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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22화 (222/305)

제222화 이 와중에도 비니TV?

격돌 직전 선두에서 부루가 먼저 손도끼를 집어 던지자 그들도 뒤따르듯 던졌다.

쾌래래랙! 쾌래랙!

은빛 호선을 그리며 손도끼들이 날아갔다. 그 결과를 기다릴 세도 없이 그들 역시 삭의 끝을 적들을 향해 겨누었다.

부루는 삭 대신 대부를 거머쥐고 그대로 적들을 향해 들이쳐갔다.

“싹다 까부숴주갔어!”

부루의 포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그와 동시에 두 무리가 교차하기 시작했다.

콰콰콰과콱! 콰콰쾅!

21세기에 화약무기를 배제하고 펼쳐진 기마대전이 시작되었다.

날아들었던 화살이 방패에 튕기고 보호막에 튕겨나갔다.

날아간 손도끼도 비슷하게 튕겨져 나갔다.

그러나 모든 게 빗나가거나 막힌 건 아니었다.

화살에 머리통이 꿰이고 가슴팍이 꿰였으며, 때론 말머리를 뚫고 들어간 것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화살을 맞고도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머리가 박살 나거나 유령마가 쓰러지며 나동그라지면서 온몸이 박살 난 개체들만이 진격을 멈추었을 뿐이었다.

대다수 언데드형 마족들은 몸뚱이에 화살을 매달고도 계속 말을 달려왔다.

흉흉하게 기다란 기병창을 이쪽으로 겨누고 말이다.

그럼에도 일부가 이탈하며 쓰러지며 틈이 만들어졌다.

뒤따라 말을 달리며 대마물용 소총을 연달아 날린 고빈이 자신의 대부로 바꿔 쥐었다.

아쉽게도 빈이 쏜 대마물용 소총은 방패 하나를 부수는데에 성공했을 뿐이다.

그러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늘상 듣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래 발로 쏴도 기거보다는 낫겠다.’

항상 부루가 하던 말.

빈은 인정하진 않았지만, 당시 방송을 보던 모든 이들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인정 쌉인정.’

‘비니. 니가 굳이 총질을 잘할 필요는 없잖아.’

‘어린이집 다니는 우리 아들이 비니보단 잘 쏘는 듯.’

99%의 극딜과 1%의 위로.

그러다 보니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아니 아쉽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화살에 맞거나 손도끼에 맞아 떨어지는 순간, 이미 적들이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평소 공상하듯 ‘적들이 다가오기 전에 화살 열나게 날리면 꽤나 많이 죽일 수 있지 않나?’라던 생각은 날아가고 없었다.

그 먼 거리를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 양쪽에서 서로를 향해 내달려온 속도는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왜 화살을 두어 발만 쏘고 바로 창을 꼬나쥐었는지 이해가 갔다.

한참 전에 쏜 것 같은 화살이나 손도끼에 맞은 적들이 지금 코 앞에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쿵쿵쿵쿵!

“염병. 뭔가 했다.”

대부를 들고 바로 코앞의 적을 맞이하는 긴박한 순간 빈은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 쿵쿵 거리는 소리.

말발굽 소린지 알았는데 지금 오니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건 바로 심장소리였다.

마치 양손으로 두 귀를 막고 집중했을 때 들려오는 심장 박동소리.

그런 소리가 두 귀가 뚫려 있음에도…….

양쪽에서 수많은 말들이 울려대는 발굽 소리보다…….

이 시간 적진의 후방을 향해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포탄 소리보다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인체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이냐…….”

피식 웃음이 흘렀다.

그런 와중에 빈은 자신을 향해 찔러 들어오던 적의 렌스가 동강 나는 것을 보았다.

앞서 달리던을지부루가 한 손으론 본인에게 날아드는 렌스를 잡아채고 남은 한 손으로는 대부를 휘둘러 빈에게 찔러드는 창을 잘라 버린 것이다.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듯.

이렇게 평소에 개잡듯 잡으며 굴려도 막상 전투에 들어가면 항상 죽기 직전의 시련만을 남겨준다.

