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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12화 (212/305)

제212화 그의 권능

낮설게 변한 풍광 사이사이로 마치 고기를 구운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그제야 거뭇 거뭇한 바위 같은 것들이 마물들의 육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불 조절 잘못한 불 위에서 같이 까맣게 타버린 고기 같았다.

오륙미터는 되었을 법한 거대마물도 육체의 일부만이 그슬린 채 뒹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족병들의 몸뚱이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마물과 달리 상위의 종으로 알고 있던 마족병도 마물과 다름없이 이리저리 사지가 뒹굴고 있었다.

그나마 마물이나 마족쯤 되니 이런 파편이 남아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 강철의 비 속에서 버텨낸 마물들과 마족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 낯설게 변해버린 풍광 속에서 짐작이 가는 듯 한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크레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걸음을 옮겨 그 안쪽을 보니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조금전 자신을 날려 버린 그 미사일이 떨어진 곳이다.

“설마?”

군단장급 마족이 이것을 직격당했다.

“죽은 건가?”

이런 무기를 총알 쏘듯이 쏘아낼 수는 없었다. 거기에 직격당해야만 죽는다면 큰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군단장급이라면 전술핵 이상의 파괴력을 가져오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인간의 병기로 인해 소멸되었다면 이건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된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크아아아!

그때였다.

그의 불안감이 더 길어지는 것을 못 봐주겠다는 듯 수백미터는 더 내려가 있을 법한 구덩이에서 분노에 가득한 괴음이 울려 퍼졌다.

이내 땅이 다시 진동을 하였다. 마치 화산이 터지는 것처럼 무언가를 뿜어내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콰아아앙!

다만 그 구덩이가 뿜어낸 것은 용암이 아니었을 뿐이다.

구덩이에서 솟구쳐 오른 마족 군단장이 땅 위에 내려앉았다.

쿠우우웅!

그 거체만큼이나 육중한 울림이 땅을 진동시켰다.

그러나 그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마족 마법사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그를 향해 달려갔다.

이내 쏟아지는 치료 마법들.

상체의 절반이 날아가 있었다. 그나마 척추와 목이 끊어지지 않은 덕에 목이 덜렁거리지 않았을 뿐 오른쪽 상체는 목 옆으로부터 사라져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심장을 보호해야 하는 갈비뼈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고, 그 때문인지 벌컥벌컥 뛰는 심장이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 외의 내장들은 마치 멜빵끈을 늘어트린 것마냥 하체로 주루룩 쏟아져 있었다.

마족 마법사들이 치유마법을 거는 동시에 쏟아져 내린 내장들을 손으로 집어 올리고 있었다.

그 위로 실시간으로 부서졌던 갈비뼈들과 근육, 그리고 갈가리 찢어진 내장들이 연결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노기 띈 모습이었지만 그 얼굴을 자세히 보니 겨우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걱정어린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얼마나 처음 빛이 떠오른 곳은 그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바로 그가 나아왔던 양강도 방면이었다.

바로 문이 있는 곳.

아마도 그 문은 발이 없으니 셀 수 없는 숫자가 쏟아져 내렸을 것이다.

* * *

마치 영화에서 작열하는 태양을 받아 달궈진 열을 뿜어내는 아스팔트를 비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방에 열기가 가득차 있는 가운데 게르하이오 폰 기오르그는 놀랍다는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거 재미있구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야.

사방에 구덩이들이 패여 있었다.

그 주변으로 도열해 있던 수많은 마물들과 마족들의 파편이 널려 있었다.

심지어 일부 상위 마족도 몸뚱이가 터져나가고 잘려나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물리적인 파괴력이 대단합니다.

-그렇군.

한 고위 마족 마법사가 고개를 조아리며 보고하자 기오르그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몸뚱이가 박살난 마족들의 공통점은 육체적인 강함으로 군림해온 이들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아예 몸뚱이조차 남지 않은 마족들 중에는 마법사도 적지 않았다.

한쪽에 있던 마법부대중 하난 거의 사분지 삼이 날아가 있었다.

-신의 기운이 사라진 이곳의 병기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못할 건데?

그들이 먹잇감으로 삼는 곳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신이 사라진 문명. 혹은 거의 사라져가는 문명.

그게 아니라면 신격이 하염없이 낮은 그저 그런 문명.

그 중, 이곳은 신의 관심이 멀어 진지 오래인 문명이었다.

신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이제는 신의 계시가 아니더라도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문명인 것이다.

일종의 졸업 같은 것.

스스로 번영과 멸망을 선택하는 그런 수준의 문명이다.

그렇기에 먹잇감으로 삼았고 또 균열을 열어 마물을 투입해 확인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를 보았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던 것이다.

-유사신격이라도 존재하는 건가?

-그건 아닌 듯 합니다. 물리력이 어마어마한 것일 뿐입니다.

-과연.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이런 힘이 얼마나 남아있다는 것이지?

기오르그는 순수한 궁금증이 일어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것은 회유와 교언의 군주인 마켈그로이언을 향한 질문이다.

-제 권속에게 확인을 해 보겠사옵니다.

잠시 후 마켈그로이언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

-답하라.

기오르그가 답을 요구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던 마켈그로이언이 대답했다.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하여, 구글링을 좀 한다고 합니다.

