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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58화 (258/305)

제258화 누가 멍이니?

“후우우…….”

대형 마물 하나가 온몸이 고슴도치가 된 채로 천천히 그 거구를 옆으로 누였다.

쿠우웅!

이따금씩 대물을 잡았을 때 터져 나오던 함성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주변을 신경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 * *

-키히히힛!

기괴한 웃음과 함께 상급 마족 하나가 솟구쳐 올랐다가 을지부루의 뒤통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부왁!

그러나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부루가 그대로 대부를 휘둘렀다.

쩌억!

떨어져 내리던 상급 마족의 몸통에 대부가 깊이 틀어박혔다. 그걸 부루는 그대로 다시 방향을 틀어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마치 전통시장에서 얼어붙은 동태를 칼로 자르다가 반쯤 박힌 것을 통째로 내리치듯

우적!

성급 마족의 몸뚱이가 그대로 두동강이 나서 양 옆으로 튀었다.

-키에엑!

잘려나간 몸통쪽에 달린 머리에서 길게 고통스런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게 시끄러웠는지 아니면 마치 지렁이처럼 몸통이 잘리고도 꿈틀거리는 꼴이 신경 쓰였는지 고빈이 그대로 마무리 했다.

쩍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쪼개지며 더는 비명을 내지르지 못했다. 이어 빈은 벌떼처럼 몰려드는 마족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와라라라라라!”

빈은 에니매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괴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대부를 팔자를 그리며 휘둘렀다.

그러자 그 간격에 들어서던 마물들의 무기와 몸뚱이들이 이기지 못하고 토막나거나 맞고 튕겨 나갔다.

그 뒤를 따르는 묵갑귀마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찌르고 내리찍었다.

부루의 손아귀에 중급 마족의 목줄기가 잡혔다. 그걸 부루가 그대로 휘두르자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부러진 몸통이 축 늘어지며 자신의 아군들을 후려치는 무기가 되었다.

-버러지들아! 나와라!

그때 허공에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어른 몸통만 한 화염구가 부루와 일행들을 향해 쏟아져 왔다.

“후읍!”

퍼어어엉!

부루가 그걸 그대로 대부로 후려치자 불덩이가 그대로 폭발하며 화끈한 열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퍼엉! 펑! 펑!

그럼에도 쏟아지는 화염덩이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부루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크크크크! 이놈은 내꺼다!

허공에 떠 있는 최상급 마족 길리어스는 그의 장기는 화염마법을 이용해 철저하게 장거리로 공격을 가했다.

한 손으로는 연신 화염구를 쏟아내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하늘로 향하고, 단 하나의 화염구를 생성해 놓고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미련한 놈들. 마법도 제대로 사용 못 하는 놈을 상대로 힘으로 제압하려는 게 멍청한 거지.

길리어스는 자신의 장기인 화염 마법을 이용해 반드시 군주의 자리를 찬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걸 본 고빈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씨파, 무슨 원기옥이냐?”

붉었던 화염구는 그 크기가 말 그대로 집채만 해지더니 이내 색이 점점 푸르게 변하다가 하얗게 백열하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어찌나 강한지 다들 주춤하며 물러설 정도였다.

치이이익!

쓰러져 있는 마물과 마족들의 몸뚱이가 마치 프라이팬에 올라간 고기마냥 익어가는 소리를 낼 정도였다.

다행히 강림자들은 그 영향을 덜 받는 느낌이었고, 고빈 역시 피부가 화끈하기는 하지만 이내 갑주가 빛을 발하며 참을정도는 되었다.

“일단 튀어!”

묵갑귀마대원중 하나가 빈에게 손짓을 했지만, 그 전에 빈의 애완 늑대 멍이가 허리춤을 덥썩 물고 성큼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만 물어! 축축하다고!”

-커엉!

“일일이 대답하지 마! 씹히잖아!”

빈은 거대늑대의 입안에서 굴려 지는 모습이 마치 옛날 고전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르스의 입안에 먹혀버린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온다!”

“튀어!”

누군가의 경고성에 다들 부루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함께 멀어지던 빈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보통 이런 장면에선 장군님 지킨답시고 몸을 던지지 않나?”

“우리가 왜? 알아서 잘 살아남을 양반을 두고…….”

누군가의 반박에 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누굴 걱정해.”

빈은 고개를 돌려 계속 쏟아지는 화염에 완전히 가려진 부루를 바라보았다.

흔적도 남을 것 같지 않은 화염의 폭격이었지만, 왠지 부루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그 머리 위로 지름이 한 20m는 되어보이는 백염의 화염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때 화염을 뚫고 솟구쳐 오르는 원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콰콰콰콰콰!

맹렬한 회전음.

부루가 집어던진 대부가 원을 그리며 날아올라 거대한 화염덩이를 향해 마중 나갔다.

-드디어!

화염구로 눈을 가리고 그 사이에 한참을 준비한 자신의 마법을 드디어 쏘아낼 수 있었다.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고, 이제 와서 알아챈다 해도 상관 없었다.

저 마법은 그가 가진 대인마법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것이었다.

물론 대인마법치고는 크지만, 어디까지나 범위보단 파괴력 자체에 중점을 둔 마법인 것은 맞았다.

그 결과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때였다.

-응?

하얗게 작열하며 떨어져 내리던 자신의 화염구 한 가운데에 까만 점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까만 점 사이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뭐지?

순간 그 공간 사이에서 하늘로 손을 뻗고 있는 마수의 군주 을지부루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에게 잠깐 시선을 빼앗긴 것이 문제였을까?

