

-크아아악!

내리치는 양손의 칼보다 갈비뼈를 잡힌 채 앞으로 당겨지는 카 이브로스의 몸뚱이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씨름선수가 샅바 한쪽을 잡아 안다리를 걸듯, 부루는 그의 갈비뼈를 잡아당기며 다리를 건 것이다.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갈비뼈가 쥐어진 채 끌려 나간 카이브로스가 그대로 머리부터 떨어지며 땅에 처박혔다.

콰콰콰쾅!

콰작!

땅에 처박히는 순간 부루의 손에 잡혔던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리 하나를 단단하게 잡아가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콰작!

그 손길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캬아아악!

무릎아래에서 들리는 소리.

관절이 박살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비명을 내지르던 카이브로스가 양손으로 바닥을 찍으며 몸을 퉁겨 올렸다.

일단은 벗어나야겠다는 판단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다리 쪽을 향해 검을 뿌렸다.

그곳에 있는 부루를 베기 위함이었다.

만약 계속 그의 다리를 잡고 있다면, 자신의 다리와 함께 잘라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쾌래랙!

하지만 검을 뿌리는 자신의 손과 시선 사이로 무언가가 거칠게 소리를 뿌리며 날아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콰작!

-케에엑!

검은 허공으로 빗나갔고 그의 왼쪽 눈과 눈두덩이로 날아온 손도끼가 그대로 박혀버렸다.

콰앙!

-캐애앵!

주먹으로 멍이의 머리통을 후려친 로버마이어의 귓가로 비명이 들려왔다.

한번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짐승 새끼!

로버마이어는 비틀거리는 멍이를 뒤로 하고 비명이 터져 나오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곳엔 다리 한 짝이 꺾이고 머리통에 작은 손도끼 한 자루가 박혀 비명을 내지르는 카이브로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그쪽이 아니었다.

그를 그렇게 만든 존재였다.

천천히 대부를 회수하는 마수의 군주 을지부루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뜻하지 않는 기회를 얻었구나!

그를 스치며 정예 마족병들이 자신이 후려친 늑대형 거대 마수를 향해 아귀처럼 달려들었다.

그들에게도 최상급에 달하는 마족의 힘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쿵쿵쿵쿵쿵!

로버마이어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거구의 발 구름에 땅바닥이 울리며 퍽퍽 패여나갔다.

-쥐새끼처럼 피하지 말고 붙어 보자!

로버마이어는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도발이었다.

그 도발에 마치 답변이라도 하듯 부루는 몸을 맴돌리다가 대부를 그대로 수평으로 찍어왔다.

그 순간 로버마이어가 달려가던 발을 그대로 찍으며 뻗어가던 주먹을 회수했다.

-크크큭!

정면으로 붙자며 달려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이었다.

그 거두어지는 주먹과 맞부딪히기 위해 뿌렸던 부루의 대부는 주먹의 꽁무니만 따라갈 뿐이었다.

이어 로버마이어의 몸뚱이가 찍은 발을 중심축으로 빠르게 한 바퀴 빙글 돌며 거둔 주먹의 팔꿈치로 부루의 몸뚱이를 찍었다.

꽈앙!

부루의 몸이 마치 포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땅으로 내려 찍히며 땅을 파고들었다.

쿠콰콰콰쾅!

부루의 몸뚱이가 땅으로 파고들며 바닥을 죄 해쳐버렸다.

-크크크크크! 피하지 말란다고 정말로 덤벼? 이런 단순한 놈을 보았나! 네놈의 작은 대가리는 생각이란 걸 할 줄 모르는 것이 더냐?

마치 통쾌하다는 듯 광소를 터트리며 로버마이어는 부루가 떨어진 곳을 향해 발걸음을 향했다.

을지부루가 처음으로 제대로 맞은 모습을 본 고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동안 부루가 고전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기에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괘, 괜찮을까요?”

당장에 달려가고 싶지만, 당장 간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지금 주변을 둘러싼 적들을 상대하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부루를 제외하고 가장 믿을 만한 천유화도 최상급 마족을 맞이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주변의 묵갑귀마대원들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건 안 괜찮지.”

“제, 젠장 빨리 구해야…….”

“왜 구해? 초면 아냐?”

“예?”

뭔가 대화의 방향이 어긋났다는 것을 느낀 빈이 멍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잖아. 브로마이든가 하는 저 덩치.”

“안 괜찮다면서요?”

빈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묻자 묵갑귀마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안 괜찮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소릴 두 개나 들었는데.”

“…….”

“열제님과 대련을 하면서 줘 터질 때마다 듣던 말이 단순한 놈이란 말이랑 생각이란 걸 할 줄 모른다는 거거든.”

“그 소릴 들은 날은 내리사랑이 펼쳐지는 거지.”

“어우씨 죽어서도 소름 끼치는 거 봐라. 이거.”

“계 장군도 없는데 저 화를 누가 받아?”

“그 소릴 한 놈에게 풀겠지.”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그제야 안 괜찮다는 말의 대상이 부루가 아님을 안 빈이 허탈한 얼굴로 그가 파묻혀버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귓가로 그들의 추억 돋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동네에서 사람의 이름이 욕이 되는 게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루만도 못한 놈이랑 계웅삼보다 더한 놈이란 거지.”

“…….”

그들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빈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 부루가 그 정도로 빡쳤을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땅을 파고들었던 부루의 손이 지상으로 쭉 뻗어 나왔다.

주먹을 불끈 쥔 채 말이다.

고오오오.

-응?

을지부루를 향해 다가가던 로버마이어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뭐, 뭐야?

웃음기 섞여있던 표정은 이미 당황한 감정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그가 멈춘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바닥에 뭐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딱 붙어 버렸다.

-이…….

무언가 말을 하려던 그의 이빨이 따다닥 하며 부딪혔다.

그 사이 땅속에서 뻗어 나온 팔이 바닥을 짚으며 부루가 마치 옛날 좀비 영화에서 무덤에서 기어 나오는 시체처럼 몸을 뽑아내고 있었다.

느릿느릿.

하지만, 그 분위기는 흐느적거리는 시체와 달랐다.

그를 중심으로 지독한 살기가 주변으로 번져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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