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포방부 집결
“왜 이곳에 멈추어 있는 겁니까?”
서준모 경무관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도 이곳에서 일전이라도 치룰 모양이었다.
“놈들의 목적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니까.”
차준우 사령관의 대답에 김창진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혹시?”
“맞네. 마지막 군주를 찾는 거지.”
“결국 그런 겁니까.”
창진이 한숨을 쉬며 되묻자 차 사령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해도 이런 현대화기가 먹히지는 않잖습니까.”
“아예 안먹히는 것도 아니지.”
“그럼 숫자를 줄이겠다는 겁니까?”
“일단 놈들이 당당하게 밀어붙이고 올 때 한번이라도 제대로 타격을 입혀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이 딱 어울린다고 봐야지.”
차 사령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전선이 있었던 이 지역이라면 충분했다.
통일이 되고도 방치되고 있던 지역은 많았다.
손대야 할 지역은 많았고, 대침식 이후 세계의 경재가 곤두박질 쳤던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그래도 너무 평야 지역 아닌지?”
그때 서 경무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차라리 이런 곳이 났네. 마물들의 신체 능력을 생각해 보면 산악지역이나 그런 곳은 오히려 독이 되니까.”
“아…….”
그의 말에 서 경무관과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한 손이라도 더 거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서 경무관이 얼굴을 굳히며 말하자, 차 사령관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보고는 올려야 하지 않는가? 그곳에서 본 것을 확인시켜 줘야지.”
“일이 다 터진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서 경무관의 자조섞인 음성에 차 사령관이 미소를 띄우며 위로해 주었다.
“처음부터 자네들 임무가 막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귀한 영상도 가지고 왔다지 않았나?”
“예.”
그의 말에 서 경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정중부의 마지막을 알릴 의무가 있었다.
“군인이 군인다울 수 있도록 이곳은 우리에게 맡겨 주게나. 최소한 떨거지 정도는 쓸어 버려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기대하게 세상 그 어디에서도 못 볼 불꽃놀이를 펼칠 예정이니까.”
차 사령관의 말에 서 경무관이 웃었다. 그러자 차 사령관이 피식하니 마주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이거 진담일세. 아마 이 지역의 지형이 다 바뀔 거니까.”
“예?”
그의 장담에 서 경무관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 * *
차 사령관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후방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해 이동중인 서준모 일행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게 아직 있었어?”
“그냥 박격포 아닙니까?”
“맞는데. 문제는 저게 우리나라에 아직 남아 있는 게 신기해서 그렇지.”
“박격포가 뭐가 달라요?”
최후배 경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서 경무관이 대답했다.
“저거 월남전에도 쓰던 거라. M29A1 81mm 박격포.”
“저건 아마 국내생산한 KM29A1일걸요.”
“그거나 그거나.”
“나만 모르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최 경정이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던 서 경무관이 혀를 내둘렀다.
“지형이 바뀔 거라는게 거짓말이 아닌가 보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골동품들이 다 나오고…….”
그때 차량을 운전중이던 운전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참에, 비축된 구형 포탄들 전부 소모할 작정이라던데요.”
그 말에 일행들의 얼굴이 헤쓱해졌다.
“그게 수십만발은 되지 않나?”
“몰라.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거지만, 105mm포탄만 해도 삼백만 발 넘게 재고가 있다고 들었다.”
“헉!”
소총탄도 아니고 포탄이 그정도란 말에 최 경정이 헤쓱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북한에 남아있던 구형 방사포에 포란 포는 모두 배치한 것으로 압니다. 그것도 모자란지 러시아랑 미국에서 비축해 있던 재래식 포탄을 가져오고 있다는 말도 있고요.”
그 말에 서 경무관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최 경정은 걱정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재래식 무기가 안 통하는 애들은 어쩌고요. 과한 대응 아닙니까?”
“과한 대응이긴 한데.”
서 경무관이 잠시 입을 다물다가 운전병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수도권 상황이 어떻습니까?”
“말도 아니죠. 한강 위쪽은 싹다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고, 고속도로가 미어 터지죠. 그나마 대형 화물차량이랑 고속버스란 버스는 모두 차출해서 전 차선이 대형 차량만으로 채워졌습니다.”
“대형?”
“나라에서 개인용 차량은 통제시켰거든요.”
“말이 많았을 건데.”
“그건 그런데, 어쩔 수 없죠. 지금 계엄이거든요.”
운전병의 설명에 서 경무관은 예상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 사령관님 말마따나 자잘한 것들은 남아나질 않겠네요. 그리고 아마도 시간끄는 게 주 목적일 테니까.”
“그렇겠지?”
그렇게 이동중에 그들은 익숙한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소환자들하고 강림자들 아닙니까?”
“아마 앞에서 날리고 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한판 하려는 모양이다.”
대충 예상이 갔다.
도심지가 아닌 곳에서 결전을 벌인다는 목적으로 이렇게 전진 배치된 것 같았다.
그 모습들을 보니 정말 모든 것을 건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누라랑 애들은 잘 피했나 모르겠네.”
“어련히 알아서 도와줬겠지요. 뭐. 일단 우리도 지금 나랏일 하다 온 거니까요.”
그때 서 경무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휴대폰좀 있어요?”
운전을 하는 군인에게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휴대폰을 넘겨 주었다.
“우리건 죄 뺏겨서. 고맙습니다.”
“말 편히 하십쇼.”
