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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4화 (214/305)

제214화 포신이 터질때까지

* * *

“아니 여기까지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차준우 사령관이 절절매는 모습이 신기할 만도 하지만, 참모들은 마치 이 상황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좀이 쑤셔서 말이디.”

“그건 그렇지만.”

“니보라. 상황은 언제 어케 변할디 모르는 거이야.”

“그건 그렇습니다.”

지금 진영의 약 3키로 뒤에서 진을 치고 있던 을지부루가 아침에 갑자기 본대로 이동해 온 것이다.

원래는 이쪽에서 공격을 하고 뒤로 빠지면 이들이 후위를 막고, 그 사이 뒤쪽에서 다시 정렬을 하는 것이 작전의 골자였다.

그런데 부루가 불쑥 병력을 이끌고 올라온 것이다.

“내래 뒤로 빠지는 전쟁은 해 본적이 없다.”

“하, 하하하.”

차 사령관은 난감했다.

모든 작전은 그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뒤로 물리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갔어? 무르다 보면 점점 몰리게 되니까네.”

부루의 말에 차 사령관은 숙고를 거듭했다. 사실 이 두 가지 상황을 가지고 계속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또 시간이 맞디 않으면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는 건 기본 아니갔네?”

철수전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벌어진다는 사실은 전쟁에 있어 기본 상식이었다.

그래서 지근거리에 배치한 것도 맞고 말이다.

“자잘한 것만 처리 하라우. 큰 건 우리가 정리하갔어.”

“하지만 사선이 어지러워지면…….”

“걱정 말라우. 원거리로 대응하면 되는 일이니까네. 마침 빠르게 필요한 것을 가져오기도 했고 말이디.”

“예?”

부루가 뒤를 돌아보자 수많은 상자들이 한쪽에 늘어져 있었다.

차 사령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자 기동대원 중 하나가 그것을 열었다.

“그거?”

딱봐도 창이다. 다만 그 길이가 휘두르기위한 용도로 보이지 않았다.

“투창용입니다.”

“화살을 쏠 수 있으면 쏘고 없으면 던지면 되는 거이야. 우린 공격을 뚫고 들어오는 놈들만 노릴 거란 말이디.”

부루의 말에 차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잘한 놈들이 죄 죽어 나자빠진 차에 이전의 전략을 고수하는 게 더 문제 아니간?”

부루의 말에 차 사령관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알겠습니다.”

미사일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을 때를 기준으로 배치한 진영이었다.

그러나 어느정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으니 부루의 의견도 틀리지 않았다.

그것을 파악했기에 이렇게 몸소 나선 것일 것이다.

“작전관.”

“예!”

“지금 위치 만들어 드려. 말씀하신대로 지근거리로 접근해오는 적들은 강림자들이 맡는다.”

“알겠습니다!”

그의 결정에 전체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크르륵. 크륵.

쿼어억!

사방에서 마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대원길드원들은 살짝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들의 미래가 과연 밝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종속되었다고 해도 이성적 사고가 완전히 넘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종속이라 하는 수준의 차이도 있었다.

옅은 정도의 종속.

물론 그것만으로도 이들이 함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불안할 뿐이었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흥분과 고양감에 차올라 있었다.

미친 듯이 쏟아진 미사일 공격에도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새로운 지배계급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쇠기둥과 같은 미사일을 직격당하고도 몸이 재생되는 대형마물들이 든든하게도 함께 하고 있으니 사기가 높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길드장인 오기원이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욕망이 이글거렸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고 이 편이 합리적이라 생각한 거래였지만, 종속이 된 후에는 점점 마켈그로이언의 수족이 되어갔다.

생각의 기준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다른 이들이 한 단계를 거쳐 종속이 된 것과 달리 그는 마켈그로이언과 직접 종속되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였다.

공중에는 비행형 마물들도 있었다. 그 숫자도 적지 않았다.

마수의 군주인 부루에게도 비행형 마물이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 떠다니는 숫자는 그 이상으로 압 도적이었다.

심지어 뼈다귀만 남은 공룡 뼈 같은 게체도 날아다니니 할 말 다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선발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 대군을 이끄는 것은 바로 그였고 말이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

마치 고대에 멸종했다던 맘모스와 비슷한 크기의 마물의 등위에 올라 타 있는 고위 마족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군단장급의 마족이다.

을지부루에 의해 잡히면서 퇴색되기는 했지만, 옛날 같으면 대적불가의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충성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 또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

기원의 입가가 비틀어지며 올라갔다. 미사일의 비를 뚫고 살아나온 지금 그는 더 이상의 두려움이 없었다.

피해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고위의 존재들에게는 그 피해가 없거나 회복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정도면 만화에서나 나오는 세계정복도 꿈은 아니다.

그의 눈에 저 멀리 진을 치고 있는 병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 병력이라도 끌고 나온 듯 지평선을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아주 애국지사 나셨군.”

왠지 그들의 모습에 기원은 마음이 비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기심인지 아니면 질투인지 모를 마음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왔다.

