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23화 (223/305)

제223화 뚝배기

* * *

너튜브 본사는 지금 올라오는 영상을 보며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게 영화나 혹은 게임의 영상이라면 이해가겠지만, 이건 실전이다.

물론 이전에도 고빈의 사냥 영상은 편집되어 올라왔지만, 이건 달랐다.

이 영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가 패닉에 빠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거의 실시간 편집을 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 최소한 피가 철철 넘치는 슬레셔 무비에 비하면 이 정도면 전체 관람가군. 문제는 이게 실제 지금 벌어지는 거라는 거 아닌가.”

너튜브 CEO인 넨시 보이치키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차단합니까?”

“연방정부에서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는군. 영웅들의 모습을 세계인은 지켜볼 의무가 있다며.”

“미쳤답니까? 그리고 우린 사기업입니다. 정부가…….”

“세상이 망하면 우리도 망해.”

그녀의 말에 중역들은 입을 다물었다.

영상을 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빌어먹게도 미국적인 영상을 미국이 아닌 곳에서 보내고 있군.”

* * *

“저기에 우리나라 국기가 펄럭이면 흔하게 보던 영화일 것인데 말이야.”

닉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국무위원들이 쓴 웃음을 머금었다.

지금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전투장면을 보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심지어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릴 지경이었다.

힘없이 늙어가던 노인이라 하더라도 저걸 보면 집안에 있는 샷건이라도 들고 뛰쳐나갈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우리 쪽은…….”

“일단 계속 물러서면서 방어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질문을 하는 이나 답변을 하는 이나 자신이 없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처럼 포격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쪽은 마물의 숫자가 더 압도적이어서인지 방어에 도움이 좀 됩니다.”

미국은 그 빠른 시간에 대한민국의 전투를 벤치마킹 하고 있었다.

“우리 쪽은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구조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니 곧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지.”

레너드 대통령이 말한 것은 바로 개조된 전차였다.

저들이 전차까지 개조해서 공기압축포를 달아놓았을 줄은 그들도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비슷한 것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개발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저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멧 중장일행을 보낸 게 실수 아니었을까요?”

누군가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의견을 내비쳤다.

“그럴수도. 하지만 말이네.”

레너드 대통령이 고빈 일인칭 시점으로 찍고 있는 영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멧 중장이 여기에 있었다 하더라도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위급 마족으로 보이는 이들을 박살내며 나아가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그래도…….”

“솔직해 지자고. 주 전장은 저곳이고 우리는 그저 곁가지에도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일세.”

“오키나와 쪽은?”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공군참 모총장이 대답했다.

“비행대가 항상 출격대기중입니다.”

“최악의 경우 제너럴 을지와 그 일행들은 구해 와야 하네.”

“Sir!”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물론 그들이 그 땅을 버리고 올지는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 상륙 작전을 약속하고서라도 그들을 빼와야 했다.

그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무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의 땅에서 적들을 일소시키고 바로 이곳으로 와서 저 빌어먹을 탑인지 뭔지를 무너트리는 것이다.

그런 레너드 대통령의 심기를 읽었는지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걱정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전력을 동원해 적들을 훌륭히 막아 내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얼마나 위안이 안 되는 말인지는 아는 건가?”

위로가 독이 되었다.

대한민국에 쏟아지고 있는 마물들의 십분지 일도 안 되는 숫자를 지금 미국 본토의 전군을 동원해서 막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슬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렇게 막아내며 버티고 있는 곳들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전부다.

만약 저기 대한민국에 적들의 전력이 몰려가지 않고 골고루 쏟아져 나왔다면 전부 막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밀렸을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마족들이 아닌 마물들의 러시가 다시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지금 모든 국가들은 그야말로 아마겟돈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구원을 외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돕지도 못하고 절절매는 상황이었다.

“동맹의 승리에 기도를 하자고.”

레너드 대통령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 * *

“장난해?”

“왜요! 우리도 싸울 수 있다니까요!”

일부 학생들이 칼라파트가 선명한 가스건이나 전동건을 들고 대 마물 탄환을 사겠다고 와 있었다.

