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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7화 (217/305)

제217화 물에 빠진사람을 구하면?

화르르륵! 화르륵!

화염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차량들이 이리저리 기동을 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콰앙!

일부 전차들은 미처 피하지 못 하는 차량들을 대신해서 사선으로 뛰어들었다.

콰쾅!

차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전차는 빠르게 기동했다.

“괘, 괜찮냐?”

[예! 문제없이 기동됩니다!]

“사람 말이야, 사람!”

헤드셋으로 들려오는 조종수의 대답에 전차장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 살아있으면 다 살아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전차장은 피식하니 웃었다. 그 웃음에 포수도 마주 웃고 있었다.

[어차피 상부로 막았으니까, 제 걱정 마십쇼!]

“아놔, 이 빌어먹을 놈에게 꽃같은 내 목숨을 걸어야 하나.”

전차장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포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몸으로 때우란건 전차장님 명령이잖습니까.”

포수의 대답에 전차장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천장 텅빈 개조트럭이나 천장 개방형이라는 해괴한 전차 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나을 거니까.”

“그나마 관통력이 덜해서 그렇지 우리도 오래는 못 버틸 거 같 습니다.”

포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대답하자 전차장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세 방 때웠으니 우린 벌써 열 명 이상 구한 거다. 쏴도 의미없는 상황이니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전차장의 대답에 포수가 구시렁거렸다.

“그렇게 무식하게 굴면 시집 못 갑니다.”

“새꺄! 구해준 놈들 중 하나 골라서 가면 되지!”

포수가 전차장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입만 다물면 천상 여잔대 열면 꼰대가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염구가 다시 그들을 때렸기 때문이다.

콰앙!

“빌어먹을!”

선회등 기동력이 떨어지는 트럭에 탄 아군들의 몸빵을 해주던 전차들의 상황도 점점 나빠졌다.

방금도 날아온 화염구에 맞은 전차가 끝내 상부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마치 어렸을적 전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포탑이 분리된 것 마냥 말이다.

누군가가 안타까워하며 가까이 가려 했지만 이내 포탄이 유폭되며 바닥에 떨어졌던 상부가 다시 튀어올랐다.

그 날아간 포탑을 보며 조종수가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종수라도 구해!”

차장의 외침에 트럭은 위험을 무릅쓰고 괘도가 끊어진 전차로 다가가 조종수를 끌어올렸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던 그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기! 저기요!”

조종수의 외침에 차장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콰쾅! 쾅!

“이 운좋은 양반들!”

사방에서 화염구가 터지는 상황에서도 달려간 차장은 재빨리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군인을 구했다.

언제 뛰어왔는지 탄약병도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던 아군을 부축했다.

이어 조종수를 무사히 꺼내 태운 트럭이 그들의 곁으로 다가와 멈추었다.

“빨리 움직여! 빨리!”

부상자 둘을 트럭 위로 끌어올리는 사이 트럭운전병이 외쳤다.

“위, 위험합니다!”

“젠장!”

화염구 하나가 그들을 향해 방향을 틀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씨파! 스마트 포탄도 아니고!”

유도탄같이 이리저리 쫓아오는 건 아니었지만 마치 변화구마냥 방향을 틀어 날아드는 화염구였다.

문제는 그게 그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 차장은 자신이 구한 전차장이 그의 손을 뿌리치는 것을 느꼈다.

“가! 빨리!”

“닥쳐!”

순간 차장은 무슨 힘이 솟았는지 그의 멱살과 낭심을 잡아 프로레슬러마냥 어깨에 들춰 매며 트럭 위로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화염이 더 빨리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순간 화염폭풍이 확하고 몰아쳤다.

“앗 뜨거!”

뜨겁다고 외쳤던 차장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 타다 만 불꽃을 매달고 그 들을 스쳐가는 전차 한 대가 있었다.

그 사이 부상자들을 모두 끌어 올린 차량은 곧바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허억! 헉! 뒈, 뒈지는 줄 알았네.”

차장은 숨을 몰아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 차량 위에 뒹굴던 전차장이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끄응. 닥치라니. 제가 계급은 윈데요?”

한쪽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웃음을 머금고 말을 거는 전차장을 보니 중위였다.

거기에 얼마 없는 여성 전차장이었던 거다.

중사 계급을 단 차장이 벌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그건 살려준 거로 치시죠.”

그의 말에 차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쩐지 좀 가볍더라.’

갑자기 전차장이 고는 운전병에게 외쳤다.

“뒤에 다녀오자!”

“예!”

잠시지만 부상병 후송을 핑계로 그들은 이탈했다. 다행히 그들을 보았는지 후송 차량이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부상자 넘겨주고 우린 빨리 복귀한다.”

차장이 화염이 넘실거리는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전차장이 갑자기 상체와 하복부를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윽!”

“전차장님 어디가 안 좋습니까!”

피칠갑을 한 포수가 놀라 외치자 전차장이 고개를 차장을 바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놔. 멱살 잡힐 때 가슴이 꼬집혔어. 심지어 사타구니도 아파.”

순간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던 포수가 차장을 바라보았다.

그뿐 아니라 탑승해 있는 모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마치 변태 보듯.

그 따가운 시선에 차장은 돌처럼 굳어졌다.

방금 전, 상황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그…….”

무언가 변명을 하려던 그에게 전차장이 물어봤다.

“중사님 잘생기셨네. 애인 있어요?”

“아, 아뇨.”

전차장이 피식 웃으며 던진 질문에 차장이 얼결에 대답했다.

“잘 됐네. 원래 구해주면 보따리까지 찾아주는 법이니까.”

“예?”

멍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전차장이 가슴에 달린 팬을 꺼내 그의 소매에 전화번호를 적었다.

