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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27화 (227/305)

제227화 공포를 일상으로

* * *

이 열화판 좀비에 관한 이야기는 꽤 빠르게 전파 되었다.

일부는 농담으로 ‘지구산 좀비보단 열화판이다!’라는 말도 나돌았다.

물론 그런 것과는 달리 상황은 꽤나 심각하게 돌아갔다.

죽은자가 되살아난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

영화처럼 물리거나 스치기만 해도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당하는 순간 적의 마법사가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위협은 좀비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 해골이다!”

“스, 스켈레톤이다!”

백골만 남은 시체들이 몸을 일으켜 인간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면서 점점 화장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장법이 주였다.

거기에 오래전에 매장했던 시신들 역시 사령술을 주로 쓰는 사령 마법사들에게 있어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되살린 해골병사들의 내구성은 낮은 편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 꽤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완전 하얀색이 아니고 바랜 회색에 가까운 뼈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 형태가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아, 밤중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고빈과 일행들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허탈해 했다.

“이런 거 막으려고 우리가 여기 와 있는 건데.”

기동대원중 하나가 허탈한 목소리를 흘렸다.

후방의 소란은 전방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심적 부담을 가져왔다.

그들이 여기에 와서 악착같이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마물들에 의해 가족이 희생을 당해서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뒤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건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후방에 난리가 났으니 꽤나 심란한 것은 당연했다.

“민방위랑 예비군들이 있다 하디 않았네?”

을지부루가 조심스럽게 묻자, 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그거요…….”

전방에 와있는 군인들과 달리 아무리 후방에 병력들이 있다 해도 민간인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혼란이 적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가짜뉴스는 나오는 족족 털어버리는 덕에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데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위협은 잔존해 있는 상황이었다.

“기거이 야밤에 보는 거 씌우면 되디 않네.”

“야투경을 쓴다 해도 그건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에 열영상 카메라도 의미 없고.”

기동 대원중 하나가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실제 침식지나 대침식 당시에도 언데드는 흔하면서도 꽤나 곤란을 준 마물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문제인 것은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부랴부랴 매장한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고는 있지만, 화장터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몰려다니디 않네? 낮에 쳐 없애면 되디.”

“일단은 그게 방법이라 최선을 다하고는 있습니다만, 우리는 잠을 자야 하지만 놈들은 잠이 필요 없으니 그게 문젭니다. 낮에 싸우는 것보다 밤에 싸우는 것이 더 힘든 법이기도 하고.”

조명탄이나 불빛을 비추는 식으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있지만, 낮보다는 확실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빈이 한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와중에 멍때리고 있는 거간?”

그 모습에 부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빈이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걸어가더니 일반 군인의 총을 매만졌다.

“여기에 야광 있지 않아요?”

빈이 매만진 것은 K2소총의 몸통을 개조한 총기였다.

화약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투사체를 쏘아 올리게끔 만든다지만, 있는 금형을 놀릴 필요는 없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총열과 그 끝에 달린 가늠자였다.

“있지. 여기. 너도 이걸 아냐?”

“저도 군필이거든요.”

“그랬나? 하기사.”

그때 총을 살피던 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전부는 아니지만, 낮에 적진 머리 위에 야광액 같은 거 뿌리면 안 돼요?”

빈의 말에 다들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헐?”

왠지 그럴 듯했다.

* * *

“…….”

“저거 분명.”

“예. 오네요.”

“여기저기 얼룩덜룩 하긴 해도 언데드가 맞는 모양입니다.”

짙은 어둠속에 형광색으로 빛나는 것들이 다가오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저거 지우지도 않고 오네?”

“잘 안 지워지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복잡한 명령을 듣는 애들은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언데드 특성상 하위 마물의 경우는 단순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살의.

전진 오로지 전진.

마치 경비견 다루듯, ‘기다려 물어!’ 정도의 명령이 전부라 전달받았다.

어쩌면 몸뚱이가 밝게 보이는 거야 별 차이 없다고 적들이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이쪽에서 조명탄도 쏘아 올리고 조명도 비추니까.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저거 보니까 그거 생각 안 나십니까?”

“뭐? 아, 뭐 말하는 건지 알겠다.”

“예. 그 까만에 해골 그려진 야광옷.”

“저 어렸을 때 해골 인형 줄에 매달아서 장난치고 했는데.”

“큭큭큭!”

“푸흐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둠에 둘러싸여 언 듯 언 듯 드러나는 언데드들을 보면 절로 긴장되고 얼어붙는다.

공포는 또 다른 적이다.

그러나 야광색으로 온몸을 빛내며 다가오는 적을 보는 순간 긴장과 공포가 미묘하게 변한다.

분명 적이고 두려운 존재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암흑의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

그 효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들어내었다.

* * *

“…….”

-희안하군. 은밀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런 결과라니.