지금처럼.

“으아라차차!”

빈이 대부를 휘둘렀다.

부루의 것처럼 거대하진 않아도 충분히 크다 할 만한 크기의 도끼가, 렌스를 버리고 검을 뽑아 달려드는 해골기사를 향해 나아 갔다.

콰창!

후욱!

검날과 대부가 맞닿았다 싶었는데 어느새 그 해골기사가 빈의 옆으로 지나쳐가고 있었다.

무기는 중간에 서로 맞닿아 있었고 적과 빈의 몸이 그대로 이동해 나가는 것마냥.

그리고 완전히 스쳐 지나갈 때에 빈이 거친 함성을 토해 내었다.

“우롸촤아아아!”

그 함성과 더불어 스쳐 지나가며 뒤에 남겨져 있던 그의 대부가 뒤따르듯이 앞으로 당겨지며 반원을 그렸다.

그 대부에 잘린 검날과 해골기사의 몸뚱이가 잠시 제자리에 멈춘 듯 타고 있던 말을 먼저 보내고 허공에 떴다.

그리고 이내 몸뚱이도 잘려진 검마냥 위아래가 나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위를 내달리는 말들의 발굽이 두 번 세 번 부수며 지나갔다.

카카칵!

빈은 대부를 앞으로 휘둘러 내자마자 도끼의 넓직한 면으로 찔러오는 검을 비껴 쳐냈다.

뒤이어 오던 적의 일격.

그것을 도끼 면으로 흘려내며 반쯤 뒤로 누운 빈의 눈동자에 아쉬운 먹잇감을 놓쳤다는 듯한 느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해골기사의 얼굴이 비추어졌다.

물론 텅 빈 안구 구멍에는 눈동자가 없었지만, 그 감정은 충분히 느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빈은 웃었다.

왜냐면 그 해골기사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대로 관자놀이에 뒤따라오던 가우리 기마대원의 창날이 꽂혔기 때문이었다.

“히히힛!”

몸을 일으켜 세우며 빈은 미친 놈마냥 히히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입으로 뼛가루가 날려들어갔다.

“에퉤퉤!”

빈이 모래라도 씹은 것마냥 뼛가루를 뱉어내며 자신의 대부를 휘둘렀다.

팔 하나가 잘려 방패만 들고 눈앞으로 다가온 해골기사의 머리통을 처음으로 제대로 날렸다.

그 뒤에는 상체가 덜렁거리는 놈.

처음 두어 놈을 빼면 거진 이런 놈들이었다.

빈의 시선이 자신의 앞을 달리는 부루에게로 저절로 향했다.

그를 보며 빈이 황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리네.”

사람 몸통만 한 대부를 한손으로 또는 양손으로 좌우를 오가며 휘둘렀다.

대부의 날이 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빛의 강마냥 넓은 빛의 길이 그가 휘두른 대부의 궤적임을 알려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궤적이 지나간 자리로는 마치 풍화작용을 겪으며 부서져 내리는 바위 마냥 해골기사들의 몸뚱이들이 부서지고 꺾여지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앞을 막을 수가 없었다.

빈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들 지리지 않습니까?”

* * *

“이거 어떻게 차단할까요…….”

이 상황에 이런 것도 보고를 해야 하나 하는 표정의 요원의 질문에 양현재 대통령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19금 붙이면 되지 않을까?”

“예에?”

“대, 대통령님!”

그의 말에 모두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 대통령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고빈군은 면허 있잖습니까. 방송면허.”

“무슨 007살인면허도 아니고 방송면허가 이렇게까지…….”

수석비서관이 양 대통령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이거 문제가 큽니다.”

“그렇죠. 크죠.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할까요?”

“그거야…… 관종이라.”

“관심종자? 뭐 그런 겁니까?”

양 대통령의 질문에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싸우는 상대를 알자는 거지요. 그리고 이거 생방도 아닙니다. 중간에 딜레이가 있을 겁니다.”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동그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죽는 장면은 빼야 하니까요. AI 무슨 편집기능이라더군요. 빨간색이 나는 건 딥러닝 편집 기술을 응용해서 뭐 어쩐다던데…….”

