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빠르게 지쳐가는 일상
뭔가가 비죽이 나오더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는 언데드들을 향해 무언가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투투툭! 퍼퍽! 퍽!
순식간이었다.
언데드들이 마치 춤이라도 추듯 온몸을 떨더니 벌집이 되어 나자빠졌다.
잠시 뒤, 군인 일개 분대 병력이 달려왔다.
이미 상황은 끝이 난 듯했지만, 그들은 쓰러진 언데드들을 향해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해머로 머리를 깼다.
그들이 오고 나서야 현관문에서 몇몇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102동 402호, 301호. 104동 605호. 105동 401호 맞죠?”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분배 받으시고요.”
그들이 죽은 언데드들을 차에 실으면서 현관으로 나온 남성들을 상대로는 소모된 탄알을 나누어 주는 일을 했다.
전면적인 전쟁이후로는 모든 물자를 중앙에서 통제를 하기에 항상 소모된 대 마물용 총탄은 이렇게 지급을 받아야 했다.
물론 쓴 만큼 받는 건 아니다.
마물 사체를 기준으로 해서 절반 정도만이 나누어 분배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관리실에서 나와 영상을 통해 기여분을 대략적으로 나눈다.
가장 먼저 발견하고 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 쓰러진 마물에 대충 총질하고 분배 받으려던 이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방식이 자리를 잡은 거다.
분란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들 사람이 상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절대적으로 분쟁은 피한다.
이들의 특징은 가족이 있는 이들이다. 가족이 있기에 그게 또 족쇄가 된다.
거기에 이렇게 몇 번 소소한 전투를 하다 보면, 무언가 유대감도 생기기 마련이라 분위기는 오히려 단단해지는 감이 있었다.
그때 피곤한 얼굴로 몇몇 남성들이 군인에게 입을 열었다.
“소탕전은 좀 잘 되고 있어요?”
“최대한 하고 있습니다. 다만 화장터가 한계가 있어서 몇몇 장례 식장과 병원에 항상 병력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하긴. 고생이 많네요.”
그때 안쪽에서 몇몇 여인들이 나와 뭔가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간식 등을 담은 것이었다.
“이거 가져가 드세요.”
“뭐, 이런 걸 다…….”
군인들은 멋쩍어 하면서도 익숙한 듯 받아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다음 물류 차량 호송 때 뵙겠습니다.”
군인들이 경례를 하자 남일 같지 않은지 남자들이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생들 하고…….”
-치익! 개봉 푸르지오 2구역. 2구역 대규모 언데드 발생 지원 바람. 지원 바람!
갑자기 그들이 타고온 차량에 있던 군인의 무전기에서 울려온 외침에 다들 얼어붙었다.
마물 사체를 차량에 옮기던 이도 그리고 보상 차원으로 탄약등을 지원받던 이들도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확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원 가능한 곳은…….
“관리실 방송 때립시다. 일부 지원 가야 할 거 같은데.”
그러자 몇몇 남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이 울리고 난 뒤 십여 명의 남성들이 쏟아져 내려 왔다.
그리고 관리실 뒤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이 그들 앞으로 왔다.
마치 아포칼립스물에서나 볼 법한 장갑을 갖추고 있는 사제차량이었다.
“갑시다!”
그들은 그렇게 덤덤하게 말을 하고는 각자 총기를 가지고 차량에 올라탔다.
그렇게 차량에 올라타던 이들은 각자의 집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베란다에 고개를 내민 가족들을 향해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형님은 다음 순번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한데. 이미 나와 있는 와중에 뭐. 그냥 가지. 푸르지 오라면 지척이잖아. 거기로 끝내지 못하면 난리 난다.”
“하긴.”
“여기 지원화기 하나 투입해!”
“예!”
그렇게 예비군과 민방위들이 차량에 올라탈 때 익숙한 듯 파견 나와 있던 군인들 중 하나가 자신들의 장비를 가지고 차량에 올라탔다.
“이건 뭐냐?”
“이번에 나온 건데 가끔 대형 언데드가 나온다고 해서 가지고 온 겁니다.”
“40m 런처 같아 보이는데?”
“기존 거 손본 거랍니다. 탄피에 화약 대신 압축가스가 있어서 개조가 빠르답니다.”
“우리 쪽도 그런 거 좀 주지.”
“안 그래도 조만간 지원을 하든 상주 인원을 만들어 투입을 하든 하려나 봅니다.”
“그럼 좋고. 다들 조심합시다!”
그렇게 그들은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그 차량 많기로 소문난 도로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그 사이로 군인들을 태운 차량과 이들터럼 개조한 트럭위에 탄 민방위와 예비군들이 각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등에서 한 대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 *
12개동으로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괴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방에는 마물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었고, 일부 아파트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그 와중에 소방관들은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불을 끄기 위해 소화액과 물들을 뿌리고 있었다.
“씨파.”
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것이 어느정도 제압이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지는 못했다.
아파트 쪽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문제는 그 주변에 있던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들이 피해가 컸던 것이다.
굽은 골목들도 인간에게는 유리한 전장이 되지 못했다.
사방에는 울부짖는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영화처럼 하얀 천이라도 덮어 주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호사였다.
더욱이 희생자들의 가족의 억장을 무너트리는 건 마물들과 희생자들의 시신이 구분되지 않고 누워있다는 점이다.
“그, 사령마법사란 놈이 있었나 봅니다.”
“예.”
민방위와 예비군들이 전투를 끝내고 쉬던 중 한쪽에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동대장에게 넌지시 물어본 것이다.
예상이 맞다는 듯 대답하는 동대장을 보며 그들은 어두운 안색으로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오래전에 썩어진 듯한 마물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제법 신선해 보이는 시체들이었다.
