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예비군이 가장 빠를 때
캬아아악!
하늘을 나는 마물들이 기성을 토해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맹금류가 먹잇감을 노려보듯 시선을 응시하던 마물이 그대로 급강하를 시작했다.
그런 비행형 마물들을 향해 아래에서 미사일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럼에도 비행형 마물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강하해 나갔다.
씨애액! 콰아앙!
그럼에도 모든 것을 피할 수 없었는지 화염에 휩싸이며 퉁겨져 나갔다.
콰콰쾅! 콰쾅!
워낙 쏘아져 올라오는 것이 많은지 공중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폭음이 연달아 울렸다.
그러나 떨어지는 것들은 일부 개체일 뿐이었다.
상당수 비행형 마물들은 잠시 퉁겨졌다가 균형을 다시 잡고 그대로 강하를 이어나갔다.
그때였다.
퍼억!
강하를 하던 마물의 뭄뚱이가 한쪽으로 튕기듯 밀려나더니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퍼퍼퍽! 퍼퍽!
연달아 울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미사일에도 멀쩡했던 비행형 마물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일부는 머리통을 늘어트린체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캬아!
그제야 강하하던 일부 마물들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보다 더 위쪽에 또 다른 적이 등장한 것이다.
타타타타타!
“이쪽을 봤습니다!”
“놈들이 우릴 본다아아!”
상공을 날아다니던 헬기가 급격히 시끌벅적한 가운데 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헬기 옆구리가 열려있는 가운데 그곳에서는 강림자와 군인들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다가오는 마물들을 향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투웅! 퉁!
활을 든 강림자는 화살을 쏘아내었고, 군인은 마치 작살처럼 생긴 공기압축 연발총을 쏘아내었다.
퉁퉁퉁퉁퉁!
기관총처럼 연사력이 엄청나지는 않았지만, 근거리로 다가오는 마물을 맞추기에는 충분했다.
심지어 헬기 서너대씩 편대를 갖추어 접근해오는 비행형 마물들을 상대해 나갔다.
그럼에도 일부 대형 비행형 마물은 온몸에 피를 튀기면서도 그대로 나아왔다.
“던져부러!”
근거리에 다가오자 이번에는 화살이 아니라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사거리나 관통력은 화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충격력과 타격력은 이쪽에 더 강력했다.
심지어 근거리라 그런지 정확도도 더 높았다.
이유는 있었다.
“나가 행주산성에서 어! 이걸로 꼴통을 부순 사람이여!”
“복사골 석전의 명수라 불렸당께!”
그들은 바로 석전을 주무기로 하는 강림자들이었다.
헬기에 그들을 함께 태웠던 것이다.
급수는 낮아 소통이 쉽지는 않지만, 단순 공격이기에 소환자를 제외하고 강림자만 태워서 작전에 투입시킨 것이다.
그렇게 저지력을 펼치는 사이 손바닥 길이의 볼트들이 연사되어 비행형 마수들의 몸통에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쏩니다!”
퍼엉!
풍선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애기 주먹만 한 크기의 공기총알이 날아가 적중했다.
이 역시 새로 급조한 병기 중 하나였다.
끝내 접근하던 비행형 마물중 하나가 추락하자 그 모습을 보며 군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씨부럴, 에솦 규제만 징글맞게 하더니…….”
그 군인은 암울한 에어소프트건 규제의 나라에 대한 울분을 흘리며 다음 타겟을 찾아 헤매었다.
실제 살상이 가능한 에어소프트를 만들 인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성인용이라고 만든 것을 입으로 불어서 나가는 정도로 규제해 놓은 건 중국을 빼면 국제적으로도 거의 없다.
중국이야 비비탄이 아닌 수정탄이라는 것을 활용했지만 말이다.
이번에 급급히 규제가 풀리며 개조를 하기는 했지만, 부품이 버티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용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다 뒈져라!”
퉁퉁퉁! 퉁퉁퉁!
그 울분을 풀 듯 합법적인 공기 압축 포탄을 연신 날려 대었다.
그러나 그의 울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새까! 탄 아껴써! 그게 얼만데!”
“죄, 죄송합니다!”
헬기를 노리고 날아가던 비행형 마물이 비명을 내질렀다.
카악!
피탄 되었지만, 그 커다란 동체는 그대로 관성적으로 날아가 결국 회피하지 못한 헬기에 부딪혔다.
콰앙!
당연히 헬기는 프로펠러가 분리되고 검은 연기를 흘리며 뱅글뱅글 돌며 추락했다.
심지어 총격을 가하던 군인들의 몸뚱이가 퉁겨져 허공으로 날아갔다.
콰앙!
“마, 마법이다!”
일부 비행형 마물의 경우 입에서 무언가를 뿜어내기까지 했다.
헬기들이 기동을 하며 피해내기는 했지만, 모두가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내 서너 기의 헬기가 화염에 휩싸이며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일부 헬기들이 추락하기 시작하자 비행형 마물들이 더 열을 올리며 헬기들을 사냥해 나갔다.
투퍼퍽!
“이런 씨! 저건 뭐야!”
헬기를 조종하던 하사관이 이를 악물었다.
헬기 전면의 방탄유리에 송곳니갓은 뼈들이 날아와 박혔던 것이다.
“이젠 하다 하다…….”
공기역학을 무시하고 날아다니는 언데드형 비행 마물이 쏘아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응수했다.
“뼈다구는 쪼사놔야 제맛이지.”
카라라라락!
투확! 투확! 투확!
헬기의 기총이 불을 뿜었고 양 옆구리에 달린 헬파이어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물리적 공격에 취약한 언데드형이었기에 현대 화기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뼈마디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부서져 내리자 공격헬기는 다시 뒤로 빠지며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다녔다.
