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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8화 (218/305)

제218화 마른 하늘에…….

마물들과 함께 가면서 오기원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게임 하나가 떠올랐다.

스타크레프트.

선두의 마물들은 마치 그 게임에 나오는 저그 종족처럼 몰려가고 있었다.

물론 게임에서야 유저가 컨트롤도 하고 그렇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그런 것도 없다.

명령을 내려놓으면 본능적으로 알아서 달려간다.

그러니 마물로 분류 되는 것이지만.

옆에서 뭐가 죽어 나가도 오로지 본능만으로 달려간다. 맹수로 분류된 짐승들도 불리하면 몸을 빼고 하는데 이것들은 그런 것도 없었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대침식 때 많은 희생이 있기도 했다.

상식을 달리 하니까.

다리가 부러져도 심지어 기면서도 공격성향을 보인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런 마물을 다루는 것은 군주나 상위 마족들의 권능이긴 하다.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어쩌면 사육하는 것에 가깝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마물들이 공격을 받으면서도 미친 듯이 밀려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럼에도 오기원은 마음이 불편했다.

인간을 배신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 외로 상대방이 준비를 잘 했기 때문이었다.

미사일을 그렇게 쏟아 부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뒤쪽을 향해 쏟아지는 포탄들을 봐도 왜 이 나라가 쥐똥만한 땅덩이를 가지고도 세 계에서 손꼽히는 육군 강국인지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심지어 대침식을 가장 먼저 벗어난 나라가 이 나라다.

한때는 그 구성원으로써 프리미엄을 누리기도 했으니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적이 되고 보니 점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무시 못 할 저력이 있으니까.

게다가 대침식에 벗어났을 때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보았던 국뽕 영상들을 보면 설득력 있는 것들이 많았다.

빨리 빨리.

한때는 비아냥의 대명사였지만, 전세계적인 전염병 팬데믹 때를 기점으로 장점이 되어버린 그 습성이 그 중 하나였다.

대응이 빠르다는 것.

지금처럼 말이다.

퍼퍼퍽! 퍼퍽! 콰콰쾅!

순간 앞쪽의 마물들이 또 우수수 쓰러졌다.

아까와 또 달랐다.

일부 개조된 전차들과 달리 거의 대다수가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고 있었다.

물론 그 자빠진 시신을 방패 삼아 들고 마물들이 달리고는 있었지만, 이제 저들도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의 이유였다.

“원거리 공격은?”

기원이 묻자 곁의 중급 마족이 입을 열었다.

-바로 대응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염의 기운을 담은 마력탄이 날았다.

하지만, 전차들을 요격하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퍼펑! 퍼엉!

“저건?”

방어 진지쪽에 펼쳐진 방어막.

그건 바로 마법을 활용한 것이 분명했다.

-마수의 군주 휘하의 마법입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친절하게 답하는 마족의 답변을 들으며 오기원은 이를 악물었다.

“뭐해! 대응해야지!”

“쏴! 후퇴할 때 탄 싸짊어 지고 갈꺼냐!”

위이이이잉! 투투투퉁! 투투투퉁!

포 밑에 달린 박스에서 자동차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며 전동식 포탄이 연사를 시작했다.

비록 덩치가 크지만 연사력 하나는 장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압축가스 식이 아닌 덕에 온도 떨어질까 봐 핫팩을 흔 들 필요도 없었다.

날아오는 마법을 막으며 안쪽에서는 대응을 이어 나갔다.

“와 장관이다.”

“내 말이.”

허공에서 화염이 비산하는 상황이었지만 기동대원들은 오히려 미소를 머금었다.

“씨파 고무탄 날리고 먹히지도 않는 고속유탄 쏘며 차 몰고 그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치?”

대응할 수 있는 무기 하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다른 양상을 만드는지 그들만큼 잘 아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거 뭐 전선만 몇 번 물리며 대응해도 이길 거 같은데?”

“그러면 좋지.”

기동대원들은 키득거리며 웃음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모두 이탈해야 합니다!

방어진지에 배속된 마족마법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탈!”

그 순간 기동대원들은 이탈을 명령했다. 그러자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중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후퇴 명령이 없었는데…….”

“이탈!”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동대원이 살기어린 표정으로 이탈을 외쳤다.

동시에 중위는 자신도 모르게 복명복창했다.

“이탈!”

물론 의미는 없었다.

이미 현역병들은 아래로 뛰어 내려가 있었고, 차량위에 탑승을 시작했다.

-빨리!

재차 마족 마법사의 제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장비를 다 버리고 개인화기만 챙긴 군인들을 태운 차량이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기 마법사 아저씨…….”

그제야 기동대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뭔가 위협을 느껴서 이탈을 명한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마족 마법사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그게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막지 못할 것이라면 그들도 못 막는 게 당연하니까. 그러나, 마법사는 뒤를 돌아본 채 이를 악물고 마법을 다시 펼치려 하고 있었다.

그는 던지던 질문을 멈추고 마법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건 또…… 뭐야.”

그들이 있던 허공 위로 검은 구름같은 것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들 차량의 후미에 방어막이 펼쳐졌다.

