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열제 부루강림기-206화 (206/305)

제206화 미친 인간들

“그런데 전혀 변함이 없답니까?”

“예. 그래서 초기 양강도 일대에서의 피해 이후로는 북쪽 주민들의 소개작업도 순조롭습니다.”

“이렇게나 무시를 당하고 있는 거였나.”

양 대통령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을 나타내는 화면에는 그들의 진격상황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최단기간으로 북을 관통해서 남하하고 있었다.

필요한 거점 점령이나 그런 것도 없었다.

“저들은 보급도 없답니까?”

“데리고 다니는 하급 마물을 활용하기도 하고 주변의 동식물을 보급으로 삼기도 한답니다. 또 마법에는 공간을 비틀어…….”

“공간 어쩌고는 뻔한 클리셰니까. 뭐 그러려니 합시다. 여하간 이렇게 대놓고 내려온다.”

양 대통령이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자 국방부에서 파견 나온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그들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현 시대의 병기로 그들을 막는다는 건 이미 대침식 때 증명이 되었으니까요.”

“그렇지. 핵을 떨궈도 마물은 돌아다니고 인간은 집입조차 못하게 되었으니까.”

핵은 핵이다. 위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마물은 그 이후에도 새롭게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방사선 아래에도 일부 마물을 제외하고는 멀쩡하게 돌아다니는데 인간은 발조차 들이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의미 없는 짓을 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선 가장 걸림돌이 될을지부루 장군을 처리 하는게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뭐 겸사겸사 힘도 모으고 말이지?”

“예.”

“중국이나 다른 곳에는 답이 없습니까?”

양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을 호출에 질문을 했다.

“중국은 오히려 그들이 북진을 할까 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병력이 북진을 시도하고 있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도 지금 난리입니다.”

“미국? 거긴 왜?”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외교부 장관이 태블릿을 들어 보여주었다.

꽤 원거리에서 찍은 듯한 영상이었다. 그 영상 속에는 탑에서 수많은 병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이전과 같이 마물이 아닌 제대로 된 마족병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누가 봐도 새 보이는 개체가 있었다.

“이거?”

“예. 이곳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었던 군주급 하나가 그곳으로 이동해서 침공을 지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군주급 하나가 줄어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상황에 절망해야 하나.”

양 대통령이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외교부 장관과 참모들은 그의 중얼거림에 아무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유럽 쪽은? 그쪽도 이런 상황이오? 아프리카야 그렇다 치지만.”

“아프리카는 그저 일부 마물들만 쏟아진 이후로 조용합니다. 일본쪽의 역탑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그 두 곳은 긴장상태라 보시면 됩니다.”

외교부 장관의 답변에 양 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유럽 쪽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지원이 어렵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밀리면 전황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소?”

양 대통령의 질문에 외교부 장관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안 그래도 그쪽에서 온 제의가 있습니다. 을지부루장군의 안위가 중요하니 그와 고빈군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해 놓겠다고 합니다.”

“차라리 그냥 닥치고 있으라고 하십시오.”

“예?”

“그대로. 가감없이.”

양 대통령의 말에 외교부 장관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입니다!”

“그건 그쪽이 먼저 한 거고. 최강의 전력만 쏙 빼가겠다고 대놓고 하는 말 아니오?”

“그, 그렇긴 합니다만, 실질적으로 가장 핵심은 을지부루 장군이기에 그들도…….”

“그럼 이렇게 합시다. 보낼 테니 받으라고. 다만 중국쪽에는 알려야겠지요. 진격로가 바뀔거라고.”

“아, 그게 그렇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조금 더 오래 살겠네.”

양 대통령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부루를 향해 일직선으로 진군해 오는데 그가 그쪽으로 가면 대번에 방향을 바꿀 것이 뻔했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은 언제든 밀어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으니까.

“기왕이면 미국에도 알리고 아니 그쪽서 온 제의 회견으로 떠들어 대시오.”

“예?”

“지랄도 풍년이지. 우리도 이 와중에 지랄 한 번 해봅시다. 막말로 그쪽 전력 다 모아봐야 우리보다도 적은 주제에…… 어이가 없네.”

양 대통령의 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세계 군사력 순위는 꽤나 뒤바뀌어 있었다.

대침식 이전에도 일본과 역전해서 세계 5위였던 대한민국이었다.

그랬던 것이 대침식 이후에는 세계 4위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전력보존이 되기도 했고, 비록 재래병기지만 북한의 전력과 합쳐진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육군 병력만 따지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이 위를 다투는 강국이 되어버렸다. 포방부라 불릴 정도로 변태적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대침식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난 뒤로 지속적인 투자 덕에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공군이나 해군 전력보다는 육군 전력이 유리했고, 북한에 남아도는 고철에 가까운 전차와 포들을 정리하고도 대한민국 군 특유의 ‘있으면 고쳐 쓴다.’라는 정신을 발휘하여 북한의 전력을 현대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릅니다?”

외교부 장관이 눈을 빛냈다.