-구글링? 이 세계의 아카식 레코드 같은 건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옵니다. 다만 확인은 해봐야 알지만, 그들이 가진 이런 힘은 이 별 위의 생명체를 수백번은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마켈그로이언의 대답에 기오르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꽤나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잠시 뒤에는 머리를 갸웃거리기까지 했다. 점점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었다.

그가 물었다.

-대체 그런걸 왜 그렇게 많이 만든 거지? 이 땅의 존재들은? 스스로 멸망을 원한 건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여하간 재미있는 땅이로군.

그들이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가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어쩌면 미친 것들이라 신이 떠난 것일 수도.

기오르그가 중얼거리는 말에 마켈그로이언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 *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닉 레너드 대통령이 받아든 영상과 사진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도 꽤 많은 숫자가 줄었습니다.”

“문으로 보이는 건 아무리 봐도 흠 하나 없어 보이고 말이지.”

“그건 어쩔 수 없어 보이는…….”

분석관들의 답변을 받으며 레너드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쏘아진 것에 비해서는 땅덩이가 꽤나 멀쩡해 보이는군.”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저 곳에 쏟아진 화력이면 핵 탄두 수십발 이상의 파괴력이 펼쳐졌을 것이다.

물론 땅이 녹아내리고 크레이터가 사방에 있는 모습만 봐도 어마어마한 파괴의 힘이 쏟아진 것은 확실했다.

다만 생각보다 덜하다 뿐이었다.

“한국정부에서 일부는 화약이 아닌 탄두에 마물의 뼈등을 코팅해서 쏜 것들이라 합니다. 현무 시리즈들 같은 경우도 그렇고 말입니다.”

“그래서인가?”

“그리고 그 방어막인가 하는 것에 폭발한 것은 에너지를 흐트러트리는 것 같았습니다.”

연구원의 보고에 레너드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충분히 고무적인 상황이긴 합니다. 이 정도라면 적들의 힘을 꽤 줄이고 시작할…….”

“어억!”

누군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게 무슨…….”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영상을 분석하던 분석원이 창백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메인 화면에 그가 방금 보았던 화면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 * *

“갑자기 좀비물도 아니고…….”

양현재 대통령이 넋을 놓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에 뿌려진 시체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부 생존해 있는 마물이나 마족이 몸을 일으키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온 몸이 산산이 부서졌던 마물들의 머리 주변으로 몸뚱이들로 보이는 곳들이 자석처럼 끌려와 붙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는 뼈끼리 붙더니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각양각색의 모습이었지만, 이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언데드…….”

다만, 좀비나 스켈레톤 등으로 불리는 언데드형 마물들이 탄생 하는 순간을 본 이들은 없었기에 놀랐던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은 방금 전 무수히 많은 미사일을 쏟아부어 죽였던 마물들의 잔해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 그래도 언데드 류는 화기가 통하는 마물 중 하나입니다…….”

스켈레톤 종류 말이다.

다만 생김세 때문에 총알이 갈비뼈등을 스치고 지나가기에 꽤나 분통 터지는 대상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래서 사자의 대공이라 불리는 것인가.”

그제야 적의 군주명이 사자의 대공이었다는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다만 이전에는 그런 형태의 마물이나 마족을 권속으로 만들어 다니는 존재이기에 그런 이름인 줄로 알았다면, 지금은 확실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 존재를 다시 재활용해서 쓰는 존재로 말이다.

* * *

-아, 아무리 사자의 대공이라지만, 이건…….

마족 마법사인 헤게루이안이 영상을 보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개고생만 한거간?”

을지부루 역시 영상을 통해 이 광경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무, 물론 아닙니다. 저것들은 물리력만으로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니까요. 한 단계는 벌었다고 봐야겠지요. 다만…….

“다만?”

뒤의 말이 궁금했는지 부루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헤게루이안이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자의 군주가 저 정도의 권능을 발휘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구만.”

헤게루이안의 말에 부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그 장면을 보는 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져 있었다. 강림자나 소환자 할 것 없이 말이다.

그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좀비는 빠루가 정답인데.”

다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고빈이었다. 모여든 시선을 의식한 빈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건 국룰이에요.”

* * *

-만일을 대비해서 도검류보다는 쇠파이프나 혹은…….

재난방송을 보던 철물점 장씨는 멍하니 보고 있다가 한쪽을 바라보았다.

“빠루?”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와 외쳤다.

“아저씨! 빠루 주세요!”

“빠루 있나요!”

연달아 들어온 사람들 그 뒤로도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씨는 한쪽에 있는 빠루를 보곤 외쳤다.

“빠루 2자짜리 개당 이만원! 3자짜리 삼만원! 일인당 두 개 이상 안 팔아요!”

순식간에 일고 여덟 배가 뛰는 빠루 가격이었다.

철물점의 빠루들이 동이 나는 사이 대장간들은 또다른 특수에 빠졌다.

철근으로 간이 빠루를 만드는 건 물론이고 어디서 뭘 봤는지 신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찌르기 좋고 빼기도 좋은 강철 죽창 팝니다!”

물론 말은 안되는 이름이다. 강철창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죽창마냥 속이 빈 쇠 파이프를 사선으로 깎아서 만든 것이기에 이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철심박은 야구 방망이 팝니다! 튜닝비 별도요!”

식재료 이외에 새로운 재난 대비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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