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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20화 (220/305)

제220화 차라리 쌍욕을 하세요

[화력 집중하라! 화력 집중하라!]

“젠장 이미 어마어마하게 쏘고 있구만!”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잠시나마 시선을 빼앗아 보려는 의미일 것이다.

토우미사일들이 일제히 꼬리를 물고 허공에 떠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주변으로 보호마법이 펼쳐졌다.

[5. 4. 3…….]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화염이 가득한 가운데에 눈 앞의 글라스에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살다 살다 로켓발사도 아니고 저격하는데 카운트 다운이 웬말이냐 투덜거리던 이들도 주변에서 마지막 화력을 쏟아내던 이들도 다들 침묵하고 있었다.

화염이 뿜어지는 공격은 일시에 중단을 한 것이다.

그것은 일 초? 그 정도의 짧은 간격을 만들어 내었다.

[0!]

0이라는 숫자가 새겨지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졌다.

투웅! 투웅! 투웅!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단발 저격은 아니었다.

일정간격으로 계속 방아쇠를 당겨대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을 이었다.

모두가 결과를 기다릴 때 저격수를 지켜보던 기동대원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총을 받치고 있던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 *

퍽! 퍼퍽!

자신이 맡은 마법사를 향해 방어마법을 펼치던 마법사의 머리가 뒤로 확 튕겨졌다.

이어 춤을 추듯 가슴이 먼저 튕겨져간 머리통을 따라가듯 뒤로 훅 퉁겨졌다.

그리고 천천히 무너져 내릴 때 그 뒤에 있던 애꿎은 마족병 하다가 가슴이 움푹 패이며 나자빠졌다.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마법사들에게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진 죽거나 전투 불능에 가까워 보이는 상처를 입고 비틀거렸다.

자신들이 맡은 마법사를 위한 보호마법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건 또다른 비극이 되어 찾아왔다.

퍼억! 퍼퍼퍽!

-커헉!

짧은 비명이 전부였다.

허공 위에서 마치 세상을 군림하듯 내려다보며 마법을 펼치던 마법사의 몸뚱이가 마치 허공에 걸린 샌드백이 연타를 맞아 춤추듯 출렁였다.

이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마냥 바닥으로 뚝 하니 떨어져 내렸다.

일부는 그 와중에도 정신이 있었는지 약 먹은 파리 마냥 비틀거리듯 날면서도 스스로 보호마법을 펼치며 내려섰다.

-무, 무슨 일이야!

마법사의 취약점이라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물리적인 취약점.

물론 고위 마법사인 만큼 공격이 와 닿는 순간, 의식만 한다면 자연적으로 펼쳐지는 마력막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몸의 안위를 휘하의 마법사들에게 일임을 한 상태였는지 의외로 많은 숫자가 공격에 맥없이 당해 버렸다.

거기에 한 발이 아니라 십수 발이 거의 동시에 도달했다.

그 덕에 일부 운 나쁜 마법사들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반만 죽은 채 떨어져 내렸다.

극히 일부만이 마력막을 펼쳐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고 내려설 수 있었다.

그제야 자신들이 왜 당했는지 알았다.

보호마법을 펼쳐야 할 휘하의 마법사들 대부분이 거의 동시에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허공에 떠 있는 숫자는 사분지 일에 불과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사분의 삼이 당한 것이다.

그나마 그중에 일부는 다시 몸을 띄울 수 있을 정도만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버러지 같은 놈들!

당한 이들과 달리 위기를 피한 고위 마법사들은 분노와 함께 마력을 끌어올렸다.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은 없다는 듯 살아남은 마법사들끼리 셋씩 뭉치며 마치 비행기의 편대와 같은 모습을 갖추며 마법을 준비했다.

이어 그들이 쏘아낸 마법들이 방어선을 휘갈퀴었다.

* * *

콰앙! 콰콰쾅!

“어억!”

“꽉 잡아!”

저격수와 함께 동시에 이탈하던 군인들은 그들이 조금 전에 떠나온 곳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꽉 잡으라는 명령이 아니어도 덜컹거리는 차체를 느끼며 본능적으로 몸이 퉁겨 나가지 않도록 손잡이를 꼭 잡았다.

물론 그래도 의미 없는 경우도 있었다.

콰콰쾅!

“아…….”

바로 옆에서 달리던 현역 군인들을 태운 차량이 화염과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콰쾅! 쾅!

분명 작전은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영화처럼 모두 저격에 성공하는 그런 결과는 없었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은 떨구어트렸다.

그러나 맹수가 상처를 입고 난동을 피우듯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진지가 아닌 도주를 시작하는 차량들을 노리고 마법이 날아든 것이다.

상대방은 지성이 있는 존재들인 만큼 한두 번 이상은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래서인지 방어선을 빠져나오는 차량의 숫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그들을 스치고 달리는 차량들이 있었다.

하얀바탕에 붉은 십자가.

적십자 정신을 존중하는 적들이 아님을 알 것인데도 그들은 화염을 뚫고 내달려 갔다.

마치 그들의 돌격 깃발이 흰 바탕의 붉은 십자가라도 되는 듯 말이다.

사방에 튕겨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생존자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한 명 또는 두세 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그들의 차량 역시 화염과 함께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씨팔…….”

누군가 울음기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마음 같아선 그냥 구하지 말자고 하고 싶은데 그게 입이 안 떨 어진다.

어쩌면 그들은 군인들에게 희망과 같았다.

죽지만 않으면 아군이 와서 꼭 구해 주리라는 작은 희망.

영화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를 구하기 위해 출동하지만, 결국 많은 희생을 입는다는 흔하디흔한 클리셰.

그러나 군인들은 그 클리셰를 욕할 수 없다.

