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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3화 (213/305)

제213화 역대급 대통령

* * *

-쯧. 절반도 건지지 못했군.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권능으로 되살아 난 것은 삼분지 일이 조금 넘는 숫자였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경악할 정도였지만 말이다.

-꽤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회유와 교언의 군주 마켈그로이언의 말에 기오르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래. 권속에게서 보고는 왔는가?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고만 합니다. 군사무기의 경우는 기밀이 많다는 보고이옵니다. 다만…….

-다만?

-이번 경우는 미리 작정을 한 공격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도시등지에 다발적으로 균열이 만들어져 지금과 같은 공격을 할 수 없었던 이유라 합니다.

그의 보고에 기오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졌던 건가?

대이주를 연상케 했던 차량 행렬을 떠올렸던 것이다.

-이쪽 지역은 이전의 파괴에서 재건이 아직은 덜 이루어진 상황이라 그런 결단을 내린 듯합니다.

-재미있구나. 전쟁 속에서도 휘하의 족속들을 아낀다? 하긴 그런 존재들은 흔하게 보았지.

벌써부터 손해가 적지 않았다.

마물이란 것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중형 이상의 마물들은 그 숫자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문을 열기 위해 마물의 사체를 다량 동원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편한 길을 가심이 어떠하신지요.

-편한 길?

편한 길이라는 말에 기오르그가 마켈그로이언을 바라보았다. 일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에게 있어 편한 길을 거론한다는 것은 모욕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기오르그가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이런 유연한 때문에 마켈그로이언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기에 나름 자연스러운 발언이기도 했다.

-회유와 교언의 마족, 아니지 이젠 군주지. 교언은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완벽한 왕이 되시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기에 드리는 충언이옵니다.

웃음을 띄우며 자세를 낮춘 마켈그로이언이 목소리를 낮추어 전달해 나갔다.

* * *

“대원길드쪽 인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원길드의 모든 인원은 지금 전면적으로 구속 및 제압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북쪽에 혼란이 벌어진 덕에 그쪽 지역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이동 중인가?”

“그건 아니고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검색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주지환 국정원장에게 보고를 올리던 상황실의 요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넷? 지령인가?”

“암호나 지령문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각국과 공조해서 이중삼중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그 내용이…….”

약간 어이없어하는 요원을 보며 주 국장이 답답하다는 듯 되물었다.

“일단 보고해 봐. 뭔데?”

“구글링 중이라 합니다.”

“구, 구글링? 검색?”

“예, 그……게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체 뭘 찾는데?”

“전 세계의 미사일 보유량이나 우리나라의 미사일 보유량 같은 겁니다.”

“……그걸 구글에서 알아본다고?”

“그러게요.”

그때 다른 요원이 다시 보고를 이었다.

“지식인에도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 말에 주 국장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별 짓을 다하는구나.”

* * *

“이건 어디 정보야.”

[지식인에서…….]

“미친! 지금 어떤 놈이 지식인에다가 질문을 올려! 우리가 뭐가 궁금하다! 아니면 나 여기 있으니 잡아가시라고 광고를 하는 거야!”

[안 그래도 이 보고를 끝으로 급습을 당해 모두 연행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동 중입니다.]

“뭐?”

[구, 구글링을 좀 했더니 아이피 추적을 당한 것 같습니다. 이건 민간인 사찰입…….]

오기원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뭔 사찰? 이런 상병신을 봤나.”

이미 본사와의 모든 연락은 두절 되었다.

남은 건 북쪽에 있는 지부의 인원들인데 대부분이 마물 사냥에 투입되던 이들이었다.

그 결과 일을 시키니 무덤을 파고 앉았던 것이다.

“빌어먹을. 사무인원도 남겼어야 했나.”

설마 정보수집을 할 일이 있을 줄 기원이 알았겠는가. 답답한 음성을 내뱉었지만, 이미 늦은 후회다.

그때 마켈그로이언에게서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몇 가지 시킬 일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우리의 왕께서 보낸 권속들이 도착할 것이다…….

마켈그로이언의 명령을 듣던 기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세계 전사에 남을 미사일의 비가 쏟아져 내린 이후 적들의 움직임은 잠시 멈추어 있었다.

“시간을 끌긴 했네.”

차준우 사령관이 쓴 웃음을 머금었다.

시간을 끈 것은 맞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상황은 더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상당수의 마물들이 소멸한 것은 맞았지만, 그중 일부가 되살아나며 마음 한쪽에는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실망감을 가져왔다.

“일단 탄두에 화약을 넣지 않고 마물의 사체를 이용한 경우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 역시 화약반응이 일어나는 곳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습니다만 말입니다.”

“어차피 아는 사실이니까.”

“그리고 대형마물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존을 한 것 같다고 합니다.”

정보장교의 브리핑을 들으면서 차 사령관은 마음이 허탈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니까. 항상 말하지만…….”

차 사령관의 말을 옆에 있던 참모가 가로챘다.

“대 침식 때에 비하면 상황은 좋다는 말씀이시죠? 그 당시는 거의 전 세계가 패닉이었으니까요.”

