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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07화 (207/305)

제207화 대한민국의 전쟁 목표

스미스 국장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게 걸린 일전이니까요. 거기에 그 나라는 대침식과는 별개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전쟁의 목표가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몇몇 국무위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일부는 딱히 신경을 써 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의 목적이 다르단 말이 무슨 의미요?”

지금 국가들의 전쟁 목표는 수성에 근거하고 있었다.

예전과 같이 남의 땅을 집어삼키기에는 국제적 비난과 방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점령 혹은 방어. 스미스 국장이 테블릿을 바라보며 단언했다.

“공격이냐 방어냐 문제가 아닙니다. 목적 자체가 완전 다릅니다.”

스미스 국장의 말에 더욱 의아한 표정들을 지었다.

“핵 탄도를 개발한 이전 북한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목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한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아, 비스트 모드…….”

그의 말에 누군가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한민국은 그쪽에선 항상 약자 취급을 받았었으니까요.”

“대체 누가?”

“주변 국가를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그제야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침식 이후의 상황에 적응한 이들이 많았기에 이해가 약간 늦었을 뿐, 스미스 국장의 말에 다들 이해하는 얼굴을 했다.

미국만 뺀 나머지 군사강국이 전부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핵에 올인한 북한이란 존재를 빼고도 말이다.

“즉, 그들은 전쟁이 벌어져 망한다 해도 걸어 왔던 나라 역시 회생불가의 타격을 주는 목적성을 가지고 군비를 투자해 온 나라라는 겁니다. 같이 망할 생각이면 덤비라는 거죠. 능력도 충분합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탄두 2톤짜리 전술핵 급의 미사일을 말입니다.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다들 그 말에 긴장을 한 얼굴로 테블릿을 바라보았다.

“수천 기의 미사일을 아마도 이번에 쏟아 부을 작정인 듯합니다.”

“그렇게 되면 핵이 아니어도 저 땅은 황무지가 될 거요.”

누군가가 한 말이다.

“하지만, 온 나라가 황무지가 되느니 이쪽을 택하는 게 현명하지요. 그리고 그쪽은 식민지나 뭐 그런 유사한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 민족들이고 말입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농담처럼 하는 말.

인구의 절반이 군사 훈련을 받은 나라.

“우리는 그저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스미스 국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승산은 있겠는가?”

“글쎄요. 사실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국방부쪽의 의견입니다만. 아시잖습니까.”

스미스 국장이 되묻자 레너드 대통령이 쓰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알지. 하지만, 그저 자네의 의견이 궁금해서 물었을 뿐이네.”

“제 사견 말입니까?”

스미스 국장이 되묻자 레너드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대한민국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이는 바로 그나 마찬가지였다.

대침식 이후 미국의 정보국이 가장 많은 정보력을 쏟은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었으니까.

잠시 침묵하던 스미스 국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부담감에도 그는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내뱉었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바로 그곳이 유일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스미스 국장이 입을 닫았다.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승산은 없다.

불가능하다.

그게 지금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평생 전쟁만을 연구하던 이들이 내린 판단이 바로 그것이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그래봐야 희망론일 뿐이다.

그런데 스미스 국장의 말에 다들 그 희망에 조금이나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웃기는군. 다른 나라로부터 천조국이라 불리며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 왔던 우리가 남의 땅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니.”

“그건 비약입니다. 우리는 이후를 준비하면 됩니다. 적어도 그들이 희생되더라도 막대한 전술적인 데이터는 남을 것입니다.”

미 군부의 책임자가 하는 말이다. 그 자신감 넘치는 말에도 다들 표정은 어두웠다.

그때 누군가가 들어와 국무위원 중 한 명에게 귀엣말을 했다.

“지금? 한인타운에서?”

한인타운이란 말에 다들 긴장한 얼굴을 했다.

“설마 폭동이라도?”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규모의 폭동이 벌어졌었다.

일부 종말론자가 불씨를 당겨 벌어진 것도 있었고, 항상 고질적이었던 인종차별이 도화선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코리아타운은 꽤나 대표적으로 거론된 곳 중 하나였다. 그러니 지금 전시상황에서 그곳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자연 스럽게 폭동과 연관 짓는 것이 당연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쪽에서 비행기를 띄우기를 원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빌어먹을! 지금 이 상황에서 피할 곳이 어디 있다고!”

누군가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때 보고를 하러 들어왔던 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행선지는 대한민국입니다.”

“뭐?”

“어디?”

순간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인들이 자체적으로 군사모집을 했는데 한국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없다고. 돈은 지불할 테니 전세기를 띄워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들어온 겁니다.”

그 말에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루프 코리언…….”

지붕 위의 한국인.

1992년 LA흑인 폭동 당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꾸렸던 한국인을 의미하는 말.

이후 변질되어 마치 이이제이식의 흑인을 상대하는 용병처럼 취급되는 의미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표현이었다.

그 보고를 들은 레너드 대통령이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미치겠군. 안 그런가? 이 상황이?”

