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강철의 비가 만든 결과는?
* * *
“미친…….”
장웨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뱉었다.
북한 국경 지역의 침식지에서 쏟아지는 마물들을 막던 그들도 한참은 뒤로 물러서야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보조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무식한 미사일 공격 때문이었다.
중국 쪽에서 쏘아진 미사일은 문이 열렸다는 곳으로 모두 날아갔다.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그곳을 타격하기 위해서 지원사격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저 멀리 하늘에서 수많은 미사일의 비가 하늘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한국이 미사일 공격을 주도한다고 들었을 때 그저 그들의 땅이니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물량으로 주도한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이 무지막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사일 숫자가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국보다 모자랄 리는 없지만, 엄연히 자국의 땅은 스스로 지킨다는 의지가 깃든 공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이 나라가 가진 힘의 일부를 세상에 보여 주는 쇼케이스이기도 했다.
그 강철의 비가 떨어져 내리며 첫 섬광이 솟구쳤다.
그것 말 그대로로 시작이었다.
섬광이 중첩되면서 먼 이곳에서까지 느껴질 정도로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장웨이는 이내 눈가를 찌푸리며 고개를 움찔 돌렸다.
“크윽!”
멀리서 울려왔을 것이 분명함에도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는 둘째치고, 처음 섬광이 만들어졌던 곳에서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가 만들어 내는 섬광이 말이다.
* * *
두드드드드드!
마치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땅이 진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진동은 대한민국 남부 지방에도 감지될 정도였다.
“이거 지구 자전축이 어긋나는 거 아냐?”
“끔찍한 소리 마라. 그거 찔끔 틀어져도 세상 망한다던데.”
군인들은 질린 얼굴로 두려운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미사일들의 낙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미사일은 문이 있는 곳뿐 아니라 지금 마물들이 몰려 있는 곳까지 타격하고 있었다.
그 덕에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에게까지 그 후폭풍이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 속이 울렁거려.”
핵 투발 상황과 동일한 상황대처였다.
일부는 미사일이 수십 키로 밖에서 떨어지는데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핵을 겪어 보진 않았지만, 결코 이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들 부대의 전방에는 충격파를 감소시키기 위한 마족 마법사들이 방어마법을 펼치고 있었는데도 이정도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숫자가 넉넉지 못한 덕에 최소한의 방어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능력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든든한 모습을 보면서도 차준우 사령관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든든한 이적을 행하는 마법사라는 존재는 적에게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적을 줄일 수 있을지.”
담담한 듯 중얼거렸지만, 걱정이 잔뜩 묻어나오는 음성이었다.
* * *
하늘에서 섬광이 떨어져 내리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마족 마법사들이었다.
하늘을 향해 방어 마법을 펼친 것이다.
이미 이 세계의 무기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 번째로 떨어진 미사일이 반투명한 보랏빛 방어막 위에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마치 유리창 깨지듯 방어막이 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마족 마법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연이어 준비된 순서대로 방어마법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마족마법사들의 표정이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달아 펼쳐진 일곱 겹의 방어막 위에서 섬광이 펼쳐졌다.
단순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리에너지만으로도 일곱 겹이 날아갔던 것이다.
이어진 섬광과 폭발 그와 동반된 고열이 또다시 펼쳐진 스무겹의 방어막들을 녹여 버렸다.
마족마법사들이 당황한 것은 스무 겹이나 되는 방어막을 녹여 버린 파괴력 때문이 아니었다.
이와 비슷한 충격을 줄 것 같은 것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절대 경험해 보지 못한 공격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동안 그들이 나타난 곳에는 항상 민간인들이 있었다. 그 어떤 국가가 자국의 민간인들 위에 미사일을 날리겠는가.
날려 봐야 소수.
그러나 이처럼 미친 듯이 물량을 쏟아내는 건 그들의 데이터에 없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막아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단 한 발이 터졌고, 그것을 모조리 막아 내었지만, 방어막 밖에 있던 소형마물들이 마치 먼지처럼 사방으로 날려가고 있었다.
그것과 유사한 것들이 셀 수도 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한 번에 서너 개씩 펼쳐지며 마력의 소모를 최소화 하던 마족 마법사들의 방어마법이 전과 달리 한 번에 스무 개씩 서른개씩 중첩되기 시작했다.
그쯤 겹치자 반투명했던 방어막이 진한 보랏빛 반구를 만들어 내었다.
그 위를 탄도미사일들이 연이어 날아와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전혀 감을 잡을 수도 없는 충격음이 연이었다.
일부 마물들은 멀거니 위를 바라보았다가 안구가 녹아내려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쏟아져 내린 인간이 만든 최악의 병기들이 하나둘씩 방 어망을 뚫고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에 섬광과 화염 그리고 그 충격파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하악! 학! 하아악! 학!”
대원길드장 오기원의 얼굴은 더없이 창백했다. 그의 주변에 마족 마법사들이 연신방어마법을 펼쳐 대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안정이 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혼란을 그대로 드러내듯 흔들리는 눈동자가 본능적으로 사방을 훑었다.
