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36화 (236/305)

제236화 아군이 적으로

콰콰쾅!

폭음이 울려 퍼지며 비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카라라라랑! 전차 궤도가 움직이며 죽은 이들을 깔아뭉개며 전진해 나갔다.

매캐한 화약 내음과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은 전형적인 전장이었다.

이곳에는 인간의 살을 탐하는 마물도 죽어서 다시 몸을 일으키는 마물도 없었다.

오로지 인간들만의 전장이었다.

“왕빠단!”

여기저기에서 의무병을 찾는 병사들 사이에선 인민해방군 군인이 허무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완벽하게 허를 찔리며 시작된 전투였다.

이쪽은 대 마물병기로 무장을 교체하던 중이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에 적은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아군이었던 저들은 화약병기를 그대로 가지고 그들을 향해 밀고 내려왔던 것이다.

중국에도 퍼졌던 영상.

오기원의 영상은 대침식 이후 입김이 커졌던 군벌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때 하늘에서 적진을 향해 불빛을 단 꼬리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배반자들, 다 뒈져 버려라.”

콰콰콰콰!

땅이 진동하며 날아온 미사일이 내리 꽂혔다. 강렬한 화염이 작은 구름을 만들어 내며 사방에 열기를 선사했다.

“뛰어! 공격하라!”

전차가 그 열기를 향해 내달리고 인민해방군 병사들은 장갑차에 탑승하고 이어 달렸다.

“어서 부상자들을!”

“예!”

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군인은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는 아군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때였다.

크롹.

죽은 자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아아악!”

군인이 놀라는 사이 부상병들을 돌보던 아군이 순식간에 괴음을 흘리며 달려든 시체들에 휩싸였다.

이내 걸레짝이 된 그를 뒤로한 채 주변의 살아 있는 적들을 향 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건…… 악몽이야.”

파랗게 질린 병사들이 새롭게 펼쳐진 지옥도에서 넋을 잃어버렸다.

* * *

콰아아앙!

불이 솟구치는 사이 소방관들이 이를 악물고 물을 뿌렸다.

그 와중에 곁에선 전차가 내달리고 있었다.

피핑! 텡!

“Fu*k!”

시민들을 구하던 소방관들은 날아오는 총탄에 순간 머리를 숙이며 욕설을 뱉었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제임스!”

동료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시민들을 구하던 피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탄이 튀, 튀었어…….”

“어서 부축해!”

동료중 하나가 차량에 튄 도탄에 맞은 것이다.

전장은 이곳이 아니지만, 빗나간 탄들은 그들이 있는 곳으로 종종 날아들었다.

쓰러진 동료주변으로 방탄 방패를 든 주 방위군이 달려와 막아 주었지만, 운이 나빴던 모양이다.

동료들은 고개를 떨구고 그 자리에서 늘어진 소방관을 두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피터는 시체로 변한 제임스에게 다가갔다. 주변의 불길 때문에 시신이 타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억울한 모양인지 눈을 부릅뜬 제임스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며 불길에서 먼 곳으로 그를 끌었다. 그때 그의 양손을 단단히 잡는 손길이 있었다.

“제임스?”

그건 죽은 줄 알았던 제임스였다. 그가 피터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여기! 제임스가 살았…….”

주변을 돌아보며 다급하게 외치는 순간 곁에서 방패를 들어주었던 주 방위군이 한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탕!

“왓어……!”

크웨엑!

순간 제임스의 몸이 총탄에 들썩이며 괴이한 소리를 내뱉었다.

“Shit!”

순간 피터는 손을 잡아 떼려 했지만 기괴한 소리를 내는 피터가 아가리를 벌리며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퍼퍽!

피터의 두개골에 총탄이 박히며 손아귀에서도 힘이 빠졌던 것이다.

“피하십쇼!”

그를 구해 준 주 방위군이 그를 부축하며 외쳤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었다. 죽은 자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 하지만…….”

그러나 아직 주변에는 그들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이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에 사납게 날름거리는 불길 안쪽에 모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눈이 마주쳤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그때였다.

촤아아악!

물이 뿌려지며 불길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뭐해! 안 구할 거야!”

닦달하며 외치는 이는 그의 동료인 마이클이었다.

“좀 부탁합니다.”

제임스는 자신에게 피하라 했던 주 방위군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물에 저항하는 화염을 넘어 들어갔다.

“젠장.”

한숨을 쉰 그 주방위군 주변으로 다른 이들이 몰려들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 낸 테러분자들과 그리고 죽은 자들을 상대로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다.

* * *

콰앙!

“Fu*k!”

책상을 내려친 닉 레너드 대통령의 주먹아래에서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책상을 내려치다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대, 대통령님 손을…….”

당황한 참모중 하나가 손수건을 꺼내며 그의 손을 감쌌다. 하지만 레너드 대통령은 그 손길을 뿌리치며 외쳤다.

“저 개소릴 믿는다고? 정말?”

지금 미국 곳곳에선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전과 같은 물건이나 약탈하는 소요사태가 아니었다.