기동성은 좋지만 물리적 공격이 먹히지 않는 마물에게는 의미없기에 이렇게 골라잡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때 옆에서 또 다른 언데드형 비행마물이 박살이 났다. 모르는 사이에 근접해 왔던 것이다.
[정신 안 차릴래?]
“캄싸합니다!”
편대장의 목소리가 이처럼 반가울 때가 없었다.
“내, 내려온다!”
포화를 뚫고 내리꽂히기 시작하는 비행형 마물에 포사격에 열중이던 군인들이 당황했다.
“움직이지 마시오!”
그때 옆으로 튀어나온 건 활을 든 강림자였다.
그는 연신 화살을 날렸다.
두발 세발. 맞는 것도 확인하지 않았지만, 날아간 화살은 제대로 맞았는지 마물이 비명을 내지르며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그 덕에 그 위치에 있던 포병들이 이리저리 피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적어도 그 마물이 땅위에서 난동을 피우는 것보다는 나았다.
“가, 감사합니다…….”
“저 짐승들은 내게 맡기시오!”
“아, 예.”
고개를 끄덕이며 군인들은 다시 자신의 위치로 복귀했다.
“야, 여진족 같지?”
“예.”
방금 그 강림자는 바로 여진족이었다.
“뭐, 여진족이 어때서. 우리편이면 되잖습니까.”
“하긴. 임진란 항병출신 왜병 조총수 강림자도 있다더라.”
“조총? 그게 먹힙니까??”
황당하다는 후임의 말에 선임이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헐?”
그가 가리킨 쪽에는 유난히 긴 총신을 하늘로 향하고 있는 호피 무늬옷을 입은 강림자가 있었다.
“나가 잡은 호랭이가 얼만디!”
빠앙!
화승총이 불을 뿜으며 매케한 연기가 자욱하게 뿌려졌다.
“마, 맞았다!”
내려오던 마물의 머리통이 한쪽으로 튕기듯 움직이더니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에 장비고장으로 수리중인 포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군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나선 정벌 때 호랑이 잡던 포수들을 동원했다더니…….”
누군가가 중얼거리자 다들 신기한 표정으로 다시 그 강림자를 바라보았다.
꼬질대로 연신 총구를 쑤시는 모습이 웃프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그들의 머리위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이들이었다.
* * *
보랏빛 반투명한 반구가 펼쳐진 공간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오기원은 이를 악물었다.
-언제까지 공격이 지속되지?
“모,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수백만 발을 비축하고 있다고만…….”
-대형 마물이라도 있었던 건가? 실제 병사들의 숫자를 훨씬 상회하지 않느냐.
“그, 그건 아닙니다만…….”
-언제 끝날지 모로는 비를 피하고만 있어선 안 되지. 속도를 높이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그의 군주인 마켈그로이언의 명령에 오기원이 이를 악물고 명령을 내렸다.
“신속하게 전진하라!”
단순한 외침이었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이 그 명령을 사방으로 전파했다.
잠시 멈추었던 마물들과 마족병의 행렬이 포화를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옵니다!”
“지독하군.”
지평선을 채우며 나아오는 마물들의 선을 보며 차준우 사령관이 혀를 찼다.
그의 뒤쪽에선 약간 소박한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퐁! 포퐁! 퐁!
창고에 쳐박혔을 줄 알았던 박격포들을 전부 끌고나온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쏘는 군인들의 복장은 약간 달랐다.
그들은 바로 예비군들이었다.
60mm박격포는 편제에서 제외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후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습을 감춘 덕에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현역병들이 드물었던 것이다.
그나마 81mm는 아직까지 활용하고 있어, 현역병이 운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예비군들 잘 챙기고.”
“예!”
차 사령관의 명령에 작전참모가 크게 답했다.
미사일이나 자주포로도 어쩌지 못했던 적을 박격포로 어찌하겠느냐만, 최후의 최후까지 화력을 쏟아붓는 것이, 이번 화력전의 목적였기 때문에 그들까지 동원되었던 것이다.
“적 상황은?”
“그래도 상당수가 줄기는 했다고 합니다.”
“의미 없는 짓은 아니군.”
고개를 끄덕였던 차 사령관이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예비군 퇴거 시켜.”
“예!”
명령이 전달되고나서 후방에서 연신 포탄을 포구에 날리고 포신을 식히느라 물을 퍼붓던 예비군들이 순식간에 포를 해체하더니 들쳐매고 차량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던 차 사령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슨 문제라도?”
그 웃음에 작전장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자 차 사령관이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예비군이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원래 일이년차가 말년 병장보다도 숙달된 전력이잖습니까.”
작전장교의 말에 차 사령관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라. 예비군이 가장 빠르게 행동할 때는 바로 퇴소할때란 말이 떠올라서 말이지.”
“아…….”
그 말에 작전장교가 피식 웃으며 예비군들을 바라보았다.
이 몇마디를 나누던 사이 벌써 예비군들은 차량을 타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퇴소였다.
“자, 이제부턴 현역들의 시간이 왔군.”
차 사령관이 굳은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적들이 더 가까워져 왔다. 그러자 이미 약속이 되었는지 전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전차들을 바라보던 차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거 몇 대라고 했지?”
“백다섯대가 전붑니다.”
“제대로 먹히면 좋겠군.”
“연구소에서 장담했으니 먹힐 겁니다.”
작전작교의 답변에 차 사령관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수가 적은 게 아쉽군.”
“아무래도 기존 포탑을 들어내고 급조한 거니까요.”
작전장교의 대답에 차 사령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전차와는 다른 포탑을 단 개조 전차들이 뒤에 드럼통 같은 것을 달고 열심히 달려나갔다.
심지어 겉으로 보기에도 안전함과는 약간 거리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급조된 형태. 딱 그 표현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