쐐애애애액!

“응?”

소리가 나서야 뭔가가 지나갔음을 알았다. 현대인이라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소리다.

“전투기?”

이곳이 침식지역이 아니다보니 전투기가 출동했던 모양이었다.

그에 발맞춰 마족 마법사들이 방어를 준비했다. 그리고 나서야 뭔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발악을 하는군.”

이미 방어준비를 마친 마법사들을 보며 기원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씨이이익!

하늘에서 수십개의 폭탄이 떨여져 내렸다.

“공대지는 아닌가?”

그 모습은 공대지 미사일과는 달라 보였다.

물론 이쪽으로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다면 그런 것을 쏘기 위해 머리 위를 지나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반투명한 보랏빛 막이 허공에 펼쳐졌다. 그 사이로 요격을 위한 마법이 쏘아올라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말이다.

퍼퍼펑! 펑! 펑!

허공에서 폭발음이 울려왔다.

다만 그 폭음은 빈약하게 들렸다. 이내 펼쳐진 방어막 위로 떨구어 내린 폭탄들이 터져나갔다.

“풉!”

기원은 웃기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뒤섞인 공격을 받아서인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긴. 할 수 있는 공격이 없겠지. 있었다면 대침식 때도 그렇게 개고생…….”

말을 하던 기원이 말을 끊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미 없는 공격?

“뭐지?”

갑자기 위하감이 들었다.

대한민국 군대는 바보가 아니다.

기원은 최소한 적을 바보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방어막이 사라지고 위하감에 하늘을 살피던 오기원의 얼굴이 순간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커헉!”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 * *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먹혔나 봅니다.”

모니터를 보던 군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실험해봤다니까요.”

군인들은 옆에 있던 고빈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니터에는 괴로움에 몸을 비트는 적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좋아. 먼 거리부터 사격 실시!”

차준우 사령관의 명령이 뒤쪽에 있던 방사포 부대와 자주포부대로 전달이 되었다.

명령이 전달이 되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던 포대가 발사를 시작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무지막지한 숫자의 포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포효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 * *

“웨에엑!”

오기원이 허리를 꺽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일부 마물들 역시 제체기를 하며 몸을 뒤틀었다.

그때 마족마법사가 다가와 그에게 정화마법을 펼쳤다.

“꺼헉! 헉! 헉!”

그러자 겨우 나아지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독 따위가 영향을 끼칠 리는 없는데. 이게 무엇인가.

마족군단장 중 하나가 의아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표정이었다.

기원이 쏟아내었던 눈물 콧물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캐…….”

-케?

“캡사이신…….”

-캡사이신?

기원은 모욕감에 부르르 떨었다. 사방에 마물들이 미친 듯이 뒹굴고 있는 모습이 여전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후각이나 여타 감각이 발달한 종류들이었다.

그때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에서 정화마법을 펼치던 마족 마법사들이 부랴부랴 방어막들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방에서 폭발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 * *

“포신 내구성 테스트도 아니고…….”

쉴새 없이 포탄을 날래 대던 포병이 혀를 내둘렀다.

평소 쓰지 않던 귀마개까지 했음에도 얼얼할 지경이었다.

쭉 늘어선 각 부대에서 온 포들은 연신 포탄을 날려대고 있었다.

콰쾅!

그 중에는 고장을 일으키며 멈춘 포도 있었다.

“빨리!”

응급조치를 위해 달려가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저걸 아직 남겨뒀으니…….”

고장을 일으킨 기종은 바로 북한이 사용하던 장비 중 하나였다.

당시 상당수 장비를 폐기처분했지만, 그래도 상태가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두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런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포도 포지만 비축되있던 재래식 포탄을 소모하기 위해서라도 남겨두었을 것이다.

남쪽도 마찬가지다.

K-9 시리즈 자주포가 있으면서도, M109개열의 구형 자주포를 개조하여 아직까지 활용하고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견인포들까지 모두 배치되어 화력을 쏟아붇고 있으니 귀가 먹먹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그렇게 잠시 상념에 빠졌던 포반장이 실소를 흘렸다.

“이러니 포방부라고 하지.”

[예? 포방부요?]

“혼잣말이다.”

[큭큭큭!]

[푸흐흐!]

그의 답변에 리시버에서 포반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포방부라는 별명은 옛날에도 지금에도 지워지지 않는 명칭이니까.

그렇게 그들은 수도 없이 포탄을 날려대었다.

그때였다.

공용망으로 경고성이 들려왔다.

[대공! 대공!]

“뭐?”

순간 군인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뭔가가 하늘을 날아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천마부터 비호복합까지 미사일과 대공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멈추지 말고 포신 터질때까지 쏘다가 튀라면 재빨리 튀어! 알았냐!”

[예!]

리시버로 병사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포사격 소리가 간간히 섞여 들어왔지만, 그들의 대답은 더없이 선명했다.

“역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좋긴 하네.”

뜬금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포반장의 눈동자는 더없이 굳어져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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