마물과 싸우기 위해 이동하는 군인들의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고 총탄을 쏟아부었다.

심지어 주 방위군의 무기고가 털린 곳도 있었다.

마물에게 죽는 군인들보다 이 소요사태로 죽는 민간인의 숫자가 더 커졌다.

“대체 왜! 차라리 이럴 거면 저 빌어먹을 마물이랑 싸우지 왜!”

레너드 대통령은 흐느끼듯 외치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지 못했다. 지독한 개인주의가 이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요가 더 큰 이유는 바로 미국의 개척정신이 만들어 낸 총기소지 때문이었다.

“소요사태는 강경진압하라고 명령 내렸습니다.”

그때 군 장성이 침통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선조치후보고인 것이다

“젠장. 이, 이 전쟁이 끝나면…….”

레너드 대통령이 이를 갈며 핏발이 선 눈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빌어먹을 총기소지법 따윈 갈아치우겠어.”

레너드 대통령의 으르렁거림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도 빌어먹을 총기가 아군의 뒤통수를 노리는 이 상황에 대통령만큼이나 분노하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그때였다.

“대, 대한민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쪽도 시끄럽지?”

“물론,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북쪽 일부 지역에서 총기 탈취 등 반란군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후우.”

대한민국 쪽 소식에 한숨을 내쉰 레너드 대통령이 자리에 앉았다.

이어 화면이 켜졌다.

초췌한 모습의 양현재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대통령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응?”

대한민국에서 연락이 왔다고만 들었던 그는 이 상황이 뭔가 잠시 고민하다가 인사말을 먼저 했다.

“반가워야 할 얼굴들이 보이지만 상황은 전혀 반갑지 못하구려.”

레너드 대통령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비슷한 표정이었다.

그때 한 영상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내 대침식 이후 만들어졌던 유럽의 신생 독립국 대통령의 머리통에서 피가 뿌려지며 나자빠졌다.

-세상은 평화를 원한다! 신생 북 프랑크 공화국은 이 의미없는 전쟁에서 빠질 것이다! 우리는…….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영상이 까맣게 변했다.

모두가 충격에 입을 다문 사이 양현재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의미 없어 보여 제가 차단했습니다.

그의 말에 각국의 대통령들을 불러모은 게 양 대통령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잘했소. 안 그랬으면 남아도는 탄도 미사일을 날리려 했으니까.”

레너드 대통령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모두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오.

그때 러시아의 안드레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다들 레너드 대통령과 같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연락을 했다기에 접속을 한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절차를 따르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외교적 결례에…….

“관둡시다. 이 상황에 무슨 결례. 빠르게 진행합시다.”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각국 대통령들이 비슷한 발언을 했다.

사과를 하던 양현재 대통령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어 나갔다.

-적 본진을 향해 마지막 승부를 보려 합니다.

그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순간 이 전쟁에 승산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부터 한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승산이 있는 것이오?”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양 대통령이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모릅니다.

그 말에 사방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승산을 따지는 것이 우습긴 했다.

다만 혼란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접속한 국가가 70여 곳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도 있겠지만…….

“마족인지 마왕인지 하는 놈들에게 엉덩이를 깔 준비를 하고 있겠지. 빌어먹을…….”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니면 좀 전처럼 대가리가 터졌거나.

웬일인지 러시아 대통령인 안드레이가 그의 농담에 살을 붙여 주었다.

-제 판단은 아닙니다.

양현재 대통령의 말에 다들 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니 한 명의 강림자.

“제너럴 을지?”

-예.

그의 판단이라는 말에 다들 당혹스러웠다.

물론 그가 다른 강림자와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라는 것은 잘 안다.

또 그가 있기에 이쪽에도 승산이란 것을 꿈꾸었다는 것도 안다.

-준비가 아직 모자란 것으로 아오만.

프랑스 미쉘 대통령의 질문에 양현재 대통령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준비는 해도 해도 모자라지요. 하지만, 더 준비하다간 마족들뿐 아니라 같은 인류끼리 전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핵이 서로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그럼 마족에게 망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망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양현재 대통령의 말에 각국의 대통령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전이라면 말도 안 된다는 소릴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가능했다.

사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 쪽에는 세뇌를 당한 관련자들이 탈취를 시도했기도 했다.

다행히 성공은 못했지만.

-만약 저들이 시간을 끈다면?

중국의 총서기 장위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양현재 대통령이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미리 공유했지만, 저들은 지금 이 상황을 유희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부루 장군께서 직접 나서면 대응을 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그들의 땅과 연결된 게이트가 한곳이기에 그곳을 향해 공격해 나간다면 결국 그들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음.”

-다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미국 쪽의 탑도 공략을 해야 합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그쪽으로도 작은 통로가 연결이 된 상황이라…….

“하아. 버튼 이 개자식.”

이 상황을 만들고 테러까지 저지른 후 죽어 나자빠진 전 안보 보좌관 존 버튼의 낯짝이 절로 떠올랐다.

물론 그가 결재를 한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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