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40화 (240/305)

제240화 대군인 이벤트

“좀 말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밖에서 급히 들어온 작전장교의 말에 차준우 사령관은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내었다.

“말리다니? 누굴?”

“그, 을지부루 장군님 말입니다.”

을지부루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차 사령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내가 무슨 재주로 그 양반을 말리냐는 표현이었다.

“무슨 일이기에? 또 훈련인가? 그건 내가 부탁드렸는데.”

얼마전에 백병전 훈련을 시킨다고 전군을 쥐잡듯 잡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야 필요성이 있다 싶었기에 오히려 잘 되었다고 부탁했지만, 그 훈련이 일반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게 막사인지 아니면 새벽녘 클럽 주변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사방에 쏟아져 있는 토사물로 인해 결국 진지를 이동했을 정도였다.

“그건 아니고 말입니다. 사기와 관련된 거라…….”

작전장교의 말을 들은 차 사령관은 얼굴을 구긴 채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야만 했다.

“모여! 모여!”

출정을 앞둔 군인들이 스마트폰 앞으로 모여들었다.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그때 그들의 앞으로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기거이 사망각이라던데.”

“…….”

젊은 군인들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며 밝았던 얼굴들이 우울 가득한 얼굴로 변해버렸다.

“야, 나 저번에 치료해주신 간호 장교님이랑 전투 마무리 하고 소개팅 하기로 했다.”

“오! 우리도요! 우리도!”

“좋네! 여기 인원이 네명이니 4대 4미팅!”

그때 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꼭 결혼 만남 이런 이야기 하면 사망각이라디 아마.”

“아…….”

소개팅 언급을 제일 먼저 했던 병사의 동공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쁘지 않냐?”

“오! 엄마 닮아서 다행입니다.”

그 뒤로 부루가 한마디 던지며 지나가고 우울감이 진영을 휩쓸었다.

“어제 꿈에 말이야…….”

또 다시 먹잇감을 찾은 부루가 한걸음 내딛는 순간 그의 어깨를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그만 하시지요.”

“내래 암 것도 안 했…….”

그때 차 사령관이 한쪽을 가리켰다. 부루가 이동해온 동선이었다. 그곳은 우울의 극치가 펼쳐져 있었다.

“크음.”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사기가 중요하다는 건 고대나 지금이나 공통사항입니다만.”

“미, 미안하게 됐구만 기래. 비니하는 말이 곱씹으니 재미있어서 말이디.”

고빈의 이름이 언급되자 차 사령관이 마른세수를 하듯 얼굴을 쓸었다.

물론 지금 고빈은 부루에게 사망각 발언으로 인해 줘터져서 쓰러져 있기에 이걸 알았다면 억울해 했을 거다.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라. 내래 사기 하난 제대로 끌어올리기로 유명했디.”

당당하게 선언하는 부루를 보며 차 사령관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가 수습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온 천유화가 차 사령관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랍니까? 저쪽 애들은 누구 죽었답디까? 아깐 안 그랬는데 왜 다들 죽상이지?”

“아, 그건…….”

차 사령관이 그나마 말이 통하는 천유화의 등장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천유화의 얼굴이 살짝 굳어져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런 천유화의 표정이 걸렸는지 차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겁니까?”

“예.”

살짝 한숨을 내쉬며 답하는 천유화의 말에 차 사령관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짧게 대답했던 천유화가 말을 이었다.

“저 양반이 뭘 올린다고요? 사아기? 세상에 개가 똥을 참지…….”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딱 봐도 알죠. 무슨 말을 하고 다닐지 말입니다.”

이어진 천유화의 을지부루가 사기 올리는 방도에 대한 사례를 듣고 난 차 사령관이 안색이 창백해져서 달려나갔다.

그 방향은 부루가 먼저 지나간 쪽이었다.

“사, 사령관님.”

“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차준우 사령관의 질문에 창백한 얼굴의 군인들이 입을 열었다.

“자, 잘 싸우라고 하셨습니다.”

“그, 그거 뿐인가?”

“뒈, 뒈지면 좀비가 되고 그리 되면 직접 골통을 갈라주겠다고 하시며…….”

“쿨럭!”

대동소이했다.

즉, 뒈지면 죽는다.

뭐 이런 비슷한 농담이 아닌 협박을 받은 것이다.

그때 다행히 천유화에게 잔소리를 일점사 당해서 끌려가는 을지부루의 모습이 차 사령관의 눈에 들어왔다.

이날의 소란은 고빈에게 전달이 되어졌다.

물론 사망테크 혹은 사망각의 단초를 제공하긴 했으나, 정작 듣고 두들겨 팬 부루가 나중에 생각하니 재미있어 보인다며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떨어진 사기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심지어 판도라 멤버들까지 동원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의 군번을 적은 번호를 추첨해서 단체 미팅 주선에 가전제품과 심지어 집과 별장 등 꽤나 많은 상품이 걸렸다.

단.

이 상품은 생존자에 한한다는 내용에 군인들은 오히려 즐거워 했다.

거기에 킬수 많은 부대의 경우 금일봉과 해외여행까지도 걸었다. 심지어 어떻게 했는지 각국의 여행상품도 지원되었다.

물론 이 부분은 부루가 나서서 늑대형 마물 몇 마리와 딜을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덕에 사기는 더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미국의 닉 레너드 대통령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예?”

