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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37화 (237/305)

제237화 마지막 준비

모두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침묵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인 양현재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 채널을 연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전력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마음은 착잡했다.

미국 쪽에서 급파해 온 맷 할러데이 중장과 그 일행들조차 미국 내부에선 복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일단 주공은 대한민국 쪽인 것을 다들 아는 상황.

하지만, 지금 여력이 있는 나라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유럽 쪽은 당연한 일이었고, 아시아 쪽도 지금 이곳에 참여한 나라가 거의 전멸에 가까웠다.

일본만 해도 지금 참여는 하고 있지만, 누굴 도울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동남아에서 베트남처럼 육군 비중이 크거나 혹은 말레이시아처 럼 일부 섬을 포기하면서까지 버텨 왔던 나라가 그나마 여력이 있는 축에 들었다.

하지만, 그 여력이라는 것이 의미 있는 지원을 보낼 수 있는 것 이라는 건 아니었다.

대침식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랬듯이 오히려 전후 도움을 바라야 할 입장이었다.

그때 중국 총서기인 장위펑이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에 장웨이를 보내겠소.

중국 총서기의 발언에 다들 놀란 눈을 했다.

그토록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하던 이가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여포의 소환자 장웨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몇 정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중국 입장에선 당연한 판단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문이 열린 곳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다.

양쪽 국경을 다 밟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중국 국경 안쪽에 문이 열려있는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적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남하를 했기에 침묵했을 뿐이다.

그저 북진을 할까 봐 단단히 틀어 잠그고 있는 상황.

이유는 또 있었다.

그쪽 지역은 이미 황폐화된 상황이었다. 대침식 이전에는 중국의 영토로써 통제가 가능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버림받다시피 한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쪽은 해당 지역에 대해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통일된 대한민국 쪽에서 해당 지역의 침식화에 대해 중국 쪽에 항의를 했을 때 침묵을 유지했던 지역이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해당지역의 안정화를 시킨 것은 중국이 아닌 대한민국 쪽이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북방 영토를 되돌려 받자는 말도 나오기까지 했다.

물론 있는 땅도 지키는 데 버거운 세상이 되었기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말이다.

다 떠나서 만약에 한국이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바로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쪽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큰 상황에 걸어야 했다.

그렇기에 장웨이를 언급한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금 중국은 분열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대침식 당시 중요 지역의 사수를 위해 일부 지역의 손을 놓은 것이다.

바로 북한 접경지대처럼 말이다.

해당 지역들은 누구나 아는 곳들이었다.

티벳, 내몽골, 신장과 위구르 등의 지역들이었다.

그곳들은 자연스럽게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쪽은 기반이 약한 만큼 침식작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침식작용은 공략을 위한 것이기에 의미 없는 땅덩이를 집어삼키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방송 이후 내부에서 각 군벌들이 목소리를 달리 내며 현재 내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유럽 연합 내부에서도 신생 독립국을 선언하며 깃발을 세우는 마당에 이전부터 내부적 갈등을 겪던 중국이라고 이런 상황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것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탄도미사일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인 피해도 많아지고 있었다.

국가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세계적인 지탄을 받을 만했다.

결국 그런 시선을 의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의 도움이 천군만마와 같았다.

그때 러시아 대통령인 안드레이가 입을 열었다.

-미국으로 야노프 장군이 이끄는 특임부대를 보내겠소. 더불어 한국으로는 필요한 미사일을 통한 화력 지원을 원하는 시기에 충분하게 쏟아내겠소. 원한다면 일부 기지의 지휘권을 양도하지.

안드레이 대통령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양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대통령인 레너드 대통령도 놀란 눈을 했다.

야노프 장군이 이끄는 러시아의 특임부대는 꽤나 유명했다.

맷 할러데이 장군이나 왕웨이 같은 특출난 영웅급은 아니지만, 전부가 무장급이라 알려진 강림자들을 보유한 소환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기에 얼마 전에 한국까지 와서 훈련을 받고 또 장비까지 충실하게 갖춘 이들이었다.

-이거 할 말이 없구려. 다만 한국 쪽으로 지원이 가는 게 더 낫지 않겠소?

-그런 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측 병력보다는 멧 중장의 병력이 한국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오.

그의 말에 레너드 대통령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양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의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에서 전력을 뺄 생각 말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너드 대통령이 한숨을 쉰 것이고 말이다.

거기에 미사일 전력을 투사해 준다는 말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어차피 재래식 포탄의 재고는 어마어마했고, 또 사용한 다음날부터 미국과 러시아 쪽에서 무상으로 보내온 것들도 많았다.

어차피 그쪽도 남아도는 것이 재래식 포탄이니까.