“연락해요. 반말한 건 목숨값으로 퉁 치고, 가슴 쥐어짜고 사타구니 잡은 걸로 같이 오붓하게 커피 하는 걸로 퉁 치고.”

“예에? 쥐, 쥐어짜다니…….”

옷에 번호를 다 적어준 전차장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살아서 봅시다.”

덤덤한 그녀의 말에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보따리까지 원래 구해주는 게 국룰이죠.”

“오, 쫌 아네.”

그 말을 하며 그녀는 후송차에 옮겨탔다. 이어 다른 부상자들이 올라타는 것까지 본 그가 외쳤다.

“얘들아 다시 가자!”

트럭이 다시 출발했다.

전장으로 되돌아가는 차량 위에선 잠시 침묵이 돌았다.

방금전 전차장이 한 말이 그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살아서 봅시다.’

다시 전장으로 향하는 그들의 눈동자에 불타고 있는 아군 차량들과 전차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차량에 튕겨져서 죽은 듯한 아군의 몸뚱이. 그나마도 찾을 수 없게 타오르는 차량.

산산이 조각나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차량의 잔해.

잠시 떨어져 나와보니 전장터가 더욱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때 한쪽에 있던 포수가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전차장님 이쁘던데.”

“아씨. 내가 구할걸.”

“그 전차장님 눈이 문제 아냐? 우리 차장님이 잘생겼다시잖아.”

시답잖은 농담이 튀어나왔다.

“새끼들. 니들은 애인 있잖아.”

그들의 농담에 차장이 웃으며 대꾸했다.

“올…… 장가 가시는 겁니까?”

탄약수의 말에 다들 키득거렸다. 그러자 점점 가까워져 오는 전장을 바라보던 차장이 대답했다.

“씨바. 가야지. 그러니까…….”

뒷말을 흐린 그가 차량의 병사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살아서 가자.”

차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놈도 빠지지 말고 살아가자.”

다시금 말하는 차장의 말에 다들 미소로 답해줬다.

그들의 미소에 왠지 머쓱해진 차장이 고개를 돌리며 몇마디 더 던졌다.

“두당 오만원씩이니까.”

“예?”

뜬금없는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차장이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축의금. 줄면 아깝잖냐.”

순간 차량 위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시체와 차량이 불타는 전장을 가로지르며 잠시나마 공포를 떨구듯 말이다.

* * *

“벌써 삼분지 일이 이탈했습니다.”

작전장교의 보고에 차준우 사령관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작전장교가 기갑의 후퇴를 명령했다.

더는 기갑이 활동하기에 전장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일부 차량은 부상자들을 하나라도 구하기 위해 멈추고 전차는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는 모습이 드론이 찍고 있는 화면에 비춰 지고 있었다.

“아…….”

서너발의 화염이 내리꽂히며 방패 역할을 하던 전차와 부상자를 구하던 트럭이 폭음과 함께 산산히 조각나는 장면을 본 작전장교의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차 사령관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빠져나오고 있는 그들의 뒤에는 불에 타고 있는 아군들의 시신과 차량의 잔해들만이 남았다.

그때까지 다물고 있던 차 사령관이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작전은 훈련과 동일하다. 각 방어선부터 현장 지휘관의 재량에 맞게 대응 시작해.”

차 사령관의 명령에 작전장교가 명령을 전달했다.

그 와중에도 차 사령관의 시선은 모니터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죽어간 이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잊지 않겠다는 듯.

* * *

“그래도 꽤 준 거 같지 않습니까?”

“어. 바다에서 물 한바가지 퍼 낸 것만큼.”

“에이, 형님도. 애들 사기 떨어지게.”

기동대원들이 키득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현역병들은 긴장된 얼굴로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야, 긴장들 풀어. 그렇게 뻣뻣하면 튈 때 제대로 못 튄다. 그럼 우린 버리고 갈 거야. 알았냐?”

“예!”

“그래. 우린 절대 안 구할 거야. 그러니 알아서 빠릿하게 움직여라.”

“예!”

기동대원들의 명령에 현역병들이 군기가 바짝 든 채로 답했다. 컨테이너를 중간중간 가져다 놓고 그 위와 주변에 진지를 만들어 놓았다. 그곳을 지휘하는 건 바로 기동대원들이었다.

민간인 신분이나 마찬가지지만, 그건 현실적인 구분이었기에 현역병들은 그들의 명령에 절도있게 대답했다.

실제로 명령권도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만큼 마물과 오랫동안 끈질기게 싸워온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을 현역병과 섞어 놓을 이유가 없다.

어쩌면 이때를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잊지마라. 얘들아. 신나게 쏘고! 튀자! 그럼 튀는 거다. 알겠냐?”

“예!”

“세상 좋아졌네. 우린 얼마 전까지 크랭크 돌려서 시동 걸고 그랬는데.”

“내 말이. 침식지 아닌 곳에서 싸우는 게 어디냐.”

“거기다가 안 먹히는 소총이나 고무탄 같은 거도 아니고.”

기동대원들은 키득거리며 무기들을 툭툭 쳤다.

“그런데 이거 내구성은 믿을 만하냐?”

“믿지 말라던데?”

한 기동대원이 궁금한 듯 던진 의문에 누군가가 답했다.

그러자 현역병들이 화들짝 놀라 뭔가 엉성해 보이는 K-4 고속 유탄총 비스무리한 병기와 포신을 바라 보았다.

“어차피 내구성이 중한게 아니고 쏘고 튈 거라서 저렴하게 빨리 찍어냈다더라.”

“하긴 뭐.”

그들의 대화에 현역병들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들이 들으라는 듯 기동대원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신나게 쏘고 돌아가서 치맥이나 하자!”

그의 말에 현역병들이 희망을 담아 외쳤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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