“……그렇지.”

항상 버릇처럼 하던 말이어서인지 다들 말을 빼앗긴 차 사령관을 보며 웃고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건 그때는 전초병 수준이었다는 것이고 지금은 제대로 된 본대라는 게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것은 바로 사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 내 18번 대사를 외우고 다닐 정도면 이제 뭘 할지 알겠지?”

차 사령관의 말에 무전병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 * *

“다시 쏴야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남아도는 게 미사일입니다! 미국도요!”

오기원의 대원길드의 인원들이 탄도 미사일 등에 대하여 구글링과 지식인을 통해 질문을 올리는 등의 활동을 파악한 뒤에 나온 목소리들이었다.

그때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그거 다 쏘고 나면 다시 복구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일 겁니다.”

“지금 나라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인데 그게 문젭니까?”

“그것을 쏴서 효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미 한차례 쏘아서 죽은 개체들을 빼고는 다 살아남았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다시 쏜다 해서 그것들을 줄일 수 있겠습니까?”

국방부 장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벙커의 각부 국무위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놈들도 당황했으니까, 다시 물어본 것 아니오? 대통령님!”

그때 양현재 대통령이 한숨을 쉬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는 연구소에서 파견 나온 연구원과 마족 마법사가 있었다.

-물론 숫자는 조금 더 줄겠지요. 중형 이상 마물 중에서도 꽤 피해를 입은 개체가 아직 다 회복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그러나 서늘한 비수같은 현실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전에는 절반도 안 되는 숫자들이 되살아났다면 이번에는 대부분 비슷한 숫자가 되살아날 것입니다.

“아…….”

그의 말에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때 연구원도 말을 이었다.

“재래병기를 이용한 공격이 대침식때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아시잖습니까.”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다만 이번에는 그래도 적지않은 효과를 본 이유가 막대한 미사일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국방부 장관이 쐐기를 박듯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쏜 숫자면 어지간한 나라 하나는 재기불능으로 만들고도 남을 겁니다. 그러나 결과를 보십시오.”

냉정한 현실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지금은 아닙니다.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재차 비슷한 공격을 한다고 해서 먹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방심은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정보획득을 시켰을 것입니다.

마족 마법사가 확인해 주듯이 대답했다.

“정보획득…… 별걸 다 하는구나.”

한 국무위원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힘을 중요시 할 뿐입니다. 당연히 정보획득은 기본입니다. 다만 이번의 일은 예상 이상이었기 때문일 뿐.

“맞습니다. 대침식은 단순한 전초병 역할만은 아니었습니다. 소모해도 문제없는 마물들을 밀어 넣어 우리의 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미 마족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정보와 분석자료를 쌓은 연구소였기에 이 말은 신빙성이 높았다.

“일단 추가 공격은 보류합니다. 숫자를 더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뻔히 아는 공격을 다시 한다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이니까. 강자의 오만을 이용한 방법은 경각심을 가지는 순간 무의미해지는 법이니까요.”

양 대통령의 말에 더는 미사일을 입에 거론하지 않았다. 어쩌면 불안감 때문에 더 매달렸을 뿐일지도 몰랐다.

“다만 침식지와 다른 상황이기에 전자기기가 활발히 돌아가는 건 유리한 부분입니다. 이번 일을 대비해서 개조한 무기들도 투입을 시켰으니 제대로 해 볼 만합니다. 차 사령관을 믿으셔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차준우 사령관을 언급했다.

“신형전차는 얼마나 준비되었습니까.”

“신형전차는 아직 백여 대가 전부입니다. 다만 기존 민수용 차량에 우격다짐으로 올려서 쓰도록 개조한 것들도 있으니 해 볼 만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투입할 수 있도록 독려 좀 해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자원이 한정적입니다. 아마 전투를 하면서 최대한 마물들의 사체를 끌어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어진 당부에 다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하기에 바빠 죽겠는 상황에서 사체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표정이 좋을 수 없었다.

“사냥 중에 드롭템 모으는 것도 아니고.”

장관 중 하나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양 대통령도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역시 소싯적에 MMORPG를 했었기에 공감하는 말이기도 했다.

탬에 눈 돌아가 줍다가 PK당한 기억도 떠올랐고 말이다.

“그리고 외교부는 각국에 더 지원을 요청하세요. 약간 과해도 좋습니다.”

“과하다면?”

“막말로 전 지구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데 우리도 남아야 할 것 아닙니까.”

“나, 남다니요?”

“웃기는 말이지만, 전쟁 이후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호구는 아니잖습니까.”

양 대통령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살짝 흘러나왔다.

“얼마나 장기전이 될지 모릅니다. 이걸 이겨 내려면 웃기게도 경제도 계속 돌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걸 못 하니 구경만 하는 국가들이 뭐라도 내놔야지요.”

“시간을 끌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말하세요. 최악이라는 게 별거 아니라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총구 돌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고.”

양 대통령의 말에 외교부 장관은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성질머리로 여태 잘도 참고 살았네.’

지금 그는 역대급으로 막나가는 대통령이다.

예전 미국의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은 저리가라일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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