번쩍!

* * *

“어, 어마어마한 벼락입니다!”

방어진지 위로 모여든 검은 구름이 그곳에 벼락을 쏟아 부었다.

동시에 방어진지 하나가 그대로 새카맣게 타버렸다.

뭔가 화려한 폭발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새카맣게 탄 뒤에도 내리치는 벼락에 의해 사방으로 재들이 비산할 뿐이었다.

이 모든 광경은 굳이 드론을 이용해서 보지 않아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파칫! 파칫!

이동식 스크린에 비춰지던 전장 상황들이 여기저기 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드, 드론이 요격당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지휘부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해 주던 드론들이 박살이 난 것이다.

동시에 화면이 이리저리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드론들이 각자 회피를 시작한 것 같았다.

“방어막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그나마 다행인 거네. 포격하는 것 마냥 그 사거리가 한 없이 길면 이조차 의미 없었을 거니까.”

“그야…….”

차준우 사령관의 말에 작전장교는 입맛을 다시며 말을 흐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별로 위안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선 전부 소멸 되었습니다.”

무전병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 42개소 중 3개팀이 이탈중 휘말렸다고 합니다. 생존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도 쉴새 없이 벼락이 내려치고 있는데 생존자가 가능할 리가 없어 보였다.

“모자라는 팀은 4선에서 3선으로 출동 합니다.”

차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1선은 후퇴해서 3선으로 간다. 그동안은 2선이 방어를 이어가고 그들은 나중에 4선으로 이동한다.

물론 4선이 마지막이다.

어차피 광대하게 펼쳐진 방어선이기에 이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적들이 그렇게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 * *

“Shit.”

닉 레너드 대통령은 뇌전이 쏟아지고 있는 한국쪽의 전투 장면을 보며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어마어마 합니다.”

그들은 지금 탑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마물들을 막으면서도 대한민국의 상황을 면밀이 지켜보고 있었다.

“마물들의 수는 어느정도로 예측되나?”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한쪽에 있던 요원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오만 정도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진쪽은 십만이 다시 넘었습니다.”

“Oh my God…….”

누군가가 나직하게 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사일들을 그렇게 쏟아 부었는데도 아직 저 숫자다.

심지어 본진이라고 하는 곳은 미사일이 집중된 후에 육만까지 떨어져 내렸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확인한 병력이 십만이 넘었다는 것은 계속 이쪽으로 병력을 쏟아부어내고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쪽은?”

“5개 방어선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저쪽처럼 마법을 쓰는 마물들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만약 저게 우리 입장이었다면, 막을 수 있나?”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대한민국에는 마족 마법사가 있지만, 이쪽은 없다.

물론 재래병기나 새롭게 만들고 있는 대마물병기의 숫자는 이쪽도 충분하다.

전시에 대량생산으로 들어갔을 때의 미국의 생산력은 이미 세계대전 때에도 증명이 되었으니까.

“이겨 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네. 막을 수 있냐는 걸 물었네.”

다시금 이어진 레너드 대통령의 질문에 다들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미지의 상대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K드라마 보듯이 계속 본방 사수나 하자고. 응원이라도 하면서.”

레너드 대통령이 시니컬한 대답을 했지만, 아무도 쉽게 동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응원하자는 말만큼은 전달되었는지 영상을 바라보는 이들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러나 잠시 뒤에 터져나온 외침은 그들이 구경꾼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포,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뭐?”

“그,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나서…….”

레너드 대통령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Fuck! 이 지경인데도 어떤 머저리 같은 놈들이 폭동을 일으켰단 말이야!”

지금 미국은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폭동과 약탈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미국 뿐만은 아니었다.

대 침식 이후 경찰력이 무너진 나라는 약탈자들이 횡행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미국은 폭동의 규모가 크고 무법지대가 좀 많아졌을 뿐이고 말이다.

거기에 무기소지가 독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바, 방어선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거, 거대한 마물, 아니 마족인 것 같습니다! 최소 사령관 급!”

순간 상황실은 패닉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다 건너 불구경이 아닌 상황이 와버렸다.

* * *

“후욱! 빌어먹을 숨도 못 쉬게 만드네.”

3선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대응을 준비하고 있던 기동대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시간이라도 벌어주면 좋았을 것을 그들의 뒤를 받쳐주던 2 선은 그들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이탈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의 방어거점이 어떻게 소멸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볼 수가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벼락들이 마치 피뢰침에 내려와 꽂히듯 한점으로 들이치고 있었다.

수백번은 넘게 내리치는 벼락 속에 그들이 지나쳐왔던 거점은 까맣게 타고 또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까 기동대원의 이탈 명령에 다른 의견을 잠시 비쳤던 중위가 창백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우린 여기까지만 막을 거다. 이 다음은 후퇴로 장악하면 되니까 잠시 쉴 수 있을 거야. 정신들 단단히 차려라. 안 그러면…….”

말을 줄인 그는, 그들이 이탈중에 마법사가 펼쳤던 방어막 위로 튄 벼락을 떠올렸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다들 창백한 안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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