오기원은 텔레비전을 통해 언데드들이 말살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문제는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말하는 마켈그로이언을 보며 무언가 고구마를 입에 한상자는 처넣은 기분을 느꼈다.

-자네에게 불경한 마음이 드는 건 내 착각인가?

“죄, 죄송합니다. 아, 아무래도 언데드가 좀 많이 소비되는 콘탠츠중 하나라 이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도심지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효과가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병력이 딱히 줄어들 기미는 없군.

“그건……. 후방에도 정예는 아니지만 충분한 병력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기원의 말에 마켈그로이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였다.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가 모습을 드러내며 오기원의 복장을 뒤집어 두었다.

-붉은 색으로 빛이 나면 꽤 보기에 좋겠어. 안 그래도 언데드들은 영 칙칙한데 말이지.

“…….”

기오르그의 감상에 오기원은 지금 이 순간 사이다가 간절했다.

-전쟁이 끝나고 이 세상을 점령하면 그대의 수하를 통해 구해보면 좋겠어.

-좋은 의견이십니다.

오기원은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빨간 형광액을 뒤집어쓴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자신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허, 허나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닐지…….”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은 기원의 말에 기오르그가 그를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잿빛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뭐, 이쪽세상에선 저런 모양이 꽤나 우스꽝스러울지 모르지만, 다른 세상에선 또 다르지. 익숙함 차이랄까.

“아…….”

기오르그의 말에 기원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생각과 문화가 다르기에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는 이 군대를 이끌지 않기를 기원했다.

그의 군주가 마켈그로이언임을 감사했다.

그때 기원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헌데 적들과의 전쟁을 미루어 두시는지요.”

기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종속된 이후로 이들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을지부루가 강하다 해도 이들이라면 충분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강해졌지만, 내 권속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지.

“예?”

-우리끼리 흘린 피가 많았다는 것이지.

마켈그로이언이 보충하듯 설명을 했지만 기원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대군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전쟁을 벌였으니 분명 전력에 누수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과 지금 시간을 끄는 것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곳을 마계화 하기로 한 이상 점령한다 해도 큰 에너지를 뽑아내지 못한다는 의미. 그렇지만 전쟁을 계속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음차원의 에너지는 제법 보충할 만한 성질이기 때문에 혼란을 유도한 것이고.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다음 전쟁을 위한 보충의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세상이 혼란에 빠지며 몰려오는 기운이 꽤나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기오르그가 다시 화면을 보았다.

승리했다며 외치는 뉴스엥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옛날 세계대전때나 볼 만한 그런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약간 과장되게까지 느껴졌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덜 하군.

기오르그가 콧잔등을 살짝 찡그리며 맘에 안 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마켈그로이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허나 공포는 전염되기 마련입니다. 저들의 병력이 이쪽에 몰려 있는 한 후방에서의 혼란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리다 말았지만, 후방에도 정예는 아니지만 충분한 병력이 남아있습니다.”

-그래. 어떤 세상이든 그랬지. 밭을 갈던 농부도 펜을 들던 학자도 결국 쇠스랑과 칼을 쥐었지. 하지만, 그런 무지렁이들은 결국 아무런 의미없는 전력일 뿐. 긁어 모은다 해도…….

마켈그로이언의 말을 기원은 끊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땅에선 약간 달랐다.

“다른 나라는 그게 맞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조금 다릅니다. 이곳의 남자들은 대부분 군사훈련을 받았으니까요.”

-재미있구나. 그런 농담…….

마켈그로이언이 기원의 말을 받아 대꾸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권속인 기원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진실을 의미하는 감정.

마켈그로이언의 표정을 읽은 기오르그가 정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친 곳이군. 그게 진짜라면.

“이 땅이 흔치 않은 곳이긴 합니다.”

기원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나라 주변이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것은 둘째 치고 그 안에서 서로 치고받기 위해 반백년이 훨씬 넘게 전쟁준비를 항상 해오던 나라가 대침식을 거치면서 실전까지 겪었다.

사라졌던 교련과목도 부활한 마당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더욱 기대되는 군. 이런 곳에서 새로이 태어날 나의 권속들이 말이야.

기오르그의 말에 기원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이 특수하기도 하지만, 이 지구는 하루도 전쟁 없이 살아간 적이 없는 세상이니까.

* * *

하루가 머다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그 와중에도 밤이 되면 온 도시는 환하게 불빛을 밝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언제 어디서 언데드가 출몰할지 모르니 시야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대침식 이후에 변화된 것 중 하나가 전국에 태양광등의 대체발전 시설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언젠가 발전소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선 그게 효과를 보고 있었다.

크워어억! 아파트 단지로 괴성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그 시간 단지 내에는 방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지금 입구를 통과한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연신 들려오는 방송 소리에 베란다 문들이 슬며시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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