1을 구하기 위해 4또는 5의 희생이 생긴다면 그건 냉정하게 말하면 적자다.

하지만, 그들이 그 하나를 구해옴으로써 언젠가 그 처지에 빠질 수 있는 수많은 군인들의 희망이 된다.

그렇기에 말리고 싶어도 말릴 수 없고,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산수의 결과를 그들에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구하는 건 희망이니까.

“어?”

그때 누군가가 놀란 음성을 터트렸다.

반사적으로 트럭 위에서 패잔병마냥 매달려오던 군인들의 시선이 놀란 음성을 뱉은 이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으와아아!”

거의 동시에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마치 고전 영화의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흔들 듯 자신의 총기를 한손으로 쥐고 흔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다 죽여 버려!”

응원의 함성이다.

그 함성을 받으며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이들은 과거의 조각들이다.

강림자라 불리고 있고, 지금 살아가는 이들이 역사라 불리던 삶을 살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이 말을 타고 혹은 두 발로 내달리며 질주해 나가고 있었다.

* * *

-한 놈도 놓치지 마!

분노한 마법사들이 서로 메시지를 나누며 도주하는 이들을 공격해 나갔다.

처음처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진지를 공격하며 헛힘을 쓰지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차피 그들은 그 진지를 한번 쓰고 버리기 위해 활용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공격 마법도 굳이 어마어마한 화력을 쏟아 붓는 것보다는 그보단 덜하고 지연시간이 적은 것들로 연사했다.

물론 그 덕에 한 방에 모두 죽여 버리기에는 모자람은 있었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약하고 또 약했다.

쇠로 된 수레가 마법에 맞아 뒤집히고 튕기는 순간, 인간들은 사방으로 날아가거나 아니면 그곳에 매달려 늘어진다.

더 웃긴 건 그런 이들을 구한다고 또 다른 먹잇감들이 온다는 것이다.

머리를 꽤 쓰면서도 이런 식으로 미련한 선택을 하는 만큼 죽이는 재미가 있었다.

-읍?

순간 방어를 전담하던 동료마법사가 바빠졌다.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방어막이 깨졌다.

한 장 두 장 세 장.

중첩된 것이 깨어지고 다시 펼쳐진 것도 깨어지고…….

그러고도 힘이 남았는지 살육에 신이 나 있던 마법사의 몸통으로 파고들었다.

-이따위!

물리저항을 높이기 위해 마력을 몸에 둘러 막을 형성했다.

아까는 방심했기에 당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실수이자 착각이었다.

퍼억!

몸통을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에 잠시 흐렸던 정신을 차려 보니 하늘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추락하는 중이었다.

-이…… 무슨.

어이없다는 음성을 힘없이 흘리며 떨어지던 마법사는 조금 전 같이 있던 동료의 몸뚱이를 뭔가가 파고드는 것을 용케 볼 수 있었다.

화살이다.

그걸 보고 나서야 자신이 뭐에 당했는지 알았다. 그리고 왜 지금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도 알았다.

별의 찌꺼기. 혹은 파편이라 그들이 비하하며 부르는 존재들이 쏘아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확실하게 그들을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니까.

퍼억!

등 뒤에서 단단한 것이 와닿는 충격과 동시에 하늘과 땅이 여러 번 뒤바뀌었다.

아마도 뒹구는 중이었으리라.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아…….

길게 내쉰 숨이 마지막이었다.

마물과 마족병들의 그의 몸뚱이를 짓밟고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러지 말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미 숨이 끊어졌으니까.

* * *

“우와! 역시 짱입니다요!”

“나 잡아 잡수라고 있는데 어케 못 맞히갔네?”

을지부루의 활솜씨에 고빈이 알랑거리며 엄지를 척 하니 들어올렸다.

그런 그의 손에도 활이 들려 있었다.

“어케 됐네?”

부루가 빈이 쏜 화살의 결과를 물은 것이다.

빈이 다시 외쳤다.

“꽝입니다요!”

“아가리 닥치고 계속 쏘라우.”

“예…….”

부루가 으르렁거리며 명령하자 빈이 풀죽은 얼굴로 활을 잡아당겼다.

그런 빈을 보며 부루 역시 다시 화살을 재었다.

투웅! 투웅! 투웅!

연달아 또다시 세 발을 쏘아 날렸다. 그의 주변에도 활을 쏘는 강림자들이 연신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 덕인지 그들의 앞에 나아가서 부상자들을 구하던 의무병들의 차량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화살 공격에도 마족들은 막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지 역으로 공격을 해 왔다.

“억! 저거!”

빈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는 것들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적들이 쏘아올린 화살이었다.

“지랄 맞구나야.”

부루가 혀를 찼다.

뒤에서 뛰쳐나온 강림자들이 방패를 들고 차량 주변으로 늘어섰다.

이어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투투투툭! 투툭! 툭!

방패에 막히고 몸으로 때웠다.

부루와 빈은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겨 화살을 피하고 무기로 쳐냈다.

그 와중에 부루가 엄폐물 사이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딱 봐도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 저건 너무 갔다.”

그런 부루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던 빈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빈에게 부루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언젠 쉬운 싸움만 했간?”

“그건 아는데요. 그때와 지금은 숫자와 질이 다른 거 같은데요. 왠지 장렬하게 사망하는 장면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빈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하자 부루가 도끼를 어깨에 탁 걸치며 입을 열었다.

“기래? 기럼 때려치디. 까짓 제 뒤에 늘어선 아들 떼죽음 당할 때 즈음이면 우린 안전하게 피할 수 있겠구나야.”

부루의 말에 빈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도끼를 고쳐 잡았다.

“……차라리 겁쟁이라고 쌍욕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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