“뭐, 이스라엘도 예전 중동 전쟁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하지요.”

누군가가 애써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레너드 대통령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는 한인들의 요청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뭐였소?”

“그야…….”

폭동이다.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전쟁을 치루는 이 상황에서도 폭동을 걱정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의미다.

“군용기를 동원하게.”

“예?”

“이런 일에 돈을 받으면 아마 전 세계의 욕을 먹을 걸세.”

래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기왕이면 이 일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예?”

“미주 한국인도 고향을 지키러 스스로 일어나는데 우리 위대한 미합중국 시민들은 아직도 방구석에서 팝콘이나 먹으며 수퍼볼을 보느냐고 어그로라도 끌잔 말이네. 이러면 최소한 폭동은 줄겠지.”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 이차대전 때에도 이런 식의 모병은 일상적이었으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이 왜 저렇게 화력을 투사할 생각을 한 거지?”

“아무래도 시간 끌기에 가깝기는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화력이나 물리적 힘이 통하는 마물까지는 처리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군장성의 보고에 레너드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이 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지. 아니 재래식 폭탄 비축으로는 우리 역시 최고니까.”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적들의 눈치를 보는 것 때문에 여태 투사를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쓸 때는 써야지 않겠는가?”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강국이 되었다 해도 아직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세계의 경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럼 우리도 기적에 걸어 보자고.”

레너드 대통령이 기적을 언급하자 다들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미인가 하는 표정들이었다.

“멧 할러데이 중장과 그의 강림자 부대를 함께 태워 보내도록 하지.”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안됩니다!”

“그는 미국 최후의 보루입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불곰 놈들도 강림자를 보내는데 영구동맹인 우리가 모른 척을 하는 게 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래도 되는 일이 있고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들의 공백이 너무 큽니다! 버티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 불곰 놈들에게 창고에서 썩어 가는 무기 좀 가져와서 여기다 쏟아 부으라고 하시오!”

“예?”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왜? 러시아라서 그런 요청을 못 하겠소? 빌어먹을 파워 게임은 때려치우잔 말이오!”

레너드 대통령의 외침은 꽤나 무겁게 울려 퍼졌다.

* * *

양현재 대통령은 닉 레너드 대통령의 통화내용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기적에 배팅 한다라. 꽤 도박을 좋아하는 양반이군.”

“사실 필요한 것은 고위 마족들과 싸울 전력이었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군 수송기로 미국 내의 한인들도 온다지?”

“사실 오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마다할 상황은 아니지. 기왕이면 크게 환영하자고.”

“알겠습니다.”

양 대통령이 환영 운운에도 다들 별말 안 했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자는 말이었지만, 사실 지금은 이런 것 하나하나가 간절했다.

“참, 출국 소식도 크게 보도하고. 기왕이면 어떤 인간들이 출국하는지 모든 국민들이 알면 좋겠어.”

“그건 개인정보법 위반입니다.”

“굳이 우리가 할 필요 있나? 알아서 번지게끔 할 수 있잖나.”

양 대통령이 서늘한 표정으로 말을 걸자 몇몇 국무위원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이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뭐 어쩔 수는 없지. 다만 미국 쪽에는 부탁해 놨네. 정당한 목적이 아닌 출국자들은 더는 우리 국민이 아니라고 말이네. 기왕이면 왕창 뜯어내서 그걸로 필요한 물자나 좀 보내달라고 말이야.”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경악했다. 이쯤 되면 거의 뒤도 안 돌아 보고 달리는 것이다.

“어차피 유신 빼고 독재 빼고 중임제 이후 대침식 덕분에 최장 대통령 임기를 해 먹었으니 이쯤 했으면 내려올 때도 된 거 아닌가?”

양 대통령의 말에 다들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왠지 통쾌한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 대통령이 될 사람을 위해서도 미리 치워버릴 건 치워 버려야지. 최소한 이 위기가 끝나고 새롭게 재건될 세상에서는 영웅이 대접받는 풍조를 만들어 보자는 말입니다.”

“그거 좋습니다.”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요!”

“다만, 정말 이 상황에서도 경재가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피해가 안 가야 합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최소한 이곳에 있는 모든 이는 같은 생각이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쟁에서 후회는 남기지 말자. 그리고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

그때 양 대통령이 한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이거 편집하지 말고 다 기록하게. 대통령이 눈 돌아가면 할 수 있는 게 독재나 유신 말고도 많다는 것 정도는 증명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이렇게 해 놔야 나중에 책임 묻기도 좋고 말이야.”

당당히 말하는 양 대통령의 모습은 기록관에 의해 한마디도 빠지지 않고 녹화되고 있었다.

* * *

“고생들 했네.”

제7기동군단과 함께 미리 방어선 전개를 해 놓은 차준우 사령 관은 피난민들을 이끌고 도착한 김창진과 그 일행들을 반겼다.

“여기서 뵙네요.”

차 사령관을 맞이한 서준모 경무관은 오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차량 행렬 덕에 빠르게 철수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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