“왜 헐리우드 스타의 사인이 든 여행상품권이 필요한 거지?”

“…….”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정보국의 케인 스미스 국장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조금아까 갑자기 핫라인으로 날아와 이런 저런 지원요청이 왔었다. 그런데 그게 병기가 아니라 뭔가 상품들이 많았다.

아마존 이용권이라던지 헐리우드 관광에 관한 것, 혹은 호텔 숙박권등…….

도무지 머리를 굴려도 전쟁과는 연관이 없었다.

다만 그것을 요청한 것이 을지부루라는 것이다.

다만 면박을 당했던 늑대형 마수가 세 마리 지원을 받기로 했기에 그나마 위안이었다.

물론 이번 전투 후의 일이다.

사실 이 전투에서 그들이 크게 패하거나 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반드시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때 스미스 국장의 전화기로 연락이 왔다.

이 일에 대한 정보수집이 된 모양이었다.

전화통화를 한 스미스 국장의 얼굴이 기괴하게 비틀어졌다.

“무슨 일이라던가?”

“그…….”

“나까지 답답해서 미치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스미스 국장이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추첨을 한답니다.”

“What?”

“전투 후 생존자들의 군번 혹은 주민번호를 추첨해서 이 상품들을 돌린다고 합니다.”

“…….”

레너드 대통령은 잠시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다시 말해 주겠나?”

“상품권 추첨이랍니다. 생존자들을 위한…….”

스미스 국장의 조심스러운 답변에 레너드 대통령이 정말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국인들이 전부 게이머란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가 보군.”

“뭐……. 그럴지도요.”

왠지 묘하게 이해가 되었다.

* * *

“대통령님. 미국에서 그 상품 지원관련해서…….”

“하아. 우리 이젠 좀 진지해 줄 수 없는 건가?”

양현재 대통령이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리자 외교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기왕이면 더 크게 배팅한답니다. 유람선도 쏜다고…….”

“고맙다고 하시게.”

“러시아에선 곰과 기념 촬영도…….”

외교부 장관은 잠시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내 뱉는 말을 듣고도 모른 척했다.

‘씨바.’

이해는 갔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양 대통령에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사기는 꽤 올랐답니다.”

“그래요?”

“뭐랄까. 그런 거 있잖습니까. 복권 사고 당첨도 안됐는데 그 다음을 꿈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

그 말에 양 대통령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뭐, 그럼 된 거 아니겠소? 아니지. 기왕이면 각국에 전화해서 이런 거라도 뜯어내 봅시다.”

“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시잖습니까.”

“아, 하하하하.”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이 와중에 무슨 넋나간 소리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세상이 망하니 마니 하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분위기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애써 전투를 앞둔 두려움을 그렇게 잊으려 하는 것일 수 있었다.

“뭐합니까?”

“예?”

“이런 건 외교부가 나가야 하지 않습니까?”

“…….”

“부탁합니다.”

외교부 장관은 자신에게 일을 떠넘기는 양 대통령을 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그도 뻔뻔해지기로 했다. 사기가 오를 수 있으면 무엇을 못할까.

얼마가 죽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전투다.

물론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입을 싹 씻는 국가도 있을 수 있었다.

“뭐, 이참에 이거저거 싹 긁어 보겠습니다.”

“뭐 나쁘지 않겠지요.”

“우리의 승리에 얼마나 배팅하는지 궁금하군요.”

외교부 장관의 한결 편해진 얼굴에 양 대통령도 웃음을 머금었다.

* * *

-한쪽은 똘똘 뭉치고 한쪽은 아우성거리며 손을 내밀고……. 어느 차원이든 비슷한 모습이군.

대군주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의 말에 회유와 교언의 군주 마켈그로이언이 웃으며 답했다.

-허나 이쪽은 그 영향력이 꽤나 빠르게 전달되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기술이 발달된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세상의 지도자들의 반응이야. 싹을 밟아야 할 시기에 설득을 한다는 것이 말이지.

-전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뭐 비교적 신선한 반응이긴 합니다. 이대로 시간을 줘도 알아서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설마 나에게 그걸 권유하는 것은 아니겠지?

기오르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빠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다만 마지막 군주까지 아래에 두시고 난 뒤에는 굳이 손을 쓰실 필요는 없을 것이라 판단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뭐, 그 후야 알아서 맡기도록 하지.

기오르그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눈을 크게 뜨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커다란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이곳을 식민지로 삼기로 했으니 다 부수는 건 지양해야겠지.

-그러하옵니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그 핵이라는 병기가 꽤나 관심이 많이 갑니다.

-뭐, 그렇지. 물리 에너지 양도 다르고 특히 그 방사능?

-그렇습니다.

마켈그로이언의 대답에 기오르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꽤나 마음에 들어. 만약 다른 차원을 침략할 때 그걸 좀 떨구고 시작하면 이번에 뽑아 내지 못했던 힘과 또 소모된 것들을 보충을 빠르게 할 수 있겠더군.

-어차피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저들이 알아서 치고 올 것이니 말입니다.

-뭐 그건 나쁘지 않군. 대충 시끄럽게 만드니 알아서 나오는 것 말이야.

-진정한 왕의 자리에 오르시게 될 것이옵니다.

마켈그로이언의 찬양에 기오르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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