“알고 계셨던 겁니까!”

다들 놀라 양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선동이라 할 거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영상을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거라고 하겠지요. 뭐 다 맞는 말입니다.”

“이건 정말 위험한 겁니다.”

“네. 그런데 저기 싸우는 사람들 만큼 위험한 건가요?”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치사한 짓 맞습니다. 패닉에 빠져 도망가지 말고 옛날 세계대전 시기처럼 국민 자극하는 것도 맞습니다.”

“이거 나중에 문제가…….”

“말했잖습니까. 대통령 더 못해 먹겠다고요. 어차피 끝날 때고 또 이걸로 감옥 가면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적어도 뭐 해먹 어서 감방 가는 것보다는 모양새도 나을 거고.”

“그건 변명이 안 될 겁니다. 정의를 위한 위법은 아무런 보호받지 못합니다. 또 다른 위선입니다.”

한쪽에 참관하던 국무위원중 하나가 굳은 얼굴로 말을 하자 양 대통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예. 할 말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 의견은 제가 낸 겁니다. 고빈 군이야 이전 사냥 때도 홍보용으로 했었으니 비슷한 일환이라 생각하고 하는 것일 겁니다.”

“대통령님!”

“강림자인 정중부의 최후도 이용해 먹는 상황입니다. 뭐든 못하겠습니까. 난 지금 도망치는 놈들은 역적 만들고 싸우는 사람들 영웅 만들며 국뽕조작 하는 게 맞습니다. 네. 제가 무능한 것도 인정합니다.”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그 누구도 대통령님께 무능하다고 하지 않…….”

누군가가 다급히 말을 하려던 것을 양 대통령이 끊었다.

“무능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국민에게 언제든 총칼을 쥐여 주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것도 이렇게 영상 이용해, 아드레날린 쥐어짜내는 짓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전쟁에나 적용되는 사안입니다. 이건 다릅니다.”

“그럼 그렇게 변명할까요? 세상 망하고 나서?”

“우린 지금까지 잘 막아오고 있습니다.”

“우리요? 설마 정말 우리가 잘해서 잘 막고 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대침식 때까진 우리가 잘 막았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가 잘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총 전력을 모아…….”

“예. 그동안 모아왔던 세금으로 신나게 탄도미사일도 쏘고 6.25 이후 쌓아 왔던 모든 포탄을 포신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게 쏘았지요. 그래서 꽤 죽였지만 그래서 이제 전쟁이 마무리되어 갑니까?”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인정합시다. 포문을 열었지만, 전쟁을 끝내는 건 우리가 아니라는 걸요.”

대통령의 말에 다들 자괴감이 표정위로 드러났다.

마치 지금 이들이 방관자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 표정은 짓지 맙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합시다. 뭐라도 찾아내야지요. 저들이 주인공이라 해도 우리가 할 일은 있습니다.”

“예.”

“우리는 언제든 혼란이 벌어질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최악을 대비해야지요. 그 와중에 감방 갈 짓이라도 해야지요. 가면 됩니다. 자수하면 뭐 정상 참작은 되지 않겠어요?”

“푸하핫!”

끝에 던진 농담에 누군가는 호탕하게 웃었지만, 나머지는 다들 한숨을 내뱉었다.

“와, 이거 이겨도 줄줄이 감방 들어갈 사람들 천집니다.”

끼어들었던 국무위원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양 대통령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튜브 보니까 독방은 외롭다덥디다. 우리끼리 2인이나 4인 1실로 좀 만들어 달라고 합시다.”

“그거 특혜 아닙니까?”

“원래 대통령 독방이잖습니까. 이 정도는 뭐 들어주지 않을까요?”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대화에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 모니터링 요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두 명이나 네 명입니까? 세 명은 아니고?”

“몰라. 고스톱이라도 치시려면 짝이 맞아야 하니까 그러겠지.”

그렇게 그들은 들어도 못 들은 척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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