이번에 꽤나 그도 열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양 대통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막말로 세상이 절단나냐 마냐인 상황인데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 우리가 천년만년 하겠습니까?”

그의 말에 외교부 장관이 벌떡 일어섰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금요?”

“혹시 마음 바뀌시기 전에 지르렵니다.”

외교부 장관의 대찬 발언에 양 대통령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 *

외교부 장관의 공식회견은 안 그래도 시끄러운 세상에 제대로 폭탄을 집어 던진 상황이 되었다.

아직 정신은 없지만, 미국 역시 강경한 비난으로 대응했고, 중국 역시 화들짝 놀라서 유럽을 비난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러시아 역시 비난을 쏟으면서 한국으로의 소환자 파병을 공식 선언했다.

그나마 다른 국가들보다는 여유가 있기에 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만 중국이나 미국은 그런 행동을 행할 수는 없었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 역시 산발적으로 출몰하는 마물들을 상대하기도 벅찼다.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회견 후에 유럽연합에서도 발빠른 대응을 했다.

그들이 을지부루 언급을 한 것은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되면 그런 형태의 방법도 있다는 일종의 출구전략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양현재 대통령의 답변도 갔다.

‘그냥 닥치고 있으십시오.’

친절하게도 양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런 비외교적 언사에도 유럽연합은 지은 죄가 있기에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또 그들은 침공한 마족들의 목표가 을지부루인 것까지는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화들짝 놀랐던 것도 있었다.

일부 국가는 그들 마족이 원하는 성과를 이룩한 뒤에 이 세상을 그대로 둘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을 꺼내기도 했다.

잘만 협상하면 최소한의 피해로 인류의 번영을 구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 정도만 먹이로 던져주자는 말과도 같았다.

물론 가능은 할 것이다.

영원히 마족들의 식민지로써 생산에 충실히 살아가면 말이다.

그러나 마계의 식민지는 우리가 기존 알고 있는 식민지 체계와 달랐다.

마물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세상을 침공하게 되면 이미 이번 침공으로 상당수가 소모 되어져 버린 마물의 빈자리를 이 땅에서 생산된 모든 것들로 대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건 카르탈마니어등 부루의 권속이 된 마족들의 역사와 상식에 근거한 답변이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존 버튼 안보 보좌관의 테러 이후 별다른 테러는 없어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이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빌어먹을 탑! Shit!”

아직 테러당한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닉 레너드 대통령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찰진 욕설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탑의 존재였다.

이미 마물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면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지만, 이번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 되었다.

바로 군주급의 강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의 상황처럼 군주급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은 심각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방어선이 무너지는 가운데 뒤쪽 후방에서는 새로운 방어선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현 방어선이 무너지는 속도보다 새로 짓는 방어선의 속도가 늦어지면, 안된다는 일념으로 미국의 모든 중장비가 동원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명확했다. 방어선을 물린다는 것은 반대로 방어를 해야 할 구획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뒤에 가서 방벽을 쌓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방어선이 원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물러서는 만큼 원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지금도 한계에 가까운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적들도 어느정도까지 공세를 취하다가 이제는 견제만을 하고 있어 그나마 숨 좀 쉴 정도라는 점이 위안이었다.

“온전한 탑이기 때문에 군주가 강림할 수 있었다니.”

“그때 치워버렸어야 했습니다.”

몇몇 국무위원들이 철지난 후회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 당시 그들 역시 이미 한줌 핏물로 사라진 존 버튼 안보 보좌관의 의견에 동조했기에 후회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레너드 대통령이 마른 세수를 하며 입을 열었다.

“이보게 제퍼슨. 전력을 끌어 모으고 있기는 한건가?”

“이미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만.”

“대한민국 상황은?”

“그쪽도 일전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이게 참.”

제퍼슨이라 불린 국무위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그에게 건내 주었다.

“거긴 모든 것을 다 건 모양입니다.”

“허, 미쳤군.”

테블릿을 받아든 레너드 대통령이 순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본 것이 궁금했는지 국무 위원들도 공유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위성사진과 분석 내용이었다.

“이거 효과가 없지 않습니까?”

“아예 없지는 않지요.”

“이게 가능한 거랍니까?”

북쪽을 향해 대한민국의 모든 전력이 밀고 올라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정확히는 영토 중앙의 한 점을 목표로 배치된 형태였다.

“이 작은 땅덩이에 포가 이렇게나 많았습니까?”

그때 한 국무위원이 어이없다는 듯 질문을 던지자 케인 스미스 정보국장이 쓴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한국에선 그들의 육군본부를 포방부라고도 합니다.”

“옛 쏘련도 아니고…….”

“육군 형태는 사실 비슷하긴 합니다. 포뿐 아니라 전차만 해도 그렇고. 또 이전 북한의 다연장 미사일도 제정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번 전쟁에서 남아있는 모든 재래식 화력을 쏟아 부을 작정인 모양입니다.”

“미친 인간들. 아예 지형이 바뀌겠어.”

누군가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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