한정적으로 방어용으로 지역에 풀고 있던 군수과의 군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탄속 제어도 풀었다고요!”

“맞아요! 티비 보니까 이걸로 마물로 잡던데!”

학생들을 보던 한 군인이 혀를 내둘렀다.

“그 아저씨 총은 그때 쓰고 작살났어! 그리고 그건 에어소프트나 그런 게 아니야! 생긴 거만 비슷하지! 탄속제어를 풀었다 해도 그걸로 토끼 한 마리 못 잡는다고!”

답답하다는 듯 군인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그러자 그 뒤에 줄서있던 한 중년인이 자신의 총을 내려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거 예전에 티비 보니까 여기에 쇠구슬 넣으면 차유리도 부수고 그러던데.”

“아저씨 그거 개구라에요. 뭔 쇠구슬을 넣으면 차창문이 깨져요. 아씨, 그거 때문에 에솝 동호회나 그런 곳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였잖아요. 방송에 기레기 날아다닌다고.”

“구라야?”

“예. 소총탄이 줄로 따지면 1500줄 정돈데 지금 세상에서 기준치 제일 높은 대만이 20줄이에요.”

“이건? 비싸게 준 건데.”

군인의 말에 중년인이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총을 들어올렸다.

“국산이네요. 그거 0.2줄짜리에요. 안 쏴봤어요? 십미터 넘어가면 곡선 그리기 시작하는 거?”

“그, 그럼 안 되는 거야?”

“총알 아깝죠. 여기에 소량이지만 은도 섞여 있는데.”

군인의 말에 중년인이 울상을 지었다. 보아하니 만에 하나 식구들이라도 지켜보겠다고 산 모양이었다.

최근 들어 유언비어가 재 확산되며 저런 것을 바가지 씌워 파는 일당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20세 이상이 쓰는 거라며! 왜 이딴 걸 만들어서 그래!”

“제 말이요! 왜 어른들이 노는 걸 가지고 그딴 애들 장난감에도 안 쓰는 기준을 두냐고요!”

“야! 너 자꾸 딴말 할 거야? 동호회 출신인거 광고하냐!”

“죄, 죄송합니다!”

그때 상관이 버럭 소릴 내지르자 군인은 당황하며 서류를 나누어 주었다.

“거기에다가 이거 사 가시려면 민방위 소속 확인하고 하셔야 해요. 심지어 총기는 각 아파트나 동에서 별도 거치하고요. 법이 그래요. 최근에 인터넷에서 사고 파는 것도 원래 다 불법이에요. 차라리 새총을 사세요.”

“하아.”

자구책을 구하기 위한 국민들의 움직임에 이렇게 군인들까지 동원해서 계도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경찰들도 이런 것을 가지고 사기 치는 놈들을 단속하느라 바빴다.

그때 학생들이 유투브를 보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입대를 해?”

“은총 받으면 우리도 이렇게 되나?”

고등학생들이 나누는 말을 듣던 군인이 버럭 소릴 내질렀다.

“애들은 가라! 쫌!”

* * *

“아악!”

떨어진 방향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고빈은 이를 악물었다.

소환자의 비명 같았다.

하지만, 그곳으로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제코가 석자였고, 또 바라보고픈 광경도 아니었다.

그때였다.

[이탈하셔야 합니다!]

그를 보호하던 마족마법사 토글라스의 외침이 들려 왔다.

“어헉!”

그가 경고를 보내왔다는 것은 마법으로도 막기 힘든 공격이 날아온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빈이 깜짝 놀라며 말고삐를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말이 알아서 그를 태우고 이탈을 시작했다.

이탈한 지 몇초도 안 지나 그가 있던 자리의 땅거죽이 그대로 뒤집혀졌다.

콰콰콰콰쾅!

흙먼지가 흐트러져 내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대부를 마치 방패마냥 앞으로 내밀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을지부루였다.

“먼지만 풀풀 날리고 뭐하자는 거간?”

부루가 천천히 대부를 내리며 서늘한 시선을 내보였다.

