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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9화 (219/305)

제219화 준비됐으면~ 쏘세요!

찰나였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새하얗게 둘러싸이던 뇌전의 힘.

마법사의 말로는 그저 파편이 잠시 흐른 것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저 파편일 뿐인 그것을 막아 내느라 연신 방어막을 펼쳤던 마족 마법사는, 딱 봐도 파리해 보이는 얼굴로 헐떡였고 말이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는 재만 남은 진지들만 남았다.

거기에 바로 옆 진지에서 출발했어야 할 동료들의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곳에도 마법사는 있었는데 말이다.

철렁하는 마음에 잠시 몸이 굳었던 기동대원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돌아 다녔다.

“정신 차려!”

“우리 목적은 제압사격이 아냐! 하나라도 잡아 죽이면 되는 거야!”

“귀를 잘 열고 명령대로 쏘다가 튀라면 미련 버리고, 차로 달리는 거다! 한번 해 봤으니 알겠지!”

조금 아까 기동대원들의 철수 명령에 토를 달았던 중위는 오히려 그들보다 더했다.

“튀라는데 나처럼 멍청하게 되묻지 마라! 그런 놈은 버리고 갈 거다!”

“중위 양반 자학개그요?”

“선배님들 아깐 죄송했습니다. 사전에 무조건 따르라 들었었는데도…….”

“아니 뭐, 죄송할 거야……. 사실 우리도 줘터지며 연습하다 보니 그렇게 반사적으로 나온 거지. 솔직히 우리 중위양반이 정상인 거거든.”

그때 하늘에 떠 있는 것들이 보였다.

정확히는 마물의 머리 위에 마치 아이언맨마냥 부유하며 날아 오는 것들.

“저거?”

조금 아까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존재다.

“뭐지? 딱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이 뭔가 포스 있게 느껴지는데.”

-조금 전 마법을 날린 이들입니다. 고위 마법사들로 만들어진 마법병단입니다.

의문에 대한 대답은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마족 마법사에게서 흘러 나왔다.

“그, 그럼 우리도 마법전단인가 뭔가 나서는 건가요?”

그때 현역병들의 준비를 돕던 중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럴 리가요. 지금도 한계에 가깝게 인원을 뿌려 놓았습니다. 마법적 화력은 포기한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마법사가 멀거니 적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정도 고위급 마법사들로 구성된 마법전단은 처음 구경합니다.

그의 말에 기동대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깐 마법사 아저씨. 저거 꽤 쎈 마법사들만 모은 거라고요? 얼마나 쎈 거예요?”

-대략…….

마법사들의 설명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 * *

“그러니까 지금 저기 떠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우리 쪽 마법사 중에 최고로 쳐 주는 헤게루이안 씨와 동급이란 겁니까?”

차준우 사령관은 헤게루이안에게 확인하듯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곁에 있던 마법사가 몇 마디 덧붙이듯 말을 이었다.

-당연히 지금의 헤게루이안 님은 군주님의 은총을 받았으니 저들과 비교 대상은 아닙니다.

약간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설명하는 마법사와 달리 헤게루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은총의 유무에 따라 능력의 차이가 크기에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확실한 건 은총을 받기 이전의 저와 비슷한 실력이라는 겁니다.

“이게 확실히 와닿지는 않는데.”

차 사령관은 마법사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기에 그의 설명이 확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까지 마법전력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다시 헤게루이안이 설명을 덧붙였다.

-쉽게 말해 우리 군주님 휘하에는 저 정도의 실력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만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는 저를 포함해서 다섯 정도가 전붑니다.

그 말에 차 사령관은 다시 화면을 살폈다.

그가 화면을 지켜보는 가운데에서도 몇몇 드론이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충 확인해 봐도 떠 있는 마법사들의 숫자는 백이 넘어 보였다.

“우리 마법사 전부를 합치면 얼마나 됩니까?”

-백이 좀 넘습니다.

“저게 전부일 가능성은 없겠지요?”

차 사령관의 희망을 담은 질문에 헤게루이안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저 마법사 하나가 휘하에 백여 명의 일반 마법사를 거느릴 것이라 보는 게 더 현명합니다.

“어우 씨…… 아, 죄송합니다.”

“뭐, 방금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작전장교랑 같았으니까. 이해하네.”

방금 옆에서 반사적으로 욕설을 뱉은 작전장교마냥 쌍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지금 백여 명의 마법사 전력만으로도 얼마나 작전에 탄력이 있는가.

조금 전 이탈을 할 때만 해도 예전 같았으면 몇 팀이 전멸하는 게 아니라 몇 팀만 살아남는 게 정상이었을 것이다.

“하아. 여하간 우리 쪽 마법 전력 상위권 실력자들만 뽑아서 만든 부대쯤 되겠군요.”

-그저 참고하시라는 정돕니다. 방어 마법만으로는 불가능한 시점이 왔으니까요.

이들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방어전을 시작한 상황에서 그 시점이 너무 빨리 다가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헤게루이안이 다시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었다.

-저로서도 저것은 처음 보는 구성입니다만, 아마도 대군주가 된 기오르그가 직접 구성시킨 부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위안이라면 저 이상의 마법전력은 없을 것입니다.

“…….”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말을 위안 삼으라며 말하는 헤게루이안을 보며 차 사령관은 똥 씹은 얼굴을 했다.

“일단 저 이상은 없다는 거고. 상대할 방법은…… 저격 같은 거밖에 없나?”

-저격도 쉽지 않을 겁니다. 공중에 진군해 오는 마법사들이 주 전력이긴 하지만 아래에 최소한 방어 마법을 전담하는 이들이 한 다섯씩은 있을 겁니다.