-으허억!

길리어스는 헛바람 집어먹는 비명을 터트리며 몸을 틀었다.

그제야 자신의 마법을 뚫고 나타난 까만점의 정체가 을지부루가 던져올린 대부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날아온 을지부루의 대부가 그의 몸통을 훑었다.

콰투두둑!

몸통을 비틀었지만, 그 찰나의 빈틈이 가져온 결과는 처참했다.

왼쪽 허벅지부터 오른쪽 어깨까지 회전하는 대부가 지나친 방향으로 살과 뼈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들이 마치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뜯겨 나가며 길이 만들어졌다.

그나마 튼튼한 가죽과 갑주 그리고 척추뼈 덕에 몸뚱이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뿐이지 그의 신체의 삼분지 일이 그대로 작살이 나 버린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커다란 비명과 함께 그는 그대로 뚝 떨어져 내렸다.

5m에 달하는 그의 몸뚱이가 힘없이 추락해 나갈 때 무언가가 그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빌어먹…….

길리어스는 떨어져 내리며 어이 없다는 목소리로 몇 마디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팔뚝만 한 송곳 같은 이빨들이 촘촘히 나 있는 커다란 아가리가 그를 마중 나왔기 때문이었다.

텁!

“아, 무서운 놈…….”

-크르르르!

자신을 뱉어버리고 어디로 내빼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떨어져 내리는 사령관급 마족을 낙아 챈 것이다.

자신의 몸뚱이보다야 작지만, 그래도 적은 크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대로 가슴 윗 부분을 덥썩 물은 채, 고개를 몇 번 흔들어 대니 먹기 좋은 부분만 남겨진 채 몸뚱이는 저 멀리 떨어져 나갔다.

물론 저 부위가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씨…….”

아그작!

자신의 옆으로 날아내린 멍이가 연신 턱을 위아래로 놀리자 뼈와 살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빈은 헛구역질을 했다.

“오욱!”

이유는 단순했다.

이게 한 두 번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급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 탓이기는 했지만, 저 입에 자신의 몸뚱이가 들락거렸다는 게 뒤늦게 그의 비위를 거스렸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신 씹어대던 거대 늑대 멍이가 퉤 하니 씹던 것을 한쪽에 뱉어내었다.

“우웍!”

처절한 시체야 워낙 자꾸보아 이젠 익숙할 법도 하지만, 뼈와 살점이 마치 씹다버린 껌마냥 뭉쳐져 볕어진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적응이 안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미는 있었는지 멍이의 몸뚱이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우우!

기다란 하울링과 함께 멍이의 몸뚱이에 보랏빛 기운이 짙어지며 마치 벌크업이라도 하는 것마냥 몸뚱이가 부풀기 시작했다.

“…….”

마물과 마수의 결정적인 차이.

마족과 같은 성장 과정을 걷는다는 점이다.

마족의 근원을 자신의 것으로 취하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오로지 마족과 마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무슨 막타 전문도 아니고…….”

물론 마물과 마족을 상대하며 강해지는 것은 소환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게임에서 경험치를 얻는 것처럼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고빈을 실험체로 삼아 정립된 이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실 빈과 멍이는 부루 주변에서 종종 부스러기처럼 살아남은 마족들의 막타를 쳐서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최상급 마족이었다.

멍이의 존재도 거의 최상급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기존 우두머리가 아닌 덕에 아직은 덜 자란 개체라 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지금 이순간 제대로 된 성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투툭!

근육이 갈라지며 거죽이 찢어졌다. 마치 헐크가 옷을 찢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헐크는 옷을 찢었지만, 멍이는 지 가죽을 찢었다.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가죽이 벌어지며 드러난 시뻘건 근육에 새로운 털이 실시간으로 우수수 돋아나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덩치가 평소의 1.5배는 더 커졌다.

이제는 그야말로 집체만 하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누가 멍이니?”

-크릉?

-컹?

고빈의 질문에 머리가 하나 더 늘어난 늑대형 마수 멍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때 왼쪽 머리가 오른쪽 머리의 코를 덥썩 물었다.

-깨갱.

“어…… 너구나.”

빈은 같은 몸에 달린 머리라도 계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저리 같은 놈.

쿠웅!

-다행이지. 우리에게 기회가 왔으니까.

쿵!

그때, 마치 흔하디 흔한 클리셰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온몸이 뼈로 만들어진 갑주를 입은 10m 크기의 사령관급 마족 하나와 4m크기의 사령관급 마족이 연달아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딱 봐도 그 두 놈이 끌고온 듯한 모습의 마족병들이 연이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수가 수백은 족히 되었다.

“염병…….”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에 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을지부루가 먼지를 툭툭 털며 대부를 쥔 채 입을 열었다.

“까불디 말고 날래가서, 대가리 불러오라.”

-그럴 순 없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소중하니까.

-크크큭!

“기럼 떠들디 말고 덤비라. 조지고 조지면 더 나올 놈 없을 땐 네놈들 대가리도 나오지 않간?”

그렇게 말을 하며 손짓을 했다.

마치 덤비라는 듯 손바닥을 반쯤 접어 까딱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빈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지금도 물러서는게 맞겠죠?”

물러서던 빈의 뒷걸음질은 몇발자국 가지 못하고 멈추어야만 했다.

“에이. 그래도 잡다한 건 우리가 맡아야지.”

“잡다요? 저게요?”

지금까지 상대하던 마족병들과는 전혀 다른 포스를 뿌리는 것들이 뒤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꽤 쎄보이는 분위기가 상대하기 싫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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