문제는 미사일과 같은 투사체다.

물론 아직 여력은 있었다.

아무리 쏟아부었다 해도 그간 비축해 놓은 수량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후다.

‘이후라…….’

양 대통령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최악까지 몰린 지금 상황에서 이후를 생각한다는 것이 왠지 웃겼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선 이런 고민 따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구를 침략한 적을 몰아내는 장면만 아름답게 보여질 뿐.

그러나 현실은 또 달랐다.

어쩌면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도 이런 것을 각 지도자들은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중국은 보유 중인 은을 무상으로 보내겠소.

-우리도 마찬가지.

-이쪽에서도…….

더불어 일부 여력이 없는 국가들은 비축 중인 은을 보내기로 했다. 은 역시 중요한 물자였기 때문이었다.

대마물 전용 탄환을 만드는 재료에 은이 필수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족 마법사들이 은이 마력 전도율이 높은 소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고맙기도 한 일이지만, 어쩌면 당연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대리전을 펼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몇몇 국가의 수반들이 입을 열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당장이라도 지원을 받고 싶은 곳들이었다.

문이 열리기 직전 갑자기 희미해지거나 사라졌던 침식지들의 문이 열리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프라가 약한 국가들은 더욱 힘에 겨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가장 위기에 직면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기에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전력을 모으는 상황에서 나 도와달라고 할 염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양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선 후방이 든든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여력이 있는 곳에서 다른 쪽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찌 되었든…….”

말을 이어가던 양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곤 말을 이었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모두 양 대통령이 지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들.

결과가 좋지 않을 때라는 것은 대한민국이 무너진 후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마물과 마족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곳이 바로 이 땅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곳이 무너진 후라면 사실 상상하기 힘든 지옥이 기다릴 것이 뻔했다.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첫날 전투가 일단 승리로 돌아간 덕에 다들 현대병기를 대 마물용으로 개조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것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강림자. 그것도 강력한 강림자여야만 한다는 것이 재확인된 셈이었다.

대 마물용으로 개조된 현대화기는 그나마 강력한 무기인 강림자가 적의 지휘부를 처리할 수 있게끔 길을 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에도 그 경악할 만한 미사일과 포탄 세례에 살아 움직이는 존재들을 보고 다들 간담이 서늘해졌던 것이다.

승리 후에 이루어졌던 영상 분석을 통해 각국은 더욱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 때문에 사실 얼마 전 오기원이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회유영 상에 여러 나라가 자중지란을 일으키거나 스스로 이 국제적 연합군에서 빠져나갔다.

사실 그날의 전투를 보고 많은 나라들이 경악에 빠졌다.

마치 보병처럼 늘어서 있는 수많은 포들.

국내에서만 알려져 있던 포방부라는 명칭이 전세계적으로 다시금 각인된 사건이었다.

그 정도로 포화를 쏟아부을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중국 정도를 빼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열광하면서도 자국으로썬 꿈도 못 꿀 화력 이라는 것을 다들 알아차렸던 것이다.

심지어 그 후에도 살아있던 마물들과 마족.

그 마무리를을지부루가 이루어 낸 모습에 박수를 치면서도 불안해했던 것이다.

심지어 미국이나 러시아조차도 말이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정말로 대책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전세계의 모든 핵을 이곳에 쏟아부을지도 몰랐다.

물론 핵이 의미 없다는 것을 이전에도 확인이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아직까지 인류가 가진 최강의 무력은 핵 투발이었으니까.

-그 부분은 별도로 논의하도록 하겠소.

-동의하오.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러시아 안드레이 대통령이 동의했다.

그들의 말에 양 대통령은 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여러분들을 모셨지만,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부터 준비할 것이 많아서 말입니다.”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레너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건승을 비오.

-꼭 이길 것이오.

-무운을 빕니다.

레너드 대통령의 발언이 신호가 된 듯 각국의 대통령들이 한마디씩 말을 뱉었다.

그렇게 통신을 마무리한 양 대통령이 의자에 몸을 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결국 입만 나불거리며 구걸한 건데.”

“당연히 요구할 사항이었습니다. 우리가 무너지면 세계도 끝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와중에도 이후를 생각하며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더군.”

양 대통령의 말에 비서관들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준비는 잘되어 가고 있나.”

그의 질문에 비서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모든 준비는 끝이 났고, 만일을 대비해 도로를 전부 비우고 모둔 수송선들을 항만 부근에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 수송선들을 쓸 일이 없으면 좋겠건만.”

양 대통령의 씁쓸한 중얼거림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그 배편들은 만에 하나 전투에 패배했을 시 국민들을 해외로 실어 나르기 위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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