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35화 (235/305)

제235화 이이제이?

방송을 바라보던 양현재 대통령이 물었다.

“이게 방송으로 나올 동안 무얼 하고 있었답니까.”

“죄송합니다.”

방법은 많았을 것이다.

“후우. 됐습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을……. 쌍팔년도 특촬 영화의 악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방송하는 장면을 보며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웃기지도 않구만.”

웃기기는커녕 심각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상당수의 국가들에 이 방송이 퍼져 나갔다. 물론 금방 차단을 하기는 했지만, 너튜브나 파프리카 티비 등등을 타고 번져나갔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어도 좋아요와 구독에 눈이 먼 인간은 있기 마련이었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정말 이쪽을 택하는 것이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한 차선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었다.

또는, 누구보다 앞선 매국활동을 보여 혹여 점령군들이 자신을 이뻐 하며 중히 쓰지 않을까 하는 나름 합리적인 망상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세대 매국노들도 있었다.

“분명 기어오른지 기오르근지 하는 대군주는 이런 잡스런 짓거리와 거리가 멀다 하지 않았습니까?”

양현재 대통령의 질문에 마족 마법사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힘이 있는데 이런 의미 없는 짓에 신경을 쏟지 않는 군주로 유명합니다.

“물론 당신들의 말만 믿고 있었다고 하면 너무 안이한 행동이지만, 일단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를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않겠소? 그것이 이곳에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기도 하고.”

양 대통령의 말에 마족 마법사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사자의 대공이자 대군주인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의 선택은 절대 아닙니다. 이건 아무래도…….

마족 마법사가 잠시 말끝을 흐리다가 이어나갔다.

-회유와 교언의 마족 마켈그로이언의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마족 마법사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회유와 교언.

그 말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그 이름 그대로 지금 행하는 행동이 설명이 딱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회유와 교언의 마족에 관한 정보부터 풀고……, 상황을 지켜 봅시다.”

양 대통령은 맥빠진 음성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보십니까.”

양 대통령이 주변의 국무위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다들 어두운 표정이었다.

“정보를 푼다 한들…….”

“그렇죠. 분열은 생길 거 같군요. 차츰차츰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려 했건만.”

지금 전국적으로 헌혈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갑주를 조금이라도 생산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렬이었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마물이나 마족들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최소한 첫날 급조했던 전차보다는 더 나은 형태의 무기가 만들어질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저들은 그런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공포와 회유를 이용해 이쪽의 시간을 가져가고 있었다.

분열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말이다.

* * *

“욕보셨습네다.”

“아니요. 걱정만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을지부루의 말에 판도라 멤버들은 어두운 얼굴로 답변했다.

전장으로 향하는 그녀들의 정보가 어디서 샀는지 별의별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을지부루가 여자에 환장해서 국가가 로비라도 하듯 판도라를 바쳤다든지 하는 소문이었다.

그녀들이 전방으로 향하면서 부루의 행동반경이 오히려 줄어들 거라는 소리도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인터넷망을 막아버리자는 말도 있을 정도로 지금 넷상은 오만가지 소문과 이야기로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계엄을 이유로 논란 유포자들을 잡아내고는 있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AI기반으로 한 차단 기능을 놀리기라도 하듯 혹은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이라도 하듯 해외의 숙박후기를 썼던 것처럼 문법이나 단어가 맞지는 않지만 읽히는 형식의 문장을 빌어 퍼트리기까지 했다.

전쟁에만 모든 것을 쏟아야 할 정보전 부대가 이런 것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다.

거기에 이유를 막론하고 모두 잡아 들이다 보니 벌써 교도소 등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하다못해 잡다 보니 초등학생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진정 아포칼립스는 인터넷에 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금만 심지가 약하면 목이라도 멜 것 같은 프레셔가 그녀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잘 조졌다는 소리가 나올까?”

열이 받은 서준모 경무관이 씩씩거리며 입을 열자 그 곁에 있던 고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빈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몰리자 빈이 신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작전명 이이제이!”

“뭐?”

“이거 꼭 제의 좀 해 줘요!”

빈은 한쪽에 서 있는 정보부 요원에게 다가가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빈의 헛소리를 들으며 다들 혀를 차는 사이 한쪽에서 카메라와 조명을 든 이들이 몰려왔다.

“어?”

“강 감독님!”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을 이끄는 이는 바로 강찬성 감독이었다.

이전 고진천의 뮤직드라마를 영화판으로 만들고 다큐로 만들어 뿌렸다가 한동안 고초를 겪기도 했던 이다.

“여기까지는 웬일이에요?”

“최대한 우려 먹을 건 우려먹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

“태왕기의 속편 다큐 정도쯤 되지 않을까요?”

“예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 피디가 부루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그를 비추고 있었다.

“왜 판도라 멤버가 중요한지 이유를 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송가은 작가도요. 연관성이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거야 폐하와 연이 닿으신 분들이니 당연한 일 아니갔네? 이곳이 아니었다면 후궁이 되셨을 분들인데. 물론 저 둘은 빼고.”

그렇게 말하며 제이와 레이니를 가리켰다.

* * *

-저 둘은 빼고.

짤방 아래에 댓글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종의 굴욕 댓이다.

판도라 멤버들 영상에는 후궁과 무수리들이라는 자막도 달려 돌아다녔다.