언데드화 되는 순간 급속하게 부패가 진행되기에 생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지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에 옷만 봐도,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씨펄.”
한쪽에 포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언데드의 사체가 있었는데 그 옆에는 마치 자그마한 짐승 같은 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꼬리 같은 것이 길게 이어진 것이 언뜻 보면 강아지로 착각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걸 보는 이들의 표정은 더없이 참혹했다.
“차라리 미친 듯이 밀려 내려오면 속 시원하겠네.”
“그러게요.”
“애, 남편은 없나?”
“옆에 머리 없는 사체가 남편이랍디다.”
“차라리 다행이네.”
그렇게 그들은 굳은 얼굴로 말을 주고 받았다.
일가족이 그렇게 죽어 있었다.
남편과 부인. 그리고 뱃속에서 죽어서 마물이 되어 기어 나온 아기까지…….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이나 아기들이 언데드가 되어서 튀어나오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다.
이미 죽은 것을 알기에 쏘긴 쏘지만,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문제는 기분만이 아니다.
발견 즉시 가장 먼저 쏴야 하는 대상이 바로 어린이와 이런 아기들이다.
잽싸고 일단 맞추기가 어렵다.
작기에 오히려 더 위협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오발 사고도 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를 반사적으로 언데드화 된 걸로 착각하고, 쏘는 것이다.
그러면 시커멓게 죽은 진득한 피가 아니라 선홍색 피가 튄다.
그래서 사람들과 아이들에게는 마물에 쫓기면 비명을 지르라고 가르친다.
마물이 듣고 쫓아올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 상황에서 같은 인간의 손에 죽음을 당할 확률은 더 떨어지니까.
그나마 지금은 다들 죽음에 익숙해져서 혹은 마물에 익숙해져서인지, 갑자기 뭐가 튀어나와도 차분하게 판단을 내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덕에 오발 사고에 의한 희생은 줄어 들었다.
예비군과 민방위가 이렇게 후방의 병력들과 연계해서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웃이 당하면 그 다음은 자신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대침식 때 지독하게 당한 사실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사회성이 있어야 같은 인간이 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마지막으로 최소한 이렇게라도 실전을 경험해 놔야, 도움이 먼 상황에서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대다수였다.
다 늦은 뒤에 군을 원망하고 경찰을 원망해 봐야 의미 없다는 것을 지난 십 년 전에 다 겪어 봤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이후로 사람들은 계속 끝나지 않은 전쟁을 준비해 왔는지도 모른다.
혹은 반백 년간 일상처럼 내려온 전쟁 준비가 몸에 배였을 수도 있고 말이다.
“아저씨 치료하세요!”
군의관이 부르자 몇몇 남자들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려도 괜찮은 거 하난 다행이네.”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물렸을 때 치료는 반드시 해야 하기는 했다.
급속 부패된 시체들 자체에서 나오는 독성이 꽤나 무섭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항생 치료가 없으면 오래 시름시름 앓다가 빠르게 죽어버린다.
그 정도로 독성이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물리면 바로바로 치료를 해야 했다.
하지만, 누구나 말한다.
이 정도면 감지덕지한 거라고.
만에 하나 정말 영화나 드라마처럼 스쳐도 감염이 되면 이 세상은 이미 끝장 났을 거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전투가 한쪽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 * *
뉴스를 보던 고빈이 갑자기 뛰쳐나가자 다들 걱정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에 빈이 돌아오자 다들 질문대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랑 하시대요. 얼마 전에 새로 산 새총으로 헤드샷 날리셨다고요.”
빈이 피식 웃으며 말을 하자 그제야 다들 웃을 수 있었다.
방금 전, 뉴스에 나오던 지역이 바로 빈의 어머님이 사시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빈이 국가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에 그의 가족 주변에는 소환자와 기동대 그리고 경호원들로 구성된 보호병력이 파견되어 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모르는 일이기에 다들 긴장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꽤 많이 죽었나 본데.”
“예. 그나마 오늘은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네요.”
마치 옛날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을 연상케 하는 상황판에는 하루하루 죽은 이들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 옆에는 괄호로 빨간색 숫자가 있었다.
죽었다가 다시 몸을 일으킨 이들을 의미하는 거다.
죽어서 적이 된 숫자.
첫날 전투 이후 겨우 5일이 지났고, 언데드 출몰 이후 4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4일 동안 민간인 희생자 숫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물론 첫날에 삼천. 둘째 날에 이천 이백.
셋째 날에 천백이 조금 넘는 숫자였다.
그리고 넷째 날 밤을 지나는 지금 팔백여 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랄까 천 명대에서 처음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위안이 될 수는 없었다.
첫날 수만 발의 포탄이 오갔던 이곳 전장에서 죽은 군인의 숫자가 천 명이 조금 안 되었으니까.
“오기원 개새끼.”
그때 누군가가 욕설을 뱉었다.
오기원이라는 이름에 다들 살기를 뿌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런 방식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자의 대공이 이끄는 군대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마족 마법사들의 증언 때문이었다.
이러한 작전들이 펼쳐지는 경유는 오로지 현지에 협조자들이 생겼을때라고 말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까요?”
빈이 던진 말에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슬슬 전투가 벌어질 법도 한데.”
“쉽게 밀고 올라가기도 좀 어렵잖아. 막는 거라면 모를까.”
그나마 이렇게 적들의 남하를 막아선 것만 해도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만 남겠네요. 거기에 막말로 중국쪽이 전부 언데드가 되면 그건 누가 막아요.”
“아, 소름.”
중국 이야기에 다들 몸을 떨었다. 대침식 이후 크게 줄어든 인구.
그게 십일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