그렇게 휴대폰을 받아든 서 경무관이 전화를 걸었다. 아마도 가족에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잠시나마 가족들의 안위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 * *
“와 이 와중에도 살겠다고 튀는 인간들 봐라.”
사람들은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공항에는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뜨겠다는 인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웃긴 건 출국장에는 그들 이상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그들을 하나하나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 저거 전 국회의원 아냐?”
“그런 양반이 한둘이야?”
“그리고 저 사람은…….”
유명인들이라 할 사람들은 다 이곳에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현역 국회의원도 있었고, 연예인이나 유튜버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지금 이 시국에 해외를 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터뷰 안받습니다.”
“업무적인 용무 외에 출국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국내복귀를 막겠다는 정부의 공표가 있었습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기자들이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묻자 꽤 이름있는 방송인이 시선을 피하며 카메라를 가렸다.
그때 누군가가 욕설을 뱉었다.
“안 온다고! 안 와! 어차피 가는 사람 안 막는다며! 나라도 안 막는다는데 이 기레기 새끼들이 왜 지랄들이야!”
누군가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딱 봐도 폭력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들이 사방을 위협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한 기자가 마주보며 욕설을 했다.
“씨파! 오늘은 기레기 하고 말지! 그래도 난 니들처럼 빤쓰런은 안 해!”
“죽고 싶어?”
기자의 멱살을 잡아들자 분위기는 더 함악해졌다.
그때 한쪽에서 공항 경비대원들이 몰려왔다. 문제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어? 어? 지금…….”
“그 손 놓으십시오.”
지향사격자세를 한 채 그들을 둘러싼 것이다.
“지, 지금 국민에게 총을 겨, 겨눈 거야?”
건달들이 당황해서 뒤로 물러설 때 안쪽에서 한 남자가 나와 입을 열었다.
“변호삽니다. 지금 이 군사적 행동에 책임을 지실 수…….”
철컥.
변호사라 밝힌 남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경비대들 사이에서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다들 일제히 총을 장전했다.
여전히 총구는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군대는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럼 우린…….”
“현재 출국장에 있는 분들 대다수는 국적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신 분들입니다. 즉 여러분들은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니라는 의밉니다.”
그렇게 길게 말을 하며 경비대장이 그들의 앞에 삐딱하게 섰다.
“그, 그건…….”
변호사란 이가 당황해 하자 경비대장은 한쪽에서 멱살에서 풀려나온 기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반면 지금 여기 계시는 기자분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국민이 위험에 빠졌는데 어떤 나라 군대가 병신처럼 바라만 보고 있겠습니까.”
“우, 우린 조용히 가겠습니다.”
그때 한 군인이 멱살을 잡혔던 기자를 살피더니 혀를 찼다.
“피나는데 괜찮습니까?”
“아, 좀 긁혔습니다.”
그때 경비대장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국민분께서 피를 봤습니다. 폭력을 행사하신 외국 분들은 일단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피가 나네요.”
“사, 살짝 긁힌 거라잖습니까.”
멱살을 잡았던 건달이 당황한 얼굴로 외치자 경비대장이 총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반항으로 간주하고…….”
“이, 이건 말도 안됩니다!”
“저, 전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과잉대응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제기를 할 겁니다!”
그때 변호사가 발악하듯 외쳤다.
그러자, 경비대장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 씨파.”
미국시민권자라는 말에 경비대장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인파를 해치고 나왔다.
거구의 외국남자들이었다.
다들 군복들을 입고 있는 것이 군인으로 보였다.
“아! 우리좀 도와주십시오! 여기 군인들이 미국시민을…….”
빠악!
변호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두에서 다가온 외국장성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
한방 맞은 변호사가 핑그르르 돌더니 풀썩 나자빠졌다.
“F**k you! 미국 도착하면 고소해! 멧 할러데이란 미친놈이 주먹 날렸다고.”
그는 방금 한국이민자들과 함께 도착한 멧 할러데이 중장이었다.
그는 경비대장을 보며 웃었다.
“나도 잡아가려나? 미안하지만 내가 마물들 잡으러 온 거라. 나중에 벌금 같은 걸로 해결하면 좋겠는데.”
“에이. 아닙니다. 멧 중장님. 여긴 미국경찰이 없어서요. 아쉽게도 이걸 뭐라 할 수가 없네요.”
“날 아나?”
“사실은 마중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경비대장의 말에 멧 중장이 웃으며 기자들을 바라보며 한국말로 말을 이었다.
“여기 쓰레기들 취재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온 이들을 만나시오. 이 와중에 고향 지키겠다고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떼쓰던 미국 시민권자들이니까.”
그의 말에 그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던 기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입국장으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들을 흘깃 쳐다보며 멧 중장이 말을 이었다.
“거참. 미국도 위태로운데 말이지. 용감한 사람들은 꼭 이럴 때 핏줄을 따라가니 이것도 한국인의 특성 중 하나인가 보오.”
“감사합니다!”
“멧 중장님. 미국도 위태로운데 한국으로 오신 이유가 뭡니까?”
일부는 해외동포들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의 정체를 확인한 일부는 남아서 그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건달들은 제압당해 끌려나가고 그 사이에 숨어있던 정치인 하나가 개망신을 당하며 양복으로 가리며 출국장으로 향하다 잡혔다.
“왜!”
그 정치인이 왜냐고 외쳤다. 그러자 경비대원 중 하나가 친절히 답했다.
“폭력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