[마수의 군주여. 그대에게 분에 넘치는 자리를 가지러 왔노라.]

해골기사의 뻥 뚫린 안와 안에서 붉은 빛이 발광하며 맴돌았다.

그 모습이 마치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거죽이 다 벗겨진 기계병사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크락셀이라는 놈이네?”

[알고 있구나. 그럼 네놈의 군주 놀음도 여기까지라는 것도 알겠지?]

“지랄 말라. 결국 막지도 못하고 나자빠진 놈 주제에. 쪽팔리디도 않네?”

[전혀. 비루하게 아둥 버둥 거리던 생전보다도 지금이 더 낫지.]

약탈자의 눈동자.

타락영웅 크락셀은 뭐가 좋은지 이빨을 딱딱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다른 군단장들과 달리 그의 키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에서 내리고도 2미터가 훌쩍 넘는 그의 큰 키는 부루에 비하면 훨씬 컸다.

몸뚱이를 비교했을 때 부루가 그보다 나은 것은 높이가 아니라 좌우 폭이었다.

최소한 부루의 타리통과 팔뚝은 크락셀의 허리와도 비슷해 보일 정도로 두터웠으니까.

“뼈마디만 남아서 어디 내 되끼를 제대로 막기나 하간?”

[자만하지 말지어다. 살아 생전 내 손에 죽은 마계의 군단장이 두 자리 숫자에 가까우니 말이야.]

“웃기구나야. 함 막아 보라우.”

더는 말을 섞을 이유가 없다는 듯 부루가 먼저 달려 나갔다.

콰콰콱!

그가 밟았던 땅이 퍽퍽 패였다.

단 세 걸음.

서로간의 거리가 십여미터가 훌쩍 넘게 떨어져 있었음에도 부루가 크락셀의 바로 코앞에 달려드는 데에는 단 세 걸음이면 족했다.

부와악!

공기를 찢으며 가로로 베어져간 부루의 대부를 크락셀이 자신의 검을 내리그으며 맞부딪혀갔다.

콰앙!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쾅! 콰앙! 쾅!

굉음과 불꽃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언데드 기사 하나가 둘의 무기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낸 파편에 몸뚱이가 터져나갔다.

[이, 이익!]

“힘 좀 써보라!”

부루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고, 크락셀은 연신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어찌 이런 힘이…….]

그의 얼굴에는 당황이 서려 있었다. 마치 이런 힘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

“피죽도 못 먹은 거간? 아니디. 먹었다간 뼈마디로 다 세갔구나야!”

부루가 비아냥거리며 계속 대부를 휘둘러대었다.

급기야 크락셀은 자신이 휘두른 검이 퉁겨져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힘으로 이겨내지도, 또 흘려내지도 못한 것이다.

“기것 보라우. 안 된다 하디 않았네.”

[마, 마수의 군주가 이런 힘을 낼 수 있는 권능이 있었는가?]

마수의 군주가 가진 권능은 말 그대로 마수를 부리는 힘이다.

시간만 잘 주어지고 환경만 만들어지면 무수히 많은 마수들을 권속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에 군주의 전투력 자체는 최상위 마족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그런데 지금 부루는 마수의 군주가 가진 권능이 아닌 본신의 힘만으로도 크락셀을 압도한 것이다.

“권능이고 나발이고. 이제 그만 끝을 봐야디.”

잠시 몸을 낮췄던 부루의 몸이 앞으로 튕겨지듯 쏘아진다 싶더니 그의 등 뒤에서 대부가 솟구쳐 올라오듯 하늘로 치솟았다.

이어 몸뚱이가 틀어지며 한껏 들어올린 대부를 그대로 내리 찍었다.

[말도 안…….]

콰자자작!

크락셀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몸뚱이가 양단되며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툭 데구르르.

나름 명성 높던 군단장인 크락셀의 최후로는 너무 허무했다.

[어찌 이런…….]

머리통만 남아 입을 놀리던 크락셀의 머리통 위로 부루의 발이 떨어져 내렸다.

퍼석!

“말이 많아.”

크락셀의 뚝배기가 그대로 박살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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