“일단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차 사령관은 일부러 이 사실을 전달해 주러 온 헤게루이안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제가 차준우 사령관의 곁을 맡을 것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조금아까 헤게루이안의 능력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던 마법사가 차 사령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들이 나타난 이상 만에 하나 대비를 해야 하니까요.

마법사의 설명에 차 사령관의 곁에 있던 작전장교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소환자들과 강림자들이 바쁘게 그 주변을 오갔다.

만에 하나 지휘부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비였다.

* * *

4번 방어진으로 꽤나 날렵해 보이는 트럭 한 대가 달려와 멈추었다.

그 차량을 본 방어진지의 지휘관은 혀를 내찼다.

“저격수를 트럭에 잔뜩 태워 보내는 건 처음 보네.”

“아마 단일 전선에 저격수가 이렇게 많이 투입된 것도 처음일 겁니다.”

“박 중위입니다.”

“예. 최원호 중삽니다. 저기 떠 있는 친구들 한번 잡아 보라고 시켜서 왔습니다만.”

“우리도 듣기는 했는데, 잡힌답니까?”

그때 위쪽에서 방어진지를 꾸리던 기동대원이 앞쪽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질문에 박 중위와 저격팀을 이끄는 최 중사가 기동대원이 있는 진지 상부로 올라와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3번 방어진의 화력 절반은 마법 사들을 향해 거의 집중포화를 쏟아 부어넣고 있었다.

“잡은 놈은 있습니까?”

“한 놈도 못 잡은 거 같은데요. 오히려 진지 셋이 피하지도 못하고…….”

콰콰콰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서 솟구친 것으로 보이는 바위 창들이 진지 하나를 꿰뚫어 올리고 있었다.

“하아. 씨파.”

그 돌창들에는 멀리서도 비명을 지르는 것이 느껴지는 군인들의 몸뚱이가 꿰여 있었다.

“저런 식으로 당하고 있네요.”

“듣기로는 보호하는 마법사가 별도로 배속되어 있어서 거의 동시에 저격하지 않으면 그나마 틈도 안 난다고 합니다.”

“가지가지 하네.”

“여하간 건승을 빕니다. 이탈 명령은 무조건 따라 주시고요. 안 따르더라도 별 조치는 없습니다. 그냥 버리고 갈 거니까요.”

“예. 숙지했습니다.”

그가 답변하는 사이 저격팀원들이 다들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때 기동대원 하나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거 이번에 나온 거요?”

“예.”

“사거리가 나오나?”

마치 마실 나온 것마냥 묻는 것 치고는 장비를 살피는 시선이 꽤나 전문적인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저격수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선배님이십니까?”

“특임대에서 저격을 맡았었소.”

“아, 예.”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저격수는 정중하게 그를 대했다.

기동대원들은 한참 고참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가 새로 지급받은 그의 저격총을 보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하나 달라고 해서 좀 준비해 두는 건데.”

“사실 이거 나온 지 이틀밖에 안되었습니다.”

그 말에 순간 기동대원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이틀 만에 적응시키고 나온 거란 말이야?”

“상황이 상황이잖습니까. 대신 이틀간 밥 먹고 똥 싸면서 이것만…….”

저격수의 말에 기동대원이 혀를 내둘렀다.

“손가락 다 부르텄겠네.”

“흐흐흐, 사실 방아쇠만 당겼는데 다들 손가락이 터져나가서 마법사들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푸흐하핫!”

손가락 치료에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에 기동대원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저격수를 준비해 놨네.”

“중간 지휘자라도 좀 줄이면 전황에 유리하지 않겠냐는 그런 의견 때문에 좀 빨리 투입된 모양입니다.”

“제발 좀 통했으면 좋겠네.”

그때 저격수의 귓가로 신호가 왔는지 잠시 귀를 기울였던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준비해야겠습니다.”

“아이쿠. 얼른 빠져야지.”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말을 나누던 기동대원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사방에 폭음이 터지고 폭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격수들은 리 시버에 귀를 기울이며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

[체크 보낸다.]

구글 글라스에 확대된 마물들의 상황이 들어왔다. 그 가운데에서 일부 복장이 다른 마족을 찾아내었다.

이어서 하나씩 마킹이 되기 시작했다.

[체크.]

[체크!]

“체크했습니다.”

리시버를 통해 각자 자신의 타깃을 확인했다.

[머리 체크.]

각자 타깃을 정했음에도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쏴도 열 번은 쏘았을 시간이었지만, 다들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거리가 모자라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얼마나 기회가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일시에 한 번의 시도를 통해 최대의 성과를 끌어내 보려는 의도였다.

[예비까지 체크 끝났습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일부 타겟에는 예비까지 돌렸다.

그런데 그때 팀장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예비1, 2번 타겟 재설정 한다.]

[확인했습니다.]

[예비2번 체크.]

팀장의 말에 자신의 타겟을 겨누며 숨죽이고 있던 저격수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타겟을 재설정한다는 말은 해당 타겟을 맡은 저격 팀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예비3번도 타겟 재설정한다.]

[체크.]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담담하게 각자 배정받은 타겟을 확인하고 있었다.

[카운트다운 한다. 카운트다운 한다. 눈앞의 숫자 확인하는 대로 당긴다.]

팀장의 명령에 다들 짧게 답했다.

저격이라는 게 준비되었으면 쏘세요 하면 다 같이 빵야 하고 날리는 게 아니다.

습도나 풍향 등 여러 가지 주변 환경 등의 영향까지 다 확인해 가며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그제야 방아쇠를 당기는 거다.

일시에 쏘세요 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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