그러나 볼 수 있는 건 눈알을 파고드는 섬광뿐. 그 섬광과 깨어진 보랏빛 방어막이 연이어 어우러지는 모습뿐이었다.
다리는 풀려 있었고 땅은 마치 스템플린 위에 서 있는 것마냥 꿀렁였다.
그러나 사방을 훑었던 탓인지 그의 눈동자는 이내 제 역할을 잃어버렸다.
“끄아아아아!”
오기원의 입에서 깊은 본능 속에서 튀어나오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눈이 타 내리는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끝나지 않는 듯한 강철의 비가 만들어 내는 공포 때문인지 폭음 속에서도 그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뭐, 뭐지 이 괴물 같은 건?
-이건 멈추지 않는다!
-막아! 물리방어막을 최대한 겹쳐서 펼쳐!
물리 방어막과 원소 방어막을 적절히 펼치던 마족마법사들의 당황스런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다행인지 오기원은 그들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고막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핏물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나가 버린 정신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듣지는 못해도 몸은 아는 모양이었다.
그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지금까지 반복되던 모습과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확연하게 다른 크기의 미사일이 수직낙하하며 마족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방어막을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계속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마치 오기원의 눈에는 그 광경이 주마등처럼 보였다.
찢어지고 또 찢어지며 내리박히는 쇠기둥을 보며 그의 뇌리 한 쪽에 있던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현무4C.
대침식 이전에 탄두중량 2톤의 괴물 탄도미사일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괴물.
그러나 대침식 이후 계량을 거친 그 괴물은 탄두중량을 3톤까까지 늘려갔다.
누군가는 의미 없는 행위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만들어 낸 괴작.
지금 떠오르는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
그때 십여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체구의 마족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선두를 맡기로 한 마족 군단장이었다. 그를 시종일관 버러지처럼 바라보기까지 해 기억이 남았다.
그가 당당하게 막아서는 모습이었다.
-버러지들이 만든 것 따위에 동요치 말라.
그의 온몸에서 검보랏빛이 진하게 풍겨져 나왔다. 마치 뽐내듯 말이다.
그것을 보며 기원은 어느새 자신의 혼란이 조금 가라앉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안도가 되어서가 아니란 것을 또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삶의 체념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일 것 같다는 본능적인 생각.
마지막까지 펼쳐지는 방어막까지 찢어발긴 그 괴물이 마족 군단장이 뻗은 양손을 향해 떨어져 왔다.
잠시 뒤 기원의 몸뚱이는 마치 폭풍에 휘날리는 낙엽마냥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가며 그는 볼 수 있었다.
인간의 병기로 어찌 할 수 없다던 군단장의 몸뚱이가 기둥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말이다.
* * *
“아직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각국 위성에서 현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드론 접근 불가입니다!”
“초망원을 이용해 살피는 중입니다!”
상황실에선 연달아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화약이 터져나가며 만든 자연적인 EMP장 때문에 인근의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공위성과 더 먼거리에서 별의 관측에나 사용되는 초망원등을 활용해 살피고 있었다.
미사일들이 모두 떨어지고 섬광이 가라앉은 다음이지만, 하늘꼭대기까지 치솟은 버섯구름 때문인지 시야가 아예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양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물고 귀를 열어놓은 채 마치 석상마냥 서 있었다.
그때였다.
“사, 사진 보내옵니다!”
“영상도 송출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외침 이외의 모든 소리는 전혀 세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심장들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고요함 속에서는 그것조차 어마어마한 소음처럼 들려왔다.
* * *
“…….”
땅이 곤두서 있었다.
아래로는 땅이. 위로는 하늘이 있어야 했건만 지금 오기원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게 아니었다.
“아…….”
잠시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던 오기원은 그제야 자신이 바닥에 모로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왼쪽으로는 땅이 오른 쪽으로는 하늘이 보였으리라.
몸은 잘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아픔은 느끼지 못했다. 마치 전신마비를 했는데 정신만 돌아온 느낌이랄까.
그가 힘겹게 눈알을 굴려보았다. 마지막 그가 보았던 광경의 결과가 궁금했던 것이다.
“하아.”
하지만, 맥이 풀리는 한숨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때 그의 몸으로 서늘한 기운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치료 마법입니다.
마족 마법사의 설명에 기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살짝 놀랐다.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이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알만 겨우 굴러가던 게 목이 움직이니 놀랐던 것이다.
놀람은 잠시였다.
“끄어어어어!”
그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떡 벌어지며 비명이 튀어 나왔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온몸으로 한 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하악! 학! 학!”
그렇게 몰려왔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을 때 즈음 그는 자신의 몸뚱이가 움직일 만큼 회복이 되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커헉! 웩!”
한차례 속을 비워낸 오기원이 마법사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지금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본 기원의 감상은 바로 낮설음이었다. 마치 갑자기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처음 본 장소로 온 느낌이었다.
그가 조금 전까지 기억하던 장소와 전혀 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