강찬성 피디는 태왕기를 제조명하며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무수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와 연관하여 지금 적들이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어붙였다.

또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콰앙!

“이런 난독증 새끼들!”

댓글 놀이에 심취해 있던 이가 발끈하며 키보드를 후려쳤다.

그는 지금 좋아서 식민지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는 논조로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댓글은 그를 조롱하는 댓글과 거의 직설적인 욕설이 도배되고 있었다.

완전 인플루언서 수준의 댓글들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런 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파, 뭐야 갑자기.”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유지석 씨! 유지석 씨!]

컬컬한 목소리.

순간 열을 내던 유지석은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최근 이러한 논조의 글들을 쓰면 계엄령에 의해 처벌된다는 소문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또 일부 극렬 유튜버들 중 일부는 기사에도 났다.

그게 떠오르자 그는 불안해졌다.

“그, 그 정도는 아닌데…….”

물론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린 것은 맞았다.

사실 이 정도도 문제가 된다면 정말 교도소로는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도 포화상태라는 기사를 봤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은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위이이잉!

뭔가 철문을 뚫는 소리가 들렸다.

“어헉!”

마치 없는 사람인 척하던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것과 원룸의 철문이 열리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유지석 씨. 계엄령 위반입니다.”

“아, 아니 무슨!”

반항은 없었다.

키베를 뜰 때야 여포였지 현실에서는 순한 양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위압적인 상황에서 이야기를 듣던 그는 멍한 얼굴로 군인과 경찰로 보이는 이를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유지석 씨는 경미한 처벌로 하루 댓글 오천 개와 유지석 씨와 같은 유포자를 오십여 명씩 검색해서 찾아내시면 됩니다. 댓글에 복붙은 절반이 넘어가면 안 되며…….”

“…….”

이야기를 듣던 유지석은 자신이 방금 전까지 쓰던 글의 댓글들이 떠 있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아…….”

갑자기 늘어난 디스글과 패드립들. 멘탈을 찰찰 흔들어 대는 내용들의 원인을 이제야 찾아낸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행동은 처벌기간에만 유효하며 이 모든 행동은 기록될 것입니다. 참고로 지금 이 순간부터 유지석 씨의 컴퓨터는 대화면에 공유되며 일체의 부정 행위도 불가능하십니다. 휴대폰과 테블릿 기기도 동일합니다.”

안으로 밀고 들어온 인터넷 설치기사 비슷한 사람들이 뭔가를 컴에 깔고 있었다.

심지어 휴대폰과 테블릿까지 찾아내어 설치하는 중이었다.

“참고로, 야동 같은 걸 보신다면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그 역시 화면공유기에 잡히기에 불법 영상 소지로 죄목이 추가될 수 있으며…….”

유지석의 고개가 떨어져 내렸다.

이제 그에게 있어 자유는 없었다. 심지어 야동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인터넷 전사로 부활해야만 했다.

강제로.

“물론 이를 대체하는 방법으로는 재입대를 통해 마물과의 전쟁에…….”

“할게요! 해요! 한다구요!”

예비군 5년 차까지 이미 소집되었다.

그는 6년 차였기에 지역 방위의무만 가지고 있었다.

민방위와 함께 말이다.

재입대라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그의 선택은 빨랐다.

그래도 이게 나았기 때문이었다.

“동의하시면 여기 서명하시고, 기간 동안은 전자발찌를 채우겠습니다. 해당 동을 벗어나면 바로 신체가 구속될 것이며…….”

“하아.”

티비에서 보던 전자발찌가 아니다. 무슨 모래주머니 같이 크고 튼튼한 게 그의 발목에 턱 하니 보란 듯 채워졌다.

아예 대놓고 히키코모리 행세를 하라는 의미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분탕질을 치던 이들은 하나둘씩 분탕질을 치는 또 다른 이들의 대항군으로 다시 태어났다.

* * *

“캬! 역시 난 천재적인 거 같지 않아요?”

고빈이 자화자찬을 하는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그래. 천재는 천재다.”

서준모 경무관은 빈을 보며 혀를 내두르며 대답했다. 이어서 최후배 경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너도 너지만 양 대통령도 정말 갈 때까지 간 양반이다.”

“왜요! 훌륭한 분인데!”

작전명 이이제이.

이 작전의 입안자는 빈이었다.

악플러를 잡아다 가두지 못하면 악플러를 잡아다 악플러에게 악플을 달아 훼방을 놓게 하자는 그의 헛소리를 정보부 요원이 보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게 통과된 것이다.

어이없게도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 잡아다가 가둘 곳도 없고, 인터넷에는 분란만 생기고……, 게다가 정보전달을 위한 창 역할을 하는 인터넷을 차단하기도 힘들었기에 이 방법이 오히려 났다는 것이다.

대침식 당시 인터넷이 잠시 끊어지자 사회적 혼란이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단순하게 인터넷 하나 안되었을 뿐인데 통제가 되지 않기 시작하더니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의외의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에서도 인터넷을 쉽게 끊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논란거리가 되는 영상이나 기사에는 모두 댓글이 차단되고는 있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역으로 이것을 이용해 나름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은 절대 무시 못 하기도 했고 말이다.

“지랄 말고, 다들 일어나라우.”

“예?”

그때 부루가 몸을 일으켰다.

“시간 끌면 뭐 있네?”

“그야…….”

“채비하라우. 더는 못 봐주갔다야.”

부루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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