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26화 (226/305)

제226화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자세

* * *

타타타타! 타타타타!

“What the F**k!”

“Help me!”

로스엔젤레스 시가지에선 전쟁이라도 난 것 마냥 총탄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욕설과 비명이 뒤섞이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을 만들어낸 존재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크르륵! 크륵

크쿼어억!

평소에는 비척거리면서도 먹잇감을 발견하는 순간에는 폭발적으로 달려드는 존재들.

B급무비의 단골 소재였으면서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존재.

바로 좀비라 불리는 것들이다.

언데드라 불리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죽음에서 깨어난 마물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것들은 다른 마물과 달리 무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는 것이 때로는 독이 되는 듯 많은 사람들에게 좀비는 전염병 이상의 공포로 되돌아 오고 있었다.

항구에서 시작된 이 좀비사태의 주범이 누구인지는 명확했다.

바로 사자의 대공.

사자의 대공이 펼친 술수라는 것쯤은 모르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 이외의 나라에게까지 그의 마수가 뻗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족들의 주공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수천발의 미사일과 수십만 발의 포탄이 날아드는 그곳을 보며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의 분전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때론 먼발치에서 불구경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어느 상황에서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사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유럽과 동남아는 물론이고 러시아나 동아시아에서도 이런 상황이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는 이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좀비물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 만큼 그것에 대한 어설픈 상식을 자랑하는 이들도 많았다.

진짜 위협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 * *

탕!

“어떤 빌어먹을 자들이 이게 물을 타고 전염이 된다는 낭설을 퍼트리는 거야!”

미국의 닉 레너드 대통령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꽤나 아플 법도 하건만 흥분에 가득 차 있어 고통도 느끼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차단을 하고 있습니다.”

“마켓은?”

“전부 마비 상황입니다. 심지어 메틸 알콜을 물에 타서 먹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Shit!”

레너드 대통령이 벌떡 일어서며 욕설을 연신 내뱉으며 발을 굴렀다.

좀비 바이러스가 물을 타고 전염되니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알콜성분이 어느 이상 함유된 것을 마시면 문제 없다는 개소리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마켓에 술은 물론이고 소독용 알콜이 모조리 동이 났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전 전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때에도 잘못된 정보로 인해 먹어선 안 될 것들을 먹고 죽는 이들이 속출했던 사례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술이 없다고 공업용 알콜을 들이키다가 죽는 이들이 사방에서 속출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조심하는 게 아니라 양 조절을 못해서라던지, 차라리 좀비가 되느니 위험을 감수하는게 낫다던지 하는 개소리가 난무했다.

“한국은? 그쪽에 전문가가 많을 것 아니야! 성수에 알콜을 타서 이베이에 올리거나 무슨 실험실 표본마냥 술을 담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인스타로그에 올리며 플랙스라 외치는 미친놈들을 설득할 근거를 마련해야지!”

레너드 대통령이 씨근덕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케인 스미스 정보 국장이 입을 열었다.

“이미 전쟁 발발 전부터 정보를 받아서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지금의 상황은 전혀 맞지 않는 뉴스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그래봐야 음모론이 어쩌니 하고 또 떠들겠지.”

레너드 대통령이 허탈한 음성을 내뱉자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긋지긋 할 것이다.

그놈의 음모론.

“그런데 한국쪽은 어떤가? 그쪽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던데.”

“그게…….”

“응?”

“방송을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스미스 국장이 어색하면서도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보요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면서 한국의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레너드 대통령의 첫 마디.

“지금 이거 농담인 거지?”

* * *

-오늘의 스승님을 공개하겠습니다! 마수의 군단 소속 마법병단의 병단장이자 언데드 전문가인 헤게루이안 님이십니다!

-와! 나 저분 알아!

-스승님 저도 마법좀!

-와, 이거 집스승일체 잘나가는구나아!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스승이 될 헤게루이안입니다.

뉴스는 기본이었다.

오만가지 예능은 좀비특집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바빠진 것은 헤게루이안과 그 휘하의 소환전문 마법사들. 그리고 함께 연구하던 연구동의 연구원들이었다.

이 와중에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했지만, 의외로 효과는 있었다.

좀비사태를 웃음거리로 포장하지는 않았지만, 예능을 빙자해서 정보전달을 시도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모든 방송이 이들을 모셔서 24시간 끌고 다니며 방송을 하고 있었으니 자다가도 좀비는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게 끝은 아니었다.

유명 너튜버나 파프리카 티비 등의 개인방송들 역시 이들과 접촉을 하여 정보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한편은 아니었다.

이 와중에서도 음모론은 횡행했으며 정치적 입장을 띤 방송들은 반대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쏟아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유명 너튜버가 등판해서 그들이 무언가의 사주를 받고 이런 방송을 하는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것을 상대방이 반박하기도 전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쳐서 통장부터 해서 탈탈 털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자들은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일부 대원그룹과 끈이 남아있던 언론까지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며 공중분해 되었다.

평시라면 이렇게 신속하게 공중분해 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전시다.

그리고 그들의 여죄를 공개하고 그것을 처음 문제제기를 했던 유튜버들이 연속기획으로 쏟아내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정보부는 모든 것을 총 동원하여 가짜뉴스를 탈탈 털기 시작했다.

* * *

“대원그룹?”

“정확히는 대원길드입니다.”

양현재 대통령의 질문에 주지훈 정보원장이 살짝 정정해 주었다.

“돈은 대원그룹에서 나갔을 거 아닌가.”

“그게 지금 오기원이 대주주긴 하지만 그 자격이 정지된 상황이라…… 모호하긴 합니다. 다만 확실히 그 세력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대원그룹을 다 텁시다.”

“예?”

“다 털고 대원그룹을 당분간 국가가 운영합시다.”

공산국가에서도 잘 벌어지지 않는 일을 지금 하자는 거다.

“그건…….”

“나중에 제값에 사갈 기업이 나오면 그때 돈 제대로 받고 팔면 되는 거 아닌가?”

막나가기 시작한 양 대통령 다웠다.

“그때 판 돈으로 이번전쟁에 희생자들과 피해 입은 이들을 위한 비용으로 활용하면 최소한 도의적인 욕은 안 먹겠지.”

“추후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만.”

“각 장관들은 들으세요. 지금 대원그룹은 전법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연관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칫 확대해석 하다간…….”

“물론 대원길드와의 일은 무관하고 억울하다며 외치는 건 알지만, 아직도 그 내부에 암약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계속 추적하는 가운데 대원그룹 혹은 그와 관련된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차피 지배주주가 날아간 상황이니 이 방법대로 밀어붙입니다. 반국가적인 행위를 한 기업은 국가가 자산을 몰수 할 수 있도록 국회에게도 입법요청을 하세요. 전시 입법입니다.”

양 대통령의 결단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세상이 망하냐 마냐인 상황에서 우스운 논란이기도 했다.

또 전시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재화를 전쟁의 피해자들에게 돌린다는 내용은 국민의 반발을 최소화할 만한 부분이기도 했고 말이다.

“단, 중간에 해처먹는 인간들이 없도록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나 혼자 살겠다는 놈들 나타나면 제일 먼저 죽여 버리란 말입니다.”

양 대통령의 살벌한 발언에 다들 살짝 얼어 붙었다.

그쯤 되자 양 대통령이 자신이 너무했나 싶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 정도로 철저하잔 겁니다. 설마 진짜인 줄 아신 건 아니지요?”

“아하하!”

“설마요!”

그의 너스레에 그제야 다들 살짝 분위기가 풀어진 모습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런 거였…….”

문제는 그 와중에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의 모습을 보고 양 대통령은 얼굴이 헤쓱해졌다.

그는 국방장관이었다.

원리 원칙주의에 특전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장관자리까지 오른 이였다.

양 대통령은 고개를 빼서 그의 메모를 훔쳐보았다.

사살이라는 단어 위에 볼펜으로 X자를 긋는 모습이 보였다.

‘이 양반 앞에선 농담도 하면 안 되겠구나.’

세삼 원리원칙주의자가 무서워지는 양 대통령이었다.

* * *

사방에선 좀비들이 창궐하는 가운데 소환자와 강림자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예라 불릴 만한 이들이 전방에 몰려있는 가운데 후방에서 벌어지는 소요는 오로지 비교적 낮은 급수의 소환자와 강림자들이 맡아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반 마족병들이 일정 팀별로 조언을 해준다는 것.

마법사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희망일 뿐이다.

을지부루 휘하의 마법사들의 상당수는 전부 전방에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소수의 마법사들은 24시간 잠도 안 재워가며 쥐어짜서 방송에 활용하다보니 배치할 만한 이들은 일반 마족들뿐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마족이다.

마족의 생리를 잘 아는 이들이었기에 언데드가 나타난 곳에서는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마룡족의 일원인 카르탈마니어였다.

-모조리 쓸어버리겠드아아아!

전장에 나서지 못한 분풀이라도 하듯 언데드가 나타난 곳에 모습을 드러내 싹쓸이를 해버렸다.

군단장급 마족인 덕에 일반적인 언데드는 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만약을 대비하여 판도라 멤버를 보호하기 위해 후방에 두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언데드를 방치했을 때 더욱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도 매일 오분대기조마냥 기다리다가 출동해서 간간히 몸을 풀고 왔다.

이 와중에도 가짜뉴스를 압도할 미디어 공세에 덕분에 제대로된 정보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할퀴면?”

“아프지.”

“물리면?”

“심하면 살점 떨어져서 죽을 만큼 아프지.”

예비군들은 좀비 소탕에 앞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게 끝? 물리면 죽어서 좀비 되는 거 아냐?”

“물려서 피가 철철 나는데 지혈도 안 하고 놔두다가 상처 곪고 그러면 죽을 수는 있겠지. 그건 좀비 아니어도 죽지.”

“그게 무슨 좀비야? 그럼 물렸다가 죽어도 좀비 안 되는 거네?”

“왜? 맘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새끼 말이 그렇다는 거지.”

평소 동네 친구인 듯한 예비군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흘렸다.

언데드는 언데드일 뿐이다.

영화의 좀비마냥 물린다고 좀비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게 증명된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좀비들에게 죽은 이들이 또다시 살아나는 것은 그것을 살리는 매게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바로 사자의 대공의 권능인 사자 소환을 이어받은 휘하의 마법사들이 그 매게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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